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양의 대세 판단원경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탕양이 혼자 조용히 생각하게 놔뒀다.탕양이 한참 후 생각을 정리하고, “홍엽이 아닌 것이 홍엽의 첩자는 거의 우리에게 들켰고 홍엽 자신이 북당에 있어서 더 이상 첩자를 잠복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잠복한다고 치더라도 본인이 초왕부와 접촉할 수 있는데 굳이 초왕부에 사람을 안배한다는 건 눈에 띌 수 있고 일단 발각되면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태자비 마마께서 홍엽을 말씀하시다니, 당시 태자 전하께서 책봉되실 때 북막의 진대장군이 왔을 때를 아직 기억하시나 봅니다. 당시 우리 쪽 사람들은 진대장군과 홍엽이 모두 안왕 전하와 사적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지금 우리는 선비의 첩자 중 일부는 안왕의 후궁 아라가 깔아 놓은 것으로 아라는 독고 세자 사람이라는 걸 압니다. 즉 당시 안왕을 찾은 두 사람, 홍엽과 진대장군에서 안왕 전하께서는 홍엽을 돕는 쪽을 택하지 않고 진대장군을 택했던 거죠. 지금 우리가 다시 한발 물러나서, 북막과 선비가 동맹을 맺도록 촉진한 건 홍엽이나 마지막에 등장한 건 독고 세자였죠. 그래서 아라는 도대체 독고 세자 사람인지 아니면 진대장군 사람인지 이제 알 수 없지만요. 하지만 중간의 복잡다단한 관계는 전부 북막의 진대장군과 얽혀있습니다.”탕양의 얘기가 약간 꼬였으나 원경릉은 잘 알아듣고 조용히 탕양이 계속 말을 이어가기를 기다렸다.탕양이 자신의 생각의 흐름에 따라 계속 분석하며, “당시 북막과 선비의 동맹은 연합하여 대주를 공격하는 것이었으나, 북막은 오히려 대주의 진근영에게 호된 공격을 당했고 선비는 북막을 지원하지 않았죠. 선비는 적당히 늙고 병든 병사를 골라 보내 중간에 섬멸당했으며 이런 전술은 홍엽 공자가 준비한 것입니다. 북막과 선비를 분열시켜 선비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지도록 한 뒤 독고가 지고 숙나라가 멸망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태자비 마마께서 자세히 살피실 것이 독고 장군은 줄곧 진정으로 북막과 서로 미워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계속 북막 사람이 계략을
불안한 원경릉독고라는 이름은 수도 없이 들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독고에 대해 평하는 걸 들어서 그의 잔학함과 포악, 냉혈함을 안다. 더욱이 그가 홍엽에게 한 일을 알고 이 사람에 대해 더욱 공포스럽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다행히 그가 죽었으니 다시는 화를 입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탕양의 분석을 듣고 있자니 이 나쁜 놈은 정말 천 년간 재앙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탕양이 일어나며, “어쨌든 얼른 태자 전하께서 돌아오시게 하고 계책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우리가 처음에 너무 가볍게 생각한 듯하네요. 만약 배후의 인물이 정말 독고라면, 태자 전하께서 이번에 는 어쩌면 정말 험한 경우도 만나실 수 있을겁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안색이 크게 변해서, “그럼 어서 사람을 보내 돌아오라고 해요.”