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이연은 그 바다를 떠났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바다로 떠나보냈다. 그녀는 줄곧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육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윤민은 작은 몸으로 어둠 속에 서서 울지도 않고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만약 육민이 기다리지 않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정말 그 순간에 사랑을 택했다면 육민은 어떻게 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 죄책감과 슬픔이 뒤섞여 그 순간 버틸 수 없었다. 그녀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그녀는 힘을 내기 위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녀에게는 육민이 있었다. 가진 게 없지 않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자신처럼 울음을 참고 있는 육민을 바라보았다. 육현경을 닮은 굳센 작은 얼굴을 보며 그녀는 말했다. "민아,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육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새엄마가 자신의 아빠와 함께 죽기 위해 그를 납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그는 막을 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육민은 아빠가 자신을 위해 새엄마에게 협박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빠의 죽음으로 자신의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육민은 작은 손으로 소이연의 뺨을 어루만지며, 끝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아빠 대신 엄마를 잘 돌볼게요.” 육민의 말에 잘 참고 있던 소이연이 끝내 무너졌다. 그녀는 육민을 품에 안아 꼭 껴안았다. 육민이 그녀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 새벽, 동이 텄다. 소이연은 육민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에 하도경과 송문수가 거실에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밤새도록 기다리다 지친 듯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이 깼다. 하도경은 소리쳤다."현경아!” 뒤돌아보니 소이연과 육민이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도경과 송문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재빨리 달려왔다. 송문
심아윤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 어쩌면 폭발로 그들은 재가 되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경찰과 육청호, 소이연도 모드 시신을 찾는 것을 포기했다. 시신을 찾지 못한 것이 그들에게는 위안이 될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쩌면 그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기적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 육청호는 오늘 다음 주에 있을 계지원의 수술 때문에 해외로 출국한다. 여전히 위험은 있었다. 하지만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이 더 커지는 상황이었다. 만약 수술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계지원은 수술대에서 죽을 수도 있다. 소이연은 육은수, 육가희 그리고 육민과 함께 육청호를 공항으로 바래다주었다. 육청호는 한순간에 많이 늙었다. 육청호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많은 일이 있었던 후, 그의 검정 머리카락은 모두 하얗게 변해 있었다. "아버지, 저랑 같이 가요.” 육은숙은 말했다. "아버지 혼자 지원이를 보살피러 가면, 만약 지원이가......” 육은숙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육현경의 죽음이 생각난 것 같았다. 정말 너무 슬펐다. 육현경이 죽을 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지난번 소송에서도 육현경의 총명함을 믿었던 그녀는 그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랬던 그가 소송이 끝나고 갑자기 죽었다......"그럴 필요 없어. 너는 가희랑 장안에 있어.” 육청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거절했다. "가희 일은 잘되고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한동안 아버지랑 같이 있을게요......” "나 혼자 조용히 돌아가게 해 줘.” "아버지." "만약에 지원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말해줄게." 육청호의 태도가 확고하자 육은숙은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직면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민이와 같이 가실래요?" 소이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육청호는 고개를 돌려 소이연을 본 뒤, 육민을
