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689화

작가: 유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원경릉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원용의가 와서 얘기했을 때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었다. 우문호는 믿었지만 취월이라는 기생이 목이 달아나는 한이 있어도 태자를 모함하는 게 수상했다. 그래서 누군가 태자의 명성을 해치려고 지시한 것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원경릉이 계속 그녀를 궁지로 몰아간 것은 취월의 뒤에 누가 있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취월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였다.

원경릉은 요즘 몇년간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 되었다.

그동안 태자 부부를 노리는 일이 쉬지 않고 일어났고, 이제 겨우 평온한 일상을 되찾나 싶었다. 그런데 또 다시 그런 일이 나타나니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다행히 취월은 개인적인 의도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취월은 지부의 딸로 금지옥엽 귀한 출신의 아가씨니 당연히 기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다. 운명이 관기라 죽을 수도 없으니 그까짓 우아 좀 떨고 거만하면 좀 어때?

원경릉이 기라를 시켜 상호접을 일으키게 한 뒤 말했다. “우선 기방으로 돌아가지 말고 잠시 머물 곳을 찾아 줄 테니, 아버지 사건을 다시 조사한 뒤에 네 아버지가 누명을 쓴 것이 밝혀지면 다시 처리하도록 하자.”

취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고요? 우리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거야.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사실에 따라 달렸지. 상대천이 만약 정말 무고하신 거면, 태자 전하께서 가만히 좌시하고 계시지만은 않을 거야.”

취월이 당황해서 원경릉을 바라보고 바로 눈물을 터트렸다. “하지만 태자 전하께서는 절 아주 미워하셔서 제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주실 리가 없습니다. 그날 복덕헌에 갔는데 태자 전하의 신분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어요. 일부러 꼬시려고 작정한 게 아니라 태자 전하 덕에 아버지께서 감옥에 계실 동안 좀 도와드릴 수 있지 않을까 했던건데, 태자 전하께서는 그런 행위를 아주 질색하셔서 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690화

    우문호는 오주부에서 한 달도 채우지 않고, 보름 만에 먼저 경성으로 돌아왔다. 반면 왕강은 오주부에 남아 현지 실질 조사와 부지 선정을 하며 호부에서 은자가 내려오는 대로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철저히 준비했다.우문호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처음 한 일은 상대천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었다. 상대천 외에 사건에 관련된 다른 관리도 다시 한 번 일제 조사를 거쳐 재능이 있고 헛된 야심에 동조하지 않았던 자의 누명을 모두 벗겨주었다.취월은 태자를 모함한 죄로 인해 경조부에 압송해 하옥했으며, 징역 6개월을 선고해 일벌백계로 삼았으나, 그 일로 태자는 오주부에서 원 선생이 화낼까 봐 노심초사했던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취월에게 3개월의 형량을 추가했다.화류계 병이 돈 사건은 관리들이 도무지 검사를 받으러 가지 않아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고발하는 자에게 현상금을 걸었는데, 병에 걸린 기생과 관계를 맺은 자가 누구인지 아는 자는 무조건 상금을 주고 익명으로 고발할 수 있으며, 고발자의 신분은 절대로 외부에 공포되지 않는다. 이렇게 삼엄하고 신속한 조치를 통해 병에 걸린 관리는 전부 파면될 수 있었다. 그 중에는 태자의 작은 조정에 있던 관리도 있었으나 냉정하게 파면시켰다.태자는 어사대를 다시 가동해 신하들과 조정을 감찰해 조정에서 임명한 관리든 친왕과 군왕이든 규정을 어기면 전부 탄핵하도록 했다.이렇게 대대적인 소탕 후 탐관오리가 싹 다 조사해서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큰 소리치자 관아에서는 긴장감만이 맴돌았다. 명원제는 냉정언에게 태자의 이번 대대적인 조치가 지도자의 풍모로는 충분하지만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고 했다. 탐관오리라는 직책은 경성의 관리들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지방 관리도 해당되기 때문이었다.냉정언이 명원제의 말을 듣고 살짝 웃으며 답했다. “폐하, 탐관오리를 정리해서 척결하는 일은 지지부진해서는 안 됩니다. 지지부진한 건 엄밀한 의미로 장려하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탐관오리들은 처벌은 그다

