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을 준비하며우문호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아니야, 만약 보친왕이 이미 박원에게 상처를 입혔으면 넷째가 나타나 병여도를 빼앗는다고 해도 박원을 다시 찌를 필요가 없이 바로 보친왕을 노리면 되는데.”“아마 그가 빼앗을 때 박원이 아직 쓰러지지 않았거나 그 사이 깨어나서 그를 본 게 아닐까요?”“하지만, 보친왕은 다른 사람과 싸웠다는 얘기가 없었어.” 우문호는 한참을 조용히 생각하더니, 머리를 치고, “아니, 보친왕은 싸웠어. 그리고 자신과 싸운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어. 보친왕이 숨기는 게 있다고 일곱째가 말하더니 이 사람을 숨긴 거였군.”“안왕을 숨겼다고요? 뭐 때문에?” 소홍천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이건 보친왕에게 물어봐 야지.” 우문호가 눈을 빛내며 소홍천과 명단을 넘기며, “내 대신 이 문파들을 조사해줘. 잡을 수 있는 놈들은 우선 잡고, 잡을 수 없는 놈들은 귀영위에게 넘겨.”“예!” 소홍천이 명을 받았다.우문호는 바로 말을 달려 경조부로 돌아가 이번엔 보친왕을 후원으로 부르고 주안상을 준비시켰다.제왕은 우문호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형 또 정에 매여서 그래요? 보친왕은 대역무도하고 불효한 죄를 지은 사람이라고요, 저자에게 잘해주는 건 휘종제 폐하를 모욕하는 거예요.”우문호는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밤 너는 먼저 가서 박원 곁에 있어줘도 좋고, 얼굴 동그란 계집애랑 있어도 좋고, 관아에 남지 마라.”제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박원이 깨어나서 주변에 사람들이 떼거리로 있어서 거기 안가요. 뚱땡이는…… 뚱땡이랑 박원이랑 같이 있으라 지 뭐.”우문호가 제왕을 째려보며, “차인 여자같이 굴긴, 좋으면 가서 쟁취해. 안 그러면 너 평생 후회한다.”“형이랑 얘기하면 재미 하나도 없네요. 걸핏하면 설교설교.” 제왕이 돌아서서 나갔다.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우유부단한 주제에 고집부리지 말아야할 때 고집부리는 녀석.만약 원 선생이 자기를 상대하지 않으면 고통스러워도 원 선생에게 매달려 돌아오게 할 거다. 체면 같은
보친왕과의 술자리관청사람이 보친왕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온 뒤 우문호는 그들을 내보내고 멀리서 지키라고 하며 문 앞에서 지킬 필요 없다고 했다.보친왕은 우문호의 이런 행동이 의외라 무신경한 눈으로 우문호를 보며, “할 말은 다 했네, 명단도 줬고. 더 얘기할 것도 없어. 쓸데없이 이러지 말고 조사에 박차를 가해 병여도를 되찾아 오는 게 중요하지.”우문호가 청하는 손짓을 취하며 온화한 말투로, “이미 사람을 시켜 조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설 필요 없어요. 오늘밤 바람이 찬데 안풍친왕비께서 가신 후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하셨을 텐데 오늘밤 저희 둘이 한잔 하지요. 다 잊고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맙시다.”보친왕이 우문호를 보고 반신반의하며, “뭘 묻고 싶어서 가 아니라?”“말씀 하시고 싶으시면 하세요, 말씀하고 싶지 않으면 먹고 마시면 되고요, 강요 안 해요.”보친왕이 아직 망설이자 우문호가 먼저 자리에 앉아 보친왕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전에 제가 특히 작은 할아버지를 좋아했죠. 부귀하시고 여유로우신 모습이요. 작은 할아버지한테 제일 고민스러운 일이 기르던 새가 아픈 거나 좋아하는 골동품을 못 산 거 정도 아니었나요?”보친왕이 묵묵히 앉아서 눈가에 처량함이 은은하게 베어 나왔다.우문호가 술을 따르며, “이 술은 집에 술처럼 좋은 건 아니지만 한잔 하세요.”“우리집?” 보친왕 차가운 웃음을 웃으며, “내가 지금 저택이 어디 있어? 이미 수감자로 전락했는데 태자는 그런 식으로 비꼬지 말게.”“말이 헛나왔네요!” 우문호가 웃으며 잔을 들더니, “그럼 제가 벌주 한 잔 마십니다.”태자가 고개를 젖히고 술을 쭉 들이키더니 시정 잡배처럼 혀를 차며 개탄하는데, “안풍친왕비께서 가시던 때 눈물을 닦으시는데 마음이 아팠지요. 가고 싶지 않으셨지만 안 가실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으셨을 겁니다.”보친왕이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우문호가 자신의 술잔을 보고, “작은 할아버지 한 잔 하세요.”
