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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501화

작가: 유애
속수무책

사실 이초도 선한 사람이 아니었지만 우문호는 한 발짝 씩만 가야 했다.

명원제는 실망했다. 우문호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지만 군주 일생의 행복이 걸린 일이니 명원제 역시 모험을 할 수는 없다, “이 일은 일단 제쳐 두도록, 짐이 다시 사람을 내려 보내도록 하지.”

“아바마마, 큰형이 조정의 고통을 분담하고 싶다고 하나, 소자의 이해로는 군주를 민간에 시집 보내는 일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조금의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군주의 일생을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큰형은 아버지로서 이러한 이치를 완전히 꿰고 있어야 함에도 어째서 적극적으로 성사시키려고 하는 걸까요?”

우문호는 기왕에게 미움을 사던 말던, 명원제가 마음에 걸리도록 대놓고 얘기했다.

명원제가 우문호를 보내고 기왕을 궁으로 불러들여 아버지로서 자격이 없다고 통렬하게 꾸짖었는데, 세세하게 조사해보지도 않고 딸을 시집 보내려고 했던 것은 경솔했을 뿐 아니라 멋대로 하는 행동이라고 말이다.

기왕은 우문호가 중간에서 일을 망쳐 놓은 것을 알고 열 받았지만, 초왕부에 쳐들어가서 난리를 피울 주제는 못돼서 기왕부로 돌아가 기왕비에게 화풀이를 했다.

병여도 도난 건과 박원이 다친 사건은 실마리가 전혀 없는 상태로, 조사가 오래 지속되었으나 체포는 커녕 범인의 윤곽도 알아내지 못했다.

경조부 부윤 우문호는 조정에서 힐난도 견뎌야 했다. 병여도가 중요한만큼 그것을 훔친 사람이 모반을 꾀하거나 역심을 품었을 경우 북당에 있어 일대의 위기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문호는 비난의 폭격을 맞고 고개를 푹 떨구고 조정에서 물러났다.

북당을 통틀어 제일 바쁜 관원은 우문호일 것이다. 한쪽에선 비난 폭격을 맞으랴, 다른 한쪽에선 눈이 돌아가도록 바쁘게 수사를 진행했다.

당장 실마리가 전혀 없지만 적어도 그 자는 놀잇배 사람과 접촉한 적이 있고 서소하의 뱃사람을 찾아내 매수한 적이 있으니 그 사실에 의지해 수사를 계속 하는 수밖에 없었다.

저녁 해시(9~11시)경 피곤한 몸을 이끌고 초왕부로 돌아왔다.

