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소리가 두 개니 거의 분간이 될 것이다."원경릉도 앉아서 청진기를 귀에 걸고 그녀의 뱃가죽을 따라 심장 박동을 찾았고, 마침내 태동을 느끼자 원경릉이 그녀를 보며 웃었다."이 아이가 아주 활발한 것 같구나.""괜찮은 것 아닌가요?"미색은 줄곧 자신의 아이가 침착한 편이고 태동도 정상이라 생각해 왔다.청진기가 뱃가죽을 따라 천천히 미끄러졌고 미색의 거의 숨을 죽이고 원경릉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잠시 후 원경릉은 청진기를 떼고 미색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사식이가 정말 말하는 대로 되는구나!""정말이옵니까?"미색은 놀라 입을 가렸고 웃음이 눈가에 차올랐다."세상에! 둘인 것이옵니까?""그렇다. 쌍둥이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사식이가 웃으며 기라에게 말했다."어서 가서 회왕비께 감축드린다고 하고 상을 받거라!"기라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미색을 향해 예를 올렸다."회왕비께서 쌍둥이를 회임하신 것을 감축드리옵니다!"미색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상이다, 상이야!"그녀는 즉시 돈주머니를 꺼내 안에서 어음 한 장을 꺼냈고 오백만 냥의 거금을 투척하고 한 번 흔들었다."초왕부의 사람들의 몫도 있으니 네가 가져가서 나누거라!"기라는 오백만 냥이나 있는 것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바삐 건네받고 고마움을 전한 뒤 기분 좋은듯 폴짝폴짝 뛰며 나갔다.전 초왕부가 순간 떠들썩해졌고 모두들 밖에 나가 미색을 축하했다.미색은 축복의 소리에 둘러싸여 기쁜 나머지 이리댁에 가는 것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는 계속 원경릉의 손을 잡고 청진기가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딸 하나 아들 하나가 가장 좋고 완벽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감격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사실 임신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부처님을 원망하기도 했었는데, 부처님이 저를 박대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사옵니다. 제가 오히려 원망을 잘못했나 봅니다. 나중에 마당에 향을 피워 부처님께 죄를 청해야겠사옵니다. 하하."원경릉과
사식이가 웃으며 말했다."미색은 정말 황실의 기인이옵니다!"원경릉은 고개를 들어 사식이를 바라보았다."기인?""예. 아름답고 뛰어나며, 대범하고 명랑하옵니다. 심지어 독립적이면서도 회왕과 서로 양보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정말 뛰어난 기인이옵니다!"사식이는 미색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러자 원경릉은 웃었다. 기인이라는 말은 현대에서 이미 뜻이 왜곡되었지만 사실 단어 자체는 좋은 뜻이였다.그녀는 사식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맞다. 미색은 정말 뛰어난 기인이도다!"뛰어난 기인인 미색은 초왕부를 떠난 후 기분 좋게 곧장 이리댁으로 달려갔고, 이리댁에 도착해서 모든 일을 까먹고 자신의 희소식만 선포했다.미색의 성격에 대해 이리댁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녀는 무릇 조금 기쁜 일이 생기면 숨기지 못하고 반드시 모든 사람과 나누려 한다. 그러나 이것은 확실히 기쁜 일이다. 모두들 그녀가 아들을 얻으려는 고생으로 인해 힘들었지만 지금은 진심으로 그녀를 위해 모두 기뻐했다.그러나 이 소식은 우문호에게 있어서 희한한 일이 아니다. 그는 세쌍둥이를 거쳐 다시 쌍둥이를 얻은 아버지로서 쌍둥이를 임신한 것이 무슨 희한한 일인지 몰랐다. 정말 능력이 있다면 원 선생을 능가하여 네쌍둥이를 낳는 것이야말로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이리 나리는 이 소식을 듣고는 의미심장하게 우문호를 쳐다보았다."내가 알기로는 미색의 조상은 쌍둥이를 낳지 않았다는데. 이렇게 보면 우문가 때문인가 보구려."그는 그렇게 말을 하며 시선을 천천히 우문호에게서 다시 공주 우문령의 배로 옮겼다. 잘생긴 얼굴에는 옅은 기대가 드러났다.우문령은 볼을 약간 붉히며 그를 한 번 노려보고 말했다."뭘 보는 것이옵니까?""보는 것도 안 되느냐?"이리 나리가 물었다.우문령이 어수룩하게 말했다."내 얼굴만 보면 되지 배는 왜 보십니까? 지금은 임신하지 않을 것이옵니다."그렇긴 하다."오늘 약 먹었느냐?"이리 나리가 물었다."아침에 먹는 것을 이미 보시지 않았습니까?"이리
