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아쉬웠지만 형수가 방금 한 말을 떠올리니 무기력한 기분이 들었다.마을 사람들은 동성 형이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모두 안다. 동성 형이 없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말이다.그런데 내가 동성형의 여자와 만난다는 게 동네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면, 나와 우리 부모님은 아마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거다.나는 괜찮지만 부모님은 어쩐단 말인가?내가 부모님을 도시로 모셔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그런 험담을 듣지 못하게 하면 아마 상처받지 않을지도 모른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속으로 맹세했다. 꼭 돈을 모아 새집을 장만해야겠다고.그리고 부모님을 도시로 모셔오면 형수와 동성 형을 이혼하게 해야겠다고.나는 넋을 잃은 채 형수가 볼일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까지 여전히 한 자세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형수는 발그스레한 얼굴을 한 채 흐리멍덩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왜 아직도 안 갔어요?”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형수가 내 곁으로 다가와 안쓰러운 듯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우리는 불가능해요. 마음 접고 애교랑 잘 살아요.”“그런데 그게 안 돼요.”나는 솔직히 말했다.형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어쩐지 애교가 아직 고백을 안 받아줬다 했네요. 지금 수호 씨 모습을 봐요, 전혀 성숙하지가 않잖아요.”“애교 누나가 또 뭐라고 했어요?”나는 너무 궁금해서 물었다.그러자 형수가 대답했다.“당분간은 조용히 지내고 싶대요. 너무 급하게 재혼하고 싶지 않대요. 그리고 수호 씨가 아직은 너무 어려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다고, 아직은 결혼할 적임자가 아니래요. 나더러 수호 씨랑 한번 해보라고 꼬드기기까지 하던데요?”“네?”애교 누나가 형수한테도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너무 의외였다.이건 내가 아는 애교 누나가 아니었다.애교 누나는 형수와 형이 갈등을 겪고 있다는 걸 모르는데, 바람피우라고 꼬드기다니?본인은 절대 그러지 않으면서.“그럼 형수는 뭐라고 했는데요?”애교 누나에 대한 궁금증보다
형수는 나를 째려봤다.“기쁘고 즐거운 게 꼭 남자 덕을 봐야 해요? 나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자고 즐겁게 살 수 있잖아요.”‘이런 뜻이었구나.’나는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그럼 성적인 수요는 어떻게 해결해요? 참는 건 괴롭지 않아요?”“혼자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것도 안 되면 인터넷에서 장난감을 살 수도 있고.”그 말을 들으니 나는 형수가 더 안쓰러웠다.나를 위해 동성 형과 계속 지내는 것도 모자라 밖애서 다른 남자도 찾지 않고 혼자 해결하려 하다니.이건 뭐 좋은 방법이 없으려나?“전 형수가 이러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아니면 동성 형더러 몸조리하라고 하는 건 어때요?”나는 마지못해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러자 형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됐어요. 우리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지난 2년 동안 계속 이랬어요. 이게 다 젊을 때 절제하지 않아 정력이 소진된 탓이에요.”“그러니까 수호 씨도 애교랑 결혼하기 전에 절제 좀 해요. 안 그러면 결혼하고 나서 정력이 소진돼요.”“형수, 그럼 형이랑 같이 스릴을 즐겨보는 건 어때요?”내 뜻은 두 사람이 함께 커플 호텔을 가거나 여행하며 기분전환 하라는 뜻이었다.그런데 형수는 내 말을 잘못 이해해 버렸다.“무슨 스릴이요? 애인을 바꾸라고요?”“켁...”나는 너무 놀라 사레들릴 뻔했다.“그건 됐어요. 다른 남자가 형수한테 손대는 거 싫어요. 그리고 그런 걸 하면 밑바닥이 점점 없어져서 절대 하면 안 돼요.”“하, 수호 씨는 왜 하필 진동성이랑 그런 사이인 거예요? 그런 관계만 없어도 내가 이렇게 걱정할 필요 없는데.”그건 나도 유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내가 좌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이 얘기는 그만해요. 아무튼 앞으로 거리를 유지해요.”나는 여전히 아쉬웠다.“그럼 마지막으로 입 맞출 수 있어요?”“난 수호 씨를 부를 생각도 없었는데 입까지 맞추겠다고요?”형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형수에게 입 맞췄다.형수는 절대 동의할 리 없으니 강제로 할
