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왜 그래요?”용신애는 진작 일어나 이 일에 나설 생각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약자를 괴롭히는 부류의 사람들을 가장 싫어했다. 심지어 다짜고짜 손부터 대다니. 분명 지나친 행동이었다.그녀가 막 일어나려고 할 때 도범이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속으로 내심 기뻐하고 있었다. 도범이 자신처럼 이런 불평등한 상황을 가만히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다.“하하 20만? 그걸로 된다고 생각해?”경호 형님이라는 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내 옷은 20만 원이 맞는데 당신 아까 나를 때렸잖아. 그건 얼마나 받아야 할까? 그리고 나를 깜짝 놀라게 만든 정신적 손해 배상도 해야지. 그건 또 얼마나 될까? 이 옷은 돈 필요 없어. 나는 딱 이거랑 똑같게 생긴 옷을 원하거든. 그것도 당신이 만지기 전 상태의 이 옷. 어때? 그 옷을 나한테 줄 수 있겠어?”“당신들, 당신들 적당히 좀 해요. 우리는 이미 사과도 했어요. 그리고 당신도 나를 때렸잖아요!”여자가 뺨을 감싼 채 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너희들을 때린 건 저 남자가 먼저 나를 건드렸기 때문이지. 너희들이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런 거라고. 그게 같아?”경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다 내 탓이야 여보, 바닥이 그렇게 미끄러울 거라고 생각지 못했어. 멍청하게 넘어지기나 하고!”남자 배달 기사가 속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도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이런 막무가내 일은 처음 당한 터라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둘이 부부였어? 재밌네…”경호라는 남자가 씩 웃더니 이어서 말했다.“이렇게 하지. 나도 당신들을 난처하게 할 생각이 없어. 그냥 2천만 원만 내면 순순히 보내줄게. 그게 아니라면…”“너무 하잖아?”“그러게 말이야. 저 사람이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 그리고 그냥 살짝 부딪혔을 뿐이잖아. 실 한 톨 풀리지도 않았는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맞아. 사과도 했고 옷도 더럽혀지지 않았는데 저 사
배달 기사 옷을 입은 남자가 그 말을 듣고 아연실색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그는 얼이 빠져 보였다.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당연히 저놈들이 어떤 검은 속셈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더러 와이프를 남겨두라니, 저 자식들이 어디 그녀를 가만히 놔두겠는가!하지만 2천만 원 역시 그한테는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털어도 내놓을 수 없는 금액이었다.“당신들…”너무나 화가 난 그녀는 눈에 핏발이 다 서있었다. 그렇지만 막상 다른 좋은 수가 떠오르지 않아 답답할 뿐이었다.그녀 역시 몇몇 무서운 당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화당은 신용당보다도 더 패악질을 부리고 다니는 당이었다.그들과 같은 평범한 시민이 어떻게 그런 자들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부탁드립니다 형님, 제 마누라는 예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저희한테는 이제 5개월 된 아이도 있습니다. 지금 아이는 엄마가 돌아가서 젖을 먹이기만을 기다기고 있어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만 저희들을 놓아주세요. 제가 40만 원 드릴게요.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이것밖에 없어서…”남자 배달원이 상대방의 옷자락을 붙잡고 빌기 시작했다.“이거 놓지 못해? 너희들 같은 배달 기사들 손이 얼마나 더러운 줄 알고 막 만져! 한 번만 더 내 옷 만졌다 봐. 죽여버릴 거니까!”경호가 고개를 숙여 남자 배달원의 손을 보며 지독하게 말했다.남자가 어쩔 수없이 옷자락을 놓고 그대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제발 부탁드릴게요. 선처를 베풀어 주세요. 네?”“거참 말이 많네. 나한테 이런 사연 팔이 해봤자 쓸모없거든?”경호가 그를 발로 툭툭 차면서 말했다.“네 집 자식이 몇 살인지가 나하고 뭔 상관인데? 말해.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건지. 나한테 2천만 원을 주고 둘이 같이 돌아가던가, 아니면 네 마누라만 남겨두고 가던가!”“그 자는 둘 중 아무 쪽도 선택하지 않을 거야!”바로 그때, 낮고 힘 있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서 살벌한 기운이 풍겨졌다.용신애와 도범이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고 달라질 게 있을까? 그저 일개 군인이었던 자가 퇴역하고 돌아왔을 뿐이었다. 