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도범을 위해 묵념하기 시작했다. 왕요한의 능력은 그의 신분을 떠나서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왕요한은 양극성의 외문 제자로, 황급한 무기를 수련해 온 것이니, 평범한 민간 무사들과는 차원이 달랐다.그러나 모든 이들이 바보는 아니었다. 왕요한이 그토록 강력한 무기를 사용한 뒤에도 도범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모든 이들은 도범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그의 능력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혹시 이 아이도 대단한 능력자가 아닐까?'하지만, 그 생각은 곧 부정되었다. 모두가 도범이 정양성의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었으며, 양극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한편, 도범의 무표정한 얼굴은 이미 분노에 찬 왕요한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왕요한은 차가운 한숨을 내쉬며 도범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왕요한의 손에 들린 은색 장검에서 싸늘한 은빛이 번쩍이며, 그는 도범을 향해 칼을 겨누었다. 그 칼빛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강력한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는 현상이었다.그리고 도범을 둘러싼 사람들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주었다. 잘못해서 맞았다간 현장에서 즉사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죽어라, 이 녀석!” 왕요한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고, 은빛 검광이 도범의 이마를 향해 내려쳤다.모든 이가 지켜보는 가운데, 도범은 표정 한 번 바꾸지 않고 오른손을 뻗었다. 그의 오른손 중앙에서는 손가락 굵기만 한 검은색 빛이 떠 있었고, 그 검은 빛은 평범한 빛처럼 어떠한 에너지 변동도 감지되지 않았다. 곧이어 도범은 손바닥을 들어 그 검은 에너지를 손가락에 집중시키더니, 잠시 후 손가락을 튕겨 은빛 검광을 향해 그 에너지를 방출했다. 은빛 검광은 거대한 기운을 뿜어내며 돌도 쪼개고 금도 벨 수 있는 듯 보였지만, 도범의 검은 에너지는 평범 그 자체였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아무런 에너지 변동도 감지되지 않을 정도였다.왕요한 역시 이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검은 빛이 왕요한의 팔을 꿰뚫는 순간, 그의 옷을 찢어발기며 피부와 살점을 파고들어 피와 살이 튀었다. 왕요한은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이 고통은 육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마치 영혼까지 찢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왕요한이 이토록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지는 것을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특히 도범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이미 그를 괴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같은 선천 초기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왜 둘 사이의 격차가 이렇게 큰가? 도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단지 검은 빛 하나만을 발산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 왕요한의 기술을 깨트리고 그의 팔을 부쉈다.또한 왕요한의 상처를 보면, 단기간 내에 회복될 것 같지 않았다. 왕요한의 비참한 모습을 본 도범은 놀라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수련이 아직 부족하네. 이 기술의 에너지 조절을 잘못했어. 원래는 그의 가슴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팔을 맞추고 말았어.’도범 역시 겨우 수련의 문턱을 넘은 상태였고, 영혼의 검을 결집시켰지만 아직 완벽하게 수련하지 못했으며, 기본적인 조작조차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그저 내심으로만 간직한 것일 뿐이다. 만약 이 사실을 현장에서 밝힌다면,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 것이다.이처럼 강력한 기술을 도범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 상황에서 사용했다면, 제대로 발휘했다면 왕요한의 목숨조차 위태로웠을 것이다. 한편, 고통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는 왕요한을 보며, 본래 그의 뒤에서 조용히 서 있던 은 갑옷을 입은 전사가 급히 달려와 왕요한을 보호하려 했다.두 전사가 도범을 향해 검을 뽑았지만, 그들의 망설임은 분명했다. 결국 그들도 후천 후기의 실력일 뿐이고, 선천 초기의 도범 앞에서는 한 손으로도 대항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때 수아가 도범의 뒤에서 소곤대며 말했다.“아버지, 정말 대단해요, 한 수로 그들을 단숨에 물리쳤어요!”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수아를 바라보았지만 대답하지는 않