“안 돼요. 그리고 지금 하는 생각 다 접어요. 지금부터 나한테 무슨 짓 할 생각 하지 마요.”형수는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그럴수록 내 마음은 더 간질거렸다. 이건 나를 시험하는 게 틀림없었다.난 성인군자가 아니라 일반 남자인데, 이렇게 매혹적인 형수가 앞에 있는데 아무 생각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 아닌가?더군다나 형수가 성적 수요가 많다는 걸 알기에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형수를 건드렸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할 게요. 앞으로 절대 형수를 어떻게 할 생각 안 할 게요.”“남자의 말을 내가 믿을 것 같아요?”형수는 역시 경험이 많아 속이기 여간 쉽지 않았다.애원해 보기도 하고 강제로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모두 소용없자 나는 마지못해 타협했다.“그래요, 형수 말 들을게요. 형수와 저를 위해서라도요.”나는 형수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결국 형수의 뜻을 따랐다.형수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나 먼저 가볼게요. 수호 씨는 이따가 와요. 안 그러면 또 우리를 의심할 거니까. 참,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어디서 지냈어요?”형수는 모든 걸 눈치챈 모습이었기에 나는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 놓았다.“호텔에서 하루 지내고, 남주 누나네 집에서 하루 지내고 어제는 애교 누나네 집에서 지냈어요.”“남주하고도 했어요?”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형수가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최남주, 참 부럽네. 하고 싶은 대로 뭐든 다 하고. 앞으로 수호 씨랑 자고 싶으면 자고. 나는 안 되는데, 하!”‘그건 형수가 선택한 거잖아요. 형수도 다른 걸 생각하지 말고 지내요. 그럼 얼마나 좋아요?’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형수가 이렇게 하는 건 나를 위해서라는 걸 알기에 뭐라 말할 자격이 없었다.“됐어요, 난 이만 갈게요.”형수는 나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비틀거리며 룸으로 걸어갔다.볼륨감 넘치는 몸매와 몽롱한 눈을 보니 나는 너무 아쉬웠다.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관계가 특수한걸.게다가 형수가 방금 건드리는 바람에 나는 너무 괴로
형수는 너무 취해 알딸딸해 있었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때문에 나는 형수의 흥을 깨고 싶지 않아 형에게 말했다.“아마 요즘일 거야. 너무 조급해하지 마.”동성 형은 내 말에 한시름 놓은 것 같았다.“정말이야? 너무 잘 됐다. 수호야, 네가 네 형수한테 말 좀 전해줘. 내가 요즘 회사에 안 나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네 형수가 돌아오면 바로 사과하고 싶어. 그래야 내 진심이 전달될 것 같아.”‘이럴 거면 예전엔 왜 그랬어?’‘이렇게 예쁘고 몸매 좋은 형수를 아껴주지 않고 밖에서 바람이나 피우더니, 일이 벌어지고 나니 이제야 만회하려고 애쓰는 꼴이라니.’이런 행동은 동정할 가치도 없었다.물론 그런 말은 형에게 하지 않았다. 형수가 나더러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했으니 그 말을 들어야 하니까.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앞섰다. ‘형수가 오늘 밤 집에 돌아가려나?’“형수.”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형수에게 물어보려고 결심했다.“왜 그래요?”형수는 아까보다 더 흐리멍덩해졌고, 새하얀 얼굴은 발그레해져 마치 잘 익은 복숭아 같았다. 게다가 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나는 멍하니 형수를 바라보다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오늘 집에 돌아갈 거예요?”“안 돌아갈래요!”형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궁금했다.“그럼 어디 갈 건데요?”“남주 집에서 하루 자고 내일 돌아갈 거예요.”형수가 어디를 가든 돌아가지만 않으면 나는 기뻤다.“수호 씨, 나도 오늘 밤 안 돌아갈래요.”그때 애교 누나도 끼어들었다.나는 어리둥절했다.“형수가 안 돌아가는 건 이해되는데, 애교 누나는 왜요?”“나도 태연이랑 같이 남주 집에서 잘 거예요. 우리가 이렇게 같이 대화하는 거 오랜만이거든요. 오늘 죽을 때까지 마실 거예요.”‘그런 거였군.’‘그렇다면 오늘 밤 내가 혼자 빈 집에 있어야 한다는 거잖아?’나는 갑자기 마음이 허전했다.솔직히 나도 같이 가고 싶었다.