지금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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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 한술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뭐부터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바깥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등불이 꺼질 듯 위태롭게 일렁이고, 휘장이 말려 올라가 펄럭펄럭 소리가 났다이렇듯 주변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고 두 사람의 마음 속엔 수백 수천마디의 말이 있지만 그저 이렇게 묵묵히 바라보기만 해도 모두 알 수 있을 것 같다. 말은 부수적일 뿐.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당신이 있어서 아무리 힘들어도 고생이란 생각 안 들어.”그들은 서로의 세계에 등불이자 한 줄기 따스함이다.원경릉이 조용히 우문호의 가슴에 엎드려 그의 심장 고동소리를 듣자 마음이 평온해 지는데, 우문호가 있기에 세상이 있고 무슨 일이 생겨도 두렵지 않다.우문호가 고개를 숙여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원경릉은 우문호의 목을 끌어안는데 약간 건조하면서도 뜨거운 입술의 온도가 느껴지며 그제서야 둘이 꽤 오래 서로 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만아가 밥을 가지고 문 앞에 왔다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물러났다.서일의 목소리가 살풍경하게 들려오는데 급하게 뛰어왔는지 새된 목소리로, “나리, 기왕부에 일이 생겼는데…….어? 두분 바쁘신 가요? …… 소인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놔주고 약간 침울한 얼굴로, “들어와, 기왕부에 무슨 일이 생겼는데?”서일이 대담하게 들어와서 보고하길, “기왕부 사람이 경조부에 신고하러 왔는데 기왕부에 도둑이 들었다고. 보좌관이 병여도 도난 건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태자 전하께 직접 다녀오라고 했습니다.”우문호가 얼른 외투를 입고 원경릉에게, “다녀올 게.”“뭐 좀 먹고 가지?” 원경릉이 만아 손에 들려 있는 밥을 보고 소리쳤다.우문호가 한 손으로 찐빵 두개를 입 안에 우겨 넣고 우물거리는 소리로, “도아아서 어그께.”서일도 따라서 얼른 뛰어 갔다.만아가 밥을 들고 들어와서 한숨을 쉬며, “태자 전하께서 너무 고생이세요. 밥 한 끼를 제대로 못 드시고.”원경릉도 마음이 아파서 만아에게, “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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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왕부에서만아는 먹는 것을 버리는 것을 싫어해서 이미 배가 불렀지만 남은 것을 보고 아줌마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럼 쇤네가 먹습니다.”우문호는 서일을 데리고 기왕부로 가자, 경조부에서 이미 사람을 보내 우문호가 오면 같이 들어가려고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기왕은 오늘 술을 마시고 서재에서 기왕비에게 손가락질 하며 욕을 퍼붓고 있었다. “신고는 왜 해? 도둑 좀 든 거 가지고? 잡으면 잡는 거고 못 잡아도 딱히 잃은 것도 없는데, 저 속이 시커먼 놈은 왜 오라고 했어? 왜 날 더 엿 먹이지 못해 안달이야? 내가 망신당하는 꼴을 보고 싶어 죽겠지? 네가 아주 지금 좋아 죽겠는 모양인데, 이 분만 삭이고 나면 내가 널 아주 죽여버릴 거야 이 년아!”기왕은 우문호에게 뼈에 사무치게 미움이 쌓였는데, 도둑이 들었어도 별로 큰 손해도 없이 서재나 뒤졌을 뿐으로 돈 되는 물건이 없어서 신경 쓸 필요 전혀 없는데 이 쌍년이 옳다구나 하고 경조부에 신고를 했다.기왕비는 한 쪽에 서서 아무 말이 없이 기왕이 비난하도록 내버려 두었다.얼굴엔 벌써 손바닥 자국이 나서 화장으로 가렸지만 분명하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인데 기왕비의 눈빛은 흐리멍덩한 것이 뻥 뚫린 오래된 우물처럼 그렇게 악독한 저주를 퍼붓는 대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오히려 기왕이 갑자기 뒤를 도는 순간 기왕비의 눈에 한줄기 차가운 섬광이 번쩍했다.우문호가 경조부 사람을 데리고 들어오자 기왕이 바로 나와서 막으며 우문호에게, “조사할 거 없어, 가!”우문호가 서재를 힐끔 보니 난장판이 되어 있고 책꽂이에 있던 건 뽑혀 땅바닥에 뒹굴고 탁자 위의 물건은 전부 바닥에 떨어져 있다.“보긴 뭘 봐? 꺼지라고 했어. 안 들려? 집안에 좀도둑이니 경조부에서 납실 필요 없으니까 당장 꺼지라고!” 기왕이 술을 마시고 우문호를 보니 희열이와 이씨 집안의 혼사를 망쳐 놓은 일이 생각나 열불이 치밀었다. 결국 경조부 사람이 그 자리에 같이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대놓고 우문호에게 화를 냈다.우문호는 정색하고 기왕

  • 명의 왕비   제 1504화

    기왕의 밀실이런 모욕적인 말을 우문호는 전혀 들은 척도 안하고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기왕비는 계속 조용히 보고 듣고 있다가 우문호가 들어오자, “오늘밤 기왕부 수위가 순찰을 돌 때 서재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창문으로 도망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쫓았으나 잡지 못하고, 제가 전에 병부에서 도난사건이 있었다는 게 기억나서 이 일을 사적으로 처리할 수 없어 이렇게 신고를 했습니다.”“뭘 잃어버리셨는지 찾아보셨습니까?” 기왕비가 고개를 저으며, “아뇨, 뭔가 손을 대면 조사하는데 지장이 있을 까봐, 그런데 여기…… 원래는 이렇게 어지럽혀 있지 않은데 왕야께서 돌아오셔서 역정을 내시는 바람에 이렇게 부서져버렸네요.”우문호가 바깥을 흘끔 보니 기왕이 여전히 욕을 하고 있고 갈 수록 욕이 에스컬레이팅 하자 심각한 얼굴로 서일에게 분부하길, “입을 막아라.”기왕의 욕은 험하고 악독하며 자극적이어서 서일은 벌써부터 참기가 힘들었는데 친왕이라는 신분이라 감히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런데 우문호가 명을 내리자 바로 천을 가져다 욕을 쏟아내는 기왕의 입을 틀어막았더니 온 세상이 일순간 고요해 졌다.우문호가 보니 서제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물건은 없고 병법서와 일반적인 문서들로 기왕비에게, “사람을 데리고 와서 뭔가 귀중한 것을 잃어버린 게 없는지 살펴 보시죠?”기왕비가 망설이며, “여긴 중요한 물건이 없는데, 어쩌면……”“어쩌면?” 기왕비가 말하려 다가 말고 우물쭈물 하는 것을 보고 의구심이 들었다.기왕비는 바깥에 기왕을 흘깃 보더니 기왕의 입은 막혀 있지만 두 눈은 뜨고 있고 눈에서 불꽃이 나오며 독화살처럼 기왕비에게 꽂혔다.기왕비는 천천히 눈을 돌려 우문호에게, “어쩌면 밀실에 잃어버린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여기 밀실이 있어요?” 우문호가 의아해 했다.밖에 기왕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마의 핏줄이 다 튀어나왔으나 소리를 내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두 눈 멀쩡하게 뜨고 기왕비가 밀실 문을 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서재의 동쪽

