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2229화

작가: 유애
안왕 만세

순왕이 경성을 떠나고 우문호는 탕양에게 벌을 내려 곤장 30대를 치고 초왕부에서 쫓아냈다.

탕양은 초왕부 문 앞에서 우문호에게 오랜 시간 곁에서 도왔던 정을 잊으신 거냐며 어떻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는지 통렬하게 비난했다.

우문호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아주 쫓아내자 결국 탕양은 한을 품고 떠나갔다.

독감이 경성에 대 유행하면서 약재가 품귀 현상이라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원망이 높아져 갔다. 게다가 권위 있는 사람이 나서서 태자가 현명함을 잊고 무지해지는 바람에 병자들이 치료할 약이 없는 거라고 했다.

우문호는 줄곧 백성들 마음속에 명망이 높은 존재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짓밟히게 되니 원성이 들불처럼 번져 삽시간에 온 경성 및 주변 주와 현이 불길에 휩싸였다.

통제하기 힘든 상황으로 백성들의 원성이 거리에 차고 넘칠 때, 대량의 약초가 무료로 병을 앓고 있는 백성에게 보내질 줄 누가 알았을까.

그리고 약초를 보낸 사람은 안왕부의 깃발을 달고 있었다.

태자와 안왕 사이에 승패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안왕이 전에 경성에서 내쫓긴 일도 언급하며 그때 누군가에게 모함을 당한 것이고 심지어 안왕을 모함한 사람은 태자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태자가 차기 황위를 계승할 자로 책봉된 것은 아들을 몇 명 낳았기 때문인데 자식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는 건 다른 재주도 없고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 된다.

백성들은 보통 학식이 짧고 지혜가 부족해서 이런 소문을 의심도 하지 않고 덜컥 믿어버린다.

태자의 명성은 책봉된 이래 가장 바닥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으로 우문호는 추호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조정에서의 지위도 이미 확고했다.

누군가 물의를 진압하기 위해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자들을 잡아들여야 한다고 건의하면 우문호는 오히려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약이 있으면 됐으니 하고 싶은 대로 떠들라 하세요.”

그래서 관리 부인들이 원경릉을 부추겨 태자를 좀 설득해 보라고 하면 백성은 물이라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는 거라고 했다.

원경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2230화

    안 왕비의 애원안 왕비는 자신이 출산 후 아직 몸이 약한 걸 살필 겨를도 없이 산후조리를 마친 뒤 마차를 타고 원경릉을 보러 초왕부로 달려왔다.원경릉은 안 왕비가 직접 온 것을 보고 놀란데다 옷이 너무 얇아 보여 얼른 안 왕비를 접객실로 들게 하고 망토를 가져다 드리게 했다.“무슨 일이에요, 저더러 오라고 사람을 시켜 알리면 될 것을 직접 오실 필요가 어딨어요?” 원경릉이 다시 기상궁에게 생강차를 끓여와서 한기를 몰아내도록 했다. 여름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비가 올 때가 많아서 아직 비교적 쌀쌀하다.안 왕비는 이런 걸 돌볼 여유도 없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태자비와 단독으로 할 말이 있는데 괜찮아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고 안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을 나가라고 한 뒤, 문을 닫았다. 안 왕비의 창백하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을 보니 짐작 가는 게 있는데 짐짓 일부러 말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직접 오시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어요?”안 왕비가 간절하게 말했다. “요즘 밖에 태자 전하에 대해 나도는 험한 말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정말 왕야와 무관해요. 왕야는 약을 보낸 사람도 모르고 약을 살 만큼 그렇게 많은 은자도 없어요. 태자비가 태자 전하께 한 마디 해줘요. 형제 사이에 의심이 싹트면 안 된다고, 제 생각에 이 일은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형제의 감정을 도발하는 게 틀림없어요.”원경릉도 안 왕비가 이 일 때문에 왔다는 걸 알고 다독거리며 말했다. “남자들 사이의 일이니 신경 쓰지 마세요, 틀림없이 다섯째에게 생각이 있을 거예요.”“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안 왕비는 원경릉이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마음이 급해져서 말했다. “왕야가 요즘 집에 있을 때 계속 한숨을 쉬어요. 우리가 이용당했다고.”“왕야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원경릉이 안 왕비에게 물었다.안 왕비가 눈길을 피했다. 물론 왕야는 이 말을 한 적이 없고 안 왕비 본인의 추측이지만 정말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말했다. “그게…

