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제 성의이니 받아주세요.”한용휘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하지만 도범은 담담하게 웃더니 상자 두 개를 힐끗 바라봤다.“6억, 큰돈은 아니죠.”도범의 말을 들은 한용휘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도범이 돈이 적다고 할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도범이 이를 문제 삼는다고 한다면 큰일이었다.“하지만 태도도 성실하고 직접 아들까지 데리고 와서 사과를 했으니 성의만 받을게요, 돈은 가지고 가세요, 저는 이런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태도만 있으면 된 거죠.”“안돼!”나봉희는 6억 원의 돈을 보곤 눈을 반짝였다.하지만 도범이 그 돈을 거절하자 얼른 문을 열고 달려 나왔다.“이 돈을 왜 안 가진다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 집을 쳐들어왔는데 당연히 챙겨야지!”나봉희가 두 개의 상자를 닫더니 얼른 집어 들었다.“그러니까요, 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저는 싸움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어요. 너무 놀라서 아직까지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으니까 배상을 좀 받아야겠어요, 이 6억 도범 당신이 안 가지겠다고 한다면 우리가 받을게요.”박해일도 얼른 덧붙였다, 그는 도범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6억이면 좋은 자리에서 집을 한 채 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돈을 안 가지겠다고 하다니.“이 돈은 저한테 주는 것이지, 당신들한테 주는 돈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를 바깥사람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요.”“무슨 소리야, 우리 시율이랑 혼인신고도 했고 아직 이혼을 하지 않았으니 아직 한 가족인 거지, 나는 네 장모님인 거고. 나도 방금 많이 놀랐으니까 이 돈을 가져야겠어.”나봉희가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그리고 이 돈을 너한테 주는 거면 부부 공동재산이니 너 혼자 처리할 문제도 아니잖아.”나봉희의 말을 들은 도범은 할 말이 없어졌다, 나봉희가 돈을 위해서 부부 공동재산이라는 단어까지 들먹일 줄 몰랐다.“그래요, 도범 씨도 장모님을 위해서 이 돈을 받으셔야죠. 제가 생각을 잘못한 것 같아요, 갑자기 이렇
“짝!”한용휘가 한지운의 뺨을 내려쳤다.“어디서 목소리를 높이는 거야? 도범 씨 지금 농담하는 거잖아.”“아버지, 저…”한지운은 더더욱 화가 났다, 그는 당장이라도 도범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한용휘는 한지운을 쏘아보더니 도범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범 씨는 농담도 잘 하시네요, 저희는 일단 돌아가 보겠습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살펴서 가세요.”한 씨 집안사람들은 빠르게 집을 나섰다.집으로 가는 내내, 한지운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별장 마당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버지, 도범이 아버지한테 그런 말까지 했는데 왜 참고만 계셨던 거예요? 저희 이류가문이라고요, 그런데 고작 퇴임 군인한테 무시를 당해야 하냐고요, 저 너무 억울해요!”한용휘는 고개를 돌려 한지운을 바라봤다.“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집안을 생각해서 그런 거야, 너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우리도 그저 자그마한 장사를 하던 평범한 집안이었어, 중주에서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예전부터 실력 있던 집안들이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서 망하던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어. 그리고 얼마 전에도 다른 도시의 일류가문이 퇴역하고 돌아온 대장의 심기를 건드려서 제명당했다는 소문을 들었어, 가족 전부가 살해당하고 하인들만 살아서 그 집에서 빠져나왔다고 하더구나.”그 말을 들은 한지운이 놀라서 말했다.“설마요, 일류가문의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죽인다는 게 말이 돼요? 아버지, 도범은 그저 평범한 퇴역군인일 뿐이에요,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고요.”“내 말 잊지 마, 그 누구도 얕잡아봐서는 안 돼, 도범이 이름도 없고 대단한 것도 없는데 어떻게 감히 너를 때릴 수 있었겠어? 우리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갔는데도 담담한 모습으로 맞이했잖아, 마스크를 쓰고 있던 그 여자, 절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닌 게 분명해.”한용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지운에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네 아버지 그동
