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남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도 마요. 앞으로 도범 형님이 바로 저의 형님입니다!”“그래요, 진영 동생. 이만 돌아가죠.”다들 전리품을 다 챙긴 것 같아 도범이 손에 든 보검을 공중으로 날렸다. 그러자 보검이 순간 엄청 커져 여러 사람들 앞에 둥둥 떠 있었다.“가요. 일단 저쪽으로 가서 우리의 일행들과 합류한 후 다시 쉬어요.”영진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족들을 데리고 함께 비행 검 위로 뛰어올랐다.“도범이 형, 이 비행 검이 정말 너무 대단한 것 같아요! 비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투에도 사용할 수 있고. 게다가 전투력을 엄청 폭증시켜 주던데, 중급 영기죠?”영진영의 물음에 도범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 도씨 가문의 소녀가 엄청 득의양양해서 먼저 대답했다.“중급 영기라니요, 영 도련님. 저희 도범 도련님의 이 비행 검은 최상품 영기라고요.”“최, 최상품이라고?”영진영 등이 순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최상품의 영기에 대해서는 그들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홍씨 가문에나 겨우 하나가 있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도씨 가문에도 최상품 영기가 있었다니.영진영 그들의 놀란 모습에 도범이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비행 검을 조종하며 공륜산 산기슭으로 향해 날아갔다.그리고 산기슭에 도착하기도 전에 도범은 멀리서 나무 위에 서 있는 초수정과 초수영을 발견하였다.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언니, 돌아왔어! 맞지! 내가 도범이 틀림없이 금방이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했지?”같은 시각, 초수정도 도범을 알아보고는 득의양양해서 웃으며 말했다.순간 초수영은 왠지 모르게 초수정이 부러워났다. 그래서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도범 씨 역시 대단하네. 도범 씨처럼 실력이 뛰어나고 우수한 남자를 난 왜 여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당연하지!”초수정이 웃으며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는 또 작은 소리로 말했다.“안 그러면 나 초수정 같은 미녀가 도범을 거들떠보기라도 하겠어?”“그래, 알았어. 역시 우리 수정
“뭐라고요?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도범 씨의 동생이 되겠다고요?”초수영이 듣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 영씨 가문은 8대 일류 세가가운데서도 초씨 가문과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는 강자 가문이다. 게다가 영진영은 영씨 가문 가주의 아들로서 신분 지위도 아주 고귀한 도련님인데 도범을 형님으로 모신다니, 그녀로서는 당연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동생은 무슨, 다 형제죠 뭐.”도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급히 설명했다.이에 영진영이 헤헤 웃으며 말했다.“헤헤, 아무튼 앞으로 전 형님의 말에 무조건 따를 겁니다! 형님이 저를 구해준 거니까, 이젠 제 목숨도 형님 거예요.”“그래요. 다들 일단 먼저 푹 쉬어요. 대회가 거의 끝날 것 같으니까, 이틀정도 쉬면서 컨디션을 잘 조절한 다음 다시 산으로 올라요.”도범이 심하게 다친 젊은이들을 보며 말했다.이에 다들 비행 검에서 뛰여 내려 분분히 자신의 방식대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요? 특히 도씨 가문의 사람들, 거의 다 여기에 모였다니!”영진영이 대규모로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하, 도범이 형이랑 초씨 가문의 세 아가씨 전부 여기에 있으니 우리는 무조건 안전하겠네요. 이제 대회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바로 나가면 될 것 같은데요?”“지금 유일하게 걱정하는 게 바로 홍씨네 큰 도련님에요. 그 외 다른 2류 세가나 3류 세가는 기본적으로 걱정할 필요도 없고.”초수정도 옆쪽으로 앉으며 말했다.“그리고 지금 루씨 가문과 정씨 가문의 천재들이 엄청 많이 죽었으니, 두 가문에서 알게 되면 아주 노발대발하겠죠.”“맞아. 그러니까 최대한 같은 가문의 가족들끼리 모여 있어야 해. 그래야만 불필요한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거니까.”도범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데 이때, 나무 위에서 주위를 살피고 있던 두 사람이 소리쳤다.“도범 도련님, 지, 지금 여러 사람이 이쪽으로 향해 달려오고 있어요!”“그래? 뒤에서 쫓는 사람은 없고?”도범이 듣
