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소연이라고 합니다.”장소연이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그녀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눈앞에 이류 가문의 도련님들이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박이성을 따라다니니 더욱 높은 계급의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박해일을 만날 때보다 퍽 좋다고 생각했다.장소연은 드디어 상류사회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장소연,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성경일이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그리고 머지않아 눈을 밝히며 말했다.“생각났다, 그 박해일 여자친구 아니에요?”“네, 맞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이제는 내 여자친구야. 하지만 잠시 동안은 박해일 그 병신 옆에 붙어서 소식을 좀 알아내야 해. 그리고 나봉희가 못하는 일을 소연이는 무조건 할 수 있을 거야!”그 말을 들은 장소연이 밉지 않게 박이성을 흘겨봤다.“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요, 나는 그냥 놀러 나오라고 하는 건 줄 알았더니 또 뭐 시키려고 불러낸 거예요?”“놀려고 불러낸 거지.”박이성이 웃으며 장소연의 뺨에 뽀뽀를 하더니 작은 봉지를 장소연에게 건네줬다.“여기 약이 들어있는데 사람이 먹고 나면 당장 죽는 건 아니야,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어서 먹고 난 뒤에 한 달쯤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될 거야. 그리고 점점 야위어가면서 몸이 약해져서 힘이 빠지는 증상밖에 보이지 않아서 의사도 무슨 병인지 알아낼 수 없어.”“세상에, 이렇게 좋은 약도 있다고요?”하지만 장소연은 곧 미간을 찌푸렸다.“이 약을 누구한테 먹일 생각인 거예요? 아마도 도범이겠죠? 두 도련님께서 박시율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박시율을 없애기는 힘드니까 도범을 죽이려는 거죠?”“우리 소연이 똑똑하기도 해라, 내가 말하기도 전에 다 알아버렸네. 오늘 밤에 큰 상 줘야겠다.”박이성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장소연의 허리를 안고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이성 씨가 말한 거예요!”장소연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당연하지, 이따 룸 하나 잡자, 그리고 내일 아침에 2억 보내줄 테니까 사고 싶은 거 다 사. 이 약을
“맞다, 이성아, 요즘은 안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한지운이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금방 킬러를 만났으니 지금 분명 경계를 하고 있을 거야. 도범도 방비하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지금 움직였다가 발각 당하면 난감해지니까.”그 말을 들은 장소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특히 저 지금 도범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저를 경계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리고 도범 너무 똑똑해서 상대하기 쉽지 않아요. 그러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서 경계를 내려놓았을 때 움직이는 게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자, 어르신 칠순 잔치가 지나고 나서 보자. 어르신 생신 때 도범이 약속한 돈이랑 선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고 시율이랑도 이혼하게 될 거야.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약을 먹이지 않아도 되는 거고. 그놈이 자기가 약속한 대로 모든 것을 내놓는다면 칠순 잔치가 지나고 나서 약을 먹이도록 해. 한 달 뒤에 천천히 죽어갈 거니까.”“그런데 그때 만약 도범이 박 씨 집안에서 쫓겨나고 박시율이랑 이혼을 하게 되면 제가 약을 먹일 필요도 없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저한테 별장 안 사주는 거예요?”장소연은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언짢아졌다.“당연히 아니지, 사줘야지. 너 내 여자친구고 내 여자잖아! 할아버지 칠순 잔치가 지나고 도범이 쫓겨나도 별장 사줄게, 축하할 겸. 만약 안 쫓겨난다면 그때 약을 먹이고 선물로 별장을 사줄게.”박이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장소연이 멍청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그녀를 이용하고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가는 어디 가서 무슨 말을 하고 다닐지 몰랐기에 어느 정도는 해줘야 했다. 