  • 명의 왕비   제 2691화

    사실 원씨 집안에서 일찌감치 산파를 구해 며칠을 초왕부에 가서 살게 했다. 그런데 산파가 이러면 안된다 저러면 안된다 잔소리를 해대니 사식이는 귀찮아져 산파더러 일단 돌아가라고 하고 출산이 임박하면 다시 부르겠다고 했다. 태자비가 있으니 사소한 문제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바로 낳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원씨 집안에 알리자마자 산파가 달려왔고 원씨 집안 사람과 원용의도 앞다투어 도착했다. 원노부인은 필요한 것들을 챙겨서 조금 있다가 온다고 했다.산파는 태자비가 회임했다는 말을 듣고 산실에 들어오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했는데, 검사했을 때 사식이의 태아는 안정적이였고 위치도 문제 없었고, 사식이는 무공을 했던 사람이기에 아이도 문제없이 나을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원씨 집안 사람은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서일은 관아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가 열이가 와서 사식이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는 말을 전해 듣자마자 다리가 부러져라 미친듯이 달려 초왕부 문 앞에 도착해서야 퍼뜩 자기가 왜 말을 타고 오지 않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모두가 정신 없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바로 대문 앞까지 바로 달려갔으나 문 앞에서 막으며 사식이를 아예 보지도 못하게 했다. 속이 타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직 안 낳았으니 들어가 볼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마구 소리쳤다.서일이 사식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로 원 부인이 나서서 진정시켰다. “조급해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게. 조금만 있으면 곧 나올 거야. 사식이는 몸이 좋잖냐.”“장모님, 들어가서 한 번만 보면 안 될까요? 딱 한 번만이요!” 서일이 애처롭게 애원했다.원경릉도 따라서 애원했다. “저도 한 번만 보게 해 주세요. 사식이도 서일이 있어야지 안심 할 수있을 거예요.”원 부인은 태자비까지 나서서 애원하고, 자신의 사위 이마가 땀으로 흥건한 것을 보자 생각이 바뀐 듯 말했다. “좋아, 들어가봐, 하지만 너무 오래 있지는 말.... 아니 이 사람들 어디 갔어

  • 명의 왕비   제 2692화

    사식이가 안에서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못 참고 소리를 마구 지르자, 서일은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찢어질 듯해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연신 입으로 중얼거렸다. 원경릉이 자세히 들어보니 제발 도와달라고 신께 빌고 있었다.원경릉은 서일의 모습이 웃겼지만 비웃지 않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요, 엄마는 강한 법이니까. 잘 버텨낼 거예요.”그러자 서일의 눈가가 붉어졌다. “앞으로 애 다시는 안 낳게 할겁니다. 다시는 안 낳을 거예요. 태자 전하는 진짜 악당이에요. 태자비 마마께서 이렇게 많은 아이를 낳게 하시다니, 정말 너무 비참해요.”뭔가 이 말은 좀 아닌 것 같지만 서일스러웠다.서일은 바닥에 털썩 앉아 두 손으로 떨리는 두 다리를 지탱하며 계속 중얼거렸다. “앞으로 사식이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절 때리든 욕하든 가만히 맞고 있을 거고, 시키는 대로 말 잘 들어서 기쁘게 해 주겠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아무 일도 없어야 합니다! 전 아무리 힘들어도 괜찮으니까 사식이한테는 제발 아무 일도 없게 해 주세요. 사식이가 이렇게 고통스러운게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사식이는 강한 여자예요. 다쳐서 제가 상처를 치료할 때도 입도 벙긋하지 않았는데, 얼마나 아프면 지금 이런 비명을 지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렇게라도 빕니다.. 사식이는 무사해야 합니다......” 바로 그때 사식이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리자 서일이 펄쩍 뛰어오르며 바로 문을 밀고 들어가 소리쳤다. “법도가 어쩌고 난 몰라. 같이 있을 거야!”서일의 위세는 잠시를 못가고 곧 바로 원 부인과 원씨 집안 다른 여자들에게 떠밀려 비틀대다가 바깥에 고꾸라졌고 그렇게 문은 다시 닫혔다.원경릉은 서일의 불쌍한 모습을 보고 영 아닌 것 같아 물었다. “상황이 어때요? 제가 들어가도 될까요?”원용의가 안에서 답했다. “들어올 필요 없어요, 원 언니. 사람은 충분하고 곧 나을 것 같아요.”원경릉이 말했다. “그래, 난 밖에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불러.”안에

  • 명의 왕비   제 2693화

    뜨거운 물을 가져다 깨끗하게 닦은 후 산실을 말끔히 정리하고 나서야 서일이 마침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서일은 마치 안개 속을 거닐 듯 허우적대며 애는 볼 생각도 못 하고 사식이에게 재빨리 다가갔다. 서일이 사식이를 끌어안더니 사식이의 피로한 얼굴을 보자 안쓰러워 눈물을 뚝뚝 흘렸다. 목이 메어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그저 서글픈 목소리로 ‘사식아’ 라고 부르기만 했다. 사식이는 거의 탈진한 상태로 있다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자 그제야 기운이 조금 되살아난 듯 했다. 방 안 사람들도 정신이 없어 아무도 아이를 안고 와서 사식이에게 보여주지 않아 사식이는 자기가 돼지 새끼를 낳았는지 원숭이 새끼를 낳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게다가 서일이 들어와 자신을 끌어안고 우니, 사식이는 그저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원경릉도 들어와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사식아, 어때?”사식이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쉰 목소리로 웃음을 지었다. “뭘 낳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일이 제 아들이 된 것 같네요.”서일이 얼른 일어나 눈물을 닦고 사식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니, 내가 책임질 수 있어. 내가 당신 모......”서일은 그제서야 자신의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뒤를 돌아보니 원용의가 벌써 아이를 안고 와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제부, 사식이가 제부를 위해 금지옥엽을 낳아줬네!”서일은 사식이가 고생해서 낳은 아이를 가만히 쳐다 보았다. 비록 지금 서일 마음에는 사식이에 대한 안타까움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아이를 보긴 봐야 했다. 주름이 쪼글쪼글한 얼굴에 콧잔등에는 누르스름한 얼룩같은 게 있는 못생긴 딸을 말이다. 사식이가 임신했을 때 태자가 딸을 좋아해서 서일도 막연하게 딸을 나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금 소원대로 딸을 얻었고 그래서 기쁘긴 기쁘지만 솔직히 가슴 아픈 게 더 컸다. 애는 한 번 쓱 보고 다시 사식이 곁으로 가고 싶었다. 원경릉이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예뻐, 크면 사식이처럼