박시율은 차가운 얼굴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봤다.“어머니, 마음도 참 빨리 바뀌시네요. 도범이 이 집에서 잔다고 해도 저랑 같은 방을 쓰는 건 안돼요, 제 화가 아직 안 풀렸으니까. 6억 때문에 이 거짓말쟁이를 믿을 수 없어요.”방금 전, 도범에게 무정하게 굴었던 박시율은 이렇게 빨리 태도를 전환할 수 없었다.“네 방에서 안 자면 어디에서 자라는 말이야? 네 침대에서 안 자면 그만이지, 어차피 지금도 바닥에서 자고 있잖아.”나봉희가 6억을 들고 신이 나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보름 뒤, 저놈이 네 할아버지 생신 때 80억을 내놓지 못하면 당장 나가라고 할 거니까. 정말 사기꾼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때 밝혀질 거야!”“80억이요? 전에 60억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갑자기 20억이 불어난 거예요?”지유가 놀라서 물었다.“예물을 20억이 아니라 40억을 받기로 했어, 그리고 도범도 그때 허락했고. 그치, 도범?”나봉희가 팔짱을 낀 채 거만하게 말했다.“네, 걱정하지 마세요, 무조건 40억을 드릴 테니까.”도범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사돈, 제 아들을 믿어주세요, 무조건 방법을 생각해 내서 그 돈을 벌어올 겁니다.”서정이 나봉희에게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다시 박시율을 말렸다.“시율아, 아이를 봐서라도 도범을 믿어줘, 나는 우리 아들 믿어, 도범 절대 너를 속이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수아도 아버지를 무척이나 따르잖니.”서정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그제야 도범을 힐끔 바라봤다. “그럼 보름의 시간 더 줄게, 할아버지 생신 때 네가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전부 밝혀질 테니까, 그때 가서 나를 무정하다고 탓하지 마.”“수아야, 이리 와, 아빠가 목욕시켜줄게, 목욕하고 할머니가 해 준 맛있는 저녁 먹자!”도범이 수아를 보며 말했다.“네!”박수아가 신이 나서 도범을 향해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수아를 안고 떠나는 도범을 보고 있으니 박시율은 마음이 복잡해졌다.“여보, 6억이야, 우리 이제 돈 걱정할 필요 없어,
도범은 아무리 생각해도 박시율이 왜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인지 알지 못했다.침대 위에서 이미 잠든 박수아를 힐끔 본 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응!”그러자 박시율이 붉어진 얼굴을 하고 도범 앞으로 오더니 말했다.“거짓말 말고 진실을 털어놓으면 뽀뽀하게 해줄게.”“정말? 내가 진실을 털어놓으면 뽀뽀하게 해 줄 거야?”도범이 미심쩍은 얼굴로 박시율을 바라봤다, 겉으로 보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당연하지, 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야!”박시율이 장담했다.“그래, 나도 사실대로 말할게!”도범도 박시율을 따라 손을 들고 장담했다.“그럼 솔직하게 말해 봐, 마스크 낀 여자 정말 전신이야?”박시율이 물었다.“당연하지, 유일한 여전신 장진이야.”도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니까 전신 장진이 정말 자기 친구라는 거야?”박시율이 도범의 모든 것을 꿰뚫겠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은 도범이 대답했다.“그래, 나 전에 거짓말했어, 장진은 사실 내 친구가 아니야.”그 말을 들은 박시율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친구가 아니라면 도범이 정말 돈을 위해서, 그 80억을 벌기 위해서 여자의 애인 노릇이라도 하러 갔다는 말인가?“그럴 줄 알았어, 이런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박시율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미안, 평범한 생활을 지내고 싶어서 그랬어, 장진은 내 친구가 아니라 내 제자야. 이거 당신한테만 알려준 거야, 당신은 내 여자니까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다른 가족들한테는 알려주지 마.”“제자?”박시율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의심까지 들었다.“장진이 당신 친구라는 것도 내가 안 믿었는데 지금은 뭐, 당신 제자라고?”“왜 못 믿겠다는 거야? 장진 내 제자 맞아.”도범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덧붙였다.“당신이 자꾸 캐물어서 알려준 건데 또 안 믿네.”“전신 9명이 다 당신 제자라고 하지 왜, 거짓말을 해도 참.”박시율이 도범을 흘겨봤