그렇게 두 사람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마침내 진신경 초기에 돌파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도범은 이미 진신경 중기에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련 경지에서 그들을 능가했으니 전투력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을 거고. 그래서 지금 그들은 철저히 도범의 실력을 인정했다.“요수의 가죽이 너무 딱딱해. 진신경 초기에 도달한 우리라도 전혀 상대할 수가 없어.”도연추도 도명을 도와 구렁이와 싸우면서 말했다.“보아하니 구렁이의 수련 경지가 거의 진신경 중기에는 도달한 것 같아!”“맞아. 둘이 손을 잡고 싸우는데도 전혀 적수가 아니라니. 젠장, 도범 도련님이 약속한 장소에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만약 도범 도련님이 아직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우리가 이 구렁이를 그쪽으로 데리고 갔다간 더 많은 도씨네 가족들을 다치게 하는 거 아니야?”도명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났는지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이에 도연추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래, 어떡하지? 만약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 중에 진신경에 달한 사람이 몇 명 없고 거의 다 위신경이라면, 우리가 오히려 그들을 해치는 것과 같은 거잖아.”“도소정이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네. 우리 가문에도 진신경 초기의 강자들이 많아 딱히 두려울 건 없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까 봐 걱정이라는 거야.”도명이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약속한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걱정되고 초조해졌다.“빨리 봐! 도범 도련님이야! 잘됐다, 드디어 우리를 발견했어! 우리 구해주러 왔다고!”바로 이때 도연추가 재빨리 그들 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도범을 발견하고는 격동되어 말했다.“정말 도범 도련님이네! 잘됐다, 우리 안 죽어도 돼!”도명도 기뻐하며 덩달아 말했다. 도범의 수련 경지가 진신경 중기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전투력도 무서웠으니 구렁이 따윈 두려울 것도 없었다.“크릉!”구렁이의 몸에는 이미 여러 개의 상처가 나 있었고, 상처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그러나 몸집이 방대한 구렁이에게 있어 그
“풉!”거꾸로 날아간 도연추는 선혈을 토했고, 얼굴색도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러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일어서서는 계속 싸울 준비를 했다.빌어먹을 요수가 이미 여러 명의 도씨네 가족들을 죽였고, 또 지금은 도명도 심하게 다쳤으니, 그녀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도연추가 다시 돌진하려는 모습에 도명이 즉시 날아와서는 말했다.“연추야, 저 짐승과 억지로 싸우지 마. 가죽이 너무 딱딱해서 안 돼. 일단 도범 도련님이 오기를 기다리자.”“크릉!”그러나 새로운 상처가 난 구렁이는 더욱 분노하여 포효하며 두 사람을 향해 다시 돌진했다.“죽음을 자초하기는.”바로 이때, 도범이 드디어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영기를 응집해 내 주먹을 단단한 영기 속에 감싼 후 바로 구렁이 앞으로 날아가 주먹을 힘껏 휘둘렀다.뻥-무서운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렁이는 도범의 공격을 못 이기고 바로 날려가 땅에 떨어졌다.“크릉!”크게 다친 구렁이는 노호하며 다시 공중으로 날아오라 거대한 두 눈으로 도범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러나 그 구렁이도 도범의 무서움을 느꼈는지 그를 한참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먼 곳으로 도망가려 했다.“이럴 수가!”그리고 그러는 구렁이의 모습에 도연추와 도명은 순간 할 말을 잃게 되었다. 그들은 도범의 실력이 매우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구렁이 같은 냉혈한 요수마저 도범을 무서워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보아하니 진신경의 수련 경지에 달한 요수에겐 어느 정도 지혜가 있다는 전설은 사실인 듯했다.“너무 대단해! 저 요수 아까 분명 우리 때문에 이성까지 잃고 무작정 우리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었는데, 도범 도련님의 한 방에 바로 무서워 도망치다니.”다른 몇 명의 도씨네 사람들도 하나같이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서서는 한숨을 돌렸다.도범은 순간 잔영으로 변해 구렁이를 쫓아갔다. 구렁이와 같은 요수는 가죽이 딱딱하여 공격하기가 쉽지 않았으나 오히려 또 몸집이 너무 커 이동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었다.그래서 도범은
“도범 도련님, 전투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에요?”도연추도 날아와 부러운 표정으로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도련님의 실력으로 봐서는 진신경 중기가 아니라, 적어도 진신경 후기 또는 진신경 정점에 도달한 것 같은데요?”“그래요. 이제 나중에 정말로 진신경 후기에 돌파하게 되면 진신경 정점에 이른 강자들조차도 도련님을 두려워할 것 같은데요?”도명도 도범의 실력이 너무 부러웠다. 그러다 갑자기 예전의 일이 생각나 쓴웃음을 드러냈다.“허, 예전에는 도범 도련님을 엄청 무시했는데, 지금은 완전 루저가 되었으니,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해야겠네요.”“자, 그만 치켜세우고.”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상처를 치료하는 단약 두 알을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었다.“상처가 심각한 거 같으니까, 가져가서 상처부터 치료해.”