“태자비 마마 안심하세요. 제가 우선 야행복으로 갈아입고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탕양이 말을 마치고 예를 취한 뒤 물러났다.탕양의 말에 원경릉은 있어 몸서리를 쳤다. 독고는 이미 죽은 사람인데 이제 와서 갑자기 그 이름을 다시 들으니 시체가 벌떡 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자신이 습격당한 게 독고가 보낸 사람일 가능성이 있어 원경릉은 자기도 모르게 소름 끼쳤다.그리고 만약 독고가 죽지 않았고 정말 북당과 맞서려 한다면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북당 경성에 있지 않을까?거의 밤새 불안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날이 밝아올 때 겨우 어슴푸레 잠이 들었다.일어난 뒤 눈 밑이 계속 뛰는데 당연히 원경릉은 미신을 믿지 않지만 눈꺼풀이 떨리는 건 뭔가가 생길 징조라고 했다. 어젯밤 제대로 잠을 못 자서 눈꺼풀이 떨리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고작 잠 좀 못 잤다고 눈꺼풀이 또 계속 떨리다니 어쨌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원경릉이 약 상자를 들고 만아 약을 갈아주러 갔는데 아홉째도 있었다. 아내를 너무 아껴서 다친 아내 곁에서 내내 지키고 있었다.그러자, 원경릉이 온 것을 보고 얼른 약 상자를 대신 들며, “형수님, 만아가 어젯밤 열이 있었는데, 지금은 심각
어디로 갔지?원경릉이, “잘 못 잤지만 괜찮아. 나중에 더 자면 되니까. 넌 어때? 상처는 안 아파?”만아가 순왕에게 짜증을 내며, “전 괜찮아요. 이런 작은 상처는 신경 쓰이지도 않는데 저이는 어찌나 쓸데없이 긴장 하는지.”순왕은 원경릉이 만아의 상처를 열자 상처에 피와 살이 덩어리진 것이 상당히 끔찍한데 가슴이 너무 아픈 나머지, “어떻게 쓸데없는 긴장이야.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어도 뼈가 잘렸을 거라고.”만아가, “그러니까 뼈가 잘린게 아니잖아요? 쓸데없이 긴장한다니까 인정을 안 해요.”원경릉은 두 사람이 치고받는 걸 듣고 아주 사랑이 넘치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저절로 느긋해졌다.상처 처리를 마치고 사식이도 와서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경단이를 데리고 전장 일을 처리하게 하고 이리 나리가 준 지폐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돌려 주되 함부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특히 은자는 받아서는 안된다고 경단이에게 단단히 한 번 더 단속했다.경단이는 마음이 아팠지만 엄마가 이렇게 엄격하게 경고했으므로 감히 반항할 수 없어서 사식이를 따라가서 지폐를 물렸다.이리 나리는 담담하게 사식이에게, “걔는 작은 일에 크게 놀란다니까. 옹색하기는. 고작 은자 약간을 가지고. 애한테 장난감이나 사주고 싶었던 건데 뭘 사야 할지 몰라서 은자로 준 거지.”사식이가 웃으며, “이리 나리, 보통 우리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때는 100문 이하예요. 걸핏하면 만 냥짜리 지폐를 꺼내시면, 우리의 퇴로가 차단시키시는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희가 앞으로 또 뭘 줄 수나 있겠어요?”이리 나리가 느릿느릿하게 지폐를 다시 받고 고개를 흔들며, “가난뱅이 녀석들!”“이리 나리와 비교하면 북당에서 가난뱅이가 아닌 사람이 누가 있나요?”“어릴 때부터 부유해서 앞으로 은자로 쉽게 움직이지 않는 이런 식의 교육방침을 원경릉은 이해를 못해.”“원 언니 아이니, 어떻게 가르치던 언니가 알아서 하라 하세요.”사식이가 경단이를 데리고 돌아갔고 만두 늑대도 따라가서 이리 나리는 매우 마음이 갑
