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갑자기 조금 화가 났다.루카스를 마주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자신의 심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어떻게 이걸 살 수가 있어?” 그녀가 물었다.루카스는 차갑게 웃으며 소이연을 보고 말했다. “너 진짜 웃긴다. 내가 사고 싶은 옷을 사는 건 내 자유야. 내가 허락도 맡아야 해?”“너 내가 똑같은 옷 산 거 알고 있었잖아!”“그건 네 일이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좋아서 샀다는데, 네 생각은 미안하지만, 이연 씨 우리 안 친해.그리고 당신은 내가 원하는 사람 범주에도 없고.” 루카스는 말에 약간의 조롱을 담고 있었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속으로 천 불이 났다.루카스의 말에 말문이 그대로 막혀버렸다.이 사람 외국에서 자랐다면서, 말은 또 왜 이렇게 잘 해?“이건 너희들 취향이 같다고 할 수밖에 없다.” 마린은 급히 수습했다.“역시 다들 패션 선두주자라서 그런가? 나도 디자인이 예쁜 것 같다고 방금 루카스한테 얘기했어.”소이연은 입술을 만지며 침착하려 커피를 홀짝홀짝 마셨다.그리고 계속 이 사람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지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아, 말 나온 김에 하반기에 해외 전시가 있는데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이 다 참여할 정도로 커.혹시 관심 있어? 너 작품 안 낸 지도 오래됐잖아. 사람들이 다 네 디자인 기대하고 있는데, 미리 준비하는 건 어때?”“언제쯤인데?”“6, 7월쯤?”“알겠어, 시간 나면 준비해 볼게.”“그럼 하는 걸로 알고 있을게?”“응.”“그럼 그때 내가 데리러 갈게, 너 직접 올 거지?”“만약 다른 일 없으면 내가 직접 갈게.”“넌 진작에 세상에 나왔어야 했어. 그동안 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상태가 안 좋아 보였어. 디자인 실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네 건강이… 뭐랄까? 기운이 없어졌다고 해야 하나?”“응.” 소이연은 그저 담담히 대답하고,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그에게 그녀와 육현경의 일에 대해서 얘기한 적도 없었다.더 이상 마음 아픈 얘기를 계속
호텔 직원이 감기약을 가져왔다. “이연 씨, 만약 약 드시고도 안 나아지면, 전화 주세요. 차 불러서 병원에 데려다 드릴게요.”“네, 감사합니다.”“아닙니다.”소이연은 방문을 잠갔다.그녀는 병원에 잘 가지 않아서, 일반적인 감기는 보통 약만 먹어도 나았다.그녀는 물을 끓이고 약을 먹은 뒤 다시 침대에 누워 이불 속에 파묻혀서 덜덜 떨었다.난방을 더 올렸다. 타 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이불도 한 겹 더 덮었는데, 무거워서 숨이 잘 안 쉬어질 정도였다.소이연은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았다.도대체 몇 도까지 올라간 거지?이번엔 왜 이렇게 힘이 든 걸까.약을 먹고 2시간 뒤, 땀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고, 체온도 그대로였다.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았기에 소이연은 결국 버티지 못했다.처음으로 감기 때문에 스스로 병원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전화기를 들었다. “저 좀 병원에 데려다주세요… 열이 계속 나요.”“네 알겠습니다. 10분 뒤에 내려오시면 차 불러드릴게요.”“감사합니다.”소이연은 전화를 끊고 흐느적거리며 옷을 갈아입었다.새로 산 패딩을 두르고 문을 나섰다.눈앞이 핑 돌더니 갑자기 조금씩 어두워졌다.그녀는 급히 벽에 기대 컨디션이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있었다.깊게 숨을 들이켜고 다시 복도를 걸어갔다.앞에 뭔가 익숙한 사람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 사람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소이연은 있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루카스 앞에서 절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되뇌었다.그에게 자신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소이연 씨.”소이연이 겨우 루카스를 지나치던 그 순간, 루카스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소이연은 대답하지 않고 여전히 입술을 깨문 채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저기!”루카스는 그녀가 대답이 없어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소이연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자 루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이 여자 귀신 들린 건 아니겠지?!얼굴도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졌고, 걸음도 S자가 됐네?!취했나?!취했는데 밖