“헤헤,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겠습니다! 도련님 감사합니다!”두 사람이 헤헤 웃으며 도범이 준 알약을 받아 삼켰다.그리고 몇 초도 안 되어 도명은 몸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리던 상처들도 천천히 아물기 시작했다.“맙소사. 도련님, 이 알약의 효과가 너무 직방이에요! 안 되겠네, 이제 시간이 나면 저에게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줘요. 단약은 제가 정제해 낼 줄 모르지만, 상처를 치료하는 알약 정도는 배울 수 있는 거잖아요?”도명이 즉시 흥분되어 도범을 바라보며 말했다.“좋아. 나도 이제 시합이 끝나고 가문으로 돌아가게 되면 가문의 가족들에게 알약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 했어. 이런 알약은 주로 약재들의 사용량만 기억하면 아주 쉽게 만들어낼 수 있어.”도범이 웃으며 가족들을 데리고 산기슭으로 돌아갔다.그리고 산기슭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본 도명 그들은 순간 놀라움에 빠졌다.“세상에.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초씨네 세 아가씨도 있고, 영씨 가문의 영진영도 있고.”“우리 이곳에서 이틀 동안 쉬었다가 함께 산 정상으로 출발하여 더 많은 패쪽을 찾을 예정이야.”도범이 자리에 앉아 도명 그들
홍비운이 듣더니 순간 제자리에 멍해 있었다. 전혀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모양이었다.그러다 한참 후, 홍비운은 갑자기 그 남자의 옷깃을 덥석 잡고 그를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상대방을 노려보며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봐! 감히 거짓말을 했다간, 내가 내 손으로 너를 찢어버릴 거야!”“도련님, 정말입니다. 믿지 못하겠으면 저들에게 물어보세요. 저들도 시체를 봤어요. 심지어 풀숲에서 둘째 도련님의 수납 반지도 찾았고요. 누군가가 둘째 도련님의 물건을 다 꺼낸 후 버린 게 분명합니다.”그 남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홍영천의 수납 반지를 꺼내 홍비운 앞에 내밀었다.홍비운은 바로 그 남자를 놓아주고 수납 반지를 건네받았다. 그러고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져 이를 악물고 말했다.“대체 어떤 사람이 그런 거야? 영천이는 분명 진신경 후기에 돌파했고, 전투력도 엄청 강한데, 어떻게…….”“도련님, 저희도 누가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한 무리의 늑대들이 둘째 도련님의 시체를 갉아먹고 있었어요. 저희가 조금 더 늦게 도착했었더라면 아마 그 사람이 바로 둘째 도련님이라는 걸 알아보지도 못했을 겁니다.”또 다른 홍씨 가문의 남자도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둘째 도련님이 평소에 완고하긴 하지만 확실히 보기 드문 천재입니다. 게다가 자주 도련님께서 만든 단약을 저희에게 나눠주기도 했고. 그러니 반드시 둘째 도련님을 위해 복수해줘야 합니다!”“당연하 소리!”홍비운이 이를 갈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상대가 누구든, 난 반드시 내 동생을 위해 복수할 거야.”“하지만 도련님, 누가 그랬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복수하죠?”남자의 물음에 홍비운이 차갑게 웃었다.“내 동생을 죽일 수 있는 강자는 아주 드물어. 그러니 내가 실력이 강한 놈들을 찾아내 하나하나씩 죽이기만 하면 복수한 거나 다름이 없게 되는 거지.”이때 홍씨네 한 소녀가 잠시 생각한 후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도련님, 전 초씨네 큰 아가씨의 혐의가 제일 크다고
홍비운이 주먹을 쥐고 말했다.“도씨 가문의 그 녀석은 수련 경지가 높지 않으니 그 녀석일 가능성이 없고, 영씨 가문과 기타 가문은 우리 홍씨 가문과의 관계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어. 평소에 영천이와 얼굴을 붉힌 적도 없었고. 그러니 우리 지금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 초수영을 찾아내고 그 여인을 죽여 영천이를 위해 복수하는 거야.”“맞아요. 이제 대회가 거의 끝나가고 있으니, 그들도 지금쯤 공륜산에 도착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여인을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이 많이 높겠네요.”“출발해!”홍비운이 바로 손을 흔들어 가족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다.그런데 이때, 가족 중의 한 청년이 정씨 가문의 사람들을 발견하고 기뻐서 소리쳤다.“도련님, 저쪽을 보세요! 정씨 가문의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하하, 잘 됐네요! 우리의 세력이 더욱 강해지겠는데요?”지금 홍씨네 사람들이 이곳에 200여 명이 모였고, 저쪽에서 또 100여 명의 정씨 가문의 사람들이 날아오고 있었으니, 합치면 400명은 족히 되었다.“하하, 루씨 가문의 사람들도 오고 있어! 사람 엄청 많아!”홍비운도 하하 웃으며 또 다른 쪽을 가리켰다.“이 녀석들, 정말 때에 맞춰 잘 도착했네. 그런데 루씨네 사람들은 왜 100명도 안 되는 것 같지?”눈썹을 찌푸린 채 의아해하고 있던 홍비운이 루씨네 사람들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물었다.“너희들은 어떻게 된 거야? 강자도 없고, 인원수도 적고! 여기로 모였다가 다른 가문을 같이 치기로 했잖아?”이에 루씨네 한 남자가 얼굴색이 어두워져서는 대답했다.“우리 쪽 사람들 엄청 많이 죽었습니다. 아직 몇 명이 살아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번 대회에 참가하러 온 가족들이 전부 우리 가문의 천재, 엘리트들입니다. 