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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9화

작가: 은광수
고수연은 소파에 기대 울상이 된 얼굴로 말했다.

“누가 정신을 못 차린대? 난 그냥 남자가 고플 뿐이야.”

“크흠...”

그 말에 나는 난감하고 어이없어 헛기침했다.

‘고씨 자매는 뭐 다 이렇게 개방적이지?’

“형수, 휴식해요. 전 이만 갈게요.”

나는 얼른 핑계를 대 떠났다.

내가 떠난 뒤 형수는 고수연 옆에 앉아 위로했다.

“남자가 고프면 나가서 찾으면 되지. 진용진도 여자를 만나는데 너라고 왜 못해?”

“내가 언니인 줄 알아? 언니는 자식이 없어 걱정할 거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만, 내가 언니처럼 하면 우리 애들은 어떡해?”

형수는 끝까지 부인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난 네 언니야. 말조심해.”

고수연은 헤실 웃었다.

“내숭은. 언니 정수호 씨랑 뭐 있잖아. 진동성이 언니를 만족시켜 주지도 못하고 언니한테 잘해주지도 않으니 따로 언니한테 잘해주는 남자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잖아. 사실 난 가끔 언니가 부러워. 여자가 아이를 안 낳으면 참 편해. 그러니 언니도 앞으로 낳지 마.”

“난 아이가 갖고 싶어. 아이가 없는 게 나한테는 한이야.”

고수연은 형수의 손을 잡고 말했다.

“한은 무슨 고민만 늘어나. 언니가 진짜 아이가 생기면 남자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 매일 아이 옆에 붙어있어야 해. 내 말 믿어, 언니. 여자는 혼자 자유롭게 살 때가 제일 좋아. 절대 아이 낳지 마.”

말을 마친 고수연은 하품을 하더니 자러 방으로 돌아갔다.

형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동생이 한 말을 되새겼다.

고수연이 겪은 걸 직접 겪어보기 전에 형수는 아이를 키우는 게 힘들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때문에 여전히 아이가 있는 게 없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적어도 나중에 기댈 곳 하나는 있어야 하니까.

나는 형수의 생각을 알 리가 없었다.

형수를 바래다준 뒤 나는 월세방으로 향했다.

방에는 아직도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현성은 주선영의 방에 눌러붙어 조잘조잘 뭔가 말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갔다.

“선영아, 내가 난 말이지. 학교 다닐 때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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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개예요? 왜 사람을 이렇게 물어요?”나는 윤지은의 뜬금없는 행동에 기가 막혔다. 내가 대체 뭘 했다고 또 이러는지 의문이었다.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 윤지은의 옷을 찢어버렸다.“계속 물면 난 지은 씨 당장 앉아버릴 거예요. 누가 더 손해인지 두고 보자고요.”윤지은은 심장이 덜컹했지만 나를 놓아주기는커녕 더 세게 물었다.하지만 윤지은이 물수록 나는 그녀의 옷을 벗겨댔다. 그러다 얼마 뒤 아예 옷을 찢었다.이토록 연약한 상대를 나도 똑같이 물 수는 없다. 다만 그 대신 호되게 혼내줄 수는 있었다.그 뒤로 분위기는 갑자기 이상하게 흘렀다. 윤지은은 자발적으로 내 목에 팔을 둘렀고 곧이어 아찔한 장면이 이어졌다.하지만 모든 걸 끝낸 뒤 나는 여전히 우리가 어쩌다 또 몸을 섞게 됐는지 어리둥절했다.나는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에 반해 윤지은은 덤덤한 표정이었다.“내가 방금 그랬을 때 왜 밀어내지 않았어요?”나는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윤지은은 옷을 정리하며 차갑게 말했다.“내가 왜 밀어냐? 봉사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인데.”“누가 봉사했다는 거예요? 난 지은 씨 혼내 준 거예요. 오히려 지은 씨야말로 방금 진짜 마음이 흔들린 거 아니에요?”윤지은은 나를 홱 째려봤다.“마음이 흔들려도 생리적 수요 때문이지 사람과는 단 한 푼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자아도취 그만해.”‘젠장.’가만 보니 나는 윤지은의 독설에 항상 받기만 했지 한 번도 말발로 윤지은을 이겨본 적이 없다.나는 의자에 기대 담배를 피웠다.그러자 윤지은은 언짢은 듯 손을 휘휘 저었다.“안 피우면 안 돼? 나 담배 냄새 싫어.”나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꽁초를 흘긋 보고는 결국 마지못해 꺼버렸다.“그럼 이제 뭐 할 거예요?”나는 앉아 있는 게 너무 지루해 몸이 불편할 정도였다.“뭘 한다는 거야?”“계속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를 일부러 남겼으면 할 일이거나 할 얘기가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53화

