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말에 양쪽에 서 있던 루희 등은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식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버려진 세상으로부터 대부대가 숲 속으로 침입했다는 사실을 이들도 알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양이다.‘설마 이들도 수호연맹 쪽 세력인 건가? 그래서 소식을 듣고 우리를 공격하러 온 거고?’그런데 다행히도 그들은 루희 등을 안중에 두지도 의심하지도 않은 채 천천히 전방으로 날아갔고, 선두에 선 사람이 곧 루희 등의 무리를 빠져나갔다.그렇게 루희 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찰나, 흰옷차림을 한 남자 한 명이 미간을 찌푸린 채 루희의 앞에 멈추었다.그러고는 루희를 한참 자세히 훑어보다 갑자기 입을 열었다.“저기요, 고개 한번 들어 보시죠.”남자의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 내려앉은 루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도자용? 자용아, 정말 자용이 맞아?”루희는 더는 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어 앞에 있는 흰옷차림의 남자를 와락 품에 안았다.흰옷차림의 남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7,8개월 전에 친구들과 함께 안개 숲으로 들어왔던 도자용이었다.“자용아, 아는 사람이야?”이때 선두에 선 노파가 기척에 손을 흔들어 일행들에게 동작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고, 자용은 그제야 붉어진 눈시울로 대답했다.“사, 사부님, 이분은 저의 어머니이십니다. 전에 버려진 세상의 사람들이 쳐들어왔다고 했을 때 그중에 혹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도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는데, 정말로 저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네요. 심지어 저희 루씨 가문의 가족들도 있고, 참 잘 됐네요.”노파가 듣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당신들이 바로 버려진 세상에서 온 자들이야? 이곳은 어떻게 들어온 거지? 5,60만 명은 들어왔다며? 왜 3만 명 정도밖에 안 남은 거지? 아무리 숲 속에 요수들이 많고 당신들끼리 보물 쟁탈 때문에 물고 뜯고 한다고 해도 이 정도밖에 안 남았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신
노파의 화난 모습에 많이 놀란 노인은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 그건, 그러니까…….”그러자 옆에 있던 루희가 상황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급히 대답했다.“선생님, 저희가 돕고 싶지 않아서 가지 않은 거 아닙니다. 선생님께서도 보아낼 수 있다시피 저희 중엔 수련 경지가 높은 자들이 없어요. 게다가 아홉 마을을 도우러 간 세력은 저희들과 적대적인 사이고, 또 인원수가 너무 많아 저희는 덤비지도 못해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가 저쪽으로 가게 되면 그들이 저희를 죽일 수도 있거든요.”이에 도자용도 앞으로 나가 노파를 향해 말했다.“사부님, 이분은 저의 엄마예요. 전 저의 엄마가 절대 저희를 속이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도 분명 어쩔 수가 없었을 겁니다.”노파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우리의 뒤를 따라. 혈사종이 지금 아홉 마을을 치고 있으니 우리도 속도를 올려야 해.”옆에 있던 빨간 머리 노인도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일단 출발하지. 다 바깥 세상에서 온 사람들이니 우리 반연맹은 반드시 당신들을 똑같이 보호할 거야. 적어도 우리가 보는 앞에서 저들은 절대 당신들을 죽일 수가 없으니 걱정 말고.”“감사합니다, 선생님!”루희 등은 그제야 서로 눈빛을 마주치며 기뻐서 대답했다.자용은 그제야 루희 등을 향해 소개했다.“엄마, 이분이 바로 저희 종주님이세요. 지금은 진혼경 2품에 돌파하신 강자로 곧 있으면 3품으로 돌파하실 거예요.”그러다 노파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분은 저의 사부님이시자 종문의 대장로님이세요. 진혼경 1품의 강자이시고요.”“그래, 네가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엄마는 네가 꼭 살아있을 줄 알았어. 살아있으면 됐어.”루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고는 곧 일행을 따라 아홉 마을의 방향으로 날아갔다.그렇게 한참 비행을 한 후 자용은 결국 마음속의 의문을 참지 못하고 루희를 향해 물었다.“엄마
