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랑 싸우기로 했던 그놈은 아니겠죠?”민머리가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이 자식 돈 많네요.”“그놈일 리가 없잖아, 돈이 많았다면 여자 둘을 데리고 포장마차에 갔겠어?”경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차는 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췄다. 그리고 남자 하나가 내려왔다.경호는 가까이 다가온 남자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정말 그놈이네!”그리곤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며 도범을 에워싸게 했다.“야, 8시에 오겠다더니 8시 반이 되어서야 오냐? 사람이 개념이 없네.”“그러니까, 우리는 네가 무서워서 못 오는 줄 알았잖아.”이화당 사람들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그게 중요한가?”도범이 디스 플러스 한 개비를 꺼내 피웠다.“포르쉐 911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디스 플러스를 핀다고?”도범의 담배를 본 한 사람이 말했다. 그는 포르쉐를 끌고 와서 디스 플러스를 피는 도범이 무척이나 웃겼다. “됐고, 반 시간이나 늦었는데 지금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아니면 도대체 뭐가 중요한대?”경호는 무척 화가 났다. 그가 이 사람들을 불러온 것이었기에 도범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체면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다행히 도범은 모습을 드러냈다.“당신들이 이제 곧 죽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지각을 하든 말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이것도 나름 괜찮네, 다들 반 시간씩 더 살게 되었으니까.”도범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말조심해, 도대체 누가 반 시간을 더 살았다는 거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민머리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건방지게 말했다.“최대한 많이 불러오라고 했잖아, 그런데 고작 이만큼 불러온 거야? 이것밖에 안 되면서 내 친구를 괴롭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도범이 열몇 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을 보며 웃었다.“이걸로 모자란다고? 큰소리 좀 그만 쳐.”“열몇 명을 처리하러 여기까지 오는 건 귀찮은데. 그래, 뭐 일찍 처리하고 우리 딸이랑 산책이나 가야겠다.”수아와의 약속이 생각난 도범이 웃으며 말했
늙은이가 보기에도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공격 속도와 수법이 무척 교활했다.하지만 도범은 늙은이의 손을 잡고 확 끌어당겨 상대방이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그리고 그의 손을 놓곤 발길질을 했다.“퍽!”늙은이는 멀리 나가떨어져 피를 토하더니 금방 숨을 거두었다.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늙은이는 고수라고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일반인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혼자 열몇 명의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그러니까 이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람도 도범의 발길질 한 번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내가 말했잖아, 이 자식 싸움 잘한다고. 힘도 세고 속도도 빠르다고 했는데 어르신이 방심해서 그래!”경호가 놀라서 말했다.“우리로는 정말 부족할 것 같네.”그리고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곳에 숨어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칼과 파이프를 들고 냉랭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도범은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뭐야, 사람 많네. 이, 삼백 명은 되겠네.”“당연하지, 너 혼자 오면 이 사람들까지 나서지 않아도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혼자서도 꽤 하네. 그래도 걱정하지 마, 우리 이화당 세력에만 빌붙어서 사는 사람들 아니야, 다들 이화당 본부 사람들이니 엄청난 실력을 지녔다고.”그때, 민머리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네 딸이랑 산책할 기회가 아직 있다고 생각해?”“당연하지, 시간이 조금 늦어지겠지만.”한편, 용신애는 공터가 보이는 곳에 숨어서 망원경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사람이 꽤 많네요.”“그러니까, 그냥 열몇 명만 온 줄 알았더니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거였어.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대대장도 힘겨울 텐데, 소장의 실력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용준혁이 말했다.“중장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저 사람들 허리에 명패를 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화당 세력에 빌붙어 사는 작은 세력이 아니라 이화당 본부의 사
용준혁의 말을 들은 광재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때, 택시 한 대가 공터 쪽으로 다가갔다.“저 택시는 뭐야.”“사람이 내렸는데요, 도범에게 가고 있어요.”용신애가 자세히 살펴보더니 다시 말했다.“도범을 도와주러 온 것 같은데요, 손에 칼도 들고 있어요.”강호는 멀리서부터 도범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도범이 정말 혼자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러 왔다고 생각하니 그는 도범에게 미안해졌다. 예전의 정을 봐서 도범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이렇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러 온 모습을 보니 그는 더욱 감동되었다.“도범 형, 제가 왔어요! 제가 오늘 이것들 다 죽일 거예요!”강호가 이를 악물고 칼을 든 채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도범은 강호를 보니 감동되기는 했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강호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걸리적거리게 느껴졌다.강호가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던 도범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거기 서!”도범의 목소리를 들은 강호가 칼을 쥔 손을 내리고 멍청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왜 여기에 온 거야? 가서 네 아들이랑 놀아줘.”도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너는 걸리적거리니까 집에 가, 지금 내 실력 무시하는 거야?”“형님, 저… 형님이 이렇게 죽는 거 볼 수 없어요, 저쪽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강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도범의 표정을 보니 그는 정말 화가 난 듯했다. 그도 자신이 도범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었다.그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왔다.“누가 죽는다고 그래? 이 까짓것들이 뭐라고.”말을 마친 도범이 열몇 개의 은침을 꺼내더니 눈앞에 선 이들을 향해 날렸다.여름이고 도범의 차가 불을 비추고 있었지만 공터는 여전히 어두웠다.도범의 손짓에 따라 은침들이 빠른 속도로 이화당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이화당 사람들은 은침을 보지도 못했다. 그저 도범의 손짓을 본