붉은 갈기는 성문을 지났나원경릉은 갈수록 불길한 예감이 들어, 순왕이 아직 집에 있으므로 바로 성문에 다녀오라고 하고 어젯밤 탕양이 성문을 지나간 적이 있는지 물어보게 했다.탕양이 어젯밤 서재에서 나갈 때가 해시가 지났을 때로 성문은 이미 닫혀 있었기에 밤중에 성문을 열어야 했다면, 반드시 수문장이 행했을 것으로 성문쪽에 반드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순왕은 원경릉이 급한 것을 보고는 이유를 묻지 않고 재빨리 말을 달려 성문으로 갔다.어젯밤 당직했던 수문장이 아직 오지 않아 순왕이 직접 수문장 집으로 찾아갔는데 수문장이 지난밤 추위로 감기에 걸려 의식이 몽롱한 채로 탕 대인에 대해 묻는 걸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탕 대인이 분명 나갔었다고 직접 성문을 열었다고 했다.순왕은 이제 일처리가 세심해서 몇 시에 나갔는지 어떤 색 옷을 입었는지 어떤 색 말을 탔는지 물었다. 수문장도 물 흐르듯 답을 하는데 자시 정도에 성을 나갔고 푸른 옷에 위에는 검은 망토를 둘렀으며 갈기가 붉은 말을 탔다고 했다.갈기가 붉은 말은 전에 우문호가 탕양에게 준 것으로 최근 탕양이 외부로 일을 보러 나갈 때는 늘 붉은 갈기 말을 탔다. 순왕도 알고 있어 돌아와 원경릉에게 수문장이 확실히 탕 대인이 성을 나갔었다고 말했고, 어젯밤 자시였다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그제서야 비로소 안심했지만, 신중을 가하기 위해 미색에게 오라고 해서 몰래 탕 부인을 감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초왕부에 원래 일손이 충분하고 눈늑대와 호랑이는 기본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아서 태자가 나가면서 초왕부의 귀영위가 전부 따라갔다. 늑대파와 홍매문도 상당수가 매복을 하고 있어 정말 사람이 필요할 때 별로 없어서 결국 왕부 사람을 쓰는데 그래도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어야 했다.순왕은 초왕부 상황을 잘 이해해서 특히 전에 만아와 원경릉이 습격을 당했으므로, 자객이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된 나머지 본인이 초왕부에 남기로 했다. 순왕이 지금 집에 있는 시위들을 데리고 순시하며 각 대문이 다
탕양이 없어졌다순왕이 생각해 보더니, “붉은 갈기가 어젯밤 갑자기 발광해서 탕양을 따라가지 않았을 수는 없었나요? 그리고 탕 대인은 급하게 성문을 나가야 하니 다른 말을 끌고 간 거라든지?”“그래도 말은 돼요. 하지만 성문 수문장이 붉은 갈기 말이 나가는 걸 봤다면서요. 그건 앞뒤가 맞지 않잖아요?”“그건 어쩌면 수문장이 잘못 봤거나, 잘못 기억한 게 아닐까요? 필경 심야에 성문을 나갔을 테니 사람은 알아봐도 말은 못 알아볼 수 있죠. 거기다 전에 탕 대인은 계속 붉은 갈기 말을 타고 성을 나가서 수문장 인상에 깊게 남아 오늘 제가 물어볼 때 자연스럽게 붉은 갈기 말을 타고 나갔다고 느꼈을 겁니다.”원경릉은 순왕의 분석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너무 기이하게 느껴졌다. 붉은 갈기 말은 탕양을 따르지 않을 리가 없고 탕양도 절대로 천리를 달리지 못하는 말을 타고 우문호를 쫓아갔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순왕은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우문호가 만약 독고의 자객을 만난다면 얼마든지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들을 알고 있었다.