“겨우 싸운 거 가지고 이렇게까지 한다고요?!” 호텔 손님은 이어서 말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책임감도 없네!”루카스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이제 설명할 수도 없다.그는 소이연에게 걸어가 쓰러진 소이연을 안아 들었는데..이렇게나 뜨겁다고?!이 여자 죽고 싶은 건가?!소이연을 안고 있는 루카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소이연도 완전히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였고, 비몽사몽한 상태였다.그때 마치 자신이 차에 타고 있는 듯한 바람이 느껴졌다.이상하게 따뜻함도 느껴졌다.그녀는 오늘 하루 종일 추웠고, 아무리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몸이 떨렸다.지금에서야 그녀는 정말 따뜻하다고 느끼고 있었다.뭔가 익숙한 따뜻함이 자연스럽게 느껴져, 갑자기 품에 더 파고들고 싶었다.루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소이연을 안고 호텔의 차에 올랐다. 그녀의 몸이 계속 그의 몸에 밀착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소이연이 지금 열이 나서 정신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이 여자가 정말 고의로 꼬시는 거라면?!정말 그렇다면, 이건 확실히 스케일이 크다.스스로에게도 정말 독하다.루카스는 속으로 거부감을 느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은 소이연이 더 쉽게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이 기분은...... 설명할 수 없었다.그 역시 처음 소이연을 보았을 때, 왠지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그는 이런 느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이런 결과는 본능적으로 소이연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사실상 소이연은 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소이연을 가장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래서 그와 소이연은 지금 서로 마음에 안 드는 관계로 변한 것이다.“병원까지는 얼마나 걸려요?” 루카스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10분 정도요.”“더 빨리 갈 수 있어요?”“이미 가장 빨리 가고 있습니다.” 기사는 급히 대답했다. “중요한 건 지금 눈이 와서 너무 빨리 가면 위험합니다.”루카스는 입술을 만지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가주세요.”“네.”루카스는 불덩이 같은 소이연을 안고
루카스는 옆에 앉아있었다.“만약 30분 뒤에도 땀이 나거나 열이 내리지 않으면, 이 버튼 눌러서 저희를 불러주세요.” 간호사가 말했다.“......네.”간호사가 자리를 떴다.루카스는 소이연을 지키며, 그녀의 찌푸려진 작은 얼굴을 보고 있었다.이렇게 자세히 보니, 소이연도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했다.그는 보통 다른 사람을 자세히 쟤지 않는다.특히 여자는 더더욱.그는 여자라면 싫증이 날 정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이연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어쩐지, 그녀가 하는 말마다 힘이 있는 이유가 있다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아주 돈이 많게 생겼다.그때, 갑자기 소이연이 오늘 팔짱을 낀 그 남자가 떠올랐다.루카스는 그가 남자친구라고 생각해 조금 거리를 두고 앉았다.그는 옆에 앉아서 휴대폰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30분 뒤.루카스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아이스 베개 때문인가? 열이 조금 내린 것 같았다.그는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체온계를 찾지 못했다.간호사가 가져갔나?루카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허리를 숙여 이마를 소이연의 이마에 가져갔다.루카스는 서로의 이마를 마주 대고, 소이연의 체온을 느끼려 했다.아래 있는 사람이 깨어나 그를 보고 있는 것은 아예 몰랐다.“너 지금 뭐하는거야?” 소이연이 물었다.힘없는 목소리였지만, 말투는 정말 날카로웠다.루카스는 아주 깜짝 놀랐다.그는 심지어 몸을 덜덜 떨며 급히 소이연의 이마에서 떨어졌다.“너 아직 열나는지 본 거야!” 루카스가 해명했다.왠지 모르게 귀가 빨개진 것 같았다.소이연이 차갑게 웃었다. “네가 이렇게 착하다고?”“내가 너 병원 데려온 거야!” 루카스가 당당하다는 듯 말했다.소이연은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더 믿지 못할 것 같았다.그녀는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신이 방에서 나와 호텔이 병원에 데려다주기로 한 것밖에 생각나지 않았다.아마 복도에서 루카스를 만난 것 같은데, 분명 루카스를 지나친 것은 똑똑히 기억났다.그리고 루카스가 몇 번 불렀
