수아가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아이는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눈앞의 러버덕을 바라보았다.그래도 눈물만큼은 흘리지 않고 꾹 참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우쭐한 표정으로 엄마가 건네준 러버덕을 품에 꼭 안고 수아를 향해 메롱 하며 혀를 날름거렸다.도범이 그녀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상하군요. 저희가 먼저 봤고, 제가 직접 제 딸아이한테 건넨 물건이데 왜 우리가 다른 곳에 가서 사야 하죠?”“그러니까. 당신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선착순 몰라요 선착순?”박시율 역시 굳은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눈앞의 무례한 여자를 쏘아보았다.“후후 알게 뭐예요. 지금 내 아들 손에 들려있으니까 당연히 우리 거죠. 그리고 당신들 아직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잖아요?”여자는 거만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그녀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이 곧장 손을 뻗어 털이 복슬복슬한 러버덕 인형을 빼앗아 간 것이다.“죄송합니다. 이제 저희 손에 들어오게 되었네요!”“당신...”화가 난 여자가 오른손을 휙 들어 올리더니 식지를 쭉 뻗어 도범을 가리켰다.“아직 돈을 지불하지도 않았으니 당신들 것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도범이 아까 그녀가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돌려주었다.“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의 인형을 빼앗다뇨!”화가 난 여자가 뭐라 받아치면 좋을지 몰라 씩씩거렸다. 그러다 표독스러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정말 신사다운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군요!”“으엉...”남자아이가 수중에 들려있던 인형을 빼앗기자 울음을 터뜨렸다.“보세요. 이것 좀 보시라고요. 다 큰 어른이 아이의 장난감이나 빼앗아 가고. 부끄럽지도 않아요?”“심지어 제 아들을 울리기까지 했잖아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여자는 자신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초조해하며 도범을 향해 추궁하기 시작했다.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판매원이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나서서 말리기 시
“죄송합니다. 신사다운 모습을 원하신 것 같은데 저는 신사스럽게 대할 가치가 있는 여성한테만 그런 모습을 보여서요!”도범이 싸늘한 표정으로 냉소를 짓더니 그제야 입을 열었다.“제멋대로 날뛰는 막돼먹은 사람한테는 신사다운 모습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군요. 그건 신사다움을 모욕하는 거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너…”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뒤덮여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다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디디며 도범의 따귀를 때리려 했다.도범은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여자가 설마 손까지 쓸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는 곧바로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잡아챘다. 무지막지한 힘에 아무리 손을 빼려고 해도 빼지지 않았다.“다, 당신 사내로 태어나서설마 지금 여자를 때리려고 하는 거예요?”여자는 도범에게 잡혀있는 채로 다시 한번 쏘아붙였다.주위 사람들 역시 여자가 너무 막무가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야말로 진정한 상대를 만난 것이다. 상대는 절대 그녀를 봐주지 않을 것이다.“하하 그쪽에서 먼저 손을 썼잖습니까. 저 진짜 반격할 수 있습니다!”도범이 허허 웃으며 상대의 손을 휙 하고 뿌리쳤다.“하지만 제 손이 더러워질 것 같아서 참죠!”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인형 두 개를 곁에 있던 여자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계산하겠습니다. 저런 여자는 저대로 내버려 두면 그만입니다!”“그래 좋아. 너 이 새끼 지금 내가 아이와 단둘이 왔다고 무시하는 거지? 너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거야!”여자가 도범을 가리키며 독설을 퍼붓더니 아이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어휴!”여자 판매원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저렇게 제멋대로 막무가내 손님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었다.보통은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한발 물러서는 걸 택하곤 했었다. 하지만 오늘 눈앞의 이 남자는 상대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에 통쾌해 하고 있었다.“잘했어요. 저런 여자는 응당 저렇게 대해야 해요!”“맞아요. 분명 여기 꼬마 아가씨가 먼저 고