육은숙과 헤어진 뒤, 소이연은 육민을 데리고 구치소로 향했다.소나은은 심씨 가문 사건에 말려든 뒤로 아직도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이제는 당연히 법적인 제재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지위와 명예까지 완전히 잃어버렸다.언론에서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만큼 소나은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저주했다.모두 그녀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업보다.소이연은 정말 조금의 연민도 느끼지 못했다.여기에 온 것도 자의가 아니었다.게다가 구치소에서 소나은이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전화를 몇 번 받았었다.검찰 기관에서도 그녀에게 연락이 왔었다. 소나은이 조사에 협조할 유일한 조건은 그녀가 가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그녀는 몇 번이고 거절했다.이번에 이 사건을 아예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이다.그녀는 누구에게도 그녀와 육민의 인생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그렇다.그녀는 육현경 없이 육민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이다.그녀는 육현경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그리고 그녀의 인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구치소에 도착하자마자 소승영과 양화랑, 소준환을 마주쳤다.세 사람은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진 얼굴로 구치소를 나서던 참이었는데, 소이연을 본 그 순간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네가 여길 왜 와?” 소승영은 소이연에게 매섭게 소리치며 물었다.소이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왜, 너도 소나은 조롱하러 왔느냐?” 소승영이 비꼬며 말했다.소이연은 아빠라는 사람이 소나은이 그들에게 어떻게 대했던, 이렇게 매정하고 차갑게, 심지어 이 정도까지 비꼬는 것이 이해가 안 되었다.“소나은 얘는 자기가 자초한 거야! 애초에 갑자기 심씨 가문에 붙어서 소씨 그룹을 빼앗아 가더니, 이제 그 벌을 받아야지!”소승영은 이 말을 밖으로 뱉으니 통쾌한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이 역정을 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소나은이 이렇게 되니까 자랑스러우세요?” 소이연이 차갑게 물었다.소승영은 순간 멍해져 있더니 곧바로 당당하게 말했다. “난 소나은과
“소승영 씨.” 소이연은 정말 이 사람은 아빠가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소승영은 낯빛이 어두워졌다.소이연의 말투 때문이었다.“방금 그러셨잖아요. 소나은이랑은 부녀관계 끊으셨다고. 지금 무슨 자격으로 소씨 그룹 지분을 내놓으라고 하시는 거예요?!”“지분은 원래 내 거야!” 소승영이 정당하다는 듯 말했다.“만약 당신 거라면, 소나은의 손에 있지 않겠죠. 나이도 드실 만큼 드셨으면 이렇게 뻔뻔하게 굴지 마세요!”“너!” 소승영은 손을 번쩍 들어 소이연의 뺨에 내리치려고 했다.이때 육민이 소이연의 앞에 나섰다.작은 얼굴에는 화가 가득했다. “우리 엄마 때리게 놔둘 수 없어요!”소이연은 조금 감동했다.모두 가족이었다.같은 가족이라도 정말 안 맞는 가족이 있다.소이연은 육민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웃었다. “괜찮아, 이 사람 엄마 못 때려.”소승영은 확실히 때리지 못했다.소승영은 아직 그녀를 조금 두려워하고 있다.어쨌든 그녀 때문에 큰 손해를 입었기 때문이다.소승영은 손을 거세게 내리더니 힘주어 말했다. “나 소승영이 이번 생에 가장 후회하는 게 바로 너랑 소나은 두 불효녀를 키운 거야!”“그리고 더 후회할 일이 곧 생기겠네요.”소이연은 소승영의 앞으로 지나쳐갔다.“자업자득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소이연은 육민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소승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소이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언젠가 소이연이야말로 그에게 대꾸해 준 것을 후회할 것이다.......면회실 안.소이연과 소나은이 마주 앉아 있었다.소나은의 얼굴을 극도로 창백해져 있었고,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쇠약함이었다.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갑자기 피폐해진 것 같았다.“나 왜 찾았어?” 소이연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눈빛에도 연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소나은은 갑자기 소이연을 보고 웃었다.자신을 비웃는 웃음이었다.그녀가 말했다. “소이연, 지금 내가 이렇게 되니까 너무 기쁘지?”“그런 셈이지.” 소이연은