“저 가족 아닌데요.” 루카스가 반박했다.의사는 루카스를 한번 보더니 직설적으로 말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왜 커플룩을 입어요?”루카스는 화가 나서 그대로 패딩을 벗었다. “여자친구도 아닌데 병원에는 데려다줘서 뭐해요?” 의사는 또 물었다.루카스는 뭔가 해명을 하려고 했지만, 의사가 이어서 말했다.“방금 여자친구가 잠들었을 때 이마 맞대고 뽀뽀하는 거 다 봤어요. 하하.”“뽀뽀 안 했어요!” 루카스가 흥분하며 말했다.소이연도 루카스가 뽀뽀는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루카스가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거의 깬 상태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람들의 오해로 루카스가 잔뜩 화가 난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통쾌했다.그래서 그녀도 고의로 알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루카스도 소이연의 시선을 느끼고 말했다. “너 왜 그렇게 봐? 내가 진짜 뽀뽀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소이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의사가 말했다.“커플 사이에 싸우는 건 정상이예요. 근데 져줄 줄도 알아야지, 자존심이 밥 먹여주나요? 여자친구가 떠나고 나면 울고 싶어도 못 울어요!”“아니........”“됐어요. 빨리 가서 입원 수속 밟으세요. 환자분은 간호사 따라서 진료실로 가시고요.”“감사합니다 선생님.” 소이연이 살짝 웃었다.소이연은 원래 예쁘게 생겨서, 웃으니까 마치 봄바람 같았다.특히 힘없는 웃음이 동정심을 더 불러일으켰고, 이 순간 의사 선생님까지 잠시 멍해졌다.루카스는 옆에서 차갑게 웃었다.이 여자는 천성이 여우인 것 같았다.그는 손을 휘저으며 나가서 입원 수속을 밟았다.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니, 소이연이 고급 병상에 누웠을 때, 이미 새벽이 다 된 시간이었다.소이연은 루카스가 처리해 준 입원 수속이 마음에 들었다.그녀는 심지어 루카스가 복수심으로 제일 안 좋은 다른 사람들과 자리싸움을 해야 하는 3인실로 예약해 주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루카스를 보았는데, 그는 열심히 입원 수속 서류를 정리
당연히 좋은 것도 아니었다.다만 그렇게 눈살을 찌푸리고 대할 필요는 없다고 느껴졌다.“생각도 하지 마.” 루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럼 안 되겠네.” 소이연은 이불을 걷고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자신이 거의 다 나았다고 생각했지만,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지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지고 갑자기 몸에 힘이 풀리고 말았다.루카스는 소이연과 멀지 않은 곳에 서있었고, 그녀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재빨리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힘이 너무 세서 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겼다.소이연은 눈앞이 어지럽다는 것만 느껴졌다.하지만 다행히도 금세 회복했다.정신을 차리고 나니 자신의 몸이 루카스의 몸에 밀착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그녀도 그의 빠른 심장박동을 느낀 것 같았다.그녀의 심장도 잠시 두근거렸다.“소이연, 너 사람 꼬시는 것도 고단수네.” 루카스가 그녀를 놓으며 말했다.소이연은 마치 그녀의 심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온기라고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그녀는 루카스를 밀쳐내고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다.“소이연, 너 일부러 거기서 쓰러지면 내가 꼭 방금 그 나이 많은 의사한테 너 옷 입히라고 한다!”소이연은 방문을 쾅 닫았다.루카스에게는 정말 조금도 기대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샤워를 했다.방금 루카스의 말은 독설 같았지만, 너무 오래 씻으면 안 된다는 것을 걱정해준 것이다.지금 그녀는 힘이 없는 상태이고, 오래 씻으면 욕실에서 그대로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그렇기에 그녀는 물만 끼얹고 깨끗한 환자복으로 바로 갈아입고 나왔다.소이연은 머리를 감지 않았지만, 씻으면서 조금 젖었다. 씻고 나서 그런지 소이연의 혈색은 훨씬 나아진 듯했다.사람이 아주 뽀얘져서 나왔다.루카스는 입원 수속 서류를 다 정리한 뒤, 고개를 들어 소이연이 이렇게 맑은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녀가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심지어 어젯밤에는 더 똑똑히 봤다.그는 순간 소이연의 차분하고 예쁜 모습에 멍해졌
그때, 루카스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루카스는 일어나 전화를 받고 간단히 대답하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소이연은 그를 쳐다보았고, 순간 그에게 가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정말 이렇게 고분고분 그녀와 함께 병실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낼 줄 리가 없었다. 그의 빠른 발걸음은 소이연을 그에게 더는 묻지 않기로 다짐하게 했다. 잊자. 그는 결국은 낯선 사람일 뿐인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소이연은 자세를 고치고는 휴대전화를 보았다. 그녀는 열이 나서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전혀 졸리지 않아, 오늘 밤 또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뉴스 앱을 켜고 비즈니스 뉴스를 훑어본 뒤, 연예기사를 보았다. 