설마 그가 이들과 싸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설마 그가 감히 이화당과 척을 지려고 한 단 말인가?“도범이 형 지금 내 꼴 웃기죠? 형이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다른 사람한테 무릎이나 꿇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이에요.”강호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허리는 이미 고된 생활고에 시달려 굽을 만큼 굽어 있었다.그는 더 이상 몇 년 전 도범과 함께 술을 마시며 나중에 식당을 열어서 식당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펼치던 강호가 아니었다.현실은 이미 그의 꿈을 좀먹었고 그의 허리를 굽게 만들었다.“당장 일어나!”도범은 그를 보며 가슴이 저릿해났다.“강호야 네가 아직 남자로 살고 싶다면 저런 쓰레기들한테 무릎 꿇어서는 안 돼. 당장 일어나. 내가, 이 도범이 형이 말하잖아. 지금 당장 거기서 일어나!”“하지만…”강호가 고개를 들고 도범을 바라보았다.“도범 형, 형 그만 가요. 저 형한테까지 페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어서 가요. 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어요!”“네가? 네가 무슨 수로 해결할 건데? 고집부리지 말고 형 말 들어. 당장 일어나!”도범이 이를 악물었다. 주먹을 어찌나 꽉 쥐었던지 뿌득뿌득 소리가 다 났다.그는 강호가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건 그저 마지막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만약 정말로 다른 수가 있었다면 저런 개자식한테 무릎을 꿇지도 않았을 것이다.“강호 씨 일어나요! 당신 형을 믿어봐요!”그런데 그때, 강호의 아내가 성큼 앞으로 걸어가 억지로 강호를 일으켜 세웠다.그녀는 도범이 이토록 강한 어조로 강호한테 일어나라고 말했으니 분명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도범이 군인이 된 후 전쟁터에서 5년을 버티며 살아남은 것도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비록 그녀 역시 도범이 어디에서 나온 자신감으로 이화당 사람들과 척을 지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어라 이제 보니 아는 사이였어?”경호가 피식 웃
“건방 떨기는!”건달 세 명이 곧바로 도범을 에워싸며 다가오더니 주먹을 꼭 쥐고 팔을 뻗었다.“퍽퍽퍽!”도범이 번개처럼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세 건달은 도범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그의 주먹에 한 방씩 맞고 그대로 픽 무너졌다. 입에서는 피를 뿜고 있었고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휘둥그레져 있다가 곧바로 죽어버렸다.“이건…”경호는 머릿수만 믿고 팔짱을 낀 채 곁에서 좋은 구경거리가 펼쳐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1초나 지났을까? 자신의 부하 셋이 그 자리에서 죽어버린 것이다.그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그제야 겨우 침을 삼켰다.“이럴 수가!”곁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이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사람을 죽였어. 세상에 어떻게 감히 이화당 사람을 죽일 수 있지?”“그러게 말이야. 저놈 담이 커도 너무 큰 거 아니야?”“하지만 진짜 통쾌하네. 이화당 사람들 원래 엄청 사람들을 괴롭히고 다녔잖아. 군인은 역시 군인이네. 역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은 달라. 전투 실력이 어마어마하잖아. 몇 대 치지도 않았는데 사람 셋을 죽여버리다니!”곧이어 사람들이 분분히 떠들어대기 시작했다.어떤 사람은 뒤로 몇 걸음 물러나기도 했다. 방금 그 장면이 확실히 놀랍긴 했었나 보다.“너 이 새끼 우, 우리는 이화당 사람이라고. 네가 감히 이화당 사람을 죽여? 너 이화당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는 알아? 몇 천이나 된다고 몇 천. 네가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경호 역시 순식간에 도범의 기세에 눌렸다. 하지만 곧바로 자신의 뒷배를 떠올리고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도범 아주버님! 그냥 저놈들 교육만 시키면 되지 뭐 죽이기까지 해요? 저자들을 죽이면 이화당한테 찍히는 거라고요!”강호의 아내 역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도범이 이번에는 진짜 사고를 친 것이다.이화당의 세력은 실로 강했다. 현재 이곳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는데 나중에 그들이