박이성은 장소연이 제법 예쁘게 생겼으니 별장 하나 사주는 것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노는 건 할 수 있다고 여겼다.그는 장소연이 바람을 피웠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의 박해일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무척이나 궁금했다.“자, 술 마시자. 이제 할아버지 생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기대해 보자고.”“나도 요즘 도범
“내일 몇 시예요? 저도 가서 전우들이랑 만나는 거 좋다고 생각해요.”도범이 고민해 보더니 말했다.“잠심 12시쯤에 시작하기로 했는데 아마 다들 일찍 올 것 같습니다. 시간 되시면 11시쯤에 오셔도 돼요.”홍희범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소명용이라는 사람 기억나요, 예전에 한이준 제자였던 거 같은데.”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참을 얘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헤어졌다.도범이 카페에서 나왔을 때, 용신애가 도범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이제 오후 1시인데 퇴근한 건 아니겠죠? 시간 있어요? 나 일비 언니랑 쇼핑하러 갈 건데 너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 싫어서요…”용신애가 도범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도범은 자신을 경호원으로 채용하고도 자신의 눈치를 보는 용신애가 웃겼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한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머지않아, 도범은 용 씨 저택 앞에 도착했다.“타요, 제가 운전할 테니까.”운전석에 앉은 용신애가 말했다. 두 사람은 차에서 도범을 기다리고 있었다.도범이 뒷좌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차는 백화점으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순식간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적지 않은 이들이 부러운 눈길로 도범을 바라봤다.그의 옆에 선 두 미녀는 긴 다리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외모까지 수려했기 때문이었다.게다가 하나는 귀여운 타입이었고 하나는 도도함 속에 섹시한 분위기까지 가지고 있어 일반인은 쉽게 다가갈 수도 없게 만들었다.“저 남자 누구야? 설마 두 여자 다 저 남자 여자는 아니겠지? 아무튼 정말 팔자 좋다.”“그럴 수도 있지, 저 남자가 중간에서 걷고 여자들은 옆에서 걷고 있잖아. 여자들이 입은 옷도 전부 명품인 걸 보면 돈 있는 사람이 저 여자들을 키우고 있는 걸지도 모르지.”“그런데 남자는 차림새가 영 별로인데.”“모르는 소리, 요즘 돈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내가 중장 하나랑 아는 사이거든, 그런데 퇴역하고 돌
옆에 있던 용신애가 도범을 힐끔 바라봤다. 분명 경호원은 도범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용신애와 나란히 걸었다. 게다가 오늘은 두 사람 사이에서 걸어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사기도 했다.그녀는 도범이 일부러 이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했다.남자들을 쏘아보던 용일비가 다시 도범을 흘겨봤다.“당신이 뭔데 중간에서 걷고 있는 거예요? 뒤에서 걸을 줄 몰라요?”도범은 그제야 어색하게 웃었다.“제가 뒤에서 걸으면 두 사람을 몰래 훔쳐본다고 뭐라고 할까 봐 같이 걸은 건데. 그리고 두 사람 치마가 너무 짧아서 뒤에서 걷기가 좀 그래요.”그 말을 들은 용일비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왜 그래? 언니. 언니가 나한테 전화해서 오늘 쇼핑하자고 했잖아, 지금 놀리는 거야?”용신애가 용일비를 보며 웃었다.“잘못한 것도 없는데 뭘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말을 마친 용신애가 도범에게 다가가더니 그에게 팔짱을 꼈다.“우리는 사람들이 오해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도범 씨 와이프가 보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그 말을 들은 용일비가 눈을 밝히더니 부끄러운 얼굴로 도범의 나머지 팔에 팔짱을 꼈다.“그러니까, 쇼핑하러 가자. 도범 씨, 아는 사람 만나서 와이프 귀에 들어가게 되면 어떡할 거예요?”“이, 이러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이거 놓아주시죠, 제가 뒤에서 걸을 게요, 아니면 옆에서 걸어도 되고요.”도범이 얼른 두 사람에게 사과를 했다. 