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502화

작가: 유애
밥 한술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뭐부터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바깥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등불이 꺼질 듯 위태롭게 일렁이고, 휘장이 말려 올라가 펄럭펄럭 소리가 났다

이렇듯 주변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고 두 사람의 마음 속엔 수백 수천마디의 말이 있지만 그저 이렇게 묵묵히 바라보기만 해도 모두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부수적일 뿐.

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당신이 있어서 아무리 힘들어도 고생이란 생각 안 들어.”

그들은 서로의 세계에 등불이자 한 줄기 따스함이다.

원경릉이 조용히 우문호의 가슴에 엎드려 그의 심장 고동소리를 듣자 마음이 평온해 지는데, 우문호가 있기에 세상이 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두렵지 않다.

우문호가 고개를 숙여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목을 끌어안는데 약간 건조하면서도 뜨거운 입술의 온도가 느껴지며 그제서야 둘이 꽤 오래 서로 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아가 밥을 가지고 문 앞에 왔다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물러났다.

서일의 목소리가 살풍경하게 들려오는데 급하게 뛰어왔는지 새된 목소리로, “나리, 기왕부에 일이 생겼는데…….어? 두분 바쁘신 가요? …… 소인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우문호가 원경릉을 놔주고 약간 침울한 얼굴로, “들어와, 기왕부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

서일이 대담하게 들어와서 보고하길, “기왕부 사람이 경조부에 신고하러 왔는데 기왕부에 도둑이 들었다고. 보좌관이 병여도 도난 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태자 전하께 직접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우문호가 얼른 외투를 입고 원경릉에게, “다녀올 게.”

“뭐 좀 먹고 가지?” 원경릉이 만아 손에 들려 있는 밥을 보고 소리쳤다.

우문호가 한 손으로 찐빵 두개를 입 안에 우겨 넣고 우물거리는 소리로, “도아아서 어그께.”

서일도 따라서 얼른 뛰어 갔다.

만아가 밥을 들고 들어와서 한숨을 쉬며, “태자 전하께서 너무 고생이세요. 밥 한 끼를 제대로 못 드시고.”

원경릉도 마음이 아파서 만아에게, “냄비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503화

    기왕부에서만아는 먹는 것을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이미 배가 불렀지만 남은 것을 보고 아줌마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럼 쇤네가 먹습니다.”우문호는 서일을 데리고 기왕부로 가자, 경조부에서 이미 사람을 보내 우문호가 오면 같이 들어가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기왕은 오늘 술을 마시고 서재에서 기왕비에게 손가락질 하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신고는 왜 해? 도둑 좀 든 거 가지고? 잡으면 잡는 거고 못 잡아도 딱히 잃은 것도 없는데, 저 속이 시커먼 놈은 왜 오라고 했어? 왜 날 더 엿 먹이지 못해 안달이야? 내가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어 죽겠지? 네가 아주 지금 좋아 죽겠는 모양인데, 이 분만 삭이고 나면 내가 널 아주 죽여버릴 거야 이 년아!”기왕은 우문호에게 뼈에 사무치게 미움이 쌓였는데, 도둑이 들었어도 별로 큰 손해도 없이 서재나 뒤졌을 뿐으로 돈 되는 물건이 없어서 신경 쓸 필요 전혀 없는데 이 쌍년이 옳다구나 하고 경조부에 신고를 했다.기왕비는 한 쪽에 서서 아무 말이 없이 기왕이 비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얼굴엔 벌써 손바닥 자국이 나서 화장으로 가렸지만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데 기왕비의 눈빛은 흐리멍덩한 것이 뻥 뚫린 오래된 우물처럼 그렇게 악독한 저주를 퍼붓는 대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기왕이 갑자기 뒤를 도는 순간 기왕비의 눈에 한줄기 차가운 섬광이 번쩍했다.우문호가 경조부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기왕이 바로 나와서 막으며 우문호에게, “조사할 거 없어, 가!”우문호가 서재를 힐끔 보니 난장판이 되어 있고 책꽂이에 있던 건 뽑혀 땅바닥에 뒹굴고 탁자 위의 물건은 전부 바닥에 떨어져 있다.“보긴 뭘 봐? 꺼지라고 했어. 안 들려? 집안에 좀도둑이니 경조부에서 납실 필요 없으니까 당장 꺼지라고!” 기왕이 술을 마시고 우문호를 보니 희열이와 이씨 집안의 혼사를 망쳐 놓은 일이 생각나 열불이 치밀었다. 결국 경조부 사람이 그 자리에 같이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대놓고 우문호에게 화를 냈다.우문호는 정색하고 기왕