은침 기술은 도범이 일 년을 연마한 끝에 장악한 기술이었다.그는 이 기술을 장악한 덕분에 전장에서 더욱 쉽게 적들을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이상함을 감지한 사람들이 몸을 피했다.도범은 그 모습을 보며 이화당 사람들이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뭐야?”“왜, 왜 쓰러진 거야? 저놈 손짓 한 번에 쓰러진다고?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일어나! 죽은 거 같은데, 다 죽었어!” 도범을 무시하던 이들은 괴이한 정경에 놀라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강호야, 나 사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거든. 이런 쓰레기들한테 쓸 필요 없었는데 너한테 보여주려고 한 거야. 너는 나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알려주고 싶어서. 나 혼자 충분하다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도범이 고개를 돌리고 강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형님, 정, 정말 대단하십니다.”강호가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도범이 무슨 방법으로 이들을 죽인 건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광재 아저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상황을 훔쳐보던 용신애가 물었다.“저,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손짓을 한 걸 보면 날카로운 무기를 던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낮이었다면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광재가 침을 삼키더니 말했다.그때 도범이 갑자기 앞쪽을 향해 손짓을 하자 핏줄이 일어났다. 덩달아 사람들의 머리를 관통해 나무에 꽂혔던 은침들이 조금씩 빠져나와 다시 도범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도범이 다시 손바닥을 뒤집자 은침들이 모습을 감추었다.그런 도범을 바라보는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적지 않은 이들이 얼른 물러섰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들은 멀쩡했다.“뭐야, 깜짝 놀랐네!”민머리 남자가 이를 악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우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조건 달려들어서 칼 꽂아!”사실 그도 방금 괴이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보곤 놀랐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들도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그는 사람들이 모두 도
강호의 손에 들려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호는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적도 없었다.도범이 그 많은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그는 도범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하나둘씩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새빨간 피가 흩날려 피비린내가 콧속을 파고들었다.이화당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머지않아 백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경호와 민머리 남자도 팔에 칼을 맞았다.그들은 옆으로 물러나 두려운 눈길로 도범을 바라봤다.“뭐야, 저 자식 대장 뭐 그런 거 아니지?”민머리 남자가 침을 삼키며 쓰러지는 이들을 바라봤다.“도망가!”그러다가 놀라서 도망가려 했다.그러는 와중에도 이화당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범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도망가려고?”도범은 도망가려는 이들을 보곤 치타처럼 날아올라 상대방의 앞으로 다가가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결국 민머리 남자와 경호도 도범의 칼에 죽고 말았다.이제 이화당 사람은 스무 명밖에 남지 않았다.도범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계속 칼을 휘둘렀다.드디어 손에 있던 칼을 바닥으로 버린 도범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봤다.“뭐야, 쓸데없는 놈들이랑 10분이나 얘기를 했던 거야.”삼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도범은 10분 만에 해결했다. 도범은 그 사이, 담배도 피웠다.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너무 오래 걸렸다고 생각했다.다른 이가 알면 놀랄 만한 상황이었다.“강호야, 안 가고 뭐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나 우리 딸이랑 산책도 가야 돼.”도범은 자신의 옷에 핏자국이 묻은 것을 보곤 옷을 벗어 옆으로 던져놓더니 미리 준비해뒀던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신발 바닥에도 피가 묻은 것을 본 그가 바닥에 문지르더니 차에 올라탔다.“형, 형님 차 너무 좋은데요. 저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도범의 차에 올라탄 강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오늘 밤 도범과 같이 죽을 각오로 이곳으로 왔지만 도범이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지녔을 줄 생각도 하지 못
“여보!”여자는 강호를 보더니 흥분한 얼굴로 달려 나와 그의 품속으로 안겨들었다.“당신 생각을 바꿔서 안 가기로 한 거야?”여자는 강호가 그녀와 아이를 놓지 못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아니, 나 지금 정말 놀랐어. 복수하려고 칼을 들고 갔었는데 형님이 도와줄 필요 없다고 하면서 나한테 구경이나 하라는 거야. 그리고 손짓 한 번에 삼백 명이 되는 사람들 중에 서른 명이 나가떨어진 거 있지.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10분 안에 모두 죽였어, 전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어. 도범 형님은 정말 신 같은 존재야.”강호가 과장된 표정으로 손짓을 하며 도범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그의 아내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도범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듣곤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럼 많이 다친 거 아니야? 어느 병원에 있어? 우리 얼른 가보자.”강호의 아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싸웠으니 당연히 몸에 상처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잖아. 형님은 신 같은 존재라고. 그런데 다쳤을 리가 있겠어? 저쪽에서 아예 손도 못 댔다니까. 그 이화당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 형님을 건드리지 않으면 몰라, 계속 그렇게 나댔다가는 우리 형님이 그 사람들 다 죽이고 말 거야.”강호는 계속해서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치 자신이 그런 실력을 지닌 사람이 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잘 됐네, 그럼.”강호의 아내가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사실 나도 당신 형님이 우리 가족을 위해서 죽을까 봐 걱정했거든, 그렇게 된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할 거야. 그런데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니 다행이네.”그 말을 들은 강호가 아내의 얼굴을 잡고 말했다.“여보, 이렇게 걱정시켜서 미안해. 다 내가 능력도 없고 가난해서 고생만 시키고 있네.”“무슨 말이야, 나는 당신 돈 안 봐. 당신이 나한테 잘해주면 같이 노력해서 돈 벌면 되지.”
