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아니에요. 진짜예요. 병사님이 좋은 마음으로 나섰다는 건 알겠어요. 하지만 정말 오셔서는 안 되었어요!”하가영이 결국 참지 못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지금껏 이렇게 서러웠던 적이 없었다.현재 그녀는 사는 게 지옥같이 느껴졌다.“참 이미 발을 다 들였는걸요. 저는 자기가 원했다고 말하는 사람이 살려달라고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사실 그전까지 쳐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알아차렸죠. 당신들이 자의로 이곳에 있는 게 아니라는걸요!”도범이 어깨를 으쓱거렸다.“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저 사람이 강제로 당신들을 제압한 거죠? 만약 그렇다면 제가 대신 저 자를 죽여주겠습니다!”“너 이 새끼 여기 웃기려고 온 거야? 일개 병사가 군 대장인 나를 죽이겠다고? 내가 살다 살다 또 이렇게 제 주제를 모르는 놈은 또 처음 보네!”소 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는 눈앞의 병사 놈이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드는 하룻강아지같이 느껴졌다. 일반 병사와 대장은 그 계급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비길 가치도 없을 정도였다.“전……”하가영이 도범을 바라보다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하하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담은 있고 저 자의 죄행을 밝힐 담은 없으십니까?”“하가영 씨 저를 믿으세요. 저 개 같은 군대장이 아무리 우리 화하를 위해 크나큰 공헌을 했다고 해도 오늘 이 일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도범이 허허 웃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병사님 확실히 저희는 협박을 당한 게 맞아요. 하지만 당신이 뭘 어쩔 수 있죠? 저 사람은 군대장이라고요!”서연이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저었다.“당신의 호의는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군대장, 그것도 7성급 대장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이 도시에 있을까요? 아마 여전신만이 저 사람을 이길 수 있을 거예요!”“하하 봤지? 저 여자들도 우리 둘 중 누가 더 강한지를 똑똑히 알고 있어!”소명용이 귀찮다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며 말했다.“지금 당장 너를 죽여 주지. 네놈한테 대장을 함부
도범이 탁하고 발을 구르더니 이번에는 자신 쪽에서 먼저 공격을 가했다.그가 몸을 날리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빨랐는데 순식간에 소명용의 눈앞에 나타나 주먹을 뻗었다.“뭐?”도범의 기이할 정도로 빠른 속도에 화들짝 놀란 소명용은 미처 권법을 쓰지도 못하고 그저 자신도 주먹을 움켜쥔 채 공격을 맞받아칠 수밖에 없었다.“퍽!”두 주먹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곧바로 소명용이 거대한 힘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악!”소명용이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붙잡았다. 그는 방금 그 충격에 자신의 오른팔이 골절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너, 너 대체 누구야? 난 군대장이라고! 네가 만약 여기서 나를 죽이면 한우현 전신님이 너를 가만둘 것 같아?”당황한 소명용이 이를 악물고 한우현을 들먹이며 도범을 협박했다.“하하 한우현이?”:도범이 그 말에 피식 비웃었다.“만약 한우현이 자신의 유능했던 부하가 이런 쓰레기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가슴 아파하겠습니까?”“난 오늘 그를 대신해서 청소를 해주고 있는 것뿐입니다!”도범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가 순식간에 소명용이 쓰러져 있는 곳까지 달려가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더니 힘을 주어 내리쳤다.“퍽!”소명용이 다급하게 손으로 막으려 했지만 이번에 도범이 사용한 힘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도범의 발이 그대로 그의 머리 위에 내리꽂혔다.그가 피를 토하며 눈앞을 꼿꼿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그제야 떠올렸다.전쟁터에서 그는 이 기술을 사용했던 사람을 본 적 있었다. 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존재 자체가 신비하고 세상 그 누구보다 강한 군의 장군님이었다!전쟁터에서 도범의 진짜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심지어 모두들 그를 장군님이라고 불렀기에 이름도 잊혀 있었다. 오직 장군이라는 그 호칭만의 최고의 영예로 여겨졌다.그는 생각지도 못했다. 도범이라는 이름을 가진 저놈이, 일반 병사라고 깔보았던 그가, 그 신비로운 남자였다니, 그가 바로 장군님이었