원경릉은 순왕에게 그 수문장은 더이상 묻지 말고 어젯밤 성문을 지킨 수위들을 자세히 심문해 각자의 진술을 세밀하게 비교하면 반드시 탕양이 정말 성문을 나갔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순왕이 다시 다서 어젯밤 성문을 지킨 수위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게 낮근무와 밤근무가 나뉘어져 있어 명단을 달라고 해서 차례로 방문한 결과 수위들이 전부 어젯밤에 탕 대인이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바꿔 말해 수문장을 제외하고 아무도 탕 대인이 나간 것을 본 적이 없으므로 수문장이 거짓말을 한 것이 거나 수위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원경릉에게 보고 하고 원경릉이 너무 수상하다고 느끼고 수문장이 거짓말을 했다고 거의 단정할 수 있는 게 탕 대인은 아예 성문을 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순왕이 바로 제왕을 찾아가 수문장을 데려다 질문하게 하니, 수문장이 처음엔 분명 탕양이 성문을 나가는 것을 봤다고 하더니 나중
쌍둥이의 대성통곡원경릉은 안색이 창백해져서 거의 바닥에 주저앉았다. 쌍둥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목 놓아 운 적이 없고 이렇게 심하게 운 적은 더군다나 없다.유모들도 아이들을 안고 나와 계속 흔들어주는데 쌍둥이 울음소리는 엄청 날카롭게 하늘을 찔러 날던 새도 놀라서 떨어질 지경이다.사식이도 달려와서 원경릉을 부축하는데 안색이 이상하게 창백하자, “어떻게 이렇게 된 거예요? 쌍둥이는 왜 이렇게 심하게 우는 거죠?”원경릉과 사식이가 하나씩 안고 쌍둥이 얼굴을 보니 울어서 얼굴이 보랏빛으로 눈물을 뚝뚝 떨구고 있다.원경릉은 손발이 차가워지며 정말 얘들이 이렇게 우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정신이 나가버렸는데, “왜 그래? 칠성이 착하지, 울지 마. 울지 마라...”“어디 불편한 거 아녜요?” 사식이가 어쩔 줄 몰라 했다.원경릉이 얼른 쌍둥이를 데리고 들어가 침대에 뉘고 이마를 쓰다듬고 배를 쓰다듬었다. 배가 차가운데 손발도 만져보니 상당히 얼음장 같다.“오늘 뭐 먹었어?” 원경릉이 유모에게 물었다.쌍둥이가 배가 아파 보여 원경릉이 약 상자를 꺼냈다. 유모도 놀라서 원경릉의 질문을 듣고 둘 다 고개를 흔들며 넋이 나간 채, “늘 먹던 대로 입니다. 노마님께서 이유식을 섞어도 된다고 하셔서 매일 죽을 약간씩 주고, 그 외에는 젖을 먹여서 다른 건 없습니다.”원경릉이 프로바이오틱스를 물에 타서 아이들에게 먹이고 따듯한 물수건으로 배를 문질러줬다.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심하게 울었고 갈수록 울음이 심해져서 울음소리가 높고 예리한데 마치 가슴속에서 나오는 소리 같았다.원경릉이 두 손을 벌벌 떨며 속수무책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머릿속은 복잡하고 호랑이들은 나갔고 쌍둥이들은 이렇게 울어대다니 우문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사식이도 당황해서, “노마님을 불러올게요. 노마님은 방법이 있으실 거예요. 지난번에 우리 떡들이 울고불고할 때도 노마님이 오셔서 달래셨어요.”사식이가 막 나가다가 노마님이 아직 의대에 계시다는 게 생각나서 다시 돌아왔다.
