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겠습니다!”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준이 그들에게 시비를 걸어온 일이 이번 한 번도 아니었다. 심지어 아가씨를 모욕하기까지 했는데 이대로 그냥 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너희들이 감히? 미리 말해두는데 나 백 씨 가문 사람이야! 우리 집안은 낙성에서 2류 가문에 속한다고! 우리 쪽 2류 가문은 너희들 보다 훨씬 레벨이 높거든? 우리 집 오대 천왕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고!”“너희들이 강한 건 그저 돈이 많기 때문이잖아! 우리 가문보다 하는 산업이 많을 수는 있어도 보디가드 실력마저 높은 건 아니잖아?”도범이 다가오는 모습에 백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쩔 수 없이 그는 이를 악물고 도범을 향해 협박하기 시작했다.“하하 재밌네요. 이 상황에서 살려달라고 비는 게 아니라 협박을 선택하다니!”도범이 피식 웃으며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러더니 그의 팔목을 잡고 힘을 주어 눌렀다.“두둑!”도범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손쉽게 팔목을 부러뜨렸다. 하지만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만큼은 너무나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너…”백준은 일개 보디가드인 도범이 정말로 자신한테 손을 댈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한 그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성경일과 장건 역시 그 광경을 보고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그들은 도범이 참으로 악독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람의 팔목을 부러뜨리면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더욱 충격적인 건 그가 별로 힘을 쓰지도 않은 것 같았는데 백준의 뼈가 그대로 부러진 것이다. 그냥 부러진 것도 아니고 뼈가 으스러졌다.“어떠십니까 아가씨? 이 자식 손은 이제 다시는 이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대로 절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도범이 고개를 돌려 용신애에게 물었다.“그 정도는 되어야죠!”용신애가 싱긋 웃더니 성경일을 향해 말했다.“성경일 도련님, 이제 그만 당신 사촌 동생을 데리고 꺼져주시죠. 그리고 그쪽한테 전해주세요. 앞으로
곧이어 성경일은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말이 안 되잖아? 만약 그 자식한테 정말로 200억이 있었다면 그전에는 왜 그렇게 검소하게 다녔겠어?”“그건 모르죠. 어떤 사람들은 아마 줄곧 검소하게 살아와서 사치한 삶을 살고 싶지 않아 할 수도 있죠!”장건이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도련님 이번에는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박시율 씨가 아름다운 건 맞지만 도련님의 재력으로 다른 여자를 못 만나겠습니까? 도범 그 자는 될 수 있는 한 건드리지 말아야 합니다. 알겠습니까?”“그만 좀 해! 너 왜 이렇게 점점 약한 소리만 하는 거야!”성경일이 버럭 화를 냈다. 그는 너무나 배알이 꼴렸다.그는 도범이 그렇게 돈이 많으면서 검소하게 살아간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의 전투 실력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분대장 급은 절대 아닐 것이다.그리고 정말로 분대장이라고 해도 그게 뭐가 그리 대단하단 말인가? 그래봤자 자신을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자신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그는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박 씨 가문 어르신의 생신날이면 도범의 일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그때가 되면 도범은 박 씨 가문에서 쫓겨나거나, 아니면 정말로 몰아낼 구실이 없게 될 때에는 장소연이 갖고 있는 약을 쓰면 된다. 그러면 도범은 빠른 시일 내에 죽게 될 것이다.성경일이 씩씩거리는 모습을 확인한 장건이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랫사람으로서 해야 할 말은 이미 할 만큼 했다. 그런데도 도련님이 듣지 않는다면 그도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오늘 일 이모님한테는 어떻게 말씀드릴 생각이신가요? 도련님의 사촌 동생이 이곳에 온 건 도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내려고 온 건데 말입니다.”장건이 쓴웃음을 짓다가 곁에 앉은 성경일에게 물었다.그 말에 성경일은 두통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뭘 어떻게 더 말하겠어? 솔직히 말하는 수밖에 없지. 이번 일은 걔가 자초한 거야. 이모와 이모부도 이 일을 알게 되면 납득할 수밖에 없을걸?
