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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작가: 나설희
방금 맞은편 차와의 충돌은 주로 차량 앞부분에 손상이 생겨 그들도 살짝 다쳤지만 지금 이 순간 소이연이 앉은 쪽으로 달려오는 차와 충돌한다면 그녀는 크게 다칠 것이 분명했다.

운전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힘을 다해 급회전해 차의 방향을 비틀었다.

옆에서 달려오던 차는 “쿵”하는 소리를 내며 소이연이 앉은 차 뒷부분에 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차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두 번의 거대한 충격으로 차 안의 에어백이 전부 터져 나왔고 차량이 심각하게 변형되었다.

차 안의 세 명도 격렬한 충격을 받고 전부 기절했다.

차량으로 붐비는 번화한 거리는 두 번의 엄청난 차 사고로 차들이 갑작스럽게 막혀버렸다.

검은색 차 한 대가 길 중간에 멈춰 섰다.

차 사고 현장은 이미 교통이 마비된 상태였다.

“무슨 일이 일어났어?”

임아영이 운전사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차가 막히지?”

운전사를 제외하고 임아영과 육현경만이 차 안에 있었다.

그들은 병원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사실 천우진의 말대로 그들은 할아버지의 중환자실을 방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임가 할머니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임씨 가족과 함께 각자의 차에 앉아 병원을 떠났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는데 차 사고가 난 거 같아요.”

운전사가 임아영의 질문에 대답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내려가서 확인해 봐.”

임아영이 운전사에게 지시했다.

“우린 웨딩드레스 사진을 찍으러 가야 하니까 서둘러야 해.”

“알겠습니다, 아가씨.”

운전사는 급히 차에서 내렸고 임아영은 고개를 돌려 육현경을 쳐다봤다.