“나도 너무 더운데, 나도 옷 벗을래.”애교 누나도 남주 누나한테 옮기라도 한 것처럼 따라서 옷을 벗었다.나는 다급히 애교 누나를 막았다.“애교 누나, 그러지 마요.”남주 누나는 워낙 경솔하게 행동한다지만, 애교 누나는 절대 따라 배우면 안 된다. 나는 애교 누나가 남주 누나한테 물드는 게 싫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중얼거리며 말했다.“그런데 너무 더워. 괴롭다고.”애교 누나는 확실히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의 작용 때문에 몸이 후끈해졌을 거다. 거기에 차 안이라는 작은 공간 때문에 답답했을 거다.때문에 나는 얼른 창문을 열었다.“옷 벗지 마요. 창문 열었어요. 이따가 출발하면 시원해질 거예요.”나는 말하면서 다급히 시동을 걸었다.밤바람은 선선해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바로 시원해졌다.뒤를 돌아보니 세 사람은 비뚤어진 자세로 누워 있었지만 더 이상 옷을 벗겠다고 소리치지는 않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나는 전에 남주 누나의 집에 가본 적이 있어, 누나의 집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다.나는 차를 남주 누나네 아파트 단지까지 운전해 들어갔다.애교 누나와 형수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남주 누나는 완전히 취해 있었다.나는 애교 누나와 형수를 먼저 옮겨 놓고 다시 돌아와 남주 누나를 옮길 생각이었다.나는 얼른 남주 누나한테서 열쇠를 챙겨 애교 누나와 형수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두 사람을 거실 소파에 눕혔다. 그 시각 애교 누나와 형수의 옷은 마구 흐트러졌고 얼굴은 말할 것도 없이 매혹적이었다.하지만 나는 결코 부적절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오늘 세 사람 모두 나와 뭘 하고 싶은 게 아니라, 혼자 즐겁게 놀고 싶어 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나도 아랫도리로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다. 때문에 누나들의 뜻을 존중해줘야 한다.내가 떠나려 할 때 남자 한 명이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친 순간 멈칫했다.나는 심지어 바람피우다 들킨 것처럼 마음이 찔렸다.하지만 눈앞의 남자가 누구
“남주 누나는 아직 차에 있어요. 혼자서 세 명을 부축하는 건 무리라서 형수와 애교 누나를 먼저 부축해 왔어요.”“그럼 수호 씨가 두 사람 돌봐 줘요. 아내는 내가 데려올 테니까.”“형수 차예요. 쉐보레, 번호는...”내가 말하자마자 고정훈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근데 왠지 내 마음은 순간 허전해졌다. 마치 고정훈이 돌아오길 바라지 않는 것처럼.하지만 두 사람은 부부니까 본인 집에 돌아오는 건 당연한데, 내가 돌아오지 말았ㅇ면 할 자격이 있을까?나는 소파에 앉아 잠깐 멍때렸다.그때 갑자기 내가 준비했던 콘돔이 아직 차에 있다는 게 떠올랐다. ‘고정훈이 만약 그걸 보면 날 의심하지 않을까?’나는 형수와 애교 누나가 누운 걸 확인하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고정훈 먼저 콘돔을 치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하지만 내가 쫓아갔을 때 고정훈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미 차 앞에 도착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이 다급히 쫓아갔다.그런데, 내가 도착했을 때 쉐보레 차 안은 이미 불이 켜져 있었고 고정훈과 남주 누나는 서로 껴안은 채 키스를 하고 있었다.남주 누나는 아주 몰입한 채 즐기는 듯했다.고정훈 역시 지방에 내려가 있으면서 오래 참은 상태였다.고정훈이 남주 누나의 옷을 모두 벗기더니 두 사람은 차 안에서 뜨겁게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전조등이 꺼졌다.하지만 나는 남주 누나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여보, 너무 대단해. 너무 좋아.”남주 누나는 아주 즐거운 듯 말했다.고정훈도 매우 즐거워 보였다. 그는 아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매우 좋아했다.솔직히 고정훈의 아내는 완전히 요물이다.본업도 잘하고 내조도 잘하고 저녁에 또 이토록 적극적으로 노력하니까.그 덕에 고정훈도 나이가 들었는데 아직도 혈기 왕성한 거다.남자가 되는지 안 되는지는 사실 대부분 여자에게 달렸다.여자가 열정적이고 매력적이고 사람을 잘 홀린다면 남자는 안 되더라도 그 여자 앞에서만은
자기 아내가 흐물흐물해진 것을 보자 고정훈은 무척 흐뭇해했다.그도 그럴 게, 아내를 만족시켰다는 뿌듯함과, 만족한 여자는 밖에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 때문이었다.밖에서 모든 걸 엿듣고 있던 나는 점점 더워 나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뒤돌아 떠났다.그리고 쉐보레 안에서 남주는 만족한 듯 남편 품에 안겨 말했다.“왜 갑자기 돌아왔어? 이틀 뒤에나 올 거라면서?”“자기가 보고 싶어서 특별히 왔지.”고정훈은 말하면서 아내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러다가 무의식중에 남주 누나의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보고 경각심을 높였다.“목에 이건 뭐야?”남주 누나는 손을 뻗어 목을 쓱 만지다가 갑자기 그날 흥분한 나머지 나더러 목에 키스 마크를 내달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누나는 싱긋 눈웃음치며 말했다.“강아지가 그런 거라면 믿을래?”“당연히 안 믿지. 자기가 그런 사람 아닌 건 알지만 이게 뭔지는 궁금해.”남주 누나는 요염하게 남편을 째려봤다.“오늘 마사지숍에서 전신 오일 마사지했거든. 마사지사가 그랬는데 내 몸에 독소가 많아 마사지하고 나면 몸에 멍이 들 수 있다고 했어. 못 믿겠으면 봐 봐, 배와 다리에도 있어.”남주 누나는 전혀 숨김없이 몸 곳곳에 있는 키스 마크를 보여주었다.하지만 누나의 이런 방법이 오히려 남편의 의심을 사그라들게 했다.“전신 오일 마사지? 마사지사는 여자야 남자야?”“당연히 여자지. 무슨 생각하는 거야? 내가 오일 마사지 받으면서 남자 마사지사를 부르겠어?”남주 누나는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쥐락펴락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는 제멋대로 행동하기보다 남편의 의심을 완전히 없애는 게 상책이었다.아니나 다를까 남주 누나의 말을 들은 고정훈은 이내 표정을 풀었다.“평소 일이 힘든 데다 양가 부모님까지 보고 아이까지 돌봐서 몸이 피곤했나 보네. 우리 여보 고생했어.”고정훈은 말하면서 남주 누나의 얼굴에 진한 키스를 했다.남주 누나는 얼른 가련한 여자처럼 남편의 품에 기댔다.“내가 고생하는 걸 알