그녀들의 행색을 확인 한 도범이 저도 모르게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도범 씨가 뭘 알아요? 우리는 지금 검소하게 보이려고 이렇게 입은 거라고요. 특히 우리 신애 아가씨는 고귀한 신분이라 길을 다니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다고요!”용일비가 제꺽 답했다.“알아봐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제가 곁에 있는 한 아가씨들은 안전합니다!”도범이 두 사람의 안경을 벗겨냈다.“이러니 훨씬 보기 좋네요!”두 미녀는 도범의 칭찬 한 마디에 왠지 마음이 들떴다.“흥 보는 눈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용일비는 며칠 전 도범이 자신더러 박시율보다 예쁘지 않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저도 사람인데 당연히 예쁜 걸 보기 좋아한답니다!”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이제 가죠. 어디 가서 먹을까요? 어디 호텔이죠?”용일비와 용신애가 눈길을 마주치더니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오늘은 길거리 포장마차를 갈 거예요. 거기서 샤오룽샤에 시원한 맥주 한잔하죠. 그리고 골뱅이도 시켜요. 어때요?”용신애가 씩 웃으며 말했다.“검소하게 보여야 하니까 오늘은 아우디 A6을 몰고 나가요!”“그게 검소한 겁니까?”도범이 식은땀을 흘렸다.“제 생각에는 걸어서 가는 게 더 검소해 보일 것 같은데요.”“걸어서요? 그것도 좋네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 산책 겸 걸어가면 되겠네요!”도범의 말에 용신애는 오히려 더 잘 됐다는 듯이 말했다.“그러면 이따가 다시 우리를 집에까지 바래다줘야 해요. 그때면 술도 마셨겠다 우리 여자 둘만 걸어가는 건 안전하지 않으니까요!”“걱정 마세요. 보디가드의 의무를 다해서 안전하게 집에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도범이 담배에 불을 붙이며 느긋하게 한 모금 빨아들였다.“갑시다. 포장마차라, 제법 그리운 곳이네요!”확실히 5년 전 도범이 배달 일을 할 때만 해도 몇몇 동료와 함께 시도 때도 없이 모임을 갖곤 했었다.그들은 모이기만 하면 포장마차에 갔었다.비록 시끌벅적하긴 했지만 잘만 고르면 맛도 좋고
“어라 아리따운 숙녀 두 분 오랜만이네요. 귀한 손님 오셨네!”용일비와 용신애를 본 대머리 사장이 큰 소리로 웃으며 다가왔다. 한눈에 보아도 호탕해 보였다.“저기 안쪽 구석 자리에 앉아요. 마침 비었네. 여기 아리따운 숙녀 두 분이 저 자리에 앉기 좋아하는 걸 내가 잘 알지!”대머리가 헤헤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슥슥 만졌다.순간 그가 곁에 서있는 도범을 확인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어라 아가씨 혹시 저 남자가 아가씨 남자친구야? 잘 생겼네. 남자답고. 자세가 꼿꼿한 걸 보니 군대 다녀왔나?”사장은 어린 여자애의 집이 꽤 부유했다는 걸 떠올렸다. 그는 비록 그녀들이 누군지 몰랐지만 예전에 밥을 먹으러 왔을 때면 항상 일곱에서 여덟 명 정도의 보디가드들과 함께 왔었다. 그리고 그 보디가드들은 길가에서 그녀들을 기다리곤 했었다.용신애와 용일비는 이 포장마차를 여러 번 왔었는데 한 번도 남자와 함께 온 적은 없었다.처음으로 남자를 데려왔고, 마침 도범이 용신애와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사장은 자연스럽게 그가 용신애의 남자친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용신애와 용일비는 이곳에 와서 밥을 먹을 때마다 엄청 통쾌하게 계산하고 갔었다. 한 끼에 몇 만 원이 나와도 십만 원이 넘는 돈을 테이블 위에 놓고 돌아서곤 했다. 이렇게 호탕한 손님이라면 당연히 매일같이 오기를 바랄 수밖에!“무슨 그런 망발을! 아니거든요!”용신애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포장마차 사장을 노려보며 말했다.“여기 샤오룽샤랑 골뱅이 대자로 넉넉하게 주세요!”“알았어요. 시원한 생맥주도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사장이 껄껄 웃으며 돌아섰다.“이제 보니 아가씨들 술을 꽤 잘 마시나 봅니다. 사장이 바로 알아서 가져오기까지 하고!”도범이 피식 웃었다. 곧바로 세 사람이 테이블을 마주 보며 둘러앉았다.“저도 술을 꽤 잘 마시는데 일비 언니랑 비기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일비 언니 진짜 술고래라니까요!”용신애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그 정도는 아니거든!”용일비가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
용신애의 웃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두 미녀가 들어온 후 몇몇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계속 그들 테이블을 힐끔거리고 있었다.어떤 이들은 도범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저렇게 아름다운 미녀와 함께 술을 마시면 일생에서 다시없을 중대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저러다 만약 두 미녀가 술에 취하기라도 하면 도범에게는 딴마음을 품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게 아닌가. 정말이지 상상만으로도 주체할 수없이 흥분되었다.잠시 후, 사장이 산처럼 쌓인 샤오룽샤와 골뱅이를 들고나왔다. 그리고 특별히 직원 두 명을 시켜 전문적으로 용신애와 그 일행들의 곁에서 생맥주를 짜도록 지시했다.곧바로 시원한 생맥주 9잔이 올랐다.맥주가 가득 담긴 투명한 유리잔이 꽤 컸다. 한 잔에 일반 맥주 2병 반은 들어갈 것 같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 잔으로 한 잔만 마셔도 잘 마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거기 잘생긴 오빠, 한 사람이 한 잔씩 비워내기 어때요?”