  • 명의 왕비   제 2964화

    서일의 이름 후보를 듣더니, 원경릉은 차라리 자신의 복덩이의 이름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일이 아빠가 되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온 초왕부에 퍼지며 초왕부 사람들이 전부 와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원 부인은 이전에 준비해 온 현금 봉투 한 무더기를 탁자위에 쏟아 놓고 누가 오든지 전부 동일하게 하나씩 나눠주었다.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십황자를 데리고 와서 현금 봉투를 받았는데 십황자가 봉투를 쥐더니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나도 원래 여동생이 생길 거였는데.”그러자 만두가 주먹을 휘두르며 무섭게 말했다. “또 어리숙한 척 했다간, 내가 가만 두나 봐!”찰떡이도 못 참고 한마디 보탰다. “딸을 낳으셨다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데, 울긴 왜 울어? 예의 없기는 정말. 나중에 탕대인한테 다 이를 거야. 찰싹 때려주라고 해야지!”탕양은 지금 십황자를 지도하는 전권을 책임지고 있는데, 십황자는 냉정언 얘기를 전혀 알아듣지 못해 탕양이 기초부터 가르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탕양은 상당히 엄격한 편이라 십황자가 황자의 신분인 것을 상관하지 않고, 교활하고 이기적으로 굴면 무조건 엄히 벌해서 십황자는 탕대인이란 세글자만 들어도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울음소리가 뚝 그치자 세 조카들이 십황자를 초왕부쪽 작은 마당으로 끌고 갔다.우문호도 이부 관아에서 서둘러 탕양과 앞다퉈 돌어왔다. 우문호는 축하 인사를 하고 홍바오를 집은 뒤 한없이 부러워했다. “서일 이 바보 같은 녀석, 바보는 바보의 복이 있다더니 정말로 천금처럼 귀한 딸을 얻었구먼.”“분명히 원하는대로 되실 거예요. 태자 오빠!” 원용의가 이제는 우문호를 무서워하지 않고 웃으며 앞으로 나와 축복해 주었다.“고마워. 만약 진짜 그렇게 되면 반드시 너한테 엄청난 선물을 주고 우리 조카에겐 금 젓가락 한 쌍을 선물하도록 하지!” 우문호가 즐겁게 말했다.서일이 딸을 얻은 것에 우문호는 부럽기도 하고 웬지 모르게 질투하는 마음도 들었다. ‘서일 이 녀석이 이렇게 엄청난 복을 받다니.. 서일이 어떻게 장인