  • 명의 왕비   제 2231화

    호국사로 간 안왕안왕비가 집으로 돌아간 뒤 한참을 끙끙대다가 원경릉의 말을 안왕에게 전했다.안왕이 듣고 오랫동안 가만히 있더니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 딱 자업자득이네.”안 왕비가 말했다. “호국사는 어떻게 된 거예요? 호국사에 복을 빌러 간 게 아니었어요?”안왕이 안 왕비의 손을 잡고 살짝 안 왕비의 허리를 끌어안아 안 왕비의 머리를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하더니 말했다. “확실히 오직 평안하게 순산하기를 빌었지만 불문은 청정한 곳이라 나처럼 죄업이 가득한 자는 들어갈 수가 없지.”안 왕비는 이렇게 차분한 어투로 말 하는 게 오히려 가슴이 술렁거렸다.부부가 한참을 안고 있다가 안왕이 일어서며 말했다. “나갔다 와야겠어, 금방 돌아올게.”안 왕비가 안왕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어디 가요?”안왕이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전에는 한번도 행선지를 묻지 않더니 얼마나 심하게 놀랐는지 알겠다.“갔다가 금방 돌아와.” 작게 말을 마치고 나갔다.방문을 나가자마자 말을 준비시켜 호국사로 달려갔다.호국사는 주지가 간 뒤 지난날의 풍경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욱 향불이 타오르고 북적거리는 것은 호국사가 대외적으로 개방되었기 때문으로 경성의 수많은 신자들이 와서 부처님께 절을 한다.단지 지금의 호국사는 심하게 상업화되어 백성들이 자기 초를 가져오는 게 허락되지 않고 반드시 호국사에서 초를 사야 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높아서 같은 초가 밖에서는 10푼이면 여기서는 100푼이 넘는다. 그리고 절이기 때문에 부적 등도 파는데 가격이 심하게 비싸다.자기가 입고 먹는데 돈 쓰는 건 아깝지만 신자들이 불공을 드리는 데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백 푼이면 어떻고 천 푼이면 어때? 그게 바로 경건이고 정성이 아닌가.’이렇게 호국사는 순식간에 큰돈을 벌어들였다. 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말이 허투루 하는 소리가 아니다.지금 호국사 주지는 전임 주지의 직계 제자로 혜통 사부(慧通師父)라고 하는데 1대 주지가 떠난

  • 명의 왕비   제 2232화

    혜통과의 담판사미승이 먼저 들어가서 통보하고 다시 나와 안왕을 데리고 들어갔다.안왕이 문 앞에 서서 약간 머뭇거리다가 발걸음을 들이자마자 사미승이 밖에서 문을 닫았다.이 선방은 1대 주지가 있을 때 좌선하던 곳으로 벽에 깔끔하게 쓰인 ‘선(禪)’자가 걸려 있고 혜통 사부는 보료에 앉아 양반다리를 하고 손에 염주를 들고 대자대비한 눈으로 안왕을 봤다.“왕야께서 따님을 얻으신 것을 아직 축하하지 못했던 가요.”안왕이 눈빛이 굳어지며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고맙네”혜통 사부가 일어서더니 안왕을 옆 의자로 청하며 말했다.“왕야, 앉으시지요!”안왕이 뒷짐을 지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필요 없어. 몇 마디만 하고 가면 되니까.”혜통 사부 본인이 앉더니 염주를 차탁에 놓고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술에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왕야 말씀하시지요.”안왕은 혜통에게서 눈에서 한 줄기 경박함과 악한 기운을 느끼고 말했다. “내가 전에 당신의 일에 지나치게 끼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텐데. 난 그저 안심하고 아내와 딸과 함께 살고 싶을 뿐이야.”혜통 사부가 웃으며 깊은 뜻이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처음 소승이 왕야를 알게 되었을 때를 생각하니 왕야는 지향하는 바가 높고 황새와 같은 원대한 포부가 있으셨는데, 어째서 지금은 기꺼이 뱁새가 되어 작은 둥지나 지으려 하시는 겁니까? 실망을 금할 길이 없군요.”“사람마다 각자의 뜻이 있는 법.” 안왕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혜통 사부는 찻잔을 내려놓고 말 속에 뼈가 있게 말했다. “왕야 지금 포기하시면 아깝지 않으십니까? 이미 백성의 바람과 민심을 얻고, 백성의 추대를 받고 있는데 태자와는 사이가 틀어졌고 왕야께서 원하든 원하지 않던 태자는 왕야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왕야와 태자는 원래도 형제간의 정이 없었는데 지난날의 원한을 그가 표면적으론 다 잊은 척해도 속으로 어떻게 생각할지 누가 압니까? 당장은 왕야를 놔줄 수 있다고 해도 앞으로 황제가 됐을 때 지난 원

