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507화

Author: 유애
배후는 주명양?

“기왕부는 방범이 치밀하니 이자가 아무 기척없이 병여도를 밀실에 둘 수는 없어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기왕비가 말했다.

“의심 가는 사람이 있나요?” 우문호가 물었다.

기왕비는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 생각나는 사람이 전혀 없어요. 밀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그 인간 곁에 사람은 제가 원래 대비를 하기 때문에 오늘밤 제가 꾸민 일은 그 인간 곁에선 알 리가 없어요.”

탕양이 정리하더니, “이자는 기왕비 마마의 오늘 거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밀실에 출입해도 사람의 주목을 끌지 않으며, 기왕부 내에서 일정한 권력이 있거나 적어도 서재에 출입하거나 기왕비 마마 근처에서 움직여도 의심을 사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군요.”

기왕비가 생각해 보더니, “그런 사람이 실제로 없어요.”

그러다 문득, “하지만 전에 주명양이 제 곁에 붙여 놓은 사람이 저한테 발각됐지만 쫓아내지 않았어요. 첩자를 역으로 이용해 제 신변의 일은 일체 손대지 못하게 하고 가끔 가짜 소식을 흘려 주명양에게 보고하도록 두는데 그 애일까요?”

탕양은 주명양을 잘 모르고 그녀가 한 행동만 기억하고, “그녀가 누군가와 결탁할 것 같지는 않고, 게다가 굉장히 덤벙대고 경솔한 것이 아닐 것 같은데요.”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탕양은 주명양이 덤벙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 본 거야. 주명양은 사실 지독하고 계산적인 여자야. 경솔하게 횡포를 부리는 건 표면적인 모습이고 속셈으로 따진다면 주명취에 조금도 뒤지지 않지. 만아한테 물어봐도 돼.”

처음에 주명양이 벌인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역시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주명취라는 언니를 수단이 저열하다고 무시했다.

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주명양이 평소에 기왕부에서 생트집을 잡아 나랑 싸우자고 드는 건 술수로는 이기기 힘드니, 아예 미친 짓으로 절 괴롭혀서 척을 지면 제가 주명양을 처리해 버리기가 난감해 져요. 주명양이 속셈이 밝은 건 사실이예요.”

“그리고……” 우문호가 눈을 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508화

    우문호의 위경련다들 헤어지고 탕양이 갑자기, “만약 이 일이 정말 주후궁과 관련이 있어서 그녀와 결탁한 자를 끝까지 찾아내면 분명 주씨 집안 사람이겠군요.”우문호는 그 점은 생각하지 못하고 탕양의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변했다.기왕비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약간 멍해 진 관계로, “이게 주씨 집안과 어떻게 관련이 있죠? 탕양 말은 주재상이 주명양이 이렇게 하도록 했다는 건가요? 이 모든 건 주재상이 판 함정이다? 배후의 사람도 그 사람이라는?”원경릉이 막 들었을 때는 탕양의 말이 그런 뜻인 줄 알았지만 깊이 생각하고 알게 된 것이, “아뇨, 탕양은 주재상이 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하는 게 아니라, 만약 주명양에서 조사를 시작하면 반드시 다음 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어쩌면 주재상을 끌어 들이고 말게 되는 거죠. 이자는 기왕을 제거하고 주재상도 제거하기를 원해요. 얼마나 치밀한 가요. 모든 상황을 전부 계산에 넣고 있어요.”우문호가 이를 갈며, “대단한 독화살이야 일거양득도 아니고 삼득을 노리다니. 먼저 큰형을 없애고 다음으로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 시키고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을 주씨 집안으로 몰아가 주재상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고 해도 아바마마께는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겠지. 앞으로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천천히 주씨 집안의 세력을 약화시킬 거야.”탕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습니다. 그자는 우리가 여기까지 예상하도록 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군요. 조사를 선택하면 조사의 끝은 주재상이 될 것이고, 조사하지 않으면 그건 범인에게 병기를 주조하고 세력을 비축할 시간을 주는 것으로, 병여도는 되돌려 줬지만 분명 자기 것 하나를 베껴 두었을 것입니다.”우문호가 바깥의 깜깜한 하늘을 보고 싸늘하게, “괜찮아, 그자가 영원히 흑암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황위를 노린다면 결국 천천히 수면위로 드러날 테니까. 병여도가 돌아왔고 내가 내일 아바마마께 바로 제작에 들어가도록 주청을 드릴 거야. 그자가 악당과 손잡고 우리 북당의 국력에 맞서