“하하 재밌네!”배불뚝이 남자의 말을 들은 도범이 오히려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그는 여자의 남편이 꽤나 부유한 사업가인 것을 알아차렸다. 보디가드도 꽤 많이 동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여자의 콧대가 저렇게 높았던 것이다.하지만 오늘 그들은 상대를 골라도 너무나 잘못 골랐다.“너 이 새끼 지금 웃음이 나와? 내 보디가드 일곱 여덟 명이 지금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어. 이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너도 머리가 있으면 잘 알고 있겠지?”배불뚝이 남자의 얼굴에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그래 그 말도 맞네요. 아이야 철이 없어 그렇다 쳐도, 다 큰 어른들 마저 이 모양이라니!”“당신들 아들이 왜 저렇게 배운 티가 안 나는지 이제야 알겠네요.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어머니에, 일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도 못하는 아버지니 그 모양이죠!”도범이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러게 말이야. 분명 그쪽 와이프가 우리 딸아이가 들고 있는 인형을 빼앗아 간 거거든요? 우리가 먼저 고른 거였다고요. 저 여자가 하는 헛소리를 믿어요?”박시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씩씩거리며 말했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뒤쫓아까지 와서 따지다니.“흥 그런 건 관심 없어. 설령 내 와이프한테 잘못이 있다고 해도 너희들은 내 아들을 울렸어. 그러니 절대 그냥 보낼 수 없지!”“이제 와서 거기 그 오리 인형을 돌려준다고 해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시작해!”배불뚝이가 손을 까닥하며 명령을 내렸다.“감히 우리 형님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네 삶도 참 안 됐네!”보디가드 여러 명이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하지만 몇 초 후 그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드러누워 신음 소리만 흘릴 뿐이었다. 이 정도 수준의 보디가드라면 성 씨 가문이나 한 씨 가문의 보디가드들보다도 수준이 훨씬 낮았기에 너무나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여보 이게…”적지 않게 놀란 여자가 마른 침만 연신 삼키고 있었다.“거기 배불뚝이, 이제 네 차례야!”도범이 피식 웃으며 배불
여자가 배불뚝이를 힘껏 노려보았다.“당신 정말로 나한테 손이라도 댔다가는 봐. 내가 절대 가만있지 않을 테니까!”그녀의 말을 들은 배불뚝이의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가 결심을 내린 표정으로 여자의 앞까지 다가가더니 있는 힘껏 따귀를 연거푸 세 번 때렸다.“젠장 내가 지금껏 너를 너무 봐줬지? 하루 종일 말도 안 되는 생떼나 부리며 거들먹거리기나 하고. 내가 아니었다면 네가 이 정도 호사를 누리고 살았을 것 같아?”보아하니 배불뚝이 역시 억센 여자와 함께 살면서 꽤 많은 것을 참아왔었던 것 같았다. 결국은 이렇게 지금껏 참아왔던 분노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당신……”여자는 너무나 화가 나 어쩔 줄 몰랐지만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었다. 지금껏 자신이 이렇게 거들먹거릴 수 있었던 건 모두 눈앞의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지금 그 남자가 자신을 때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감히 반격을 할 수 없었다.“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도범은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보디가드들과 눈앞의 부부를 보고 험악한 표정으로 호통쳤다.도범의 기세에 놀란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수아야 놀랐지?”수아를 돌아보는 도범의 눈빛에 순식간에 사랑스러움이 가득 찼다.“아니에요. 저 사람들이 잘못한 거잖아요. 아빠 엄청 강해요. 수아도 이제 크면 아빠처럼 강한 사람이 될 거예요. 흥 그때면 아무도 수아를 괴롭히지 못할 거예요!”수아가 머리를 살짝 들어 올리고 말하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이제 갈까?”부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박시율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가 걸려졌다. 세 사람은 계속하여 공원으로 향했다.여름밤의 개구리울음소리와 부드럽게 불어오는 살랑 바람을 맞으며 연못가를 산책하는 도범의 마음은 참으로 평화로웠다.한참을 산책하던 그들은 나무로 된 작은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그때 수아가 앞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빠 엄마 저기 좀 보세요. 저기 앞에 어떤 아저씨랑 아줌마가 안고 뽀뽀하고 있는데요?”박시율