  • 명의 왕비   제 1504화

    기왕의 밀실이런 모욕적인 말을 우문호는 전혀 들은 척도 안하고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기왕비는 계속 조용히 보고 듣고 있다가 우문호가 들어오자, “오늘밤 기왕부 수위가 순찰을 돌 때 서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창문으로 도망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쫓았으나 잡지 못하고, 제가 전에 병부에서 도난사건이 있었다는 게 기억나서 이 일을 사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이렇게 신고를 했습니다.”“뭘 잃어버리셨는지 찾아보셨습니까?” 기왕비가 고개를 저으며, “아뇨, 뭔가 손을 대면 조사하는데 지장이 있을 까봐, 그런데 여기…… 원래는 이렇게 어지럽혀 있지 않은데 왕야께서 돌아오셔서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이렇게 부서져버렸네요.”우문호가 바깥을 흘끔 보니 기왕이 여전히 욕을 하고 있고 갈 수록 욕이 에스컬레이팅 하자 심각한 얼굴로 서일에게 분부하길, “입을 막아라.”기왕의 욕은 험하고 악독하며 자극적이어서 서일은 벌써부터 참기가 힘들었는데 친왕이라는 신분이라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런데 우문호가 명을 내리자 바로 천을 가져다 욕을 쏟아내는 기왕의 입을 틀어막았더니 온 세상이 일순간 고요해 졌다.우문호가 보니 서제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물건은 없고 병법서와 일반적인 문서들로 기왕비에게, “사람을 데리고 와서 뭔가 귀중한 것을 잃어버린 게 없는지 살펴 보시죠?”기왕비가 망설이며, “여긴 중요한 물건이 없는데, 어쩌면……”“어쩌면?” 기왕비가 말하려 다가 말고 우물쭈물 하는 것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기왕비는 바깥에 기왕을 흘깃 보더니 기왕의 입은 막혀 있지만 두 눈은 뜨고 있고 눈에서 불꽃이 나오며 독화살처럼 기왕비에게 꽂혔다.기왕비는 천천히 눈을 돌려 우문호에게, “어쩌면 밀실에 잃어버린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여기 밀실이 있어요?” 우문호가 의아해 했다.밖에 기왕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마의 핏줄이 다 튀어나왔으나 소리를 내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두 눈 멀쩡하게 뜨고 기왕비가 밀실 문을 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서재의 동쪽

  • 명의 왕비   제 1505화

    기왕비의 부탁우문호가 한 손으로 들어 올리자 병여도가 그의 손에서 주르륵 펼쳐지는데 바닥까지 닿고 위쪽에는 병기의 제조 방식과 여러 구조도가 그려져 있다.우문호는 천천히 병여도를 말며 기왕비의 놀란 표정을 보고 속으로 생각이 있어 여기서는 묻지 않고 차갑게 명을 내리는데, “이리 오너라, 우문군을 경조부로 데려가 하옥하라.”기왕이 풀려날 때는 이미 몸이 허물어지더니 병여도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우문호를 가리켜, “네가 훔친 걸 우리집에 가져다 놓고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해? 이건 내 꺼 아니야, 우문호, 넌 위아래도 없고 뵈는 것도……”우문호가 한 방에 기절 시키더니, “데리고 가라!”기왕비는 손을 뻗어 문에 기대고 복잡하고 당혹스러운 안색이다. 우문호가 다가와서, “형수님, 태자비가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가서 같이 좀 계셔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기왕비가 멍한 목소리로, “그러지요!”“그런 저는 일단 경조부로 가겠습니다!” 우문호는 현장 종료를 알리고 기왕부를 떠났다.기왕은 경조부 감옥으로 압송되었고, 병여도는 우문호가 경조부에 남겨두지 않고 몸에 지니고 초왕부로 갔다.우문호는 사실 밀실의 문을 열 때부터 이 일은 어쩌면 기왕비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했다. 도난사건을 빌미로 경조부 사람을 끌어들여 우문군이 안에 꾸며 놓은 사악한 주술 짓거리를 보게 해서 모두에게 미움 받을 계획이었다. 아바마마는 말할 필요도 없다.이 죄는 기왕의 목숨을 부지하게 할 수 있으나 남은 평생에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기왕비가 이렇게 한데는 기왕이 희열군주를 건드리려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기왕비가 심야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옷을 걸치고 나갔다. 기왕비는 전신에 맥이 풀린 것처럼 의자에 쓰러지더니 옷 안으로 목을 잔뜩 움츠렸다. 망토 밖으로 큰 눈만 보이는데 허둥지둥하고 막막한 표정이다.원경릉이 기왕비의 이런 모습에 너무 놀라, “무슨 일이예요?”기왕비를 안지 오래됐지만