  • 명의 왕비   제 2233화

    망할 적씨 집안적씨 집은 지금 지난날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고 적위명이 비록 엄벌에 처해지지 않았으나 삭탈관직 당해 경성 밖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큰 병에 걸려 겨우 은총을 입고 돌아왔으나 이미 쓸모없는 존재로 별장으로 옮겨 요양 중이다. 적씨 집안은 흩어진 모래알처럼 방마다 서로 원망하고 적대시하느라 분가만 하지 않았다 뿐이지 낯선 사람들처럼 살고 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하루 살기도 힘들었는데 다행히 방국공(方國公) 쪽에서 생활비를 원조해 주어 일순간에 폭삭 몰락할 정도에 이르지는 않았다.하지만 방국도이 외손자에게 실망이 컸는데 일단 사위 즉위명에 대한 실망 때문에 그렇게 된 것으로 외손자의 야심이 너무 커서 적씨 집안을 몰락시킬 것이라고 생각했다.따라서 한동안 생활비를 원조하다가 지금은 넌더리가 났다. 적씨 집안사람들이 전혀 진보할 생각이 없고 사람을 보내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아무도 듣지 않으니 방국공은 그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일부러 2~3달간 정말 원조를 끊었다.전에는 적 귀비가 적씨 집안을 도와 미관말직이라도 얻어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지만 적 귀비는 철저하게 그들을 상관하지 않게 된 뒤로 그들은 적 귀비에게 원한을 품고 안왕에게 마저도 원망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일은 안 하고 권세에 빌붙기나 하는 적씨 집안에 그래도 유일하게 쓸 만한 인물이 적중양이었는데, 그가 죽은 뒤에 시체조차 거두려는 사람 하나 없어 결국 방국공이 사람을 시켜 뒤처리를 부탁했다.안왕이 도착했을 때는 집에 상을 당했다는 표시가 전혀 없고 적중양의 시체는 여전히 경조부에 있어 경조부 말이 시체를 가져가도 좋다고 했으나 적씨 집안에서 적중양이 태자 전하를 암살하려 든 일은 자신들과 상관없고 적씨 집안과 무관하다며 아예 선을 그었다.안왕이 적씨 집안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불같이 화를 냈다. 적씨 집안사람은 안왕을 원망했으나 감히 말도 못 하고 적중양의 일을 묻자 서로 미루며 모른다고 했다. 몇 차례

  • 명의 왕비   제 2234화

    안왕이 명원제를 찾은 이유만약 그의 초심이 변하지 않고 여전히 태자 자리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면 지금이 최고의 기회다. 하지만 그는 지금 지난날과 달리 수중에 쓸 사람이 없고, 믿을 만한 뒷배도 없다. 독고는 자신을 다 이용한 뒤에도 계속 내버려 둘까? 안왕의 최후는 결국 우문호보다 백배는 더 비참할 것이다.그럼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안왕은 이전에 자신이 이런 처지에 놓일 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강북부로 유배되었을 때도 적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강북부……강북부, 어쩌면 강북부가 안왕의 퇴로일지도.갑자기 격분이 몰아치며 말을 달려 궁으로 갔다.경성에 온 이래 입궁해서 황제를 알현할 기회가 없었고 아바마마도 자신을 부르지 않아서 서로 만나길 구하지 않아 부자가 아주 서먹서먹했다.우문호는 오늘 마침 궁에서 병수발을 들다가 호위가 와서 안왕이 궁문에서 폐하를 뵙기를 청한다는 보고를 들었다. 호위는 특별히 안왕 전하 입궁을 윤허할지 여부를 물으러 온 것이다.명원제가 아무 말이 없는데 우문호가 말했다. “폐하께서 안왕 전하의 입궁을 윤허하셨다고 전해라.”“예!” 호위가 명을 받들고 나갔다.호위가 가자 명원제가 앉아서 평소처럼 말했다. “짐은 아직 그를 만날 필요 없어.”“그럼 밖에서 꿇어앉아 있으라고 하죠.” 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 김에 약 그릇을 들고 말했다. “말씀이 길어져서 약이 식었습니다. 아바마마 약 드세요.”“안 마셔, 쏟아 버려.” 명원제가 눈길도 주지 않았다.우문호가 바로 타구에 쏟아버리더니 사람을 시켜 비워오게 했다.명원제의 병은 벌써 다 나았고 원래는 다시 조정에서 정무를 돌보려 했으나 몸조리를 하며 느긋하게 지내보니 지금 정국이 혼란스럽다고는 하나 우문호가 이미 천천히 장악해 나가는 게 보이니 명원제는 다시 좀 ‘아프기로’ 하고 막후 참모가 되었다.“넷째가 뭐 하러 왔을까?” 명원제는 창가의 나한상에 양반다리로 앉아서 바둑판을 가져오라고 하고 우문호에게 말을 건넸다. “짐과 바둑