    요즘 안 그래도 이 문제 때문에 불안해서 잠도 못 자고 사모님과는 접촉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하지만 사모님을 피했더니 윤지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와 동시에 조마조마했다. 그러면서 윤지은이 대체 어떻게 알았을지 궁금했다.나는 결국 뻔뻔하게 물었다.“뭘 아는 거예요? 아는 게 있다면 알려줘요. 저도 그날 취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렇지 않고서야 알몸으로 구경당하지는 않았겠죠.”윤지은의 낯빛은 순식간에 변했다. 나는 윤지은의 표정을 읽어내지 못했다. 하지만 윤지은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틀림없다. 그 결론은 나를 더 미치게 했다.‘윤지은이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왜 아무 말도 안 해줬지?’‘내가 요즘 사모님과 접점이 많아지니 이제야 언급하는 건 뭐지?’나는 마음이 복잡했고 호기심이 점점 깊어졌다.“아무것도 아니야.”윤지은은 내 호기심을 건드리고 대답해 주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사람이 왜 그래요? 말을 하다 말 거면 차라리 하지나 마요.”윤지은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지금 나를 의심해?”나는 일순 겁이 나 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의심하는 게 아니라 호기심을 건드리고 아무 말도 하는 건 사람 피 말리는 거랑 뭐가 달라요?”“나도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니까 호의를 무시하지 마.”윤지은은 나를 보며 강조했다.하지만 너무 애매모호한 말에 나는 대체 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사모님이 맞는지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너무 괴로웠다.“다른 질문은 더 있어요? 없으면 전 가볼게요.”나는 궁금하고 답답해 더 이상 윤지은과 한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윤지은은 나를 홱 째려봤다.“얌전히 앉아 있어. 가라고 하기 전까지는 못 가.”“그건 너무 독단주의 아니에요? 묻지도 말라 가지도 말라 하면 대체 뭘 하자는 거예요?”“내 시중이나 들어. 왜? 싫어?”윤지은은 뜬금없이 요구했다.그 말에 나는 잠깐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52화

    “어떻게 할 생각인데?”왕정민은 어두운 얼굴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 입이 팅팅 부어 발음이 부정확했지만 진동성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는 이를 악문 채 대답했다.“어떡하긴, 당연히 사람들 시켜 죽여야지. 방금 그 여자, 너도 봤지? 아무리 봐도 어느 대기업 딸인 것 같아. 곱게 자란 부잣집 아가씨가 아니고서야 해명할 기회도 안 줄 리가 없어. 저 여자가 방금 정수호가 자기 사람이라고 했으니 되도록이면 직접 손쓰면 안 돼. 안 그러면 화를 입을지도 모르니까.”진동성의 분석은 매우 정확했다 하지만 왕정민은 대꾸하지 않다가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가자. 다른 곳에서 천천히 상의해야겠어.”왕정민은 겹겹이 싸인 분노를 급히 분출해야 했다. 그는 진동성 옆에 있는 진소민을 흘긋거렸다.한동안 보지 않았더니 진소민은 훨씬 더 여성스러워졌다.왕정민의 눈빛을 느낀 진소민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렸다. 그녀는 이제 진동성을 모시고 있으니 진동성 여자이기에 더 이상 왕정민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진동성의 말 한마디는 진소민의 결심을 구렁텅이로 처넣었다.“우리 파트너 바꿔서 놓지 않을래?”진소민은 진동성이 그러지 않길 바라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그를 봤다.하지만 진동성도 진작 왕정민의 파트너를 눈독 들이고 있었기에 바로 헤실거리며 대답했다.“가자.”진소민의 마음은 순간 씁쓸해졌다. 그녀는 사실 이런 생활을 원한 건 아니었다. 그저 돈 많은 남자 한 명을 잡아 스폰 받으며 지내는 거였다.진소민은 반항하지 못했다. 그럴 배짱도 없었다.하지만 왕정민의 파트너는 이런 것에 거리낌이 없는 걸 보니 이미 경험이 많은 듯했다.결국 진소민도 어쩔 수 없이 세 사람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식사를 마친 뒤, 윤지은은 양동준더러 하정현과 한지영을 바래다주게 하고 나를 혼자 남겼다.나는 이게 대체 무슨 뜻인지 의도를 알 수 없었기에 그저 나한테 할 말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윤지은은 여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51화

