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상 일출우문호와 원경릉 가족은 위풍당당하게 만불산에 도착해 경호까지 등산했다. 만두와 아이들은 교외 나들이가 드물어서 흥분한 나머지 산꼭대기를 뱅뱅 돌며 노느라 여념이 없다.원경릉은 아이들을 데리고 경호에 가려고 마음이 급한데 날은 벌써 저물어 가고, 경호 쪽은 바람이 불어서 뛰며 노느라 땀이 흠뻑 난 아이들이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릴까 봐 하는 수없이 오늘 밤은 묵고 내일 일찍 가기로 했다.도장에서는 원경릉 일행의 신분을 알아서 도사가 최고의 예의를 갖춰 접대하고 말린 나물에 야채로 식사도 한사코 산해진미로 차려냈다.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 적막한 산중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잠자는 것뿐이라 도사가 차를 대접했으나 산을 오르느라 피곤해서 우문호도 몇 마디 건성으로 맞춰주고 돌아와 원 선생과 같이 꿈나라로 갔다.다음날 아직 날이 밝기 저에 우문호가 흥분한 표정으로 원경릉을 흔들어 깨우더니 나가서 일출을 보자고 했다. 어렵사리 등산을 했으니 모처럼 일출 보는 것도 좋은데? 의관을 정제하고 부부는 몰래 빠져나갔다.우문호가 원경릉을 산 정상으로 데리고 갔다. 사실 도장 자체가 이미 거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지만 우문호는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정상은 운무가 짙었는데 우문호는 그럴 줄 알고 미리 옷을 하나 더 입고 와서 벗어서 풀밭에 깔고 하늘이 푸르스름해지는 것을 지켜봤다.원경릉이 고개를 우문호 어깨에 기대자 우문호는 원경릉의 허리를 감싸고 차가운 얼굴에 키스하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원 선생, 우리 여기서 일출 본 적이 없는 거 같아.”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 같이 못 해 본 일이 산처럼 많을걸.”“당신 돌아가면 목록 만들어줘. 우리 하나씩 해치우자.” 우문호의 짙은 눈썹 아래 사랑의 눈짓을 하며 말했다.원경릉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래!”하늘에 옅은 오렌지빛이 번져가고 아직 태양이 보이지 않는데 우문호는 벌써 흥분해서 아이처럼 소리쳤다. “빨리 좀 봐!”오렌지빛이 점점
소용돌이뒤이어 쌍둥이도 되똥되똥 걸어오는 게 보여 안으려고 두 손을 벌렸다.원경릉이 이걸 보고 웃으며 말했다. “자기 말이 맞네, 눈 늑대랑 호랑이로도 바빠 죽겠어. 봉황은 무슨 봉황?”방으로 돌아가 아침을 먹고 일행은 씩씩하게 경호로 갔다.날이 덥고 오래 비가 오지 않아 대부분 호수가 말랐는데, 경호 물은 예전 모습 그대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신비감을 자아냈다.소용돌이도 여전히 있었다. 하나 하나가 마치 아래에 보이지 않는 물결이 있는 듯 원경릉이 뚫어지게 보니 눈이 뱅뱅 돌아서 오래 응시할 수가 없고 고개를 돌려 우리 떡들에게 말했다.“너희들 좀 봐줘, 이 소용돌이 안에 뭐가 있니?”홍엽이 얼른 다가와 기대하는 눈빛으로 우리 떡들을 봤다.우리 떡들이 기슭에 쪼그리고 앉아 가장 가까운 소용돌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한참 보고 만두가 외쳤다. “엄마, 이 소용돌이 안에 길이 있어요.”“길?” 원경릉이 약간 의문스러워서 말했다.“길이야? 사람은 없고?”“없어요. 사람이 있는지 안 보여요.” 만두가 말했다.원경릉이 경단이와 찰떡이를 보자 둘 다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사람은 없어요,. 그냥 길이에요.”“어떤 길이니?” 