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기사 옷을 입은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얼이 빠져 보였다.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당연히 저놈들이 어떤 검은 속셈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더러 와이프를 남겨두라니, 저 자식들이 어디 그녀를 가만히 놔두겠는가!하지만 2천만 원 역시 그한테는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도 내놓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당신들…”너무나 화가 난 그녀는 눈에 핏발이 다 서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다른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그녀 역시 몇몇 무서운 당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화당은 신용당보다도 더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당이었다.그들과 같은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그런 자들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부탁드립니다 형님, 제 마누라는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저희한테는 이제 5개월 된 아이도 있습니다. 지금 아이는 엄마가 돌아가서 젖을 먹이기만을 기다기고 있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만 저희들을 놓아주세요. 제가 40만 원 드릴게요.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이것밖에 없어서…”남자 배달원이 상대방의 옷자락을 붙잡고 빌기 시작했다.“이거 놓지 못해? 너희들 같은 배달 기사들 손이 얼마나 더러운 줄 알고 막 만져! 한 번만 더 내 옷 만졌다 봐. 죽여버릴 거니까!”경호가 고개를 숙여 남자 배달원의 손을 보며 지독하게 말했다.남자가 어쩔 수없이 옷자락을 놓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발 부탁드릴게요. 선처를 베풀어 주세요. 네?”“거참 말이 많네. 나한테 이런 사연 팔이 해봤자 쓸모없거든?”경호가 그를 발로 툭툭 차면서 말했다.“네 집 자식이 몇 살인지가 나하고 뭔 상관인데? 말해.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건지. 나한테 2천만 원을 주고 둘이 같이 돌아가던가, 아니면 네 마누라만 남겨두고 가던가!”“그 자는 둘 중 아무 쪽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낮고 힘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서 살벌한 기운이 풍겨졌다.용신애와 도범이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저 일개 군인이었던 자가 퇴역하고 돌아왔을 뿐이었다. 설마 그가 이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설마 그가 감히 이화당과 척을 지려고 한 단 말인가?“도범이 형 지금 내 꼴 웃기죠? 형이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무릎이나 꿇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이에요.”강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허리는 이미 고된 생활고에 시달려 굽을 만큼 굽어 있었다.그는 더 이상 몇 년 전 도범과 함께 술을 마시며 나중에 식당을 열어서 식당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펼치던 강호가 아니었다.현실은 이미 그의 꿈을 좀먹었고 그의 허리를 굽게 만들었다.“당장 일어나!”도범은 그를 보며 가슴이 저릿해났다.“강호야 네가 아직 남자로 살고 싶다면 저런 쓰레기들한테 무릎 꿇어서는 안 돼. 당장 일어나. 내가, 이 도범이 형이 말하잖아. 지금 당장 거기서 일어나!”“하지만…”강호가 고개를 들고 도범을 바라보았다.“도범 형, 형 그만 가요. 저 형한테까지 페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어서 가요. 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네가? 네가 무슨 수로 해결할 건데? 고집부리지 말고 형 말 들어. 당장 일어나!”도범이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던지 뿌득뿌득 소리가 다 났다.그는 강호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그저 마지막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만약 정말로 다른 수가 있었다면 저런 개자식한테 무릎을 꿇지도 않았을 것이다.“강호 씨 일어나요! 당신 형을 믿어봐요!”그런데 그때, 강호의 아내가 성큼 앞으로 걸어가 억지로 강호를 일으켜 세웠다.그녀는 도범이 이토록 강한 어조로 강호한테 일어나라고 말했으니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도범이 군인이 된 후 전쟁터에서 5년을 버티며 살아남은 것도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비록 그녀 역시 도범이 어디에서 나온 자신감으로 이화당 사람들과 척을 지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어라 이제 보니 아는 사이였어?”경호가 피식 웃
“건방 떨기는!”건달 세 명이 곧바로 도범을 에워싸며 다가오더니 주먹을 꼭 쥐고 팔을 뻗었다.“퍽퍽퍽!”도범이 번개처럼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세 건달은 도범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그의 주먹에 한 방씩 맞고 그대로 픽 무너졌다. 입에서는 피를 뿜고 있었고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휘둥그레져 있다가 곧바로 죽어버렸다.“이건…”경호는 머릿수만 믿고 팔짱을 낀 채 곁에서 좋은 구경거리가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1초나 지났을까? 자신의 부하 셋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 것이다.그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그제야 겨우 침을 삼켰다.“이럴 수가!”곁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사람을 죽였어. 세상에 어떻게 감히 이화당 사람을 죽일 수 있지?”“그러게 말이야. 저놈 담이 커도 너무 큰 거 아니야?”“하지만 진짜 통쾌하네. 이화당 사람들 원래 엄청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잖아. 군인은 역시 군인이네. 역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달라. 전투 실력이 어마어마하잖아. 몇 대 치지도 않았는데 사람 셋을 죽여버리다니!”곧이어 사람들이 분분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어떤 사람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기도 했다. 방금 그 장면이 확실히 놀랍긴 했었나 보다.“너 이 새끼 우, 우리는 이화당 사람이라고. 네가 감히 이화당 사람을 죽여? 너 이화당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는 알아? 몇 천이나 된다고 몇 천. 네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경호 역시 순식간에 도범의 기세에 눌렸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뒷배를 떠올리고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도범 아주버님! 그냥 저놈들 교육만 시키면 되지 뭐 죽이기까지 해요? 저자들을 죽이면 이화당한테 찍히는 거라고요!”강호의 아내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도범이 이번에는 진짜 사고를 친 것이다.이화당의 세력은 실로 강했다. 현재 이곳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나중에 그들이