이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열린 문에 하가영과 서연은 화들짝 놀랐다.도범은 들어오는 사람을 힐끗 보더니 마치 아무것도 못 봤다는 듯이 계속하여 담배만 피웠다.홍희범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놀란 표정으로 바닥을 한 번, 그리고 여자들이 있는 쪽을 한 번 보고 말했다.“소명용 저 자가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그래. 저런 사람은 살 가치가 없어!”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일에 관해서는 내가 한우현한테 전화해서 잘 설명하도록 하지!”“그건 큰 문제가 아니죠!”홍희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이어서 말했다.“하지만 이러면 더 이상 도범 님의 신원을 감추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저 둘은 어쩌죠?”“저희 절대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을 거예요!”“맞아요 맞아요…… 저희 두 사람의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함부로 말하고 다니겠어요?”하가영과 서연은 혹시 홍희범이 그녀들을 죽여 입막음하려고 할까 봐 화들짝 놀라 해명했다.“걱정 마세요. 내가 당신들을 구했는데 설마 죽이겠습니까? 그러면 괜히 구한 게 되지 않습니까?”도범이 쓴웃음을 지었다.“다행히 싸움을 빨리 끝내서 큰 소동은 나지 않았어. 저쪽 정원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도 아마 이쪽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겠지.”홍희범이 식은땀을 흘렸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따라 나왔기 다행이었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싸우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소 대장은 이미 숨을 거두었다.오직 장군님 정도의 실력이 되어야만 상대가 제 실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제압하여 죽여버릴 수 있을 것이다.“그런데 이렇게 시체가 버젓이 놓여 있는 건 어떻게 해명하시려고요?”홍희범이 난처한 듯이 말했다.“이건 제가 죽였다고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지난번에 도범 님이 한 일을 제가 한 걸로 했다가 아직도 많은 대장님들이 제가 니엘을 죽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나같이 저한테 와서는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사람 몸이 시간차를 두고 폭발할 수 있냐고 물어서 혼났습니다!”“하하 내가
주현 무리는 술을 마시느라 도범과 홍희범이 몰래 떠났는지도 몰랐다.“두 사람 화장실에 참 오래 있네요.”두 사람과 한 상에서 밥을 먹던 이들도 의심을 하지는 않았다, 다들 알딸딸한 기분에 취해 서로에게 술을 권하기 바빴다.하지만 그때, 스포츠카 한 대가 펜션 앞에 멈춰 서더니 장진이 모습을 드러냈다.“전신!”문 앞에서 심심한 시간을 보내던 직원들은 장진을 보곤 놀라서 소리쳤다.“세상에, 정말 여전신이야!”“잘 됐어, 이번에 여전신까지 왔으니 우리 펜션 무조건 유명해질 수 있을 거야. 대장 두 분에 전신까지 왔다니!”직원들이 흥분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어서 가서 사장님한테 알려줘, 나는 전신을 위해 다이아 기념 베찌를 준비할 테니까.”다행히 그들은 대장에게 줄 다이아 베찌를 여분으로 두 개 더 준비해 둔 덕분에 장진에게 베찌를 달아줄 수 있었다.나머지 직원들은 펜션 사장을 찾으러 들어갔고 남은 직원이 베찌를 들고 장진에게 다가갔다.“사부님 정말 너무하네, 자기만 전우들 모이는 자리에 오고.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사부님이 오는 줄 알았다면 나도 따라왔을 텐데.”장진이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그녀는 조금 괘씸했다. 홍희범이 그녀에게 통지를 했지만 이런 시끄러운 장소가 싫기도 했고 소명용이 꺼려져 이 자리에 오지 않았었다. 그녀는 소명용이 가식적이게 느껴졌다.하지만 도범이 오는 줄 알았다면 무조건 이 자리에 참석했을 것이다.“안녕하세요, 전신님!”“전신님, 조금 늦으셨네요, 저희 12시에 식사 시작했는데.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 음식을 건드리지 않은 여분의 상이 있으니까요. 이건 저희가 전신님을 위해 준비한 기념 베찌입니다, 전신님께서 달아주시고 기념으로 남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직원이 웃으며 장진에게 말했다.“네.”장진은 도범이 왜 자신에게 얼른 오라고 한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베찌를 받아들고 안으로 걸어들어갔다.“뭐! 전신께서 오셨다고!”“세상에, 전신께서 오셨다고 합니다. 어서 나가보시죠.”