한편 은갑무사들은 도범이 그들을 단지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자 마음이 조금 놓였다. 도범이 조금 전에 보여준 실력은 이미 두 사람을 항복하게 하기 충분했다.그때 왕요한이 그 두 무사에게 크게 소리쳤다. “아직도 약을 가져오지 않고 뭐해? 너희 둘 다 눈멀었어?!”왕요한이 이를 악물고 겨우 한 마디를 힘겹게 내뱉었다. 현재 왕요한은 거의 의식을 잃을 정도로 심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한 마디를 듣고서야, 두 명의 무사는 온몸이 떨리며, 마침내 왕요한이 스스로 약을 취할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그들은 서둘러 왕요한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고, 저장 반지에서 치유 약품을 꺼내기 시작했다. 바르는 약과 복용하는 약을 모두 꺼내어 치료한 후, 왕요한의 얼굴색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얼굴은 여전히 창백한 상태였고, 주변에는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왕요한의 현재 상태를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이윽고 왕요한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충혈된 눈으로 도범을 노려보며 말했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어느 종파에서 왔어! 양극종 사람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혹시 혼원문에서 잠입한 간첩은 아니겠지!”사실 왕요한은 이미 겁을 먹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도 도범이를 당해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왕요한은 도범이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자라고 판단했다.도범은 눈썹을 추켜세우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왜요? 저한테 누명이라도 씌우시게요? 왕요한 씨가 저를 혼원문 사람이라고 말하는 근거가 뭐죠?”맞다. 왕요한은 자신이 도범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도범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 것이다.현재 양극종과 혼원문은 물과 불처럼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상태에 있으며, 언제든지 대규모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도범을 혼원문의 간첩으로 여긴다면, 분명 양극종에서 주목할 것이다.그러면 고수가 나서서 도범을 제거할 가능성이 높다. 이
이 말을 들은 왕요한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왕요한의 눈은 굶주린 야생 늑대처럼 번뜩였다. 그러나 도범은 왕요한의 표정이 얼마나 추악한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범은 이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꺼지세요. 아니면 당신과 당신 부하들이 오늘 편히 집에 갈 수는 없을 겁니다.”왕요한이 전에 수아를 하녀로 삼으려 했던 말은 도범의 분노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만약 도범이 처음 여기 온 것이 아니었다면 당장에서 왕요한을 죽였을 것이다.왕요한도 도범의 무례한 말에 얼굴이 붉어졌지만, 도범의 태도를 보니 자신이 떠나지 않으면 정말 죽일 것 같았다. 그래서 왕요한은 눈을 크게 뜨고 도범을 진지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마치 도범의 얼굴을 뇌리에 새기려는 듯 말이다. “가자!” 왕요한은 이 말과 함께 자신들의 부하들을 이끌고 서둘러 떠났다. 그 속도는 마치 뒤에서 사냥개가 쫓아오기라도 하듯이 빨랐다.“아버지 진짜 대단해요, 달아났어요!” 수아가 도범이 뒤에서 신이 나서 소리쳤다.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웃으며 수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자, 그러면 우리도 돌아갈까?”사실, 왕요한을 그냥 보내버리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결정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왕요한이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 명백했고, 언젠가는 분명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도범은 그러한 문제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결국 왕요한은 도범에게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 최고로 평가한다 해도 그저 외부에서 온 제자에 지나지 않았으며, 무극종 내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도범은 두려워할 이유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한편, 수아는 일련의 시끄러운 사건들과 재미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외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외부 세계는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있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나 위험한 곳이었다. 