연예 뉴스 1면에 루카스에 관한 기사로만 가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의 외모에 매료되었고 수많은 여자들이 자극성 강한 댓글을 남겼다. 소이연은 이 수많은 여자 팬들이 그의 나쁜 성격을 알게 된다면 어쩌면 탈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소이연은 연예 뉴스에 완전히 몰입해 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병실 문이 열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고 루카스가 두 개의 가방을 들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다소 놀란 눈으로 그를 보았다. 그녀는 루카스가 이미 떠났다고 생각했다. "안 갔어?" 소이연은 물었다.루카스는 소이연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의 안색이 매우 안 좋아 보였다. 그는 표정으로 갈 수 있었으면 자기가 아직까지 여기 있겠냐는 표정이었다. 소이연은 속으로 웃었다. 루카스가 이렇게 말을 잘 들을 줄은 생각하지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병원에서 간병인이 옆에 있어야 강제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그녀는 위독한 환자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녀는 그에게 이 상황을 말 할 생각이 없었다. 루카스는 가지고 들어온 큰 가방 두 개를 옆에 있는 티테이블 위에 놓았는데, 뜻밖에도 가방 안에는 그의 속옷도 있었다. 그는 정말 이곳에 그녀와 있을 생각인가? "필요해?" 루카스는
그녀는 테이블로 걸어가서 따뜻한 영양죽 그릇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이 따뜻한 죽을 먹고 위를 따뜻하게 하고 배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영양죽을 반으로 나누었다. 루카스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녀 혼자 이 한 그릇을 다 먹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반쯤 먹어가고 있던 중에 루카스가 고급스러운 녹색 실크 잠옷을 입고 나왔다. 이 사람......!루카스는 정말 다른 것들을 우습게 볼 만한 아름다운 자태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건방지고 무례한 그의 행동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원래 세상은 사람의 본질이 아닌 외모를 본다. "반 남겨 놨는데, 먹을래?” "오." 루카스가 대답했다. 그러고는 소이연의 옆으로 걸어갔다. 루카스의 몸에는 아직 열기가 남아 있었고, 그가 직접 사 온 바디워시 향이 그의 몸에 배어 있었다. 소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곁에서 좀 떨어졌다. 루카스가 자신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싫어하는 듯했고, 그녀도 루카스와 너무 가까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것을 있지 말아야 했다. 소이연의 행동에 루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이없다는 소리를 냈다. 마치 그녀가 일부러 루카스의 관심을 끌려고 가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소이연은 온통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루카스가 멋진 외모를 갖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모든 여자들이 그에게 달려드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정말 그에게 흥미가 없어 거리를 둔 것이다. 병실 안은 조용했다. 소이연이 먼저 식사를 마쳤다. 그녀는 쓰레기들을 휴지통에 버리고 병상으로 돌아갔다.침대에 누웠더니 잠옷 차림으로 음식을 먹는 루카스가 본의 아니게 보였다. 병원은 따뜻했지만 그는 옷을 너무 적게 입고 있었다. 이번에 소이연은 감기에 걸린 후 마음에 그늘이 생겼다. 그녀는 몇 번이고 루카스에게 옷을 적게 입고 있다고 상기시켜주고 싶었지만, 본능적으로 이
백일잔치가 시작되기 전 예수진은 소이연과 친구들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급히 다가왔다.“왜 혼자와?”“그럼 누구랑 와?”“우리 조카는?”“아, 엄마한테 맡겨놨어. 먹고 싸는 것밖에 할 줄 몰라서 재미없어.”“...”“그러는 너는 좀 어때?”“뭐가 어떠냐고?”“네 애 말이야.”예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의 찻잔이 쨍하는 소리와 함께 테이블 위로 떨어졌다.아직 파티가 시작되기 전이라 차만 마시고 있던 남자들이었는데 송문수의 손에 들려있던 찻잔이 미끄러지면서 안에 있던 차가 흘러나온 것이다.송문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찻잔을 집어 들더니 휴지로 물기를 닦아내기 시작했다.그 얼굴에서 당황스러움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찻잔을 떨군 건 그저 우연이라는 듯 하도경, 육현경과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를 보며 하지수도 입을 열었다.“잘 있지. 전에는 좀 힘들었는데 이젠 잘 먹고 잘 자.”“너 살 좀 찐 것 같아.”“응, 2킬로 넘게 쪘어.”“그럼 됐어.”