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2,3초 동안 거세게 몸부림을 치다 갑자기 동작을 멈추더니 곧바로 도범의 손바닥 속으로 날아들었다.그러자 주위의 공간이 끊임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천천히 사라질 모양이었다.이에 도범은 다시 한번 재빨리 손을 뻗어 신속히 파란색 공 하나를 잡았다.그 공도 똑같이 한참 몸부림을 치다 갑자기 멈추었고, 곧바로 도범의 몸속으로 날아들었다. 잇달아 주위의 화면이 무너지기 시작하더니 도범은 어느새 그 공간에서 나오게 되었다.눈을 뜬 후 도범은 즉시 자신의 몸을 검사했다. 그리고 단전에서 전해오는 두 갈래의 부동한 에네르기 파동을 발견하게 되었다.물론 지금 그의 수련 경지는 이미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게 되었다.도범이 즉시 그중 한 에네르기를 응집하여 근맥 따라 끄집어내자 손바닥에 의외로 작은 불씨가 나타났고, 끄집어내면 낼수록 불씨는 점점 커져 결국 하나의 불덩이로 되였다.“맙소사, 이건 영기로 응집해낸 게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불씨인 것 같아! 게다가 불씨 속의 파동이 엄청 강할 뿐만 아니라 내가 자유자재로 공제할 수도 있어. 공격하는 데에 쓰이면 진짜 강하겠는데?”손바닥의 불씨를 자세히 느끼고 있는 도범은 속으로 다소 격동되었다. 왠지 진혼경으로 돌파한 후 다른 새로운 능력을 가지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러면서도 그는 또 문득 의문이 들었다.‘하지만 전에 혈공천과 용호가 싸울 때 이런 능력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 두 사람도 진혼경으로 돌파했잖아? 이런 능력은 진혼경으로 돌파한 강자라면 다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한참 생각해도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도범은 저도 모르게 정신력이 흩어졌고, 그 순간 손바닥의 불씨가 사라지고 말았다.그리고 도범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도범은 저도 모르게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이 힘을 통제하려면 정신력을 엄청 많이 소모해야 해, 영기를 통제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거야.’“쯧쯧, 통제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겠네.”도범이 한쪽으로 감개무량해하면서 한쪽으로는 또 영기로 공
“헉!”박시율은 듣자마자 저도 모르게 냉기를 들이마셨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귀를 의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도범이 이렇게 빨리 진혼경 일품으로 돌파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잘 됐다! 그럼 3품 고급 단약을 사용한 거네? 당신 지금 이미 진혼경 1품으로 돌파했으니 진혼경 2품의 상대라고 해도 쉽게 죽일 수 있는 거 아니야?”시율은 말할 것도 없이 흥분되었다. 진혼경은 아예 완전 다른 경지로 그 단계까지 돌파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그녀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게다가 도범은 천급 7품이었을 때 이미 진혼경 1품의 강자를 참살할 수 있었으니,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한 지금, 진혼경 2품 심지어 3품의 강자를 상대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건 뻔했다.“흠, 이번에 종주의 자리는 분명 나의 것으로 될 거야. 내가 만약 종주로 될 수 있다면 반드시 기타 마을 회장들에게도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할 수 있는 시간을 줄 거야. 그러다 그들이 돌파하는 데에 전부 성공하게 되면 우리 이 새로운 종문은 분명 운람종보다 더 강해지겠지.”도범이 희망으로 가득 찬 미래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드러냈다.남은 도씨 가족, 초씨 가족 등 사이가 괜찮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는 반드시 자신을 종주로 만들어야만 했다. 더불어 종문이 신속히 강대해지는 데에 힘을 써야 했고.‘시간만 충분하면 수호 연맹 쪽 세력이 찾아온다고 해도 더는 두려울 것 없어.’“당연하지, 분명 운람종보다 엄청 많이 강대해질 거야!”시율이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당신이 이번에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게 되면서 새로운 대경지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진혼경 2품 내지 3품까지 돌파하게 되면 분명 지금보다 더 강해지겠지? 난 평생 당신을 따라잡지 못하겠다.”“하하, 당신의 천부적인 재능도 괜찮잖아.”도범이 웃으며 손바닥을 뒤집어 두 개의 단약을 꺼냈다.“이건 전문 당신을 위해 준비한 거야. 당신이 사용하기에 엄청 적합할 거야. 당신 지금 이미 현재의 수련 경지에서 충분히