그는 용신애와 용일비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게다가 쇼핑을 좋아하는 나봉희와 정말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그 누구도 도범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없었다.하지만 용신애와 용일비는 쩔쩔 매는 도범을 보니 오히려 더욱 신이 나서 그의 팔을 풀어주지 않고 꼭 껴안고 앞으로 걸어갔다.“이제 좀 무섭죠? 하지만 늦었어요.”용일비는 조금 부끄러웠지만 도범을 골려주기 위해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하지만 그때, 세 사람의 등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저 여자 정말 저 경호원이랑 뭐 있었던
용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용 씨 집안은 확실히 중주에서 세력이 가장 센 집안이었다. 일류 가문도 용 씨 집안의 상대가 아니었기에 그들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상대방이 낙성에서 가장 센 세력이 아니라면 말이다.낙성은 중주보다 큰 도시였기에 다양한 세력이 존재했다. 낙성의 일류 가문은 이곳의 일류 가문보다 강대했다. 그리고 낙성에도 제일 센 세력이 존재했는데 용 씨 집안을 위협할 수 있는 세력은 그 세력밖에 없었다.“쯧쯧, 허풍 치기는. 경호원 하나 데리고 나온 주제에 나를 놀라게 하겠다고?”백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백 씨 집안 낙성에서 이류 가문에 드는 집안이야. 어떻게 이 말 들으니까 무섭지?”“이류 가문? 너무 무섭다.”용신애가 백준의 말을 듣더니 일부러 무서운 얼굴로 말했다.“세상에, 이류 가문이래, 정말 대단한데.”용일비도 용신애에게 맞춰주기 시작했다.“무섭다고 하니 다행이네.”백준은 두 사람이 정말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웃음을 터뜨렸다.“무섭다고 했으니 두 사람 모두 내 여자가 되도록 해. 경호원을 따라다니는 게 뭐 재미있다고? 나 따라다니면 저놈이랑 같이 있는 것보다 훨씬 좋아!”“훨씬 좋다고? 이류 가문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겁도 없이.”도범은 백준의 말이 웃기기만 했다.“너야말로 겁이 없구나, 감히 우리 백 씨 집안을 그렇게 얘기하다니.”백준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졌다. 낙성에서 그 누구도 백 씨 집안을 무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중주는 낙성보다 뒤떨어지는 곳이었기에 일류 가문과 용 씨 집안 말고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저 남자는 때려죽이고 여자들은 잡아와. 오늘 내가 저 두 사람 제대로 맛볼 거니까. 우리 백 씨 집안을 무시한 결과가 뭔지 제대로 보여줄 거야.”백준이 경호원들에게 말했다.“이 자식아, 우리 도련님을 무시하는 건 죽음을 자처하는 거나 마찬가지야.”“우리 도련님이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걸 알고도 이렇게 나오다니, 정말 겁대가리가 없구나.”경호
도범은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괜찮아 보여, 내 꽁무니 따라다니면서 심부름할 생각 없어?”“젠장, 내가 기회를 줬는데 네가 걷어찬 거야.”백준은 기껏 선심을 써서 도범에게 기회를 줬지만 그가 스스로 걷어차는 것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에 그 사람들보다는 조금 세보이는데 내 눈에는 여전히 쓰레기들이야.”도범이 웃으며 먼저 주먹을 휘둘렀다.제일 먼저 나선 경호원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도범에게 얼굴을 맞고 저 멀리 날아가 피를 토했다.“아!”또 다른 한 사람은 서른이 넘어 보였는데 주먹 속도가 꽤나 빨랐다. 게다가 각도도 굉장히 간사했다.도범은 이 사람의 실력이 조금 실력 있는 소대장과 비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여전히 도범과는 비길 수 없었다. 도범이 주먹을 쥐더니 남자에게 다가갔다.남자의 속도는 빨랐지만 두 사람의 주먹이 닿는 순간, 상대방은 그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뭐야!”남자가 놀란 얼굴로 도범을 바라봤다. 그는 경호원들 중에서도 꽤 실력 있는 사람에 속했다. 그런데 도범의 힘이 이렇게 셀 줄은 몰랐다. 게다가 속도도 자신보다 빨라 주먹질 한 번에 자신을 저 멀리 날려보냈다. 그는 마치 거대한 산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1분도 되지 않아 스무 명이 넘는 경호원이 전부 바닥에 쓰러졌다.어떤 이들은 끊어질 것 같은 팔을 잡고 어떤 이들은 주먹을 감싸 쥔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있었다.어떤 이들은 이가 빠진 채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백 도련님이라고 했나? 이제 당신 차례야. 이 사람들이 전부 쓰러졌으니 당신이 나서야지.”도범이 웃으며 상대방을 향해 손을 까닥했다.백준은 그 모습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경호원을 보니 식은땀이 났다.“농담이에요, 농담. 그날 선생님 실력이 대단한 것 같아서 오늘 고수들을 찾아와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와본 거예요. 정말 선생님을 만나서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백준이 한참이