가까스로 구성한 강자 세력인데, 오늘 길에 보니까 거의 다 죽었더라고요.”홍비운이 듣더니 순간 땀을 흘렸다. 적어도 천 명 정도는 모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겨우 500명 정도 모였으니, 너무 실망했던 것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초수정이 바로 화낸 척하며 영진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속으로는 또 수줍어하고 있었다. 영진영이 맞는 말을 했으니까. 홍씨네 사람들만 없었으면 그녀는 진작 온 세상에 알렸을 것이다, 도범이 그녀의 남자친구라고.“도범 도련님, 여기 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있어요!”그렇게 한참을 더 날다 그들은 바로 이류 세가 장씨 가문의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적어도 20여 명은 되는 것 같았다.그리고 장씨 가문의 사람들은 도범 무리를 보자마자 하나같이 놀라움에 빠졌다.“맙소사,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이 세 가문의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니!”한 장씨네 청년이 얼굴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들이 요 며칠 힘들게 얻어낸 패쪽을 전부 내놓게 생겼으니.“세 가문의 사람들이 적어도 700명은 되는 거 같아.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이 모인 거지? 특히 도씨 가문, 너무 많아.”다른 한 장씨네 소녀도 쓴웃음을 지으며 감탄했다.이에 도범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드러냈다. 장씨 가문은 실력이 꽤 강한 가문으로 예전에 그들 도씨 가문과 함께 8대 일류 세가의 마지막 자리를 쟁탈했었다.다만, 도씨 가문이 점점 강대해지면서 결국 8대 일류 세가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패쪽만 내놓으세요. 영초 같은 것들은 따로 빼앗지 않겠습니다.”도범이 담담하게 웃으며 상대방에게 말했다.“패쪽만 가지겠다고요?”한 청년이 도범의 말을 듣자마자 기뻐하며 바로 인사했다.“감사합니다, 도범 도련님!”이에 다른 한 천재도 급히 패쪽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빨리, 빨리! 몸에 있는 패쪽은 다 꺼내!”그리고 한참 후, 그는 거두어들인 패쪽 20개를 전부 공손하게 도범에게 건네주었다.“제가 충고 한마디 드리겠습니다. 어서 하산하세요. 산으로 올라갈수록 수련 경지가 높은 강자들이 더 많은 겁니다. 지금 무리 중에 진신경의 수련 경지에 달한 강자도 몇 명 없죠? 이런 상태에서 산을 오르다 홍씨네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목숨도 잃을 수 있습니다.”도범이 장씨네 청
“풍린수의 가장 큰 약점은 지능이 낮다는 거야. 이들은 그렇게 많은 꾀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무사들이 조금만 머리를 쓰면, 버티기만 해도 풍린수를 처치할 수 있지.”삼각눈의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혹시 구록종이 무슨 종문인지조차 모르는 건 아니겠지? 방금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표정이 어찌나 비웃음이 깃든지 말이야. 중주에 어떤 강력한 종문들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거 아니야? 넌 정말 중주 출신이 맞긴 한 거냐?”이 일련의 의심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점점 오수경을 변두리에서 나온 우물 안 개구리라 여겼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 오수경은 무심코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이제야 도범이 왜 침묵을 즐기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이들과 다투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애초에 오수경은 이들과 말다툼을 할 생각조차 없었지만, 이제는 이들이 오수경을 끝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오수경은 인상을 찌푸린채 말했다.“물론 구록종은 중주 7품 종문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그러자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오수경의 말을 듣고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런데 왜 내가 구록종을 언급했을 때, 네 얼굴에는 비웃음이 서린 거냐?”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묻고 싶었다.‘네가 어떻게 내 얼굴 표정을 그렇게 자세히 본 거야? 난 내 얼굴에 어떤 표정이 있는지도 몰라.’이 삼각눈을 가진 남자는 모든 걸 알고 있는 듯했다.오수경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여 이들과 싸우려는 순간, 도범이 오수경을 막았다. 그러자 도범이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했다.“이 사람들과 싸워서 뭐하겠어? 저들과 싸우는 건 네 시간만 낭비하는 거야. 이들은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야.”이 말에 주위는 순간 조용해졌다. 도범은 지금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도범을 허세 부리지 않는 사람으로 생각했으나, 도범의 말은 그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오수경도 이미 충분히 오만했지만