    한지영은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부축해 일어섰다.그때 윤지은이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무슨 상황이야? 뭔데 이렇게 맞았어?”나는 이를 악문 채 진동성이 한 짓을 털어놓았다.“그런데 아쉽게도 내가 아직 실력이 모자라 저 인간을 직접 찢어발기지 못한 게 한이에요.”나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고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윤지은은 차갑게 말했다.“실력이 없는 걸 알면 노력해야지 허구한 날 여자나 밝히니까 계속 제자리지. 쌤통이네.”나는 적어도 윤지은이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윤지은은 위로는커녕 나를 비꼬아댔다.하지만 그 말이 너무 맞아 나는 반박할 수 없었다.윤지은은 나를 혼낸 뒤 진동성 일행을 바라봤다.“두 사람이 태연과 애교 전남편들이지?”“당신은 또 누구야?”왕정민은 차가운 얼굴로 윤지은을 훑으며 물었다.운지은은 입꼬리를 싸늘하게 말아 올렸다.“네 어미다. 이 자식아!”그 말에 나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윤지은이 사람을 갈구는 모습은 소여정과 똑 닮았다.“양동준, 쳐!”양동준은 왕정민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왕정민은 겁에 질린 채 연신 뒷걸음쳤다.“당신들이 뭔데 사람을 때려?”윤지은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대꾸했다.“어미가 아들놈 교육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양동준은 두말없이 다가가 왕정민의 뺨을 팅팅 부을 때까지 때렸다.왕정민은 뭐라 하려고 입을 뻥긋거렸지만 양동준이 또다시 뺨을 때리는 바람에 더 이상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윤지은은 네 사람을 둘러보며 물었다.“더 물어볼 거 있어?”진동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진소민과 여간호사는 더더욱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그때 윤지은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이 사람 내 사람이야.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나한테 도전하는 거로 간주할 거야. 그 결과가 어떨지는 잘 알 거야.”윤지은이 나를 지켜준다는 사실에 나는 깜짝 놀랐다.진동성의 표정은 잿빛이 되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윤지은은 진동성 일행을 혼쭐내고 나한테 말했다.“아직도 안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50화

