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가 범인인데?우문호가 상처 입은 몸으로 현장에 나온 것을 보고 진북후는 감동했다.그리고 이 일은 호비의 눈을 속일 수 없어 결국 호비가 알게 되었고 대성통곡하며 명원제 앞에서 아버지가 살인했을 리가 없다고 목숨을 걸고 보증했다.넷째가 태자를 찌른 일로 넷째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상소가 조정에 올라왔으나, 안왕비 상태가 마음에 걸려 계속 미루고 있는데 이제 호비까지 슬픔에 겨워 온몸에 눈물만 남았는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 명원제는 가슴이 찢어지고 번뇌가 극심해졌다.그래서 본인은 아예 상대하지 않고 원경릉을 불러 호비를 위로하게 했는데, 원경릉의 말이면 호비가 그래도 귀담아 들을 걸 알아서 이다.원경릉은 요 며칠 눈썹이 휘날리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바쁘게 일했는데, 종일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남편과 아이들 얼굴도 한 번 못 보고, 순전히 다른 사람을 위해 바쁘게 일했다.그래도 다행인 것이 안왕비의 상태가 점점 호전되어 이제 위기를 벗어났고, 맥박과 호흡, 심장 박동이 정상을 향해 가는 한 편 정신도 많이 맑아졌다. 단지 여전히 허약해서 원기를 회복하려면 2~3달은 요양 해야지 싶다.어의가 약을 처방해 유산하고 남은 잔해를 처리하자 안왕비는 가슴이 응어리가 맺혔는지 엉엉 울며 슬퍼했다.안왕은 아라가 범인인지 알고 이미 3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나흘째 날 안왕은 아라에게 출궁해서 안왕부에 돌아가라고 했다.아라가 궁을 떠날 때 원경릉은 마침 호비의 궁의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침전 밖 마당에서 아라와 마주쳤다.아라가 뜻밖에도 예를 취하고, 겨울 태양빛이 아라의 맑고 아름다운 얼굴에 비취자, 모공에 새털 하나하나까지 금빛으로 칠한 듯 하고, 입가엔 예의 비웃음을 머금은 옅은 미소가 떠올라, “태자비 마마, 아라는 출궁합니다. 수고스러우시겠으나 왕비 마마는 태자비 마마께서 돌봐 주세요.”원경릉은 요 며칠 완전 초췌하기 이를 데 없어서 얼굴은 까칠하고 수면부족으로 눈가는 너구리, 머리는 대충 빗어서 엉망진창인 게 아직
안왕의 제안안왕이 웃으며 예리한 눈빛으로, “그게 어디 그렇습니까? 사람을 하나 죽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죠.”원경릉은 이런 대화방식을 굉장히 싫어하는 게, 왜 직설적으로 주고받을 수 없고, 겉치레 말을 에둘러서 하는 건데?“여긴 바람이 심하니,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원경릉이 말했다.안왕이 고개를 흔들며, “그럴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말씀하시죠, 연아(燕兒)가 쉬고 있으니 깨우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아에게 잔혹한 얘기는 들려주고 싶지 않고요.”원경릉은 옷을 단단히 여몄는데 얼굴을 때리는 바람이 아프다. 이 사람은 안왕비한테만 자상하고 다른 사람은 죽던 말던 상관 않는구나.“그럼 제가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오늘이 삼일 째인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오늘 제가 아라를 가로막으려고 사식이를 보낸 걸 알면서도 막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미 아라를 처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아라가 당신을 위해 이렇게 오래 일해왔으니 아라 손에 당신의 죄를 증명할 것들이 많을 게 분명하고, 또 요 사흘간 아라를 안심시킨 건 어쩌면 당신이 물밑에서 암암리에 아라 사람을 전부 내 사람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이었다, 오늘 드디어 다 마무리되어서 아라를 출궁시켰다, 왜냐면 궁 밖에 이미 매복을 심어 두었고 아라가 출궁하면 당신 사람들에게 잡혀서 끌려갈 것이고, 그래서 당신이 사식이가 다된 밥에 재 뿌린다고 한 거다, 대략 이런 뜻이 맞나요?”안왕이 칭찬의 눈길로, “태자비는 의술만 고명한 줄 알았더니 아주 총명하군요, 늘 말하지만 안왕비가 날 위해 이렇게 쓰일 수만 있으면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됐어요, 띄우지 마세요, 감당 못하니까.” 원경릉이 어이가 없는 게 안왕은 지금 말이나 행동이나 감추지 않고 아예 대놓고 하고 있다. “그래서 사적으로 아라를 처리하고 여전히 진북후가 범인이라고 우기겠다?”“협상 가능합니다!” 안왕이 말했다.“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원경릉이 몸을 난간에 기댔다. 고개를 들어 안왕과 대화하는 게 힘들고