“내일 봐!”경호가 콧방귀를 뀌더니 화가 나서 가버렸다.“사장님, 여기 얼마예요?”용일비가 웃으며 200만 원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음식값이랑 이 시체를 처리해 주는 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네, 당연하죠!”사장님이 얼른 웃으며 달려 나왔다.“저 경호라는 사람 좋은 놈이 아니에요, 전부터 눈에 거슬렸거든요. 평소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봤지만 누가 감히 혼을 못 냈었는데, 그리고 평소 제 가게에서 밥을 먹고도 돈을 내는 법이 없었거든요. 저놈이 저희 가게에서 먹은 밥값만 해도 몇 백만 원은 될 건데 한 번을 안 주더라고요.”“그러니까요, 저놈이 죽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데 다행이에요.”“역시 군인 출신은 달라요, 몇 번 만에 저 양아치들을 깔끔하게 처리해 주다니.”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도범을 칭찬하기 시작했다.“총각, 얼른 중주를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절대 저놈들이랑 싸우지 말아요. 저놈들 사람도 많고 세력도 광범위해서 여기를 떠나야만 살 수 있어요. 이화당에는 고수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그때 나이가 지긋한 한 영감이 도범에게 말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저놈들 함부로 어쩌지 못합니다.”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도범 형, 다 제 잘못이에요. 저만 아니었다면 형이 이화당 사람들의 미움을 살 일을 없었을 텐데. 이제 어떡해요? 내일 정말 저놈들이랑 싸우러 가려는 건 아니죠?”강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이것보다 더 대단한 놈들도 많이 상대해 봤으니까. 시간도 늦었으니까 얼른 집으로 가, 그리고 집 주소가 어딘지 나한테 알려줘. 내가 시간 날 때 가볼 테니까 그때 술이나 한잔 해.”“네.”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미안한 얼굴로 아내를 데리고 떠났다.“속이 시원하네요!”강호가 떠난 뒤, 용일비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속이 시원하긴 한데 뭔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 같은데요.”도범은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다
용일비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어쩐지 말이 없더라니, 이제 어떡해요? 차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도범 씨가 업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용신애가 도범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도범이 용신애를 보며 난감하게 말했다.용일비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허벅지를 전부 내놓고 있었기에 도범이 그녀를 업는다면 어쩔 수없이 신체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용일비는 섹시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함부로 구는 여자는 아니었다.도범은 오늘 자신과 주량을 비겨보겠다는 용일비를 보며 그녀가 그날의 일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 어때요? 제가 업을 순 없잖아요.”용신애가 도범을 보며 말했다.“얼른요,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안 갈 거예요?”“알겠어요.”도범이 결국 용일비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더니 그녀를 등에 업었다.용일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도범의 등에 업혔다. 도범은 그녀의 두 다리를 잡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는 아직 박시율도 업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용일비에게 처음으로 등을 내어주게 되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차를 끌고 왔어야 했다고 도범은 생각했다.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길이 멀지 않으니 걸어서 와도 된다고 그는 생각했었다.“뭐예요? 부끄러워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용신애가 복잡한 도범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도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쯧쯧, 표정이 왜 그래요? 다른 남자였다면 이렇게 예쁜 여자를 등에 업을 수 있다고 잔뜩 신이 나있었을 텐데. 도범 씨는 기분이 별로인 가 봐요.”“제 아내도 아직 업어본 적 없는데…”도범은 박시율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뭐예요? 아이가 벌써 그렇게 컸는데…”용신애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곧 순응했다.“도범 씨가 그때 박이성을 대신해서 결혼 이튿날에 전쟁터에 나갔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두 사람 감정이 그렇게 깊지 못하다는 걸 생각 못 했
