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409화

Author: 유애
태상황은 명원제가 여전히 깊은 생각에 잠긴 것을 보고는 말했다.

"잠재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렇게 하거라. 열째는 호비의 곁에 두지 말고 밖으로 내보내서 키우거라."

명원제는 그의 말에 크게 놀랐다.

"아바마마, 이것은 절대로 안돼옵니다!"

"왜 안 되는 것이냐? 황자가 어려서 어머니를 떠나면 후궁과 외가의 친척들에게 쉬이 선동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호비도 전심전력으로 너를 모실 수 있을 것이다."

태상황은 곰곰이 생각하다 이 방법이 절묘하다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결정하려무나. 왕으로 봉하고 저택을 하사하라!"

명원제는 초조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은 단지 노신들의 헛된 추측일 뿐이옵니다. 열째는 아직 어린데 어찌 궁 밖으로 보낼 수 있사옵니까?"

태상황이 담담하게 말했다.

"믿을 만한 사람을 골라 나가서 시중을 들라 하면 되지 않겠느냐?"

"어느 누가 시중을 들어도 어미가 보살피는 것만 하겠습니까? 아바마마, 열째는 호비가 열 달을 고생해 낳은 아이옵니다. 모자가 떨어지는 것은 처참한 일이니 소자는 그렇게 할 수 없사옵니다."

명원제는 결연히 반대했고, 태상황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이것도 원하지 않고 저것도 원하지 않으면 어쩌려는 것이냐?"

명원제는 그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짐은 수녀를 뽑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미 결정을 하였으면 무엇 하러 과인에게 물으러 온 것이냐? 가거라, 가거라. 과인은 후궁의 일을 더는 상관하지 않는데, 과인의 위풍을 꺾어 과인을 아낙네처럼 만들었구나."

태상황은 빈랑을 토해냈다. 이가 없으니 씹기 어려워 소요공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저 늙은이는 빈랑이 담뱃대와 같다고 하였는데 어디를 봐서 같단 말인가.

담뱃대는 이로 물지 않아도 된다.

명원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물러갔다.

명원제가 나간 후 소요공은 그의 뒷모습을 보고 말했다.

"전하께서는 여전히 그다지 원하지 않나 봅니다. 태상황의 고심을 모르십니다."

태상황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먼저 황제가 되는 것이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2410화

    태상황의 표정은 완화되었다."태자는 수녀를 뽑지 않아도 되네. 전조에도 후궁을 폐하고 일부일처만 지키는 황제가 있지 않았나.""너무 편파적인 것 아닌가?" 소요공은 멈칫했다.태상황은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이것이 어찌 편파적이라 할 수 있는가? 과인이 묻지, 후궁 빈비들이 입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자연히 후손을 낳아 자손이 번성하게 하는 것이지.""태자비는 지금 이미 아들을 다섯이나 낳았으니 자손이 번창하지 않았나?""음... 따지자 보면 그렇군!"소요공은 또 웃었다."황제도 지금 아들이 많지만 쟁탈을 시작하는 않았는가? 그리고 황제에게 수녀를 뽑으라 하는 것이 태자의 지위가 위협받지 않게 하려는 것 아닌가?""황제의 아들은 동일한 빈비가 낳은 것이 아니네. 하지만 태자비는 다섯이나 낳았고 어미가 같으니 마음이 통하여 싸움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나? 그리고 과인은 왜 태자를 세우고 바로 태손을 세웠겠나, 어려서부터 앞으로 만두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네. 이 인식은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마음속에 뿌리를 내릴 것이야. 만두는 장남이니 명분도 바른데, 다른 뜻이 있다고 한들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나? 큰일을 성사하려면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야 하지 않겠나?""맞는 말이군!"소용공은 그의 곁으로 가까이 가며 물었다. "그럼 사실대로 말하자면 자네는 태자비를 두둔하는 것 아닌가?"태상황은 그를 할 번 힐끗 보았다."맞네!"소요공은 입을 헤벌리고 웃었다."그냥 이 말만 하면 되지 않느냐? 가식적으로 많은 것을 분석하고 있군."태상황은 승복하지 않으며 말했다."과인도 이유 없이 두둔하는 것이 아니네. 태자비의 친청을 말하자면 정후가 무슨 큰일을 낼 수 있겠나? 태자가 나중에 황제가 되어 빈비를 간택하는 것이 골칫거리의 시작일세."소요공이 말했다."다만 후궁은 전조를 회유하는 수단이었는데, 후궁을 폐한다면 아깝지 않은가?""태자는 아직 젊은데도 불과하고 재능을 보이고 있네. 한 무리의 젊은 관원들을

