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임원들의 적극성을 향상하기 위함이죠.” 소승영은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결국 여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임원들이고, 모든 사람들이 그의 편에 설 것이다.또 그는 임원들을 잘 달래기 위해서 그런 것이 분명했다. 그래야 이 사람들이 그에게 충성을 다할 테니까.“여기 앉아계신 분들도 다 임원이시니까, 더 이상 같은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겠죠. 이 세상에는 28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20%의 사람이 이 세상 80%의 재산을 차지한다는 것이죠! 저도 이런 원칙을 따를 뿐입니다.”소이연은 웃었다.정말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한다고 생각했다.그녀가 모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소승영은 임원들을 통해 그녀의 실질적인 권리를 앗아가려고 했다.지금 소씨 그룹 지분이 모두 그녀의 손에 있더라도 소씨 그룹의 관리 권한은 그가 꽉 쥐고 있었다.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소씨 그룹은 아직 그의 말 한마디로 통한다.정말 순진함 그 자체이다.“이사장님도 이게 무슨 잘못인 것 마냥 생각하지 마세요. 여기에 앉을 수 있는 사람들도 다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직원들보다 뭔가를 더욱 많이 들였거나, 천부적인 재능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사람들입니다.”“전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회장님의 관점을 인정하고 동의합니다. 지금의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건 당연히 평범한 직원들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난 거겠죠. 그래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도 당연하고요.” 소이연은 덧붙였다.소승영은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웃었다.그는 소이연이 멍청하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은 임원들 앞에서 그들이 지위에 걸맞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임원분들께서 그들의 능력이 평범한 사원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저는 임원의 기존 급여에 5~10%를 상승시키고자 합니다.” 소이연이 또박또박 말했다.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은 소란스러워졌다.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동종업계 동급 사람들은 모두 급여가 감소하고 있는데, 소씨
소씨 그룹을 조롱하던 임원들은 모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이사의 낯빛 역시 눈에 띄게 나빠졌다.“너 뜸 들이지 말고 네 의견이나 말해!” 이사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아주 간단해요. 제가 임원분들께 드린 보너스의 5~10%를 업무 성과로 바꾸는 거죠. 그러니까, 임원분들께서 업무 성과를 달성하시기만 하면, 제가 최고 10%의 성과금을 드리는 거예요. 하지만 만약 성과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기존 급여의 5~10%를 벌금으로 내는 겁니다.” 소이연이 또박또박 말했다.말을 꺼내니 당연히 모든 사람들은 원치 않았다.소이연은 그들에게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이어서 말했다. “방금 회장님의 의견에 저는 아주 동의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단지 구두상의 인정은 실질적인 의미가 없죠. 소위 말하는 인정이라 함은 반드시 실질적인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임원과 직원의 격차, 심지어 각 임원의 격차까지도 가장 크게 벌릴 방법은 바로 성과금입니다.”“이사장님, 저희는 원래 성과금이 있는데, 지금 갑자기 하나를 더 추가하니, 너무 복잡하지 않나요?저희는 지금 죽기 살기로 일하고 있는데 저희에게 또 이런 평가를 하다니, 저희 스트레스는 생각해 보셨습니까?”한 임원이 못 참겠다는 듯 반박했다.“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기업도 다를 바 없고요. 설마 장 팀장님은 소씨 그룹 영업 이익이 매년 줄어들고 있는 건 스트레스가 아니신가요? 제가, 또 주주들이 이 스트레스를 감당하고 있는데, 우리 버팀목인 임원들이 이 스트레스와 책임을 분담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소이연은 계속 주옥같은 말만 했다. “기업은 피난처가 아닙니다. 때로는 다 같이 파도를 헤쳐나가기도 해야 합니다!”“하지만......” 또 다른 임원이 반대하려고 했다.“이번 일은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만약 각 임원께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시거나, 인정 못 하실 경우, 개인적으로 저를 찾아오시거나 퇴사를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소씨 그룹은 여