“안돼!”그는 자신이 등에 용일비를 업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 얼른 다른 한 손으로 용일비를 받쳤다.취해있던 용일비는 다시 도범의 등에 안정적으로 업혔다.하지만 도범은 한바탕 난리에 중심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용신애의 무게까지 더해져 한쪽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겁에 질렸던 용신애도 반사적으로 도범의 다른 한 손을 잡고 도범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용신애는 도범을 자신에게 끌어당겼고 도범은 등에 용일비를 업고 있었던 덕분에 그녀의 무게까지 더해져 도범은 용신애 쪽으로 넘어졌다.“읍!”그리고 용신애의 몸 위로 넘어진 도범의 입술이 용신애의 입술에 맞닿았다.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용신애는 도범에게 깔려 빨개진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도범도 놀라서 얼른 고개를 들고 일어서려고 했다.하지만 등에 업혀있던 용일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용신애와 입을 맞추게 되었다. 용신애에게 사과를 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와 두 번째 입맞춤을 하게 되었다.용신애는 도범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는 그녀의 첫 키스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용신애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딱 맞아떨어졌다.“세상에,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있는 남자랑… 내가…”용신애는 자신이 잠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평소 도범을 좋은 남자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생각을 품지는 않았다.도범도 얼른 몸을 일으키더니 용신애를 일으켜 세우곤 용일비를 다시 등에 업었다.“아가씨도 보셨다시피 저 방금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 욕하지 마세요.”용일비를 등에 업은 도범은 감히 용신애를 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아직 남자친구도 사귀어보지 못한 아가씨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저, 저도 알아요. 도범 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욕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용신애가 붉어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해졌다.“그런데 방
“방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건 아니겠죠?”용 씨 저택이 보이자 도범이 물었다.그는 이 어색한 상황을 다른 경호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당연히방까지 데려다줘야죠, 아니면 제가 하라는 거예요? 업은 김에 얼른 방에 데려다줘요.”용신애가 도범을 흘겨보며 말했다. 도범과 두 번이나 입을 맞추게 된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잠깐만요.”용신애가 갑자기 도범을 보더니 물티슈 한 장을 꺼냈다.“이리 와요, 제가 입 좀 닦아줄게요.”그리곤 도범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도범 씨 입술에 립스틱 자국이 있어요, 이걸 다른 사람한테 들킨다면 그때는 정말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고요.”그 말을 들은 도범이 얌전하게 용신애에게 입술을 내어줬다. 다행히 용신애가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집에 가서 박시율에게 들켰다면 그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집에는 박시율의 어머니까지 있었기에 이런 모습을 들켰다가는 분명 이혼하라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다.“다행히 아가씨가 발견했네요.”도범이 자신의 입술을 닦아주는 용신애를 어색하게 바라봤다. 분위기는 또다시 어색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심지어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다 됐어요.”용신애가 일부러 담담한 척 몸을 돌렸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연인들끼리만 할만한 행동을 그녀는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었기에 무척이나 긴장했다.게다가 도범이 잘생기고 남자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덕분에 용신애는 방금 전, 정신을 놓을 뻔했다.하지만 도범은 용일비를 등에 업고 있었기에 그녀가 아니라면 그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닦아줄 사람도 없었다.두 사람은 드디어 별장 앞에 도착했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은 용신애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그녀의 뒤에 선 도범을 본 그들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용일비는 이름난 미녀였다. 그녀는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수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다.하지만 용일비는
주원이 웃으며 도범의 등에 업힌 여자를 보더니 그를 향해 엄지를 세웠다.“역시 형님이 대단하십니다, 미녀를 등에 업고 돌아오셨으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일비 아가씨가 취해서 업고 올 수밖에 없었던 거야.”도범이 주원을 노려보며 말했다.“왜 변명을 하고 그래요, 괜히 더 의심하고 싶어지게.”서하도 웃으며 도범을 놀렸다. 경호원들 사이에서 도범은 이미 그들의 롤 모델이 되어있었다.용 씨 집안의 3대 경호원도 이런 대우를 받지는 못했다.“얼른 집에 가, 나 하늘을 우러러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사람이니까.”도범이 두 사람을 노려보곤 용일비의 별장으로 향했다.용신애는 웃으며 그런 도범의 뒤를 따랐다.“형님 역시 대단해, 일비 아가씨를 취하게 만들다니.”“그러니까, 저번에 우리 일비 아가씨랑 같이 술을 마셨는데 7, 8명 되는 사람들 전부 아가씨한테 졌었지?”“응, 형님은 역시 형님이야, 이번에 우리 대신 복수를 해준 거네.”도범이 떠난 뒤, 경호원들이 한마디씩 했다.“미녀를 둘씩이나 끼고 밥을 먹다니, 나는 언제 저런 대우를 받아보는 거지?”서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너? 다음 생에나 되려나.”주원이 웃으며 대답했다.“도범 씨 정말 대단해요, 일비 언니를 업고 꽤 많이 걸었는데 땀도 안 났네요, 힘든 것 같지도 않고.”용일비를 침대에 눕히고 신발까지 벗겨주는 도범을 보며 용신애는 감탄했다.“진정한 고수에게 이건 아무것도 아니죠, 일비 아가씨 둘을 업어도 저는 거뜬해요.”하지만 그 말을 들은 용신애가 도범을 흘겨봤다.“정말 욕심도 많네요, 하나로도 모자라서 둘씩이나 업고 싶다는 거예요?”용신애의 말을 들은 도범이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저는 이제 집에 가볼게요.”도범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용일비의 방을 나섰다.“저기요, 이렇게 가겠다고요? 날도 더운데 일비 언니 씻기고 재워야 할 거 아니에요. 저 혼자 언니를 어떻게 화장실까지 데리고 가라고요.”하지만 도범이 방을 벗어나기도 전에 용신애가 다시 입을 뗐다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