우문호가 열심히 봐도 소용돌이는 소용돌이일 뿐 어디 길이 있다는 거지?“큰 길이에요.” 만두가 손으로 흉내 내며 말했다.“이렇게 커요.” “이게 큰 거야?” 만두가 두 손을 펼친 걸 보고 우문호가 이게 큰 길이라고?“어쨌든 엄청 큰길이에요. 제가 손을 편 거보다 훨씬 크단 말이에요.” 만두가 길을 봐도 딱히 예쁜 게 없어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슭에 엎드려 다른 소용돌이를 한참을 주목하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세상에, 여기 기린이 엄청 많아요.”“기린? 무슨 기린?” 우문호도 같이 봤지만 소용돌이는 기슭에 붙어있어 썩은 잎이 말려 올라가 있고 여전히 시커먼 덩어리일 뿐이다.“외할머니 집에 있을 때 우리 데리고 갔던 그, 게임하는데 옆에 동물원이요.” 만두가 또 뚫어지게 보고 작은 얼
집으로 가는 길이날 경호에서 거의 해질 무렵까지 있다가 돌아갔는데 밥도 도중에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했다. 목적은 우리 떡들이 소용돌이 속 환상이 변하는 장면을 확실히 보게 하려는 것이었다.원경릉은 대략 어떻게 된 일인지 이해했다. 이 소용돌이는 시간 터널이지만 계속 바뀌어서 원경릉이 있는 세계화 정확하게 동기화하려면 규칙을 분명하게 탐색해야만 했다.그래서 우리 떡들이 보면서 얘기하면 원경릉이 바로 받아 적었다. 이런 어지러운 데이터 속에서라도 일정한 규칙을 찾아내고 싶었다.원경릉이 진지하게 집중한 것을 보고 우문호는 감히 방해 못 하고, 홍엽도 다른 세상에 대한 간절한 염원 때문에 원경릉이 규칙을 밝혀내기를 바랬다. 홍엽은 날고 기는 인재지만 이쪽 분야는 몰라서 아무것도 도울 수 있는 게 없었다.우리 떡들은 처음엔 귀찮아하며 몇 개 보고 그만 보려 했는데, 많이 보면 볼수록 환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에 빠져들었다. 소용돌이 속에서 볼 수 있는 건 아이들이 본 적도 없고 접촉해 본 적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찰떡이는 전에 없던 주의력과 관심을 가지고 피곤함도 잊고 소용돌이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봤다.일련의 규칙을 더듬어 내는데 하루만 보는 걸로는 부족해서 그들은 경호에서 열흘이고 아니면 그보다 더 길게 묵었다.우문호는 눈에 띄게 심심했다. 우문호는 사실 관광하고 즐기러 온 건데 결과적으로 모자 넷이 매일 기슭에 엎드려 소용돌이를 관찰하는 것이다. 하루면 그나마 괜찮은데 연속으로 사나흘을 그러니 우문호는 눈이 다 짓무를 지경이다.한쪽에서 열심히 딴생각에 빠져 있는 원경릉에게 우문호가 말을 걸었다. “쌍둥이를 데리고 뒷산에 다녀올까?”“응, 가봐!” 원경릉이 노트에 적으며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우문호는 서러운지 코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너무 무리하지 말고, 눈 피로하지 않게 해. 다들 이렇게 뚫어지게 보면 순간 뭐가 뭔지 구분 안 되니까 좀 쉬면서……”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고개를 들어 우문호를 보는데 눈알
기쁜 원경릉“맞아, 이 소용돌이는 시진과 방위에 따라 변하는 거지, 그래서 우리는 이 교점을 골라야 하는 거야.” 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신나서 걸어갔다.우문호가 뒤를 돌아 홍엽을 보고 이번엔 정말 1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도대체 무슨 소리야?”홍엽도 더는 아는 척할 수 없어서 말했다. “모르겠어요!”우문호는 홍엽에게 기대해 봤자 소용없다는 걸 깨닫고 마당으로 가서 되똥되똥 걸어오는 쌍둥이를 안고 말했다. “가자, 형아들 마중 가야지, 형아들 아직 경호에 있어.”