“왜냐하면, 나쁜 짓을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르기 때문이지.” 소이연은 천천히, 그리고 명백히 말했다.“나쁜 짓을 하면 나쁜 결과가 따른다고?! 넌 나쁜 짓 안 했어?” 소나은은 미친 듯이 소이연에게 물었다.“난 나쁜 짓 안 했어.” 소이연은 단호하게 소나은에게 말했다. “난 한 번도 누군가를 끌어내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네가 누군가를 끌어내리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니...... 그렇지만 넌 널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을 다 죽였잖아! 문서인, 나, 심지어 심씨 가문 사람들까지......” 소나은은 말을 할수록 더 무너져내렸다.아마 소이연의 팔자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그녀는 분명 수많은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운 좋게 도망쳤고, 심지어 화로 인해 복을 얻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많은 꾀를 쓰더니 결국 이렇게 비참해졌다.“소나은, 만약 네가 날 부른 이유가 네 불만을 쏟아내기 위해서였다면, 미안하지만 난 들어줄 마음 없어.” 소이연은 말을 꺼내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소나은의 우울한 얘기까지 위로해 줄 만큼 친절하지 않았다.모든 것이 그녀가 자초한 일이다.그녀는 자아 성찰을 해야 한다.“소이연.” 소나은이 그녀를 불렀다.소이연은 그녀를 보고 있었다.“나 소송 도와줘.” 소나은은 드디어 그녀의 목적을 꺼냈다.그녀는 소이연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지금 이 순간,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소이연밖에 없었다.소이연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가능하다고 생각해?”그녀는 보살이 아니었다.그녀가 누군가를 끌어내리진 않지만, 자신을 해하려는 사람에게 관용을 베풀 만큼 마음씨가 곱지 않았다.그녀는 그렇게 너그럽지 않다.“내가 소씨 그룹 지분 줄게. 네가 내 소송 도와줘. 넌 좋은 변호사 알 거 아니야. 너라면 나 무죄로 석방해줄 수 있잖아. 어쨌든 이게 다 심씨 가문에서 시킨 건데, 나도 피해자야!”소나은은 흥분한 채 말했다. “저번에 네 소송 도와준 그 하지수, 그 사람이 좋겠다. 비록
“소나은, 넌 지금 경찰에 협조하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해야 해. 그러면 형을 몇 년이라도 줄여서 받을 수도 있잖아.” 소이연은 정곡을 찔렀다.그동안의 혈연을 생각하면 그녀가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연민이었다.“그래서, 나가면 어떤데?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다들 미워하고, 길거리에서 쥐처럼 살면서 맞고 다니라고?!” 소나은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슬픔이 절로 느껴졌다.소이연은 여전히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소이연, 너 내가 이번 생에 제일 원망하는 게 뭔지 알아?”“알고 싶지 않아.”“내가 제일 원망하는 건 널 밟고 올라서서 소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나한테 굽실거리게 한 거야.”“넌 그래도 최소한 시간이 있었어.”“아니, 난 단 한 번도 널 밟고 올라선 적이 없었어. 단 한 번도! 그래, 나 너 질투해. 어렸을 때부터 질투했어. 널 처음 본 그 순간부터. 넌 나보다 예쁘고, 상류 사회에서 태어났고, 재능도 많잖아......” 소나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난 그냥 널 비하하고 싶었던 것뿐이야.”“이 세상에는 너보다 대단한 사람의 존재는 영원히 있을 거야.” 소이연은 담담하게 말하며, 무심하게 쳐다봤다.“그래도 나는 이 말이 이해가 안 돼. 인제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소나은은 소이연에게 물었지만 마치 스스로 묻는 것 같았다.“언제 깨달아도 안 늦어.” 소이연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나은은 조금 놀란듯 소이연을 보았다.“난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것뿐이야. 그렇다고 내가 널 참아주고 그런 것도 아니고. 소나은, 네가 날 처음 보고 질투하기 시작했을 그때부터 우리 사이에 자매의 연은 없었어.”소이연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앞으로 네가 무슨 일을 겪든, 다 네 사정이야. 나도 다신 너 보러 안 와.”소나은은 입을 열어 뭔가 말하고자 했지만,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조용히 소이연이 육민을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소나은의 눈앞은 점점 흐려졌고, 입꼬리는 갑자기 올라가 비웃고 있었다.그녀는