“하하, 회장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도범이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사람 찾아 길을 안내하게 할게요.”도범의 전투력이 놀라울 정도로 강하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었으니 아홉 마을의 주민 전체가 도범한테 꽤 공손을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그래서 장로가 즉시 젊은 청년에게 길을 안내해 드리라고 명을 내렸다.그러다 도범이 떠난 후에야 장로는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이상하네? 전까지만 해도 분명 매일 수련에만 전념하던 녀석이 왜 이 타이밍에 갑자기 회장님을 찾아온 거지? 새로운 종문을 세우고 종주를 선거하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설마 자신에게 투표해달라고 회장님 설득하러 온 건가?”장로는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웃었다.“만약 정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정말 너무 순진하지. 우리 모두 아홉 마을의 사람인데 우리 회장님을 선거하지 않고 저 녀석을 선거할 리가 없잖아.”도범은 곧 왕가촌 회장의 앞에 나타났고, 모든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고 둘만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눌 것을 요구했다.“도범 씨, 할 말이 있으면 해요. 지금 도범 씨의 신중한 태도로 이미 도범 씨가 여기까지 온 목적을 알 것 같기도 하네요.”왕가촌의 회장이 엷게 웃으며 말했다.도범이 듣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음미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알아맞혀 보시죠, 정말 알고 계시는지 보고 싶네요.”“허허, 간단하죠. 도범 씨가 날 이렇게 찾아온 게 설마 나와 우리 마을 속 천급 5품으로 돌파한 가족들이 종주를 선거할 때 전부 도범 씨를 선택했으면 하는 거 아니에요?”회장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도범 씨의 전투력이 강한 건 부정하지 않아요. 우리 큰 회장님도 도범 씨의 적수가 아닐 수도 있겠죠. 그리고 종주는 도범 씨와 큰 회장님 사이에서 골라야 한다는 것도 다들 잘 알고요. 하지만 도범 씨는 아직 진혼경으로 돌파하지 못했어요, 게다가 큰 회장님은 우리 아홉 마을의 사람이고 또 오랜 세월을 함께 했죠.”그러다 도범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입을 열
“3, 3품 고급?”되묻고 있는 왕 회장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3품 저급 연단사도 충분히 보기 드물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등급의 연단사는 천급의 강자, 특히 금방 천급 1품이나 2품에 돌파한 강자들에게 제일 도움이 된다는 것도.하지만 그들처럼 이미 천급 9품에 돌파했고, 또 연속 두 번이나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는 데에 실패한 사람들에겐 큰 도움을 줄 수 없었다.3품 저급 단약 속의 에너지는 그들이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는 데에 큰 힘을 보태지 못하니까. 심지어 관건적인 타이밍에 에너지가 부족한 탓에 오히려 돌파하는 데에 영향을 주어 도전에 실패할 가능성도 컸다.그러나 3품 고급 단약이라면 별개의 문제였다. 3품 고급 단약은 에너지만 3품 저급 단약의 몇 배는 달했고, 또 천급 9품의 강자들이 단번에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는 데에 큰 힘을 보태줄 수 있었다.‘난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해서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였지. 하지만 3품 고급 단약만 있다면 어쩌면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을 거야.’“도범 씨, 진짜 농담하는 거 아니죠? 정말로 3품 고급 연단사에요?”왕 회장도 꽤나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도범이 자신의 다른 신분까지 밝혔다는 건 분명 무언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설마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 녀석을 선택하면 나에게 단약을 줄 생각인 건가?’‘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 쉽지. 투표할 때 도범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없었으니.’왕 회장의 기대하는 눈빛 속에서 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바닥을 뒤집었다. 그러자 그의 손바닥 위에 정말로 3품 고급 단약이 나타났다.“보세요, 이것이 바로 제가 정제한 3품 고급 단약입니다. 색상도 보통 좋은 거 아니잖아요. 혼탁하고 둥글고. 이 단약의 향기도 맡아보세요, 어때요?”왕 가주가 침을 삼키며 두 눈을 크게 뜬 채 도범의 손바닥에 놓인 단약만 쳐다보았다.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냄새가 진짜 좋네요. 도범 씨, 이 단약은…….”“큼, 이 단
