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님, 비록 지금 섣불리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저는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런데 이때, 모 장로가 다시 창몽을 향해 입을 열었다.이에 창몽이 눈썹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며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죠? 방금 모 장로님이 분명 저들을 약탈해서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또 이대로 보고만 있어도 안 된다니요?”“저들의 대략적인 실력 상황을 한번 떠보자는 거죠. 혹은 저들이 정말로 천급에 관한 단서 때문에 온 것이 맞는지 떠본다거나.”“그걸 어떻게 떠봐? 직접 싸워보지 않는 이상 실력을 떠볼 수가 없잖아?”모 장로의 대답에 황 장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되물었다.그러자 모 장로도 그제야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매우 간단해. 작은 세력을 파견하여 그들과 싸우게 하고, 우리의 수련 자원을 빼앗을 생각하지 말고 당장 우리의 해역에서 꺼지라고 경고하기만 하면 돼. 만약 그들이 우리 해역 세력의 미움을 살 걸 두려워하지 않고 결코 직진하려 한다면 틀림없이 천급 수련 경지를 위해 온 걸 거야. 대륙에도 수련 자원이 충분한데, 굳이 여기까지 와서 모험할 필요는 없으니까.”“그럼 백사도의 세력을 파견하죠. 백사도 쪽에 인원수가 자그마치 수만 명이나 되고, 그 중에는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강자가 더욱 4~5명이나 있으니, 저들의 실력을 떠보기엔 충분할 겁니다.”“네, 지금 바로 통지하겠습니다.”창몽이 잠시 생각한 후 모 장로를 향해 분부했고, 모 장로는 급히 같은 편인 사람들을 데리고 그 곳을 떠났다.같은 시각, 도범 그들은 흑풍도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그러다 날이 어두워지자 그들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사람 없는 무인도를 찾아 잠시 머물며 영기를 회복했다.그리고 도범은 그 와중에도 짬만 나면 고서를 열심히 훑었다. 특히 단방과 기타 단약을 정제하는데 쓰이는 약재들을 보게 되면 더욱 머릿속에 기억해 두려 했다.“수영 아가씨, 도범이 아가씨의 남자친구 아닌가요? 왜 도범이랑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요?
초수영이 듣더니 순간 얼굴이 붉어져서는 맞은편의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런 장난하지 말아 주세요. 나와 도범 씨는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직 그쪽으로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고요.”그러다 다른 쪽에 있는 도범을 한번 쳐다보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사실 도범 씨가 다들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완벽하지는 않아요.”“맙소사. 도범 같은 남자가 완벽하지 않다고요? 수련 경지가 높고, 젊고 멋지고, 단약 정제할 줄도 알고, 심지어 4대 고종의 종주조차도 그의 적수가 아니고. 이렇게 세상 완벽한 남자를 수영 아가씨가 지금 완벽하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남자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가득했다.“지금 우리 가문의 여자아이들도 전부 도범의 팬으로 되어 그한테 시집가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완벽하지 않다니요?”남자가 도범을 칭찬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초수영은 상대방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뭔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아요? 도범 씨가 좋든 나쁘든 그쪽과 무슨 상관인데요?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요!”“알, 알았어요. 참, 요구만 높아서는.”초수영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던 남자는 혼잣말로 한마디 중얼거리고는 자리를 떠났다.이에 옆에 있던 초수정이 초수영을 한번 쳐다보고는 입술을 깨문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그래, 도범 씨가 확실히 훌륭하긴 하지. 언니가 이토록 화를 내는 모습으로 봐서는 언니도 도범 씨한테 설렌 게 분명해.’이튿날 아침, 도범 그들은 계속해서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정오가 되니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나타나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보아하니 우리 이미 이쪽 일부 세력의 주의를 끈 것 같네.”영신이 앞에 가로막은 사람들을 보며 웃음을 드러냈다.“하지만 인원수가 3만 명도 안 되는 주제에 우리 쪽 20여만 명과 싸우려고 나서다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그러게요.”도범도 덩달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고서에 몰두했다.“저는 고서를 마저 읽어야 하니까, 저
