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석은 바보가 아니었으니 단번에 임호우가 일부러 그들을 먼저 보내려고 한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그래야만 수영과 단둘이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수영의 두 동생 앞에서도 좋은 점수를 딸 수 있으니까.그래서 당연히 임호우의 건의에 동의할 수 없었던 왕석은 잠깐 멍해 있다가 바로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천천히 돌아가 알리면 돼. 지금 수호 연맹 쪽에서 이 숲 속으로 들어오지도 않았으니 두려울 것 없잖아. 게다가 그들은 평소에도 거의 이쪽으로 오지 않는데. 만약 반드시 누군가 먼저 돌아가 소식을 알려야 한다면 추영이 혼자 돌아가 알리면 되겠네. 우린 모두 남아서 수영 씨와 함께 둘러보지. 아무래도 이 속에 전투력이 강한 요수가 적지 않으니,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안전하니까.”수영이 듣더니 순간 얼굴에 이상한 기색을 드러냈다. 방금 그 초씨 노인이 한 말이 정말로 맞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말투에는 확실히 수영에 대한 배려가 가득 차 있었다, 그렇지 않고 서야 이토록 적극적일 수는 없으니까.그러나 상대방이 그들의 목숨까지 구해주었는데 호의를 거절한다면 너무 말이 아닌 것 같아 수영은 결국 최대한 자연스러운 미소를 드러내며 승낙했다.“나도 안 돌아가요! 다들 안 돌아가면서 왜 나더러 돌아가라고 하는 건데요?”당연히 홀로 돌아갈 리가 없었던 추영은 투덜거리며 바로 날아올랐다.“자자, 어서 출발해요 우리! 어느 방향으로 가면 돼요? 지금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이따가 쉴 수 있는 곳을 찾아 하룻밤 쉬다가 내일에 다시 출발해 보물을 찾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그런데 이때, 뚱보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놀라며 입을 열었다.“큰일났어요! 우리 엄청 중요한 거 잊고 있었어요. 금년이 혈사종에서 입구를 지킬 차례 아닌가요? 비록 입구를 지키는 두 제자의 수련 경지가 높지는 않다지만 그들이 숲 속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쳐들어왔다는 걸 알게 되면 무조건 종문으로 돌아가 이 소식을 알리겠죠? 그럼 수호 연맹 전체가 알게 되는 것도 시
앞서 모두 자기소개를 한 덕분에 수영은 순이 등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순이는 아담한 체격에 초롱초롱한 두 눈을 가지고 있는 게 다정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하하, 고맙긴요. 마침 만나게 되었으니 알려주는 거죠.”순이가 웃으며 다시 말했다.“가요, 전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오는데 그쪽 동생이 맞는지 가서 한번 확인해 보죠.”“네.”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을 이토록 생각해주는 젊은이를 만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많이 따뜻했던 모양이다.왕석 그들은 매우 열정적이었다. 수영 등이 이 안에 관해 묻기만 하면 그들은 전부 알려주었고, 그 덕분에 수영 등은 숲 속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같은 시각, 도범 등은 하루 사이에 적지 않은 영초를 얻어내게 되었다. 물론 도중에 많은 해역 세력과 마주치게 되었고, 한 명도 남기지 않은 채 전부 죽였다.하지만 반대로 오늘 길에 그들은 대륙 세력의 시체들도 적지 않게 발견했다. 신왕전의 제자들과 싸우다 죽은 자들도 있었고, 요수와 싸우다 죽은 자들도 있는 듯했다.심지어 도범은 대륙 이류 세가 가족들의 시체들도 보게 되었다. 두 이류 세가끼리 싸우다 막심한 손실을 본 모양이다.숲 속으로 들어와 많은 보물을 찾게 되면서 다들 단결하기는커녕 진작 이성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숲 속에 적지 않은 토착민 세력이 있는 것도, 전문 숲을 지키는 수호 연맹이 버려진 세상의 사람이 숲 속으로 침입하는 걸 엄청 반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로.“18일만에 많은 사람이 죽었네.”저녁쯤 도범 그들은 동굴을 찾아 하룻밤 쉬기로 했다. 하지만 도범의 얼굴에는 걱정의 기색이 역력했다.“다들 들어온 후 보물을 빼앗는 데에만 전념하는 바람에 많은 사상자가 나타난 것 같네요, 숲 속에 수호 연맹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건 전혀 모른 채. 앞으로 갈 길이 멀어 우리 쪽 세력의 인원수가 점점 적어지면 힘도 많이 쇠약 될 건데 말이죠.”도남천이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어쩔 수 없어, 이 세상은 원래 강자만 살아남는 세상이니까