“듣기로 당신들과 같은 퇴역 군인들이 그렇게 술을 잘 마신다면서요? 엄청 호탕하다고 하던데, 몸이 좋아서 그런가?”용일비가 잔을 들고 가볍게 목을 축이더니 도범을 향해 도발적으로 물었다.“싸움 실력은 당신보다 못해도 술은 내가 도범 씨 보다 훨씬 잘 마실걸요?”도범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저는 아가씨와 겨루고 싶지 않습니다. 첫째로 저는 술내기를 별로 즐기지 않고, 둘째로는 아가씨를 취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중에 아가씨가 만취라도 하면 귀찮아지니까요!”그 말을 들은 용일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웃기지 말아요! 당신이 나를 취하게 만든다고요? 나는 아무리 마셔도 쓰러지는 법이 없거든요. 정말 어디서 저런 배짱이 나오는지 모르겠다니까!”“네네네, 저는 배짱이 없는 남자입니다. 됐나요?”도범이 체념한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는 배짱 없는 사람이 될지언정 절대 아가씨와 겨루지 않을 겁니다. 만약 아가씨가 엄청 취해서 술 주정이라도 부리면 어쩝니까?”“나 술주정 같은 거 안 부리거든요!”용일비가
“걱정 말아요. 저는 저를 믿습니다. 지금껏 술로 저를 이긴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도범이 태연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일단 둘이 마셔요. 이따가 도범 씨가 취하면 서하나 다른 사람들한테 데리러 오라고 연락할게요. 집까지 멀지는 않은데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죠!”용신애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자 우선 한 잔 원샷하고 갈까요? 신애 너는 편한 대로 마시면 돼!”용일비가 담백하게 웃더니 자신의 잔을 도범의 잔에 부딪혔다.그녀는 호주머니에서 10만 원을 꺼내 곁에 서있던 두 직원에게 건네며 말했다.“자 오라버니들 여기 한 사람 5만 원씩 받으시고, 우리 테이블에 절대 술이 떨어지는 일이 없어야 돼요. 우리가 여기 있는 아홉 잔을 다 마시면 곧바로 다시 술을 따라줘요. 알겠죠? 문제없죠?”두 직원은 눈앞의 여자가 이렇게 호탕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다. 그들은 몹시 기뻐하며 다급하게 머리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아가씨. 절대 기다릴 일 없게 잘 하겠습니다!”한 직원이 아예 생맥주가 담긴 커다란 통을 밀고 와서 곁에 세워두었다.“이러면 안심되시죠? 세 분이 마시는 족족 저희들이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똑똑하시네요!”용일비가 그에게 엄지를 척 들어 보이더니 그대로 눈앞에 놓인 커다란 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10초나 지났을까? 커다란 유리잔에 가득 담겨 있던 맥주가 순식간에 용일비의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어때요? 이제 겁이 좀 나시나?”용일비가 도범에게 엄포를 놓더니 씩 웃으며 샤오룽샤를 먹기 시작했다.“그래도 뭐라도 좀 먹어야죠. 도범 씨도 좀 드세요. 나중에 안주도 못 먹고 취하면 안 되잖아요!”“허허!”도범은 그저 허허 웃으며 술잔을 들고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마시는 속도는 용일비와 비슷했다. 맥주 두병 반은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생맥주잔을 도범은 곧바로 비워냈다.“어머 제법이네요!”도범의 속도가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한 용일비가 눈을 반짝였
“하하 그렇게 급하게 마시다가 취하면 저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아가씨를 취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까 저를 겁쟁이라고 하셨는데 오늘 제가 얼마나 대단한 주량을 가졌는지 똑똑히 보여드리겠습니다!”도범이 큰 소리로 웃으며 술잔을 들고 마시기 시작했다.이번에 도범이 술을 비워내는 속도가 그전보다 현저히 빨라졌다. 10초나 흘렀을까? 그가 커다란 생맥주잔에 담긴 술을 몽땅 비워냈다.“흥!”용일비가 코웃음을 쳤다. 그날 도범에게 알몸을 보였던 일을 그녀는 아직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오늘 도범이 이렇게 자신만만하니 이참에 그를 만취하게 만들 것이다.흥하고 콧방귀를 뀐 용일비도 빠르게 다른 잔을 들고 술을 벌컥벌컥 마셨다.이렇게 두 사람이 한 잔씩 주고받다 보니 어느새 한 사람이 다섯, 여섯 잔 정도를 비워냈다.“대단해!”“그러게 말이야. 정말 대단해!”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들은 난생처음 이렇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의 술 주량 모두 가히 탄복할만했다.‘저놈 왜 아직도 안 취하는 거야?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취하고도 남았을 텐데!’용일비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제야 도범이 확실히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충분히 놀라고 있었다.술을 많이 마신 것도 있지만 너무 빨리 마신 탓일까? 그녀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두 사람 다 진짜 대단해요!”곁에 있던 용신애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들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여태 한 잔을 다 마시지 못했는데 두 사람은 이미 여섯 잔째 마시고 있었다.여기서 관건은 지금까지 여태 승부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사장님 여기 샤오룽샤 5인분 줘요!”바로 그때 지역 건달로 보이는 남자 여섯이 안으로 들어와 빈자리에 앉았다.그들 역시 바로 도범과 용일비가 있는 쪽으로 시선이 갔다.그들 역시 도범과 용일비가 한 사람이 5잔씩 마신 걸 보고 깜짝 놀랐다.“벌써 열한 잔째야. 정말 미친 주