“한번 해볼 건가요?”노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 대답하면서 손에 영기를 응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손을 한번 흔들더니 곧 비행 검 한자루가 무서운 영기를 내뿜으며 나타났다.30여 미터 되어 보이는 거대한 비행 검은 그렇게 공중으로 날아오른 후 다시 신속하게 초용휘를 향해 날아갔다.“흥!”초용휘는 단번에 노인이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비행 검의 위력으로 봐서는 저 영감이 진신경 정점의 강자일 게 분명해. 게다가 공격이 너무 사나워, 전혀 봐줄 생각이 없잖아.’초용휘도 덩달아 주먹을 쥐고 전방을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거대하기 그지없는 영기 주먹이 나타나 무서운 기세를 몰고 곧장 비행 검을 향해 돌진했다.쾅-놀라운 굉음과 함께 무서운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위의 사람들은 전부 파동에 몰아치는 거센 바람을 느꼈고, 수련 경지가 낮은 사람은 더욱 놀라서 두 걸음 후퇴했다.심지어 아래쪽의 해면에도 동그라미 모양의 파문이 나타났다.두 진신경 정점에 도달한 강자의 공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단번에 알아낼 수 있었다.뻥-맞은편의 노인은 실력이 충분히 강하긴 했지만 결국 초용휘의 적수가 아니었는지 연이어 뒤로 몇 걸음 후퇴하다 겨우 멈추었고, 얼굴색도 순간 어두워졌다.“죄송합니다만, 우리 정말로 중요한 일이 있어 어쩔 수 없이 계속 직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길을 내어 주시죠, 어르신.”초용휘가 말하면서 손을 한번 흔들었다. 그러자 2품 중급 영초 여러 그루가 상대방의 앞으로 날아가 둥둥 떠있었다.“그래요, 기어코 직진하겠다는데 직진해요 그럼. 다만 우리 해역의 세력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걸 잘 기억해 둬요. 심지어 어떤 섬 위에는 강자가 엄청 많거든요.”노인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잠시 생각한 후 영초를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그러고는 일행을 향해 손을 흔들어 도범 그들이 떠날 수 있게끔 길을 내주게 했다.그러다 도범 등이 떠난 후 한 중년 남자가 노인을 향해 물었다.“가주님, 저들을 이대로 보내도 괜찮을까요? 위에서 저희
“강자가 적지 않았다고? 심지어 기어코 직진했단 말인가?”그날 밤, 신왕전 전주 창몽은 장로들을 불러와 알아낸 상황을 모두에게 전했다.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에 한마디 덧붙였다.“그들이 직진한 방향으로 봐서는 흑풍도 쪽인데.”황 장로가 듣더니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그들이 정말로 흑풍도로 간다고요? 흑풍도 위에는 크고 작은 세력들이 엄청 많은데? 비록 그 세력들의 실력이 우리와 비교할 수는 없다지만, 저들이 그곳으로 가서 물건을 찾으려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난이도는 있을 겁니다.”“흑풍도는 위험한 땅이라 우리도 웬만해서는 들어가지 않는데, 단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들어간다고요? 이유가 뭐죠? 설마 그 속에 정말로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건가요?”모 장로도 눈살을 찌푸린 채 깊은 생각에 잠겼다.하지만 황 장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이렇게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 있는가? 엄청 강대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신왕전과는 달리 그들은 임시로 팀을 이루어 같이 들어온 오합지졸이야. 흩어진 모래나 다름이 없어 흑풍도로 들어간 후 보물 때문에 서로 물고 뜯는 것도 가능한 일이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 틈을 타 그들 손에서 보물을 빼앗아 내는 거지.”“정말 그랬으면 좋겠네. 만약 그들이 흑풍도에 도착한 후에도 함께 다닌다면 그 실력은 어마어마할 거고, 우리라고 해도 쉽게 공격할 수 없을 거야. 그 큰 규모로는 충분히 흑풍도로도 들어갈 수 있는데.”모 장로가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고 걱정이 되어 말했다.이에 더는 기다릴 수가 없었던 창몽은 손뼉을 한번 치고는 최후의 결정을 내렸다.“어쨌든, 내일 아침 일찍 기타 섬의 세력에게도 통지하세요. 그리고 준비가 끝나면 바로 다 같이 흑풍도로 출발하는 겁니다. 흑풍도 속에 정말로 천급에 돌파할 수 있는 단서가 있는 거라면 우리 반드시 그걸 빼앗아내야 합니다.”이튿날 아침, 신왕전에 종속되는 십여개의 크고 작은 세력들은 전부 한데 모여 흑풍도의 방향으로 출발했다.그렇게 또 하루가