“읍!”박시율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도범은 고개를 숙이고 박시율의 입술을 집어삼켰다.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박시율은 반항하는 것도 잊었다.그는 도범이 이렇게 대범하게 허락도 없이 자신에게 뽀뽀를 할 줄은 몰랐다.박시율은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느끼며 다리에 힘도 주지 못했다.“비켜!”뒤늦게 도범을 밀어낸 박시율이 화가 나서 말했다.“나쁜 놈, 허락도 없이 입을 맞추다니… 이 방에 들이지 말아야 했어!”“자기가 한 말이잖아, 내가 사실대로 말했으니 당신도 약속을 지켜야지.”도범이 입술을 핥더니 바닥에 펼쳐진 이불로 가 위에 누웠다.“나 내일 양치 안 할래, 오늘은 무조건 좋은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아!”박시율은 화가 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녀는 도범이 이렇게 뻔뻔스럽게 행동할 줄 몰랐다.이튿날 아침, 쉬는 날이었던 박시율과 도범은 수아를 데리고 유치원을 찾으러 갔다.이미 하루 저녁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기에 박시율도 화가 많이 풀렸다.“이제 곧 할아버지 생일인데 선물은 준비한 거야? 몇십억 짜리 선물을 어디 구하기가 쉽겠어?”사립유치원 앞에 도착한 박시율이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나 당신이랑 장난하는 거 아니야, 그때 가서 당신이 말한 대로 하지 못한다면 당신이 그동안 쭉 나를 속였다고 볼 수밖에 없어!”“몇십억 짜리 선물? 그걸로는 내 성의를 표현하기 부족하지!”도범이 웃으며 말했다.“적어도 몇 백억 되는 선물을 드려야 우리 시율이 체면도 서지.”“몇 백억?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헛소리하는 것 좀 봐.”박시율이 어이가 없다는 듯 도범을 보며 말했다. 수아만 없었다면 당장이라도 도범을 쫓아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박시율은 다시는 도범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여보, 나 화장실 잠깐 다녀올게. 여기에서 나 기다리고 있어.”도범이 공공 화장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얼른 갔다 와, 하여간에 일도 많아.”박시율이 불퉁하게 말했다.“어머, 시율이 아니야? 왜 여기에 있는 거야?”도범이 화장실로 들어가자마자
임여을의 말을 들은 박시율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이곳에서 대학 친구를 만난 건 좋은 일이었지만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얕잡아 볼 줄은 몰랐다.임여을은 대학 2학년 때 돈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까지 해 졸업하자마자 아이를 가졌다.그랬기에 그녀의 아이는 이미 6살이 되었다.“여기 학비가 얼마인데 그래?”박시율은 이 유치원이 제일 좋은 유치원이라는 소리만 들었을 뿐, 학비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생활비까지 합치면 일 년에 2200만 원은 있어야 해, 너 정말 그 많은 돈이 있어?”임여을이 박시율을 비웃으며 말했다.“시율아, 우리 학교 다닐 때 너 퀸카로 유명했잖아, 집에 돈도 많아서 우리가 너를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그런데 내 남편한테 들으니까 너 배달부한테 시집갔다며, 네 남편 결혼 이튿날에 전쟁터로 나가서 5년 동안 돌아오지도 않았다고 하던데, 아마 그곳에서 죽었겠지? 그리고 네가 임신했다는 소리를 듣고 가족들이 반대해서 너 집에서 쫓겨났다며, 안타까워라.”“너희 남편 많은 걸 알고 있네.”박시율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내 남편 상류 인사라서 그런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지, 그리고 우리 남편 밑에 몇 천명이나 되는 직원도 있어. 그런 사람이니 여러 가문의 소식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거지. 그리고 너 중주에서 이름난 미녀잖아, 그러니 당연히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지. 내 남편이 너 일자리 찾는 데에도 애를 많이 먹고 있다고 하던데, 학교 다닐 때 그렇게 반짝반짝 빛나던 네가 지금 왜 이렇게 된 건지.”임여을이 감탄했다, 그때 박시율 덕분에 퀸카 자리를 빼앗겼던 그녀는 어디에서나 박시율보다 못해 그녀는 늘 박시율만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일 년 학비가 2200만 원이라고?”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난감했다.지금 그녀에게는 2000만 원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치원의 일 년 학비가 이렇게 비쌀 줄이야.임여을은 난감한 얼굴의 박시율을 보더니 득