“나, 나 더 마실 수 있어!”용일비의 얼굴은 이미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발음도 똑똑히 내지 못하며 혀 짧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그녀와 도범은 이미 한 사람이 12잔씩 마신 상태였다.어마어마하게 큰 유리잔은 병으로 따지면 한 사람이 서른 병을 마신 것과 다름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주량에 너무 놀라 뭐라 더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일비 언니, 언니 이제 취한 것 같아. 그만 마셔. 도범 씨는 아직 멀쩡해 보이는 걸 보니 언니는 도범 씨 상대가 안 되는 것 같아. 그만 졌다고 인정해!”용신애는 용일비가 더 이상 마시지 못하는데 악으로 버티면서 도범이 먼저 쓰러지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진작 눈치챘다.“나 안 취했거든! 더 마실 수 있어. 내가 봤을 때 도범 씨가 이제 못 버틸 것 같은데? 헤헤 아닌 척하기는!”용일비가 피식피식 웃으면서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 절반은 이미 테이블에 기대어 있는 상태였다.“미안해요 미안해요.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사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짝!”그리고 곧바로 청량하기 그지없는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씨발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한 마디면 다야? 너 내 옷이 얼만 줄 알아?”피어싱을 한 남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달 기사 옷을 입은 남자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배달 기사 주제에 감히 나를 건드려?”“당신들이 뭔데 사람을 때려요? 일부로 그런 것도 아니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그런 건데. 그리고 그냥 살짝 부딪혔을 뿐이잖아요!”그때 수수한 옷차림의 여자가 달려왔다. 그녀는 뺨을 맞은 남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건달들을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다짜고짜 손부터 대는 건 아니죠! 옷이 더러워졌으면 저희가 배상하면 되잖아요!”“하하 배상한다고? 뭐로 배상할 건데? 몸으로 때우게?”피어싱을 한 남자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여자를 찬찬히 훑어보았다.여자는 남자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
두 번째 방법은 고도의 신법을 필요로 하며, 일반적인 무사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수준이다. 첫 번째 방법도 강력한 실력이 필요하기에, 주위 사람들이 도범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빙봉천리의 감금 아래에서 도범은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따라서 모두가 도범이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도범의 경맥이 감금되면 오양수가 도범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한편, 도범은 한 손에 장검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연달아 법진을 만들어냈다. 이윽고 백 개의 영혼검이 하나로 융합되어, 거대한 영혼 검이 되어 회흑색 장검 속에 흡수되었다.도범이 전승 상태로 참멸현공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일지라도, 도범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범은 현재 참멸현공을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한 상태였고, 영혼검과의 융합으로 생성된 힘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힘이다.도범은 분노에 차서 큰 소리로 포효하며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이윽고 회흑색 장검에서 거대한 검기가 날아가면서 하늘을 뒤덮은 얼음망이 도범의 앞에 닥쳐왔다.모두는 쾅쾅하는 몇 번의 뚜렷한 소리를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단해 보이던 빙봉천리가 도범의 한 줄기 검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게다가 이 검기는 빙봉천리를 부순 뒤에도 힘이 전혀 소모되지 않은 채 여전히 앞으로 돌진했다. 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뒤따라오던 오양수조차 반응하지 못했다.현재 도범의 참멸현공은 대원만의 경지에 도달했다. 비록 빙봉천리가 지급 상급 무기라 할지라도, 참멸현공 앞에서는 종이장처럼 부서질 뿐이었다.모두가 도범이 빙봉천리에 온몸이 봉쇄되어, 도살당할 어린 양처럼 될 것을 기대했으나, 그들의 모든 환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검날이 빙봉천리를 부순 후, 곧장 반응하지 못한 오양수를 향해 돌진했다. 검날이 오양수의 면전 3척 앞에 닿기 직전에야 오양수는 자신을 보호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평상시라면 오양수는 공격과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