“내일 봐!”경호가 콧방귀를 뀌더니 화가 나서 가버렸다.“사장님, 여기 얼마예요?”용일비가 웃으며 200만 원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음식값이랑 이 시체를 처리해 주는 돈으로 이 정도면 충분하겠죠?”“네, 당연하죠!”사장님이 얼른 웃으며 달려 나왔다.“저 경호라는 사람 좋은 놈이 아니에요, 전부터 눈에 거슬렸거든요. 평소에는 사람을 괴롭히는 것을 봤지만 누가 감히 혼을 못 냈었는데, 그리고 평소 제 가게에서 밥을 먹고도 돈을 내는 법이 없었거든요. 저놈이 저희 가게에서 먹은 밥값만 해도 몇 백만 원은 될 건데 한 번을 안 주더라고요.”“그러니까요, 저놈이 죽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었는데 다행이에요.”“역시 군인 출신은 달라요, 몇 번 만에 저 양아치들을 깔끔하게 처리해 주다니.”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도범을 칭찬하기 시작했다.“총각, 얼른 중주를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절대 저놈들이랑 싸우지 말아요. 저놈들 사람도 많고 세력도 광범위해서 여기를 떠나야만 살 수 있어요. 이화당에는 고수들이 아직 많이 있어요.”그때 나이가 지긋한 한 영감이 도범에게 말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있으니 저놈들 함부로 어쩌지 못합니다.”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도범 형, 다 제 잘못이에요. 저만 아니었다면 형이 이화당 사람들의 미움을 살 일을 없었을 텐데. 이제 어떡해요? 내일 정말 저놈들이랑 싸우러 가려는 건 아니죠?”강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나 이것보다 더 대단한 놈들도 많이 상대해 봤으니까. 시간도 늦었으니까 얼른 집으로 가, 그리고 집 주소가 어딘지 나한테 알려줘. 내가 시간 날 때 가볼 테니까 그때 술이나 한잔 해.”“네.”강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집 주소를 알려줬다. 그리고 미안한 얼굴로 아내를 데리고 떠났다.“속이 시원하네요!”강호가 떠난 뒤, 용일비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속이 시원하긴 한데 뭔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것 같은데요.”도범은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았지만 다
용일비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잠을 자고 있었다.“어쩐지 말이 없더라니, 이제 어떡해요? 차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도범 씨가 업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용신애가 도범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도범이 용신애를 보며 난감하게 말했다.용일비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던 덕분에 허벅지를 전부 내놓고 있었기에 도범이 그녀를 업는다면 어쩔 수없이 신체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용일비는 섹시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지만 함부로 구는 여자는 아니었다.도범은 오늘 자신과 주량을 비겨보겠다는 용일비를 보며 그녀가 그날의 일을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 어때요? 제가 업을 순 없잖아요.”용신애가 도범을 보며 말했다.“얼른요, 시간도 늦었는데 집에 안 갈 거예요?”“알겠어요.”도범이 결국 용일비를 조심스럽게 부축하더니 그녀를 등에 업었다.용일비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도범의 등에 업혔다. 도범은 그녀의 두 다리를 잡으니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는 아직 박시율도 업어보지 못했다. 그런데 용일비에게 처음으로 등을 내어주게 되었다.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차를 끌고 왔어야 했다고 도범은 생각했다.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길이 멀지 않으니 걸어서 와도 된다고 그는 생각했었다.“뭐예요? 부끄러워요? 긴장한 것 같기도 하고.”용신애가 복잡한 도범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도범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쯧쯧, 표정이 왜 그래요? 다른 남자였다면 이렇게 예쁜 여자를 등에 업을 수 있다고 잔뜩 신이 나있었을 텐데. 도범 씨는 기분이 별로인 가 봐요.”“제 아내도 아직 업어본 적 없는데…”도범은 박시율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다.“뭐예요? 아이가 벌써 그렇게 컸는데…”용신애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곧 순응했다.“도범 씨가 그때 박이성을 대신해서 결혼 이튿날에 전쟁터에 나갔다는 걸 깜빡했네요. 이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두 사람 감정이 그렇게 깊지 못하다는 걸 생각 못 했