“역시 숲이 크면 별의별 새가 다 있는 법이지. 거울이라도 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 할 텐데, 감히 그런 말을 하다니.”그 중 한 명이 손가락으로 앞쪽에 서 있는 흰 옷을 입은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흰옷 입은 사람 보이지? 저 사람은 구록종 출신으로 친전 제자야. 그런데도 30분이 되서야 겨우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꿨다구! 방금 그렇게 큰소리쳤으니, 네 옆에 있는 이 친구가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보라색 수정구를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볼까?”다른 사람도 거들며 말했다.“그래, 말 좀해봐. 네가 그렇게 치켜세운 저 친구가 보라색에서 파란색으로 바꾸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주변 사람들은 이 상황을 재미있어하며 오수경을 계속 몰아세웠다. 그들은 오수경에게 도범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하라고 강요하며,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이들 대부분은 6품 종문이나 자유 무사 출신으로,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 최소 4시간이 걸렸다. 출신이 뛰어난 천재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처음에는 오수경이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인상을 쓰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이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며 진실을 밝히지 않으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오수경은 도범에게 도움을 구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도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만든 일이니 네가 해결해.”도범은 오수경이 이미 여러 번 경솔하게 발언해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기 때문에, 매번 오수경의 뒤처리를 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고, 계속되는 질문에 결국 고개를 들어 크게 말했다.“저 사람들이 30분이 걸린다면, 도범 오빠는 15분이면 충분해!”오수경은 어차피 모든 것을 걸고 말하기로 했다. 이 사람들은 정말 짜증나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오수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위 사람들은 오수경의 말에 반
두 마리의 풍린수를 처치하면 수정구는 파란색에서 청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때 무사는 몇 배나 강력해진 풍린수와 마주하게 되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만 4층을 통과하여 5층에 진입할 자격을 얻게 된다.도범의 설명을 들은 오수경은 미간을 찌푸린채 되물었다.“그러니까 4층은 사실 세 단계로 나뉜다는 말이지? 수정구의 색이 변할 때마다 단계를 하나씩 통과하는 거야. 총 세 가지 색이 있는 셈이니까, 5층으로 가려면 세 번을 모두 통과해야 하네.”도범은 고개를 끄덕였고, 오수경은 손가락을 꼽아가며 말했다.“즉, 네 마리의 풍린수를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첫 번째 풍린수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두 번째와 세 번째 풍린수는 좀 더 강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풍린수는 마지막 한 마리라는 거군. 이 마지막 풍린수를 처치해야 비로소 통과가 완료되는 거네.”도범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정리가 꽤나 명확했다. 오수경은 5층으로 순조롭게 진입하려면 이 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 네 마리의 풍린수를 모두 처치해야만 5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오수경은 웃으며 말했다.“4층은 도범 오빠에게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겠네. 그 무슨 풍린수라는 것도 결국 선천 후기에 불과하니까 말이야.”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범이 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들고 일어섰다. 그들이 일부러 사람이 적은 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수경의 말이 크게 들리자 주변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이때, 눈이 삼각형 모양인 한 사내가 오수경의 말을 듣고 냉소를 터뜨렸다.“너는 저 녀석의 부속인이겠지?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길래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냐? 마치 4층이 이 어린 녀석에게는 쉬운 일인 것처럼.”그러자 삼각눈 사내 옆에 서 있던 백색 옷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 사람은 말이 너무 과장된 것 같아. 풍린수가 얼마나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은데, 그냥 입만 뻐끔했