  • 명의 왕비   제 1505화

    기왕비의 부탁우문호가 한 손으로 들어 올리자 병여도가 그의 손에서 주르륵 펼쳐지는데 바닥까지 닿고 위쪽에는 병기의 제조 방식과 여러 구조도가 그려져 있다.우문호는 천천히 병여도를 말며 기왕비의 놀란 표정을 보고 속으로 생각이 있어 여기서는 묻지 않고 차갑게 명을 내리는데, “이리 오너라, 우문군을 경조부로 데려가 하옥하라.”기왕이 풀려날 때는 이미 몸이 허물어지더니 병여도를 보고 화들짝 놀라며 우문호를 가리켜, “네가 훔친 걸 우리집에 가져다 놓고 나한테 뒤집어 씌우려고 해? 이건 내 꺼 아니야, 우문호, 넌 위아래도 없고 뵈는 것도……”우문호가 한 방에 기절 시키더니, “데리고 가라!”기왕비는 손을 뻗어 문에 기대고 복잡하고 당혹스러운 안색이다. 우문호가 다가와서, “형수님, 태자비가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가서 같이 좀 계셔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기왕비가 멍한 목소리로, “그러지요!”“그런 저는 일단 경조부로 가겠습니다!” 우문호는 현장 종료를 알리고 기왕부를 떠났다.기왕은 경조부 감옥으로 압송되었고, 병여도는 우문호가 경조부에 남겨두지 않고 몸에 지니고 초왕부로 갔다.우문호는 사실 밀실의 문을 열 때부터 이 일은 어쩌면 기왕비의 작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했다. 도난사건을 빌미로 경조부 사람을 끌어들여 우문군이 안에 꾸며 놓은 사악한 주술 짓거리를 보게 해서 모두에게 미움 받을 계획이었다. 아바마마는 말할 필요도 없다.이 죄는 기왕의 목숨을 부지하게 할 수 있으나 남은 평생에 다시는 햇빛을 보지 못하게 할 것이다.기왕비가 이렇게 한데는 기왕이 희열군주를 건드리려는 마음을 품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아직 잠들지 않았는데 기왕비가 심야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뭔가 일어났음을 직감하고 옷을 걸치고 나갔다. 기왕비는 전신에 맥이 풀린 것처럼 의자에 쓰러지더니 옷 안으로 목을 잔뜩 움츠렸다. 망토 밖으로 큰 눈만 보이는데 허둥지둥하고 막막한 표정이다.원경릉이 기왕비의 이런 모습에 너무 놀라, “무슨 일이예요?”기왕비를 안지 오래됐지만