남주 누나의 남편도 누나한테 정말 잘해주는 것 같았다.더욱이 40대인데도 전투력이 대단하다는 게 실로 존경스러웠다.고정훈은 남주 누나를 소파에 내려 놓고 다정하게 말했다.“오늘 친구들과 파티하는 줄 몰랐어. 이따 난 또 나가봐야 하니까 계속 놀아. 너무 늦게까지 놀지는 말고. 몸조심해. 자기가 힘들면 내가 마음 아파.”남주 누나는 작은 새처럼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모습이 나한테는 너무 충격이었다. 그렇게 요염하고 섹시하던 남주 누나가 이렇게 고분고분한 모습도 있다는 게 놀라웠으니까.심지어 남주 누나가 남편을 무척 사랑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하지만 남편을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남편한테 미안한 일을 하는지?남주 누나의 마음은 정말 종잡을 수 없었다.고정훈은 남주 누나와 말을 마치고 난 뒤 나를 바라봤다. 이에 나도 벌떡 일어섰다.“저도 이제 가봐야겠어요.”“그래요, 그럼 멀리 안 나갈게요.”고정훈은 훈훈한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오히려 불안하고 당황했다.고정훈은 겉보기에는 매너 있고 다정한 사람 같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이었다.‘앞으로 대면할 때마다 긴장을 늦추면 안 되겠어.”아래층으로 내려와 차에 올라탄 순간 나는 조수석에 있는 콘돔을 발견했다.다행히 내 외투 때문에 가려져 고정훈이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었다.나는 황급히 물건을 치웠지만 여전히 심장은 벌렁거렸다.그도 그럴 게, 오늘 저녁 벌어진 일은 너무 의외였으니까.형수를 떠올렸다가 남주 누나와 남편이 뜨겁게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떠올리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나는 고개를 들어 위층을 바라봤다.‘위층 상황은 어떨지.’‘계속 생각해서 뭐 해? 올라갈 수도 없는데.’나는 결국 생각을 멈추고 시동을 걸어 애교 누나 집으로 향했다.혼자 텅 빈 침대에 누워 있는 기분은 너무 좋지 않았다. 몸을 아무리 뒤척여 봐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나는 결국 소설 사이트를 켰다. 그렇게 한창 보다보니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그날 밤 나는 편히 자지 못했다. 역시 애교 누나를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는 애써 눈을 뜨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꺼풀이 무거워 도저히 뜰 수 없었다.다만 그 와중에 약간의 의식은 존재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용천 호텔에서 나와 몸을 섞은 사람이 사모님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사모님 댁에서 지내면서 사모님 다리에 있는 나비 문신을 보고 내 추측을 확신했고.하지만 지금껏 나는 그게 사모님이든 아니든 무조건 사모님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최면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사장님께 미안한 행동은 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오늘 저녁 나는 또 잠결에 그 나비를 보게 된 거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뭐지?’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그날 용천 호텔에 있었던 사람은 오직 애교 누나뿐이다.하지만 애교 누나 몸에는 분명 나비 문신이 없다.게다가 나는 애교 누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애교 누나의 피부는 이 정도로 희지 않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아니면 또 누구란 말인가?고아연? 아니면 고수연?그날 밤 나는 이 두 여자를 본 적이 없다.나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고 상대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무엇보다 오늘 너무 취해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눈을 뜰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정신도 차리지 못한 채로 애써 몸부림쳤지만 결국 의식이 점멸되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리고 나는 다음 날까지 푹 잠들었다.내가 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깨어났다. 내가 그중 맨 마지막에 깨어난 듯했다.나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다가 테이블을 치우는 애교 누나를 발견했다.“누나, 다른 사람들은요?”애교 누나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대답했다.“다들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 수호 씨를 방에서 자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깊이 잠들어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더라고요.”“애교 누나, 어젯밤 혹시 안 잤어요?”나는 몸부림치며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입을 열었다.“늦게 잠들긴 했지만 안 잔 건 아니에요. 나