아라를 처리하려는 결심안왕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더니, “연아가 제 말을 듣겠습니까 아니면 태자비 말을 듣겠습니까?”이 점은 원경릉도 사실 단정짓기 어렵다.안왕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니 원경릉은 방금 아라가 자신을 비꼬던 것보다 더 억울하고 분했다.씩씩거리며, “전 힘이 없으니 본인이 직접 태자전하께 말씀하시죠.”“태자 전하는 당신 말을 들어요, 내가 얘기하는 것보다 당신이 하는 게 훨씬 낫죠. 태자비 마마는 화를 참을 수 있지만, 태자 전하도 그럴 거라는 보장이 없거든요.” 안왕이 말을 마치고 뒤돌아 들어갔다.원경릉은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반 시진(1시간)후 사식이가 헐레벌떡 얼굴이 다 빨개지도록 달려와서 원경릉을 한쪽으로 끌고 가더니, “원 언니, 제가 아라를 뒤따라 출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글쎄, 아라가 사람들에게 길거리 한복판에서 납치됐어요. 몇 명이나 되던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더라고요.”원경릉은 이를 갈며, “안왕 사람이야, 됐어, 우린 짐 챙겨서 출궁하자. 안왕비는 여기서 별 일 없을 테니까.”안왕은 쪼잔한 인간이라 먼저 아라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고, 다음으로 안왕비가 호전되기를 기다렸다가 이제서야 손을 쓴 것이다.둘은 출궁 하자마자 바로 경조부로 갔다. 대낮이라 우문호는 분명 경조부에 있을 거다.과연 예상대로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우문호는 절름발이 바보처럼 안짱다리를 하고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데 얼마나 보기 흉 한지 모륵겠다, “어떻게 왔어? 형수님은 괜찮아? 괜찮으시면 당신은 초왕부 가서 쉬어.”원경릉은 안짱다리 우문호를 부축해 같이 안으로 들어가서 안왕의 일을 쭉 전달하는데 우문호의 감정을 고려해 안왕이 원경릉에게 애원한 것처럼 말했다.우문호가 다 듣더니 열 받아서, “이런 종자는 진짜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틈만 나면 뭐든 다 물고늘어져, 넷째는 아라를 죽일 게 분명하면서 또 와서는 이득을 노리고 흥정을 한단 말이지.”“방법 있어? 누가 진북후를 궁지에 몰아넣었어? 현월정에 올라가는 모습은 사람들에게
손을 자르다만약 원경릉이 생각한 대로라면 안왕은 확실히 3일의 시간 동안 아라의 심복을 제거해 버리고, 전에 아라와 접선했던 사람을 전부 안왕 사람으로 바꿨다. 물론 전에 아라를 따르던 이들도 전부 안왕에게 충성을 다했던 사람들이나 아라가 사람의 마음을 포섭하는 수완이 보통이 아니라 뜻밖의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안왕은 일단 전부 바꿨다.안왕은 제일 먼저 아라의 실권을 없애 버린 것이다.안왕비를 다치게 한 사람을 안왕은 쉽게 놔 줄리 없다. 안 그러면 그날 저녁에 사람들을 데리고 출궁해서 진북후를 죽이러 가지도 않았다.하지만 안왕은 충분히 참을성이 있는 사람으로 아라가 자기 눈 앞에서 사흘간 알짱거리게 내버려 두며 아라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그래서 아라는 안왕비 일은 지나갔다고 생각하고 거리낄 것 없이 출궁한 것이다.아라는 사식이가 따라붙은 것을 알았지만 전혀 사식이에게 신경 쓰지 않고 마음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전에 사식이의 무술동작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괜찮은 편이었지만 아라 자신과 비해 천지차이다.하지만 사식이가 따라붙은 건 싸우기 위해서라는 걸 알았다. 필시 아라가 무공을 할 수 있는지 탐색해 보려는 것으로 아라도 지나치게 본색을 드러내서는 안된다.아라는 사식이만 신경 쓰느라 마차 한 대가 자신의 뒤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차가 곁에 왔을 때, 안에서 두 사람이 날아와 아라의 오른손과 왼손을 틀어쥐고 마차 위로 올리는 데도 아라는 심지어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제압되어 버렸다.익숙한 얼굴을 보고 아라는 속은 놀랐지만 겉으론 강한 척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사실 짚이는 게 있어 얼굴이 새하얘졌다.이 사람들은 전부 안왕의 수하들로 평소엔 오직 안왕이 명령하는 것만 듣고 아라가 이 사람들을 쓰려면 안왕의 친전이 있어야 했다.이때 공포가 마음을 휩싸고 돌며 아라는 마침내 깨달았다. 요 사흘 간은 풍랑 없이 평온한 날이 아니라 하늘을 찌르는 사나운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아라