  • 명의 왕비   제 2695화

    사식이와 서일이 소원대로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 온 경성에 날개 단 듯 퍼져서 다음날에도 여러 왕비들이 축하해주러 초왕부로 찾아왔다.사식이와 서일도 초왕부 사람으로 이번 경사는 물론 초왕부의 경사지만 왕비들은 축의금 대신 각자가 만든 배냇저고리를 가져왔다.미색은 특히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는데 사식이와 자신이 예정일이 비슷해서 사식이가 출산했다는 것은 곧 자기에게도 바로 닥칠 일이란 뜻이었기 때문이다. 미색은 사식이 방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를 보고 속으로 감탄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못생긴 여자애가 있을 수가 있어.’ 하지만 입으론 칭찬을 마구 해댔다. “너무 예쁘다. 정말 서일을 쏙 빼닮았네.”서일은 어떤 의미로 보면 잘생긴 축에 끼지만 앞니 두 개가 빠져서 결국 못생긴 여자로 모두의 인상에 박혀있었다.그래서 미색이 서일을 닮았다고 하자 다들 속으로 짚이는 게 있어 살짝 수긍했다.이 말이 사식이에게는 약간의 상처가 됐다. 사실 막 낳은 뒤에 처음 아이를 봤을 땐 예뻤으나 자세히 몇 번 들여다보니 확실히 좀 못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 부인은 식견이 있어서 달리 표현했다. “막 태어난 아이는 다 이렇게 못 생겼어. 처음에 황태손들도 막 태어났을 때 이랬잖아? 하지만 아이를 못생겼다고 하지 않는 건, 생후 한 달을 꽉 채운 뒤에 눈매와 이마, 볼에 살집이 생기면서 예뻐지기 때문이야.”그러자 다들 너도나도 나서서 요 부인의 의견에 맞장구를 치며 사식이를 위로했다.사식이도 황태손이 태어나던 때를 떠올렸는데 그렇게 못생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분명 지금처럼 잘 생기지도 않아서 한 달을 꽉 채운 뒤부터 갈수록 잘 생겨지기는 했다.사실 사식이의 아가가 진짜 못생긴 건 아니었다. 신생아라 코에 황반이 있고 얼굴이 빨간 게 마치 막 탈피한 뒤의 피부 같았으며 하얗게 백태가 낀 건도 아직 씻어내지 못했을 뿐 천천히 다 떨어져 나간다.만두와 형제들이 보고 싶다고 찾아와도, 애들은 들어오는 거 아니라고 기 상궁이 안 들여보내줘서 아가를 안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 명의 왕비   제 2696화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태자 전하께 이름 지어달라고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걸, 수준이 서일이랑 별 차이 없거든.”“근데 태자 전하께서 지금은 위태부와 학문에 정진하고 계시잖아요.” 사식이는 태자에 대해 큰 기대를 품고 있는 모양이라 잠시 후 다시 원경릉에게 물었다. “아니면, 혹시 원 언니가 지어주는 건요?”원경릉이 말했다. “이름을 짓는 건 말야, 상당히 깊은 조예가 필요해. 아이의 사주팔자를 보고 거기에 오행을 대입하더라고. 무슨 금톡수화도 같은 거 있잖아. 내 생각에는 사식이 할머니께 지어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친정에서 이름을 붙여주는 건 별로 좋지 않으니 위태부에게 가르침을 달라고 하자.” 손왕비가 말을 보탰다. “위태부 속도로는 아마 일 년이 훨씬 넘어야 하나 나올 걸요.” 원용의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서일에게 우선 아명 먼저 지어달라고 하면 되지.” 원경릉이 말을 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어제 무슨 국수가 어쩌고 교자가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들었던 게 기억났다. 그래서 결국 뭘로 정해졌을까?사식이도 웃으며 말했다. “아명을 붙이기는 했어요. 사탕이라고...”“사탕? 진짜 듣기 좋은데!” 원경릉은 확 마음에 들었다. 다들 사탕이란 이름 진짜 잘 지었다며 칭찬했다. “네가 지은 거야 아니면 서일이 지은 거야?”“서일이 지은 거예요. 어제 전 힘이 하나도 없어서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근데 서일이 무슨 국수 어쩌고 한 떼거리 불러 보더니 마지막에 뭐가 번뜩였는지 사탕이라고 지었어요.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식이가 미소를 지었다.원용의도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이 이름 우리 딸이라 비교해도 나은 거 같은데!”“서일이 이렇게 좋은 이름을 지을 줄 몰랐네. 서일이 붙인 이름은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전에 우리 떡들 이름도 서일이 지어줬지, 아마?” 요 부인이 말했다.“그러니까요, 이런 데는 쓸모가 있다니까요.” 사식이가 어깨가 으쓱했다.확실히 장점이라곤 찾을 수 없지만 유독 이 부분은 그래도

  • 명의 왕비   제 2697화

    사탕이가 태어난지 사흘째, 축하 행사는 더 성대하게 치러졌다. 원씨 집안은 전에 원용의에게 했던 대로 사식이에게도 전답과 점포를 보냈고 사탕이에게는 부동산을 하나 줘서 사탕이는 태어난지 불과 사흘만에 꼬마 복부인이 되었다. 우문호도 사탕이를 얼마나 귀하게 여기는지 그렇게 인색한 사람이 사탕이에게 금 그릇과 금 젓가락을 선물했다. 금 그릇과 금 젓가락을 주는 것은 아이의 대부를 맡겠다는 뜻이기에 금 그릇과 금 젓가락을 사식이와 서일에게 주었을 때 서일이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정식으로 우문호에게 절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 “소신, 사탕이를 대신해 대부께 큰절 올립니다!”서일 본인조차 태자를 이토록 존중한 일이 없었다.사식이도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원경릉에게 말했다. “태자 전하와 원 언니가 이렇게 사탕이를 좋아해 주실 줄 몰랐어요.”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했다. “넌 날 위해 초왕부에 와 줬고 서일과 혼인을 했잖아. 그러니까 내가 사실 반쯤은 중매를 선 거나 마찬가지야. 게다가 사탕이는 초왕부에서 태어났으니 내 딸처럼 대할 거야. 네가 우리 떡들이랑 쌍둥이를 좋아하는 것보다 더.”그러자 사식이가 감격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좋아요!”우문호는 미소를 머금고 원경릉을 봤다. 지난 일을 떠올려보니 분명 서일이 사식이와 혼인할 수 있었던 건 다 원경릉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경릉이 아니었으면 사식이가 초왕부에 왔을 리도 없고 서일과 죽이네 살리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사실 사식이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원경릉 덕에 운명이 바뀌었다. 물론 운명이 바뀐 게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모두 가장 좋은 삶을 살고 있다. 떡들과 쌍둥이가 사탕이를 보고 싶어서 안달하는 바람에 원경릉이 사탕이를 안고 응접실로 가 아이들에게 보러 오게 했다.원경릉이 아이들에게 당부했다. “앞으로 사탕이는 너희들 여동생이야.”다섯명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한지 눈을 빛냈다. 경건한 자세로 초왕부의 새로운 구성원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이 아이가 바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 3038화