  • 명의 왕비   제2411화

    소요공은 어쩔 수 없이 한마디 일깨워 주었다."그것은 태자가 건의한 것이네.""많은 시정 조치는 모두 대신이 건의한 것이지만 군주가 패기를 가지고 추진하는지에 달렸네!" 태상황이 말하자 소요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밖을 내다보았고 만두가 책 한 권을 들고 대화에 깊이 빠져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태손, 어찌하여 말을 하지 않는가?"만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책을 안고 들어와 먼저 태상황에게 문안을 드리고 다시 소요공에게 인사를 올렸다."왜 이 시간에 돌아온 것이냐? 수보는 어디있고?"태상황의 눈동자는 단번에 자애로워졌고 손을 뻗어 그의 이마를 문질렀다.만두는 고개를 들고 말했다."수보께서는 배가 아프십니다. 동생은 놀러 갔고 저는 책을 외우려 돌아왔습니다. 수보께서 늦게 검사를 하겠다 하셨습니다.""그래, 만두 참 착하구나. 떡 먹을 테냐?"태상황은 바삐 손을 흔들어 사람을 명해 과자를 장만하라 했다.만두는 얌전히 말했다. "예!"그는 책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태사의에 올라가 앉아 새까만 두 눈동자에 빛을 발하며 고개를 들어 태상황을 바라보았다."태조부, 방금 황조부의 말씀을 하신 것 중 옳지 않은 것이 있다고 생각되옵니다.""무엇이 옳지 않더냐?"태상황은 멈칫하다 이상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만두가 말했다."황조부께서 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옵니다. 다만 현재 북당 내에는 아직도 많은 문제들이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옵니다. 예를 들어 매년의 수해와 북방의 가뭄, 그리고 많은 빈곤 지역에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밥을 배불리 먹지 못하고 옷으로 몸을 가리지 못합니다. 황조부께서는 내부를 안정하게 하고 밖을 정하려 하지요, 물론 말하자면 그것도 맞습니다만 황조부께서 한 가지 소홀히 하신 점이 있사옵니다. 만약 외적이 오랫동안 호시탐탐한다면 시일이 오래 지나면 큰 우환이 될 뿐만 아니라 백성들로 하여금 조정이 연약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옵니다. 조정이 강경하지 않으면 백성들도 연약해지는데 어찌 태평성대

  • 명의 왕비   제2412화

    호비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곁에 기대었다."전하께서 제가 기쁜지 아닌지, 신경을 쓰는지 아닌지를 관심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소첩은 충분히 만족하옵니다. 후궁의 많은 언니들도 소첩이 몇 년 동안 총애를 받는 것을 보고 소첩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들도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데 소첩이라고 그러한 아량이 없겠사옵니까? 소첩은 무슨 일을 신경 써야 하고 무슨 일을 개의치 말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께서 소첩을 오랫동안 아껴주셔서 조중 신하들의 이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아버지께서도 사실 어떤 사람들이 이유 없이 원한을 맺고 이유 없이 아첨을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소첩은 일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사옵니다. 특히 소첩에게는 지금 열째가 있고 임신까지 하고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생각해야 하옵니다."명원제는 듣고 속으로 아주 감동했다. 그녀는 비록 때때로 경솔했지만 이 2년 동안 성격이 갈수록 차분해졌고 사리를 잘 알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린다."걱정 말거라. 아무리 빈비를 뽑는다 하여도 짐의 마음에는 오직 너 하나뿐이다."명원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호비는 가볍게 대답을 하고는 손을 뻗어 그를 안았다."전하, 소첩과 함께 나가 보시지요."그녀는 태자비의 부탁을 잊지 않았다. 비록 수녀를 뽑는 일이 그녀를 슬프게 했지만 그것은 그녀의 선택이고 그녀는 선택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일찍이 마음의 준비를 했다.그녀는 황귀비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그녀는 사람의 염원이 계속 실현되면 기어오르기 십상이니 초심을 견지해야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황귀비가 말할 때 그녀는 정확하고 투철한 견해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황귀비가 정말 세상사에 밝다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명원제는 마음속으로 그녀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꼈으니 그녀가 바라는 일을 반드시 승낙할 것이다. 더군다나 그도 나가서 좀 돌아보고 싶었다. 그는 등극한 몇 년 동안 거의 궁을 떠나지 않았고, 나간다 하더라