  • 명의 왕비   제 1506화

    기왕비의 의도잠시 후 밖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삼경(밤 11시~새벽1시)이다.오늘 밤은 왜 이렇게 긴 거야!우문호가 돌아와서 탕양과 같이 들어오더니 탕양이 쓸데없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는 김에 문도 닫았다.우문호는 원경릉 잔으로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시더니 망토를 벗고 앉아서 기왕비에게, “형수님, 여기는 아무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말씀해 주세요.”기왕비가 우문호에게 목이 메인 소리로, “먼저 얘기해 줘요, 병여도가 그 사람 밀실에서 나왔으니 역모죄로 처단 받겠죠?”우문호가 가볍게 탄식하며, “그런 주술과 같이 두 가지가 아바마마께 올려지면, 형수님은 어떨 거 같아요?”기왕비는 얼굴이 새하얘지며, “전……병여도가 왜 거기 있는지 몰라요.”기왕비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문호에게, “아마 대충 짐작했겠지만 오늘밤 기왕부에 도난 사건은 없었어요. 제가 꾸며낸 일로 목적은 당신들이 와서 그 밀실에 있는 물건을 발견하게 하는 거였죠. 그것들은 제가 가져다 놓은 함정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이 한 거예요. 제가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 안 건 좀 됐지만 이런 수단을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내버려 뒀어요. 나중에 그 인간이 희열이를 어쩌려고 하길래 부득이하게 까발린 거죠. 제 목적은 그냥 그 인간을 폐하는 거였어요.”손에 든 물잔을 돌리며, “희열이를 데리고 태자비 마마에게 왔을 때 태자비 마마를 사부님으로 모시게 한 건 어느 날 내가 궁지에 몰려 이렇게 해야만 할 때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그 인간이 폐해지면 저도 서민으로 강등되겠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 희열이를 잘 지내게 할 방법을 찾은 겁니다. 희성이는 전에 친정 오빠에게 부탁해 두었어요. 희성이 희열이 둘 다를 초왕부에 맡길 수는 없어서…… 이번에 도난사건을 꾸미며 여러 차례 생각했는데 아바마마께서 그 인간을 벌하실 것이고 어쩌면 죽이실 지도 모르지만 나와 군주는 그렇게 연루될 리 없다고.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밀실에서 잃어버린 병여도가 나올지. 정말 예상과는 다른 전개

