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품 중급이라고?”초경문이 순간 멍해졌다. 그러다 곧 놀란 기색을 드러내더니 숨소리마저 거칠어졌다.아무래도 연단사에게 있어 단방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경지의 단약을 정제할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했으니.‘더 높은 경지의 단약을 정제해낼 수만 있다면 나도 2품 중급 연단사로 진급할 수 있어!’물론 정제해낸 단약이 가져다주는 가치도 달랐다. 2품 저급 연단사와 2품 중급 연단사 사이에 보기엔 한 등급 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후자의 신분은 전자보다 훨씬 더 높았다.2품 중급 단약 한 알의 가치도 2품 저급 단약보다 몇 배는 더 되었고.“맙소사,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저 녀석이 대장로에게 2품 중급 단약을 정제해내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고?”초씨 가문의 젊은이들이 잠깐 멍해 있더니 하나같이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심지어 연세 있는 분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찌푸린 채 의문을 제기했다.“그럴 리가 없어. 저 녀석이 아무리 단약을 정제할 줄 안다고 해도 혼자서 2품 중급 단약을 정제하는 방법을 터득해냈다는 게 말이 안 돼. 그럼 대장로가 여러 해 동안이나 연구했는데 결국 저 도씨 가문의 젊은이보다 못하다는 건가?”“대장로님, 뭘 그렇게 멍을 때리고 있어요? 어차피 대장로님의 고서에 천급 수련 경지와 관련된 단서도 없는데 그냥 보여줘요. 두 분 다 연단사인데, 서로 경험을 나누며 배워가는 것도 좋잖아요.”이때 옆에 있던 초용휘가 참지 못하고 초경문의 곁으로 다가가 일깨워주었다.그리고 초용휘에 말에 초경문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참 생각한 후 도범을 향해 물었다.“자네 정말 2품 중급 단약을 정제할 줄 알아?”“하하, 당연하죠. 제가 이래 봬도 도씨 가문의 가주 후계자인데,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대장로님을 속이겠어요?”“그럼 2품 중급 단방과 정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외에 2품 중급 단약도 한 알 줘. 나중에 안 가르쳐주면 난 자네를 찾아갈 수도 없잖아.”초경문이 잠시 침묵한 후 조건을 하나 더
“정말로 단운이 있어! 혼자서 단약을 정제하는 법을 탐구해낸 자의 실력이 이 정도라니!”한 노인이 마른 침을 삼키며 충격 받은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았다.“이렇게 완벽한 단약을 정말로 나에게 준다고?”초경문이 단약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 다시 도범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에 도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약속한 거잖아요.”“그래, 그래!”초경문은 순간 도범이 정말로 2품 중급 연단사라는 걸 굳게 믿었다.‘단약도 틀림없이 도범이 정제해낸 게 맞을 거야!’이때 도범이 또 손바닥을 뒤집어 2품 중급 단약의 단방을 꺼낸 후 초경문에게 건네주었다.그리고 초경문도 그제야 약간 누렇게 물든 고서를 꺼내 도범에게 건네주었고, 도범이 고서를 건네받은 후 초경문을 향해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고마워요, 대장로님.”“고맙긴. 나도 이제야 깨달았어, 이 고서가 사실 그렇게 가치가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오래 탐구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으니. 난 천급 수련 경지에 관한 단서가 틀림없이 그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초경문이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 고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없어. 오직 단약을 정제할 줄 아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나 가치가 있을 뿐.”도범이 고서를 한번 보고 나서야 초경문을 향해 말했다.“사실 저 질병에 관한 치료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거든요,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단약이라도 괜찮고. 저 생명의 기운이 겨우 붙어있는 친구를 살려야 해서요.”고서의 내용을 이미 달달 외운 초경문이 눈살을 찌푸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도범을 향해 대답했다.“고서의 마지막 몇 장을 한 번 잘 훑어봐. 두 가지 보물이 그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아.”도범이 듣더니 눈빛이 순간 밝아져서는 초경문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고마워요, 대장로님. 제가 한번 열심히 훑어보겠습니다. 다만 단단하기 그지없는 몸을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보물이 있겠는지 모르겠네요.”
