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는 너무 취해 알딸딸해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때문에 나는 형수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형에게 말했다.“아마 요즘일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동성 형은 내 말에 한시름 놓은 것 같았다.“정말이야? 너무 잘 됐다. 수호야, 네가 네 형수한테 말 좀 전해줘. 내가 요즘 회사에 안 나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네 형수가 돌아오면 바로 사과하고 싶어. 그래야 내 진심이 전달될 것 같아.”‘이럴 거면 예전엔 왜 그랬어?’‘이렇게 예쁘고 몸매 좋은 형수를 아껴주지 않고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더니, 일이 벌어지고 나니 이제야 만회하려고 애쓰는 꼴이라니.’이런 행동은 동정할 가치도 없었다.물론 그런 말은 형에게 하지 않았다. 형수가 나더러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 그 말을 들어야 하니까.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앞섰다. ‘형수가 오늘 밤 집에 돌아가려나?’“형수.”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형수에게 물어보려고 결심했다.“왜 그래요?”형수는 아까보다 더 흐리멍덩해졌고, 새하얀 얼굴은 발그레해져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게다가 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나는 멍하니 형수를 바라보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오늘 집에 돌아갈 거예요?”“안 돌아갈래요!”형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궁금했다.“그럼 어디 갈 건데요?”“남주 집에서 하루 자고 내일 돌아갈 거예요.”형수가 어디를 가든 돌아가지만 않으면 나는 기뻤다.“수호 씨, 나도 오늘 밤 안 돌아갈래요.”그때 애교 누나도 끼어들었다.나는 어리둥절했다.“형수가 안 돌아가는 건 이해되는데, 애교 누나는 왜요?”“나도 태연이랑 같이 남주 집에서 잘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같이 대화하는 거 오랜만이거든요. 오늘 죽을 때까지 마실 거예요.”‘그런 거였군.’‘그렇다면 오늘 밤 내가 혼자 빈 집에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나는 갑자기 마음이 허전했다.솔직히 나도 같이 가고 싶었다.
“나도 너무 더운데, 나도 옷 벗을래.”애교 누나도 남주 누나한테 옮기라도 한 것처럼 따라서 옷을 벗었다.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를 막았다.“애교 누나, 그러지 마요.”남주 누나는 워낙 경솔하게 행동한다지만, 애교 누나는 절대 따라 배우면 안 된다. 나는 애교 누나가 남주 누나한테 물드는 게 싫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런데 너무 더워. 괴롭다고.”애교 누나는 확실히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의 작용 때문에 몸이 후끈해졌을 거다. 거기에 차 안이라는 작은 공간 때문에 답답했을 거다.때문에 나는 얼른 창문을 열었다.“옷 벗지 마요. 창문 열었어요. 이따가 출발하면 시원해질 거예요.”나는 말하면서 다급히 시동을 걸었다.밤바람은 선선해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바로 시원해졌다.뒤를 돌아보니 세 사람은 비뚤어진 자세로 누워 있었지만 더 이상 옷을 벗겠다고 소리치지는 않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나는 전에 남주 누나의 집에 가본 적이 있어, 누나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나는 차를 남주 누나네 아파트 단지까지 운전해 들어갔다.애교 누나와 형수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남주 누나는 완전히 취해 있었다.나는 애교 누나와 형수를 먼저 옮겨 놓고 다시 돌아와 남주 누나를 옮길 생각이었다.나는 얼른 남주 누나한테서 열쇠를 챙겨 애교 누나와 형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두 사람을 거실 소파에 눕혔다. 그 시각 애교 누나와 형수의 옷은 마구 흐트러졌고 얼굴은 말할 것도 없이 매혹적이었다.하지만 나는 결코 부적절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 세 사람 모두 나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혼자 즐겁게 놀고 싶어 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나도 아랫도리로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때문에 누나들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내가 떠나려 할 때 남자 한 명이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멈칫했다.나는 심지어 바람피우다 들킨 것처럼 마음이 찔렸다.하지만 눈앞의 남자가 누구