사소한 행동 하나로도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양극성은 양극궁 덕분에 대단히 번성했다. 옛 규칙에 의하면, 양극성에 들어서려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고 한다. 그 조건은 특별한 재능이나 강력한 힘을 소유한 자, 혹은 양극성의 지역민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혼원문과의 충돌로 인해 양극성에 입성할 수 있는 기준이 완화되었다. 이러한 변경이 양극종의 제자들이 양극성에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했다. 왕요한은 양극종의 제자가 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에, 양극성에 들어가는 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다. 외문제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아첨과 아부를 잘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잘 보이는 것은 그에게 일상적인 일이었기에 왕요한은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양극성에 들어선 후, 왕요한은 곧장 양극성 중심에 위치한 적당한 크기의 저택으로 향했다. 양극성 내에 적당한 크기의 저택을 소유한다는 것은 만나려는 사람의 신분이 평범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직원의 안내로 안채에 도착한 왕요한은, 여덟 각형의 탁자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장소천을 바로 알아보았다. 장소천은 왕요한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지만, 왕요한에게 가볍게 묵례를 보냈다. 그러자 왕요한은 아첨이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소천 형님, 요즘 어떠세요? 걱정거리가 많으시죠?”장소천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최근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나요? 우리 같은 집사들은 다리가 부러질 지경입니다.”장소천은 양극종의 제자가 아니라 집사, 즉 양극종의 관리자였다. 장소천의 지위는 장로보다는 낮지만 양극종에서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위치였다. 따라서 외문제자나 내문제자들은 당연히 장소천에게 아부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장로의 제자들이나 직접 키운 제자들 앞에서는 장소천이 곤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 앞에서는 오히려 장소천이 아부해야 했기에 집사라는 직책이 양극종 내에서 다소 민망한 위치였다.왕요한은 방문 전에 좋은 물건들을 많이 구입했다. 품질 좋은 영각차와 여러 천재
“그래서 이번에 소천 형님을 찾아온 건, 그 아이가 양극종에 들어가려고 입문 제자 시험을 치르러 온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험은 소천 형님이 담당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소천 형님이 그 녀석을 통과시키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온 겁니다.”장소천이 이 말을 듣고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눈썹을 치켜올리고 왕요한을 슬쩍 바라봤다. 장소천은 왕요한이 교활한 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왕요한이 단지 복수하려고 찾아온 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이윽고 장소천은 탁자 위에 놓인 좋은 물건들을 훑어보았다. 물건들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긴 하지만, 입문 제자 시험에 개입하게 할 정도로는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았다.“이건 좀 곤란한데, 입문 제자 시험은 큰일이고, 게다가 입문 시험을 관리하는 건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제가 손을 쓰려고 해도 쉽지 않고, 발각됐다간 큰일 날 수도 있어요!”왕요한은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에 잠깐 긴장감이 스쳤지만, 곧 이를 억눌렀다. “소천 형님이 어떤 분인지 제가 모를 리 없죠. 진짜로 그런 능력이 없었다면 제가 오늘 소천 형님을 귀찮게 할리도 없었겠죠.제가 여기 온 건, 소천 형님이 분명히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저 신분이 확실하지 않은 사람일 뿐이에요. 누가 알겠습니까? 그 녀석이 혼원문에서 온 간첩일지.”왕요한의 말에 장소천은 그저 듣기만 할 뿐, 마음속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왕요한도 장소천이 입을 열 의사가 없음을 보고, 급히 저장 반지에서 오백 개의 하급 영정을 꺼내 탁자 위에 정갈하게 놓았다.“소천 형님, 이번 일만 해결해 주신다면 이 하급 영정들은 모두 형님의 것입니다.”이 500개의 하급 영정이 발산하는 연한 자주색 빛은 장소천에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 순간, 장소천의 얼굴에는 비로소 진정한 웃음이 피어났다. 그리고 왕요한의 표정도 더 이상 침착하지 않았다. 사실, 장소천은 처음부터 더 큰 요구를 할 계획이었