아라의 진심아라는 천천히 몸을 오그리며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는데 그는 화장대에 기대 두손으로 팔짱을 끼고 천천히 창을 열었다. 한 줄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 들어 등잔불이 흔들리며 그의 얼굴도 그늘져 잘 보이지 않는다.“불이 너무 어둡군, 내가 똑똑히 안 보이지?” 안왕이 긴 다리를 펴고 아기 팔뚝 굵기의 초를 꺼내 부싯돌로 불을 붙이고 손에 초를 들고 얼굴을 비추니 귀신처럼 음침해 보인다.아라는 전신이 자기도 모르게 덜덜 떨리며, “왕……왕야!”“아라야, 두려 우냐?” 초가 타면서 촛농이 나오자 촛농을 화장대에 떨어뜨리더니 초 바닥을 촛농에 고정시켰다. 분명히 촛대가 바로 옆에 있는데 안왕은 촛대를 손에 들고 가지고 놀기만 하며 차가운 눈을 치켜 떴다.아라가 놀라 이를 딱딱 부딪히는데, “아라야……아라가 잘못 알고 있어, 왕야는 아라를 용서한다.”안왕이 맑은 하늘에 둥근 달처럼 환히 웃자 음침했던 빛은 바로 사라지고, “아라가 뭘 잘못했지?”“아라는 왕비마마께 손을……손을 데서는 안됐습니다. 아라가 잘못했어요. 왕야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아라가 오랫동안 충성을 다 바친 것을 기억하시고 아라를 이번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아라가 천천히 일어나 침대에 무릎 꿇고 절을 하는데 얼굴이 이미 창백하다.안왕이 촛대를 들고 가서 침대 곁에 걸상에 앉아 피가 베어 나온 아라의 손을 보니, 베어 나온 피가 옥색 이불에 떨어져 마치 분홍빛 장미가 핀 것 같다.안왕이, “네가 날 오래 따랐으니 내 성격을 잘 알고 있겠지, 네가 내 곁에 있기 시작한 첫날부터 너한테 얘기했었다. 내가 가장 용서하지 못하는 게 바로 누군가 왕비를 다치게 하는 거라고. 기억하고 있느냐?”“기억합니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라가 이마가 땅에 닿도록 고개를 끄덕이며 당황한 나머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아라 기억하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아라가 순간 지혜를 잃고 이런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왕야,
아라의 최후아라가 냉소를 띤 채, “그래요, 우리 영혼은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그녀는 야심이 없고 순결해요. 그래서 총애를 받는게 당연하다고 치죠. 그런데 세상에 그런 여자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나요? 왕야가 편애하시는 거예요.”안왕이 생각해 보더니 곤혹스러운지, “그래? 너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맞아요!” 아라가 천천히 열정적으로, “저도 사랑하는 남자의 손바닥 위에서 추앙을 받고 싶지 싸우고, 야심을 가지고 싶지 않아요.”안왕이 천천히 손에 든 촛대를 내려놓더니 아무 말이 없다.한참 뒤 안왕이 아라를 보더니, “생각해 보니 확실히 내가 널 홀대했구나, 이렇게 하자, 너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봐라. 하나는 계속 내 곁에서 머무는 것으로, 후궁이란 지위는 내가 거둬야 할 것이나 안심하거라. 예전보다 잘 대해 주마. 단지 너는 왕비를 건드려서는 안돼. 두번째는 내 봉토로 가서 계속 라 후궁으로 나를 위해 일하고 힘을 모으는 것이다.”아라가 안왕을 보고, “왕야 정말이십니까?”“반드시 당장 결정해야 한다!” 어두운 빛이 보일 듯 말듯 안왕의 눈에 비쳤다.아라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아라는 봉토로 가서 왕야를 위해 무기를 다듬고 말을 준비하겠습니다!”아라는 당연히 봉토에 가는 것을 고른 것이, 노력하기만 하면 그 쌍년을 죽이고 죽인 뒤에도 아주 끝장을 내서 자신의 원한을 풀 수 있기 때문이다.안왕은 아라를 보고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아라는 정말 날 실망시키지 않는구나.”안왕이 갑자기 표정일 사나워지는 것을 보고 아라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안왕은 아라의 반응을 기다렸던 것으로 이건 일종의 떠보는 거였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안왕의 손에서 금빛이 번쩍하더니 도금된 꽃이 조각된 촛대가 아라의 머리에 내리 꽂혔다.아라는 자신의 피가 사방으로 튀는 것을 보고 눈 앞이 온통 붉은데, 안왕의 음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력, 야심이 넌 아직 모든 것보다 중요하구나. 봤지? 이게 너와 그녀의 차이야. 그녀