  • 명의 왕비   제2413화

    이튿날, 명원제는 목여 태감과 호비와 함께 평상복 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러 가려 했다.출발하기 전 호비는 이미 아랫사람들에게 조수라를 준비하라 명하였는데, 아주 풍성했다. 그녀는 일반 백성들의 옷으로 갈아입었고 배가 아직 불러오지 않아 약간 어수룩한 기색을 보였기에 마치 금방 궁에 들어왔을 때의 모습과도 같았다.명원제는 그녀의 미간에 나타난 환희를 보고 웃었다. 그가 오늘 입은 옷은 목여 태감이 준비한 것으로 일반 백성들이 자주 입는 솜옷이었다. 날이 춥다 보니 특별히 그에게 검은 태사혜 한 켤레를 준비해 주었는데, 군왕의 기세를 거두니 평범한 남정네와 다른 바가 없었다.명원제는 자신의 이 차림새를 좋아하진 않지만 재미를 느껴 식사를 한 후 청동거울 앞에서 몇 바퀴를 돌았다. 두 손을 소매 주머니에 넣자 거리를 돌아다니는 중년 상인처럼 보였다.목여 태감은 거친 천 옷을 입고 발에는 낡은 짚신을 신어 안에 있는 버선을 드러냈다. 머리는 약간 헝클어져 있었고 바지에 진흙을 조금 묻혀 밭에서 돌아온 모습이었다.평상복 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는 것이니 자연히 의장대가 따르지 않고 금군도 함께 하지 않았다. 목여 태감의 무공은 아주 높아 돌발적인 상황만 없다면 모두 대처할 수 있다.하지만 이 일을 구사가 알고 있다 보니 구사는 몇 사람을 배치하여 차림새를 바꾸고 뒤따라 가 의외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서쪽 옆문을 따라 궁을 떠났고 청란 대가에 도착하자 명원제는 깊이 숨을 쉬며 속으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쾌함을 느꼈다. 그는 호비에게 말했다."짐은 오랫동안 지금처럼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호비가 웃으며 말했다."남편, 더 이상은 그 자칭을 쓰시면 안 돼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상복 차림으로 민정을 살피는 것은 의미가 없사옵니다."명원제가 말했다."익숙해져서 한동안 고치기 어려울 것 같은데… 무엇이라 자칭하는 것이 좋을까?""늙은이? 노인네?" 목여 태감이 옆에서 농담을 하였다. 태감도 기분이 좋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농담을 건넸다.명