3품 중급 단약의 정제는 확실히 3품 저급 단약의 정제보다 많이 어려웠다.하지만 전날 저녁에 이미 여러 번 시도해본 덕분에 도범은 실패의 경험이 꽤나 쌓였고, 그래서 오늘 저녁엔 그나마 많이 숙련되었는지 단약이 곧 응집되는 절차까지 가서 실패하게 되었다. 이에 도범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도 엄청 아쉬워했다.아무래도 매번 실패할 때마다 낭비된 재료가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괜찮아, 진보했어. 너무 무리하지 마. 시간도 아직 많잖아.”도범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에 옆에 앉아 있던 박시율이 마음이 아파 입을 열었다.이에 도범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시율을 보며 대답했다.“괜찮아, 견딜 수 있어. 나 지금 수련 경지가 향상되어 정신력도 많이 강해졌거든. 그래서 3품 저급 단약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 효과가 그렇게 크지 않아, 3품 중급 단약만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천급 4품으로 돌파한 강자가 3품 저급 단약으로 수련을 계속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5품으로 밖에 돌파하지 못한다.일반인이었으면 충분히 만족해할 성과이겠지만, 도범은 만족할 수 없었다.앞으로 어떤 위험이 생길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모른다. 비록 천급 4품인 도범이 나중에 천급 7품의 강자를 만나게 된다고 해도 딱히 크게 두려워하지는 않겠지만 그것만으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그러니 지금의 경지에서 충분히 안정을 찾고 3품 중급 단약을 복용해 단번에 천급 6품까지는 돌파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천급 7~8품에 돌파한 강자를 쉽게 죽일 수 있을 터니까.‘천급 9품의 강자를 만나다고 해도 두려울 것 없을 거야.’‘게다가 시율이에게 걸린 저주도 해제해야 하니 연단 실력을 최대한 빨리 향상해야 해. 연단 실력이 부단히 향상되어야만 희망이 보일 거야.’그 후 도범은 다시 한번 손바닥을 뒤집어 새 재료들을 꺼냈다. 그러고는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다시 단약을 정제하기 시작했다.연단에 대한 도범의 천부적인 재능을 초경문이 봤더라면 틀림없이 탄복했을 것이다. 매번 실패하게 되더라도
도남천이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또 마음이 아팠는지 도범을 향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도범아, 일단 오늘 저녁이라도 푹 쉬고 내일 저녁에 다시 해. 내일 저녁이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을 거야.”“아버지,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어서 가서 쉬세요. 저는 반시간만 쉬다가 상태가 회복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려고요. 오늘 밤에 저 반드시 성공적으로 한 알을 정제해냅니다.”가까스로 희망이 보였고, 또 오늘따라 컨디션이 좋았던 도범은 당연히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아무래도 단약을 정제해내려면 컨디션이 제일 중요했다. 컨디션이 좋아야만 단약을 정제하는 과정이 더 순조로울 거고, 성공률도 많이 올라가기 때문이다.도범이 고집하는 태도에 다들 더는 도범을 강요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 앉아 수련에 전념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잠깐 휴식을 취한 뒤, 도범은 세번째 재료를 꺼냈다. 그러고는 깊게 한숨을 한번 내뱉고 다시 연단로를 예열하며 단약 정제에 전념했다.시간은 천천히 흘러갔고, 대략 한시간 후 도범의 입가에 갑자기 웃음이 드러났다. 그러다 오른손을 한번 들더니 동글동글하고 은은한 단약 향을 풍기는 단약 한 알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범의 눈앞에 둥둥 떠있었다.“하하, 성공했어! 드디어 성공했어! 색상으로 봐서는 최상품 정도는 될 것 같은데, 괜찮네.”도범이 눈앞의 단약을 바라보며 격동 되어 말했다. 드디어 4품 단약과의 거리가 조금 더 좁혀져 많이 기뻤던 모양이다.지금의 도범이 성공적으로 3품 중급 단약을 정제해냈다는 건 앞으로 남천 그들도 3품 중급 단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다들 쾌속적으로 수련 경지를 향상하는 데에 상상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었고.단약이 성공적으로 정제될 수 있는지, 또 도범이 3품 중급 연단사가 될 수 있는지는 엄청 중요한 문제였다.“잘됐네! 도범 씨, 자네 정말 너무 대단해, 그걸 진짜로 해내다니!”초용휘도 감격 되어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을 지경이었다.“자네 역시 연단계의