경호에 도착하자 못난이가 아이들과 같이 여기 있고 만두와 경단이는 돌아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찰떡이는 완전 빠져들어서 기슭에 엎드려 소용돌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우문호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다.우문호가 쌍둥이를 내려놓고 다가가서 찰떡이 등을 들어 올리자 그제야 깨어난 듯 한참 놀라더니 말했다. “아빠, 저 뛰어들어가서 좀 볼게요.”“안돼!” 우문호가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서 찰떡이를 잡아채더니 데리고 갔다. 있다가 원 선생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해야지 안 그러면 찰떡이 정말 뛰어내리겠다.“저 어떻게 돌아오는지 알아요.” 찰떡이가 툴툴거렸다.“그래도 안돼!” 우문호가 혼을 냈다.찰떡이는 아빠가 화난 걸 보고 더는 아무 말도 못하고 미련이 철철 흐르지만 아빠를 따라갔다.도장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하자 원경릉이 그러자고 했다. “그럼 우리 내일 돌아가자, 대충 어떻게 되는지 알았으니까.”“응, 그럼 됐네!”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뽀뽀하고 말했다.“우리 사람들한테 짐 꾸리라고 하고 내일 일찍 가자.”원경릉이 일어나 우문호를 안더니 말했다. “자기야, 지금도 나랑 같이 돌아가고 싶어?”“당신이 가고 싶으면 난 꼭 당신과 같이 갈 거야. 하지만 돌아간 다음에 반드시 다시 돌아와야 해.” 우문호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만약 못 돌아오면 우리 거기서 살지 뭐.”우문호가 화들짝 놀라서 말했다.
호비의 둘째 임신짐을 꾸려 경성으로 돌아왔다.경성은 점점 정상을 되찾았고 제왕은 정식으로 경조부 부윤 직을 맡았으며, 여섯째 회왕도 안일하게 지낼 수만은 없는지 전에 일곱째가 담당했던 경조부 보좌관에 임명됐다.조정은 독고가 난을 일으키기 전에 이미 한차례 피바람이 불었던지라 이상적인 새 사람을 발탁했다. 우문호는 이 신인 발탁을 통해 북당은 생명력이 왕성해질 거라고 확신했다.그리고 우문호가 경조부를 떠난 뒤 동궁 작은 조정도 정식으로 설립되어 우문호가 여전히 병부 상서를 역임하며 병권을 장악했다.변경에서 상소가 올라왔는데 북막이 꿈틀꿈틀 움직이려 하고 있으나 북당은 이미 준비에 만전을 기해서 만약 북막이 감히 국경을 쳐들어오면 정면으로 강력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며칠 전 우문호는 대주에 서신을 보내 대주의 진정정 장군이 직접 전차와 무기를 변경으로 호송해 위왕에게 인수인계해달라고 했다.이와 동시에 호 대장군이 남강으로 가서 순왕과 남강왕을 도와 내란을 평정하게 해 남강 통일이 실현되는 순간이 그리 멀지 않았다.안왕은 상처가 나은 뒤 경성을 떠나겠다는 성지를 청했다. 경성을 떠나기 전에 안왕비는 안왕부에서 연회를 열어 모두를 집으로 초대해 석별의 정을 나눴다. 그래도 다행히 평화로운 마음으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정화 군주는 경성을 떠나지 않았으나 최씨 집안에 머무르지 않고 밖에 방을 구해 시녀 둘과 혼자 살았다.그리고 궁중에서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호비가 회임을 했다는 것이다.명원제는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전에는 열째가 제일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호비가 자신을 위해 하나 더 가질 줄이야.명원제는 호비의 이번 임신에 상당히 긴장해 며느리 원경릉에게 시간을 내 입궁해 호비를 보도록 했다.원경릉은 당연히 부르면 반드시 왔는데 분명 큰 경사일 게 틀림없다.호비의 태아는 상당히 안정적이라 어쩌면 또 아들이 아닐까 했다. 호비는 울적해하며 원경릉에게 딸은 엄마랑 마음도 잘 맞는다던데 딸을 낳고 싶다고 했다. 제왕비와 안
