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641화

주명취의 첫날 밤

기왕은 완전 따스하고 부드러운 사람으로 밖에서 말하듯 그런 흉악하고 사나운 사람이 전혀 아니었다.

주명양의 마음이 조금씩 느슨해 지며 기왕과 같이 자리에 앉았다.

기왕이 술을 따르며 눈웃음을 짓더니, “술 마실 줄 알아?”

주명양이 옷자락을 꼭 쥐고 붉은 촛불이 주명양의 발그스름한 볼을 비추니 눈가도 발그레해 져서, “조금 마실 수 있어요.”

기왕이 활짝 웃으며 주명양의 손을 쥐고 그녀의 손등을 문지르더니 부드럽게: “그럼 이 잔을 바꿔 마시고 지금부터 당신은 내 처가 되는 거야.”

주명양이 눈을 움찔하며, “처요?”

기왕이 미소를 지으며 또렷한 눈빛으로, “그래, 내 마음에 당신은 내 처야.”

주명양이 고개를 들어 기왕을 보는데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고 눈을 내리깔아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잔을 바꿔 마시고 기왕의 눈빛이 더욱 깊고 그윽해 지더니 한 손으로 주명양을 안고 침대로 갔다.

주명양은 머리를 기왕의 가슴에 묻고 죽자고 자기 옷을 쥐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주명양은 조심스럽게 침대에 뉘여 지고, 기왕은 주명양의 볼을 쓰다듬는데 마치 진귀한 보석을 쓰다듬듯이 철철 넘치는 사랑을 담은 눈빛이다.

주명양은 이런 시선을 본 적이 있다. 우문호의 눈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 우문호는 원경릉을 보고 있었다.

이 시선은 주명양의 강렬한 질투심과 언짢음을 일으켰다.

지금 기왕의 눈으로 볼 땐 주명양의 심장도 떨리고 있다.

기왕의 입술이 아래로 내려오자 주명양이 눈을 감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 일은 시집오기 전에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었다.

주명양은 어떻게 하면 남편의 비위를 맞추는지 알았다.

화촉의 불빛이 흔들리고 불빛이 사그라져 간다.

여일각(茹一閣).

기왕비는 여일각 안에 불당을 설치하고, 부들 방석에 꿇어 앉아 금색 향로에 단향을 피웠는데 향이 실낱같이 무늬 조각 틈으로 새어 나와 은은하게 주위를 감싸며 사람들의 마음을 평온하게 했다.

기왕비는 손에 염주를 돌리며 입으로 금강경(金剛經)을 외우는데 부처에 마음을 집중한 모습이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