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랑 싸우기로 했던 그놈은 아니겠죠?”민머리가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이 자식 돈 많네요.”“그놈일 리가 없잖아, 돈이 많았다면 여자 둘을 데리고 포장마차에 갔겠어?”경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차는 그들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췄다. 그리고 남자 하나가 내려왔다.경호는 가까이 다가온 남자를 보더니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정말 그놈이네!”그리곤 사람들에게 손짓을 하며 도범을 에워싸게 했다.“야, 8시에 오겠다더니 8시 반이 되어서야 오냐? 사람이 개념이 없네.”“그러니까, 우리는 네가 무서워서 못 오는 줄 알았잖아.”이화당 사람들이 도범을 보며 말했다.“그게 중요한가?”도범이 디스 플러스 한 개비를 꺼내 피웠다.“포르쉐 911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디스 플러스를 핀다고?”도범의 담배를 본 한 사람이 말했다. 그는 포르쉐를 끌고 와서 디스 플러스를 피는 도범이 무척이나 웃겼다. “됐고, 반 시간이나 늦었는데 지금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아니면 도대체 뭐가 중요한대?”경호는 무척 화가 났다. 그가 이 사람들을 불러온 것이었기에 도범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체면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다행히 도범은 모습을 드러냈다.“당신들이 이제 곧 죽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지, 내가 지각을 하든 말든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이것도 나름 괜찮네, 다들 반 시간씩 더 살게 되었으니까.”도범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말조심해, 도대체 누가 반 시간을 더 살았다는 거야?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민머리 남자가 콧방귀를 뀌며 건방지게 말했다.“최대한 많이 불러오라고 했잖아, 그런데 고작 이만큼 불러온 거야? 이것밖에 안 되면서 내 친구를 괴롭혀?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도범이 열몇 명밖에 되지 않는 사람을 보며 웃었다.“이걸로 모자란다고? 큰소리 좀 그만 쳐.”“열몇 명을 처리하러 여기까지 오는 건 귀찮은데. 그래, 뭐 일찍 처리하고 우리 딸이랑 산책이나 가야겠다.”수아와의 약속이 생각난 도범이 웃으며 말했
늙은이가 보기에도 나이가 많았다. 하지만 공격 속도와 수법이 무척 교활했다.하지만 도범은 늙은이의 손을 잡고 확 끌어당겨 상대방이 중심을 잃게 만들었다.그리고 그의 손을 놓곤 발길질을 했다.“퍽!”늙은이는 멀리 나가떨어져 피를 토하더니 금방 숨을 거두었다.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자리에 있던 이들은 숨을 죽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늙은이는 고수라고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일반인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 혼자 열몇 명의 사람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그러니까 이들 중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런 사람도 도범의 발길질 한 번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내가 말했잖아, 이 자식 싸움 잘한다고. 힘도 세고 속도도 빠르다고 했는데 어르신이 방심해서 그래!”경호가 놀라서 말했다.“우리로는 정말 부족할 것 같네.”그리고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른 곳에 숨어있던 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칼과 파이프를 들고 냉랭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도범은 그 많은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뭐야, 사람 많네. 이, 삼백 명은 되겠네.”“당연하지, 너 혼자 오면 이 사람들까지 나서지 않아도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혼자서도 꽤 하네. 그래도 걱정하지 마, 우리 이화당 세력에만 빌붙어서 사는 사람들 아니야, 다들 이화당 본부 사람들이니 엄청난 실력을 지녔다고.”그때, 민머리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오늘 네 딸이랑 산책할 기회가 아직 있다고 생각해?”“당연하지, 시간이 조금 늦어지겠지만.”한편, 용신애는 공터가 보이는 곳에 숨어서 망원경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사람이 꽤 많네요.”“그러니까, 그냥 열몇 명만 온 줄 알았더니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온 거였어. 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면 대대장도 힘겨울 텐데, 소장의 실력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용준혁이 말했다.“중장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저 사람들 허리에 명패를 달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화당 세력에 빌붙어 사는 작은 세력이 아니라 이화당 본부의 사