도범은 한숨을 내쉰 후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오양수와 대결할 때, 나는 곽치홍이 너희 두 사람의 싸움을 계속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어. 그래서 곽치홍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곽치홍도 내가 본인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지. 하지만 내가 너무 멀리 있어서 곽치홍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어. 그런데 곽치홍이 나를 쳐다볼 때, 마치 독사에게 주시당하는 느낌이 들었어. 네가 전에 말했던 게 맞아, 곽치홍은 분명 우리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어.”도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치홍이 등장한 이후로, 온갖 의문들이 곽치홍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장로들이 했던 말은 전부 믿을 수 없었고, 이 안에 더 큰 비밀이 숨어 있을 게 틀림없었다.도범이 숨을 고르고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오수경이 먼저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 나를 위로하려고 하지 마, 이제 다 이해했어. 내가 전에 했던 충동적인 행동들이 너에게 폐를 끼쳤다는 걸 알아. 앞으로는 항상 이 점을 명심하고, 더 이상 너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거야.”오수경의 이 말을 듣고 나니 도범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오수경은 단순한 순진한 바보였고, 팔 다리는 튼튼하지만 머리는 물에 잠긴 것 같아 항상 충동에 휘둘렸다. 하지만 이번 일을 겪고 나서 오수경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그렇게 말하고 나서 오수경은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편안해졌다. 두 사람은 함께 4층으로 발을 내디뎠다.그곳은 희미한 빛으로 덮인 광활한 초원이었다. 초원 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은 풀밭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손에 든 수정구를 받쳐 들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을 감고 명상하는 것처럼 보였고, 소수의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분위기는 침묵과 압박감이 공존했다. 누군가가 이야기를 한다 해도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여기가 바로 천엽7현탑의 4층이었으며, 겉보기에는 환상 세계와도 같았다.오수경은 눈을 깜빡이며 도범의 손에 들린 보라색 수정구를 한 번
이 말을 들은 오수경은 고개를 저으며 완강히 거부했다.“나는 3층에 남고 싶지 않아. 도범 오빠가 4층을 돌파하면, 분명히 5층도 갈 거잖아. 천엽 7현대는 총 7층인데, 도범 오빠가 7층까지 돌파할 수도 있잖아? 그럼 도범 오빠는 다른 곳으로 바로 전송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나 혼자 3층에 남게 되잖아. 그땐 난 어떻게 해야 하지?”도범은 오수경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수경의 걱정도 일리가 있었다. 만약 도범이 정말 7층까지 한 번에 돌파한다면, 천엽 7현대는 자신을 완벽한 도전자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았고, 보상을 주고 다른 곳으로 전송할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오수경을 홀로 남겨두게 되는데, 도범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한 끝에, 도범은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한편, 오수경은 도범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조급해졌다. 오수경은 도범의 팔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난 도범 오빠의 인맥으로 천엽성에 들어온 거야. 인맥으로 들어온 만큼, 나는 어떠한 도전도 직면하지 않을 거고, 그저 도범 오빠만 따라가면 계속 위로 올라갈 수 있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나는 절대 혼자서 떠나지 않을 거야. 정말 운 나쁘게 여기서 죽더라도, 제가 감수해야 할 일이니까.”오수경의 이 말은 진심이었다. 도범을 처음 만난 이후, 오수경은 자신의 인생이 위험과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일이었다.다른 것은 판단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도범은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고, 그 뒤를 따라가야만 생존의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오수경은 이곳에서의 2년을 버텨내어 바라문 세계를 떠나, 자금단방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도범은 오수경의 결심을 확인하자,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함께 걸음을 옮겨 4층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모두가 다소 망설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미래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