  • 명의 왕비   제 2235화

    불효자바둑을 반쯤 두자 목여 태감이 들어와 말했다. “폐하, 안왕 전하가 도착했습니다. 들라 할까요?”명원제가 거의 져가는 판을 밀어버리며 우문호를 가리켰다. “넌, 매사에 도무지 아비한테 양보라는 게 없어.”우문호가 웃으며 일어나 명원제를 부축했다. 사람이 아팠으니 결국 병색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바둑이 질 것 같으면 다시 하면 되지 굳이 물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아바마마께서 소자에게 양보하셨는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소자가 지면 돌아가서 바둑 기술을 갈고 닦을 수 있으니까요.”명원제는 우문호를 흘끔 보고 말했다. “매사에 너무 진지한 게 좋은 일 같지는 않더라.”명원제가 침대에 누워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 “들라 해.”“소자는 나갈까요?”“그럴 필요 없어, 여기서 넷째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 우문호가 침대 곁에 서서 손에 빈 약그릇을 들고 있으니 방금까지 탕약 시중을 들었던 것처럼 보였다.안왕이 입궁해서 명원제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않은 게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보고 싶으면 분명 한바탕 괴롭히실 게 분명하니 밖에서 한 두 시진은 꿇어앉아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빨리 알현하게 될 줄 몰랐다.그러나 안왕의 마음이 편치 않은 게 아바마마께서 자신을 꿇어앉히면 아직 화가 났다는 말로 화가 난다는 건 애정이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화조차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안에서 우문호가 아바마마 곁에 있는 것을 보고 말할 수 없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부자간의 화목한 모습이 원래 이런 한 폭의 그림이었지.’안왕은 줄곧 아버지의 사랑을 원했다. 아니 아버지의 사랑이란 말은 맞지 않다. 그가 원한 건 황제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아버지가 되고 보니 비로소 아바마마가 병환이실 때 침대 옆에서 병구완을 하는 것도 아들의 복이란 걸 깨달았다.안왕은 마음을 가다듬고 꿇어앉아 말했다. “불효자 아바마마를 뵙습니다. 아바마마 옥체 평안하시며 수복강녕 하시기를 기원합니다!”명원제가 안왕을 보자