지금 아무리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해도 육현경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임아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비록 그녀가 육현경이 그녀와 결혼하도록 강요했지만 그의 이런 무심한 태도는 그녀를 내심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오늘 육현경이 소이연과 마주쳤을 때 그가 평소에 임아영에게 보인 무뚝뚝함과 전혀 다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임아영의 눈에서 한기가 뿜어나왔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녀는 육현경을 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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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현경은 급한 발걸음으로 교통사고 현장에 도착했다.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세 대의 차가 충돌하여 현장은 극도로 잔인한 상태였다.육현경은 두 대의 차에 짓눌려 중간에서 이미 심각하게 변형된 차를 바라보았다.찌그러진 차 번호판을 보니...‘아니, 소이연은 차 안에 있을 리가 없어. 그녀는 차 안에 있으면 안 돼.’하지만 이 차는 천우진의 전용 차임이 분명했다.그리고 소이연은 서울에 올 때 항상 천우진의 차로 이동했다.육현경은 딴 데 신경을 쓰지 않고 그 차를 향해 신속하게 뛰어갔다.그는 창문 유리 위에 엎드려 내부의 상황을 관찰했지만 아무것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는 이를 악물고 차 유리에 주먹을 날렸다.하지만 천우진의 차는 전부 개조되어 있었다. 차 유리는 강화 방탄유리라 주먹을 날려도 전혀 깨지지 않았다.이렇게 심각한 차 사고에서도 차 유리는 깨지지 않은 온전한 상태를 유지했다.육현경도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바로 주변에 주차된 차 한 대로 향해 걸어가 다급한 말투로 빠르게 말했다. “혹시 망치가 있으면 줄 수 있나요?”차 안에는 대부분 안전용 망치가 있다.운전사는 망치를 급히 찾아 육현경에게 건넸다.육현경은 신속하게 천우진의 자동차 옆으로 돌아와 유리 위치를 확인하고 세게 망치로 내려쳤다.그러자 차 창문 유리가 순식간에 와르르 깨졌다.유리가 깨지는 순간, 육현경은 소이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는 에어백에 꽁꽁 감싸여 있어서 어느 정도로 다쳤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육현경은 안간힘을 쓰며 차 문을 열려고 노력했다.하지만 차 문은 미동도 없었다. 자동으로 잠겨진 게 분명했다.그는 이를 악물고 상반신을 굽혀 창문 유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려 했다. 유리 파편 때문에 상반신이 여러 군데 긁혔지만 그는 소이연을 구하려고 애를 썼다.육현경은 힘을 다해 소이연을 끌어당겼지만 소이연은 뭔가에 눌려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소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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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우진이 육현경에게 말을 건넸다.“소이연의 다리가 옆문과 앞좌석에 눌려있고 안전벨트도 잠겨있어 풀 수 없어요.”“그렇군요. 알았어요.”육현경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신속하게 물었다. “칼이나 단검, 과도를 갖고 있는 분이 있나요?”주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사실 다들 구조를 도우려는 생각은 있지만 사고가 너무 심각하다 보니 차 안의 사람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았고 또 쓸데없는 문제에 휘말리기도 두려웠다.이런 상태에서 육현경이 칼을 요구하자 다들 열정적으로 칼 찾기에 나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가 엄지 두 개 정도 넓이의 과도를 가져왔다. “이걸로 괜찮아요?”“괜찮아요.”육현경은 칼을 들고 다시 차 옆으로 돌아갔다.그는 먼저 소이연의 에어백을 조금 자른 다음 그녀의 안전벨트를 힘껏 자르기 시작했다.안전벨트의 품질이 너무 좋다 보니 육현경의 자르는 동작은 1초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천우진은 그의 손바닥이 붉게 변해가는 상태를 지켜봤다.육현경이 이토록 애쓰는데 그가 소이연을 싫어한다고 하면 천우진은 도무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루카스!”육현경의 귀에 갑자기 임아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차 안에서 한참을 망설였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차에서 내려와 육현경을 따라왔다.그녀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육현경이 유리 조각 따위를 신경 쓰지 않고 창문을 통해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그가 진정하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었다.육현경은 임아영에게 대응하지 않았다.그는 지금 소이연을 구하고 싶다는 단 하나의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찼다.‘소이연을 구해야 해. 그녀는 죽을 수 없어.’육현경의 눈시울은 어느새 붉게 물들었지만 자르는 동작은 멈추지 않고 더욱 강하게 움직이고 있었다.“루카스, 구급차가 도착할 거니까 그만해요.” 이 순간, 임아영은 육현경의 손이 다 닳아버린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하지만 육현경은 임아영의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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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소이연을 구하기 위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눈에 뵈는 게 없을 수 있을까? 그의 건강도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그녀의 기분도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임아영은 육현경의 옆에서 그를 표독스럽게 노려보았다.그녀는 문뜩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소이연이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참 좋겠다.’그녀가 죽으면 다시는 누구도 임아영과 루카스를 뺏지 않을 것이니.그녀의 눈동자에는 잔인함이 점점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육현경은 차 안으로 들어가 앞좌석을 힘껏 움직여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 순간 좌석만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옆문도 단단히 눌려 있어서 소이연을 구할 수 없었다.육현경은 숨을 길게 들이쉬며 진정했다.자신에게 긴장하고 초조해하지 말고 기필코 소이연을 구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육현경이 차 안에서 조사한 결과, 천우진의 좌석 측에서 소이연의 하반신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우선 우진 씨를 빼낼게요.” 육현경이 결단을 내리고 천우진에게 말했다.“그럽시다.” 천우진은 거부하지 않았고 더 이상 질문도 하지 않았다.루카스가 소이연을 그토록 구하고 싶어 하는데 결코 그가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루카스가 먼저 천우진을 구하고 싶어 한다면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육현경은 천우진의 안전벨트를 자르고 그를 짓누르고 있는 물체에서 그의 몸을 힘껏 빼냈다.천우진은 극심한 고통을 꾹 참았다.다시 자유를 되찾은 순간, 그는 즉시 차에서 나가려고 시도하지 않고 육현경과 함께 계속해서 소이연을 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소이연은 주로 오른쪽 몸이 심하게 짓눌려 있고 왼쪽 몸에는 어느 정도의 자유 공간이 있어요. 우리는 그녀의 발을 짓누르고 있는 물건들을 오른쪽으로 조금 이동시키면 그녀의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겨 그녀를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좋아요, 제가 협력할게요.” 천우진이 급히 육현경의 제안에 동의했다.육현경도 머리를 끄덕이며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 “방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0화