연아는 다시 임신할 수 있나요?안왕은 아라를 처리한 뒤 다시 궁으로 돌아갔다.원경릉도 궁에 돌아가 안왕비의 상태를 보니 점진적으로 안정되고 있었다. 어의가 약을 쓴 뒤로 출혈은 있었으나 심각한 건 아니고 잔류한 태반이 흘러나온 것인데 안왕비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원경릉은 어떻게 안왕비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엄마로 이 고통이 어떤 건지 알기 때문이다.원경릉이 흘끔 안왕비를 보니 눈가에도 고통의 빛이 드러났다.오늘밤은 역시 원경릉과 안왕이 침전에서 밤을 샐 것 같다.안왕비는 약을 먹고 잠이 들었는데 허약한 몸으로 정신적으로도 동요가 심해 원경릉은 안정제를 먹여 푹 재웠다.원경릉은 밤새 안왕과 마주하는 게 싫어서, 나가서 걸으려 하자 안왕은 안왕비의 상태가 급변할 까봐 원경릉에게 침전에서 같이 돌보기를 원했다.원경릉은 전에 자기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안왕비 상태가 급변했던 걸 떠올리고,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안왕에게 그때 기억이 남아 있다는 걸 눈치챘다.원경릉은 장의자에 누워 쪽잠을 자는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안왕은 의자를 원경릉 앞으로 끌어와 원경릉을 바라봤다.이렇게 주시하니 잠이 들었다고 해도 안정을 취하기 힘든데 원경릉은 잠도 들지 않았으니 말해 뭐 해?원경릉은 눈을 뜨고 안왕의 섬뜩 거리는 눈빛을 보더니, “하고 싶은 말 있어요?”안왕이 어색한 표정에 쉰 목소리로, “앞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겁니까?”원경릉이, “전 잘 몰라요, 그건 어의에게 물어 보세요. 어의가 어쩌면 더 잘 알 거예요.”안왕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연아는 줄곧 날 위해 아이를 낳고 싶어했어요, 만약 이번에 속을 다쳐서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으면 괴로워 할 거예요. 난……연아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할 수 있지만, 이것 만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네요.”원경릉은 안왕의 말투에서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안왕은 모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안왕비가 가장 원하는 것은 주지 못하는 느낌?원경릉은 안왕의
진북후 석방진북후가 경조부를 나서, 사바의 자유로운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날이 쾌청하다. 며칠을 눈이 올 듯 말듯 꾸물거리더니 결국 안 오고 날이 맑은 것처럼, 세상사도 날씨같이 머리를 굴려 봤자 알 수가 없다.우문호가 다리를 절며 환송하는데 진북후가 우문호를 부축하며 정중하게, “태자 나리, 제가 목숨을 빚졌습니다.”우문호가, “어르신 그런 말씀 마세요. 전 경조부 부윤으로 어르신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럼 어르신은 어떻게 보답하실 생각이신 데요?”진북후가 한 손으로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정말 수양딸을 거둘 생각이 있습니다. 때가 되면 수양딸을 시집보내 태자의 은덕을 갚지요.”우문호가 한 손으로 막으며 엄숙하게, “집에 질투쟁이가 있어 서요, 참아주세요.”진북후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농담입니다. 태자 전하 겁내지 마세요, 태자비 마마는 좋은 분이십니다. 전하께서 이런 대우 하실 만 합니다.”진북후는 한 걸음 물러나 예를 취하고 미소를 거둔 뒤, “태자 전하 앞으로 만약 제가 필요한 곳이 있으면 태자 전하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갔다.