“남주 누나는 아직 차에 있어요. 혼자서 세 명을 부축하는 건 무리라서 형수와 애교 누나를 먼저 부축해 왔어요.”“그럼 수호 씨가 두 사람 돌봐 줘요. 아내는 내가 데려올 테니까.”“형수 차예요. 쉐보레, 번호는...”내가 말하자마자 고정훈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근데 왠지 내 마음은 순간 허전해졌다. 마치 고정훈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 것처럼.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니까 본인 집에 돌아오는 건 당연한데, 내가 돌아오지 말았ㅇ면 할 자격이 있을까?나는 소파에 앉아 잠깐 멍때렸다.그때 갑자기 내가 준비했던 콘돔이 아직 차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고정훈이 만약 그걸 보면 날 의심하지 않을까?’나는 형수와 애교 누나가 누운 걸 확인하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고정훈 먼저 콘돔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하지만 내가 쫓아갔을 때 고정훈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차 앞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다급히 쫓아갔다.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쉐보레 차 안은 이미 불이 켜져 있었고 고정훈과 남주 누나는 서로 껴안은 채 키스를 하고 있었다.남주 누나는 아주 몰입한 채 즐기는 듯했다.고정훈 역시 지방에 내려가 있으면서 오래 참은 상태였다.고정훈이 남주 누나의 옷을 모두 벗기더니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전조등이 꺼졌다.하지만 나는 남주 누나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여보, 너무 대단해. 너무 좋아.”남주 누나는 아주 즐거운 듯 말했다.고정훈도 매우 즐거워 보였다. 그는 아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매우 좋아했다.솔직히 고정훈의 아내는 완전히 요물이다.본업도 잘하고 내조도 잘하고 저녁에 또 이토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니까.그 덕에 고정훈도 나이가 들었는데 아직도 혈기 왕성한 거다.남자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사실 대부분 여자에게 달렸다.여자가 열정적이고 매력적이고 사람을 잘 홀린다면 남자는 안 되더라도 그 여자 앞에서만은
자기 아내가 흐물흐물해진 것을 보자 고정훈은 무척 흐뭇해했다.그도 그럴 게, 아내를 만족시켰다는 뿌듯함과, 만족한 여자는 밖에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밖에서 모든 걸 엿듣고 있던 나는 점점 더워 나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뒤돌아 떠났다.그리고 쉐보레 안에서 남주는 만족한 듯 남편 품에 안겨 말했다.“왜 갑자기 돌아왔어? 이틀 뒤에나 올 거라면서?”“자기가 보고 싶어서 특별히 왔지.”고정훈은 말하면서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러다가 무의식중에 남주 누나의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보고 경각심을 높였다.“목에 이건 뭐야?”남주 누나는 손을 뻗어 목을 쓱 만지다가 갑자기 그날 흥분한 나머지 나더러 목에 키스 마크를 내달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누나는 싱긋 눈웃음치며 말했다.“강아지가 그런 거라면 믿을래?”“당연히 안 믿지. 자기가 그런 사람 아닌 건 알지만 이게 뭔지는 궁금해.”남주 누나는 요염하게 남편을 째려봤다.“오늘 마사지숍에서 전신 오일 마사지했거든. 마사지사가 그랬는데 내 몸에 독소가 많아 마사지하고 나면 몸에 멍이 들 수 있다고 했어. 못 믿겠으면 봐 봐, 배와 다리에도 있어.”남주 누나는 전혀 숨김없이 몸 곳곳에 있는 키스 마크를 보여주었다.하지만 누나의 이런 방법이 오히려 남편의 의심을 사그라들게 했다.“전신 오일 마사지? 마사지사는 여자야 남자야?”“당연히 여자지.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오일 마사지 받으면서 남자 마사지사를 부르겠어?”남주 누나는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쥐락펴락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는 제멋대로 행동하기보다 남편의 의심을 완전히 없애는 게 상책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남주 누나의 말을 들은 고정훈은 이내 표정을 풀었다.“평소 일이 힘든 데다 양가 부모님까지 보고 아이까지 돌봐서 몸이 피곤했나 보네. 우리 여보 고생했어.”고정훈은 말하면서 남주 누나의 얼굴에 진한 키스를 했다.남주 누나는 얼른 가련한 여자처럼 남편의 품에 기댔다.“내가 고생하는 걸 알