  • 명의 왕비   제 2236화

    못된 태자우문호가 쫓아가 안왕을 잡았다.안왕은 여전히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 “뭐야?”“진짜 갈 거야?” 안왕이 비웃으며 말했다. “내가 가면 기쁘지 않아? 다시는 나와 널 비교하는 사람이 없고 더는 약을 내려 주셔서 감사하다며 칭송받는 사람이 없어지니까. 최근 나도는 유언비어도 그치고 네 명성은 다시 회복돼서 사람들이 어질고 능력 있는 태자라고 칭찬하겠지.”우문호가 담담하게 말했다.“거참 좋네, 단지 이번 길에는 주의해야 해. 이번에 강북부에 가는 길은 멀고 형은 식구들을 이끌고 가니 길에서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지 않으려면.”안왕의 얼굴이 돌연 바뀌며 우문호의 멱살을 잡고 말했다. “우문호 너 뭐랬어? 나한테 덤비는 거야?”우문호는 안왕의 손을 떨치고 옷자락을 다시 고치고는 차가운 눈초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형이 오해한 거야, 동생은 그저 부탁한 거지, 다른 뜻은 없어.”안왕의 표정이 돌연 사나워지고 노기를 띠고 경고하는데 말했다. “우문호, 내가 가는 길에 무슨 짓 안 꾸미는 게 좋아, 만약 아내와 딸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너랑 동귀어진할 테니까.”우문호가 하하 웃더니 웃음을 그치고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그래? 그럼 난 기다리지.”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성큼성큼 멀어져갔다.안왕은 열 받아서 이마에 힘줄이 불끈거리고 이를 갈며 말했다. “우문호 너 내 역린 안 건드리는 게 좋을 걸, 지금 정세에서 내가 비록 전황을 역전시킬 수는 없지만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기다리고 있지!” 우문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아주 기세가 등등하다.안왕이 주먹을 쥐고 순간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얼굴의 근육이 팽팽하게 땅겨지며 당장 가서 우문호를 죽여버리지 못하는 게 철천지한이다.우문호가 집으로 돌아갔더니 서일이 화를 내는 게 들렸다. “탕양이 이런 인간인 줄 몰랐어, 원래 탕양이 이렇게 쫓겨나는 게 불쌍했는데 밖에 나가서 초왕부 험담을 하고 다닐 줄은 몰랐네. 그래도 전하를 욕하는 건 너무 지나쳤어요. 제가 가서

  • 명의 왕비   제 2237화

    탕양의 비밀우문호가 방으로 들어가자 원경릉이 쌍둥이에게 막 이유식을 먹이고 있는데 우문호가 최근 바쁜 편이라 쌍둥이가 깨어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해서 이참에 데리고 놀았다.쌍둥이는 상당히 진중해서 웃지도 않고 표정도 없지만 생긴 건 꽤 잘생겨졌다. 앞머리는 약간 곱슬에 얼굴은 동글동글하고 이목구비가 자라서 정교하기가 도자기 인형같이 손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다.“곱슬머리는 나 어릴 때 닮았네.” 우문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보고 말했다. “자기 앞머리는 곱슬 아닌 줄 알았는데.”우문호의 앞머리는 반 곱슬머리로 확연하지는 않지만 젖으면 알아볼 수 있고 평소는 잘 모른다.쌍둥이는 잠시 아버지와 놀고 유모가 안고 갔다.원경릉은 방금 밖에서 기 상궁이 하는 말을 전부 들었는데, 거리가 멀지 않고 바깥과 벽 하나 사이다. “기 상궁이 탕양 대신 다 말할 수 있나. 마음에 두지 마, 기 상궁이랑 잘못 따지지도 말고.”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내가 기 상궁에게 화낼 수 있겠어? 기 상궁은 줄곧 탕양을 자기 아들처럼 여기고 대했는데 내가 곤장을 30대나 치고 초왕부에서 내쫓았는데 당연히 가슴이 아프지 안 아파. 그래서 탕양이 기 상궁에게 초왕부 일을 물으면 시시콜콜 전부 얘기했던 거야. 당신이 했던 그 말, 탕양이 전부 퍼트렸어. 아주 빠르게.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상세하지 못했을 거야. 오히려 잘 된 일이지. 적어도 사람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일 없고, 탕양이 다시 우리와 접촉하지 않게 말이야. 이 일은 당신, 나, 탕양 세 사람 외에 서일도 몰라.”“자기가 화 안 내면 돼.” 우문호가 원경릉을 가슴에 꼭 파묻더니 입술에 세차게 키스를 퍼부으며 말했다. “어떻게 당신 마음속에 나는 시시콜콜 쫀쫀한 인간이 된 거야?”원경릉이 우문호의 눈썹을 매만지며 좁고 긴 봉황의 눈매를 바라는데 지금 꽤나 예리하고 냉정해 졌지만 우문호는 여전히 우문호고 변한 적이 없다. 원경릉은 안다.친밀하게 말했다. “탕양 쪽은 위험하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37화