자용이 멍한 얼굴로 루희를 향해 물었다. 자신이 집을 떠난 지 겨우 7,8개월 밖에 안 되는데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졌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듯했다.이에 루희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대답했다.“자용아, 넌 모르겠지만 도남천이 예전에 밖에 있을 때 서정이라는 여인과 아들 한 명을 낳은 적이 있어. 그리고 네가 사라진 후 도남천이 비록 사람을 파견하여 널 찾으라고는 했지만 동시에 그 사생아를 가문으로 데리고 올 생각도 하고 있었어. 난 당연히 그걸 동의할 리가 없었고, 그래서 막으려고…….”루희는 없는 일까지 과장해가며 일의 자초지종을 자용에게 말해주었다. 물론 셋째 장로와 뒹굴었던 일과 남천에게 독을 탔던 일은 빼고. 아무래도 자신의 아들에게 말해주기엔 많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빌어먹을 도남천! 그럼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전부 돌아가셨단 말이예요? 루씨 가문의 가족들은 이만큼만 살아남았고?”자용이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엄마에게 그런 짓을 하다니! 걱정 마세요, 엄마. 오늘부터 제가 엄마를 지키고 복수해 줄게요.”이에 루희는 오히려 급해하며 자용을 말렸다.“자용아, 진정해. 도범의 천부적인 재능이 엄청 뛰어났어. 게다가 이 안으로 들어온 지도 꽤 되었으니 지금쯤 분명 천급 1품이나 2품으로 돌파했을 거야. 제일 중요한 건 그 녀석의 전투력이 엄청 놀랍다는 거야, 등급을 초월하여 상대를 죽일 수 있다고. 네 사부님이 대장로님이시니 일단 열심히 수련해, 그러다 실력이 충분히 강해지면 그때 가서 기회를 찾아 죽이자.”그러자 자용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천급 2품이 뭐가 어때서요? 엄마, 저 이 안으로 들어온 후 수련하는 게 많이 쉬워졌거든요. 종주님도 저를 예쁘게 봐주시고 수련을 향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보물들을 엄청 많이 주셨고요. 그래서 저 지금 천급 8품까지 돌파했다고요.”그러다 좌우를 한번 보고는 다시 작은 소리로 루희를 향해 말을 이어갔다.“엄마, 걱정 마세요. 저 열심히 수련하다 나중에 진혼경으로 돌파하기만
“그래도 그렇게 많은 장로가 죽었다는 건 말이 안 돼. 심지어 종주도 죽었다니. 너희 종주의 실력은 나도 뻔히 알고 있는데.”왕건봉은 여전히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비참하게 패배한 쪽이 틀림없이 아홉 마을 쪽일 거라고 예상했으니까.‘아무리 버려진 세상 쪽 세력이 아홉 마을을 돕고 있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돼. 그들 중에 천급 1품이나 2품으로 돌파한 자들이 기껏해야 백여명 정도밖에 안 될 테니까, 그런 상황이면 혈사종이 절대 이렇게 비참하게 패배할 리가 없어.’‘적어도 혈공천은 절대 상대방에게 참살당할 리가 없지.’“왕 종주님, 바로 저 녀석입니다. 저 녀석이 비록 천급 7품밖에 안 된다지만 전투력은 놀라울 정도로 강해요, 혼자서 우리 쪽 장로님을 여러 명이나 죽일 정도로요. 전투력이 적어도 아홉 마을의 큰 회장보다는 훨씬 뛰어났을 거라고 봅니다.”다섯째 장로가 도범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를 갈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는 당장이라도 도범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인 듯했다.“뭐? 아홉 마을의 큰 회장보다 더 강하다고?”건봉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고작 천급 7품에 그렇게 강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럼 저 녀석이 나중에 진혼경으로 돌파하게 되면 우린 더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거잖아.’그 생각에 건봉은 바로 눈살을 찌푸렸다. 지금 당장 도범을 제거해 버리지 않으면 수호연맹 전체에 큰 위협이 될 거라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요, 저 녀석이 대체 어디에서 굴러왔는지, 전투력이 엄청 강해요. 왕 종주님, 부디 저 녀석을 죽여 저희 종문을 위해 복수해야 합니다!”혈사종의 제자들이 하나같이 건봉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에 건봉은 그제야 도범을 향해 물었다.“너, 아홉 마을의 사람 아니지? 대체 어느 쪽 세력인가?”건봉의 물음에 도범은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가 버려진 세상에서 온 사람이라고 해도 상대들이 안 믿을 게 뻔했다. 그렇다고 지금 이런 상황에, 또 그의 천부적인 능력도 훤히 알고 있는 상대들은 그가 뭐라고