    “우선 박원이랑 소홍천 의사부터 물어보자. 억지로 하게 하고 싶지 않아. 그동안 그들이 날 많이 도와줬으니 전부 원하는 대로 하자고.” 우문호가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일어서며 말했다. “오늘 저녁 애들 데리고 어머님께 가서 수라를 들려면 빨리움직여야 해. 꾸물대면 늦을거야.”그러자 우문호도 계란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래, 우리 황조모한테 가서 맘마 먹자.”우문호가 나가서 부르자 아이들이 달려와, 같이 왁자지껄하게 수라를 들러 황태후 전으로 갔다.황태후는 원래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었지만, 식사 자리에 아이들이 있어서 기다렸다가 저녁을 다 먹은 뒤 우문호와 아이들이 나가서 놀고, 원경릉이 황태후와 얘기를 나눌 때 말을 꺼냈다.“천행이가 태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부마를 풍도성으로 보낼 수가 있지.. 공주가 얼마나 괴로웠을까.”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공주는 사정을 훤히 알고 있어서, 이리 나리께서 풍도성에 가는 걸 지지하셨는걸요.”“말은 그렇게 해도, 출산 후에 여자 곁엔 남편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것도 단지 우리 가족끼리 하는 얘기일 뿐이고, 조정 일을 내가 함부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없는 노릇이지.”황태후는 이리 나리가 풍도성으로 간 진정한 목적을 전혀 몰랐으며, 단순히 어지러운 형국을 정리하러 갔다고만 알았기 때문에 순수하게 공주를 아끼는 마음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어마마마, 걱정하지 마세요. 이리 나리는 이미 돌아오는 중이래요.” 원경릉이 위로하자 황태후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거 잘됐네!”온 가족이 별빛을 받으며 천천히 소월궁을 거닐었다.계란이는 아빠 품에서 잠이 들었고, 아이들은 놀다 지쳐서 아빠 엄마를 따라 천천히 걷고 있었으며, 목여 태감이 궁인 둘을 데리고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가운데, 궁 안은 인적이 드물어 밤이 되자 상당히 고요했다.“어마마마께서 공주를 아끼셔서, 이리 나리가 하필 이때 풍도성에 보냈냐고 하셨어.” 원경릉이 말했다.“날 원망하셨어?” 우문호는 품에 있는 아이가 깰

  • 명의 왕비   제 3037화

    늑대파 사람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질질 끌고 나가는데, 소여쌍은 여전히 미친사람처럼 웃어대기만 했다.이리봉청은 그들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자, 눈앞에 안지여가 자신을 데리고 소여쌍의 침대 앞으로 가서 소여쌍의 그 악랄한 말을 듣던 순간이 떠올랐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여리여리하고 아름답던 그녀가 이렇게 변해 버린 게 꿈처럼 느껴졌다.풍도성을 접수한 뒤 안풍 친왕은 관리들을 새롭게 임명했고, 더 이상 성주 같은 것을 두지 않고 조정과 이부에 적합한 인사를 선발해 풍도성 지부로 앉힐 것을 요청했다. 풍도성은 더 이상 이전의 독립 자치 지역이 아닌, 다른 주나 현과 마찬가지로 조정에 귀속되어 통일서 있게 다스리게 되었다.더불어 안풍 친왕은 별도로 서신을 써서 황제인 우문호에게 보냈는데, 풍도성을 추천하지만, 이건어디까지나 건의와 추천이니 황제가 생각하는 마땅한 사람이 있으면 안풍 친왕의 추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동시에 안지여의 잔당들이 계속 나타났다.안풍 친왕이 이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오고, 호랑이와 눈 늑대, 회색 늑대까지 출동시킨 건 바로 모든 세력을 강화하고, 신속하게 진압해 풍도성을 조정에 복귀시키고 보름 만에 비적을 토벌하며 기본적인 숙청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박원은 잔당의 남은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안풍 친왕의 영패를 가지고 부근에 5천 명의 군사를 파견시켜 풍도성을 지켰다. 이리 나리는 자금을 지원해 천문 세가의 묘를 이장하였는데, 이전 무덤은 안지여가 고른 곳으로 폐허에 가까워, 그는 천문 세가 사람들이 그런 곳에서 안식을 취하기를 원하지 않았다.풍도성에 온지 거의 한 달가량 될 때쯤, 대군은 경성으로 돌아갈 채비를 했다.돌아가기 전에 미색이 안지여와 소여쌍을 보러 갔다가, 돼지우리에서 죽느니만 못한 삶을 사는 것을 보고 그제야 비로소 맺혀 있던 한이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미색은 이리 나리와 어머님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두 사람은 이미 안지여가 누군지 잊은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 명의 왕비   제 3036화