용준혁의 말을 들은 광재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때, 택시 한 대가 공터 쪽으로 다가갔다.“저 택시는 뭐야.”“사람이 내렸는데요, 도범에게 가고 있어요.”용신애가 자세히 살펴보더니 다시 말했다.“도범을 도와주러 온 것 같은데요, 손에 칼도 들고 있어요.”강호는 멀리서부터 도범 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보곤 피가 차갑게 식었다. 도범이 정말 혼자 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러 왔다고 생각하니 그는 도범에게 미안해졌다. 예전의 정을 봐서 도범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이렇게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러 온 모습을 보니 그는 더욱 감동되었다.“도범 형, 제가 왔어요! 제가 오늘 이것들 다 죽일 거예요!”강호가 이를 악물고 칼을 든 채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도범은 강호를 보니 감동되기는 했지만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는 강호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걸리적거리게 느껴졌다.강호가 그들과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던 도범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거기 서!”도범의 목소리를 들은 강호가 칼을 쥔 손을 내리고 멍청한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왜 여기에 온 거야? 가서 네 아들이랑 놀아줘.”도범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너는 걸리적거리니까 집에 가, 지금 내 실력 무시하는 거야?”“형님, 저… 형님이 이렇게 죽는 거 볼 수 없어요, 저쪽에 사람이 저렇게 많은데.”강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 자리에 서서 말했다.도범의 표정을 보니 그는 정말 화가 난 듯했다. 그도 자신이 도범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와주고 싶었다.그는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이곳으로 왔다.“누가 죽는다고 그래? 이 까짓것들이 뭐라고.”말을 마친 도범이 열몇 개의 은침을 꺼내더니 눈앞에 선 이들을 향해 날렸다.여름이고 도범의 차가 불을 비추고 있었지만 공터는 여전히 어두웠다.도범의 손짓에 따라 은침들이 빠른 속도로 이화당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이화당 사람들은 은침을 보지도 못했다. 그저 도범의 손짓을 본
은침 기술은 도범이 일 년을 연마한 끝에 장악한 기술이었다.그는 이 기술을 장악한 덕분에 전장에서 더욱 쉽게 적들을 죽일 수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이상함을 감지한 사람들이 몸을 피했다.도범은 그 모습을 보며 이화당 사람들이 나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뭐야?”“왜, 왜 쓰러진 거야? 저놈 손짓 한 번에 쓰러진다고?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일어나! 죽은 거 같은데, 다 죽었어!” 도범을 무시하던 이들은 괴이한 정경에 놀라 제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강호야, 나 사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거든. 이런 쓰레기들한테 쓸 필요 없었는데 너한테 보여주려고 한 거야. 너는 나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거 알려주고 싶어서. 나 혼자 충분하다는 거 보여주고 싶어서!”도범이 고개를 돌리고 강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형님, 정, 정말 대단하십니다.”강호가 놀라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도 도범이 무슨 방법으로 이들을 죽인 건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광재 아저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상황을 훔쳐보던 용신애가 물었다.“저, 저도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손짓을 한 걸 보면 날카로운 무기를 던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낮이었다면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아예 보이지 않습니다.”광재가 침을 삼키더니 말했다.그때 도범이 갑자기 앞쪽을 향해 손짓을 하자 핏줄이 일어났다. 덩달아 사람들의 머리를 관통해 나무에 꽂혔던 은침들이 조금씩 빠져나와 다시 도범의 손안으로 돌아왔다. 도범이 다시 손바닥을 뒤집자 은침들이 모습을 감추었다.그런 도범을 바라보는 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적지 않은 이들이 얼른 물러섰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그들은 멀쩡했다.“뭐야, 깜짝 놀랐네!”민머리 남자가 이를 악물고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우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조건 달려들어서 칼 꽂아!”사실 그도 방금 괴이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보곤 놀랐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들도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그는 사람들이 모두 도