  • 명의 왕비   제2414화

    "저희 나리께서 갑자기 복통을 앓으셨습니다. 여기 의원이 계신가요?"목여 태감이 묻자 의원은 대청에 앉아 담담하게 말했다."이리 오시게!"호비가 가서 물었다."의원 선생, 이곳에 복통을 멎게 하는 약이 있는가?""있습니다."의원은 약동을 부르며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고 말했다."이들에게 곽향환 한 병을 가져다 주거라."약동은 대답을 하고는 오층 탁자에서 작은 자기병 하나를 꺼내 목여 태감에게 건네주었다."50문!"호비는 멍해졌다. "50문? 내가 잘못 들은 겐가?"약동은 그녀를 보며 불쾌하게 말했다."줄곧 50문이었습니다, 사본 적 없는 것입니까?""산 적 있네만 그저 15문에 팔았네. 왜 이리도 비싸단 말인가?" 호비가 눈살을 찌푸렸다.대청에 앉아 있던 의원이 차갑게 말했다."곽향환은 15문에 팔아본 적이 없네. 살 수 없으면 가게나 여기서 흥정하지 말고."목여 태감이 화가 나서 말했다."말을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물어봐도 안 되는 것입니까? 이 곽향환은 원가가 저렴한데 50문에 팔다니 정말 너무하십니다."명원제는 복통이 심해 손을 저었다. "됐네, 됐어. 그냥 주거라."호비는 목여 태감을 보며 말했다."은을 주시게나."목여 태감은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저는... 저는 은을 갖고 오지 않았습니다."명원제는 화로 인해 복통이 더욱 심해졌다."어떻게 된 일인가? 외출을 하는데 은을 챙기지 않다니?"목여 태감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하도 오랫동안 집을 나서지 않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의원은 이들의 궁상맞은 꼴을 보고는 눈을 흘기며 약동에게 말했다."쫓아내거라!"목여 태감은 앞으로 나아가 의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의원 선생, 약은 저희가 먼저 가지고 나중에 바로 두 배의 은을 보내드리는 것은 어떻습니까?"의원은 냉소를 지었다."온 거리를 수소문해 보시게, 어디 이런 규칙이 있는지."목여 태감이 애원했다."그럼 먼저 저희 나리를 치료해 주십시오. 제가 바로 돌아가 은을 갖고 오겠습니

  • 명의 왕비   제2415화

    명원제는 이 말을 듣고 더욱 진노하여 복통을 참기 어려웠고 바로 힘겹게 일어나 시퍼레진 표정으로 목여 태감에게 명을 내렸다."이 가게를 부수거라. 강연아 어여 가자!""나리, 약부터 드십시오!"호비가 다시 약을 꺼내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명원제는 냉담하게 말했다."안 먹을 테다, 가자!""가기 그리 쉽지 않다네!"뒤의 가림막이 젖혀지고 두 명의 장정이 흉악한 모습을 하고 걸어 나왔다. 명원제는 의원에 뜻밖에도 싸움꾼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미 대부분 알아차렸는데, 보아하니 보원당에서 강매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것 같았다.그 싸움꾼이 그를 막으려 하자 목여 태감이 어찌 그에게 가까이 가게 할 수 있을까? 큰 손바닥을 쓸고 지나가자 싸움꾼들은 바닥에서 데굴대었고, 다시 한 손으로 의자를 들어 오층 탁자를 향해 뿌리자 ‘콰직’소리와 함께 탁자 전체가 무너졌다.명원제와 호비는 이미 밖으로 나갔고 그는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복통을 앓을 때 기분을 억누르기 가장 힘들다. 그는 차갑게 호비를 향해 물었다."이 곽향환을 다른 곳에서는 정녕 15문에 파느냐?""경성은 모르겠사오나, 소첩과 아버지가 북경(北境)에 있을 때 확실히 10문이 대부분이었고 가장 비싼 것도 그저 15문이었사옵니다. 나리도 아시다시피 북경의 물가는 아주 높아 많은 물건의 가격을 경성과 비교했을 때 경성이 많이 저렴했사옵니다. 그러나 이 곽향환을 이리 비싸게 팔 줄은 생각지도 못했사옵니다. 허니 백성들이 아까워서 어찌 먹을 수나 있겠습니까?"곽향환은 많은 질병에 쓰인다. 일사병, 복통, 속이 더부룩할 때와 구토나 설사에도 모두 쓰임이 있는 집에서 상비하는 약이다.명원제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더욱 화가 치솟았고 목여 태감이 쫓아왔을 때는 그는 더 이상 아픔을 참을 수가 없었다."나리, 가게를 부쉈습니다."목여 태감이 그를 부축하며 말했다.명원제는 방금 그 약을 먹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의서는 어디에 있느냐?""나리, 이