하지수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던 예수진은 파티가 곧 시작한다는 말에 계지원과 함께 자리를 떴고 그녀가 떠나가 테이블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아마도 얘기를 다 나눈 남자들 때문인 것 같았다.가만히 있기도 뻘쭘했던 하지수가 주전자를 들려 하자 송문수가 빠르게 그녀에게 차를 따라주었다.“고마워.”하지수의 인사에 송문수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한참 동안 둘 사이에는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그러다가 결국 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임신했어?”“응.”“빠르네.”송문수는 의미 없는 웃음으로 자신의 착잡한 마음을 감추려 했다.적어도 결혼한 다음에야 임신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송승우의 아이를 가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생각이 점점 커지는 게 싫어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너 혼자 온 거야? 송승우는?”“서울 갔어.”“몸은 괜찮아졌어?”“응, 의족 해서 이젠 잘 다녀.”오랫동안
예수진은 빠르게 소이연에게 문자를 보냈다.[이연 언니, 송문수 왔어요. 진짜 올 줄은 몰랐는데 방금 안으로 들어갔어요!][내가 진짜 올 거라고 했잖아요.][내 매력이 그 정도일 줄 몰랐죠.]역시나 능청스럽게 받아치는 예수진에 어이없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고 난 소이연은 송문수의 인영을 찾으려 두리번거렸다.하도 큰 키 덕분에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우뚝 솟아있는 송문수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문수야.”마찬가지로 그를 알아본 육현경이 인사를 건네자 송문수는 빠르게 그들에게로 다가갔다.“언제 왔어?”“어제 오후에.”“왔는데 왜 말도 안 해? 사업 잘된다고 이젠 우리도 모른 척하는 거야?”“아무리 잘 되봤자 내가 현경이만큼 돈이 많진 않아.”볼멘소리를 하는 하도경에 맞는 말로 반박하자 하도경도 딱히 할 말이 없는지 어깨만 으쓱해 보였다.“언제 가?”“모레 비행기야, 내일 집 가서 부모님만 뵙고 가려고.”“그래서 우리 만날 시간은 없다 이거지?”“이번엔 시간이 좀 빠듯해, 거기 일도 많고. 오늘 보지 뭐, 술 제대로 마시자 한번.”“너 진짜 많이 변했어 송문수, 이렇게 진지하진 말아 줄래?”적응되지 않는 송문수의 말투에 하도경이 진저리를 치며 말했다.“그럼 어쩌라고.”“나는...”판을 깔아주니 말하기 어려웠는지 하도경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술 마셔 그냥.”“그래.”또 무슨 바람이 분 건지 둘은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파티의 주인공이 자리하기도 전에 술부터 마시기 시작했다.육현경이 그런 그들을 말리려 할 때 송문수의 옆에 문득 한 여자가 앉았다.그에 술잔을 들고 있던 송문수도 잠시 멈칫했다.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아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을 주며 술잔을 입가에 가져다 댔다.송문수를 한번 보던 소이연은 하지수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지수 씨, 왔어요?”“네.”“혼자예요?”“네.”혼자라는 말에 송문수의 손은 아까보다 더 하얗게 질려버렸다.“혼자니까 더 조심해요 다닐 때.”“그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야 송문수는 마침내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캐나다에 있는 회사도 이제 정상적으로 흘러가자 귀국한 거였지만 그도 그냥 예수진 아들의 백일을 축하하러 온 것뿐이었다.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송문수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배가 부른 채로 있던 예수진이 벌써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백일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오랜만에 온 장안시였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귀국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저 본인의 집으로 향했다.오랫동안 비워둔 집이라 그런지 온통 먼지투성이여서 일단 도우미부터 부른 송문수는 아주머니가 정리를 마친 다음에야 침대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사랑하던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이제는 그 모든 게 다시는 들춰선 안 될 과거가 돼버린 것 같았다.해외에 있던 시간 동안 송문수는 부단히 하지수를 잊으려 애쓰고 있었다.물론 정말 잊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가 반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같은 집에 살던 하지수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그저 우연히 한 번, 그녀의 뒷모습이 화면에 스친 게 전부였다.몸을 뒤척이던 송문수는 내일의 백일잔치에 대해 생각했다.내일 가면 친구들이 무조건 술을 권할 텐데,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탓에 송문수는 지금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푹 쉬면 조금은 낫겠지 싶어 그대로 잠을 청한 송문수는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눈을 떴다.언제부턴지 부모님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탓에 송문수는 이젠 밤을 새우는 게 오히려 힘겨웠다.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마친 그는 한 번 더 깔끔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을 나섰다.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각에 집을 나선 그는 문득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예전에는 어쩜 그리 특이하게 살아왔는지, 참으로 유치했던 것 같다.해외에서 반년 동안 혼자 살아서