“그럴 리가요? 난 진작 도범 씨의 천부적인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고요. 도범 씨가 천급 7품이었을 때 이미 진혼경 1품의 강자를 참살할 수 있었는데, 이런 천재가 종주의 자리에 앉지 못한다면 누가 또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겠습니까?”왕 회장이 즉시 허허 웃으며 아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선은 줄곧 도범의 손바닥위에 놓인 단약만 쳐다보았다.“하지만 그때 가서 큰 회장님이 많이 언짢아하실 것 같은데요? 이렇게 합시다, 그날에 내가 큰 회장님을 선택하고 나머지 가족들더러 도범 씨를 선택하라고 할게요. 그럼 나중에 큰 회장님이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도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마 다들 도범 씨의 실력을 더욱 인정해서 그런 것 같다고 잡아떼기만 하면 될 겁니다, 어때요?” “하하, 괜찮네요. 아무튼 제가 이길 수만 있으면 돼요.”도범이 웃으며 단약을 직접 왕 회장의 손에 쥐여주었다.“그럼 저는 먼저 이만 가보겠습니다.”“조심해서 가요, 난 멀리 나가지 않을 게요. 보는 눈이 많아서.”왕 회장은 즉시 앞으로 나가 직접 도범을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그리고 도범이 떠난 후 왕 회장은 흥분되어 손에 든 단약을 바라보았다.“세상에, 3품 고급 단약이라니. 어쩐지 저 녀석이 돌파하는 속도가 엄청 빠르다 했는데, 연단사였다니. 쯧쯧, 등급이 이렇게 높은 연단사는 대종문에도 없는데. 내 기억으로는 등급이 제일 높은 연단사가 겨우 3품 저급 정도였을 거야.”“수련, 수련! 어차피 아직 며칠이 남았는데 일단 먼저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고 볼까?”단약을 얻은 왕 회장은 기뻐하며 방으로 돌아가 수련에 전념하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왕가촌에서 나온 도범은 바로 임가촌의 임 회장을 찾아갔다.“하하, 도범 씨,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찾아왔죠?”임 회장이 하하 웃으며 도범을 향해 물었다.“심지어 다른 사람들까지 다 나가게 하고. 설마 이제 종주를 선거할 때 도범 씨에게 투표를 넣어달라고 부탁하러 온 건 아니겠죠?”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단번에 제가
“하하, 좋아요. 제 요구는 아주 간단합니다, 그때 가서 임가촌의 모든 가족들 보고 저에게 투표를 넣으라고 해주세요.”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임 회장이 이토록 통쾌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이렇게 급하게 단약을 가지고 간 것도 모자라 내가 요구를 말하기도 전에 무조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하다니.’“그래요, 어려울 것도 없죠. 내가 진혼경으로 돌파할 수만 있다면!”임 회장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하다 곧 또 무엇이 생각났는지 즉시 말했다.“참, 도범 씨. 나중에 정말로 4품 연단사가 된다면 절대 우리를 잊지 마요!”“걱정 마세요. 열심히 수련하고 종문에 공헌을 하는 자라면 틀림없이 4품 단약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연단사에게 있어 단약을 연제하는 데에 쓰이는 재료만 충족하다면 뭐든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사실 도범은 이미 속으로 계획을 다 세웠던 것이다.‘내가 진짜 종주로 된다면 재료에 대해 더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심지어 시율의 저주를 풀어주는 데에 쓰일 단약의 재료도 종문의 제자들이나 장로님들에게 부탁하여 찾아달라고 할 수 있어.’그 생각에 도범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종주가 된다면 적어도 앞으로 많은 시간을 절약하여 시율의 몸에 걸린 저주와 싸울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도범은 곧 임가촌을 떠났고, 기타 남은 여섯 마을도 순서대로 찾아가 부탁을 했다. 물론 용호가 있는 그 마을만 빼고.그리고 단약을 다 선물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사는 곳으로 돌아왔다.시율은 이미 맛있는 반찬들을 해놓고 도범을 기다리고 있었다.“어떻게 됐어? 다 잘 해결됐어?”시율이 도범을 보더니 즉시 조급해서 물었다.이에 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하지, 엄청 잘 해결됐어. 우린 종주를 선거하는 그날만 기다리면 돼.”“그럼 됐어! 사실 난 당신이 종주로 되는 거에 크게 찬성하지는 않아. 왠지 장로가 되는 게 더 한가로울 것 같은데?”시율이 자리에 앉으며 도범을 향해 말했다.“당신이 이토록 종주가 되고 싶어하는 것도