초장현에 대해 도범은 줄곧 죄책감을 품고 있었다.그러니 그는 어떻게든 초장현을 구해야만 했다.초장현이 그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더욱 화하를 위해 무수한 공을 세우고, 수많은 적국을 물리친 강자였으니.심지어 초장현이 지금 저렇게 된 데엔 도범의 책임이 제일 컸다. 도범 대신 용의 비늘을 찾으러 다니다 적한테 잡힌 거고, 하마터면 꼭두각시까지 될 뻔했으니까.물론 초장현 덕분에 용의 비늘을 되찾게 되면서 도범의 몸은 그제야 온전해졌고, 진신경에 도달한 후 용의 형태로 변할 수 있었던 것이다.도범은 바로 고서의 후반부 쪽을 펼쳤다. 그러고는 한 장 한 장씩 뒤로 넘기며 열심히 훑기 시작했다.그러다 한참 후, 드디어 초경문이 말한 그 세 가지 보물을 찾게 되었다.그 중 하나는 환혼단이라는 4품 저급 단약이고, 다른 두 가지는 영통과와 천년 생명초라는 영과였다. 하지만 그 두 영과는 모두 3품 고급 영물로 등급이 낮은 건 아니었다.도범은 두 가지 보물의 특징과 환혼단의 단방을 베껴낸 후 고서를 다시 초경문에게 건네주었다.“대장로님께서 말씀하신 보물이 바로 이 세 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자를 구하는 게 참 쉬운 일은 아니네요. 두 가지는 3품 고급 영초이고 한 가지는 4품 저급 단약인데, 이 세상에 정말로 그 세가지의 보물이 존재할까요? 설령 존재한다고 해도 천급 수련 경지에 돌파한 자들만 쓸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저의 제자는 겨우 위신경에 도달한 수준이라 써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도범이 눈살을 찌푸린 채 초경문을 향해 물었다.비록 지금 보물에 관한 단서를 찾았다지만, 도범은 오히려 더욱 신심이 없었다.그리고 도범이 베껴 낸 단방과 약초를 한번 훑은 초경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천급 수련 경지도 존재하는 판에, 이 보물들도 분명 존재할 거야. 그 7대 험지의 가장 안쪽에 우린 들어가 본 적도 없고, 들어간 사람도 엄청 적었잖아. 어쩌면 3품이나 4품의 보물이 그 속에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한번 잘 봐 봐. 자네가 적은 이 몇 가지 보물이
하지만 도범은 결국 포기했다. 그렇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그런데 그것 때문에 오히려 초경문의 호감을 자아내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심지어 주동적으로 며칠을 더 보게 하다니.’“하하, 물론이지. 초씨 가문의 대장로인 내가 설마 자네를 속이겠어? 다만 앞으로 단약 정제 방면에서 새로 터득한 게 있으면 나와 공유해야 돼, 알겠지?”초경문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남한테 너그러움을 베푸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표정이었다.“당연히 그래야죠, 하하!”도범도 덩달아 웃음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한쪽으로 비행 검을 조종하며 한쪽으로 고서를 열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이에 옆에 있던 초용휘가 울지도 웃지도 못해 불만을 토했다.“대장로님,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닙니까? 예전에 내가 그렇게 잠시 빌려달라고 했는데, 번마다 알람까지 설치해가면서 대장로님이 계시는 앞에서 잠깐만 보게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 주동적으로 도범한테 빌려준 것도 모자라 며칠이나 보게 한다고요? 정말 우리 초씨 가문의 대장로가 맞으세요?”“참 싱겁네요. 난 당연히 초씨 가문의 대장로죠. 가주님은 단약을 정제할 줄도 모르니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잖아요. 하지만 도범은 다르죠, 도범한테 고서를 보여주는 거야말로 고서의 가치를 발휘하는 거라고요.”초경문이 초용휘를 향해 흰자를 한번 드러내며 대답했고, 그 대답에 초용휘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그렇게 비행 검은 계속해서 천천히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초경문이 말한바와 같이 아래쪽 해역에 적지 않은 해족 요수들이 있긴 했지만 전부 수련 경지가 높지 않은 것들이라 굳이 날아올라 그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비록 드문드문 위신경이나 진신경의 초기에 비견되는 요수들이 날아올라 그들을 향해 공격을 날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비행 검 위에는 강자들이 상상밖으로 많았으니 요수들이 날아오르기만 하면 불과 몇 초 사이에 참살되곤 했다.특히 이미 진신경 초기에 돌파한 남무성, 소양, 강욱, 왕용 및 정풍 등은 더욱 자