소씨 그룹을 나섰다.소이연은 은하 그룹으로 돌아가는 차에 앉아있었다.명진은 차근차근 그녀의 다음 일정을 보고했다. “대표님, 30분 뒤에 은하 그룹 임원 회의가 있습니다. 예상 종료 시각은 오전 11시 20분입니다.오후 1시 30분에는 경제 잡지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편집장이 직접 사무실로 와서 인터뷰 진행 예정이고, 시간은 40분 내로 요청해뒀습니다. 오후 3시 8분, 서울 글로벌 쇼핑센터 은하 그룹 럭셔리 브랜드 She의 개업으로 테이프 커팅식 현장에 참여하셔야 합니다. 이때는 라이브로 생중계되고, 메이크업 담당자가 30분 전에 사무실로 갈 거예요. 저녁 6시에는 업계 회식이 있습니다. PR팀이 같이 가도록 준비해두었습니다.”소이연은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묵묵히 듣고 있었다.“내일은 제가 모든 업무를 연기해두겠습니다. 서울로 가시죠.” 명진은 계속 보고했다.“내일 오후 3시, 서울에서 글로벌 패션쇼가 있습니다. 스승님이신 마린 디자이너님이 수석 디자이너로 우리나라 최초 패션쇼입니다. 초청장은 한 달 전에 이미 받았습니다. 또 내일 쇼에는 천우진 씨가 참여하십니다. 천우진 씨께서 파트너로 참여해달라고 하셨습니다.”“알겠습니다.” 소이연은 짧게 대답했다.“네, 제가 회신 보내겠습니다.” 명진은 정중하게 말했다.그는 진지하게 책임을 다하고 있었다.“명진 씨.”“네, 대표님.”“육현경이 죽은 지 3년이네요.”“......네.” 명진은 메시지를 쓰던 손을 멈칫했다.이때 대표님은 그를 등지고 있었고, 그는 그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대표님이 또 전 대표님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전 대표님이 돌아가신 뒤, 그는 지금의 대표님과 일을 하고 있었다.사실상 그날 밤 전 대표님이 육민을 구하러 갈 때 이미 얘기했었다.만약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지금의 대표님을 따르라고 했다. 그녀를 도와 일을 많이 나눠주라고.그래서 대표님이 먼저 그를 찾아와 그에게 자신과 함께 일하자고
소이연은 그렇게 꿀물을 마시면서 육민의 관심을 느끼고 있었다.3년 동안 육민은 마치 작은 난로처럼 계속 그녀를 보살펴주고 있었다.분명 자신도 아이인데, 남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소이연은 꿀물을 몇 입 마신 뒤, 따뜻한 우유를 가지고 올라갔다. 잠시 망설이고는 육민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육민은 잠들어있었다.그는 잠을 아주 잘 잤다.학교에서 에너지 소모가 클 것이다.그녀는 그의 옆에 붙어 이마에 뽀뽀를 했다.만약 육민이 없었다면, 그녀는 정말 3년 동안 그녀가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었다.그녀는 앞으로의 3년, 30년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왠지 모르게 시간이 흐를수록 육현경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깊어졌다.멍해질 정도로 깊어졌다.시간이 지나면 다 잊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왜,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잊기 어려운 걸까.그녀는 최근에 들어서는 심지어 미친 듯이 육현경이 보고 싶었다.눈을 감고 조용히 있으면 모든 것이 육현경의 그림자로 가득 찼다. 아주 선명해서 떨쳐버릴 수 없었다.소이연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불을 껐다.어둠이 밀려오고, 뼛속까지 스며든 그리움이 그녀를 집어삼키는 듯했다......이튿날.소이연이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났다.그녀는 심지어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날도 많았다.날이 밝으면 다른 생각을 안 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육민은 이미 단정하게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었다.보통 그녀보다 일찍 일어났다.정확히 말하면, 육민에게 소이연은 조금 늦게 일어나는 편이었다.“엄마.” 육민이 착하게 그녀를 불렀다.3년 동안 육민은 아주 빠르게 성장했다.지금은 벌써 키가 160cm가 되었고, 그녀만큼 자랐다.그가 그녀의 옆에 있으면, 뭔가 말 못 할 안정감이 느껴졌다.소이연이 유일하게 조금 서운한 것은 육민이 육현경을 닮았다는 것이다. 점점 더 닮아갔다.이렇게 닮았으니 그녀는 평생 육현경을 잊지 못할 것이다.“
"다녀와서 네 고모할머니께 연락해서 시간 정하고 바로 알려줄게.” 소이연이 말했다. "네, 엄마 저 다 먹었어요. 그럼, 학교 다녀올게요.” "데려다줄게." 소이연도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좀 더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엄마, 어젯밤에 술 많이 마셨잖아요." 육민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꿀물이랑 우유를 마셨더니 술이 다 깼어." 소이연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우리 아기.” 육민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줍은 성격을 고칠 수 없는데, 앞으로 자라서 연애는 어떻게 할까? 소이연은 학교 앞에서 육민이 길고 가느다란 몸으로 꼿꼿이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으며 운전기사에게 병원으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이연 씨." 그녀의 담당의 제임스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바쁜데 어떻게 왔어요?” 소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요즘 불면증이 심해요.” "들어와요.”제임스는 소이연을 데리고 상담실로 들어갔다. 그녀처럼 마음의 감기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꾸며진 상담실은 매우 아늑했다. 소이연은 편안하고 부드러운 1인용 의자 위에 누웠다. 제임스는 그녀에게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동안 업무 스트레스 많이 받았나요?" 제임스는 고급 홍차를 우려내면서 편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스트레스가 없어서 잠을 못 자는 것 같아요.” "요즘도 계속 육현경 씨 생각하나요?” "밤새 잠을 못 잤어요." 그녀는 사실 밤새도록 육현경을 생각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를 생각하면 1분도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육현경으로만 가득했다. 모두 그와 헤어질 때의 장면이었고, 그가 생전에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육현경은 생전에 후회가 없었지만 그녀의 세상에 남은 것은 아쉬움뿐이었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이연 씨도 알고 있고 있어요." 제임스가 그녀