박시율은 더 이상 임여을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임여을을 못 본 사이, 그녀는 속물이 되어있었다.“가자!”머지않아 화장실에서 나온 도범이 말했다.“돈, 돈이 모자라, 방금 내 대학 친구를 만났는데 아들도 여기에서 유치원 다니고 있다고 해서 물어봤는데 일 년에 2200만 원이 필요하대, 아직 200만 원이 모자라. 부모님께서 돈을 저금했는지 모르겠어, 두 분께서 돈을 저금하면 200만 원을 빌려달라고 하려고.”“괜찮아, 가자, 내 카드 긁으면 돼.”박시율의 말을 들은 도범이 그녀의 손을 잡고 유치원 안으로 걸어들어갔다.“아!”박시율이 반응을 하기도 전, 도범은 이미 그녀의 손을 잡고 유치원 안으로 이끌고 있었다.이는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손을 잡는 것이었기에 박시율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도범은 반대쪽 손에 수아의 포동포동한 손을 잡고 있었다.유치원 안으로 들어서고 나서야 박시율은 부끄러움에 손을 빼내었다.“수아야, 여기서 유치원 다니고 싶어? 여기에서 공부하면 장난감도 많이 가지고 놀 수 있고 친구들도 엄청 많을 거야. 엄마랑 아빠가 시간이 되면 수아를 데리고 오고 아니면 지유 이모가 데리러 올 거야.”도범이 무릎을 굽히고 앉더니 수아를 보며 물었다.“정말요? 친구들이랑 장난감이 많다고요? 너무 좋아요!”수아가 도범의 말을 듣더니 눈을 반짝이며 폴짝폴짝 뛰었다.그런 두 부녀를 보는 박시율도 흐뭇해졌다.두 사람은 곧바로 수아를 데리고 등록을 마치곤 돈을 내러 왔다.그리고 마침 돈을 내러 온 임여을을 다시 만났다.“시율아, 아직 안 갔어? 여기에는 왜 들어온 거야?”임여을이 놀란 얼굴로 박시율을 보며 물었다, 그리고 도범을 보더니 말했다.“남편이 5년 동안 돌아오지도 않았다고 하던데 이미 죽은 거겠지? 그래서 아이한테 후 아버지를 찾아준 거야? 잘생겼네, 그런데 패션 감각은 좀 별로다. 시율이 너는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잘생긴 사람을 좋아해서 뭐 하니, 나처럼 돈 많은 사람을 찾아야지. 너를 봐, 돈이 없으니
“네가 뭔데 끼어들고 난리야, 나 내 친구랑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여자가 화가 나서 말했다.하지만 곧 콧방귀를 뀌더니 다시 박시율을 비웃었다.“시율아, 너 이런 남자를 남편이라고 찾은 거야? 돈도 없고 가방끈도 짧아 보이는데, 말도 저렇게 밖에 할 줄 모르고 정말 어이없다.”“어디를 봐서 내가 돈이 없다는 거야?”도범이 웃으며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학비를 담당하는 유치원 선생님에게 건네줬다.“학비 여기 있습니다, 비밀번호는 필요 없어요.”“짧은 시간 안에 2200만 원을 빌리느라 수고했다, 온갖 방법 대가면서 빌린 거지?”임여을은 여전히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2200만 원일 뿐인데 빌릴 필요가 있나?”도범이 어이가 없다는 듯 대꾸했다.“으아아앙!”그때 여자의 아들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 왜 넘어진 거야?”여자가 가슴 아프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의 아들에게 달려가 아이를 부축했다.“엄마, 쟤가 나 밀었어!”남자아이가 박수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뭐!”임여을은 순간 화가 치밀어올라 일어서서 박수아를 밀었다.“으아아앙!”이번에는 박수아가 땅에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도범과 박시율은 임여을이 이런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다 큰 어른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아이를 밀다니, 수아는 이제 갓 4살이 된 아이였다.박시율은 얼른 달려가 박수아를 일으켜 세웠다.“임여을, 왜 내 딸을 미는 거야? 아이들끼리 장난도 칠 수 있는 거잖아! 다 큰 어른이 이렇게 아이를 밀 필요까지는 없었잖아, 우리 수아 다치기라도 했으면 너 단단히 각오해야 할 거야!”“걱정하지 마, 나 돈 많아. 병원비 얼마든지 내줄 수 있다고! 그리고 네 딸이 먼저 우리 아들을 밀었잖아, 이걸로 퉁 쳐.”임여을은 여전히 기세등등했다.“수아야, 너 이제 4살 밖에 안 된 애가 왜 이렇게 장난기가 심한 거야? 왜 이 오빠를 민 거야? 같이 놀면 좋잖아.”박시율이 수아를 다그쳤다, 정말 수아가 상대방을 먼저 민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