주현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장진이 오자마자 다른 말도 없이 사람들에게 식사를 마저 하라고 한 뒤, 직접 그곳으로 향했기 때문이었다.“설마 일이 탄로 난 건 가?”그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그녀를 따라가려고 했다. 일이 탄로 난 게 아니라면 장진이 그곳으로 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소명용도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인 건 맞았지만 여전신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여전신 앞에서 소명용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여전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가는 그를 죽이는 것도 가능했다.한우현 전신이 구체적인 상황을 알았다고 해도 여전신인 장진을 질타할 리가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복잡해진 주현이 장진을 저지하려 했다.“사장님,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여전신 말 못 들었어요? 식사 마저 하라고 하셨잖아요.”그때 황대성 대장이 주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전신이 한 말은 모두 명령입니다, 전신이 그냥 뱉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지켜야 한다고요. 지금 전신의 명령을 어길 생각입니까?”“그러니까요, 방금 보니 전신님께서 꽤 급해 보이는 것 같은데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까 전신님 명령대로 행동하면 돼요.”다른 한 준장이 말했다.“저, 저는 여진신께서 무엇을 하러 가는 건지 궁금해서. 처음 여기에 오는 것이니 길을 잘 알지 못해서 잘못 갈 수도 있잖아요.”주현이 다급하게 설명했다. 그의 이마에는 이미 식은땀이 나있었다.그는 소명용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명용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 연예인 둘을 그에게 내어줬다가 여전신까지 끌어들이게 될 줄 생각도 하지 못했다.“그건 전신이 알아서 할 일이죠, 전신이 말을 했으니 저희는 그대로 움직이면 됩니다.”황대성이 웃으며 말했다.“저도 전신이 무엇을 하러 가는 건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따라갈 용기를 못 내고 있는데 사장님이 무슨 자격으로 전신을 따라가려고 하는 겁니까?”“그렇네요, 제가 마음이 급했네요. 이렇게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식사하시죠.”주현이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남아 계속 술
사람들은 그 소리를 듣곤 자리에서 일어났다.“젠장!”그 소리를 들은 주현은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다. 전신과 대장이 싸운다면 대장은 전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계획했던 일이 탄로 난다면 주현은 이걸로 끝이었다.주현은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그때 도범과 홍희범이 달려 나왔고 곧이어 소리도 멈추었다.머지않아 사람들은 소명용의 시체를 끌고 나오는 장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서 억울한 표정을 한 하가영과 서연이 걸어 나왔다.“설마 대장이 죽은 거야?”“왜? 7급 대장이? 술 취해서 들어가 자겠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갑자기 여전신 손에 죽은 거야?”“저 여자 둘 표정 좀 봐, 하가영 얼굴에 손자국이며 핏자국까지, 설마?”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마디씩 했다.장진은 사람들 앞으로 다가와 소명용의 시체를 땅에 내던졌다. 그리고 하가영과 서연을 한 눈 보더니 말했다.“당신들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다 얘기해요, 그리고 이 사람 오늘 죽어도 싸!”그 말을 들은 주현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이유를 알 수 없었던 직원들이 주현에게 다가가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지금의 주현은 정신을 차릴 수도, 몸에 힘을 줄 여력도 없었다.“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자백하네.”장진이 차가운 얼굴로 주현을 보며 말했다.“주현 사장이 소명용 이 짐승 같은 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저희를 협박해서 소명용과 하룻밤을 같이 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에게 100억을 주겠다고 했지만 저희가 거절하자 140억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저희가 거절하니 저희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습니다.”“저희는 어쩔 수없이 사장님을 따라갔고 취한 척했던 소명용이 저희 두 사람을 강간하려고 했습니다. 저희가 말을 듣지 않으니 손찌검까지 했고요.”서현이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하지만 다행히 도범이랑 홍희범 준장님께서 화장실에 가시던 중, 저희의 목소리를 듣고 여전신에게 전화를 해 전신께서 저희를 구해주고 소명용을