  • 명의 왕비   제2416화

    "괜찮습니다!"약동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일을 보러 갔고, 호비는 명원제에게 약을 먹이고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모든 의관이 다 그런 것은 아닌가 봅니다. 다만 그 의관의 의원이 유난히 밉살스러울 뿐이옵니다."명원제는 꼬이는 듯한 복통에 창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의 침대는 비록 작지만 약초의 향기가 퍼져 나왔다. 목여 태감이 명원제를 부축하여 눕혀드렸다.일다경정도 지나자 의원이 들어왔다.이 의원은 아주 젊었고 20대 초반처럼 보였기에 목여 태감이 놀라워하며 말했다."이리 젊은데 의원을 한단 말입니까? 사승(師承)이 누구십니까?"그러자 의원은 빙그레 웃었다."안심하십시오. 소인은 자신의 의술에 아주 자신 있사옵니다."그는 앉은 후 명원제에게 진맥을 하고 또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물었다. 잡과수정과를 먹었다는 말을 듣고 말했다."요즘 날이 춥다 보니 위한이 있으신 분은 아침에 잡과수정과를 드시지 않는 게 좋사옵니다. 비위가 냉하면 교장사가 쉽게 생깁니다!"그는 약동을 불러 침 주머니를 가진 후 말했다."일단 침을 놓아 통증을 멎게 한 후 다시 위를 따뜻하게 하는 약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돌아가서 두어 번 달여 드시면 괜찮아 지실 테니 걱정하실 필요 없사옵니다.""침이라고? 침을 놓을 줄 아느냐?"명원제는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침구술은 공을 들여야 하는 일인데, 아직 이리 젊으니 의학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행여나 잘못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은 이미 침을 꺼내 그의 손을 잡고 손아귀에 침을 놓자 명원제는 그저 손에 약간의 따끔거림만 느꼈다. 고개를 숙여보니 침은 이미 안정적으로 놓아져 있었다.이어 또 대장경의 혈자리에 침을 놓았다."시간이 조금 지난 후 침을 뽑을 테니 먼저 좀 쉬십시오. 저는 다른 환자를 보러 가겠습니다."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옆 침대로 향했다. 그 사람도 복통이었고 그는 손을 뻗어 문지르고 다시 침을 놓기 시작했다.명원제는 계속 그를 쳐다 보았는데, 눈빛은 매우 엄숙했다."나리,

  • 명의 왕비   제2417화

    잠시 후 의원이 침을 뽑으러 왔고, 명원제는 지금 정말 아프지 않게 되어 말했다."침을 놓는 것이 정말 신묘한 효과가 있구려!"의원이 웃으며 말했다."복통은 대부분이 기가 통하지 않아 그렇습니다. 혈을 찔러 기혈을 소통시키니 자연히 통증도 멎게 되지요. 물론 복용하신 곽향환도 쓸모가 있습니다."약동은 약을 잡아와 신신당부를 하였고 또 이름도 적어갔다. 물론 이름은 가짜였지만 그래도 약동은 책에 적어 넣었는데, 명원제는 책을 보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진 것을 보았다.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환자가 계산하러 돌아오지 않는 것이 걱정되지 않는가?"약동이 웃으며 말했다."걱정되지 않습니다. 저희의 약 값과 진료 금은 모두 비싸지 않아 환자가 떼어먹을 정도가 아닙니다. 그리고 정말 돈을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음에 오면 병을 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약 두 첩에 침을 놓은 것과 곽향환 한 알까지 30문이라고 적은 후 약동은 자리를 떠났다."겨우 30문밖에 안되다니!"명원제가 작은 소리로 말을 하며 정말 돈을 벌 수 있는지 의아했다.의관을 떠나고 명원제는 이번 바깥나들이에 목적이 생겼고, 원경릉의 의원으로 가보았다.그의 몸이 불편하니 목여 태감은 손 왕부를 지날 때 마차를 달라 하여 바로 의원으로 향했다.의원은 의관보다도 할 일이 많아 더 바빴다. 의원들은 조금도 소홀히 하지 않고 진찰을 하였고 약을 짓는 자는 정신을 집중하여 일을 하고 있었으며 환자들은 순서대로 줄을 서서 약을 받고 돈을 내었다.명원제는 밖에서 목여 태감을 명해 환자 몇 명을 가로막아 상황을 자세히 물으라 했다. 환자들은 의원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진료금과 약 값이 싸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의사들의 태도도 아주 좋으며 세심했다고 말했다.목여 태감은 환자들에게 보원당에 대한 생각도 물었다. 그러자 환자들은 모두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고, 정말 심히 아픈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스스로 산에 올라 약초를 캐먹을지언정 그곳에 그들은 갈 수 없다고 말을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