보친왕의 고백우문호가 깊숙이 들여다보더니, “조정에는 이렇게 추측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들 부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이미 상소도 올라왔고요.”“말도 안돼는 소리,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야!” 보친왕이 발을 구르며 탁자를 치더니 화가 나서 몸을 떨며, “이건 모함이야, 물어뜯는 거라고!” 탁자가 뒤집히고 요리가 바닥에 흩어지며, 보친왕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우문호를 노려봤다.우문호가 일어나 자기 의자를 옮긴 후 다시 앉아서 보친왕에게, “모함이든 물어뜯는 거든 어쨌든 당신이 한 어떤 일도 다 그들의 뜻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이런 유언비어가 일상을 소란하게 해서 큰 풍파를 일으킬 까봐 지금 경성을 떠난 거예요. 합당한 논리로 해명하지 못하는 한, 배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맨 혐의는 영원이 벗지 못할 겁니다. 두 분은 아마 영원히 경성으로 돌아오지 못하겠죠.”보친왕이 성난 얼굴로, “네가 가서 조사해, 설마 그들을 못 믿나?”우문호가 담담하게, “제가 믿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믿어도 의미 없어요. 누구도 이론을 재기하지 말라는 성지를 내린다고 사람의 마음을 막을 수 있습니까? 경성 백성의 입을 막을 수 있어요?”보친왕은 숨을 몰아 쉬며 상처입은 야수처럼 하옥된 이래 지금까지 이렇게 흥분한 모습을 본 적이 없다.우문호가, “그래서 박원을 공격한 사람이 넷째예요, 그렇죠?”보친왕의 눈썹이 꿈틀하며 순간 순을 피하며, “헛소리!”우문호가, “당신이 왜 넷째를 비호하는 지 정말 모르겠어요. 넷째와 무슨 협정이 있었습니까? 본인은 죄를 인정하고 벌을 받으면서 어째서 넷째를 감싸야 하는 거죠?”보친왕은 홀로 서서 마르고 긴 그림자를 벽에 드리운 채 아무 말이 없다.우문호는 이건 묵인하는 것과 마찬가지 임을 알았다. 넷째가 이 일에 말려들어 있는 건 확실하다.하지만 보친왕의 확답을 얻지 못했고 아는 건 소용이 없으며, 증거가 필요하다.“사실 병여도가 넷째 손에 있는 걸 알죠?” 우문호가 감정을 못 참고, “
도주하는 안왕안왕부!안왕은 저녁식사후 몸이 찌뿌둥하고 오한이 들더니 조금 있다가 열이 나고 얼굴이 빨개지더니 귀까지 빨개졌다.안왕이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고 안왕비가, “왜 그래요? 어디 안 좋아요?”“안 좋은 게 아니라…… 일이 터질 거 같은 느낌이야.” 안왕이 일어나 방을 한 바퀴 돌더니, 안왕비의 놀란 얼굴을 보고 얼른, “내가 아니라 공무 말이야. 실수가 생겼을 수도 있어.”“그래요? 그럼 당신이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니예요?” 안왕비가 자상하게 물었다.안왕이 생각해 보더니, “내일 다시 얘기하지.”하지만 앉아 있기도 불안해서 다시 일어나, “역시 나가봐야 겠어.”“그래요, 얼른 다녀오세요!” 안왕비가 일어나 안왕의 외투를 가져와서 직접 입혀 주며, “밖은 날씨가 추우니 따듯하게 입고 가세요.”안왕비의 온화한 눈매를 보니 안왕의 마음도 따스해 져서 그녀의 얼굴에 입맞추고, “일찍은 못 올 거 같아, 먼저 쉬고 있어 나 기다리지 말고.”“네, 알았어요.” 안왕비 얼굴이 발그스름해 져서 안왕이 나가는 모습을 눈으로 배웅했다.막 밖으로 나가는데 마당에서 누군가 다급해 들어오며 목소리를 낮춰, “전하, 태자 전하께서 지금 안왕부 쪽으로 오십니다.”안왕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사람을 데리고?”“서일만 데리고 오시는 중입니다.”안왕이 대문을 흘끔 보고 밖으로 얼른 뛰어나가, “소리 내지 말고, 태자 전하를 편청으로 모시고 나는 목욕 중이라고 해서 일단 좀 기다리게 해.”안왕은 목소리를 낮춰, “그리고 빠른 말을 한 필 준비해라 이 밤에 경성을 떠나야겠다.”“왕야, 지금 경성을 떠나시는 건 적당하지 않습니다.”“꼭 가야해. 일단 이 비바람을 피해야 해, 우문호는 증거 없이 의심하는 것 뿐이고, 보친왕도 얼마가지 못할 테니, 그가 참수당하면 돌아올 거야. 내가 간 뒤에 왕비에게 내가 출장 갔다고 알려.”“예!” 시위가 명을 받들고, “전하를 따르도록 사람을 몇 준비시키겠습니다.”“얼른!” 안왕이 망토 옷깃을 세우고 빠른 걸음으로
배고픈 자의 최후집사가 ‘어머나’하더니, “전하 아직 수라를 못 드셨습니까? 어떻게 그럴 수가? 시장하시겠습니다. 어서 들어가 앉으세요. 바로 수라를 올리라고 분부하겠습니다.”“너무 신경 쓰지 마, 그냥 있는 대로 대충 주면 돼. 배만 채우면 돼지, 초왕부에 야식 남아 있어.” 우문호가 집사에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두분께서는 기다리세요, 바로 올 겁니다.” 집사는 둘을 안으로 안내하고 차를 준비시킨 후 주방에 갔다.대략 30분쯤 지난 후 안왕은 오지 않고 야채 절임과 고기 훈제가 곁들여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칼국수가 들어왔다.