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538화

Author: 유애
개에게 물리다

그리고 눈 늑대의 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타오르는 불꽃같은데 그 눈동자가 때때로 붉은 색으로 변하면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혔다. 늑대 눈이 빨개지면 사람을 공격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일 잔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가슴을 졸였다. 특히 우리 떡들이 명랑하고 해맑게 눈 늑대와 같이 서있는 모습이 흉악함과 순진함이 극렬한 대비를 이루며 일종의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눈 늑대가 갑자기 피를 뚝뚝 흘리며 입을 벌리고 아이들을 삼켜버리는 착각이다.

그래서 위태부를 위시해서 한 무리의 늙은 신하들이 노파심으로 우문호를 설득하며, 아이들이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고양이 정도를 키우는 거지 이런 공격성이 강한 맹수는 키워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문호는 책임을 소요공에게 넘기기 위해 세 마리 눈 늑대는 소요공이 선물한 것이라고 했다.

위태부는 소요공에게 아이들에게 그런 야수를 선물해서는 안되며 만약 황태손이 다치기라도 하는 날엔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물었다.

소요공은 위태부가 물고 늘어지자 귀찮아서 모든 책임을 태상황에게 밀어 이건 태상황의 뜻이었다 태상황께 말씀드리라고 했다.

위태부는 답답한 마음으로 입을 닫고 있었지만 여전히 내키지 않아서 씩씩거리며, “무슨 말만 하면 태상황 폐하, 태상황 폐하, 태상황 폐하가 전가의 보돕니까? 태상황 폐하께서 눈늑대가 이렇게 큰 줄 아셨겠어요? 이렇게 위험할 거란 걸 아셨겠느냐 말입니다.”

소요공이 눈을 부라리며,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구십니까? 파리같이. 그저 즐겁게 술 좀 마시게 놔두시면 안됩니까?”

“내가 언제 성가시게 굴었습니까? 황태손의 안전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지. 곁에 있는 건 개가 아니라 늑대란 말입니다. 그리고 저 개도 만만치 않아요. 사납기가 이를 데 없어요. 오늘 어떻게 데리고 나올 생각을 하신 겁니까? 황실의 친척들과 신하들이 이렇게 많은데 만약 미쳐서 물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위태부가 이렇게 말하며 바로 우문호를 찾아가 다바오를 쫓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539화

    응급처치우문호가 성질을 부리며, “한 번만 더 짖으면 아주 목을 쳐 버릴라!”원경릉이 뒤를 돌아 다바오를 보고 놀라서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친왕을 보는데 명원제도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것이 보여 정신을 차리고 우문호와 같이 보친왕을 치료하러 보내 드렸다.다바오가 보친왕을 물었다는 것을 안 명원제는 화가 나서 다바오를 때려 죽이라고 어명을 내렸다.눈 늑대는 다바오를 보호하며 입에서 푸르르 소리를 내고 앞으로 나온 시위들을 호시탐탐 엿보고 있다.이때 우리 떡들이 방밖으로 달려 나와 뒤뚱뒤뚱 계단을 내려가다가 경단이가 홀랑 굴러 떨어져 눈 늑대 앞에까지 굴렀는데 얼른 일어나 손을 허리에 대고 뺨을 부풀리며 명원제에게, “할아버지 나빠 나빠!”명원제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초왕부에 있는 짐승은 어찌나 귀하신 몸인지 황제인 자신조차도 건드리지 못하는 구나 싶다.오늘 생일 주인공이 최고인데다 명원제가 보기에 보친왕의 상처도 그리 심하지 않은 것 같으니, 이렇게 경사스러운 날 살생을 할 수는 없고, 나중에 다섯째에게 아이들과 이 야수들을 같이 놀게 하지말라고 따끔하게 얘기하는 것으로 했다.위태부는 계속, “봐, 보라고, 일이 터졌잖아, 내 말이 틀려?”위태부가 이 말을 하면서 일부러 소요공을 쳐다봤다.소요공이 울리는 목소리로, “입 방정 떨지 맙시다!”명원제는 눈 늑대와 다바오를 노려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어의가 보친왕의 상처를 치료하고 원경릉도 가서 돕는데 보는 눈이 많은 가운데 태자비가 직접 친왕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원경릉은 소독약을 꺼내 어의에게 주고 어의에게 우선 깨끗한 물로 상처를 씻은 후 소독약을 바르게 했다.다바오가 심하게 문 건 아니었다. 만약 진짜 물었으면 살점이 떨어졌을 건데 지금은 이빨자국만 남아있는 상태로 이빨자국 2개가 특히 심해서, 이빨이 살점을 갈고리처럼 걸어 당겨 거기서 피가 많이 나왔다.명원제가 보친왕을 위로하고 보친왕은 아픔을 참으면서 눈 늑대와 다바오를 감싸주는 것을 잊지 않고, “