도남천이 고개를 돌려 도범에게 말했다. “우리 이제 어디로 갈까? 바로 양극종으로 가는 거야?”도범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갓 도착했으니 아무것도 모른 채로 양극종에 가는 건 사람들이 비웃을 일입니다. 양극종에서 제자를 모집한다고는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모집하는지, 조건이 또 어떤지 우리는 아직 몰라요.”그러자 도남천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그럼 우리 먼저 알아보는 게 어떨까?”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도남천은 다시 이슬 영함으로 들어갔다.도범은 사실 어디로 가야 할지 이미 생각해 두었다. 이 세계에서 아무나 만나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도범은 우선 굉장히 평범한 여관을 찾았다.그러나 여관에 들어서자마자 점원이 모든 방이 다 찼다고 했다. 이 상황은 도범을 다소 곤란하게 만들었다. 여러 여관을 돌아보았지만 모두 만실이었다.‘양극성 여관이 이렇게 장사가 잘 될 줄이야, 방이 하나도 없다니.’잠시 후, 도범은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골목 안의 더 깊은 곳, 이 좁은 골목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도범 역시 사람들에게 수소문한 끝에, 이곳에 한 여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여관은 정말 외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도범이 여관 안으로 들어가자, 눈꺼풀을 축 늘어뜨리고 별로 기뻐 보이지 않는 한 점원이 그를 맞이했다.“손님, 환영합니다. 숙박하시겠습니까? 방은 딱 하나 남았는데, 하루에 하급 영정 세 개입니다. 우리 여관은 가격 흥정도 안 하고 할인도 없습니다.”세 개의 하급 영정으로 하루를 묵는 다니, 이 가격에 도범은 속으로 혀를 찼다. 하지만 도범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어렵게 방이 있는 여관을 찾았는데, 가격 때문에 돌아선다면 다음 여관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걸 도범도 알고 있었다. 도범은 매우 통쾌하게 하급 영정을 지불했다. 양극성 안에서 얼마나 머물러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은 열흘간의 숙박을 결제했다. 영정을 전달한 뒤, 도범은 다시 다섯
이 말을 들은 도범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종업원이 계속 말하도록 종용했다. 종업원도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멈추지 않고 알고 있는 것들을 말했다.“저희 여관을 찾아오신 것을 보니, 다른 여관들도 많이 돌아보셨겠네요. 최근에는 거의 모든 여관이 만실이에요. 모두 양극종의 제자 모집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양극종이 제자를 모집한다는 소리를 듣고, 양극성의 선발 시험에 참여하고자 머리를 굴리고 있어요. 이 기간에 수천, 수만 명의 사람이 왔죠!”도범은 이 말을 듣고서야 모든 여관이 만실인 이유를 이해했다. 양극성의 여관들이 장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양극종의 제자 모집이라는 큰 사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양극종의 제자가 되고자 하니, 양극종의 선발 시험 제도도 그만큼 엄격해졌다고 한다.주변 사람들이 말하기를 양극종이 급히 제자를 필요로 하여 조건을 완화했다고는 하나, 지원자가 이토록 많다면 조건을 완화했다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종업원은 도범이 생각에 잠긴 사이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와도 진정으로 양극종의 제자가 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아요. 양극종이 제자 모집 조건을 완화했다곤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제 눈엔 그쪽도 꽤 대단한 사람같네요, 분명 양극종의 제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마지막 말이 아첨으로 가득 찼음이 너무나도 명확했기에, 도범은 단지 가벼운 웃음으로 응답했을 뿐이다. 이에 종업원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아첨을 더하려던 마음을 접었다.입문 제자 선발 시험까지 남은 기간이 단 열흘뿐이다. 시간이 아주 적절하게 흐르는 것 같다. 일단, 방은 열흘 동안 예약해 두었지만, 입문 시험의 내용은 여전히 알 수 없다. 또한 도범으로서는 자신이 현재 상황에서 과연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사실, 도범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전혀 의심치 않았다. 아무래도 그는 선대 장로의 기억을 이어받았으며, 최소한 천급 무기 사용에 관한 수련을 마쳤으니까.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