도범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전 당신과 싸울 생각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나게 해주러 왔을 뿐이죠.”도범의 말에 민경운은 순간 얼어붙었다. 민경운은 잠시 고민하며 무슨 의미인지 되새겼고, 이내 도범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얼마 전 자신과 도범 사이에 벌어진 내기 때문이었다.그 순간, 민경운의 가슴은 마치 여러 개의 큰 돌이 짓누르는 듯 답답해졌다. 그러나 민경운은 이를 갈며 분노를 삼켰다. 애초에 민경운은 도범이 절대로 이번 대결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하고 내기를 걸었던 것이다.민경운은 도범이 처참하게 패배할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의 손에 들어올 19만 영정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결과는 정반대였다. 도범이 승리한 것이다.이때, 도범은 손을 내밀며 말했다.“빨리 돈을 내세요. 저도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러니 제 시간 뺏지 마세요. 원래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시작했는데, 본인이 10만 개를 더 얹어 19만 개의 영정으로 만든 거잖아요. 그러니 빨리 결제해요.”도범의 이 말에 민경운은 가슴이 터질 듯했다. 상황은 정말로 도범이 말한 대로였다. 도범은 9만 개의 영정으로 내기를 제안했고, 민경운은 도범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 생각하여 곧바로 10만 개를 더해 19만 개로 올렸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발등을 찍고 말았다.지금 민경운은 자기 뺨을 세게 때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9만 개의 영정은 민경운에게 꽤나 큰 금액이지만, 19만 개의 영정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미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민경운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 만약 민경운이 결제하지 않으면 계약이 곧바로 발동하여, 결국에는 영혼의 역반작용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후의 일은 의외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양수는 원건종의 제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갔고, 도범은 마침내 세 번째 영패를 손에 넣었다. 이번 영패는 조금 특이하여 입탑 영패가 아닌 출성 영패로 바뀌어 있었다.이
관중석에는 각양각색의 무사들이 섞여 있었고, 불량배들도 많았다. 평소에 거리에서 욕을 퍼붓기 좋아하는 이들은 이제야 자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찾은 듯, 원건종의 제자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일부 사람들은 진원을 목에 운용하여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크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듣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더욱 큰 소리로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냈다. 이로 인해 도범의 귀는 무척이나 시끄러웠고,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도범은 자신과 원건종의 제자들 사이에 오간 몇 마디 대화가 이렇게 사람들을 폭발시키게 될 줄은 몰랐다. 또한, 도범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이런 싸움은 결국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몸싸움을 할 수도 없고, 계속 말다툼만 이어질 뿐이었다.그래서 도범은 더 이상 들으려 하지 않고, 대련 무대의 한쪽 가장자리로 가서 조용히 서 있기로 했다. 도범은 아직 오양수를 죽일 생각이 없었다. 오양수가 자신에게 했던 그 약속, 즉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싸움 소리는 계속해서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 오양수의 몸부림이 점점 약해지고, 장벽이 완전히 해제되자 원건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몰려가서 오양수를 부축했다.한편, 진태산은 눈살을 찌푸린 채 오양수의 코에 손을 대 그의 호흡을 확인했다. 비록 오양수는 아직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호흡은 매우 미약했다.민경운은 급하게 자신의 보관 반지에서 여러 개의 단약을 꺼내 오양수의 입에 넣었다. 그러나 이 단약들은 오양수의 현재 상태를 치료하기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 방금 도범이 사용한 참멸현공이 오양수의 영혼을 완전히 찢어놓았기 때문이다.영혼이 찢어진 상태에서 내상을 치료하는 단약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따라서 민경운이 오양수에게 많은 단약을 먹였지만, 오양수의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민경운은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오양수가 정말로 이 사건으로 인해 죽는다면, 그들 모두 책임을