  • 명의 왕비   제 1540화

    보친왕이 의심스럽다?생일 잔치가 끝나고 초왕부로 돌아가니 이미 저녁 해시(9시~11시)다.우리 떡들은 오늘 굉장히 의젓해서 생일 선물을 잔뜩 받아 마차마다 그득 그득 싣고 왕부로 돌아왔다.집에 와서 다들 잠이 들고 유모들은 아이들을 데려다 재우자 눈 늑대와 다바오도 따라가는데 우문호가 일갈하며, “다바오 거기서!”다바오는 쏜살같이 달아났다.우문호가 완전 열 받아서 원경릉에게, “저 녀석 처리해야 겠어. 미쳐서 다른 사람을 물면 안되니까.”원경릉은 살짝 우문호의 소매를 당기며, “방으로 가자, 할 말이 있어.”우문호는 원경릉 표정이 무겁고 돌아오는 길 내내 아무 말도 없었던 게 생각나서 뭔가 알아챘구나 싶었다.두 사람은 소월각으로 들어가 만아가 차를 따라 주기를 기다렸다가 모두 내보내고 문을 닫았다.“왜? 안색이 별로 안 좋은데?” 우문호가 원경릉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피곤해?”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잡아 무릎 위에 올리고 고개를 흔들며, “안 피곤해, 자기야. 박원을 공격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보친왕이 아닐까 의심스러워.”“말이 돼?” 우문호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말해? 이유가 있는 거야?”원경릉이, “그때 내가 다바오에게 안장의 냄새를 맡게 했던 거 기억나? 다바오가 알아냈어. 보친왕이야. 생각해봐. 다바오는 주도적으로 사람을 공격한 적이 없어. 다바오는 사람 성격을 알고 특히 오늘 같은 상황에서 데리고 나가도 분수껏 행동했을 텐데 왜 이유 없이 사람을 물었을까? 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니고 오직 보친왕만 노려보고 물었어.”우문호는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듯, “다바오가 안장의 냄새를 맡은 건 꽤 오래 전 일이라 다바오가 냄새를 그렇게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다바오가 황숙을 문 게 이상한 냄새가 나서가 아니라 황숙이 다바오를 혼냈거나 쫓아버렸기 때문일수도 있어.”원경릉이 확실하게, “다바오는 분명 안장의 냄새라고 했어. 난 다바오를 믿어.”“다바오가 얘

  • 명의 왕비   제 1541화

    태후의 병환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경릉에게 뽀뽀했다. 그녀의 손을 잡고 눈동자를 응시하며, “눈 깜짝할 새 우리 떡들이 벌써 돌이 됐어. 1년이 정말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응.” 원경릉도 감개무량해서, “하지만 그 시간동안 벌어진 일도 엄청났지. 사건마다 얼마나 힘들었나 몰라.”원경릉은 우문호의 잔머리를 정리해주며 손가락으로 얼굴의 흉터를 만지는데 벌써 많이 옅어 졌다. 흉하지 않고 살짝 무늬가 들어간 정도다.부부는 나한상에 서로 기대 일년 동안의 일을 얘기하는데 하나같이 엄청난 사건들이지만 다행인 건 모두 지나갔다는 사실이다.고진감래라고 비바람이 지나간 뒤 평온한 날이 있는 법이다.이어지는 한달간 아무일 없이 고요했으나 좋은 일도 생기지 않았다.일부 기숙사는 빨리 세워져서 거의 준공이 다가왔고 의원들도 전부 찾아 놨다. 이리 나리와 미색이 도와주니 식은 죽 먹기다.한달간 학생모집도 진행중인데 처음 모집하는 학생들은 전부 학문적 소양이 있는 자들로 글자교육에 시간을 보낼 필요 없었다.할머니는 원장을 담당하고 조어의는 부원장을 맡아 6월초 정식으로 수업을 시작했다.의대가 개학한 것이 경성에선 큰 행사로 자리매김해 많은 백성들이 몰려왔다.날씨도 점점 더워져 갔는데 경성의 더위는 찜통더위라 막 6월에 접어들었는데도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작열해 머리에서 김이 날 지경이었다.태후가 어화원에서 연꽃을 감상하고 더위를 먹은 나머지 궁으로 돌아가가 기절하고 토해서 어의가 일사병을 낫게 하는 탕과 차를 처방했으나 이틀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고 도리어 갈 수록 혼수상태가 되었다.명원제는 원경릉이 입궁해 태후를 치료하게 했는데 역시 일사병으로 진단하고 약을 처방한 후 며칠 더 쉬고 궁의 통풍과 환기에 신경을 썼다.태후가 쇠약하게 병석에 누워있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병은 낫게 해드릴 수 있지만 마음의 병은 치료해 드리지 못하네요.”원경릉은 현비 일 이후 태후의 몸이 하루가 다르게 안 좋았는데 기왕 일까지 터지