건봉은 바로 공격하라는 명령 대신 오히려 도범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러니 자네 같은 천재는 진짜 보기 드문 거야. 이치대로라면 우린 당장 자네들을 죽여야 했지만 지금 혈사종과 아홉 마을 쪽에 전부 막심한 손실을 보게 되었잖아. 자네 쪽에도 처음에 몇 십만명이 들어왔는데 거의 다 죽고 얼마 남지 않았고. 그래서 말인데, 오늘 이 일은 다 같이 앉아서 말로 해결했으면 해.”“왕 종주님, 이들은 버려진 세상에서 쳐들어온 자들입니다! 말로 해결하자니요?”혈사종의 제자들은 순간 화가 나서 건봉에게 되물었다. 하나같이 건봉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비록 여러 해 동안 버려진 세상의 사람들이 이 곳으로 침입한 적이 없어 그들도 이미 버려진 세상을 잊고 있었다지만, 단번에 이렇게 많은 자들이 침입한 지금, 수호연맹 쪽 세력에 속하는 그들이 침입자들과 말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의하고 있었으니.‘이렇게 되면 우리 종주님과 제자들이 너무 허무하게 죽은 거 아니야?’하지만 건봉이 그들을 매섭게 한번 노려보고는 다시 도범을 향해 입을 열었다.“총각, 자네의 천부적인 재능이 좋으니 내가 제의 하나를 하지. 자네 쪽 천급과 진신경에 돌파한 강자를 데리고 우리 종문으로 들어와 우리 종문의 가족이 되는 거야. 물론 아직 진신경에 돌파하지 못한 자들은 전부 죽여야 해, 그래야만 우리도 돌아가서 회답할 수 있거든.”건봉도 도범 같은 천재는 처음이라 당연히 도범을 당장 그의 종문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다. 그렇게 되면 검왕종이 강대해지는 건 시간 문제였으니.하지만 위에서 그의 결정에 화를 낼 건 뻔한 일이었으니 그는 그런 제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 쪽에 10여만명 정도밖에 안 남았다지만 그중 위신경인 자들만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도범이 그들을 전부 죽이고 몇 만명만 데리고 검왕종으로 간다면 그도 할 말이 있을 테니까.“안돼!”그런데 이때, 도범이 대답하기도 전에 도남천이 먼저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가 왜 당신의 말을 믿어야 하
“하하,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린 그 제의를 거절할 게. 설령 다 받아준다고 해도 난 이렇게 많은 목숨으로 도박할 수 없어.”이때 도범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수호연맹이 줄곧 우리를 겨냥하고 있었는데, 우리 이대로 당신들을 따라 갔다가 나중에 수호연맹 쪽 종문이 다 같이 우리를 포위 공격하게 되면 우린 반항할 힘도 없이 당하기만 해야 하잖아.”“도범 총각의 말이 맞아. 우린 절대 저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돼!”용호도 주먹을 불끈 쥐고 전방을 노려보며 말했다.“왕 종주, 좋은 말로 할 때 어서 떠나지 그래? 우리 쪽에 인원수가 더 많은 건 자네도 봤을 터이고, 우리가 목숨 걸고 달려들면 자네 쪽도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될 거야.”“어휴, 그럼 오늘 자네들을 전부 죽일 수밖에 없겠네.”이때 건봉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용 회장, 그렇게 날 겁줄 필요 없어. 자네들 쪽에 인원수가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방금 혈사종과 오랜 시간 동안 싸우면서 다들 체내의 영기를 거의 다 소모했다는 걸 나도 잘 알아. 사람이 많으면 뭐해? 우리 쪽엔 천급의 강자가 엄청 많을 뿐만 아니라 진혼경의 강자도 세 명이나 있는데. 그리고 중요한 건 자네들 쪽에 많은 사람이 중상을 입었다는 거지. 하하, 그런 상황에서도 자네들이 우리에게 큰 데미지를 입힌 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는데?”“진혼경이 세 명이라고? 두 명 아니었어?”용호가 듣더니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상대 쪽에 진혼경 1품 한 명과 2품 한 명이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충분히 상대하기 버거웠다.방금 그가 으름장을 놓았던 것도 단순히 그들이 빨리 떠났으면 하는 마음에 했던 거고.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봐서는 검왕종이 쉽게 떠나지 않을 게 분명했다.그리고 다들 두려워하고 있는 표정에 건봉은 그제야 흡족하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하하, 두 명? 그건 몇 달 전의 일이고. 지금 우리 종문의 둘째 장로도 진혼경 1품으로 돌파하게 되었으니 세 명 아닌가?”“큰일이네, 도범 씨. 정말로 싸우게 되면