    그녀는 눈물이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고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갑자기 고통이 그녀를 덮쳤다.그 고통은 마음을 후벼파는 것처럼 극심했고 도저히 견뎌낼 수 없었다.그녀는 고통 속에서 눈을 서서히 떴다.눈앞은 여전히 흐릿했고 그녀는 지금 꿈속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현실로 돌아온 것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아마도 현실인 것 같았다. 현실이 아니라면 이렇게 아플 리가 없었다.하지만 만약 눈 앞의 세계가 현실이라면 어떻게 육현경을 보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그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고 힘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소이연은 눈에 힘을 줬고 이내 빨간 피가 그의 얼굴에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 촉감은 그녀가 꿈속에서 울 때 흘리던 눈물의 촉감과 똑같았다.“현경 씨...” 소이연이 육현경의 이름을 불렀다.그녀는 갈린 목소리로 겨우 육현경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그녀는 갑자기 예전 일이 생각났다.3년 전.소이연이 그때에도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그때는 심문헌과 함께 있을 때였다.그리고 그때, 그녀를 구해준 사람은 역시 육현경이었다.소이연이 사고를 당했을 때마다 그녀를 구해주러 오늘 사람은 늘 육현경이었다...소이연의 눈앞이 다시 흐릿해졌다. 시야가 너무 흐릿해져서 눈앞의 육현경의 모습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육현경은 소이연의 목소리를 들었고 그녀가 “육현경”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이유를 알지 못할 아픔이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이 느낌은 절대 질투가 아니었다.그냥...이상하게도 마음이 자꾸 아팠다.“육현경”이라는 세 글자는 그녀의 앞길을 비춰줄 햇빛과 같았다.육현경이 있기에 소이연도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육현경은 잠깐 동작을 멈추고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이연 씨를 구해줄 테니까 두려워하지 마요.”소이연의 목구멍이 움찔거렸다. 살짝 움직여봤지만 그녀는 목구멍에 심각한 고통을 느꼈다.가볍게 침을 삼키는 것마저도 피비린내를 느낄 수 있었다.“이연 씨, 깨어났나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1화

    “좋아요.”육현경은 주저하지 않았다.이미 극한의 상태에 도달한 그였지만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내가 나오면 같이 끌고 나와요.”육현경은 자동차 창문으로 기어 들어갔다.임아영은 그 자리에서 루카스가 소이연을 구하는 장면을 빤히 바라보았다.육현경이 나오자 빨간 피로 얼룩진 그가 보였다.그러나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나온 후 그는 주위 신경을 쓰지 않고 소이연만 관심했다.그의 상반신은 창문으로 들어가 창문 유리 조각을 막으며 피범벅이 된 소이연을 안아 들고 조심스레 나왔다.그녀의 몸이 조금이라도 부딪히지 않게 조심했다.유리 조각들은 모두 육현경의 몸에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임아영은 눈이 빨개졌다.그녀는 소이연에 대한 루카스의 자상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임아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육현경이 소이연을 안아 들고 조심스레 바닥에 올려놓았다.“조금만 기다려. 천우진을 데리고 나올게.”소이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때부터 교통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해 주위에서 차량이 이동하기 시작했다.멀리서 구급차가 오는 것이 보였다.육현경은 천우진한테 많이 거칠었다.그는 몸을 숙여 천우진을 끌어 당겼다.천우진은 아무 소리 없이 아픔을 견디며 육현경에게 끌려 나왔다.그때, 누군가가 육현경의 옆으로 지나갔다.육현경은 본능적으로 천우진을 잡던 손을 풀고 소이연에게 달려갔다.검은 옷을 입은 남자는 순간 겉옷에서 칼을 꺼내 들어 소이연의 머리로 뻗었다.소이연도 위험을 감지했으나 몸이 상처로 가득해 마비된 채로 움직여 지지 않았다.그녀는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남성이 칼을 들고 자신의 심장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보며 죽는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머릿속에는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육민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육현경도.그러나 예상했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는 한 손이 남성의 칼을 움켜쥐고 있음을 보았다.칼과 그의 심장의 거리는 1센치도 되지 않았다.육현경의 손은 피로 얼룩졌다.피는 칼을 지나 소이연의 몸으로 떨어졌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2화