  • 명의 왕비   제 1506화

    기왕비의 의도잠시 후 밖에서 북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삼경(밤 11시~새벽1시)이다.오늘 밤은 왜 이렇게 긴 거야!우문호가 돌아와서 탕양과 같이 들어오더니 탕양이 쓸데없는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는 김에 문도 닫았다.우문호는 원경릉 잔으로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시더니 망토를 벗고 앉아서 기왕비에게, “형수님, 여기는 아무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말씀해 주세요.”기왕비가 우문호에게 목이 메인 소리로, “먼저 얘기해 줘요, 병여도가 그 사람 밀실에서 나왔으니 역모죄로 처단 받겠죠?”우문호가 가볍게 탄식하며, “그런 주술과 같이 두 가지가 아바마마께 올려지면, 형수님은 어떨 거 같아요?”기왕비는 얼굴이 새하얘지며, “전……병여도가 왜 거기 있는지 몰라요.”기왕비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우문호에게, “아마 대충 짐작했겠지만 오늘밤 기왕부에 도난 사건은 없었어요. 제가 꾸며낸 일로 목적은 당신들이 와서 그 밀실에 있는 물건을 발견하게 하는 거였죠. 그것들은 제가 가져다 놓은 함정이 아니라 그 사람 본인이 한 거예요. 제가 안에 있는 것들에 대해 안 건 좀 됐지만 이런 수단을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내버려 뒀어요. 나중에 그 인간이 희열이를 어쩌려고 하길래 부득이하게 까발린 거죠. 제 목적은 그냥 그 인간을 폐하는 거였어요.”손에 든 물잔을 돌리며, “희열이를 데리고 태자비 마마에게 왔을 때 태자비 마마를 사부님으로 모시게 한 건 어느 날 내가 궁지에 몰려 이렇게 해야만 할 때 부부는 일심동체이니 그 인간이 폐해지면 저도 서민으로 강등되겠지요. 그래서 고민 끝에 희열이를 잘 지내게 할 방법을 찾은 겁니다. 희성이는 전에 친정 오빠에게 부탁해 두었어요. 희성이 희열이 둘 다를 초왕부에 맡길 수는 없어서…… 이번에 도난사건을 꾸미며 여러 차례 생각했는데 아바마마께서 그 인간을 벌하실 것이고 어쩌면 죽이실 지도 모르지만 나와 군주는 그렇게 연루될 리 없다고.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밀실에서 잃어버린 병여도가 나올지. 정말 예상과는 다른 전개

  • 명의 왕비   제 1507화

    배후는 주명양?“기왕부는 방범이 치밀하니 이자가 아무 기척없이 병여도를 밀실에 둘 수는 없어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에요.” 기왕비가 말했다.“의심 가는 사람이 있나요?” 우문호가 물었다.기왕비는 고개를 흔들며, “없어요, 생각나는 사람이 전혀 없어요. 밀실을 아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그 인간 곁에 사람은 제가 원래 대비를 하기 때문에 오늘밤 제가 꾸민 일은 그 인간 곁에선 알 리가 없어요.”탕양이 정리하더니, “이자는 기왕비 마마의 오늘 거사를 알고 있어야 하고, 밀실에 출입해도 사람의 주목을 끌지 않으며, 기왕부 내에서 일정한 권력이 있거나 적어도 서재에 출입하거나 기왕비 마마 근처에서 움직여도 의심을 사지 않는 사람이란 뜻이군요.”기왕비가 생각해 보더니, “그런 사람이 실제로 없어요.”그러다 문득, “하지만 전에 주명양이 제 곁에 붙여 놓은 사람이 저한테 발각됐지만 쫓아내지 않았어요. 첩자를 역으로 이용해 제 신변의 일은 일체 손대지 못하게 하고 가끔 가짜 소식을 흘려 주명양에게 보고하도록 두는데 그 애일까요?”탕양은 주명양을 잘 모르고 그녀가 한 행동만 기억하고, “그녀가 누군가와 결탁할 것 같지는 않고, 게다가 굉장히 덤벙대고 경솔한 것이 아닐 것 같은데요.”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 탕양은 주명양이 덤벙댄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잘못 본 거야. 주명양은 사실 지독하고 계산적인 여자야. 경솔하게 횡포를 부리는 건 표면적인 모습이고 속셈으로 따진다면 주명취에 조금도 뒤지지 않지. 만아한테 물어봐도 돼.”처음에 주명양이 벌인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보면 역시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그리고 주명양은 마음 속으로 주명취라는 언니를 수단이 저열하다고 무시했다.기왕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요. 주명양이 평소에 기왕부에서 생트집을 잡아 나랑 싸우자고 드는 건 술수로는 이기기 힘드니, 아예 미친 짓으로 절 괴롭혀서 척을 지면 제가 주명양을 처리해 버리기가 난감해 져요. 주명양이 속셈이 밝은 건 사실이예요.”“그리고……” 우문호가 눈을 가