  • 명의 왕비   제 1542화

    태후의 병세옆에서 병수발을 들던 황귀비가, “태후마마, 위왕 전하가 그리우시면 사람을 보내 마마를 뵈러 오라고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태후가 고개를 흔들며, “됐네, 조정을 위해 나가 있는 사람을 뭐 하러 일부러 불러 들여? 그리고 편지를 보내고 위왕을 기다리는데 적어도 한 달은 걸릴 텐데 내 몸이 한 달을 버티지 못할 것 같네. 그리고 두 군주는 어떻게 지내나? 금지옥엽처럼 불면 날아갈 세라 키워질 아이들인데 지금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을까? 평범한 영애보다 못한 서민 출신으로 떨어졌으니 앞으로 어떻게 혼인을 시킨다는 말이냐?”“그런 말씀 마세요. 마마는 일사병이니 무슨 중병도 아니고, 잘 쉬시면 좋아집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 절대로 손녀들을 고생시키지 않으실 거예요.” 황귀비가 얼른 답했다.태후가 입을 닫고 어두운 눈빛으로 침대 휘장을 보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잠시 후 둘을 나가라고 하고 깊은 궁궐 안쪽에 태후의 탄식이 깊어져 갔다.황귀비와 원경릉이 외전으로 나가 자리에 앉더니 황귀비가, “태후 마마의 병세가 심각한가?”원경릉이, “심각한 정도로 따지면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심각하기도 해요.”황귀비가 당황해서, “뭐? 일사병이 아니야?”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황귀비에게, “더위를 먹기 전에 몸이 좋지 않으셔서 지금 일사병애 걸리니 다른 병도 같이 발병한 상태예요. 몸에 병은 그래도 나은 게 고약한 큰 병이 아닌데, 심각한 건 마음의 병으로 요 1년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으셔서 마음을 달래고 터놓지 않으면 벙세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황귀비도 그래서 걱정이 앞서는 지라, “셋째 쪽은 그래도 괜찮은 게 사람을 보내 쉬지 않고 말을 달리면 보름이면 돌아올 수 있지만, 큰애는 어떻게 하지? 폐하께서 입궁을 허락하지 않으시는데 누가 폐하께 말씀을 드려? 태후 마마도 폐하께서 하기 힘드신 걸 아니까 폐하 앞에서는 내색을 안하시는 거지.”원경릉도 도울 방법이 없고, 지금 우문군은 황제의 마음 속에 역린으로 건드리면