도범의 말이 끝나자마자 도량천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흡족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그리고 량천이 돌파했다는 말에 도남천은 더없이 기뻐하며 기대하는 표정으로 재차 확인했다.“셋째 장로님, 정말로 돌파했습니까?”많은 사람들의 기대하는 눈빛에 량천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참 쉽지 않았어요. 지난번에 실패한 후 이번에 마침내 성공했거든요. 만약 지난번에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나도 여러분과 같이 천급 3품으로 돌파했을 텐데.”“천급 1품도 충분히 대단하니까, 그거에 만족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천급으로 돌파하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게다가 제일 중요한 건 천급 1품으로 돌파하게 되면 200년은 더 살 수 있다고요.”초씨 가문의 한 노인이 부러워하는 얼굴로 말했다.“어휴, 날 좀 봐 봐요, 이 나이 되도록 겨우 진신경 초기에 돌파하고. 천급으로 돌파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이 안에는 영기도 바깥 세상보다 훨씬 짙어 수련하기에 엄청 적합하잖아요. 난 절대 이곳에서 나가지 않으려고요. 예전의 강자들이 왜 이곳으로 들어온 후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졌나 했더니, 이렇게 좋은 수련 성지를 놔두고 누가 바깥 세상으로 또 나가려 하겠어요?”초용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는지 그는 심지어 미래에 대해 동경하기 시작했다.“하하, 그렇네요.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느냐가 제일 관건인데, 지금 이렇게 성공했으니 나중에 천급 2품으로 돌파하려면 많이 쉬워지겠네요.”량천이 주먹을 움켜쥐고는 체내 속 폭증한 에너지를 감지하며 격동 되어 말했다.“지금 당장 나가 요수 두 마리와 한번 싸워보며 전투력을 테스트해보고 싶죠?”무광이 웃으며 량천을 향해 말했다.“하지만 날이 밝아지려면 아직 한 두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하니까 급해도 참아요. 이제 날이 밝아지고, 적합한 기회가 생기게 되면 우리 누구도 빼앗지 않을 게요.”“그러면 난 일단 먼저 새로운 에너지에 적응하며 지금의 경지에서 안정을 찾아야겠네요.”량천
“허허, 잘못을 저지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야, 누구나 다 잘못을 저지를 때가 있으니. 중요한 건 그 두 녀석이 너무 멍청했다는 거야.”한 제자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금년이 마침 우리 혈사종에서 사람을 파견하여 입구를 지킬 차례라 다들 적합한 사람을 뽑고 있는데, 그 두 녀석이 멍청하게 화를 자초한 거잖아.”하지만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남자의 얼굴에 걸렸던 웃음이 순간 사라졌다.전방에서 그들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 천여명의 무리를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도범 등도 그들을 발견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똑같이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뭔 사람이 저렇게 많은 거야?”맞은편의 뚱보가 눈살을 찌푸린 채 도범 등을 한번 살펴보고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아니야, 저 사람들이 차고 있는 영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이때 한 여 제자가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놀라서 소리쳤다.“아니야, 아니야! 저 사람들은 이 안의 사람들이 아니야. 버려진 세상에서 침입해왔을 수도 있어!”“헉!”다른 혈사종의 제자들이 듣더니 하나같이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시며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있었다.“도범 씨, 큰일이네. 보아하니 저 사람들은 이 안에 있는 토착민인 것 같은데.”초용휘가 잠깐 멍해 있더니 바로 얼굴색이 어두워져 도범을 향해 말했다.하지만 도무광이 먼저 입을 열었다.“뭐가 두려워요? 저쪽엔 열 몇 명 밖에 안 되잖아요, 우리 쪽보다 훨씬 적다고요.”“만약 상대 쪽의 수련 경지가 엄청 높다면 우리 쪽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을 겁니다. 하물며 우리 쪽에 지금 2천 명도 안 되게 남았고요.”도무적이 덩달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리고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저들이 어느 쪽 세력인지를 알아내는 겁니다. 임순이 씨와 같은 아홉 마을의 사람은 아닐까요?”도범이 전방을 한참 주시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사람들이 혈사종의 제자들인 것 같습니다. 저들이 가지고 있는 영패와 제가 전에 죽였던 그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영패가 똑같아요. 다 검붉은