그녀가 잠에서 깨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잘 잤어요?”"그런 것 같아요."소이연은 기지개를 켰다.그녀는 자신의 몸이 더 이상 못 버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여기로 와서 쉬었다 가면 한결 나아졌다."이만 가볼게요.”"그래요." 제임스가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문 앞까지 함께 와 웃으며 말했다."방금 제안한 것은 집에 가서 잘 생각해 봐요.”소이연은 대답을 대충 얼버무리고 자신의 차로 돌아왔다.그리고 무음으로 설정되어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서 몇 통 와있는 부재중 전화를 보았지만 전화를 걸지 않았다.그는 이명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공항으로 가려고 하는데 짐 좀 챙겨다 주실 수 있을까요?.”"네."소이연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차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연애?말은 쉽지.......서울.소이연은 전용 비행기를 탔고, 천우진은 공항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회의장으로 향했다.회의시간에 제때 도착하기 힘들 것 같았지만 천우진은 소이연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언제 돌아갈 계획이에요?"천우진이 물었다."일정 마치는 대로요."소이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는 전시회를 보고 떠날 예정인데, 괜찮을까요?”"아니요.” 천우진이 대답했다. 그러자 소이연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이 남자 뭐라는 거야?! "저녁에 마린이랑 같이 밥 먹을래요? 아니면 저랑 같이 먹을래요?" 천우진이 또 물었다. "마린과 이미 약속이 되어있어서요.” "같이 가도 될까요?” "그건 좀 불편할 것 같애요.” 천우진은 소이연을 바라보았다. "천우진 씨, 당신 아내는 아직 산후조리 중이에요, 잊지 마세요. 일찍 집에 가서 아내와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아마 아내분께 평생 욕 먹을 텐데, 걱정도 안 돼요?” 천우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이후 두 사람은 조용히 회의장에 도착했다. 회의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이 전시회는 세계적으로 유명했기에 패션계의 거
"소이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이연은 아무 말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는 한 그림자가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것을 보았다. 너무 빨리 없어져 따라잡지 못했다. "이연 씨, 왜 그래요!” 누군가 그녀의 팔을 세게 잡아당겼다. "놔!” 소이연은 화내며 소리 질렀고, 심문헌은 화내는 그녀의 모습에 놀랐다. "왜 그래요?" 심문헌은 그녀의 팔을 놓으며 물었다. 소이연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 낯익은 그림자가 사라졌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수많은 모델들이 옷을 갈아입는 큰 탈의실에서 그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잘못 본 것인가? 하지만 방금은 정말 사실 같았다. "뭘 보고 있는 거예요? 누구를 찾는 거예요?" 심문헌이 소이연에게 물었다. 소이연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누굴 찾는 거예요? 이연 씨, 지금 너무 이상해요." 심문헌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소이연의 이런 모습을 오랫동안보지 못했다. 육현경이 세상을 떠난 후, 그는 줄곧 소이연이 절망에 빠져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소이연은 혼자서 씩씩하게 잘 견디고 있었다. 심지어 지난 3년 동안 자신의 경력에 정점에 도달했다. 심문헌은 그동안 개인적인 일로 소이연과 자주 만났다. 소이연의 태도는 너무나도 침착해서 그녀가 육현경을 생각보다 많이 사랑하지 않아 그의 죽음에 이렇게 담담히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날 전까지 말이다. 한 번은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 무심코 육현경의 이름을 언급했었다. 딱 이름 세 글자. 그의 이름에 소이연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계속 흘렸다.눈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그녀 자신도 눈물을 눈치채지 못한 듯 아무렇지 않게 심문헌과 다시 업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문헌은 비로소 소이연이 모든 슬픔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슬픔은 아마도 모든 사람의