  • 명의 왕비   제 1543화

    환자를 돌보다희성이 희열이와 헤어지고 원경릉만 남겨서 얘기를 나눴다.태후가 원경릉을 침대맡으로 불러, 손을 꼭 잡고 정중하게, “희열이가 컸구나, 2년안에 혼담이 오갈 텐데 지금 신세가 그렇다 보니 명문세가의 공자들은 분명 눈에 차치 않아 하겠지. 황제에겐 네 말이 먹히니 폐하의 은덕을 구할 방법을 생각해 봐라. 하다못해 걔들한테 현주 봉호라도 하사하고 식읍과 분봉을 내려 앞으로 먹고 살 걱정 없게 해 달라고.”원경릉이, “황조모 걱정 마세요. 말씀하지 않으셔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걔들 옷이 초라해서 빈궁한 나날을 보내는 건 아닐까 걱정하시나 본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미색이 계속 세 모녀를 돌봐 주고 있어서 의식주에 부족한 게 없지만 좋은 걸 주지 않는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비난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쟤들은 죄를 지은 친왕의 딸인데 사치를 부린다고 할까봐요. 사람 입이 들면 침으로도 아주 익사 시키고도 남아요. 특히 군주가 점점 자라고 있으니 조금의 오점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게 큰 형님의 뜻이기도 하고요.”태후가 듣더니 얼굴이 좀 편안해 지며, “너와 미색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주니 세 모녀가 고생하지는 않겠구나. 제왕의 집안엔 박정한 예가 없지 암. 너희들이 쟤들을 이렇게 대해주니……잘했구나.”“태후마마 걱정 마세요. 일이 좀 수그러들면 이유를 찾아내 쟤들 자매에게 은덕을 베풀어 주시길 구할 게요.” 원경릉이 믿어도 좋다고 했다.태후가 깊은 신뢰의 눈빛으로, “네가 말하는 게 낫지, 난 못 해. 내가 말하면 황제를 강요하게 하는 거라 힘들게 만들 뿐이야.”원경릉이 깊이 생각하더니 역시 제일 힘든 건 아바마마다.태후가 희열이 희성이 자매를 보고 마음이 많이 편안해 져서 일사병도 점점 호전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연세가 많고 마음의 상처가 있는 지라 정신이 아무래도 예전 같지 않았다.6월 중순이 되어 자꾸 병을 앓으시는데 어의가 탕약을 계속 올렸지만 큰 병은 아니지만 완전히 낫지 않아 골골하는 상태가 계속 되었다.원경릉도 무슨 큰

  • 명의 왕비   제 1544화

    제왕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제왕이 몸을 뒤로 기울이자 석양은 이미 떨어졌고 지평선에 일말의 노을 빛만 남아 있다.“왜냐면 내가 외롭거든!” 제왕이 비밀스럽게 말하더니 작가 한숨을 쉬며, “화려할 수록 고독해. 모든 일이 마치 나랑 무관한 것 같고 세상이랑 단절된 이 느낌이 장원의 지금이랑 아마 비슷할 거야. 장원은 자신의 세계에서만 살고 있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고 나오지도 못하지.”어둠이 조금씩 덮이고 세상은 마치 칠흑 같은 지하 밀실처럼 빛이 없다.6월 하순이 되자 황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명원제에게 알현을 요청하며 제왕의 혼사를 준비하고자 했다.명원제는 제왕을 불러 이 일을 알리자 제왕이 반대하며 처음으로 과격한 말이 오가며 부자간에 언성이 높아졌다.명원제가 화를 냈지만 우문군 일을 겪고 아들을 특히 조심스럽게 대하며 계속 혼자 지낼 수 없다고 우문호를 통해 제왕과 잘 얘기해보도록 했다.우문호는 초왕부에 연회를 열어 제왕에게 와서 술을 마시도록 했다.약간 취기가 돌자 우문호가, “비를 고르기 싫은 게 원용의 때문 아냐?”제왕이 술을 따르고 눈을 내리 깔며, “전혀 아니라고 하면 형은 안 믿을 거잖아요. 그렇다고 전부 그녀 때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 예요.”“그럼 또 뭐가 있는데?” 제왕이 눈을 반짝이며, “혼인은 왜 하나요?”우문호가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더니, “심각한 얘기 하고 싶어?”“자손을 낳기 위해서라는 말만 하지 말아줘요.”우문호가 웃으며, “그건 세상 사람들이 혼인하는 이유야, 당연하지 친왕이 왕비를 고르는데 다른 이유가 수도 없이 많지.”“그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혼인해서 어떻게 하려고? 왕부에 사람 하나만 더 늘어날 뿐이잖아요.” 제왕이 적막한 듯 말했다.“보아하니 그 사람이 원용의가 아니기 때문인 건데 만약 그녀와 혼인하고 싶으면 아바마마께서 성지를 내리실 수 있어.”“그랬잖아요, 이건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제왕이 의자 등받이에 기대 고독한 눈빛으로, “만약 그 사람이 원용의면