“보름 넘게 준비한 건데 서두르는 건 아니지.”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는 일인데도 송문수는 참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갔다가 언제 와?”“그건 몰라. 상황 봐서 잘 되면 빨리 오는 거고 잘 안되면 못 오는 거지.”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송문수에 그의 결심이 바뀔 리 없다는 걸 알아챈 송승우는 그만 입을 다물고 하지수의 손을 맞잡았다.무의식중에 눈물을 흘리던 하지수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빠르게 표정을 감췄다.“가자.”그리고는 송승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그녀는 송문수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마지막 작별인사도 전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다.하지수의 몸에 감히 시선을 두지 못하던 송문수도 그녀가 송승우와 함께 차에 타서야 차창 너머로 비치는 그 뒷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사실 캐나다도 송문수가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회사에 유능한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 아무에게나 CEO라는 직급을 쥐어 보내면 될 일이었지만 송문수는 본인이 가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여기서 다정하게 지내는 둘을 보고 있는 게 더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어서.손 하나 잡았다고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을 계속 보는 건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는 이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송문수는 캐나다에 도착해서야 육현경과 소이연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출국 소식을 알렸다.그리고 언제 돌아갈지는 모른다는 말까지 남기자 다들 깜짝 놀랐지만 별말은 하지 않고 몸 잘 챙기라는 소리들뿐이었다.그리고 시간 되면 놀러 오라는 얘기들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는데 역시나 예수진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그녀는 굳이 송문수에게 따로 문자까지 보내며 물었다.[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가겠다고? 다 버리고? 송문수, 너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니? 내가 너였으면 당장이라도 송승우랑 싸웠어!][어차피 못 이
둘의 이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사람은 각각 손에 이혼 증명서를 들고 법원에서 나왔다.“이제 끝난 거지?”“네.”하지수에게 건네받은 이혼 증명서를 들춰보던 송승우는 안에 적힌 내용을 다 확인한 후에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혹시라도 돌발상황이 생길까 봐 따라온 건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의 이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송문수는 하지수를 보고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절차대로 서류만 제출했다.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송승우는 감정이란 게 저렇게 쉽게 사라질 수도 있나 싶었다.둘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혼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송승우는 다른 건 묻지 않았다.이제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송승우는 저와 하지수도 떳떳해진 것 같았다.그리고 그는 송문수만 연락을 끊는다면 하지수를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송승우가 먼저 송문수를 불러세웠다.“시간 되면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어. 엄마 아빠가 전화해도 안 오던데, 많이 바쁜 거야?”“응.”“바쁘다고 가족들도 다 내팽개치는 건 아니지. 워라벨도 신경 써야지.”어른스러운 말투로 나무라듯 말하는 송승우를 송문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서울에서 일할 때 1년이 넘도록 안 오던 게 누군데.부모님이 굳이 송승우를 부르지 않은 건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서였다.무튼 송승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의 일은 언제든지 시간을 뺄 수 있는 여유 적적한 일이라 여기는 사람.“언제 시간 되는지 알려주면 도우미들 시켜서 너 좋아하는 거...”“나 해외에 잠깐 나가봐야 해.”“뭐라고?”송문수가 송승우의 지루한 말을 끊으며 대답하자 송승우는 당황하며 물었다.“엄마 아빠가 말 안 했어?”“무슨 말이야 그게?”금시초문이었던 송승우는 하지수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처음 듣는 말인 것 같았다.“우리 회사 전기차 해외 매출이 자꾸 오르니까 전