미색은 자신의 큰일이 외면당했고, 모두의 관심사가 오히려 우문령의 기혈 부족에 쏠리고 있으니 풀이 죽어 버리고 말았다. 그제서야 원경릉의 생각을 떠올리며 바삐 말했다."아 맞소. 태자비께서 전해라고 하신 말이 있사옵니다.”"원 선생은 괜찮느냐?"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미색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오자마자 묻고 싶었지만 그녀가 쌍둥이를 임신한 것을 수다스럽게 얘기를 하다 보니 못했다."태자비가 줄곧 얼음을 드시옵니다!"미색은 기쁨에 정신이 혼미해져 원경릉이 다섯째에게 좋은 말만 하라고 신신당부한 것도 잊었다. 말을 내뱉은 후에야 잘못 말한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말을 고쳤다."별일은 아니고 그저 얼음을 좋아할 뿐이옵니다. 목이 말라서 그렇죠!""목이 마르다고?"우문호는 어리둥절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되지 왜 얼음을 먹는 것이지?"소자는 그저 목이 마를 뿐이옵니다. 임신을 하면 다들 목이 마르지 않사옵니까. 저도 그와 똑같사옵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사람을 불렀다."나에게 물 한 잔을 따라오거라. 목이 마르구나."우문호가 물었다."목마른 것 말고 다른 건 없느냐?""없사옵니다!"미색이 대답하자 우문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고, 미색은 양심에 찔리는듯 변명했다."만약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제가 거기에 남아있지, 어떻게 직접 오겠사옵니까? 태자비는 잘 계시지요. 그저 태자를 걱정할 뿐입니다."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아무리 목이 말라도 얼음은 먹지 말거라. 날도 덥지 않은데 왜 얼음을 먹은 것이냐? 위에 안 좋을 것 같은데 먹지 말라고 이미 하지 않았느냐?""예. 태자비는 안 드시옵니다. 게다가 노부인도 약전을 써서 간화가 많다고 하셨사옵니다. 태자가 지나치게 걱정하시는 것 같사옵니다."우문호가 이리 나리를 보며 말했다."돌아가 보고 싶사옵니다."이리 나리가 말했다."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지금 검마가 말은 했으나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일격을
이리 나리는 우문호를 도와 곤경을 헤쳤다고 할 수 있기에 우문호가 가볍게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향해 웃었다."좋은 검입니다!""현철로 만들어서 절대 망가지지 않고 공격과 방어가 일체지. 하하!"바로 그때, 한 자루의 검이 이리 나리를 향해 날아왔다. 이 검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한 번에 좋은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검의 주인은 내력이 깊었다. 이 검이 내리 꽂히는 것을 보니 벼락과도 같은 기세가 있었다. 이리 나리는 검을 들고 차분하게 막았고 ‘댕강’소리와 함께 자객의 검은 두 동강이 났고 맑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자객이 무기를 잃은 것은 목숨을 반쯤 잃은 것과도 같다. 자객은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이리 나리가 칼을 들고 그의 심장에 찌르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이리 나리가 칼날을 위로 밀자 자객은 그 자리에서 바로 죽어 버렸다!홍매문의 사람들도 오늘 밤에 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오늘 밤은 목숨을 건 한판이다. 검마가 오면 이런 혼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이리댁 전체가 칼 빛과 검의 그림자에 휩싸였고 싸우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다.그리고 오늘 밤, 초왕부또한 조용하지 않았다.자객들이 모두 단도직입적인 것은 아니였지만 어떤 사람은 다른 수단을 사용했다. 모두들 태자가 태자비를 깊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태자가 순순히 머리를 내놓게 하려면 태자비를 납치하는 것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이다.그래서 이리 댁에서 싸우던 십여 명의 자객은 곧장 초왕부로 달려갔다.모두 자객의 목표가 우문호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초왕부에서 무공이 높은 사람들도 모두 이리댁으로 갔고 서일도 그리로 갔다. 현재 초왕부에는 탕양과 십여 명의 시위뿐이었다.원경릉은 소월각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떡들은 입궁하여 공부를 시작한 후부터 늦게까지 읽고 쓰는 습관을 길렀다. 밤이 되면 반드시 반 시진 동안 서책을 읽고 반 시진 동안 글을 써야 했다.만두는 오늘 저녁 금강경 한 부를 베꼈다. 원경릉은 한 번 보고 오히