우문호는 늠름한 뒷모습과 함께 진북후부의 마차가 맞은편 길에서 오는 것을 봤다. 진북후는 마차에 올라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한번 쳐다보고 떠났다.우문호가 씩씩거리며, “목숨을 구해줬는데 금일봉도 척 내놓지 않다니, 돈을 안 주겠다는 의도인데 아니 다 큰 어른이 예의도 차릴 줄 모르나?”다음날 아침 일찍 우문호는 구사의 부축을 받고 조정에 출사했는데 며칠 요양하고 상처는 이미 많이 좋아졌으나 특정 부위를 당기는 바람에 여전히 신중한 편이 낫다. 그래서 출입할 때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았다.우문호는 안왕을 위해 사정하며 ‘경조부 일은 형제 사이의 악감정 때문이었으며, 진북후 사건과는 무관하고 지금 형제 사이에 이미 악수하고 화해했다. 앞으로 서로 공경하며 나라를 위해 힘을 다해 아바마마의 시름을 덜고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했다는 것이다.비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일곱째 아가씨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는 지금 헛소리를 하는 것입니다! 제가 어찌 그와 그런 일을 한다는 말입니까?”그녀의 표정을 보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 잠시 멍해졌다.노태군이 이 상황을 보고 말했다.“정말 그와...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냐?”“물론입니다! 그날 밤 그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신도 없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퉁명스레 답했다.노태군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그런 기본적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탕양이 정말 쓸모없는 놈이라 생각되었다.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우리가 어디 믿을 것 같으냐? 혼사는 이미 정해졌으니,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물릴 수 없다. 혼사를 올리지 않으면, 이 어미 시신이나 수습해야 할 거다!”노태군이 차갑게 말하자, 일곱째 아가씨는 그만 분통을 터뜨렸다.“어머니,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리시는 것입니까?”“이 어미는 평생 이치를 따지며 살았지만 이번 일만큼은 예외다. 본디 자식의 혼사는 부모가 결정하는 법이다. 게다가 황후까지 중매에 나섰으니, 너에겐 반대할 권리가 없다. 어서 가서 준비나 하거라. 열닷새에 식을 올려야 하니.”“열닷새요? 모레잖습니까? 말도 안 됩니다! 이리 급히 저를 시집보내면, 제 체면은 어쩌라는 말씀입니까?”일곱째 아가씨가 소리치자, 노태군이 탁자를 쾅 내리치며 화를 냈다. “체면? 지금 체면이라 한 것이냐? 이 어미는 벌써 체면 다 버렸다! 네 혼담이 계속 흐지부지 되어 여태껏 시집도 못 가고 늙은 아가씨 취급받는 게 얼마나 창피한 줄 아느냐?! 매번 연회에 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이 물어보는데, 이 어미의 체면을 생각한 적 있느냐?”“그래도 아무에게나 시집갈 순 없지 않습니까. 평소 늘 말이 통하시는 분이신데, 어찌 이 문제에서는 이리도 고집을 부리시는 겁니까?”노태군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나? 그럼 내가 물으마. 탕양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 있느냐?”그러자 일곱째 아가씨의 눈빛은 흔들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답
혼담을 꺼낸 당일에 모든 일을 결정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었다.하지만 원가는 세속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혼수도 원하는 대로 준비하게 했고, 잔칫상만 제대로 차리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잔칫상은 일곱째 아가씨가 결코 시집을 못 가는 것이 아니라고 세상에 알리는 용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혼인 상대가 황제가 가장 신임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자리였다.따라서 잔칫상만큼은 빠질 수 없었다.