아이의 말에 박시율의 홀쭉한 얼굴이 이제 귀까지 새빨개져 버렸다. 수아의 순진무구한 물음에 그녀는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몰랐다.더욱 어이가 없는 건 도범이 오히려 미소를 짓는 것이었다.“그래그래그래. 걱정하지 마. 나중에 수아한테는 꼭 남동생과 여동생이 생길 거야. 아빠와 엄마가 우리 수아한테 동생 여러 명을 낳아줄게. 어때? 그러면 수아한테 든든한 가족이 더 생기는 거야!”박시율이 부끄러운 마음에 몰래 도범의 등을 꼬집었다.“아……”도범의 표정이 살짝 괴이하게 변하더니 곧바로 피식 웃으며 말했다.“야경이 참 예쁘네!”세 식구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도범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에는 이미 수아가 침대 위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도범도 자신의 잠자리로 돌아가 누우며 잘 준비를 했다.그런데 그때, 침대 위에 있던 박시율이 몸을 돌리더니 도범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여보 아니면 오늘 밤은 침대 위에서 잘래? 요즘 당신 표현이 좋기도 하고 남편과 아버지로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서 상을 줄까 하는데.”그렇게 말하는 박시율의 얼굴이 또다시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녀의 말에 도범이 몹시 기뻐하더니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여보 다, 당신 설마 지금 당장 수아한테 동생을 만들어 줄 생각이야? 좋아. 마침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박시율이 힘껏 도범을 노려보았다.“허튼 생각하지 마! 나는 당신이 바닥에서 자는 모습이 불쌍해서 오늘만 침대 위에서 자도록 허락한 거야. 어차피 수아도 잠들어서 모르고!”“오. 오늘 하루만? 다른 건 안 해?”도범이 실망한 기색으로 물었다. 그는 드디어 오늘 밤 좋은 일이라도 생길 줄 알았던 것이다.“허튼 생각하지 마. 수아가 곁에 있어. 수아도 있는데 다른 걸 할 생각은 전혀 없거든? 나중에 박 씨 가문으로 이사하면 수아한테 방도 생길 거고 그때 다시 말해!”“그리고 내가 말했지? 당신 우리 할아버지 앞에서 큰 소리 뻥뻥 치며 했던 말들을 꼭 지켜야 할 거야. 그렇게 당신 스스로를
박시율이 동의하며 말했다.“하지만 현재 우리한테 돈이 없잖아. 두 달만 기다렸다가 사자. 어머니한테 약속했던 40억은 이미 줬으니까 더 안 줘도 되고. 남은 건 할아버지 생신 선물과 박이성한테 보상하기로 했던 20억인데. 이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 둘째 아가씨와 사이가 좋으니까 아가씨한테 첫 달 월급을 며칠만 일찍 주면 안 되냐고 부탁드리면 되잖아. 그러면 다 해결돼!”거기까지 말한 박시율이 잠시 더 고민하다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그러고 나서 한 달만 더 기다리면 월급이 나오니까 그때 별장을 사는 거야. 어차피 이곳도 아직 살만하고!”“내가 봤을 때 이제 여기서는 더 이상 못 살 것 같아!”“수아한테 자기 방이 생기기 전까지 당신, 내가 당신한테 손 하나 대지 못하게 할 것 같은데?”도범이 오히려 확고하게 말했다.“이제 시간이 날 때 적합한 집이 있나 둘러봐야겠어. 일단 잘 물색해 놓아야지!”“당신 참 출근 쉽게 하네!”박시율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 그녀는 도범이 보디가드 일을 정말로 막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퇴근을 해도 된다니. 세상에 이렇게 제멋대로 할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그렇게 두 사람은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들었다.이튿날 아침, 박시율은 도범이 침대 위에 있는 모습을 수아가 볼까 두려워 일찍 도범을 깨운 후 그제야 수아를 깨웠다.두 사람은 곧바로 각자 출근하러 나갔다.용 씨 가문.어젯밤 일로 용준혁과 광재 그리고 용신애는 충분히 놀라 있었다.오늘 아침까지도 어젯밤 그 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리며 잊히지 않았다.무려 삼백 명이 넘는 이화당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실력이 만만치 않은 상대가 분명했다. 그중에는 이화당의 고수들도 몇몇 있었는데 그들의 전투력은 거의 중장급과 맞먹을 정도였다. 하지만 도범은 너무나 쉽게 그들을 단번에 해치웠다.도범이 자리를 떠난 후 그들은 시체를 확인하러 갔었다. 도범이 손 한번 휘두르자 그