우문호는 배가 등가죽에 가서 찰싹 붙어 있던 지라 품위를 차릴 겨를 없이 서일과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고 야채 절임 두 접시까지 완전히 비웠다.야채 절임을 먹으며 집사가 차를 더 내오자 우문호가 차를 반쯤 마시고 그제서야 좀 개운해 지면서 고개를 돌려 문을 보고, “너희 왕야는 어째서 이렇게 오래도록……”“퍽”하는 소리가 나면서 우문호 곁에 서있던 서일이 갑자기 쓰러졌다.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바람에 우문호가 놀라서 펄쩍 뛰었다.‘서일!” 우문호가 일어나자 눈 앞이 갑자기 깜깜해지며 어지러워졌다. 우문호가 놀라서 한손으로 집사의 목을 쥐고 이를 갈며, “간도 크구나 감히 나에게 약을 타……”3초도 못돼 우문호는 바닥으로 허물어졌다.집사가 물러가 사람을 시켜 술을 들여와 두 사람에게 들이붓고 옷에도 조금 뿌린 뒤 조용히 명령하길, “전하를 돌려보내고 두 사람이 안왕부에서 마시고 취했다고 전해.”시위가, “내일 깨어나시면 태자 전하께서 난리가 나실 텐데요.”“왕비마마께서 지키고 계시니 태자전하께서 소란을 피우셔도 기껏해야 화를 내시는 정도야. 어쨌든 왕야를 찾지 못하면 난리를 피워도 소용없지. 증거도 없으니 폐하께 이를 수도 없어.” 집사가 말했다.“그렇군요!” 시위가 두 사람을 수습해서 데리고 나가 마차에 태우고 직접 말을 몰고 초왕부로 갔다.시위는 초왕부 문지기에게 사람을 넘기고 갔다.문지기는 자기
마취약에 당한 우문호우문호는 최근 바빠서 머리에서 김이 나고, 이번 사건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 간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가하게 술이나 마실 수가 있지? 그리고 서일이랑 같이 마시다니. 너무 수상하다.우문호를 안으로 들이고 원경릉이 가볍게 우문호의 볼을 때리며, “자기야, 일어나.”우문호는 아주 깊이 잠들어 혼수상태처럼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이런, 취한 게 아니야, 약에 당했어.” 탕양이 옆에서 다급히 말했다.“약에 당했다고?”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마취약이야?”“그럴 겁니다. 기라야, 어서, 내 방에 가서 청록색 병에 든 약 찾아와.” 탕양이 분부했다.기라가 알겠다고 답하고 바로 달려가 곧 입구가 좁은 청록색 도자기 병을 들고 와서 탕양에게 건넸다.탕양이 바로 마개를 열자 지독한 냄새가 순간 방안으로 퍼지는데, 이 냄새는 단순히 역한 게 아니라 일종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계란 썩는 냄새 같은 게 섞여서 아주 입체적으로 냄새가 밀려오고 사라질 만하면 또 밀려왔다. 기라는 곧장 밖으로 뛰쳐나가 구역질을 했고 원경릉도 참지 못하고 마른 구역질을 했다.탕양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고개를 돌려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 병을 우문호 코에 가져다 댔다. 우문호는 기절한 상태지만 호흡은 순조로운 상태로 특히 숙면 중이라 이렇게 들이마시게 하니 아주 기분이 통쾌했다.그리고 ‘우욱’하는 소리와 함께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코를 잡고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는 기라 맞은편 홰나무 아래서 미친듯이 토하기 시작했다.“빨리 뚜껑 닫아요!” 원경릉이 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탕양에게 말했다.탕양이 병을 막았지만 고약한 냄새는 아직 사라지지 않아 원경릉은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우문호가 다 토하더니, 냄새가 고약하다고 욕을 퍼부었다. 여전히 몽롱하지만 그나마 정신이 돌아오는지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왜 여기 있지? 안왕부에 있었는데?”“안왕부에서 취해서 누가 여기
최고의 약은 아들“탕대인 꺼야.” 원경릉은 그 냄새는 진짜 지독하다고 생각하고 한동안 환기를 시켰는데도 방에는 여전히 매스꺼운 냄새가 났다.우문호가 순간 얼굴이 창백해 지며, “시체 썩은 물이었어. 내가……”우문호는 다시 뛰쳐나갔고 ‘우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삼십분은 족히 지나고 원경릉은 향을 피우고 바람을 부치며 방안에 냄새를 몰아냈는데, 희상궁이 상황을 알고 와서 우문호를 위해 대엽차(大葉茶) 한 주전자와 소합향(蘇合香) 한 알을 태우고 나니 겨우 좀 견딜 만 해졌다.희상궁이 오늘밤 세 아이를 데리고 옆방에 사랑채에 있었는데 소리가 요란해 우리 떡들이 전부 놀라서 깨고 말았다. 세 쌍둥이는 각자 머리를 흔들며 똑같은 잠옷을 입고, 똑같은 작은 얼굴에 6개의 눈동자가 똑같이 우문호가 휘청거리는 것을 바라보더니, 6개의 검은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닌다.“다들 들어가서 자!” 우문호가 손을 흔들며 눈을 감았다.우리 떡들은 가지 않고 침대에 기어올라 하나는 손을 쥐고, 하나는 어깨를 두드리고, 하나는 관자놀이를 주무르는데 조그만 손가락은 연해서 힘도 없지만 감촉이 편안하고 보드라웠다.