장진의 말을 들은 하재열의 안색이 새하얘졌다. 소명용도 분명 대단한 존재이긴 했지만 눈앞의 이 예쁘장한 여자는 전신이었다. 그의 삼촌인 소명용보다도 더 대단한 존재였다.“아, 아니…”바닥에 주저앉아있던 주현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뗐다.소명용은 들어간 지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소명용이 두 여자를 데리고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지 않은 이상, 장진이 올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현장에서 잡히지도 않았고 소명용도 죽었으니 증거도 없는 셈이었다. 그러니 장진이 자신을 죽일 수 없을 것이라고 주현은 생각했다.“뭐가 아니라는 거죠?”장진이 차가운 얼굴로 주현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여자들을 협박해서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는 당신 같은 인간들은 다 죽어야 해.”장진도 멍청하지 않았다. 질질 끌었다가는 들통날 것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직접 주현의 얼굴을 내려쳤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현은 그렇게 장진의 손에 죽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역시 여전신인 장진이 소문에서 듣던 그대로라고 생각했다. “전우애를 다지겠다고는 생각은 좋았지만 어떤 대장들은 퇴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돈이 많으니 이상한 짓거리를 하고 다니네요. 여러분들께서 이를 교훈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런 일을 저한테 들켰다가는 이 사람이랑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오늘 다행히 도범과 홍희범 준장께서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저에게 알려준 덕분에 두 아가씨께서 화를 당하지 않았으니 이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우리 퇴역했지만 여전히 화하의 군인이니 여전히 화하를 위해 공헌을 하고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불공평한 일을 만나면 언제든지 용감하게 나서야 합니다.”장진은 도범과 홍희범을 칭찬을 한 뒤, 벌벌 떨고 있는 펜션 직원들을 보며 다시 말했다.“이 두 시체를 끌고 나가서 들개한테 먹이세요, 아직 배를 불리지 못한 분들은 계속 드시고요.”“정말 괘씸하네요, 소명용
도범과 홍희범도 펜션을 떠났다. 도범은 장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7급 대장을 죽였다는 것을 들켰다면 장군의 신분을 감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여겼다.하재열도 자신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왔다.차에 올라탄 그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젠장, 다 그 도범이라는 자식 때문이야, 아니면 삼촌도 죽었을 리가 없어!”하재열이 주먹을 쥐고 분노했다.“평범한 경호원은 그 자식을 이길 수 없어요. 게다가 똑똑하기까지 하니 문제예요, 자기랑 홍희범이 대장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전신에게 연락을 했으니. 하필 여전신은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이라 홧김에 소 대장님을 죽였고.”경호원이 말했다.“나는 몰라, 홍희범 준장은 황대성 부하이니 건드리면 안 되는 인간이야. 하지만 도범은 평범한 군인일 뿐이잖아, 나 하재열 그런 인간을 절대 가만둘 수 없어. 그래도 하 씨 집안 꽤나 대단한 집인이라고, 용 씨 집안도 무서울 게 없는데 내가 그 자식 하나 해결 못할까 봐?”하재열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하 씨 집안은 소명용이 있었기에 2년 동안 세력을 키울 수 있었다. 특히 소명용이 퇴역하고 돌아온 지금, 그들은 아무 걱정 없이 날아다닐 수 있었다.그런데 오늘 소명용이 결성한 모임에서 오히려 죽임을 당했다니, 그것도 여전신의 손에.“아버지, 소명용 삼촌이 죽었어요.”잠시 고민하던 하재열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재열은 그 말을 하면서도 믿기지 않았다.“재열아,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런 농담하는 거 아니다, 네 삼촌 7급 대장이야, 그런데 죽다니.”하재열의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하재열의 말을 믿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아버지, 정말이에요. 삼촌이랑 더나인 펜션 사장이 모두 전신에게 죽임을 당했다고요.”하재열이 곧 울음을 터뜨릴 듯 말했다. 그는 무척이나 괴로웠다, 소명용이 그래도 하 씨 집안사람들에게는 꽤 잘 대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는 하재열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대해줬다.“뭐!”하재열의 아버지가 그제야 심각함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