“도범을 찾는다고?”“미모의 여성?”용신애와 용일비가 서로 시선을 부딪혔다. 그녀들은 왠지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용일비가 떠보듯이 물었다.“어느 정도의 미모인데? 그 사람은 왜 항상 그렇게 미인들이 많이 찾아 대는 거야?”“네 엄청 예뻤습니다. 뭐랄까? 일비 아가씨 정도 되는 미모였습니다! 신애 아가씨와도 비슷한 레벨이었습니다!”보디가드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왜 눈앞의 여자들은 이상한 곳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 여자는 도범이 이곳에 있나 없나를 묻기 위해 온 건데 눈앞의 아가씨들은 그 여자의 미모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기서 미모 대결을 할 것도 아닌데 말이다!“도범은 현재 이곳에 없고 오후나 되어야 올 것 같으니 돌아가라고 하거라!”용준혁이 답했다.“안 돼요. 저 도대체 누가 도범을 찾아온 건지 나가 봐야겠어요!”용신애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저도 나가 봐야겠어요!”두 사람은 마음 한 편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미모의 여성이라니! 설마 도범이 만나는 여자는 아니겠지?도범은 우수한 남자였기에 여자들이 그를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녀들은 지난번 경매장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그 부잣집 사모님 역시 도범과 은밀한 사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절대 도범이 그 부잣집 사모님의 후원을 받고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아마 그쪽에서 도범한테 딴마음을 품고 있고 도범은 그녀를 이성 친구 정도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도범의 성격으로 보아 절대 다른 여자의 돈이나 받으며 살 것 같지는 않았다.곧바로 두 아가씨는 보디가드를 따라 대문에 도착했다.대문에는 새하얀 바탕에 꽃무늬가 새겨진 원피스 차림의 미녀가 서있었다. 여자가 싱긋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이 몹시 사랑스럽게 느껴졌는데 보는 사람에게 봄날의 따스함과 첫사랑을 떠올릴 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신애 아가씨께서 어쩐 일로 나오셨나요? 도범 씨는요? 도범 씨는 여기 보디가드잖아요? 지금 출근 시간이죠? 도착하셨나요?”미녀는 용
“됐죠? 이제 그쪽 정체를 밝히시죠?”용일비가 언짢은 듯이 물었다.“나 못 알아보겠어요? 헤헤 신애 씨 저 제갈소진이에요. 설마 아직도 저를 못 알아보신 건 아니죠?”제갈소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제가 얼마 전에 도범 씨한테 프러포즈를 했었는데 거절당했었거든요. 하지만 그때의 저는 뚱뚱하고 못생겼으니까 거절당하는 것도 당연했죠.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다시 한번 프러포즈 할 생각이에요. 지금 이 모습으로 고백하면 희망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당신이 제갈소진이라고요?”용신애가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눈을 비비며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닌지 의심했다. 다시 한번 자신을 제갈소진이라고 밝힌 그녀를 자세히 훑어보았지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느껴졌다.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니 예전의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있는 듯했다. 그랬기에 그렇게 익숙한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세상에 병을 치료한 거예요? 살을 얼마나 뺀 거예요? 며칠 전에 봤을 때도 100kg는 되어 보였었는데?”용일비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눈앞의 여자가 사기꾼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제갈소진의 말을 들어보니 이전에 그에게 프러포즈까지 했던 것 같았다. 그때 도범에게 거절을 당했지만 이제는 미녀로 거듭났으니 다시 한번 시도할 생각인 것이다.“치료했어요. 이게 다 도범 씨의 그 신과도 같은 의술 덕분이에요. 저한테 단약 세 알을 줬었는데 그걸 먹었더니 정말로 다이어트에 성공했어요. 진짜 최고예요. 저 정말로 도범 씨가 너무 좋아요. 도범 씨가 저한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줬어요. 저한테 두 번째 봄날을 선사해 주셨죠!”제갈소진이 빨갛게 물든 얼굴로 부끄러운 듯이 설명했다.“신애 씨, 두 분이 저를 진중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도범 씨가 정말로 완벽한 남자라고 생각해요!”“소진 씨, 도범 씨가 사람 좋은 건 알지만 소진 씨 말처럼 그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지 않아요?”용일비가 괴이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