  • 명의 왕비   제 1509화

    깨우지마“응, 바쁜 일 끝나면 몸 관리할 게. 내 시중들지 말고 얼른 자.” 우문호가 아픈 와중에 아내가 마음에 걸려서 도리어 원경릉을 위로하고 있다.“나 안 졸려.” 원경릉이 머리를 둘둘 감아 올려 똥머리를 하더니 머리가 기니까 이런 좋은 점이 있다며 다른 도움없이 고정시키고, “아무 말도 하지 마. 눈 감고 조금 있으면 좋아질 거야.”우문호가 눈을 감고 손을 원경릉 다리에 올려놓는데 엄마 몸에 닿아야 안심하는 아기 같다.위통이 심해지더니 약을 먹었는데도 바로 통증이 멈추지 않고 눈을 감자마자 토하고 말았다. 막 먹은 약도 토하고 오늘밤 먹은 밥도 다 토했다.바깥에 시중을 드는 사람이 있어 원경릉이 죽을 끓여오라고 하고 자기는 바닥을 청소했다.우문호는 아파서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원경릉이 치우는 걸 보더니, “하지 마, 사람들 시켜, 더러워.”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하지 마, 눈감고 좀 참고 있어.”청소를 마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위경련 진정 진통 수액을 걸어주었다.정맥으로 약을 넣자 효과가 빨라서 잠시 후 우문호의 얼굴색이 나아지더니 만아가 죽을 끓여 와서 원경릉이 쌀 미음을 몇 숟갈 떠먹여 주고 우문호는 잠이 들었다.한참을 아파서 고생하느라 날은 벌써 훤히 밝았다.원래 오늘은 일찌감치 나가려고 했지만 우문호는 막 잠이 들어서 도저히 깨울 수가 없었다. 자는 대로 내버려 두니 진시(아침 9시~11시)까지 자다가 스스로 일어났다.다 합쳐 고작 한 시진도 못된다.우문호가 일어나서 빨개진 원경릉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아파 원경릉의 손을 가슴에 대고, “고생시켰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그래, 오늘 종일 잘 수 있어!” 원경릉이 엎드려 우문호에게 뽀뽀하고, “아직 아파?”우문호가 위를 눌러보며, “괜찮아, 아직 약간 콕콕 찌르는 느낌이 있지만.”“오늘은 딱딱한 거 먹지 말고, 죽 조금씩 먹어. 만아가 끓여 놨으니까 나가기 전에 먼저 반 그릇 먹고 있다가 관아가서 사람 시켜 데워서 1시간 간격으로 반 그릇씩,

  • 명의 왕비   제 1510화

    보고기왕비는 기왕부로 돌아가서 주명양이 심어 놓은 첩자를 잡아 다가 물었다.이 시녀는 채접(彩蝶)이라고 하는데 가신이 하인 중에 사온 계집애로, 기왕비 곁에 사람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가신이 기왕비 시중을 들 사람을 보내온 것이다.기왕비는 처음 그 아이를 받고 뒷조사를 했다. 기왕비는 사람을 쓸 때 굉장히 조심하는 편이라 무턱대고 몸종을 쓰지 않는다.뒷조사 결과 채접은 주명양이 주씨 집안의 저택에서 찾아낸 계집애로, 기왕비의 가신이 하인 중에 계집애를 사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먼저 채접을 가신의 하인에게 보낸 뒤 그곳을 전전해서 기왕부로 들어오게 한 것이다.기왕비는 당시에 채접을 확 쫓아낼까도 했으나, 주명양이 계속 누군가를 심어 놓으려고 하느니 채접을 남겨 둬 주명양을 속이는 편을 택했다.기왕비가 당시 경솔했던 것이 주명양을 전혀 신경쓰지 못했다는 점이다.채접은 매를 이기지 못하고 곤장을 몇 대 때리자 바로 뭐든 줄줄 자백했다.주명양 사람임을 인정하고 전날 저녁 기왕비가 서재 도난 사건을 꾸미는 것을 몰래 엿듣고 주씨 집안으로 가서 주명양에게 고했다고 했다.기왕비는 채접을 죽이지 않고 일단 가두고 경조부에 사람을 보내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다 듣더니 처음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주명양도 일개 장기말에 불과하며 진정한 모든 것을 획책한 배후 조종자가 누군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그래서 기왕비가 꾸민 일은 아바마마 앞에서 감춰야만 했다.단지 그 일을 덮는다는 것은 어젯밤 확실히 서재 도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경조부에서 와서 어쩌다가 밀실을 발견했고 또 병여도를 발견했다. 기왕은 역시 책임을 벗을 수 없다는 뜻이다.우문호가 이를 악물어 피가 베어 나왔다. 이자는 진짜 대단하게 일을 꾸몄다. 줄줄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어쩔 수 없이 그자의 계획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가장 사람을 열 받게 하는 건 이자는 이 모든 계획이 들키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된 건지 분명히 알지만 꿀 먹은