“안돼!”그는 자신이 등에 용일비를 업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 얼른 다른 한 손으로 용일비를 받쳤다.취해있던 용일비는 다시 도범의 등에 안정적으로 업혔다.하지만 도범은 한바탕 난리에 중심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용신애의 무게까지 더해져 한쪽으로 넘어지려고 했다.겁에 질렸던 용신애도 반사적으로 도범의 다른 한 손을 잡고 도범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용신애는 도범을 자신에게 끌어당겼고 도범은 등에 용일비를 업고 있었던 덕분에 그녀의 무게까지 더해져 도범은 용신애 쪽으로 넘어졌다.“읍!”그리고 용신애의 몸 위로 넘어진 도범의 입술이 용신애의 입술에 맞닿았다.그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용신애는 도범에게 깔려 빨개진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도범도 놀라서 얼른 고개를 들고 일어서려고 했다.하지만 등에 업혀있던 용일비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번 용신애와 입을 맞추게 되었다. 용신애에게 사과를 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와 두 번째 입맞춤을 하게 되었다.용신애는 도범이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는 그녀의 첫 키스였다.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용신애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모든 것이 다 그렇게 딱 맞아떨어졌다.“세상에, 결혼까지 하고 애까지 있는 남자랑… 내가…”용신애는 자신이 잠 재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평소 도범을 좋은 남자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생각을 품지는 않았다.도범도 얼른 몸을 일으키더니 용신애를 일으켜 세우곤 용일비를 다시 등에 업었다.“아가씨도 보셨다시피 저 방금 일부러 그런 거 아닙니다. 욕하지 마세요.”용일비를 등에 업은 도범은 감히 용신애를 보지 못했다. 모든 것이 무척이나 어색했다. 아직 남자친구도 사귀어보지 못한 아가씨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저, 저도 알아요. 도범 씨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욕 안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용신애가 붉어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녀는 얼굴이 화끈해졌다.“그런데 방
“방까지 데려다줘야 하는 건 아니겠죠?”용 씨 저택이 보이자 도범이 물었다.그는 이 어색한 상황을 다른 경호원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당연히방까지 데려다줘야죠, 아니면 제가 하라는 거예요? 업은 김에 얼른 방에 데려다줘요.”용신애가 도범을 흘겨보며 말했다. 도범과 두 번이나 입을 맞추게 된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잠깐만요.”용신애가 갑자기 도범을 보더니 물티슈 한 장을 꺼냈다.“이리 와요, 제가 입 좀 닦아줄게요.”그리곤 도범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닦기 시작했다.“도범 씨 입술에 립스틱 자국이 있어요, 이걸 다른 사람한테 들킨다면 그때는 정말 뭐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고요.”그 말을 들은 도범이 얌전하게 용신애에게 입술을 내어줬다. 다행히 용신애가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집에 가서 박시율에게 들켰다면 그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집에는 박시율의 어머니까지 있었기에 이런 모습을 들켰다가는 분명 이혼하라고 난리를 칠 것이 분명했다.“다행히 아가씨가 발견했네요.”도범이 자신의 입술을 닦아주는 용신애를 어색하게 바라봤다. 분위기는 또다시 어색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그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심지어 얼굴도 조금 붉어졌다.“다 됐어요.”용신애가 일부러 담담한 척 몸을 돌렸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댔다. 연인들끼리만 할만한 행동을 그녀는 처음으로 해보는 것이었기에 무척이나 긴장했다.게다가 도범이 잘생기고 남자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던 덕분에 용신애는 방금 전, 정신을 놓을 뻔했다.하지만 도범은 용일비를 등에 업고 있었기에 그녀가 아니라면 그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닦아줄 사람도 없었다.두 사람은 드디어 별장 앞에 도착했고 문 앞을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은 용신애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하지만 그녀의 뒤에 선 도범을 본 그들의 얼굴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용일비는 이름난 미녀였다. 그녀는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수많은 남자들의 이상형이었다.하지만 용일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