“저들을 막아주세요!”소홍의 말에 깜짝 놀란 도범은 즉시 주위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슝슝슝-도범의 명이 떨어지기 바쁘게 다들 전방으로 날아가 열 몇 명이 되는 혈사종의 제자들을 중간에 둘러쌌다.소홍이 보더니 살짝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보아하니 들어온 지 며칠도 안 되는 거 같은데? 안 그러면 진작 이곳을 떠났겠지. 허, 천급 1품으로 돌파한 자가 몇 명도 안 되는 주제에 감히 우리의 앞길을 막아? 죽고 싶고 안달이 났네.”도범이 듣더니 오히려 냉소를 드러냈다.“혈사종의 일개 제자 주제에, 붙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의 상대가 아닐지 알아? 게다가 우리에게 있어 당신들이 살아 돌아가 이 일을 보고한 후 강자를 데리고 오는 게 더욱 골치 아픈 일이거든.”뚱보가 순간 주먹을 움켜쥐고 영기를 응집해냈다. 의외로 천급 3품의 강자였다. 그러다 그는 차갑게 웃으며 도범을 향해 말했다.“임마, 봤어? 난 천급 3품의 강자야. 너희들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심지어 소홍 선배는 천급 6품의 강자야. 쯧쯧, 너희들을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이에 소홍도 덩달아 차가운 웃음을 드러냈다.“그래도 똑똑함은 인정. 우리가 도망치기라도 하면 종문의 장로나 호법들을 데리고 올 텐데, 그런 상황에서는 우리를 죽여야만 당신들이 한동안 안전하게 이 안에서 지낼 수 있겠지.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신들 우리 혈사종의 제자를 너무 얕잡아 봤어. 우린 종문 본가의 제자야.”이때 다른 한 제자도 바로 체내의 기세를 방출했다. 역시 천급 2품의 강자였다. 그는 주먹을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종문 본가의 제자가 되려면 적어도 천급으로 돌파해야 해. 본가로 들어가지 못한 제자는 진신경이나 위신경 밖에 안 되는 일반 제자인 거고. 하하!”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다들 표정이 순간 오만해졌다. 비록 진정한 천재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그래도 혈사종에서 보기 드문 천재 부류에 속했다. 특히 소홍 같은 제자는 종문에서 엄청 많은 인기를 몰고 다녔고
“뭐? 천급 4품이라고?”초용휘와 도남천이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분분히 놀란 기색을 드러냈다. 그들도 줄곧 도범이 천급 3품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 벌써 천급 4품에 돌파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한참 살펴보다 도범이 정말로 천급 4품에 돌파했다는 걸 확신한 용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범이 만약 천급 4품의 강자라면 정말로 저들을 죽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도범의 전투력이 남달랐으니. 그럼 우린 먼저 다른 자들을 죽이고, 바로 도범을 도와주러 가게 되면 우리 쪽이 이기겠죠.”“그러게요. 참 잘됐네요. 도범 저 녀석, 분명 저번에 단번에 천급 4품까지 돌파했을 거예요. 그걸 우리한테도 숨기고 있었다니. 그래도 드디어 시름이 놓이네요.”남천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도범 저 녀석, 나까지 속이다니! 아주 잘 숨겼네.’“하하, 고작 천급 4품에 감히 천급 6품에 돌파한 혈사종의 제자를 참살하려고? 꿈도 참 야무지네.”맞은편의 뚱보가 듣더니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우리가 정규 종문의 제자라는 점을 떠나, 당신들 이 안으로 들어온 후 급히 천급으로 돌파하는 데에만 전념했을 텐데, 과연 현재의 경지에서 안정을 되찾았을까? 심지어 그 실력으로 등급을 초월해 우리 소홍 선배를 죽인다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그러게, 참 천진한 녀석들이네. 세상 물정을 모르는 홀로 수련하는 자들 아니야?”다른 한 남제자도 냉소하며 한마디 덧붙였다.“시간 낭비는 그만하고, 저 녀석을 나에게 맡겨. 너희들은 속전속결로 남은 녀석들을 죽여, 알았지?”소홍이 차가운 얼굴로 도범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들 이 안으로 들어온 지도 두 달 넘은 거 같은데, 하지만 너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소용없어. 오늘 내가 너희들을 전부 죽여버릴 거니까. 그 버려진 세상에서 죽은 듯이 살아가지, 왜 굳이 이 성지까지 침입한 거야? 죽음을 자초하는 것도 아니고.”도범이 차갑게 한번 웃고는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