    이리봉청에게 있어 모든 건 지나가지 않았고, 36년 전 일은 여전히 어제 일 같이 느껴졌다.“어머니, 그를 어떻게 처분하시겠어요?” 이리 나리는 이리봉청의 마음을 넘겨짚을 수 없어 함께 걷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생각은 어떠니?” 이리봉청이 다시 되묻자 이리 나리가 원한에 사무친 눈빛으로 말했다. “제게 처분하라고 하면 전 그를 죽여 버릴 겁니다.”이리봉청은 알았다며 대답만 했다가, 다시 30분쯤 걷다가 정자에 앉아 을 때 말을 덧붙였다. “난 안 죽일 거야.”이리 나리가 약간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또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이리봉청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반대야. 그 인간을 죽이는 게 마음이 약해진 거지. 사실 며칠 동안 이전의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 인간을 백번이라도 죽이겠지만, 난 그럴 수 없더구나. 아들아, 게다가 오늘 천문 세가 대문을 들어서는 그 순간, 더욱 마음을 굳혔단다.”이리봉청이 일어나 집안을 둘러봤다. 이곳은 그녀의 가족들이 살아 원래 온통 사람 소리로 가득한 곳이였다. 그들의 웃던 광경이 눈앞에 비치는가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천문 세가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없는데 멸문지화를 당했고, 가엾게도 그 중엔 아이들이 많아서 제일 어린아이는 이제 태어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었다.이리봉청의 얼굴에 눈물이 타고 흐르며 가슴이 미어졌다. “그자와 소여쌍을 밖에 내버리고 사람을 시켜 지켜보도록 해. 죽게 두지 말고 계속 살려둬. 36년은 더 살면서 이 세상의 고생을 모두 겪어야, 내 마음에 맺힌 한이 풀리고 억울한 망자들도 안식에 들지!”이리 나리는 온몸으로 그 마음이 느껴져,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더는 볼 수 없었다. “네, 전부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안지여와 소여쌍은 버려졌다. 짧은 며칠 사이에 안지여는 의기양양하던 성주에서 시궁창 쥐로 변해, 사람들이

  • 명의 왕비   제 3035화

    안지여는 풍도성 지하감옥에 갇혔다. 빛 한 줄기 없는 지하감옥에서 사방에 끝없는 어둠과 절망만이 안지여를 삼키고 있었다.훼천의 형벌은 12 시진 후면 사라져서, 앞으로 안지여는 그저 한 명의 폐인일 뿐이었다.안지여의 결사대가 성으로 공격해 들어오기 전에, 이리봉청은 오 선생을 찾아내 안지여가 저지른 모든 죄를 고백하게 하고 안풍 친왕이 친필로 받아 적었다. 안지여가 당시 천문 세가를 해친 경위를 소상히 써 내려간 뒤, 오 선생과 안풍 친왕의 직인을 찍고 인쇄해서 대중에게 공개했다.안지여의 죄악은 하늘을 찔러 백성들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안지여의 결사대의 옛 부하들이 본래 성을 공격해 들어가 안지여를 구출할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안지여의 죄상이 공포된 뒤로 많은 사람들이 해산하였다. 유일하게 무대장군만이 수천 명을 데리고 성으로 쳐들어왔지만, 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가 이미 대비해둔 덕분에, 경성에서 굴러온 돌이 무대장군의 박힌 돌을 빼내는 전투를 벌였다.풍도성에 온 지 7일째, 안풍 친왕은 풍도성을 접수하고 성에 살던 사람을 쫓아내며 서민으로 강등시켰다.안지여와 소여쌍에 대한 처분은 이리봉청에게 넘겼다.안지여는 캄캄한 지하감옥에서 6일을 지내는 동안, 처음엔 침착한 척 가장했으나 사흘째가 되자 울부짖으며 악독한 저주의 말을 내뱉더니, 나흘째가 되자 용서해달라고 애원하며 참회했다.손발의 힘줄이 끊어진 안지여는 일어나 걸을 수도 없고 심지어 스스로 몫숨을 끊을 힘도 없었다.그 와중에 매일 누군가가 먹고 마시도록 해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어 살 수 있다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게 했다.훼천의 말에 따르면, 진정한 절망은 살아도 죽느니만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것으로, 온 마음으로 죽기를 바라지만 살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가, 안간힘을 쓴 뒤 다시 절망에 빠지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사람을 한없이 죽였다 살렸다 괴롭힌다고 했다.결국 안지여를 죽일지 말지 여부는 이리봉청에게 달렸는데, 그녀는 안지여를 단번에 죽여 천문 세가