날이 곧 어두워질 무렵, 긴 시간의 비행 때문에 영기가 많이 소모된 도범 그들은 아무도 없는 무인도를 찾아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그리고 그 곳에서도 도범은 짬짬이 모닥불 옆에 앉아 고서를 훑어보며 의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끊임없이 터득했다.심지어 고서에 적힌 많은 단방은 도범이 본 적도 없던 것들이라 그는 더욱 넋을 잃은 채 훑어보며 그 단방들을 최대한 머리속에 기억해 두었다.그러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다들 다시 목적지로 향해 출발했다.하지만 의외로 이튿날에 만난 요수의 양은 첫날보다 더 많았고, 수련 경지와 전투력도 첫날에 만난 요수들보다 훨씬 강했다.해역의 안쪽으로 진입할수록 요수들의 레벨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흑풍도로 가는 길에는 여러 작은 섬이 있었고, 섬마다 각기 작은 세력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세력들은 하늘을 날고 있는 무리를 공격하기는커녕 오히려 섬 위로 내려와 그들을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다.그렇게 대놓고 해역 위의 공중을 날고 있던 방대한 대오는 곧 해역에서 규모가 비교적 큰 세력들의 주의를 끌게 되었다.“사람이 저렇게 많은 걸로 봐서는 여러 세력이 같이 온 것 같은데?”한 거대한 섬 위에는 신왕전이라는 세력이 살고 있었는데, 그 세력은 주위의 해역 중에서도 가장 큰 세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해역 속의 세력은 대륙의 세력과 거의 왕래를 하지 않으니 그 세력을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해역에 있는 크고 작은 세력들은 그 세력을 엄청 두려워하고 있었다.신왕전의 전주가 거대한 용 모양으로 만들어진 돌 의자에 앉아 양쪽에 서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러자 부하 중 한 명이 중간 위치로 나와 무릎 꿇고 보고했다.“그렇지 않아도 요즘 많은 작은 세력들이 공포에 빠져 있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뭘 하러 해역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저 무리 중 어떤 이들은 최상품 영기를 타고 있었고 그 위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수련 경지도 엄청 높아 보였습니다. 왠지 아
말하고 있는 황 장로의 눈빛이 순간 밝아졌다.“우리 쪽에 진신경 강자가 적은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신왕전에 종속되는 세력까지 합치면 인원수가 그들보다 더 많으니, 그들은 감히 우리와 맞설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로 보물을 내놓게 될 겁니다.”주위의 사람들이 듣더니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잘하면 틀림없이 대박 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표정이었다.“모 장로님,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겁니까? 혹 다른 생각이 있습니까?”그런데 이때, 신왕전의 전주가 옆에서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는 모 장로를 쳐다보며 의아해서 물었다.아무래도 거의 모든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 장로의 관점에 동의하고 있는데 유독 모 장로만이 아무것도 듣지 못한 사람 마냥 가만히 서 있었으니.황 장로가 듣더니 경멸과 도발이 섞인 어투로 모 장로 먼저 입을 열었다.“허, 모 장로에게 무슨 다른 생각이 있겠습니까? 내가 제기한 방법이 제일 적합하고 또 다들 나의 관점에 찬성하고 있는데, 모 장로의 생각이 중요한가요?”황 장로와 모 장로는 종래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황 장로는 전주한테 잘 보이려고 항상 아첨을 떨었고, 모 장로는 그러는 황 장로를 눈에 거슬려 하고 매사에서 그를 겨냥했던 것이다.그래서 지금의 신왕전은 대체로 두 가지 파로 나뉘고 있었다, 아첨을 잘 떨어 전주의 예쁨을 받고 있는 황 장로 파와 실력이 강횡하고 충성심이 지극한 모 장로 파.“전주님, 저한테 확실히 다른 견해가 있습니다.”모 장로가 냉소를 드러내며 나서서 말했다.그러자 신왕전의 전주가 급히 물었다.“그래요? 그럼 어서 한번 말해 봐요. 아무래도 이 일은 작은 일이 아니니, 나도 여러분의 견해를 듣고 싶어요.”신왕전 전주도 감히 경거망동할 수 없는 게 분명했다.그것도 그럴 게, 상대 쪽에는 20여만명이 있었고, 비록 그들의 구체적인 수련 경지를 알 수 없었지만 대부분이 비행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비행 담요나 비행 검 위에 서있는 사람들의 수련 경지