“음! 당신도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알겠지? 쉬어야 할 땐 쉬고.”시율이 고개를 끄덕이며 도범에게 말했다.“알겠어. 나 지금 진혼경 1품으로 돌파했으니까 낮에만 잠깐 수련하고 저녁에 단약 정제하는 것도 잠깐 쉬려고.”도범이 웃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수호 연맹 쪽에서 분명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 다만 양쪽 간의 큰 싸움을 피면하기 위해 대종문 쪽에서 직접 나서지 않고 밑에 있는 작은 세력을 파견하겠지.”“그럼 어떡해? 요 며칠 사이에 우리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시율은 듣자마자 속으로 다시 걱정하기 시작했다.“걱정하지 마. 그들은 우리가 아홉 마을에 남았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할 거야. 그러니 먼저 운람종 쪽으로 가겠지. 하지만 운람종과 엄청 가까운 곳에 반연맹 쪽 대종문이 있으니 크게 어떻게 하지는 못할 거야. 그러다 그들이 눈치 채고 아홉 마을로 찾아오게 될 땐 우리 쪽에도 진혼경의 강자들이 엄청 늘어났겠지.”걱정하는 시율이와는 달이 도범은 꽤 자신이 있어 보였다.“며칠만 더 있으면 기타 마을의 회장들이 분분히 진혼경으로 돌파하게 될 거고, 나의 수련 경지와 전투력까지 더해지면 우리 새 종문은 보기에나 새 종문이지, 실력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 거야.”“그래, 그들이 진혼경 7품이나 8품의 강자들을 파견하지 않는 이상 우린 두려울 것 없어. 게다가 당신 지금 3품 고급 연단사잖아. 이제 안정을 충분히 취하고 나면 더 높은 등급으로 돌파할 수 있을 거고, 그때가 되면 더욱 무서울 것 없지.”시율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도범에게 와인 한 잔을 따라주며 웃음을 드러냈다.“자, 이제 밥 먹자.”이에 도범이 반찬 한 입 먹고 시율이 따라 준 와인을 원샷 한 후 다시 감탄했다.“우리 이제 떠난 지도 3개월이 지났네. 수아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보고 싶네, 우리 딸.”“그래, 나도 수아가 너무 보고 싶어.”시율도 자신에게 와인 한 잔을 따른 후 한 모금 마셨다.“하지만 수아도 이제 컸으니 알아서 갈 길을 가야지. 비록
“맞아요, 마 종주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우리만 믿고 있는 세력들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되죠!”다른 종문의 장로도 바로 일어나서 말했다.“우린 무조건 나서서 태도를 보야야 합니다. 게다가 우리 수호 연맹 쪽엔 종문이 여섯 개고 반연맹 쪽엔 다섯 개밖에 되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실력이 우리보다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종속되어 있는 세력도 우리보다 적어요. 우린 절대 이렇게 당해서는 안 된다고요!”“맞아요. 벙어리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죠. 젠장, 이건 반드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고요!”다른 종문의 종주도 덩달아 일어서며 제의했다.“그들이 감히 우리 쪽 종문 하나를 멸망시켰으니 우린 그들 쪽 종문 두 곳을 밀어버리자고요! 젠장, 그렇게 많이 들어온 것도 모자라 20여만 명이나 살아있다니. 우리 그들 쪽 종문 두 곳을 밀어버리면 비슷하게 20만 명 되는 거 아닌가요? 하하, 이건 괜찮잖아요?”그런데 이때 한 백발의 노인이 잠시 생각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60여만 명이 들어왔는데 20여만 명만 살아남은 거면 꽤 많이 죽었죠. 복수엔 끝이 없습니다. 왕건봉도 그만 두자고 건의한 이상, 나도 그의 뜻대로 반연맹 쪽 세력을 찾아가 손해 청구만 간단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용 종주가 듣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혈사종은 처음부터 청운종에 종속되어 있는 세력이었으니, 혈사종이 사라진 지금 기타 종문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다지만 그는 엄청 아쉬워하고 있었다.그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냉담한 얼굴로 말했다.“홍 종주, 진짜 나이가 들수록 담이 작아지네요. 편안한 세월이 길어지니까 싸우는 게 많이 두려운가 보죠? 지금 우리가 반연맹보다 더 강하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홍 종주는 오히려 복수하는 걸 포기하겠다니요? 허, 진짜 이젠 쫄보가 다 된 것 같네요.”용 종주의 말에 여러 노인이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그런데 이때 한 노인이 홍 종주를 향해 말했다.“여러분, 먼저 조용히 해주세요. 난 홍 종주의 사람됨을 잘 알고 있습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