  • 명의 왕비   제 1511화

    명원제의 결정우문호가,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경조부에 압송하여 아바마마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바마마……. 고정 하소서!”우문호는 가슴을 줄로 묶은 듯 아바마마의 숨소리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쳤다.명원제가 노발대발해서 안색도 시퍼렇다가 목까지 시뻘게지며 두 손을 탁자 위에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며, “심문은?”명원제의 목소리에서 분노 외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침통함이 묻어나자 우문호도 침통한 목소리로, “아바마마께 아룁니다. 심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떠들어대길 그 작은 인형은 자기가 만들었다고 했으나 병여도는 훔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죽여버려!” 명원제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벼루에 주먹을 내리치더니 먹물이 든 벼루를 엎어버렸다. 온몸에 먹이 튀고 손가락뼈가 부러져서 피가 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 계속 탁자를 내리치며, “짐은 이런 아들을 낳은 적이 없어!”명원제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슬픔에 겨워 손을 늘어뜨리자 대리석 바닥에 핏방울이 떨어지고 천천히 용상에 기대, 어쩌자고 이렇게 양심도 없이 지푸라기 인형 주술로 자기 부모와 형제를 저주할 생각을 하지?우문호는 명원제가 막다른 골목에 몰린 사자처럼 보였다. 마음이 갈수록 괴로워지며 자기도 모르게 목이 메어, “아바마마 노염을 푸십시오. 옥체가 상하십니다. 그는…… 화내실 가치도 없습니다.”명원제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노기가 조금씩 엷어 지더니 눈동자의 빛이 사라져버렸다.천천히 일어나 휘청거리며 두어 걸음 가다가 겨우 안정적으로 탁자에 기대 우문호를 보고 선포하길, “우선 친왕의 봉호를 폐위하고 서민으로 강등하며 감옥에 가둔 뒤 식읍과 봉지, 저택을 몰수한다. 기왕부를 철저히 수색해 병여도 사건을 다시 조시하고 만약 그가 했다는 증거가 나오면……”명원제의 목소리가 한동안 멈추었다가 회색 빛 눈동자로 어서방의 붉은 기둥을 휘감고 있는 순금 천녀와 발톱 다섯개 용을 보더니 건조한 목소리로 아무 감정 없이, “조사결과 사실로 밝

  • 명의 왕비   제 1512화

    보친왕과의 만남경성을 넓게 한바퀴를 돌다 보니 어스름 해질녘이 되어, 우문호는 서일을 데리고 주루에 들어 갔다.자기가 지금 몸까지 안 좋으면 원 선생을 힘들게 할 게 분명하기 때문에 식욕이 없어도 저녁을 먹어야 했다.막 자리에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데 서일이, “어, 보친왕님이신데요.”우문호는 고개를 들어보니 진짜 보친왕이 새장을 든 채 시종 하나를 데리고 들어오는게 보였다.보친왕은 우문씨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 정치에는 관여하지 않고 오직 황실 가족내의 일만을 담당하며 집례 친왕이라 불리기도 하는 분이다. 학렬이 높으셔서 모두 존중하는 어른이다.우문호가 얼른 일어나, “작은 할아버지, 식사하셨습니까?”보친왕도 우문호를 보고 만면에 상냥한 미소를 띠더니, “다섯째구나, 왜 여기 있어?”우문호는 보친왕을 자리에 앉으시라고 하고 서일은 얼른 일어나 보친왕의 시종과 같이 곁에 서서 시중을 들었다.“방금 외부 일을 마치고 배가 고파서 식사하러 들어온 참입니다.” 우문호가 보친왕의 새장을 보고, 안에 온 몸이 검은색인데 머리만 흰색인 새로, 깃털이 길고 가지런한 것이 검고 윤기가 돌며 아주 아름다웠는데, “이 새는 어떤 귀한 녀석입니까?”보친왕이 반려동물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과시하는데, “모르겠나? 새끼 독수리리야. 소요공한테서 막 빼앗아 왔지. 그 늙은이 아주 속 상해 죽으려고 할 거야.”우문호는 보친왕이 원래 새와 화초를 가꾸고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소요공께 이젠 독수리도 있나요? 소요공 댁에는 도대체 귀한 게 얼마나 많은 겁니까? 다음엔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가시는 길에 저도 한 번 데려가 주세요.”“속상해서 죽이러 가보자고!” 보친왕이 껄껄 웃었다.보친왕은 아는 것이 많고 상냥하고 친근하다. 우문호와 이런 잡다한 얘기를 하며 우문호의 마음이 상당히 편안해 졌고 두 사람은 꽤 식사를 했다.보친왕은 우문호의 표정에서 근심을 읽고 우문호의 손등을 두드리며, “다섯째야, 나이 많은 걸 핑계 삼아 한 마디만 하마. 잠깐 듣고