  • 명의 왕비   제 3034화

    안지여의 이마에 파란 힘줄이 불끈불끈했으나 냉정을 가장했다. “내가 두려워할 줄 알았나 보지? 죽음도 두렵지 않은데 뭘 더 두려워하겠어?”“넌 두려울 것이야!” 이리봉청이 고개를 돌려 이리 나리를 보고 살짝 그의 팔을 잡았다. “내가 오는 길에 늑대파 사람이 그러던데, 천하에서 제일 잔혹한 형벌을 아는 사람이 늑대파에 있다고. 그게 사실인 것이냐?”이리 나리가 가볍게 답했다. “물론 사실이죠. 훼천이라고 합니다. 늑대골 출신이에요.”“안지여가 버틸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보고 싶구나.” 이리봉청이 말했다.이리 나리가 엄숙한 태도로 명을 내렸다. “훼천!”그러자 훼천이 급히 나왔다. “이리 나리, 분부하시지요!”이리 나리는 그가 짐짓 냉정한 척하고 있으나 눈빛이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몸까지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아주 만족스러워 훼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시작해!”안지여가 갑자기 큰 소리로 욕했다. “난 네 아버지거늘, 감히 나에게 손을 대다니, 천벌을 받아 마땅한 놈 같으니라고!”이리봉청이 이 말을 듣고 잠시 주저하는 눈빛으로 이리 나리를 바라봤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제 아버지는 오직 저를 키워주신 안풍 친왕뿐이십니다.”이리봉청이 살짝 안도했다. “저 인간이 단지 나만 해쳤으면 네 체면을 봐서 놔줬겠지만 천문 세가의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난 용서할 수 없구나.”“이리봉청, 너 언제 이렇게 악랄하게 변했어? 죽이려거든 그냥 죽여. 난 천문 세가 사람을 죽이긴 했어도 그들을 괴롭히진 않았어. 네가 날 죽이려거든 깨끗하게 단번에 죽여!”안지여가 크게 노해 몇 번 몸부림을 치다가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배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훼천이 가까이 다가가자, 눈에 두려움이 깊어졌는데, 늑대골 출신 훼천은 온몸에서 피비린내가 뿜어져 나와 안지여를 덜덜 떨게 했다.“이리율!” 안풍 친왕비는 시ㅈ가하기 전에 이리 나리를 불렀다. “내가 여기서 네 엄마와 같이 있을 테니 넌 먼저 나가 있거라!”이리 나리가 안풍 친왕비에게

  • 명의 왕비   제 3033화

    안지여에게 구원 병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리 나리 일행이 성을 제압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대오가 경성에서 출발하기 전에, 안풍 친왕비가 미리 사람을 풍도성으로 보내 각처, 특히 성 수비군과 군대에 잠입시켜, 음식에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독을 풀어, 오늘 중독 증상이 나타나도록 독의 분량을 조절했다.적어도 내일까지는 안지여를 도우러 올 사람은 없었다. 독성은 적어도 이틀이 지나야 깨끗해지기 때문에 이틀 동안 그들은 설사와 전신 무기력으로 성에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알아도 와서 도울 수 없었다.그리고 그들이 기력을 회복할 때쯤이면, 안지여는 벌써 죽었을 것이다.안풍 친왕과 이리 나리는 성을 통제하고, 안지여 부부를 제압해 두 사람을 줄로 묶고 지혈시켜 주었다.안지여는 요 몇 년 동안 자신이 상당히 대단하다고 여겼다. 이는 풍도성이 부유하기 때문으로, 돈으로 많은 사람을 살 수 있었으며, 여러 곳에서 추켜세워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처절하게 패배한 적이 없었던 이유는 진정한 적이 없기 때문으로, 주변의 떠돌이 비적은 작은 마을 규모로 너무 작아서 소탕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코 그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적이 너무 약해서였다.조정 사람과 비교했을 때, 그는 제대로 훈련받은 적 없는 비적었기에 일격도 감당할 깜냥이 못됐다.이리 나리는 둘을 중정에 묶어 두었다. 온 바닥에 남은 음식과 깨진 기와가 널브러져 있는 것을 본 안지여는 마음속 깊이 분노가 일었다. 자신의 생일날, 그를 다치게 한 것이 바로 그의 친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오늘 이렇게 많은 고수가 현장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런 결말을 맞다니 너무 불쾌했다. 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을 부축하고 안지여 부부 앞으로 가서, 그녀가 안지여 부부를 내려다보자, 그들은 낭패에 달가워하지 않는 기색으로, 이리봉청은 분노하는 마음과 함께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그들을 죽이면 커다란 복수는 이뤄 천문 세가 망자의 원혼은 달랠 수 있었다.하지만 저들을 이렇게 쉽게

  • 명의 왕비   제 3032화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이리 나리가 검을 휘두르며 안지여를 겨누자, 안지여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후퇴했다.공자들은 돕고 싶었으나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에게 바로 제압당했다. 안지여는 이리율 것으로 그들은 주변 사람을 제압하기만 할 뿐 옆에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이리율의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지 그를 가르친 안풍 친왕 부부를 제외하고,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었다.이리율의 검법은 신속하고 맹렬해서 안지여는 상대하느라 쩔쩔매고 구석으로 몰리고 있었다. 성안의 호위들은 늑대 무리와 늑대파, 홍매문 사람들에게 막히는 바람에 안지여는 홀로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 있었다.하지만 30분을 못 가서 안지여는 질게 틀림없었다.놀란 나머지 계속 실성해 있던 소여쌍이 갑자기 이리봉청을 향해 바싹 마른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광적인 집착과 분노에 사로잡혀 성질을 부렸다. “멈춰, 다들 멈추라고. 안 그러면 내가 이년을 죽여버릴 것이니까!”소여쌍은 무공을 할 줄 알았지만 잘하지 못한 것이 어릴 때부터 계속 중병을 앓아 무공 연습에 소홀했고 성주 부인이 된 뒤로는 더욱 병기에 가까이할 일이 없었지만, 공력만큼은 아직 약간 있었다.소여쌍은 증오의 힘으로 이리봉청의 목을 졸랐는데, 소여쌍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이리봉청의 목을 부러뜨릴 것만 같았다.안풍 친왕이 차가운 눈빛으로 나서려 하자, 안풍 친왕비가 말리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는데, 그럴 필요 없다는 뜻으로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도 참으라는 눈짓을 하자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모두가 이리봉청이 제압당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손가락으로 뭔가를 쥐고 있어 소여쌍의 어깨 위를 휘감고 팔을 눌러 소여쌍이 머리를 돌리게 했다. 이리봉청 손에 쥔 것은 바늘로, 그대로 소여쌍의 오른쪽 눈을 찌르고 들어갔다.소여쌍이 절규하며 이리봉청을 놔주고 선혈이 흐르는 눈을 움켜쥔 채 비틀거리다 바닥에 쓰러져 데굴데굴 구르며 새된 소리를 지르는데, 원망과 저주의 말을 끊임없이 쏟아