호명과 열이도 탕양에게 끌려갔다. 그들이 무예를 연마한 지 벌써 한참이 되었으니 오늘 마침 한번 싸워보는 것도 좋은 기회였다. 설랑은 장랑에 엎드려 귀를 쫑긋 세웠다. 쌍둥이가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나오자 원경릉이 그들을 불렀지만, 그들은 전혀 듣지 않고 새끼 호랑이를 데리고 뛰어나갔다.원경릉은 다급히 쫓아가 사식이에게 말했다."어서, 쌍둥이를 막거라!"사식이와 기라가 한 사람이 한 명씩 안아들었고 새끼 호랑이는 뛰어나갔다.환타는 사식이의 어깨에 엎드려 원경릉을 보며 웃기 시작했다."어머니,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꼬마 호랑이가 저희를 보호할 테니 저희는 자객을 두려워하지 않사옵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서 또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목이 매우 갈증이 나 방으로 돌아가 물을 한 잔 마셨다. 여전히 갈증과 불을 참기 어려워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생각을 진정시켰다. 그러고 보니 떡들도 모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나가지 말거라!""어머니, 저희도 자객을 두려워하지 않사옵니다."만두는 손에 펜 한 자루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방금 불경을 베낀 붓이었고 먹물까지 묻혀있었다."그래도 못 간다!"떡들은 뜻밖에도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원경릉을 에돌아 밖으로 나가 설랑을 데리고 밖으로 향했다. 사식이와 기라는 이미 한 명씩 안고 있다 보니 막을 수 없었고 그저 그들이 신나게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바오도 이내 따라갔다.원경릉이 쫓아가자 이때 사식이와 기라도 모두 쌍둥이를 내려놓고 그녀를 막았다."원 언니, 나가면 안 되옵니다."쌍둥이도 와서 원경릉의 다리를 안았고 환타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형들이 이미 나갔으니 쌍둥이는 나가지 않고 어머니 곁에서 어머니를 보호하겠사옵니다!"원경릉은 떡들이 이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상대는 사람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죽이는 자객들이였기에 마음을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사식이에게 물러나라고 호통쳤고 사식이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십여 명 중 살아서 도망간 사람은 단 세 사람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초왕부에서 목숨을 잃어 버렸다. 그리고 도망간 그 세 사람도 팔과 다리가 몹시 다친 상태였다. 원경릉이 또 언제 이런 참혹한 광경을 보았을까? 순간 소빈을 처형한 공포감이 다시 또 마음속으로 밀려드는 것 같았고 백만 냥의 황금 앞에서 사람의 목숨은 정말 천하디 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탕양은 사람들에게 시체를 치우라고 명을 내렸고 시체는 치워졌다. 몇 바가지가 되는 물이 정원의 바닥을 씻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지난날의 깨끗함을 회복해 한점의 혈흔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공기 속에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원경릉은 이 아이를 임신한 후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지금은 처음으로 토하고 싶었다.그 사람들은 바닥을 씻으며 혀를 끌끌 찼다."백만 냥 황금을 주면 그게 또 무슨 소용인가? 이리도 많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게 정녕 무슨 가치인가 말이다!”원경릉은 만두의 말을 들었다."백만냥 황금이 무슨 매력이 있겠사옵니까? 불로장생이야말로 추구할 만하지요."원경릉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방금 뭐라했느냐?"그러자 만두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책에서 본 바에 의하면 예나 지금이나 많은 사람들이 불로장생을 추구한다고 하옵니다."만두가 걸어가 그녀의 허리를 안으며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어머니, 나와 동생들이 자가 치유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시옵니까? 소자들의 세포는 일반인들과 달라 신속하게 신체의 결함을 고칠 수 있사옵니다. 비록 자랄 수는 있지만 쉽게 노화되지 않사옵니다."만두가 세포라는 두 글자를 말하는 것을 듣고 원경릉은 마음속으로 조금 긴장했지만 그가 여러 번 왕래하며 그녀와 주진을 위해 편지를 전하는 것을 생각하니 어쨌든 조금 알 것이다."자가 치유?"그녀는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만두는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어머니는 역시나 몰랐군요."원경