“갑자기 왜 이래, 닭살 돋게.”박시율이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세 가족이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졌다.“여보,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사줄게.”길을 걷던 도범이 갑자기 물었다.“없어, 당신이 옷도 몇 벌이나 사줬잖아. 입을 옷만 있으면 된 거지.”“아빠, 아빠, 저 장난감 가지고 싶어요! 하나 사주면 안 돼요?”그때, 수아가 물었다.도범은 그제야 자신이 자신의 딸에게 장난감 하나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돌아오기 전,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을 노는 모습을 지켜만 봤을 수아를 생각하니 도범은 마음이 아팠다.“그럼, 아빠가 수아 사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수아만 원한다면 장난감 가게도 사 줄 수 있어.”도범이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빠. 아빠, 저는 바비 인형이랑 오리 인형 하나 사주면 돼요.”수아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아이구, 우리 딸 착하기도 해라, 아빠 돈 아껴주는 거야.”도범은 수아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저는 이미 충분해요. 예전에는 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한 번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두 개나 살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수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세 사람은 그렇게 장난감 가게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무척 많았다.“이거요, 저 이 바비인형 사주세요!”수아가 인형 하나를 집어 들더니 품에 안고 말했다.도범은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기 오리 인형도 있어요, 아빠!”오리 인형을 발견한 수아가 얼른 달려가 말했다.하지만 오리 인형이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덕분에 수아는 까치발을 들고도 잡을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본 도범이 수아를 대신해 오리 인형을 집어 들었다.“엄마, 나도, 나도 오리 인형 가질래!”그때 한 남자아이가 자신의 엄마에게 소리쳤다.하지만 도범은 이미 오리 인형을 수아의 손에 넣어줬다.“수아, 여기 오리 인형.”그리고 수아가 오리 인형을 잡았
수아가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아이는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눈앞의 러버덕을 바라보았다.그래도 눈물만큼은 흘리지 않고 꾹 참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우쭐한 표정으로 엄마가 건네준 러버덕을 품에 꼭 안고 수아를 향해 메롱 하며 혀를 날름거렸다.도범이 그녀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상하군요. 저희가 먼저 봤고, 제가 직접 제 딸아이한테 건넨 물건이데 왜 우리가 다른 곳에 가서 사야 하죠?”“그러니까. 당신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선착순 몰라요 선착순?”박시율 역시 굳은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눈앞의 무례한 여자를 쏘아보았다.“후후 알게 뭐예요. 지금 내 아들 손에 들려있으니까 당연히 우리 거죠. 그리고 당신들 아직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잖아요?”여자는 거만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그녀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이 곧장 손을 뻗어 털이 복슬복슬한 러버덕 인형을 빼앗아 간 것이다.“죄송합니다. 이제 저희 손에 들어오게 되었네요!”“당신...”화가 난 여자가 오른손을 휙 들어 올리더니 식지를 쭉 뻗어 도범을 가리켰다.“아직 돈을 지불하지도 않았으니 당신들 것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도범이 아까 그녀가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돌려주었다.“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의 인형을 빼앗다뇨!”화가 난 여자가 뭐라 받아치면 좋을지 몰라 씩씩거렸다. 그러다 표독스러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정말 신사다운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군요!”“으엉...”남자아이가 수중에 들려있던 인형을 빼앗기자 울음을 터뜨렸다.“보세요. 이것 좀 보시라고요. 다 큰 어른이 아이의 장난감이나 빼앗아 가고. 부끄럽지도 않아요?”“심지어 제 아들을 울리기까지 했잖아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여자는 자신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초조해하며 도범을 향해 추궁하기 시작했다.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판매원이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나서서 말리기 시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