  • 명의 왕비   제 3031화

    풍도성 중정에는 안지여의 아들들과 사위가 그의 곁에 남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점점 공포에 질려가고 있었다.‘이 사람들, 아주 대단하구나!’안지여는 이리봉청을 보고 비록 조금 냉정해 보였지만, 여전히 놀라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갑자기 소여쌍이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앞뒤로 흔들며 눈물을 찔끔거리더니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이리봉청을 가리키며 원망했다. “뜻밖에 네가 안 죽었단 말이지? 게다가 아들까지 있고. 참으로 황당하구나. 정말 너무 황당해. 원래 죽어야 했을 인간은 죽지 않고, 잘 살아야 할 사람은 36년간 괴로움을 당했어. 이리봉청 네가 날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넌 이제 지옥에 떨어져야 해.”이리봉청은 소여쌍의 말을 들은 체 만 체했는데, 그녀 눈에는 지금 안지여만 들어왔다.안지여는 36년을 살아왔지만, 이리봉청에게 있어 36년은 마치 사라진 시간처럼 멸문지화의 원한이 어제 일 같았다.안지여도 이리봉청의 눈에서 분노와 악랄함을 보고, 처음으로 마음속에 두려움을 느꼈다.안지여는 억지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네 사람을 데리고 가. 지난 일을 묻지 않을 테니. 그렇지 않으면 풍도성에서 곧바로 10만 대군이 올 것으로, 살아서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아.”이리봉청의 목소리가 낮게 잠겼다. “우리는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네 성으로 쳐들어갈 수 있어. 넌 이미 졌어.”안지여가 웃었다. “졌다고? 그래?”안지여는 수하의 대장군이 믿음직해서, 그들을 당하게 놔줄 수도 있다고 여겼다. 대장군의 부대는 분명 치밀하게 준비되어 있을 것으로, 아마 지금쯤이면 궁수들이 이미 배치를 마치고 그들을 전부 쏴 죽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이리 나리가 이리봉청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머니, 저자와 말 섞으실 필요 없어요. 앉아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됩니다!”말을 마치고 의자를 올리더니 이리봉청을 부축해서 앉혔다.안지여가 이리 나리를 보는데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 명의 왕비   제 3030화

    안지여가 퍼뜩 눈을 돌려 이리 나리를 보았다.‘이리봉청이 저자를 아들이라고 불렀다는 건러니까?이리 나리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안 성주와 좀 오래된 원한을 따져야 하는데, 관련되기 싫으신 분은 자리를 피해 주시지요!”그때 한 사람이 검을 짚고 일어나 호통을 쳤다. “넌 도대체 어떤 놈이냐? 무슨 자격으로 자리를 피해라 마라야? 안 성주를 귀찮게 할 생각이면 일단 나부터 통과해 보시지!”그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장검을 뽑아 파죽지세로 이리 나리를 향해 휘둘렀다.이리 나리는 손을 살짝 움직여 손바닥으로 칼자루를 밀자, 검이 날아가며 그 사람의 귀를 베어 한 줄기 피가 공중에 뿌려지더니, 방금까지 기고만장하던 자가 비명을 지르고 귀는 바닥에 떨어졌다.검이 다시 이리 나리 수중으로 정확히 돌아왔다.이 모든 게 3초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회선검?” 검법을 아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며 외쳤다.현장은, 숨소리마저도 들리지 않았다.회선검은 검마의 검법으로, 그렇다는 건 저 사람이 검마의 계승자?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리에서 검마를 찾았다. 과연 두 손으로 검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도 차가운 안광이 느껴졌다.과연 진짜 검마구나,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검마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이리 나리를 흘끔 보더니 속으로 의아해했다. ‘이 자식, 언제 내 비장의 검법을 배운 거야?’이리 나리의 검 끝에선 아직 선혈이 떨어지는데, 여전히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말했다. “이 아수라장에 끼고 싶은 거라면, 제가 무례하다고 원망할 생각 마세요.”“무엄하도다!” 안지여가 몹시 놀랐다가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치켜뜨며 이리 나리를 노려봤다. “너는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내가 네 아버지다!”이리 나리가 코웃음을 쳤다!안지여의 몇몇 아들이 달려 나와 소리쳤다. “아버지, 저희가 지켜드리겠습니다.”안풍 친왕이 젓가락을 던지고 일어나 차갑게 명을 내렸다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