윤지은은 대체 진동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일이 있은 후 진동성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때문에 우리는 형수를 집으로 모신 뒤 번갈아 가면서 돌보기로 했다. 그러는 게 서로서로 안심이 되기도 했으니까.그 일로 애교 누나는 아버지를 설득해 원래 살던 형수네 옆집으로 다시 이사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다시 함께 살자고 초대했다.나는 잠시 고민 끝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당분간은 누나랑 같이 살 수 없어요.”“왜요?”애교 누나는 실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나는 애교 누나의 얼굴을 감싸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 사실을 누나 아버지가 알게 되면 저를 더 싫어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성공하기 전까지 같이 살면 안 돼요. 그래야 누나 아버지를 화나게 하거나 누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바보. 수호 씨가 나를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당연하죠. 저는 정말 누나랑 결혼하고 싶어요. 때문에 누나 명성을 제가 망가뜨릴 수는 없어요.”“그래요. 수호 씨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월세방에서 지내는 건 너무 머니까 태연이네 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요?”애교 누나의 제안에 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왜요?”“예전에도 태연이네 집에서 지냈잖아요. 지금 다시 거기서 지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태연이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걸 알고, 진동성은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까 동생이 대신 형수 돌보는 건 당연하잖아요.”애교 누나는 조리 정연하게 분석했다.사실 애교 누나는 내가 자기랑 같이 살든 아니면 형수 집에서 지내든 가까이에 있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나도 나름 걱정이 있었다.“진동성과 형수 사이에 이혼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건 언젠가 소문이 퍼질 거예요. 그런데 제가 형수 집에 무슨 신분으로 있겠어요? 이건 형수의 평판에도 안 좋아요. 차라리 월세방에서 지내면서 매일 보러 갈게요.”애교 누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괜찮아요.”“혹시 불편하지는 않아요? 아까 걸을 때 보니 허리를 짚고 걷던데요.”나는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무엇보다 방금 사모님이 계속 허리를 짚고 걷는 걸 보니 허리가 분명 불편한 것 같아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아, 아니에요.”사모님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행동했다.‘대체 왜 이러지?’사모님이 싫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할 때 사모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그날 밤 일은...”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어느 날 밤을 말하는 거지?’그러다가 사모님이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본 후에야 나는 사모님이 치마가 젖었던 그날을 말한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사모님이 말씀하지 않으면 진작 잊어버렸어요.”“정말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제가 왜 거짓말하겠어요? 저 매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요.”사모님의 미소는 살짝 이상했다. 그건 아무리 봐도 겉웃음이었다.“그럼 다행이네요. 일 봐요.”나는 뒤돌아 집을 나섰다.그 시각 임유미는 안절부절못하며 치맛자락을 잡은 채 나를 훔쳐보았다.임유미는 요즘 왠지 모르게 저녁만 되면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몰래 야한 영상을 보곤 한다. 그것도 나이 많은 여자 주인공과 젊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상을.영상 속 어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누나라고 부를 때면 임유미는 따라서 흥분하곤 했고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임유미도 자기가 요즘 왜 이러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남편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방금 나를 붙잡은 것도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내 목소리를 듣고 내 탄탄한 팔뚝을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가끔 임유미는 자기 마음속에 다른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자기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가끔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하