모두들 다가가서 그의 손가락을 보았는데, 손가락의 붉은 점은 역시나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상처에는 자그마하게 흰색 껍질이 남아있었고 원경릉이 손을 뻗어 뜯어내자 손가락에는 옅은 분홍색이 조금 남아있었다. 복원 능력이 만두보다 못한 것이 확실했다.찰떡도 있는 것을 보고 경단도 시험해 보았는데 그도 찰떡과 별로 차이가 없었고 마지막에는 손가락에 옅은 자국만이 남았다.차 한 잔을 더 기다리는 동안 그 붉은 자국은 사라져버렸고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되었다.네 사람의 여덟 눈동자는 나란히 쌍둥이를 향해 보았다.이번에는 원경릉이 가위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두 검지를 한곳에 모아 가위로 그었는데 선혈이 아직 흘러나오기도 전에 상처는 이미 완쾌되었다! 마치 괴물과도 같았고 심지어 그 어떤 괴물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떡들은 갑자기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왜 동생들이 더 대단한 거지? 특히 경단과 찰떡이 유난히 내키지 않아 했다. 형보다 못한 데다 동생보다도 못하다니.쌍둥이는 아주 태연자약했고 마치 스스로 치유하는 것이 소소하기 그지없는 능력인 것 같았다.아니, 어찌 보면 능력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원경릉은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 가위를 들고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독한 마음을 품고 눈을 감아 가위로 손바닥을 스쳐 지났다. 날카로운 아픔이 느껴졌고 그녀는 눈을 떠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 어머나!"지혈, 어서 지혈을 해야 한다!"만두가 먼저 반응하자 다섯 아이들은 갑자기 바삐 찾으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즉 아이들은 모두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저 빠르거나 늦은 차이다. 그리고 그녀도 있기는 하지만... 그저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상처가 며칠 동안 아파야 하면 며칠을 아파하고 다른 사람보다 조금도 우월하지 않다."왜 이런 것이더냐?"원경릉은 족발처럼 묶인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누구도 대답을 할 수 없는
그녀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뿐이다."그녀는 아이들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지금 보면 너희들은 모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는 큰 능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능력이 클수록 경외심을 가져 한다고 알려주고 싶어서 그렇단다. 모든 것에 대해서도 그렇고 백성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경외. 다섯 아이들은 이 두 글자를 곱씹으며 잇따라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사옵니다!"원경릉은 배를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비록 아직 태어나진 않아 복덩이인지 여섯째 남동생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는 너가 언젠가 알기를 바란다."뱃속에서 아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것은 처음으로 비교적 강한 태동이 생긴 것이었고 원경릉은 뱃속의 아이가 두 손으로 뱃가죽을 받치고 그녀의 손과 닿는 것과도 같았다.자객이 집에 침입한 일에 대해 원경릉은 탕양더러 우문호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가 조급하게 돌아오다 길에서 다시 자객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저녁에 누웠을 때, 그녀는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줄곧 아이들이 자가 치유를 하던 일이 생각났다. 이것은 반드시 무언가가 변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신속하게 피를 멎으려면 우선 혈액응고인자가 강해진 후 신속하게 스스로 회복이 된다. 이전에 떡들은 모두 이런 능력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변이가 발생한 것일까?아이들의 능력이 모두 그녀가 주사한 약물에서 온 것인 걸까? 이 점은 전에도 분석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동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청력이 조금 좋아졌으며 약 상자를 통제할 수 있는 것 외에 다른 능력이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하늘을 날고 땅에 숨을 수 있으며 의식으로 물건을 옮길 수 있다. 심지어 쌍둥이는 염력으로 원거리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유전도 설마 염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염력이 그녀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유전자를 통제한 건가? 예를 들어 그녀의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한 일을 이야기하며 원경릉을 기쁘게 했다.다섯째는 이전에 다섯 개의 성을 위해 적어도 30년이나 50년의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20년이 채 되지 않아 조정에 대한 충성심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 나아가 국경 방어뿐만 아니라 조정에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보였다. 