    며칠 뒤, 다섯째가 정말 아이를 데리고 궁에서 나왔다.원경릉은 이미 화를 풀었다. 그가 어찌 나쁜 마음을 품었겠는가? 그는 단지 딸과 단둘이 시간을 더 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리고 사실이 증명하듯이, 계란이는 무상황을 만난 후 아버지를 금세 잊어버렸다. 그녀는 무상황을 태조부라고 부르며 함께 뜰을 산책하고, 함께 식사하며, 얼굴과 손을 닦아 주고, 함께 바둑도 두었다.이때 택란이가 조심히 원경릉에게만 말했다.“어마마마,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돈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금이고 은이고 다 주려 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사랑한다는 증거일 것입니다.”원경릉은 순간 자신이 이 사실을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무상황의 계란이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특별했다.예전에 그녀는 무상황이 계란이를 너무 편애하여 다른 왕비들이 질투해, 형제자매 사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실제로 손왕비가 몇 마디 불평하며 약간 질투를 내비치긴 했지만, 미색이 바로 반박했다.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이 금을 계란이에게 준다면, 앞으로 조정에 돈이 필요할 때 계란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습니까? 손왕비나 제가 받았다면, 돈을 내놓으려 하겠습니까?”이 말에 손왕비는 순식간에 화를 가라앉히고, 곧장 원경릉에게 사과했고, 그 이후로 원경릉도 더는 걱정하지 않았다.우문호와 원경릉은 함께 정원을 거닐며, 안풍친왕의 자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섯째도 이 소식에 안도하며 말했다.“그들을 만나보고 싶소. 삼촌이라고 불러야 하오? 아니면 작은아버지라고 불러야 하오?”아직 그는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들이 돌아온다고 들었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오.”원경릉이 대답했다.“안풍친왕의 성격을 생각하니, 자녀들도 그를 닮았을지 궁금해졌소.”원경릉이 웃으며 여우 같은 한 가족이진 않을까 생각했다.안풍친왕의 자녀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원용의에게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원용의가 아이를 낳았다.제왕은 아이를

  • 명의 왕비   제3136화

    “황조부님, 다섯째와 계란이가 왔습니까?”원경릉이 무상황에게 묻자, 무상황이 순간 하던 동작을 멈추고, 얼굴에 기쁨을 띄우며 말했다.“그들이 온다고? 그럼, 얼른 사람을 불러 음식을 더 준비하라 해서 둘이 술 한잔해야겠구나!”원경릉은 깜짝 놀랐다. 그의 말을 들으니, 그들 부녀가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그들은 그녀를 찾으러 궁을 나선 것이 아니었던가? 평소 바쁘던 그가, 오늘 이렇게 일찍 업무를 마쳤는데, 자신을 찾지 않았다면 대체 어디로 간 걸까?그녀가 궁을 나설 때, 그는 틈이 나면 왕부에 들르겠다고 약속했었다.무상황은 그녀가 말이 없자 물었다.“그래서 온다는 것이냐, 안 온다는 것이냐?”원경릉은 그들 부녀가 자신을 두고 나가 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안 옵니다.”무상황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래, 무슨 계란이를 데리고 나를 보러 오겠느냐?! 쓸데없는 생각이구나.”그의 심기가 불편해지는 것 같자, 원경릉이 더 기분 상할 틈도 주지 않게 서둘러 그를 달랬다. “분명 온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일이 많은 탓에 아직도 바삐 보내나 봅니다.”“거짓이다!”하지만 무상황은 여전히 믿지 않았다.“계속 바쁘면 직접 오지 않고, 사람을 시켜 아이만 보내면 되지 않느냐? 그놈은 계란이가 이곳에 오면 궁에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란이를 빼앗아 갈지 걱정해서지.”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딸에 대한 다섯째의 애정은 언제나 독단적이었다. 심지어, 어머니인 그녀의 자리를 탐낼 때도 있었다.원경릉이 서둘러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왕비님께 자녀가 있다고 들었는데, 조부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알고 있지.”무상황이 순간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되물었다. “넌 몰랐단 말이냐?”“아무도 제게 말해주지 않았습니다.”원경릉은 억울해하며 답했다.“부부라면 자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걸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것이냐?”무상황은 그녀를 약간 어리석게 여겼다.“……”원경릉은 잠시 생각하다

  • 명의 왕비   제3135화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 명의 왕비   제3134화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 명의 왕비   제3133화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 명의 왕비   제3132화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 명의 왕비   제3131화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 명의 왕비   제3130화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 명의 왕비   제3129화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