“사장님도 이미 최선을 다하셨어요.”나는 정 사장님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나더러 정 사장님처럼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다.내 생각도 사실은 만건희나 이규민과 다를 게 없다. 장사는 당연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니까.하지만 이 일은 정 사장님이 나한테 부탁한 일이기에 나는 책임지고 정 사장님을 도와야 한다. 비록 모든 사람은 이미 마음이 변해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지만.나는 정 사장님이 자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이건 정 사장님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니까.나는 더 이상 정 사장님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방을 나왔다.사실 나는 정 사장님이 왜 이토록 박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공무원이 되었다면 분명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사모님이 다가오자 나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사모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뭔데요? 물어봐요.”나는 얼른 궁금한 걸 물었다.“사실 좀 궁금해서요. 정 사장님은 왜 상회를 설립하셨어요?”“그걸 설명하려면 우리 그이 어릴 때부터 이야기해야 해요.”사모님은 나와 함께 소파에 앉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사실 호섭 씨는 고아예요. 나도 들은 거지만 부모님 모두 병으로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의학을 파고들었고 커서도 계속 의학 분야에서 일했어요.”“화인당도 사실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오픈한 게 아니에요. 그냥 최선을 다해 병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병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였어요.”그 말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 사장님이 이토록 위대한 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호섭 씨는 착한 사람이라 누군가 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가장 싫어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현실성 없다고 하겠지만 이게 사실인걸요. 호섭 씨는 누구한테나 친절해요. 선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게다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한테 잘해줘요. 내 눈에 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예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깊이 동감하는 바니까.정 사장님은 모
“나는 이 사장을 따를 생각이 없지만, 정 사장 생각이 너무 허황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가 장사하는 목적이 돈 벌기 위해서인 건 맞잖아요. 그런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걸 왜 하지 않으려 하죠?”민건희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민건희는 겉으로는 정 사장님 뜻에 따르는 척했지만 사실 진작 마음이 변했다.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앞으로 기울였던 나는 민건희의 말을 듣는 순간 몸을 뒤로 빼 의자에 기댔다.“민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민건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우리끼리 협력할 수 있어요. 강북 약재 시장 자원 대부분 정 사장이 쥐고 있으니 우리는 원가대로 다른 사장한테 팔면 그만이잖아요. 그러면 수호 씨도 정 사장한테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고요.”“다만 서윤기한테만큼은 약재 가격을 좀 더 쳐줘서 그자가 우리를 도와 더 큰 이익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하면 돼요.”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쳐줄 건데요? 진짜 약재를 사용하면 서윤기가 제공하는 가격이 이미 최저 가격이에요. 민 사장님 말대로 하려면 약재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민건희은 얼른 자기 생각을 말했다.“약재를 바꾸는 게 안 될 것도 없죠. 그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거로 바꿀 생각이지 가짜 약재로 숫자를 채우자는 게 아니잖아요.”나는 속내를 꿰뚫어 볼 것처럼 민건희를 빤히 바라봤다.적어도 민건희는 이규민이나 전광진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민건희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제 욕심을 채우려 하는 것뿐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아꼈다.“민 사장님, 오늘 만나지 않았던 거로 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내가 떠나려고 하자 민건희는 다급하게 일어섰다.“왜요? 싫어요? 내가 말한 방법은 우리 두 사람한테 모두 이로운 방법일 텐데 왜 싫다는 거죠?”“이건 정 사장님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민건희는 대뜸 물었다.“정 사장 생각은 너무 현실성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백성들한테 좋은 일을 하자니, 그게 장사꾼이 할 수 있는 발상