강호의 손에 들려있던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강호는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적도 없었다.도범이 그 많은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 그는 도범이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은 하나둘씩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새빨간 피가 흩날려 피비린내가 콧속을 파고들었다.이화당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어 머지않아 백 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경호와 민머리 남자도 팔에 칼을 맞았다.그들은 옆으로 물러나 두려운 눈길로 도범을 바라봤다.“뭐야, 저 자식 대장 뭐 그런 거 아니지?”민머리 남자가 침을 삼키며 쓰러지는 이들을 바라봤다.“도망가!”그러다가 놀라서 도망가려 했다.그러는 와중에도 이화당 사람들은 끊임없이 도범의 칼을 맞고 쓰러졌다.“도망가려고?”도범은 도망가려는 이들을 보곤 치타처럼 날아올라 상대방의 앞으로 다가가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결국 민머리 남자와 경호도 도범의 칼에 죽고 말았다.이제 이화당 사람은 스무 명밖에 남지 않았다.도범은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 달려들어 계속 칼을 휘둘렀다.드디어 손에 있던 칼을 바닥으로 버린 도범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봤다.“뭐야, 쓸데없는 놈들이랑 10분이나 얘기를 했던 거야.”삼백 명 가까이 되는 사람을 도범은 10분 만에 해결했다. 도범은 그 사이, 담배도 피웠다.하지만 도범은 여전히 너무 오래 걸렸다고 생각했다.다른 이가 알면 놀랄 만한 상황이었다.“강호야, 안 가고 뭐해? 내가 집에 데려다줄게. 나 우리 딸이랑 산책도 가야 돼.”도범은 자신의 옷에 핏자국이 묻은 것을 보곤 옷을 벗어 옆으로 던져놓더니 미리 준비해뒀던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신발 바닥에도 피가 묻은 것을 본 그가 바닥에 문지르더니 차에 올라탔다.“형, 형님 차 너무 좋은데요. 저 꿈꾸고 있는 거 아니죠?”도범의 차에 올라탄 강호는 여전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는 오늘 밤 도범과 같이 죽을 각오로 이곳으로 왔지만 도범이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지녔을 줄 생각도 하지 못
“여보!”여자는 강호를 보더니 흥분한 얼굴로 달려 나와 그의 품속으로 안겨들었다.“당신 생각을 바꿔서 안 가기로 한 거야?”여자는 강호가 그녀와 아이를 놓지 못해 다시 돌아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아니, 나 지금 정말 놀랐어. 복수하려고 칼을 들고 갔었는데 형님이 도와줄 필요 없다고 하면서 나한테 구경이나 하라는 거야. 그리고 손짓 한 번에 삼백 명이 되는 사람들 중에 서른 명이 나가떨어진 거 있지.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을 10분 안에 모두 죽였어, 전부,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어. 도범 형님은 정말 신 같은 존재야.”강호가 과장된 표정으로 손짓을 하며 도범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했다.하지만 그 말을 들은 그의 아내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도범이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얘기를 듣곤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럼 많이 다친 거 아니야? 어느 병원에 있어? 우리 얼른 가보자.”강호의 아내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싸웠으니 당연히 몸에 상처가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무슨 소리야, 내가 말했잖아. 형님은 신 같은 존재라고. 그런데 다쳤을 리가 있겠어? 저쪽에서 아예 손도 못 댔다니까. 그 이화당인지 뭔지 하는 사람들 형님을 건드리지 않으면 몰라, 계속 그렇게 나댔다가는 우리 형님이 그 사람들 다 죽이고 말 거야.”강호는 계속해서 흥분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마치 자신이 그런 실력을 지닌 사람이 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잘 됐네, 그럼.”강호의 아내가 신이 난 얼굴로 말했다.“사실 나도 당신 형님이 우리 가족을 위해서 죽을까 봐 걱정했거든, 그렇게 된다면 당신뿐만 아니라 나도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할 거야. 그런데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니 다행이네.”그 말을 들은 강호가 아내의 얼굴을 잡고 말했다.“여보, 이렇게 걱정시켜서 미안해. 다 내가 능력도 없고 가난해서 고생만 시키고 있네.”“무슨 말이야, 나는 당신 돈 안 봐. 당신이 나한테 잘해주면 같이 노력해서 돈 벌면 되지.”