    진동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난 지금 누구보다도 그 자식 죽이고 싶어. 젠장. 내가 돈 들여 대학교까지 보내줘서 이 정도 된 건데. 도움을 그렇게 많이 받았으면서 개 같은 게 감히 나를 물어?”“솔직히 궁금하네. 대학 내내 서포트해 주려면 돈이 적게 들지 않을 텐데, 그 돈 다 네가 낸 거 맞아?”왕정민은 고기 한 점을 집어먹으며 물었다.그러자 진동성이 대답했다.“내가 미쳤어? 그 자식이 대학 다닐 때 쓴 돈은 내가 그 자식 부모님 주민등록증을 가져가서 대출받은 거야. 그 자식 부모도 그 사실을 아들한테 알리지 않으려고 하니까 내가 한 것처럼 했지 뭐.”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뛰쳐나가 진동성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 계속해서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진동성이 또 내 뒤에서 얼마나 양심 없는 짓을 했는지 들으려고.그때 진동성이 말을 이었다.“내가 그동안 준 용돈도 사실은 얼마 안 되는데 그 가족한테는 엄청난 은혜처럼 느껴졌나 봐. 내가 그 집에 찾아갈 때마다 정수호 부모가 나한테 얼마나 깍듯이 대하는데. 나를 조상으로 모실 판이라니까. 정수호 그 자식도 그동안 동성 형 하면서 내 말은 개처럼 따랐어.”둘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분노가 치밀어 나는 이를 갈았다.하지만 진동성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키득거리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웃기는 게 뭔 줄 알아? 내가 전에 정수호 집에서 낡은 의학서적을 발견해서 몰래 훔쳐 왔는데 어땠는 줄 알아? 그게 고대 의서라는 거야. 엄청 희귀한 거래. 그걸 팔아서 1000만 원 벌었어.”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뛰쳐나갔다.“진동성!”나는 그 세 글자를 이를 갈면서 토해냈다.자리에 앉아 있던 네 명은 모두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특히 진동성이 가장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피식 웃으며 말했다.“뭐야? 너도 여기 있었어? 내가 한 얘기 다 들은 거야?”“그래, 들었어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49화

    나는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결국 타협했다.“알았어요. 동의하면 될 거 아니에요.”양동준은 그제야 손을 멈췄고 나도 겨우 내 체면을 지켜냈다.나는 신속히 옷을 입으며 속으로는 윤지은을 짓밟고 혼내줄 상상을 했다.‘어떻게 부잣집 아가씨라는 사람이 이럴 수 있지? 너무하잖아.’난 꼭 언젠가 성공해 윤지은이 사람들이 앞에서 나한테 고백하는 걸 지켜볼 거다. 그때 가서 윤지은이 어떤 표정을 짓는지도 꼭 구경할 생각이다.옆에 있던 하정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윤지은을 바라봤다.“지은아, 왠지 네가 이러는 게 나를 위한 게 아닌 것 같다? 너 일부러 정수호를 쪽팔리게 하려는 거지? 설마 질투해?”윤지은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질투해? 저런 인간이 뭐가 좋다고?”하정현은 혀를 날름거렸다.“혹시 알아? 정수호가 사모님 댁에 가는 게 싫어서 이러는 걸 수도 있잖아.”그 말인 즉 윤지은이 사모님을 질투한다는 뜻이었다.윤지은의 표정은 단번에 어두워졌다.“계속 헛소리하면 너도 똑같은 수모를 당하게 해줄게.”하정현은 목을 움츠리며 싱긋 웃었다.“안 그럴게. 말 안 하면 되잖아. 누가 우리 강한 지은을 건드리겠어?”하정현은 비록 말은 이렇게 했지만 표정만 보면 윤지은의 핍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태도를 누그러뜨린 듯했다.윤지은의 안색은 얼마나 어두웠는지 모른다.그러다가 그 화를 뜬금없이 나한테 풀었다.“당장 가서 음료수 사와.”‘참 재수가 없으려니까.’“웨이트도 있잖아요. 왜 제가 가야 하는데요?”윤지은은 테이블을 탁, 내리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양동준더러 너 모셔가라고 할까?”나는 헐레벌떡 일어섰다.“참 대단하네요.”내가 떠난 뒤 윤지은은 하정현에게 말했다.“봤지? 정수호는 나한테 하인이나 다름없어. 나 같은 부잣집 아가씨가 저런 걸 좋아할 리가 없잖아.”“그래. 알았어.”하정현은 겉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지은아, 너 다 티나.’‘증명하려고 과하게 행동하면 오히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48화