그날 저녁 나는 형수 옆에 누워 형수를 꼭 안은 채 잠이 들었다.형수의 감각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형수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란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그 시각, 형수는 확실히 의식이 있었다. 다만 의식이 뭔가에 속박된 것처럼 마지막 한 층을 뚫고 나올 수 없었다.나와 백연우가 자기 앞에서 꽁냥거릴 때 형수는 솔직히 화가 나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 너무 화가 나서 아예 나를 무시해 버렸다.그 뒤, 내가 자기 손을 잡고 방금 전 그랬던 게 자기를 자극하려고 연기를 한거라고 하니 형수의 마음은 또다시 따뜻해졌고 내가 자기 옆에 누워 잠이 들자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형수도 내가 자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걸 알았기에 매우 행복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이 좋은 소식을 고아연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고아연도 매우 기뻐했다.“정말? 그럼 우리 언니가 또 움직이게 할 수 있어?”“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형수가 반응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라 자극을 받을 때마다 반응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형수가 아직 의식이 있으니 외부의 충격에 반응하는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정말 그렇다면 다행인데. 언니, 얼른 눈 떠. 나 언니한테 할 말 있어.”고아연은 형수의 손을 잡고 진심을 털어 놓았다.그 뒤로 며칠 동안 나는 도관과 화인당 그리고 병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점점 그런 생활에 적응했다.그리던 오늘 민건희 사장이 강북에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나는 오늘 민건희 사장을 처음 본다. 민건희는 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얼굴이 서글서글해 보였다.나는 현재 상회의 상황을 민건희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민건희가 말했다.“서윤기는 약재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해요. 이 사장도 똑같은 생각이고요. 약재 가격이 오르면 약재상이 얻을 수 있는 이윤도 증가한다는 뜻이니까요.”“하지만
백연우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뭐야? 정말 네 형수 앞에서 하려고?”나는 백연우의 입을 막으며 작은 소리로 형수의 눈을 보라고 눈짓했다.내가 가리키는 대로 눈알을 데구루루 굴린 백연우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반응하잖아?”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스킨십할 때마다 형수가 반응해요. 아마 우리가 한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으로 자극하면 깨어날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이게 진짜.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를 이용했다는 거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이용이라니요.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그럼 어떡해? 나더러 계속 너한테 협조하라고?”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백연우는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고 톤을 한껏 높였다.“정수호, 네 입술 키스하기 너무 좋다. 더 할래.”나도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저쪽에 빈 침대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요.”“아주 나빴어. 정말 여기서 하려고? 몰라.”백연우는 배우 하지 않은 게 아까울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목소리는 유혹적이었고 표정은 역시 농염했다.나는 계속해서 형수를 관찰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흥분한 듯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형수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우리가 너무 지나쳤던 건 아니겠죠?”나는 백연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난 너한테 협조해 주기만 했어.”백연우는 이내 자기는 책임 없다는 듯 선을 그었다.나는 다급히 형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형수는 확실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의아함이 생겼다. 하지만 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좋은 현상이다.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면 의식이 있다는 뜻이었으니 적당하게 자극하기만 하면 조만간 깨어날 수 있을 거다.그걸 생각하니 나는 여전히 기뻤다.나는 백연우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오늘 고마웠어요.”“우리 사이에 뭘 고맙긴. 나중에 태연이 깨어나면 나 만나러 학교로 와. 