남주 누나의 남편도 누나한테 정말 잘해주는 것 같았다.더욱이 40대인데도 전투력이 대단하다는 게 실로 존경스러웠다.고정훈은 남주 누나를 소파에 내려 놓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친구들과 파티하는 줄 몰랐어. 이따 난 또 나가봐야 하니까 계속 놀아. 너무 늦게까지 놀지는 말고. 몸조심해. 자기가 힘들면 내가 마음 아파.”남주 누나는 작은 새처럼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이 나한테는 너무 충격이었다. 그렇게 요염하고 섹시하던 남주 누나가 이렇게 고분고분한 모습도 있다는 게 놀라웠으니까.심지어 남주 누나가 남편을 무척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남편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남편한테 미안한 일을 하는지?남주 누나의 마음은 정말 종잡을 수 없었다.고정훈은 남주 누나와 말을 마치고 난 뒤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도 벌떡 일어섰다.“저도 이제 가봐야겠어요.”“그래요, 그럼 멀리 안 나갈게요.”고정훈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오히려 불안하고 당황했다.고정훈은 겉보기에는 매너 있고 다정한 사람 같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앞으로 대면할 때마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어.”아래층으로 내려와 차에 올라탄 순간 나는 조수석에 있는 콘돔을 발견했다.다행히 내 외투 때문에 가려져 고정훈이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나는 황급히 물건을 치웠지만 여전히 심장은 벌렁거렸다.그도 그럴 게, 오늘 저녁 벌어진 일은 너무 의외였으니까.형수를 떠올렸다가 남주 누나와 남편이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나는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봤다.‘위층 상황은 어떨지.’‘계속 생각해서 뭐 해? 올라갈 수도 없는데.’나는 결국 생각을 멈추고 시동을 걸어 애교 누나 집으로 향했다.혼자 텅 빈 침대에 누워 있는 기분은 너무 좋지 않았다. 몸을 아무리 뒤척여 봐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나는 결국 소설 사이트를 켰다. 그렇게 한창 보다보니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그날 밤 나는 편히 자지 못했다. 역시 애교 누나를
‘젠장, 잊었나 안 잊었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목소리 좀 낮추면 안 되나?’‘이런 주제를 어떻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대놓고 얘기하지?’‘정말 못 말리는 여자네.’“쉿, 조용히 좀 해 봐요. 누가 잊었대요? 적어도 가게에 와야죠, 안 오는데 제가 어떻게 마사지해 줘요?”“방문 서비스도 있잖아요. 윤지은네 집에서 마사지해 주면 되잖아요.”나는 질세라 받아쳤다.“방문 서비스는 돈 더 내야 하거든요. 할 일도 없으면서 왜 가게에 오지 않아요?”하정현은 윤지은을 흘끗 바라봤다. 하지만 윤지은은 여전히 싸늘한 얼굴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하정현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누가 할 일이 없대요? 나도 바쁜 사람이거든요? 돈 더 내면 될 거 아니에요. 나 돈 많아요. 그러니까 오늘 지은이네 집에 와서 마사지해 줘요.”나는 윤지은의 눈치를 살폈다. 그랬더니 윤지은은 독살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원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눈빛에 나는 순간 열이 뻗쳐 일부러 비아냥거렸다.“그래요, 그럼 이따가 주소 불러줘요. 방문 서비스 해줄게요.”윤지은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살을 팍 구겼다. 그 눈빛은 나를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사실 나는 일부러 윤지은의 기분을 살살 긁은 거다. 항상 이유 없이 위협적인 눈빛으로 사람을 보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누가 보면 여왕인 줄 알겠네. 그렇게 보면 내가 무서워할 줄 알고?’‘진짜 웃기는 여자네. 난 더 이상 한의원에서 일하지도 않는데, 저 여자를 무서워할 게 뭐 있어?’“지은아, 괜찮지?”하정현의 말에 나는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그때 윤지은이 덤덤하게 대답했다.“상관없어. 난 이따가 출근해야 하니까 둘이 뭘 하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내 집에서 허튼짓 하지 마.”“에이, 내가 변태도 아니고, 설마 모르는 사람과 그 짓을 하겠어?”하정현은 살짝 어이없었다. 