“갑자기 왜 이래, 닭살 돋게.”박시율이 웃으며 물었다. 그녀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세 가족이 함께 산책을 하고 있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게 느껴졌다.“여보, 뭐 가지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사줄게.”길을 걷던 도범이 갑자기 물었다.“없어, 당신이 옷도 몇 벌이나 사줬잖아. 입을 옷만 있으면 된 거지.”“아빠, 아빠, 저 장난감 가지고 싶어요! 하나 사주면 안 돼요?”그때, 수아가 물었다.도범은 그제야 자신이 자신의 딸에게 장난감 하나 사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가 돌아오기 전, 다른 아이들이 장난감을 노는 모습을 지켜만 봤을 수아를 생각하니 도범은 마음이 아팠다.“그럼, 아빠가 수아 사고 싶은 거 다 사줄게. 수아만 원한다면 장난감 가게도 사 줄 수 있어.”도범이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아빠. 아빠, 저는 바비 인형이랑 오리 인형 하나 사주면 돼요.”수아가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아이구, 우리 딸 착하기도 해라, 아빠 돈 아껴주는 거야.”도범은 수아의 대답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저는 이미 충분해요. 예전에는 볼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한 번에 좋아하는 장난감을 두 개나 살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수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세 사람은 그렇게 장난감 가게로 들어섰다. 그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무척 많았다.“이거요, 저 이 바비인형 사주세요!”수아가 인형 하나를 집어 들더니 품에 안고 말했다.도범은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기 오리 인형도 있어요, 아빠!”오리 인형을 발견한 수아가 얼른 달려가 말했다.하지만 오리 인형이 조금 높은 위치에 있었던 덕분에 수아는 까치발을 들고도 잡을 수 없었다.그 모습을 본 도범이 수아를 대신해 오리 인형을 집어 들었다.“엄마, 나도, 나도 오리 인형 가질래!”그때 한 남자아이가 자신의 엄마에게 소리쳤다.하지만 도범은 이미 오리 인형을 수아의 손에 넣어줬다.“수아, 여기 오리 인형.”그리고 수아가 오리 인형을 잡았
수아가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쭉거렸다. 아이는 울 것 같은 눈빛으로 눈앞의 러버덕을 바라보았다.그래도 눈물만큼은 흘리지 않고 꾹 참고 있었다.남자아이는 우쭐한 표정으로 엄마가 건네준 러버덕을 품에 꼭 안고 수아를 향해 메롱 하며 혀를 날름거렸다.도범이 그녀의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이상하군요. 저희가 먼저 봤고, 제가 직접 제 딸아이한테 건넨 물건이데 왜 우리가 다른 곳에 가서 사야 하죠?”“그러니까. 당신들 너무한 거 아니에요? 선착순 몰라요 선착순?”박시율 역시 굳은 표정으로 씩씩거리며 눈앞의 무례한 여자를 쏘아보았다.“후후 알게 뭐예요. 지금 내 아들 손에 들려있으니까 당연히 우리 거죠. 그리고 당신들 아직 돈을 지불한 것도 아니잖아요?”여자는 거만한 표정으로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그녀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도범이 곧장 손을 뻗어 털이 복슬복슬한 러버덕 인형을 빼앗아 간 것이다.“죄송합니다. 이제 저희 손에 들어오게 되었네요!”“당신...”화가 난 여자가 오른손을 휙 들어 올리더니 식지를 쭉 뻗어 도범을 가리켰다.“아직 돈을 지불하지도 않았으니 당신들 것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도범이 아까 그녀가 했던 말을 곧이곧대로 돌려주었다.“다 큰 어른이 어린아이의 인형을 빼앗다뇨!”화가 난 여자가 뭐라 받아치면 좋을지 몰라 씩씩거렸다. 그러다 표독스러운 얼굴로 쏘아붙였다.“정말 신사다운 모습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군요!”“으엉...”남자아이가 수중에 들려있던 인형을 빼앗기자 울음을 터뜨렸다.“보세요. 이것 좀 보시라고요. 다 큰 어른이 아이의 장난감이나 빼앗아 가고. 부끄럽지도 않아요?”“심지어 제 아들을 울리기까지 했잖아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여자는 자신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초조해하며 도범을 향해 추궁하기 시작했다.곁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판매원이 더 이상 못 봐주겠다는 듯이 나서서 말리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