  • 명의 왕비   제 1545화

    걸리는 손자들명원제는 지금 우문호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다. 어쩌면 정말 피로감이 심하거나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명원제가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견을 듣는 법을 배우기 시작해 우문호는 명원제와 얘기를 나눴는데 명원제는 의외로 제왕이 왕비를 골라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태후의 건강이 날로 악화되어 명원제는 위왕에게 소식을 전하고 짬을 내서 경성으로 돌아와 만나 뵐 것을 허락했다.우문군 쪽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7월이 지나고 날이 갈수록 달아오르기 시작해 태후는 이미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다.8월 초사흘, 경성 바깥 관도에 말 한 마리가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데 말을 탄 사람은 옷이 더러운데다 얼굴은 흙먼지가 가득했다.그가 성문에 도착했을 때 요패를 꺼내지 않았으면 아무도 눈앞에 이 거무튀튀한 사람이 왕년에 잘생기기로 소문난 위왕 전하임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위왕이 경성으로 돌아온 뒤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입궁해 알현을 드렸다.명원제는 위왕을 만나지 않고 목여태감을 통해 위왕을 용화전에 태후를 뵙게 하라고 전했다.할머니와 손자가 만나 위왕이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태후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몸을 일으켜 위왕을 한동안 쳐다보더니 눈물이 터져 나오는데, “어째 소식 한 자 없었어? 이 늙은이를 그리워 한 적이 있기는 했고?”위왕이 침대맡으로 기어가며 목놓아 울었다.태후는 별 말 하지 않고 위왕의 손을 잡더니 정화군주를 데리고 와서 잘 대해주라고 신신당부 하며 다시는 정화군주를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했다.위왕이 알았다고 답하고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이제 그는 정화군주에게 접근할 자격이 없다.위왕을 보고 태후의 마음에 그리운 사람은 이제 오직 우문군 뿐이다.하지만 우문군을 입궁시키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는데 아버지이자 임금을 저주하는 불효자를 무슨 자격으로 다시 황실 가문에 불러들인다는 말인가?그래서 마음의 응어리는 도리어 깊어만 가고 우문군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절박하면 할 수록

  • 명의 왕비   제 1546화

    태후를 만난 우문군우문군은 주재상 집에서 온 전갈을 듣고 이게 꿈인가 싶었다.우무군은 꿈에서 궁으로 돌아가 여전히 예전의 존귀한 기왕의 모습이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매번 실망했다. 이제 희망의 불꽃이 타오르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게 그것은 곧 끝없는 실망이 우문군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주재상의 전갈을 듣고도 믿지 않았다. 아바마마께서 자신이 돌아오는 것을 용서하셨을 리 없다.그러나 마차가 집 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실감이 들었다.서둘러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었는데 어젯밤의 숙취가 상당히 남아 여전히 머리가 아팠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단 한 번의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마차가 황궁을 향해 가자 우문군의 마음은 날아갈 듯했다.주먹을 꽉 쥐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이것은 유일한 기회다, 반드시 아바마마를 뵙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우문군은 그동안 아바마마의 분도 많이 가라앉았고 자신이 큰 아들이라 아바마마께서 한결같이 총애하셨으니 절대로 일생을 이렇게 밖에 버려 두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궁의 금색 유리 기와가 보이자 우문군은 감동이 밀려왔다.궁에서 사람들이 맞으러 나와 우문군을 데리고 용화전으로 갔다.맞으러 나온 사람은 궁인이 아니라 금군인 것을 보고 우문군이 속으로 좀 부끄러운 것이 아바마마께서 여전히 자신을 방비하고 있어서 였다.태후궁으로 들어가자 비로소 상궁이 앞장을 섰다.우문군의 마음은 태후를 만나는 데 없고 그저 어서 아바마마를 뵙는 것만 생각했다.침대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불효한 손자 황조모를 뵙습니다. 황조모 옥체 강녕하시길 빕니다.”태후는 밤낮으로 한번만 보기를 바란 손자인데, 눈알을 굴려 다른 데를 쳐다보고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 우문군을 보니 오히려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지만 얼굴에 티 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작은 소리로, “좀 가까이 오너라, 자세히 보자.”우문군이 무릎을 꿇고 앞으로 나오는데 옷을 갈아입었다고 하나 오래 술독에 빠져서 피부와 모공에서 짙은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