아이들이 현대의 경험을 참고하며 지내는 것이 다섯째의 큰 걱정을 해결해 준 것이었다. 약도성은 이번 지진으로 국고의 돈과 주변 주현의 자원을 사용했다. 북당과 약도성의 백성들의 마음이 끈끈히 묶여 있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중증 환자들이 회복된 후, 원경릉은 택란과 함께 경성으로 돌아갔다.출발하기 전에 비둘기를 통해 다섯째에게 소식을 전하며 심리적 준비를 하도록 시간을 주었다. 이렇게 하면 다섯째가 택란을 보았을 때 마음을 가라앉혀 덜 화를 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택란은 아버지가 화를 내거나 슬퍼할까 봐 사실 마음속으로 몹시 두려웠다. 아버지가 자신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그녀또한 잘 알고 있었다.돌아가던 중 택란은 아버지에게 줄 선물을 사자고 제안했다. 원경릉은 딸의 강한 생존 본능에 웃음을 터뜨렸다. 딸이 아버지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으니, 다섯째가 딸을 그렇게 아끼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님을 느꼈다.“너희 아버지께서는 특별한 취미가 없으시고, 그저 술 한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좋은 술 몇 병 사 가는건 어떠냐?”그러자 원경릉이 먼저 제안했다.“좋습니다! 사요! 많이 사서 마차에 싣고 가겠습니다!”택란이 급히 대답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다섯째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자상한데도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물론 이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이고 사랑이지만 말이다.경성에서 우문호는 원경릉의 서신을 받자마자 열어보았다. 편지를 읽는 순간 그는 멍해졌다.“계란이가 약도성에 갔다니?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이냐? 그렇게 얌전하던 딸아이가 몰래 약도성에 갔을 리가 없어.”더구나, 셋째와 넷째는
약도성의 건물 대부분이 무너져 백성들은 임시로 지은 오두막과 초가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폐허로 변한 도성은 눈에 보이는 곳마다 온통 엉망진창이었다. 원경릉은 마음속 깊이 안타까움을 느꼈다.택란의 뜻으로 중증 환자들은 모두 저택으로 옮겨졌다. 원경릉은 계란이의 결정이 매우 옳다고 생각했다. 중증 환자들은 그녀와 몇몇 의원이 책임지고 돌보았고, 나머지 의원은 경증 치료를 맡았다.택란은 엄마 곁에 머물며 환자를 돌보는 것을 도왔는데, 기본적인 의술을 알고 있어서 소독과 붕대 감는 일을 도왔다. 부상자들은 대부분 통증이 심해 참기 어려웠고, 진통제를 먹이거나 진통 주사를 놓았다. 택란도 주사를 놓을 수 있었는데, 어린 나이에 쉬지 않고 바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환자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그들은 궁에서 자신들의 생사를 진정으로 걱정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황후마저 직접 왔으니, 예전의 대립과 적대감은 유치한 웃음거리로 느껴졌다.저녁 무렵,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왔지만,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이 서로 포옹한 뒤 다시 각자 사람들을 구하러 나섰다.백성 중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약을 끓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저택 내 물자는 부족했으나 주변의 도움이 끊이질 않았다. 호명은 사람들을 조직해 식량과 의복을 나누어 주었다. 지금의 약도성엔 인간의 이기심이 한순간에 사라진 듯했다.황후가 직접 약도성에 온 덕분에 서북 지역의 신하들도 직접 의원과 물자를 이끌고 약도성에 와서 돕기 시작했다.약도성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았고, 이는 약도성 백성들이 다섯 도시 중 가장 빠르게 조정을 인정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사람들을 구하고 재난 이전의 상태로 빠르게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재난이 발생한 지 반달이 지나면서 발견된 것은 모두 희생자뿐이었다. 인원을 파악한 후 한곳에 모아 장례를 치렀다.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5만여 명의 백성이 목숨을 잃었다. 이 숫자는 매우 끔찍했지만, 택란의 사전