그런데 그때, 협탁에 놓인 물과 알약 한 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쪽지에는 “단기 피임약”이라는 말도 적혀있었다.그 약과 물을 번갈아 보던 하지수는 피가 차게 식는다는 게 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너무나도 명확한 송문수의 의사에 하지수는 가슴이 아려왔다.성인 남녀 둘이 충동적으로 서로를 원해서 가졌던 하룻밤이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걸 이렇게 약으로 알려주다니.알약을 집어 든 하지수는 참으로 처량하게 웃어 보였다....그렇게 점심이 다돼서야 하지수는 별장으로 돌아갔다.핸드폰 배터리가 다 된 탓에 그녀는 송승우가 몇 통의 전화를 했는지도 모른 채 별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송승우는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얼굴로 이제야 들어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와 달리 허영지와 송기명은 살갑게 하지수를 걱정해주었다.“지수야, 어제 어디 갔었어? 전화는 왜 꺼놓고. 수진이한테 전화했는데 네가 문수랑 같이 갔다고 해서 문수한테 연락해보니까 문수는 또 너랑 같이 있는 거 아니라고 그러던데.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어디 다친 데는 없지?”“없어요.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문수 씨 집에서 잔 것뿐이에요.”송문수 집에서 잤다는 하지수의 말에 송승우는 더는 못 참겠는지 언성을 높였다.“하지수, 너 나랑 한 약속 잊었어? 네가 어떻게 거기서 잠을 자!”“내가 무슨 약속을 했는데요?”송승우는 아무리 화가 났어도 저 질문에만큼은 답을 할 수 없었다.가스라이팅으로 어렵게 얻어낸 기회라는 걸 다른 사람한테는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 문수 씨랑 아직 이혼 안 했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뭘 하든 합법적이란 소리죠.”“하지만...”“이혼하고 나서 얘기해요. 나 피곤해서 먼저 올라 가볼 게요.”몸도 마음도 다 힘들었던 하지수는 송승우를 화를 살필 겨를이 없었기에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그렇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목 끝까지 끌
“너 내일 후회할 거야.”이런 하지수를 앞에 두고 참는 건 송문수에게도 곤욕이었다.온몸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게 더 힘들었다.“후회 안 해.”“딱 하나 후회되는 게 있다면 내가 이 나이 먹도록 한번 밖에 못 해봤다는 거야. 그리고 그 한 번도 진짜 별로였어.”“뭐?”아까부터 한번을 강조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그 한 번도 다 너한테 맞춘 거였잖아.”고작 한 번이라니, 그럴 리가.그런데 또 곱씹어 보니 둘이 함께 잔 건 한 번뿐인 것 같긴 했다.하지만 송승우와 그렇게 오래도록 사귀면서 송승우 방까지 들락날락하던 게 하지수인데 그런 그녀의 인생에서 저와 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이번엔 내가 움직일 거야.”하지수는 잔뜩 풀린 눈으로 당차게 말했지만 그녀의 말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나 또 밀어내면 그땐 진짜 물어버릴 거야.”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닥에 눕힌 뒤 그 위에 올라탔다.“반항하지 마.”곧바로 하지수의 입술이 자신에게 다가왔지만 송문수는 정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이 상황에 그녀를 밀어내면 하지수가 정말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그녀의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었기에 송문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그렇게 내일 그녀의 원망도 다 받아낼 심산으로 송문수는 하지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이 밝아오자 하지수는 몸을 뒤척였다.온몸에 차에 깔리기라도 한 듯 무거웠고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던 그녀는 힘겹게 눈부터 떠보았다.익숙하고도 낯선 이곳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송문수의 집이었다.그리고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어제의 기억 조각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그것들이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되었을 때,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대담한 모습을 그녀는 차마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술이 깬 지금에 와서는 절대 못 할 일이