도범이 그 무리 중에서 실력이 제일 강한 최강자라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씨 가문이 아무리 8대 은세 가문에 속하는 일류 세가라고 해도 하 가주는 먼저 도범의 의견을 물었고, 심지어 말투에도 상의하는 어조가 섞여 있었다.도범이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방금 어떻게 들어갈지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그럼 하 가주님의 말씀대로 먼저 저쪽 섬에서 쉬며 영기를 회복했다가 저녁에 다시 숲속으로 들어가죠. 마침 저 섬에는 나무도 많으니 숨기에 제일 적합할 것 같네요.”그렇게 결국 다들 하 가주가 말한 섬으로 내려가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밤이 되어서야 그들은 다시 출발하여 곧장 흑풍도의 숲속으로 향했다.“바로 이곳입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이 숲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요수가 많아질 겁니다. 심지어 진신경 수련 경지에 도달한 요수도 엄청 많고요.”앞쪽의 숲을 바라보고 있는 초경문의 눈빛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이번에 같이 온 사람이 많고 강자도 충분히 많아서 다행이야. 만약 정말로 따로 움직였고 또 그 약속들이 없었더라면 다들 틀림없이 들어가자마자 서로 싸우며 보물을 빼앗으려 했겠지. 게다가 수련 경지가 높은 요수들도 있으니, 마지막에 이 중의 절반도 살아서 나오지 못할 거야.’“크릉!”멀리서 무서운 짐승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끊임없이 전해오고 있었다. 어떤 소리는 듣기만 해도 공포감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수련 경지가 높은 분들이 최대한 양쪽과 앞 뒤쪽에 서주시고 위신경인 분들은 중간 쪽에 서주세요. 그리고 이 숲속이 너무 크니까 다들 될수록 거리를 두고 직진하시고요, 그래야만 수색할 수 있는 범위도 좀 더 넓힐 수 있을 겁니다.”숲속으로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도범이 자기의 생각을 여러 사람에게 말했고, 그걸 들은 사람들은 좋은 생각이라며 분분히 그가 말한 대로 대형을 고쳐 계속해서 직진했다.하지만 도범 등이 생각지도 못한 건 그들이 숲속으로 들어간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아 30여만 명이 되는 신왕전의 사람과 흑풍도 위의 원주민들도
하지만 도범이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저희 이미 주의를 끌었을 겁니다. 안 그러면 어제 그 사람들도 나타나 우리의 앞길을 막지 않았겠죠. 초 가주님과 한 번만 겨루어 보고 바로 우리를 보냈다는 것도 이상하고요.”“그건 우리 쪽에 인원수가 더 많았잖아. 게다가 초 가주님과 한번 겨루어 본 후 초 가주님의 적수가 아니라는 걸 눈치채고 놀라서 보내줬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삼류 세가의 한 노인이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러나 도범은 다시 한번 쓴웃음을 지었다.“우리 쪽에 인원수가 많으니 그들은 진작 우리를 발견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강자가 한 두 명 정도는 있다는 걸 몰랐을 리가 없겠죠. 그런데 기어코 나타나 우리를 떠보았다는 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그럼 우리 이미 찍혔다는 거네. 쉽게 우리를 보내준 것도 단지 우리의 동향을 알아내기 위해서고. 지금쯤 그들이 이미 쫓아왔겠다.”도남천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예상하긴 했어. 이것도 홍씨 가문이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천랑설산을 선택한 이유겠지.”“일단 가시죠. 가는 길에 다들 많이 유의하시면 괜찮을 겁니다.”이쪽에서 도남천 그들이 상의하고 있을 때 한우현 등은 이미 전방의 늑대들을 전부 참살하였고, 다들 다시 숲속을 향해 출발했다.숲속은 생각보다 위험했고, 그들은 이튿날 날이 밝을 때까지 적지 않은 요수들을 마주치게 되었다.그중 영지가 있는 요수들은 도범 쪽에 인원수가 많은 걸 보고 알아서 피해버렸지만, 일부 요수들은 흉악하면서도 또 아무런 영지가 없어 인간을 보기만 하면 막 달려들었다. 심지어 어떤 종류의 요수들은 몇 백 마리씩 떼를 지어 다녀 보기만 해도 무서울 정도였다.다행히도 대오의 앞쪽과 뒤쪽, 그리고 좌우 양쪽에 수련 경지가 높은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고 수련 경지가 낮은 사람들은 안쪽에 서있어 밤새 동안 두세 명 정도만 작은 상처를 입은 외에 큰 피해는 없었다.같은 시각, 신왕전의 사람들도 한 무리를 거