    우리가 최선을 다해 설득한 끝에 하정현은 끝내 우리 설득에 넘어왔다.“그래, 알았어. 안 찍을게. 안 찍으면 되잖아.”“네가 또 쓸데없는 짓 하면 안 되니까 수호 씨가 그동안 쟤 좀 감시해.”나는 내 귀를 믿을 수 없어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내가 윤지은 씨 부하도 아니고 왜 지은 씨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뭐라고?”윤지은의 표정은 단번에 어두워졌다.나는 윤지은이 이럴 때면 가장 무섭다. 내가 그동안 만난 누나들 중 윤지은이 단연 가장 무섭다고 할 수 있다.윤지은이 나를 째려볼 때면 곧 화를 내겠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더군다나 상대는 하필 부잣집 아가씨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거다.나는 곧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해명했다.“저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지은 씨 친구 남편도 돌봐야 하고 화인당도 관리해야 하고 무엇보다 저도 지금 다쳐서 여유 시간이 없어요.”“호섭 씨는 상관할 거 없어. 내가 전문적인 가사도우미를 구했으니까.”“네?”‘그럴 거면 왜 진작 말하지 않고 진작 부르지 않은 건데?’‘왜 윤지은이 내가 사모님 댁에서 지내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에이, 설마.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이 여자는 절대 질투할 리 없어.’“그래도 안 돼요. 저도 따로 볼 일이 있어요.”나는 여전히 거절했다. 무엇보다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윤지은은 갑자기 테이블을 탁 쳤다.“가라면 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양동준한테서 복싱 배우고 싶은 거 맞아?”나는 변석호의 일을 말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면 윤해철을 배신하는 게 돼버려 꾹 참았다.하지만 죽어도 이 일을 승낙할 생각은 없었다. 하정현이 비록 덩치는 작아 보여도 너무 영리하고 비상해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나는 스스로 그런 번거로운 일을 자처할 생각이 없었다.“안 간다 이거지? 좋아.”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어디론가 전화했다.얼마 뒤 양동준이 모습을 드러냈다.하지만 앵동준은 오자마자 아무 말 없이 내 멱살을 잡아 올렸다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947화

    하정현은 화가 난 듯 벌떡 일어섰다.“지은의 마음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수호 씨 마음속에 지은의 자리는 조금도 없어?”조금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윤지은은 내 첫 번째 여자기도 하고 미련이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신분차이나 너무 큰 것도 있지만 성격 차이도 너무 커서 우리의 미래는 당연히 그려본 적이 없다.그런데 하정현이 갑자기 위협하니 나는 일부러 시비 거는 듯 대꾸했다.“그렇다면 실망하겠네요. 나랑 하정현 씨 친구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하정현은 갑자기 내 뒤를 흘긋거렸다.“이제 끝났네. 지은이 바로 뒤에 있거든.”뒤를 돌아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표정을 한 윤지은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나는 깜짝 놀랐다.“지, 지은 씨가 여긴 어떻게 왔어요?”나는 마음이 찔려 도저히 윤지은의 눈을 바라볼 수 없었다.“내가 불렀어. 지은아, 이 인간이 글쎄 마음속에 넌 눈곱만치도 없대. 개도 이렇게 매정하지는 않겠다.”윤지은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마루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정수호는 원래 개야. 개한테 뭘 바라?”‘그래. 뭐.’오히려 윤지은한테 시원하게 욕먹고 나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윤지은은 항상 나한테 싸움을 걸어오기에 오히려 싸우지 않는 게 더 무섭다.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마음대로 말해요. 아무튼 두 사람한테 난 좋은 사람 아니잖아요. 오히려 지은 씨나 친구분 좀 말려 봐요. 야한 잡지 촬영하겠다고 하니까.”“야한 잡지라니? 그거 인체 보디아트든.”하정현은 강조했다.윤지은은 예쁜 눈매를 찌푸리더니 싸늘하게 하정현을 바라봤다.“보디아트라니? 제대로 말해.”“에이, 그냥 좀 노출 심한 사진 몇 장 찍는 거야. 하지만 가릴 곳은 가려. 얼굴도 안 나올 거고...”윤지은은 하정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네가 그렇게 돈이 없으면 나한테 말해. R국에 보내줄 테니까.”“R국은 왜?”“R국이 성진국인 데다 야동 사업이 발전됐잖아. 거기 가서 여주인공 맡으면 돈 빨리 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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