황귀비의 충격적인 소식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문진한 뒤 심박을 듣고 물었다. “배 아프세요?”“약간, 설사를 이렇게 많이 했는데 어떻게 안 아파?” 황귀비가 따질 힘도 없는지 말했다. “어지러워 죽겠네.”“만약 아직 설사가 나면 금식하셔야 해요.” 원경릉이 명을 내리고 처방전을 쓰며 물었다. “월경은 언제 있었나요?”“요 1년 동안 두세 달 만에 한 번씩 금방 끝났어. 최근 한번 한 게 두 달 전일 거야.” 황귀비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원경릉이 갑자기 뭔가 생각이 났는지 황귀비에게 말했다.“임신일 리는 없으세요?”황귀비는 이 말을 듣고 ‘풉’하고 웃으며 원경릉에게 말했다. “놀리지 마, 아주 날 홀랑 가지고 놀고 말이야.”원경릉은 침착하게 임신 테스트기를 꺼냈다. 최근 이게 아주 대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 북당이 좋은 일이 연달아 있는 김에 미색도 얼른 쓸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황귀비는 별로 검사해보고 싶지 않았지만 원경릉이 겸사를 하지 않으면 약을 쓰기 어렵다고 고집을 부렸다.황귀비는 거스를 수 없어 구시렁거렸다. “그건 불가능해, 내가 올해로 사십이 넘었고 만약 정말 그런 복이 있으면 지금은 손주도 있는 데다 일 년에 폐하 시중을 한두 번밖에 못 들겠어? 지난번 시중도 두세 달 전이었어.”이렇게 말하면서도 풍집사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갔다.원경릉은 사실 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다. 전에 우문호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 지금 아바마마께서 호비를 총애하고 궁중의 다른 비빈들은 나이가 많아서 아들과 손자가 있으니 마음이 아예 그쪽으로는 없는지 가끔 폐하께서 가셔도 그렇게 기쁘게 맞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황귀비는 슬하에 자식이 없어 우문호가 양자가 된 뒤로, 우리 떡들과 쌍둥이가 자주 궁에 드나들고 황귀비 본인도 방대한 후궁을 관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폐하의 시중을 들 정력은 남아있지 않았다. 거기다 폐경 전후라 황귀비가 방금 말한 대로 1년에 한두 번 하는 건 부부 사이 의무방어전 정도 의미다.잠시 후 풍 집사가 임신
황귀비의 임신, 미색의 불임황귀비가 중얼거렸다. “늘그막에 자식을 보는 건가?”원경릉은 황귀비가 이렇게 자조하는 모습을 보고 말했다.“어마마마, 기쁘십니까?”“기뻐 죽을 것 같아!” 황귀비가 천천히 자리에 앉아 몸을 약간 떨었다. 고여서 썩은 물 같던 나날이 갑자기 벅찬 환희가 되어 황귀비는 감히 믿기지가 않았다. 지금 이 모든 게 꿈인 것만 같아서 원경릉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실수는 아니겠지?”“그럼 어의를 불러 다시 한번 진맥을 하세요!” 원경릉이 말했다.황귀비는 이렇게 큰일을 경솔하게 처리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여러 차례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단 본인부터 믿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풍집사가 급하게 알리러 간 게 원망스러운 것이 나중에 혹시라도 회임이 아니라고 하면 꼴이 우습기 때문이다.