본인은 그저 마사지사를 집에 불러 마사지 좀 받을 생각이었는데, 허튼짓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이봐요, 그런 건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거든요? 내가 뭐 바보인 줄 아나?”“흥, 바보는 아니더라도 개자식은 맞잖아요. 할 줄 아는 게 그 짓뿐인 발정난 개잖아요.”“듣는 사람 기분 나쁘네? 내가 왜 개예요? 내가 아무리 개 같아도 그쪽만 할까요?”“또 싸우자는 거예요?”“내가 먼저 싸움 걸었어요? 그쪽이 먼저 걸었잖아요. 좀 제대로 대화할 수는 없어요? 왜 매번 내가 그쪽한테 빚진 것처럼 얘기해요? 두 번 모두 그쪽이 나 덮친 거라는 걸 잊지 마요.”내 말에 윤지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그 입다물어요. 앞으로 내 앞에서 그 얘기 꺼내기만 해 봐요.”“알았어요. 안 할게요. 그럼 앞으로 그 거만한 태도부터 거두어 줄래요? 존중은 서로 오고 가야하는 거잖아요. 그쪽이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데, 나한테 존중을 강요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니에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타협했다.“앞으로 최대한 좋은 태도로 얘기할게요. 하지만 그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셈 쳐요. 할 수 있죠?”“무조건 약속 지킬 테니 걱정하지 마요.”나는 얼른 약속했다.내가 이렇게 말한 건 내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다.하지만 윤지은은 오히려 내가 땡잡았다고 좋아한다고 생각했다.하고 싶은 대로 다 해놓고 책임질 필요가 없으니 남자라면 당연히 흔쾌하게 승낙할 테니까.때문에 나를 매섭게 째려보고는 씩씩거리며 떠나갔다.그 모습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내가 뭐 잘못 말했나?’‘여자 마음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야?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그나마 다행인 건 윤지은이 내 여자 친구가 아니라는 거였다. 만약 여자 친구였다면 함께 지내는 것마저 숨 막히는데, 결혼은 절대 불가능하다.‘이렇게 비교해 보니 역시 애교 누나가 좋네.’애교 누나를 떠올리자 나는 저도 모르게 걱정이 앞섰다. ‘애교 누나가 어제 남주 누나 집에서 뭘 했을까? 잠은 잘 났나? 내 생각 했나?’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밤은 안 될 것 같아요.]내가 한창 뿌듯해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문자를 보내왔다. 그 문자를 본 순간 내 기분은 순간 가라앉았다.[왜요?]내 물음에 애교 누나는 곧바로 답장했다.[남주가 오늘 밤도 같이 있재요.]그 말을 본 순간 나는 화가 났다.[아니, 대체 왜 그런대요? 남편도 돌아왔으면서 왜 누나는 거기 붙잡아 둔대요?][정훈 씨가 돌아왔어요? 언제요?][몰랐어요? 어제저녁에 돌아왔잖아요. 어제 누나랑 형수를 남주 누나 집에 데려갔을 때 남주 누나 남편과 만났어요.][난 몰랐어요. 어제 너무 취해서 아무 기억도 안 나요.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 안 보여서 안 돌아온 줄 알았어요. 그럼 내가 남주한테 다시 한번 물어볼게요.]나는 애교 누나가 오늘 밤 집에 돌아오기를 무척 기대했다.혼자 자는 게 너무 불안했으니까.내가 애교 누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을 때, 하정현이 가게에 예약 전화를 걸어왔다.이미 물건을 챙긴 터라 나는 곧장 출발할 수 있었다.나는 하정현의 예약을 빨리 끝내고 가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다시 동네로 돌아온 나는 윤지은의 집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쾅쾅쾅.한참 뒤, 하정현이 나와서 문을 열었다.하정현은 잠옷 차림이었는데 몸이 너무 마른 데다 굴곡이 하나도 없어 어린애 같았다.그나마 다행인 건 예쁘장한 얼굴이 있다는 거였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여자가 어떻게 시집갈지 걱정될 정도였다.“들어와요.”나는 집에 들어가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그 사이 하정현은 성큼성큼 소파 쪽으로 걸어가 털털하게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그 자세 때문에 가슴이 더 평평해 보였다.“그날 그쪽이 마사지해 주고 난 뒤 가슴이 눈에 띄게 변했어요. 그러니까 오늘도 얼른 마사지해 줘요, 더 커질 수 있게.”나는 웃으면서 하정현의 옆으로 다가갔다.“그게 어떻게 그렇게 빨라요? 침술과 마사지는 장기적으로 견지해야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오늘 고작 두 번 하고 무슨 변화를 기대해요?”“그럼 효과는 언제 알리는 거예요?”하정현은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