우문호는 아이들이 이렇게 자상할 거라고 생각도 못하다가, 순간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원경릉을 보더니 복에 겨운 사랑을 받아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다.사실 너무 바빠서 아이들과 몇 마디 나눌 시간도 없었다. 밤에 돌아와도 피곤해서 쓰러지기 바쁘고 머리만 대면 잠이 들어서 그간 아이들의 상황을 묻지 조차 못했다.“아빠 아파,” 만두가 우문호의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어른스러운 척, “아프면 잘 쉬어야 돼요. 잘 자고 뜨거운 국물 마시고.”“아프면 국물 마실 수 없어!” 경단이가 고쳐주며, “할머니가 그러셨어, 국은 기름지니까 우유를 마셔야 한다고 하셨어.”“네가 뭘 알아? 국을 먹어야 해. 조어의가 그랬어. 아프면 국을 마셔서 몸을 보해야 한다고.” 만두가 경단이를 노려보고 큰형의 권위에 반박하지 못하게 했다.경단이는 어릴 때부터 무시당해서 더는 말하지 못하고
안왕을 잡아라원경릉은 우문호 품에서 편안한 자세를 찾아 눕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세상 참 신기하다. 막 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전혀 원하지 않았고, 엄마가 될 준비도 되지 않았었다.전에 원경릉은 아이를 낳는 것은 중대한 사건으로 여러모로 치밀하게 계획 끝에 낳고, 젖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교육하고 전부 하나같이 극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모든 걸 갑작스레 맞닥뜨리고 보니 다 임기응변으로 할 수 있고, 어떨 때는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그게 꼭 맞는다고 할 수 없으며, 준비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인간의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이 집에서 사실 원경릉이 제일 행복한 사람이다.두 사람은 자질구레한 집안 일을 얘기하다가 갑자가 화제가 안왕 쪽으로 옮겨갔다. “안왕은 왜 도망갔어? 그게 더 문제가 있다고 드러내는 거 아냐?”“도망 안 갔어도 문제는 있어. 넷째를 찾아내서 내가 확신이 있다는 걸 증명 해야지. 넷째는 내 질문을 피할 수 없어서 줄행랑을 친 거라고.”“그럼 이렇게 도망가면 아바마마 쪽은 어떻게 대응하려고?” 원경릉은 안왕이 이런 경솔한 일을 할 것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우문호가 냉소를 지으며, “내 말에 답할 수 있으면 왜 도망을 쳐? 최근 아바마마의 호감을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쓰던데 전에 나쁜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어. 일단 이 일에 가담한 사실만 증명되면 하나같이 다 폭로해서 넷째의 속셈을 까발릴 거야. 지금 핑계를 대고 도망갔는데 돌아오면 나와 아바마마의 분노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일이 얼추 끝난 뒤에는 구실을 붙여 흐지부지 하면 적어도 파헤쳐질 필요 없지. 이건 하수 중에서도 하수의 계책이야. 하지만 지금 다른 방법은 없고 이게 유일하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지.”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그러니까 썩 나와서 죄값을 치러야지.”“넷째는 원래 많은 일을 전부 아라에게 맡겼어. 아라가 죽기 전에 넷째가 대부분의 권한을 다시 찾아왔지만 모든 사람이 다 넷째에게 충성을 다하는 건 아니거든
이 점에 대해 양여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 전문가의 팀원들도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가 이전에 컴퓨터에서 봤던 데이터도 지금 노트의 데이터와 일치했다. 그러나 노트에는 찢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보아하니, 그녀는 다섯째의 병이 나은 뒤 다시 한번 돌아가 조사를 해야 할 듯했다.그래도 이번에 과다 투여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그녀가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서일, 돌아가서 쉬거라. 마지막 일만 마무리하고 바로 궁으로 돌아갈 것이다.""예. 마마도 일찍 쉬세요!"서일은 나가는 김에 죽은 쥐를 처리하려 손을 뻗었다. 그는 어찌 사람보다 훨씬 작은 쥐로 약물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곳의 의원은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실험하고 있었다."다치지 말거라. 해부할 것이니!"원경릉은 즉시 그를 제지했다."해부요? 해부까지 해야 합니까?"