3년 뒤.여전히 번화한 장안시.소씨 그룹, 이사회.소이연은 가장 중앙 자리에 앉아 있었다.소승영은 그 옆에 앉아 낯빛이 몹시 어두웠다.3년 전 소나은이 수감된 뒤 소씨 그룹 지분이 아무런 조건 없이 소이연에게 넘어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소이연은 소나은의 소송을 돕지 않았다. 소나은도 사형을 선고받지는 않았고, 7년의 유기징역일 뿐이었다.당연히 소이연도 거절하지 않았다.최소한 소승영의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나았다.게다가 소승영은 모든 지분이 소이연의 손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화가 나서 고혈압으로 쓰러질 뻔했다.소나은이 질질 끌면서 소씨 그룹 지분을 손에 쥐고 있다가 갑자기 소이연에게 줘버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소나은이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소이연이 아니던가?!그제야 자신이 소나은과 소이연에게 이렇게 철저히 배척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소이연이 지분을 손에 넣은 뒤, 그녀에게는 51%의 지분이 있었고, 소씨 그룹의 절대적인 이사장이 되었다.소승영이 소준환을 키우기 위해 소씨 그룹에서 버틸 수 있게 서서히 그에게 10%의 지분을 주었다.즉, 소승영에게는 30%만 남아있다는 뜻이었다.약 특별한 대형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소씨 그룹은 계속 소이연의 손에 있게 된 것이다.당연히, 소씨 그룹은 한 번도 소이연의 주요 업무였던 적은 없었다.그녀는 아직 은하 그룹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이제 은하 그룹은 소이연의 지도로, 또 심문헌과의 협업 아래, 자산이 몇십 배가 불어났다.진작에 장안시 상류 계층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무리까지 올라섰고, 소씨 그룹은 소이연에게 있어서 아주 작은 존재일 뿐이었다.게다가 그녀는 소씨 그룹에 매주 한 번 와서 그 주의 실적 보고를 들었다.들으면 들을수록 얼굴이 어두워졌다.예전에는 소씨 그룹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서, 소씨 그룹의 영업 이익이 매년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는 걸로만 알고 있었다.최근 몇 년 동안 경제가 나빠져서 감소한 것은 정상이지만, 그녀가 이해할 수 없
소승영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소씨 그룹에서 애초에 아무런 직위도 없었다.하지만 그는 예전의 이사회 임원들을 모아 소이연을 찾아 그녀를 협박해 소씨 그룹의 회장 자리를 그에게 주도록 했다.그가 계속 소씨 그룹을 관리해왔고, 소이연은 자주 오지도 않으니 다른 회장을 외부에서 데려올 수 없다는 이유였다.소이연도 거절하지 않았다.거절할 필요도 없었다.소승영이 아직 소씨 지분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고, 그가 소씨 그룹을 관리하면 당연히 더욱 성의 있게 할 것이다.당연히 이것들은 모두 그녀의 생각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소승영의 능력은 확실히 부족했다.“네.” 소승영이 대답했다.여태까지 계속 소이연을 존중하지 않았다.때와 시를 가리지 않으니, 큰 회의든 작은 회의든 모두 그랬다.그는 여전히 허세를 부리고 있었다.“지난달보다 목표 KPI가 또 3% 감소했는데요. 이 3%는 어떻게 계산하신 건가요?” 소이연이 물었다.“이사장님도 지금 시장 상황 잘 알고 있잖아요? 우리 같은 전통 업종이 경기가 이렇게 침체하였을 때 겨우 3% 감소한 건, 이미 굉장히 모험적이고 위대한 목표를 세운 겁니다. 우리는 다른 동종업계와 비교했고, 그들은 더 큰 폭 감소했습니다.”“근데 제가 알기엔, 같은 전통 요식업과 호텔을 운영하는 하씨 그룹 이번 달 재무보고는 전월 동기 대비 5% 증가했던데요.” 소이연이 반박했다.“저희를 어떻게 하씨 그룹이랑 비교를 합니까. 아예 급이 다르잖아요? 저희가 경영하는 건 다 싼값의 식당과 4성 이하의 프랜차이즈 호텔입니다. 하지만 하씨 그룹은 모두 고급 루트를 가고 있죠. 그쪽과 저희는 완전히 체급이 다르니까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소승영은 자신이 옳다는 듯 말했다.“그래서 회장님은 성취욕이 눈곱만큼도 없으신가 봐요? 하씨 그룹처럼 몸집이 큰 그룹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그게 무슨 농담이에요. 하씨 그룹은 벌써 100년 기업이에요. 저희랑 출발점부터 달라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라는 게 무슨 헛소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