당국은 그동안 심씨 그룹이 사회에 공헌한 일들을 생각해 법적 책임을 크게 묻지는 않았다. 합법적으로는 심 씨 그룹의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매각한 뒤 피해자들에게 일일이 배상하고, 모든 일을 마친 심태섭은 ‘은퇴’라는 가면 뒤에 해외에서 노후를 보내라는 비밀 명령을 받았다. 심태섭이 떠나자 심씨 가문은 자연스럽게 심태정의 손에 넘어갔다. 그들에게 심씨 그룹은 필요하지 않았고, 소이연과의 협력으로 재정적인 문제로부터 이미 자유로웠다. 정치계에서 심태정은 줄곧 확고한 지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심택섭의 일은 심태정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통폐합을 겪은 심씨 가문은 지난 3년 동안 더욱 단단해졌고, 여전히 전국 4대 가문 중 하나였다. 심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인 심문헌은 자연스레 정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상황에, 그가 언제 패션계에 끼어들 틈이 있었을까! "소이연 씨는 패션계 사람이고, 난 소이연 씨의 파트너이니까 당연히 반쯤은 패션계 사람이죠." 심문헌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문헌 씨가 이겼네요.” "이연 씨 줄게요." 심문헌은 손에 든 꽃을 소이연에게 건넸고, 소이연은 꽃을 힐끗 보았다. "싫어요?” "내가 싫어하는 건 심문헌 씨라는 걸 알고 있잖아요." 소이연은 솔직하게 말했다. “이연 씨, 내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지 말아 줄래요?" 그러자 심문헌은 의기소침해하며 말했다. 소이연은 어이가 없었다. 그녀는 사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심문헌은 청개구리인 건가? 왜 갑자기 그녀를 쫓아다니기 시작한 것이지?그는 아주 대놓고 그녀를 쫓아다니고 있었다. 그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소이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한때 심문헌이 정치 인생을 위해 '정상'처럼 보이기 위해 여자를 쫓아다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은 그를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에 이 구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분명하게 전했다. 심문헌도 그녀에게 자신도 그
“원하면 욕해도 돼.”송문수가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어차피 하지수에게 미움을 받은 것은 한두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었다.그는 준비되었다.순간 갑자기 몸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하지수는 그의 품으로 달려들어 그를 꼭 안았다.그녀는 오랫동안 이 일을 하고 싶었다.그녀는 항상 참고 참아왔다.그녀는 그를 잃는 것이 그렇게 두려웠던 적이 없었다.또한 언제부터 송문수의 일거수일투족에 점점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몰랐다.맞다.그녀는 3년 전 교통사고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그때부터 그녀는 자신과 송문수의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으면 서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었다.그리고 송문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그를 자주 생각했었다.가끔이 아니라 자주 생각했었다.그가 출소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관계를 발전시키고 싶어 안달이 났던 적이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키우는 것보다 송문수가 그녀에 대한 감정을 키우는 것, 이 말이 훨씬 더 맞았다.그녀는 자신이 예전처럼 송문수에게 무관심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심지어 그를 좋아하게 될 정도로 그를 아끼기 시작했다.그래서 그녀는 송문수와 함께하고 싶었다.다른 누구와도, 그리고 송 씨의 가족과도 연관이 없었으며 오직 그녀 자신과 관련이 있었다.이 순간 하지수는 송문수를 껴안으며 손을 떨고 있었다.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어쩔까?그녀는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 순간 그가 원했던 것은 그의 체온과 존재감을 느끼는 것뿐이었다.그는 건강하게 살아있는 것.그것도 바로 눈앞에,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곳에 그가 있었으면 했다.“하지수?”송문수는 하지수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대할 방법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놓았다.설교, 분노 또는 차가운 폭력.하지만 이렇게 안아줄 줄은 몰랐다.그녀는 그를 잃을지 두려워 꼭 끌어안고 있었다.그 순간 송문수