  • 명의 왕비   제 1507화

    배후는 주명양?“기왕부는 방범이 치밀하니 이자가 아무 기척없이 병여도를 밀실에 둘 수는 없어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기왕비가 말했다.“의심 가는 사람이 있나요?” 우문호가 물었다.기왕비는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 생각나는 사람이 전혀 없어요. 밀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그 인간 곁에 사람은 제가 원래 대비를 하기 때문에 오늘밤 제가 꾸민 일은 그 인간 곁에선 알 리가 없어요.”탕양이 정리하더니, “이자는 기왕비 마마의 오늘 거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밀실에 출입해도 사람의 주목을 끌지 않으며, 기왕부 내에서 일정한 권력이 있거나 적어도 서재에 출입하거나 기왕비 마마 근처에서 움직여도 의심을 사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군요.”기왕비가 생각해 보더니, “그런 사람이 실제로 없어요.”그러다 문득, “하지만 전에 주명양이 제 곁에 붙여 놓은 사람이 저한테 발각됐지만 쫓아내지 않았어요. 첩자를 역으로 이용해 제 신변의 일은 일체 손대지 못하게 하고 가끔 가짜 소식을 흘려 주명양에게 보고하도록 두는데 그 애일까요?”탕양은 주명양을 잘 모르고 그녀가 한 행동만 기억하고, “그녀가 누군가와 결탁할 것 같지는 않고, 게다가 굉장히 덤벙대고 경솔한 것이 아닐 것 같은데요.”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탕양은 주명양이 덤벙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 본 거야. 주명양은 사실 지독하고 계산적인 여자야. 경솔하게 횡포를 부리는 건 표면적인 모습이고 속셈으로 따진다면 주명취에 조금도 뒤지지 않지. 만아한테 물어봐도 돼.”처음에 주명양이 벌인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역시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주명취라는 언니를 수단이 저열하다고 무시했다.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주명양이 평소에 기왕부에서 생트집을 잡아 나랑 싸우자고 드는 건 술수로는 이기기 힘드니, 아예 미친 짓으로 절 괴롭혀서 척을 지면 제가 주명양을 처리해 버리기가 난감해 져요. 주명양이 속셈이 밝은 건 사실이예요.”“그리고……” 우문호가 눈을 가

  • 명의 왕비   제 1508화

    우문호의 위경련다들 헤어지고 탕양이 갑자기, “만약 이 일이 정말 주후궁과 관련이 있어서 그녀와 결탁한 자를 끝까지 찾아내면 분명 주씨 집안 사람이겠군요.”우문호는 그 점은 생각하지 못하고 탕양의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변했다.기왕비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약간 멍해 진 관계로, “이게 주씨 집안과 어떻게 관련이 있죠? 탕양 말은 주재상이 주명양이 이렇게 하도록 했다는 건가요? 이 모든 건 주재상이 판 함정이다? 배후의 사람도 그 사람이라는?”원경릉이 막 들었을 때는 탕양의 말이 그런 뜻인 줄 알았지만 깊이 생각하고 알게 된 것이, “아뇨, 탕양은 주재상이 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하는 게 아니라, 만약 주명양에서 조사를 시작하면 반드시 다음 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어쩌면 주재상을 끌어 들이고 말게 되는 거죠. 이자는 기왕을 제거하고 주재상도 제거하기를 원해요. 얼마나 치밀한 가요. 모든 상황을 전부 계산에 넣고 있어요.”우문호가 이를 갈며, “대단한 독화살이야 일거양득도 아니고 삼득을 노리다니. 먼저 큰형을 없애고 다음으로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 시키고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을 주씨 집안으로 몰아가 주재상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고 해도 아바마마께는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겠지. 앞으로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천천히 주씨 집안의 세력을 약화시킬 거야.”탕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습니다. 그자는 우리가 여기까지 예상하도록 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군요. 조사를 선택하면 조사의 끝은 주재상이 될 것이고, 조사하지 않으면 그건 범인에게 병기를 주조하고 세력을 비축할 시간을 주는 것으로, 병여도는 되돌려 줬지만 분명 자기 것 하나를 베껴 두었을 것입니다.”우문호가 바깥의 깜깜한 하늘을 보고 싸늘하게, “괜찮아, 그자가 영원히 흑암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황위를 노린다면 결국 천천히 수면위로 드러날 테니까. 병여도가 돌아왔고 내가 내일 아바마마께 바로 제작에 들어가도록 주청을 드릴 거야. 그자가 악당과 손잡고 우리 북당의 국력에 맞서