“이리 와서 나랑 한 번 싸워보는 거 어때?”도범이 다시 한번 손짓을 하며 말했다.“내 주먹을 받아낼 수 있으면 용서해 줄게.”백준은 그 말을 들으니 어이가 없어졌다. 곱게 자라온 도련님인 그가 싸움을 할 줄 알 리가 없었다. 도범의 주먹질 한 번에 그는 일어서지 못할 수도 있었다.“제가 잘못했으니까 혼내려거든 다른 방법으로 혼내주세요.”백준이 울먹이며 앞에 보이는 백화점을 가리키며 말했다.“두 분 쇼핑하러 오신 거죠? 오늘 두 분이 사신 거 제가 다 계산하겠습니다. 안에 있는 거 마음대로 고르세요.”“그래? 백 도련님께서 계산하시겠다고 하는데 두 분 어떻게 생각하세요?”도범이 웃으며 용신애와 용일비를 바라봤다.백준도 나름 이류 가문의 도련님이었기에 도범도 너무 심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귀찮음이 더 컸다.만약 오늘 백준을 때렸다가 내일 백준의 아버지가 집으로 찾아온다면 처리를 할 수는 있었지만 도범은 그것이 귀찮았다. 그는 중주에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그렇게 하죠, 계산을 해준다는데 싫을 리가 없잖아요. 비싼 가방을 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됐어요.”용신애가 웃으며 말했다.“저도 옷이나 몇 벌 더 사야겠어요.”“저 쓰레기 같은 경호원들은 백화점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도범이 말을 마치곤 용신애와 용일비를 데리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저놈 하나 못 이겼다는 게 말이 돼?!”백준이 화가 나서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이가 빠진 한 경호원에게 다가가 말했다.“나는 저 사람들 따라서 들어갈 테니까 당장 형한테 연락해서 사람 좀 데리고 오라고 해. 좀 센 놈들도 데리고 오라고 해. 이따 혼쭐을 내줘야겠으니까.”“네!”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리를 지키다가 도범 무리가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몰래 성 씨 집안으로 갔다.잠시 후, 그는 성경일을 만나게 되었다.“성 도련님, 성 도련님! 저희 도련님께서 또 맞으셨습니다. 그날 도련님 경호원들을 때린 그 사람을 또 만난 것 같은
백준이 속해있는 백 씨 가문에도 몇몇 고수가 있었다. 그들 중 두 명은 성 씨 가문에서 가장 강하다는 장건보다도 실력이 월등했다.그러나 이번 중주행에는 동행하지 않았다. 백준은 상상조차 못했었다. 자신이 이곳 중주에 와서 이런 업신여김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는.그는 믿고 있었다. 이따가 자신의 사촌 형이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저 빌어먹을 보디가드 놈을 톡톡히 손봐 주기를!그렇게 또 삼십분 정도 시간이 흘렀다. 용신애와 용일비 두 사람은 결국 거의 40억 원어치의 물건을 샀다. 이에 백준은 몹시 배가 아팠다.그는 여자 둘이 물건을 사 봤자 돈이 얼마나 들겠나 하며 방심하고 있었다. 많이 사 봤자 다 들고 가지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그런데 그녀들은 값비싼 명품 시계나 귀걸이, 향수와 같은 작은 물건들로만 고르고 있었다. 비싸면서도 전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아 돈을 펑펑 쓰는 이 느낌, 너무 짜릿해!”용신애가 기지개를 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준은 하마터면 침을 흘릴 뻔했다.“그러게 말이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산 것도 참 오랜만이네. 정말 상쾌한 기분이 들어!”용일비도 기지개를 켰다. 한층 더 성숙된 미를 갖춘 그녀의 몸매가 기지개를 켜니 그대로 드러났다. 백준은 하마터면 코피를 흘릴 뻔했다. 너무나 섹시했다.하지만 결국 보기만 좋은 허울일 뿐이었다. 이미 40억 가까이의 돈을 썼다. 아무리 백준이 돈이 많다고는 해도 그 돈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속이 뒤틀렸다.만약 눈앞의 두 미녀가 자신의 여자친구였다면 40억을 쓰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여자도 아닐 뿐만 아니라, 어쩌면 저 망할 보디가드가 품에 안았던 여자일 수도 있었다. 그런 여자들한테 자기 돈 40억을 쓰는 건 정말로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한 시간이 다 되어가잖아. 형 이제 곧 도착하겠지?”백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조급한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