북당의 황후가 의원을 이끌고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믿지 않았다. 약도성의 백성들조차 믿을 수 없었고, 감히 믿을 엄두도 없었다.우문택란이 이미 약도성에 왔지만, 고작 여덟 살짜리 아이에 불과했다. 다들 그저 그녀가 약도성에 놀러 왔고 수천 명의 병사를 거느리고 왔다고 생각했다. 이후 어린아이답지 않은 그녀의 비범한 능력이 증명되었다. 그녀는 약도성의 성주로서 약도성에 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약도성은 초토화되었고, 재건하려면 조정이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북당의 조정이 약도성을 방치하고 자연적으로 멸망하도록 내버려두어도 어쩔 수 없었다. 약도성 백성들은 줄곧 조정을 적대시하였기 때문에, 조정이 이들을 구할 이유가 없었다.그런데 황후가 직접 약도성으로 향한다는 것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약도성은 조정이 이렇게까지 신경 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지진 발생 열흘째 되던 날, 원경릉 황후가 이끄는 의원들이 약도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밤낮없이 말을 갈아타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약도성의 백성들은 이 소식을 듣고 흥분하며 황후께서 약도성에 오신다고 얘기를 전했다.사람들의 생각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지진 이전까지만 해도 조정을 적대시하고 북당을 적국으로 여겼던 약도성 백성들이, 이제는 원경릉을 환영하며 열광적으로 맞이했다. 이는 택란이 지진을 미리 알아차린 것과 구조 활동 덕분이었다.원경릉은 백성들의 뜨거운 환영을 예상하지 못했다. 말을 타고 앞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었고, 그녀의 눈시울이 촉촉해졌다.“어머니!”군중 속에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경릉은 단번에 딸을 찾아내고 말에서 내려 달려갔다. 택란은 엄마 품에 안기자마자 눈물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어머니,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너무 많아요!"택란이 흐느끼며 말했다.원경릉은 딸이 이렇게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가슴이 미어지듯 아팠다. 원경릉은 딸을 품에 꼭 안
택란은 어릴 적부터 화염을 다루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기에, 감정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았다. 겉으로는 담담해 보였지만, 그녀는 내면의 감정을 철저히 억눌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화염을 제어하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스승님을 따른 후, 스승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약점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정의 틈새가 생기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며, 모든 일을 담담히 대하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흔들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녀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꼬마 봉황이 날개를 펼쳐 그녀를 품에 안고 위로해 주었다.그들은 수년간 서로를 지지하며 함께 성장해 왔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잠시 후, 택란은 다시 구조 현장으로 나갔고, 여전히 평온하고 흔들림 없는 얼굴로 사람들 앞에 섰다.위왕과 안왕은 어린 조카의 침착함에 깜짝 놀랐다. 겨우 여덟 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아이의 천성은 어디로 간 것인가?그들은 택란이 애초에 아이로서의 천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태어난 후, 조금이라도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빠르게 세상을 이해하며, 지혜롭고 노련한 어른처럼 모든 것을 맞서야 했다.사실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도 그녀를 한두 살짜리 어린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주었다. 그에게는 아무런 기대나 요구가 없었으며, 능력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머니처럼 그녀의 모든 행동을 걱정하고 감시하지 않았다.아버지 앞에서 그녀는 가면을 쓸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약도성의 일이 안정된 후, 그녀는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돌아갈 계획이었다. 이번 약도성 방문은 그녀에게 있어 단순한 놀이가 아닌 실습이었다. 이곳은 그녀의 의지와 감정을 단련할 수 있는 장소였고, 실제로 그녀는 이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했다.구조 작업은 계속되었고, 지진이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