이 부분은 탕양도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나름 저축해둔 돈이 있었기 때문에, 잔칫상을 준비하는 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하객 문제에 대해서도, 탕양은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기에 문제없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경성에만 백 상 이상은 문제없이 마련할 수 있었다.황제를 곁에서 모시는 자로서, 조정의 문무백관 중 그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는가?이 모든 것을 논의한 후, 탕양은 마침내 의문을 물어볼 수 있었다.“노태군, 만약 일곱째 아가씨께서 동의하지 않으면 어찌해야 합니까?”“동의할 것이다. 원가는 혼사를 치르거나 상을 치르거나 내릴 결정을 둘 뿐이니, 그렇게 알고 있거라. 다른 선택은 없다.”노태군이 단호하게 말했다.“그건... 너무 과하지 않습니까!”탕양이 초조해하며 말했다. 왠지 일곱째 아가씨를 강요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혼사는 본디 두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돌아가는 길에 탕양이 여전히 불안했해 하자, 원경릉이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그저 신랑이 될 마음의 준비만 해두시게. 일곱째 아가씨는 원가 식구들이 설득할 것이오.”“그녀가 원하지 않으면 어찌합니까? 곤란하게 하거나, 억지로 결혼하게 해서 그녀가 상처받는 건 싫습니다.”“아가씨도 동의할 것이오. 그렇지 않았다면, 약도성에서 자네를 뿌리치고 떠났을 것이네. 하지만 곁에 남아 자네를 보살폈잖나? 그것만 봐도 자네에 대한 마음이 있는 것이오.”“정말입니까?”탕양이 놀랐는데, 얼굴에 은은하게 빛이 맴돌았
원경릉은 원가에서 이 혼사를 분명히 찬성할 것이라 생각했다. 노태군이 일곱째 아가씨를 시집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에서 혼담을 꺼내는 것은 단지 형식적인 절차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원가의 유일한 문제는 일곱째 아가씨 본인이었는데, 그녀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일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이다.역시나, 다음 날 탕양과 함께 원가로 향한 원경릉은 원가에서 심지어 점쟁이까지 청해 두 사람의 사주를 확인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았다.두 사람의 사주를 본 점쟁이는 한참 확인하더니,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두 사람의 사주가 다소 상충합니다.”원 노태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디가 상충하는가?”“한 사람은 닭띠, 한 사람은 개띠입니다. 이는 닭과 개가 편치 않은 사주라, 혼사를 치른 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노태군은 탁자를 쾅 치며 말했다.“그럼 바꾸면 되지! 이제 보니 우리 딸은 말띠다. 방금 헷갈렸었다.”“말띠요? 말띠라면 괜찮습니다. 말띠는 올해 연분이 따르는 해 입니...”노태군은 점쟁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괜찮다니 됐다. 이제 길일을 골라주게.”그러자 점쟁이는 다시 손을 펴고 계산하더니 말했다.“올해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빨라도 연말쯤이어야...”“좋다. 이번 달 15일로 하지. 보름달이 뜨는 날, 사람도 오붓이 모이는 날이니, 좋지 않겠나?”점쟁이가 책자를 닫고,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예.”혼사는 원가에서 준비하니, 제시간에만 준비 된다면 안 될 것도 없었다.15일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일, 원가에서 딸을 시집보내는 일을5일 안에 끝낼 수 있을까 걱정 되었다. 준비할 시간도 아직 부족했는데, 혼례복을 만드는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원가는 이미 일곱째 아가씨를 위해 혼례복을 준비해 두었다. 3년마다 한 번씩 새로 만들었기에, 지금껏 서랍 속에 쌓여 있는 혼례복만 해도 7~8벌이나 되었다.혼수도 일찌감치 마련해 두고, 혼담을 꺼낼 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