송문수는 자신마저도 취해버린 것 같았다.그래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입술을 뗀 하지수가 오랜만에 얌전해진 송문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자신의 키스에 몸을 맡기며 가만히 있기만 하는 그에 하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문수 씨, 내가 하는 키스가 그렇게 별로야?”별로라니, 흥분해서 자칫하면 이성이 끊길뻔했는데.여기서 입을 열면 더 이상은 참지 못할 것 같아 송문수는 이번에도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어디가 별론지 얘기해주면 내가 고칠게, 응?”송문수는 아까부터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부단히도 움직이는 그의 울대가 그의 초조함을 대변하고 있었다.하지수 앞에서만큼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송문수라 하지수가 한마디만 더 하면 그는 정말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지수...”그래서 그만하라고 말하려 하는데 하지수가 본인의 손가락을 송문수의 입에 가져다 댔다.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진 지 아는 송문수는 지금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며 간신히 참고 있었다.이대로 가면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데, 그걸 다 알면서도 그는 하지수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점점 과감해지는 건지 이젠 하다 하다 손까지 집어넣어 송문수의 몸 곳곳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의 손길이 지나간 곳이면 그게 어디든 불에 덴 듯 뜨거워 났다.송문수 역시 술을 마신 몸이라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느슨해져서 이 상황을 즐기는 일이 없게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하지 마 하지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더 깊은 곳까지 손을 움직여왔다.“아!”그러다 결국 송문수에게 손이 잡혀버린 그녀는 울망울망한 눈으로 송문수를 올려다봤다.자칫하면 그곳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저런 표정을 짓는지.송문수는 심호흡으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그만해 하지수.”“왜?”“별장에 데려다줄게.”저 순진무구한 눈을 보고 있으면 송문수도 빨려 들어갈
술에 취한 하지수의 고집을 당해낼 수 없었던 송문수는 결국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밤늦은 시간에 별장에 들어가면 다른 가족들을 깨울 수도 있으니 집에서 잠만 재운다는 핑계를 대가며 말이다.송문수가 하지수를 침대에 눕히고 자리를 뜨려 하자 하지수가 그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가지 마.”손끝에서 느껴지는 하지수의 온기에 송문수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하지수, 잘 봐. 나 송문수야.”“알아, 네가 송문수인 거. 나 버린 무책임한 놈이잖아 너!”풀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말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술을 마신 하지수는 송문수가 감히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왜 날 송승우한테 넘긴 거야? 내가 물건이야? 네가 뭔데 날 송승우한테 준다 만다냐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하지수는 침대에 올라 선 채 송문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서 있지 말고 일단 앉아, 그러다가 넘어져.”“안 넘어져.”하지수는 송문수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계속 질문만 퍼부었다.“왜 날 밀어내는 건데! 내가 어디가 별로야? 몸매가 별로야 아니면 내가 못생겼어? 뭘 그렇게 일일이 다 따지고 들어? 넌 보는 눈이 그렇게 높아?”“일단 누워.”“싫어.”송문수가 그녀를 잡아주려고 손을 뻗으면 하지수는 곧장 몸을 돌려 피하곤 했다.그렇게 휘청대는 하지수를 보는 게 송문수는 조마조마하기만 했다.“내 말에 대답부터 해. 왜 날 싫어하는 거야?”“난 너 싫어한다고 안 했어.”그의 대답에 송문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하지수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넌 그냥 내가 싫은 거잖아! 나 말고 밖에 있는 그 못된 여자들을 더 좋아하는 거잖아. 나도 그 여자들처럼 변하면 나 좋아해 줄 거야?”“그런 거 아니야.”“변명하지마! 넌 그냥 몸매 좋고 능숙한 그런 여자들만 좋아하는 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혼자 화를 내는 하지수가 송문수는 어이없기만 했다.술을 마신 하지수는 아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