대부대는 도범 등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잠깐! 저 중에 왜 신왕전의 사람들이 있지? 운소종의 제자들도 있는 것 같고?”이때 도씨 가문의 남자 한 명이 대부대를 자세히 살펴보더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소리쳤다.“맙소사! 가주님, 어서 저쪽을 보세요. 루희도 저 중에 같이 있어요!”“루희!”도남천은 듣자마자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비록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한 부부였지만, 지금의 그들은 서로를 원수처럼 생각하고 있었고 더욱 대방이 일찍 죽기만을 기다렸다.사실 이 곳으로 들어오고 처음 창공정과 마주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미 루희도 따라 들어왔을 거라고 예상했었다.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록 루희를 보지 못했고, 또 전에 그가 직접 루희의 수련 경지를 폐해버려 현재 수련 경지가 높지 않을 게 분명했으니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해도 진작 숲 속에서 죽었을 거라고 추측하고 딱히 마음에 두지 않았다.‘아직도 살아있었다니, 참 명줄이 질긴 여인이네.’“도자용?”이때 도범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자용은 이미 실종된 지 7,8개월이 넘었고 다들 그가 분명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범은 명의상의 형님을 마음에 둔 적이 없었고 진작 잊고 있었다.‘그런데 어떻게 이 안에 있는 거지? 저 녀석은 밖에 있을 때부터 도씨 가문의 으뜸가는 천재였는데 이 곳에 7,8개월 동안 머물렀고 또 운람종에 있었으니, 현재의 수련 경지가 너무 낮지는 않을 거야.’“정말 큰 도련님이네요?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는 거죠?”“그러게, 왜 이 안에 있는 거야? 설마 전에 실종된 게, 이 안으로 들어왔던 거였어? 그럼 적어도 반년 이상은 이 안에 있었다는 거잖아?”“그나저나 저 악독한 여인은 왜 운람종 쪽 세력과 같이 있는 거야?”도씨 가문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분분히 의논하기 시작했다.“도자용이 살아있다고?”그리고 그들의 말에 잠깐 멍해진 영풍이 대부대를 한참 자세히 살펴보다 곧바로 자신의 엄마 영신에게 말했다.“엄마, 어서 저
“가주님, 영풍 형님! 드디어 만나게 되었네요! 다행이에요!”도자용과 함께 숲 속으로 들어왔던 영씨 가문의 두 젊은이는 영신 등을 보자마자 기뻐하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다행이에요, 가주님! 진짜 다행이에요…….”하씨 가문의 두 젊은이도 가족들 앞으로 날아가 감격에 겨워 입을 열었다.하지만 유독 도자용만 도남천 그들을 보고도 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있었다. 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게 전혀 가족의 품으로 날아갈 의향이 없어 보였다.“자용아, 네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살아있으면 됐어!”반대로 자용이 아직 살아있는 모습에 남천은 많이 격동된 듯했다. 아무래도 자용은 천부적인 재능이 뛰어난 아이였고 또 그의 아들이기도 했으니. 그렇지 않고서야 애초에 그도 사람을 파견하여 자용을 찾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다만 아무리 오래 찾아도 소식이 없었고, 자용이 살아있기만을 기도했던 남천은 그제야 부득불 자용이 죽었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이다.“그러게요, 저 아직 살아있네요? 저 당연히 살아있어야죠, 너무 빨리 죽으면 어떡해요?”마음속에 원한을 품고 있었던 자용은 당장이라도 남천과 도범 등을 죽여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하지만 현장에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그가 공격하고 싶어해도 운람종의 종주가 그를 제지할 게 분명했다.그래서 그는 마음속의 원한을 거두어 들이고 살짝 웃으며 남천 등을 향해 날아왔다.“아버지, 참 다행이네요, 여기서 우리 가족들을 만나게 되다니. 전 다시는 엄마와 아버지를 보지 못할 줄 알았어요. 도 집사님, 대장로님, 다들 살아 계셨네요!”그러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천 옆에 있는 도범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버지, 이분이 바로 저의 동생 도범이죠? 전에 엄마한테서 들었어요. 아버지가 밖에서 외딴 여자와 아들 한 명 낳았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그렇게 뛰어났다면서요? 그래서 도씨 가문의 가주 자리도 동생한테 물려주었다고, 맞죠?”그 말에 남천은 저도 모르게 어색한 웃음을 드러냈다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