    그는 몸을 일으켜 검은 옷의 남성과 싸우기 시작했다.임아영은 옆에서 놀라 자빠졌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루카스는 다시 그에게로 달려갔다.임아영이 그런 그를 말리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남성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고 칼에는 육현경의 피가 가득했다.“육현경, 그만해요!”소이연이 소리를 질렀다.육현경은 맨주먹을 휘둘렀다. 그는 남성의 상대가 아니었다.소이연은 남성의 손에 들린 칼이 육현경의 심장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안돼!”소이연은 두려운 얼굴로 소리쳤다.그러나 칼은 육현경의 몸이 아닌 임아영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온 세상이 조용해지는 듯했다.육현경은 믿을 수 없었다.그 칼은 임아영의 몸 속으로 들어갔다.심장이 아니더라도 이 정도면 죽을 수 있었다.남성은 칼로 찌르자마자 인파 속으로 도망갔다.“아영 씨!”육현경이 소리쳤다.소이연은 그런 임아영을 바라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루, 루카스...”임아영은 약하게 그를 불렀다.“당신, 당신이 괜찮으면... 돼요...”“아영...”임아영은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아영 씨!”소이연은 임아영이 육현경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장면을 바라보았다...육현경은 상처를 많이 입은 것인지 아니면 임아영 때문에 놀란 것인지 그녀를 품에 안고 쓰러졌다.교통 사고를 당하지 않은 두 사람이 도리어 상처를 제일 많이 입었다...구급차가 모든 사람을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기사는 현장에서 사망을 선고받았다. 차량은 많이 훼손되어 재사용이 불가능했다.소이연과 천우진도 상처가 많았지만 생명의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상대 차량은 네 사람 중 세 사람이 사망하고 한 사람은 중상을 입었다.한편 육현경은 혼미 상태로 머리에 큰 상처를 입어 잠시 깨어나지 않는 거라고 의사가 설명했다. 몸에도 외상이 많았다.임아영은 아직 구조 중이었다.그녀는 심장을 찔리지 않았지만 중상을 이결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였다.그렇게 이틀이 흘렀다.소이연은 휠체어에 앉던 데로부터 침대를 내려올 수 있게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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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됐어요.”심문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물었다.“어쩌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왜 이렇게 자주 사고가 나요?”소이연은 자주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다.저번에 교통사고가 난 건 심문헌과 함께였다.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앉아서 얘기해요.”천우진의 목소리를 듣자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둘이 같은 차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당신은 상처가 적어요? 이연 씨를 보호하지 않은 거예요? 오빠 아닌가요?”심문헌은 괜히 모든 기분을 천우진에게 풀었다.“교통사고는 갑자기 일어났어요. 몇초도 안 돼서 아무 정신이 없었어요.”소이연은 천우진을 변호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누구의 보호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차에 있었다면 당신을 보호했을 거예요.”심문헌은 강경하게 대답했다.“우리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말하네요.”이번엔 그녀도 심문헌보다 적게 다치지 않았다.“그땐 당신을 사랑하기 전이잖아요.”심문헌은 해명하며 우물쭈물 말했다.“그때 교통사고가 우리를 맺어 준 거죠. 내가 그때부터 당신을 좋아하게...”“그만해요.”소이연은 그의 말을 끊었다.“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런 얘기는 하지 말죠.”심문헌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소이연은 못 본 척하며 천우진을 돌아보았다.“이번 교통사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천우진이 소이연을 찾아온 것도 그녀와 교통사고의 일을 얘기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심문헌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심문헌은 메세지를 받자마자 달려왔을 것이다.소이연에 대한 마음은 정말 대단했다.소이연은 심문헌을 바라보았다.그에게 피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다.심문헌도 정치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 소이연의 앞에서 멍청한 척 하지만 사실 엄청 세심했다. 그러니 그녀의 뜻을 금방 알아차리고 일어섰다.“괜찮아요. 그와 관련은 없어요.”천우진의 대답에 심문헌은 의구심이 들었다.그뿐만 아니라 소이연도 천우진이 심문헌에 대한 빠른 태도 전환에 놀랐다.그녀가 아직 심문헌과 함께 하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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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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