  • 명의 왕비   제 1508화

    우문호의 위경련다들 헤어지고 탕양이 갑자기, “만약 이 일이 정말 주후궁과 관련이 있어서 그녀와 결탁한 자를 끝까지 찾아내면 분명 주씨 집안 사람이겠군요.”우문호는 그 점은 생각하지 못하고 탕양의 말을 듣고 순간 안색이 변했다.기왕비는 머리가 혼란스러워 약간 멍해 진 관계로, “이게 주씨 집안과 어떻게 관련이 있죠? 탕양 말은 주재상이 주명양이 이렇게 하도록 했다는 건가요? 이 모든 건 주재상이 판 함정이다? 배후의 사람도 그 사람이라는?”원경릉이 막 들었을 때는 탕양의 말이 그런 뜻인 줄 알았지만 깊이 생각하고 알게 된 것이, “아뇨, 탕양은 주재상이 이 모든 것을 꾸몄다고 하는 게 아니라, 만약 주명양에서 조사를 시작하면 반드시 다음 수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어쩌면 주재상을 끌어 들이고 말게 되는 거죠. 이자는 기왕을 제거하고 주재상도 제거하기를 원해요. 얼마나 치밀한 가요. 모든 상황을 전부 계산에 넣고 있어요.”우문호가 이를 갈며, “대단한 독화살이야 일거양득도 아니고 삼득을 노리다니. 먼저 큰형을 없애고 다음으로 우리 형제들을 이간질 시키고 마지막으로 모두의 시선을 주씨 집안으로 몰아가 주재상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한다고 해도 아바마마께는 목에 가시처럼 남아 있겠지. 앞으로 아바마마께서는 분명 천천히 주씨 집안의 세력을 약화시킬 거야.”탕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습니다. 그자는 우리가 여기까지 예상하도록 해서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군요. 조사를 선택하면 조사의 끝은 주재상이 될 것이고, 조사하지 않으면 그건 범인에게 병기를 주조하고 세력을 비축할 시간을 주는 것으로, 병여도는 되돌려 줬지만 분명 자기 것 하나를 베껴 두었을 것입니다.”우문호가 바깥의 깜깜한 하늘을 보고 싸늘하게, “괜찮아, 그자가 영원히 흑암에 숨어 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황위를 노린다면 결국 천천히 수면위로 드러날 테니까. 병여도가 돌아왔고 내가 내일 아바마마께 바로 제작에 들어가도록 주청을 드릴 거야. 그자가 악당과 손잡고 우리 북당의 국력에 맞서

  • 명의 왕비   제 1509화

    깨우지마“응, 바쁜 일 끝나면 몸 관리할 게. 내 시중들지 말고 얼른 자.” 우문호가 아픈 와중에 아내가 마음에 걸려서 도리어 원경릉을 위로하고 있다.“나 안 졸려.” 원경릉이 머리를 둘둘 감아 올려 똥머리를 하더니 머리가 기니까 이런 좋은 점이 있다며 다른 도움없이 고정시키고, “아무 말도 하지 마. 눈 감고 조금 있으면 좋아질 거야.”우문호가 눈을 감고 손을 원경릉 다리에 올려놓는데 엄마 몸에 닿아야 안심하는 아기 같다.위통이 심해지더니 약을 먹었는데도 바로 통증이 멈추지 않고 눈을 감자마자 토하고 말았다. 막 먹은 약도 토하고 오늘밤 먹은 밥도 다 토했다.바깥에 시중을 드는 사람이 있어 원경릉이 죽을 끓여오라고 하고 자기는 바닥을 청소했다.우문호는 아파서 얼굴이 새하얘진 채로 원경릉이 치우는 걸 보더니, “하지 마, 사람들 시켜, 더러워.”원경릉이 부드럽게, “말하지 마, 눈감고 좀 참고 있어.”청소를 마치고 창문을 열어 환기한 뒤 위경련 진정 진통 수액을 걸어주었다.정맥으로 약을 넣자 효과가 빨라서 잠시 후 우문호의 얼굴색이 나아지더니 만아가 죽을 끓여 와서 원경릉이 쌀 미음을 몇 숟갈 떠먹여 주고 우문호는 잠이 들었다.한참을 아파서 고생하느라 날은 벌써 훤히 밝았다.원래 오늘은 일찌감치 나가려고 했지만 우문호는 막 잠이 들어서 도저히 깨울 수가 없었다. 자는 대로 내버려 두니 진시(아침 9시~11시)까지 자다가 스스로 일어났다.다 합쳐 고작 한 시진도 못된다.우문호가 일어나서 빨개진 원경릉의 두 눈을 보고 마음이 아파 원경릉의 손을 가슴에 대고, “고생시켰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잠만 자.”“그래, 오늘 종일 잘 수 있어!” 원경릉이 엎드려 우문호에게 뽀뽀하고, “아직 아파?”우문호가 위를 눌러보며, “괜찮아, 아직 약간 콕콕 찌르는 느낌이 있지만.”“오늘은 딱딱한 거 먹지 말고, 죽 조금씩 먹어. 만아가 끓여 놨으니까 나가기 전에 먼저 반 그릇 먹고 있다가 관아가서 사람 시켜 데워서 1시간 간격으로 반 그릇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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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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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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