운부성우문호는 서쪽으로 가면서 오늘까지 가는 길에 매복을 만난 적도 심지어 의심스런 사람을 발견한 적도 없다.서일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상대가 어쩌면 움찔해서 감히 덤비지 못하는 게 아닐까, 되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지만 운부성에 들어가자 우문호는 여기가 손을 쓰기 최고의 장소인 것을 알았다.운부성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 면은 강을 접해 운부성에 들어간다는 건 궁지에 몰린 짐승과 같아서 만약 상대가 공격하려면 바로 거기였기 때문이다. 만약 운부성을 지나도 공격하지 않으면 이번 이동은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그리고 운부성은 자객에게 있어서 굉장한 이점을 가진 게 여러 바위 산에 풀 한 포기 나지 않는데 반해 곳곳에 밀림이 우거져 있고 심지어 돌을 채석을 할 때 벌목부터 해야 할 정도였다.밀림이 많아 자객이 쉽게 몸을 숨길 수 있고 잘 드러나지 않을 뿐 아니라 손을 쓴 뒤 물길을 따라 도망칠 수 있어 만약 우문호의 경로를 미리 추측했다면, 운부성에 매복하고 있는 게 최적일 것이다.우문호는 떵떵거리며 역관에 들어갔는데 운부성 지부가 와서 맞으러 온 것을 쫓아 보내며 운부성 산 일대에서 경치를 감상할 테니 수행할 필요 없다고 했다.지부가 듣고 얼른 경고하기를, “이 계절에 전하께서 만약 산에 들어가시려거든 수행하는 자와 같이 가셔야 합니다. 이 바위산 일대에는 큰 구렁이와 야수가 상당히 많고 심지어 날씨가 따듯해진 뒤 동면했던 구렁이와 야수가 출몰해 상당히 위험합니다.”“알았으니 가 봐.”우문호는 산에 가지 않는 대신 적을 유인하기 위해 편벽한 곳을 걸어야 해서 밥을 먹고 일행을 데리고 산 쪽으로 갔다.운부성에 들어간 뒤 모두 마음속으로 일종의 감이 오는 게 살해의 위협을 감지했다. 무공을 수련한 사람이 위험을 감지하는데 매우 예민해서 공기 중에 자객의 기운이 가득 느껴졌다.몇 명이 문을 나선 뒤 산으로 가는데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뇌성 벼락이 울리고 초여름 장대비가 내리는데 딱 봐도 미친듯이 쏟아져야 그칠 것
칼에 맞은 우문호우문호 일행은 서로 마주 보며 조용히 있었다. 귓가에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한없는 장대비를 뚫고 말 탄 검은 무리가 빗속에서 오는 게 보였다. 한눈에 몇 명인지 알 수 없으나 철기군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진동했다.거의 같은 순간 다실에 차 손님들이 탁자를 엎고 차탁 아래서 장검을 꺼내 동시에 8개의 검이 우문호에게 날아들었다.우문호 일행이 하늘로 날아올라 지붕을 뚫고 나갔는데 도검이 서로 교차하며 차가운 빛을 번뜩이는데, 순식간에 폭우가 억수같이 퍼붓고 검은 구름이 가득 덮어 해를 가리고 철기군이 도착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날아오르며 바로 우문호를 공격하고 들어왔다.한바탕 교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몰래 매복하고 있던 귀영위와 늑대파 사람들이 전부 나왔는데 어찌 된 일인지 홍매문의 주력이 보이지 않고 특히 상대는 뜻밖에도 백여 명을 밑도는 게 우문호가 처음 상상하기로는 적은 몇 명의 자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았는데 지금 백여 명이 우르르 출동한 것으로 볼 때 인해전술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이 백여명은 전부 고수로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포위 공격을 당해 50여 차례 부딪히며 우문호는 그래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긴 거나 진배없다고 여겼다. 만약 홍매문 사람이 전부 오면 전세는 빠르게 역전되어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데 주변을 둘려봐도 여전히 홍매문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폭우 속에서 적과 내가 구분되지 않고 번개가 치는 가운데 칼부림이 난무했다. 살인의 차가운 기운이 뼛속 깊이 스며들며 우문호는 버틸 수 없음을 느끼고 철수를 명령했으나 철수도 쉽지 않은 게 상대가 너무 많아서 퇴로가 꽉 막혀 있고 마치 자신들을 여기서 죽여 없앨 생각 같다.홍매문 사람은 오지 않고 박원, 귀영위와 늑대파 자객 몇 명이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점점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우문호는 팔에 검을 맞고 서일도 몇 군데다 다쳤으며 폭우에 씻겨서 핏물이 바닥에 흥건했다.“태자 전하께서 나가시게 재빨리 보호해라!” 박원이 크게 외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