  • 명의 왕비   제 1513화

    기왕과 우문호포도대장은 우문호가 화를 내자 웅얼거리며, “식사하시라고 권하는 게 아니라, 그게……계속 대인이 자신을 모함했다고 떠들고, 전하께서 병여도를 훔치고, 박원을 다치게 했으면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이렇게 황제 폐하께 보고 드리겠다고.”우문호는 완전 미쳐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가만 앉아서 화를 가라앉힌 후 일어나, “됐다. 내가 보러 가지.”사실 물어봐야 할 말도 있으니까.옥문 밖에 도착하기도 전에 쉰 목소리로 외치는 게 들리는데 비록 쉰 소리지만 상당히 기력이 있어, “이 몸이 폐하를 만나 뵈야 겠다. 이 종놈들이 뭣 하는 게야, 어서 옥문을 열지 않고. 누명을 탄원할 것이다. 폐하께 탄원할 때…… 우문호 그 개 자식을 오라고 해서 따지고 말고. 현 황실의 친왕을 모함하는 것이 어떤 죄인지……”우문호가 한 발로 감옥 문을 박차자 바람이 안으로 들이치는데, 기왕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마치 벽을 하나 더 마주한 것처럼 놀라서 뒤로 몸을 숨겼다가 자세히 보니 우문호라는 것을 알고 바로 다시 소리를 질러 대며, “좋아, 네가 감히 왔단 말이지. 병여도도 네가 밀실에 가져다 두고 날 모함한 거 아냐?”땅바닥에 드러누워 억지를 부리는 아이처럼 부끄럽다 못해 부아가 치미는 상판때기를 보니 정말 주먹이 울었다.우문호는 옥졸에게 문을 열라고 하고 꼿꼿하게 안으로 들어가자 기왕이 우문호의 멱살을 잡고, “네가 이 몸을 모함해?”우문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기왕이 속에서부터 두려움이 피어나도록 노려보았다.기왕은 분노가 공포로 바뀌어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으론 약해져서, “너……너 아냐? 네가 이 몸을 모함했잖아? 아바마마께서는 추호의 여지도 없이 감찰하실 것이고 절대로 네 말을 믿지 않으실 거다. 두고 보라고!”우문호는 기왕을 손을 떨쳐버리고 차갑게, “모함? 그 밀실에 저주는 누가 했습니까?”“그건 내가 인정해. 악의는 없었고, 그냥 분풀이였어, 분풀이……” 기왕은 침을 삼키더니 내키지 않는 얼굴로, “하지만 병여도는