서일은 쥐를 든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죽은 것도 모자라 해부까지 하다니, 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그래. 해부해야 한다."원경릉은 습관적으로 약상자에서 메스를 꺼내려 했으나, 약상자를 소월궁에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서일에게 말했다."서일, 소월궁으로 가서 내 약상자를 가져 오너라. 절대 안에 있는 것을 건드리지 말거라. 알겠느냐?""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서일은 말하자마자 약상자를 가지러 소월궁으로 달려갔다.소월궁에 오자, 잠들어 있는 우문호의 모습을 보았다. 열 때문인지, 악몽을 꾸는 것인지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불편한 모습이었다. 목여 태감이 곁에서 지키며 이따금 따뜻한 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서일은 발소리를 죽이고 약상자를 집어 들어 황급히 원경릉에게 전해주었다.약상자를 연 원경릉은 서일이 놓은 주사기를 보고 멈칫했다."어찌 주사기가 두 개인 것이냐? 하나만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섯째에게 몇 대를 놓은 것이냐?""두 대요!"서일이 서둘러 말했다. 그러더니 약상자 속 주사기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하나 더 놓
"예!"서일은 주사기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주사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방금 그 약과는 색이 다릅니다.""네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냐? 어떤 약은 색을 더하기도 한다. 붉은 약이나, 노란 약을 본 적 없는 것이냐? 전에 수보가 사용했던 약도 노란색이었다.""맞는 말씀입니다!"서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주사를 놓았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자마자 우문호가 바로 눕고는, 다시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주사를 맞았으니, 조급히 올 필요 없다고 전하시게. 늦은 시각이라, 길도 어두울 텐데 서두르다 다칠라."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일에게 말했다."서 대인, 폐하를 잘 보살펴주시게. 바로 다녀오겠네."서일이 답했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약기운 때문인지 다행히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들었는데, 목여 태감은 여전히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옆을 지키며 안쓰럽게 바라보았다.그는 황제의 운명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태상황을 모셨을 때, 태상황도 밤낮으로 정무를 처리하며 후궁 문제까지 챙겨야 했다. 지금의 황제는 후궁 걱정은 덜었지만, 조정의 관한 걱정은 끝이 없었다.목여 태감은 우문호의 창백하고 여윈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다.목여 태감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라 명했다. 목여 태감은 그가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서일은 실험실로 향했는데, 원경릉이 모든 실험용 쥐를 다시 잡아 와 쥐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있었다. 서일이 들어오는 것을 본 후, 그녀가 노트를 내려놓고 물었다."곧 돌아가마. 다섯째는 어떠냐? 열은 내렸느냐?""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주사를 놓았으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된다고 폐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서일이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주사를 놓았다고?"원경릉은 서일이 주사를 놓을 줄 알자, 조금 놀랐다."예. 주사 놓는