“천급 수련 경지?”모 장로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위의 사람들이 놀라 분분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지금 현장에 모여 있는 자들은 거의 다 실력이 뛰어난 최강 강자들로 수련 경지가 제일 낮은 자라고 해도 진신경 후기에는 돌파했다. 장기간 바다 속의 요수들과 싸우며 살아온 그들은 하나같이 전투력이 놀라울 정도였고, 몸도 남다르게 강횡하고 웅장했다.“모 장로, 자네 농담하는 거 아니지? 저들이 천급 수련 경지를 위해 여기까지 온 거라고? 증거가 있어?”황 장로가 잠시 멍해 있더니 겨우 평정심을 되찾고 모 장로에게 물었다.그러자 황 장로 뒤에 있던 다른 한 장로도 나서서 냉소를 드러내며 물었다.“그러게, 모 장로. 우리를 속일 생각 하지 마. 이 해역에서 몇 십년 동안 살아온 우리도 천급 수련 경지에 대해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저들 대륙 사람들이 무슨 단서를 찾아내겠어? 설마 저들이 우리보다 이 해역을 더 잘 알고 있다는 건가?”하지만 모 장로는 두 사람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신왕전 전주를 향해 입을 열었다.“전주님,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까지 우리 해역의 세력이 대륙으로 가 본 적이 거의 없고, 대륙의 세력도 마찬가지로 우리 해역에 거의 오지 않았잖아요? 가끔씩 온다고 해도 작은 세력이거나 몇 명, 혹은 십여 명이 팀을 이루어 영초 따위나 얻으려고 들어왔었지, 이렇게 대규모로, 그것도 종래로 사이좋게 모여본 적이 없던 은세 가문들이 침입해 온 적은 없었습니다. 이 속에 충분히 그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무언가가 있다는 걸 설명하겠죠. 그리고 저는 그게 바로 천급에 관한 단서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모 장로의 분석에 신왕전 전주의 눈빛에는 점차 뜨거운 빛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심지어 모 장로 뒤쪽에 있는 장로들도 하나같이 감격하여 말했다.“전주님, 저는 모 장로의 말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틀림없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들이 우리 해역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잖아요. 저들이 대륙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길도 멀고, 도중에 요수들도
“전주님, 비록 지금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저는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런데 이때, 모 장로가 다시 창몽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에 창몽이 눈썹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 방금 모 장로님이 분명 저들을 약탈해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또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안 된다니요?”“저들의 대략적인 실력 상황을 한번 떠보자는 거죠. 혹은 저들이 정말로 천급에 관한 단서 때문에 온 것이 맞는지 떠본다거나.”“그걸 어떻게 떠봐? 직접 싸워보지 않는 이상 실력을 떠볼 수가 없잖아?”모 장로의 대답에 황 장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되물었다.그러자 모 장로도 그제야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매우 간단해. 작은 세력을 파견하여 그들과 싸우게 하고, 우리의 수련 자원을 빼앗을 생각하지 말고 당장 우리의 해역에서 꺼지라고 경고하기만 하면 돼. 만약 그들이 우리 해역 세력의 미움을 살 걸 두려워하지 않고 결코 직진하려 한다면 틀림없이 천급 수련 경지를 위해 온 걸 거야. 대륙에도 수련 자원이 충분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모험할 필요는 없으니까.”“그럼 백사도의 세력을 파견하죠. 백사도 쪽에 인원수가 자그마치 수만 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강자가 더욱 4~5명이나 있으니, 저들의 실력을 떠보기엔 충분할 겁니다.”“네, 지금 바로 통지하겠습니다.”창몽이 잠시 생각한 후 모 장로를 향해 분부했고, 모 장로는 급히 같은 편인 사람들을 데리고 그 곳을 떠났다.같은 시각, 도범 그들은 흑풍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러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사람 없는 무인도를 찾아 잠시 머물며 영기를 회복했다.그리고 도범은 그 와중에도 짬만 나면 고서를 열심히 훑었다. 특히 단방과 기타 단약을 정제하는데 쓰이는 약재들을 보게 되면 더욱 머릿속에 기억해 두려 했다.“수영 아가씨, 도범이 아가씨의 남자친구 아닌가요? 왜 도범이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요?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