  • 명의 왕비   제 1514화

    정신 차려 큰 아들기왕이 몸을 앞뒤로 흔들며 깔깔 웃는데 목이 다 쉬어서 웃음 소리가 마치 거위 떼가 꽥꽥거리는 것 같다.너무 웃어서 생긴 눈물을 닦으며 우문호에게 비꼬듯이, “왜? 너네 경조부에는 대책이 없나 보지? 공갈도 다 쳤으니, 이 몸에게 고문이라도 해보지 그래? 일가의 재산을 압수하고 참수한다고 네 입으로 떠드는 걸 보니, 병여도를 내가 훔친 거로 한 모양인데, 설사 내가 역심이 있었다고 해도 아바마마께서는 날 죽이실 리가 없어, 왜 인지 알아?”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휘청거리며 우문호 앞으로 오더니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아무 표정 없이, “왜?”기왕이 몸을 곧게 펴고 거만하게, “왜냐면 내가 황제의 장자인 것 외에 북당의 공신이기도 하거든. 내가 돌궐에 맞서 싸워 개선하던 날 친왕의 지위에 봉하시고 아바마마께서 광명전에서 직접 말씀 하셨지. 나에게 두터운 기대를 품고 있고 내가 과감하게 아바마마를 위해 군사 일을 정리하도록 하시겠다고. 그래서 큰 실수를 범한다고 해도 날 용서 하시겠다고 말이야. 아바마마께서는 일찍부터 나를 다음 황제로 점 찍으셨는데 황조부에게 알랑거리며 비위나 맞추는 너 같은 놈이 있을 줄 알았나, 게다가 원경릉은 또 아들을 셋이나 낳아서 아바마마께서 마음을 바꾸셨지. 더러운 애미가 낳은 자식이 아들은 낳을 줄 알아가지고, 아들 아니었으면 네가 태자 자리에 앉았을 것 같아?”말을 마치고 우문호를 위아래로 흘겨보더니 피식 웃으며, “형이 충고하는데 아들이 네 친아들 맞나 확인해 봐라. 넌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들 알고 있어. 너한테 그런 복이 어디 있어서 아들을 셋이나 낳아? 원경릉이 다른 사람 애를 네 아들인 척 낳았을 걸. 그 여우 같은 눈빛을 보라고 십중팔구다.”말을 마치고 또 낄낄 웃었다.우문호는 가만히 기왕이 웃는 모습을 보고 천천히 두 손으로 기왕의 머리를 누르고 무릎으로 한대 먹이니 웃음소리가 딱 그쳤다.우문호가 기왕을 풀어주자 똑바로 못 서고 바닥에 엎어지며 입에서 선혈이 나왔다.우문호가

  • 명의 왕비   제 1515화

    만두를 때렸어“조용해!” 우문호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만두는 아빠가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본 적이 없어 놀라 울음을 뚝 그치고 뒤로 숨는데 얼굴이 온통 두려움과 눈물로 얼룩졌다. 조그만 뺨이 붉게 물들어 두 줄기 눈물 자국이 나 있는 모습이 말할 수없이 불쌍하고 억울해 보였다.원경릉이 와서 만두를 안고 작은 목소리로, “네가 동생을 괴롭히니까 아빠가 널 때린 거야, 앞으론 안 그럴 거야 그렇지?”만두는 맞은 데다 아빠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 울상을 짓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 그럴 거에요!”찰떡이와 경단이는 큰형이 맞는 걸 보고 뒤뚱뒤뚱 걸어와 큰 형을 보호하며, 또랑또랑한 눈망울엔 우문호에 대한 적의가 가득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다.우문호는 마음이 찡하고 눈가가 붉어졌다. 세 아들을 보니 목이 메이고 가슴이 아파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원경릉은 희상궁과 유모를 불러 아이들을 데려가도록 했다.만두는 많이 놀란 나머지 어리벙벙한데 원경릉이 사과 같은 볼에 몇 번이고 뽀뽀해주자 그제서야 눈물을 멈추고 흐느끼며, “아빠 나쁜 사람!”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이치를 얘기해 주는데 아이가 알던 모르던 손을 움직여가며 명확하게 설명했다, “아빠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만두가 잘못하면 아빠가 만두를 훈육하는 건 당연한 거야. 알았어? 만두가 방금 동생을 밀었는데 동생은 너보다 작아, 키도 작고 약하지. 작고 약한 동생을 괴롭히는 큰 형은 영웅일까? 만두는 동생들을 보호해 야지. 방금 아빠가 널 때린 다음 동생들이 와서 널 보호해줬었지? 형제사이는 그렇게 서로 의좋게 지내는 거야.”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몰라도, 이 순간 우문호에게 하고 싶은 얘기였다.희상궁은 사탕을 가지고 왔는데 아이들은 먹는 건 기억해도 맞은 건 기억을 못하니 먹을 게 있으니 방금 억울했던 심정을 잊고 즐겁게 먹기 시작했다.희상궁이 원경릉을 보고 걱정하며, “어서 태자 전하를 보러 가세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보고, “수고스럽지만 애들 좀 부탁할 게요.”“있다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