우리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해요?”나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가 내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호의를 무시하지 마.”“알았어요. 백 쌤 말 대로 됐으면 좋겠네요.”그러던 그때 백연우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그동안 나 보고 싶지 않았어?”“저기, 백 쌤. 형수가 옆에 누워 있는데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먹고 그래?”“형수 앞에서 이러고 싶지 않아요.”“얼씨구. 지난번에 나 찾아왔을 때는 여자를 본 적 없는 남자처럼 달려들더니.”그 말에 나는 일순 난처했다.현재 형수가 의식이 없어 듣지 못하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화부터 냈을 거다.나는 백연우를 내 다리 위에서 내려보내고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때 형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형수. 내 말 들리는 거죠?”백연우도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반응했어?”백연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형수를 살폈다.“아니잖아.”“제가 분명 봤어요. 형수의 속눈썹이 떨렸어요.”“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잘못 볼 리 없어요. 똑똑히 봤어요.”이번만큼 나는 형수의 속눈썹이 떨리는 걸 분명히 봤다.백연우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봤다.“정수호, 아주 소설을 써라.”“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예요.”“헛것을 봤겠지. 그동안 너무 바쁜 데다 욕구가 쌓여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내가 욕구 좀 풀어줄게. 어때?”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형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제야 형수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런 방식으로 형수한테 자극을 주면 형수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설명할 새도 없이 백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임유미는 그동안 밤이 깊어 날이 어두워지면 외로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되곤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사람 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지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임유미는 정호섭이 자기한테 미안해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호섭이 자기 마음을 알면 또 그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 순간 든 생각은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몰래 해결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임유미는 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몰래 욕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호섭이 도중에 자기를 부르면 흥이 깨질까 봐 걱정되었다.그에 반해 복도는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음껏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임유미는 몰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 없이 벅차올랐다.지금껏 임유미는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짜릿하고 두근거렸다.하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니 자기도 이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는 자기 욕구를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이 올 수 있으니까.최근 들어 소여정과 백연우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사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에 임유미도 자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임유미의 핸드폰은 주인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지저분한 사이트는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때문에 한순간 어떤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가 문득 소여정한테서 받았던 노골적인 사진이 떠올라 그걸 찾아냈다. 그 사진은 너무 노골적이라 예전에는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임유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와 남편이 예전에 잠자리를 가지던 모습을 떠올랐다. 그렇듯 점점 옛 추억에 빠지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한편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사모님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나는 고수연을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