체온을 측정해 보니 무려 40도였다.“고열이오. 또 다른 증상은 없소?”원경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병까지 든 다섯째가 안쓰러워졌다.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소. 그저 재채기 몇 번에 조금 어지럽고, 코가 막히며 목이 약간 찌릿한 정도네. 별일 아니네.”원경릉은 서둘러 청진기를 꺼내 심장과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듯했고,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녀가 말했다.“해열제를 먼저 먹고 주사를 맞은 후, 푹 자고 나면 내일 괜찮아질 것이오.”그녀는 해열제를 찾아내자, 서일이 바로 물을 준비해 왔다. 우문호는 해열제를 삼킨 뒤, 바로 물을 마셨다.이는 그가 약을 먹을 때 늘 하는 습관이었다.원경릉은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사기를 손에 들자마자, 우문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꼭 이걸 맞아야 하오?”“주사를 맞으면 빨리 낫습니다. 바쁘다 하지 않았소?”원경릉이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우문호는 약은 한 움큼씩 먹을 수 있는 반면, 주사는 몹시 무서워했다.옆에서 서일도 말을 보탰다.“아프지 않습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근육 주사가 제일 빠르오. 정말 안 아플 거라네.”원경릉이 웃으며 덧붙였다.우문호는 바쁜 나랏일을 떠올리며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사의 아픔을 참기만 하면 내일 나은 몸으로 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좋소. 그럼 빨리 낫게 두 대 놓으시게!”우문호가 용기를 내어 웃으며 말했다.“마마…!“그때 밖에서 녹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쥐들이 갑자기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궁녀를 시켜 잡았지만, 두 마리나 놓쳐 버렸습니다.”원경릉은 쥐들이 대나무 우리를 부술 정도로 강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급히 주사기를 약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다섯째,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다시 주사 놓겠소.”그러자 우문호
이 약은 사실 원경릉이 맡은 프로젝트가 아닌, 그녀의 실험실에 있던 다른 전문가팀이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뜻밖의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양여혜가 그녀에게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원경릉은 연구 단계에 처한 약을 약상자에 넣어 가져온 후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녀는 궁에 간단한 실험실을 마련해 실험용 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로 돌아가야만 했다.부부는 각자의 일로 바삐 보내며, 이삼일 동안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전형적인 바쁜 부부의 모습이었다.며칠 밤을 상의한 끝에 우문호는 과거시험 문제를 정하고 주 시험관을 명했다. 그리고 천제를 올려, 이번 과거시험에서 나라에 유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늘에 기원했다.그렇게 천제 의식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단 위에 있는 우문호와 대신들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의식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천제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비를 맞은 탓에 연신 재채기 했다.그는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녹주가 끓여준 생강차를 연거푸 두 그릇 마셨다.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우문호는 다시 어서방으로 가서 내각에서 올린 상소문을 검토했다. 내각에서 올리는 상소문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문제는 냉정언이 먼저 확인한 후, 바로 처리했다.자시까지 바삐 보내고 난 후, 우문호는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하고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문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목여 태감을 보며,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거움을 느꼈다.황위에 오른 후, 우문호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달아 밤을 새우고 비까지 맞은 데다 환절기에 찬바람을 맞으니 감당하기에 더욱 어려웠다.하지만 우문호는 일을 마저 처리하려 억지로 애를 썼다.목이 조금 말랐지만, 목여 태감을 깨우기 귀찮아진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을 이어갔다. 상소문을 보자마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