황 장로의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모 장로의 말에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황 장로는 끝까지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천급에 돌파하는 게 어디 그렇게 쉬운가? 난 왕년에 진신경 정점에 돌파하는 데에만 2~3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어, 그것도 여러 번 실패해 가면서. 우리 해역에 진신경 정점에 돌파한 강자가 그렇게 많은데, 단번에 성공한 자가 몇이나 돼? 그러니 천급에 돌파하는 건 더 어려울 거라고.”“어찌 되었건 속도를 올려 직진합시다. 우린 아무런 위험도 무릅써서는 안 됩니다. 만약 천급으로 돌파할 수 있는 관건이 영과 같은 거라면요? 그것도 한 두 알 밖에 없는 거라면요? 그들이 먼저 찾아내서 먹기라도 하면 우리에겐 더는 기회가 없을 겁니다.”신왕전의 전주가 잠시 생각한 후 옆에 있는 한 늙은이를 향해 다시 말을 이어갔다.“이렇게 합시다. 용 장로님은 진신경 후기의 강자 몇 명을 데리고 먼저 앞쪽으로 쫓아가 상황을 알아보세요.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되면 즉시 돌아와 우리에게 통지해주세요. 그러면 그때 가서 우리가 속도를 내어 쫓아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쪽 인원수가 너무 많아 쉽게 들킬 가능성이 크니 용 장로가 소규모를 거느리고 가서 한번 조사해보세요.”“네, 전주님!”용 장로가 대답하고는 창몽의 명대로 진신경 후기의 강자 네댓 명을 거느리고 먼저 출발했다.“신왕종의 종주가 험지의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나무 밑에 돌로 만든 공이 있다는 걸 아낌없이 알려준 걸로 봐서는 괜찮은 사람인 것 같네요. 그 분이 준 정보로 우리가 많은 시간을 아꼈고 또 불필요한 문제도 피하게 되었으니.”도범이 일행을 거느리고 전방으로 향해 비행하면서 말했다.현재 시각은 분명 낮인데 이곳은 위쪽에 깔려 있는 어두컴컴한 구름층 때문에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아 대체로 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그리고 아직 적응하지 못한 도범 그들과는 달리 이미 숲속의 환경에 완전히 적응한 요수들은 시선 범위가 도범 그들보다 더욱 넓었다. 그래서 도범 그들은 일행
“1만여 마리? 큰 일이네. 저 요수들이 먼저 공중에서 날아와 우리를 공격하려 든다면 우리는 대처하기 많이 힘들 거야.”옆에 있던 도남천이 도범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도남천은 지금 도범의 말을 백 프로 믿고 있었다. 아무래도 2품 중급 연단사인 도범은 정신력이 같은 수련 경지의 강자들보다 더 강해 구름 속에 숨은 요수들의 파동도 쉽게 감지할 수 있었으니.“다들 조심하세요. 지금 공중에서 맴돌고 있는 요수들이 보기에 질서정연하지만 이따가 분명 우리를 공격할 겁니다. 그러니 우리 쪽에 사람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가능한 희생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요.”도범이 하늘 위를 바라보며 주위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끼욱!”그런데 이때, 새의 울음소리가 또 한 번 울려 퍼지더니 곧바로 여러 줄기의 검은 그림자들이 빗방울 마냥 공중에서 떨어지며 도범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오고 있습니다! 다들 조심하세요!”도범이 말하면서 공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순간 거대한 영기 손바닥이 나타나 공중을 향해 날아갔다.“죽여!”기타 사람들도 즉시 체내의 영기를 응집해내고 그들을 향해 돌진하는 맹금류 요수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슝슝슝-하지만 검은 독수리들의 속도는 너무 빨랐다. 심지어 그중 여러 마리는 신속히 도범 그들의 공격을 피하고 인파 속으로 날아들었다. 그러고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마구 잡았다.퍽-위선경 초기의 한 남자는 독수리의 발톱을 피할 겨를도 없이 머리가 잡혔고, 독수리는 그대로 발톱에 힘을 주어 남자의 머리를 터뜨렸다.쿵쾅쿵쾅-다행히도 도범 그들의 공격을 피하지도 못한 채 참살되어 바닥으로 떨어진 요수들이 더 많았다.슝슝슝-구름 속에 숨어 있던 검은 독수리들은 결국 지켜볼 수가 없었는지 구름을 뚫고 나와 도범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다 그중 검은 독수리 몇 마리가 거대한 날개를 한번 펄럭였고, 날개에서 나온 무서운 영기는 날카로운 칼로 변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이 요수들이 무기 쓸 줄도 알다니!”한 장로가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