원판이 어의 몇 명을 데리고 왔다. 돌아가며 다가와 진맥하는 동안 명원제도 왔는데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고 놀라움에 차서 황귀비를 바라봤다.마지막으로 원판이 황귀비 마마는 분명 회임하셨다고 선포하고 이미 두 달이 되어 심지어 호비마마보다 약간 앞선다고 했다.명원제는 좋아 죽을 것 같다. 남자는 말이지, 아빠가 되는 거라면 몇 번이라도 좋다. 낳으면 키울 수 있으니까.황귀비가 기쁨에 벅차 눈물을 흘리자 원판이 정상이라며 임부는 울었다 웃었다 하는 게 당연하다며 따지고 들면 안 된다고 했다.황귀비는 기쁨에 겨워 울고 걱정이 돼서 눈물이 났다. 최근 며칠 동안 계속 설사를 했기 때문에 아이를 잃을까 걱정이 됐다.다행히 원경릉이 당분간은 괜찮으니 음식을 담백하게 드시면 곧 좋아질 거라고 했다.황귀비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아직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 계속 되뇌었다. “노부인께 정말 감사드리네. 노부인이 나에게 처방해 준 약을 두세 달 먹고 이렇게 회임할 줄 몰랐어. 노부인은 자식을 점지해주는 삼신할미시다.”황귀비가 이 말을 한 지 사흘도 되지 않아 온 경성에 소문이 쫙 퍼져서 일순간에 할머니의 명성이 경성에
못난이가 준 탕미색의 뒷모습을 보니 원경릉도 기분이 착잡했다. 미색과 여섯째는 맥으로 볼 때 아무런 문제가 없고 할머니도 그들 맥을 짚었으나 맥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물론 여섯째 쪽 올챙이가 힘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만약 그런 문제라면 정화 군주의 방법이 어느 정도 유용할 것이다.원경릉이 집으로 돌아와 계속 경호의 수수께끼를 파고들고 있었다. 홍엽은 요즘 일이 있든지 없든지 초왕부를 찾아와 어슬렁거렸다. 주요 이유는 진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원경릉이 홍엽에게 설명하기를 보기엔 쉽지만 계산하는 건 상당히 복잡해서 1~2년 안에 답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에 홍엽은 상당히 실망한 눈치다.하지만 홍엽은 여전히 매일 와서 매번 우문호와 원경릉에게 탕을 선물했다. 못난이가 새로 배운 요리라는데 맛있다.하지만 우문호는 마시지 않고 매번 전부 버렸다. 왜냐면 이 탕은 국물 말고 아무것도 없어서 뭘 끓인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며칠 온 뒤 홍엽이 탕을 마시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물었다. 서일 이 녀석은 솔직하고 입바른 소리를 잘해서 말했다. “안 먹었어요. 전부 버렸습니다.”“버렸다고?” 홍엽이 화를 내며 말했다. “못난이의 정성인데 당신들 어떻게 버릴 수가 있지?”우문호가 서일을 째려보고 홍엽에게 변명했다. “뭘 끓인 건지 모르는데 누가 감히 먹을 수 있어? 그리고 못난이는…… 늘 원 선생에게 엄청 적의를 품고 있는데 몰래 뭔가 수작을 부렸을 수도 있잖아?”“어떻게 그런 식으로 사람을 의심할 수 있습니까? 만약 독이 걱정됐으면 저한테 말하면 될 것을 그럼 제가 먹는 걸 보여 드렸을 텐데. 못난이가 생긴 건 그렇지만 마음은 선량하단 말입니다.” 홍엽이 화를 냈다.“그래, 못난이 마음이 선량하다고 쳐. 그런데 왜 우리에게 탕을 주는 건데? 음식솜씨를 연습하는 거면 자네가 먹으면 되잖아.” 우문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걸 아예 이참에 까놓고 말했다.홍엽이 입을 다물고 한참 있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쨌든 당신들에게 필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