  • 명의 왕비   제 1509화

    깨우지마“응, 바쁜 일 끝나면 몸 관리할 게. 내 시중들지 말고 얼른 자.” 우문호가 아픈 와중에 아내가 마음에 걸려서 도리어 원경릉을 위로하고 있다.“나 안 졸려.” 원경릉이 머리를 둘둘 감아 올려 똥머리를 하더니 머리가 기니까 이런 좋은 점이 있다며 다른 도움없이 고정시키고, “아무 말도 하지 마. 눈 감고 조금 있으면 좋아질 거야.”우문호가 눈을 감고 손을 원경릉 다리에 올려놓는데 엄마 몸에 닿아야 안심하는 아기 같다.위통이 심해지더니 약을 먹었는데도 바로 통증이 멈추지 않고 눈을 감자마자 토하고 말았다. 막 먹은 약도 토하고 오늘밤 먹은 밥도 다 토했다.바깥에 시중을 드는 사람이 있어 원경릉이 죽을 끓여오라고 하고 자기는 바닥을 청소했다.우문호는 아파서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원경릉이 치우는 걸 보더니, “하지 마, 사람들 시켜, 더러워.”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하지 마, 눈감고 좀 참고 있어.”청소를 마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위경련 진정 진통 수액을 걸어주었다.정맥으로 약을 넣자 효과가 빨라서 잠시 후 우문호의 얼굴색이 나아지더니 만아가 죽을 끓여 와서 원경릉이 쌀 미음을 몇 숟갈 떠먹여 주고 우문호는 잠이 들었다.한참을 아파서 고생하느라 날은 벌써 훤히 밝았다.원래 오늘은 일찌감치 나가려고 했지만 우문호는 막 잠이 들어서 도저히 깨울 수가 없었다. 자는 대로 내버려 두니 진시(아침 9시~11시)까지 자다가 스스로 일어났다.다 합쳐 고작 한 시진도 못된다.우문호가 일어나서 빨개진 원경릉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아파 원경릉의 손을 가슴에 대고, “고생시켰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그래, 오늘 종일 잘 수 있어!” 원경릉이 엎드려 우문호에게 뽀뽀하고, “아직 아파?”우문호가 위를 눌러보며, “괜찮아, 아직 약간 콕콕 찌르는 느낌이 있지만.”“오늘은 딱딱한 거 먹지 말고, 죽 조금씩 먹어. 만아가 끓여 놨으니까 나가기 전에 먼저 반 그릇 먹고 있다가 관아가서 사람 시켜 데워서 1시간 간격으로 반 그릇씩,

  • 명의 왕비   제 1510화

    보고기왕비는 기왕부로 돌아가서 주명양이 심어 놓은 첩자를 잡아 다가 물었다.이 시녀는 채접(彩蝶)이라고 하는데 가신이 하인 중에 사온 계집애로, 기왕비 곁에 사람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신이 기왕비 시중을 들 사람을 보내온 것이다.기왕비는 처음 그 아이를 받고 뒷조사를 했다. 기왕비는 사람을 쓸 때 굉장히 조심하는 편이라 무턱대고 몸종을 쓰지 않는다.뒷조사 결과 채접은 주명양이 주씨 집안의 저택에서 찾아낸 계집애로, 기왕비의 가신이 하인 중에 계집애를 사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먼저 채접을 가신의 하인에게 보낸 뒤 그곳을 전전해서 기왕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기왕비는 당시에 채접을 확 쫓아낼까도 했으나, 주명양이 계속 누군가를 심어 놓으려고 하느니 채접을 남겨 둬 주명양을 속이는 편을 택했다.기왕비가 당시 경솔했던 것이 주명양을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는 점이다.채접은 매를 이기지 못하고 곤장을 몇 대 때리자 바로 뭐든 줄줄 자백했다.주명양 사람임을 인정하고 전날 저녁 기왕비가 서재 도난 사건을 꾸미는 것을 몰래 엿듣고 주씨 집안으로 가서 주명양에게 고했다고 했다.기왕비는 채접을 죽이지 않고 일단 가두고 경조부에 사람을 보내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다 듣더니 처음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주명양도 일개 장기말에 불과하며 진정한 모든 것을 획책한 배후 조종자가 누군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그래서 기왕비가 꾸민 일은 아바마마 앞에서 감춰야만 했다.단지 그 일을 덮는다는 것은 어젯밤 확실히 서재 도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경조부에서 와서 어쩌다가 밀실을 발견했고 또 병여도를 발견했다. 기왕은 역시 책임을 벗을 수 없다는 뜻이다.우문호가 이를 악물어 피가 베어 나왔다. 이자는 진짜 대단하게 일을 꾸몄다. 줄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그자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가장 사람을 열 받게 하는 건 이자는 이 모든 계획이 들키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된 건지 분명히 알지만 꿀 먹은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