“맞아! 당장 우리 오양수 선배를 풀어줘! 양수 선배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너는 천번 만번 죽임을 당할 거야! 오양수 선배는 도민수 선배가 아니야. 네가 도민수 선배를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갔을 때는 우리도 나서서 협상할 여지가 있었어.그러나 네가 오양수 선배를 진짜로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다면, 염라대왕이라도 너를 보호할 수 없을 거야! 바라문 세계를 벗어나는 순간, 너는 원건종의 끝없는 추격을 받게 될 거야!”바깥에서 들려오는 원건종 제자들의 고함과 욕설은 도범의 귀에 전부 들렸다. 이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기에 도범은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원건종은 일반적인 자유 무사들에게 충분한 위압감을 줄 수 있지만, 도범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상대가 아니었다. 원건종이 무엇이건, 자신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더 강력한 종문에 가담할 수 있을 테니, 원건종이 손해를 본다고 해도 도범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게다가 이번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원건종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도범은 결코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원건종 쪽에서 여러 번 도발하지 않았다면, 도범 역시 이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잠시 후, 도범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원건종의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원건종 제자들, 잘 들어! 8품 종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처음부터 끝까지 문제를 일으킨 건 너희들이었잖아. 그런데 패배하고 나니 이제와서 나를 협박하는 거야?만약 너희들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나 역시 너희들과 엮일 생각이 전혀 없었을 거야. 즉, 너희들은 본인들의 강력한 종문을 배경을 믿고 제멋대로 행동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희들의 그런 행태를 전혀 묵인할 생각 없어!”도범의 이 말은 관중석에서 큰 박수갈채를 일으켰다. 관중들은 도범이 그들 마음속에 담아둔 말을 대신 말해준 것 같아 고무되었다. 이들 고급 종문의 제자들은 항상 약한 무사들 앞에서만 무력을 과시하며, 이
“오양수는 원건종의 친전 제자 아닌가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약할 수 있죠?”“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건 오양수이 약한 게 아니라 도범이 너무 강한 거에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빙봉천리는 지급 상급 무기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몇이나 지급 상등 무기를 수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도범이 빙봉천리를 부순다는 건, 도범의 무기가 오양수의 무기보다 강하다는 걸 의미해요!”“설마 도범이 천급 무기를 수련한 건가요?”이 말이 나오자마자, 주변의 거의 모든 이들이 단번에 부정했다.“미쳤어요? 무슨 말이든 막하네요. 천급 무기가 어떤 개념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수련 경지가 고신경에 도달했거나, 혹은 특별한 재능을 지닌 영천 경지 후기에 이르러야만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거에요.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라문 세계의 규칙을 지켜야만 이곳에 들어올 수 있고요. 나이도 60세를 넘지 않아야 하죠. 그렇다면 6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 천급 무기를 수련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그렇네요! 아마도 지급 상급 무기를 수련한 거겠죠. 도범이 오양수를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도범이 지급 하급 무기를 대원만 단계까지 수련했기 때문일 거에요.”“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범의 재능은 정말 두려운 수준이네요. 8품 종문의 친전 제자조차 도범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거잖아요!”“이번에 바라문 세계에 온 보람은 있네요. 이렇게 많은 천재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오양수와 관련 없는 관중들은 이런 논의를 흥미롭게 이어갔다. 이전에 도범을 비하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도범을 칭찬하며, 도범을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8품 종문의 친전 제자들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원건종의 제자들은 차분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관중석에서 편안하게 앉아있던 그들은, 도범이 빙봉천리를 단칼에 베어내는 모습을 보고는 그만 입을 다물고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지금 오양수가 이렇게 극심한 고통을 겪는 걸 보니, 분명 도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