복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송문수도 그중 한 명이었다.시간이 얼마 지나.대략 2~3시간 정도가 흐르자, 수술실 문이 열렸다.의사가 나왔다.모두 물었다.“선생님, 어떻게 된거죠?”“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는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송문수를 바라보는 하지수도 한시름 놓인 듯하였다.“그의 몸 상태는 어떤가요? 사고 당시 운전석 밑에 발이 눌렸는데 다리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송문수는 차분하게 물었다.“매우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제때 구급한 덕분에 위급한 상황에서는 벗어났습니다. 만약 시간이 조금만 더 지연되면 절단 위험이 있을 수 있었습니다.”곧이어 의사가 입을 열었다.“현재 상황에 따르면 심각한 골절이고 회복 시간이 길어질 뿐이지 회복 후엔 정상인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것이고 장애를 남기지는 않을 겁니다.”“다행이네, 다행이야. 그는 레이서라고.”한 남자가 웃었다.송문수도 옆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마음 헌 켠 속에 짊어지고 있던 짐이 풀리는 것 같았다.마침.환자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때 갑자기 다급한 발걸음 소리와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내 아들은 어때? 어떻게 됐어?”아마 레이서의 부모인 듯 하였다.하지수는 몸이 떨리고 눈이 빨개진 두 노인이 여기저기 묻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온몸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는 레이서의 모습을 보니 그들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레이서의 어머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하였다.“아줌마, 다 괜찮아요.”다른 레이서가 위로했다.“이미 큰 위험에서 벗어났고, 의사도 제시간에 구급하였기 때문에 뼈가 조금 부러졌을 뿐 장애는 남지 않을 거라고 했으니 한동안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습니다.”그들의 설명을 듣자, 레이서의 부모들은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기쁨의 눈물이었다.만약 아들에게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그들은 아마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그들은 아들의 이동식 병원 침대
모두 함께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하지수는 아직 몸 절반이 차 안에 남아 있는 송문수를 바라보았다.“3, 2.”막바지에 다다른 순간 하지수는 숨조차 쉬지 못했다.마지막 순간,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그녀는 감히 눈앞의 광경을 쳐다보지 못했다.그녀는 자신이 차마 받아들일 수 없을까 보기가 두려웠다.순간 멀리서부터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렸다.자동차가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였다.엄청난 굉음이 산에 울려 퍼졌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눈을 뜨지 못했다.송문수가 곤경에서 과연 벗어났을까?누구도 결과를 알지 못했다.도망만 칠 수 있다면 마치 현실을 직시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지수.”하도경의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서 들려왔다.하지수는 깜짝 놀랐다.지금, 이 순간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그녀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았다.“가야 해.”하도경이 재촉했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리고 마침내 눈을 떴다.눈을 뜨는 순간 그녀의 눈에 송문수가 보였다.그는 그녀의 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그는 나머지 레이서들과 함께 사고를 당한 레이서를 일으켜 세우고 자동차로 향했다.결국.성공.송문수, 구조에 성공했다.그녀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다시 태어난 것만 같았다.분명한 것은, 위험에 처한 사람은 그녀가 아니었다.자동차에 탄 송문수는 우연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몰고 떠났다.“지수.”하도경이 불렀다.하지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죄송해요.”“괜찮아요, 지금 병원으로 같이 가요.”“네.”하지수는 하도경을 따랐다.걸음을 옮기려 발을 들어 올리는 순간 온몸이 앞으로 쓰러졌다.하도경은 하지수를 재빨리 부축하였다.하지수의 가슴이 두근거렸다.“무슨 일이에요?”하도경은 긴장했다.“다리, 다리가 풀려서 그만.”하지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요, 문수는 자신이 하는 일에 신중하니 절대 실수하
산속의 바람 소리를 제외하고는 사람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다.송문수는 차 문을 연 후 자그마한 단도를 꺼내 먼저 안전벨트를 끊이기 시작했다.그런 다음 에어백을 조심스럽게 열기 시작했다.레이서의 몸 전체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그를 끌어내기만 하면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하며 레이서를 끌어당겼다.그러자 자동차가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다.송문수는 차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서두르지 않았고 아주 침착했다.그는 레이서를 살짝 당겼고 그제야 레이서의 발이 사이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이런 상황에 만약 레이서를 세게 당기면 큰 흔들림으로 인해 차가 바로 굴러떨어질 수 있었다.그러나 레이서의 발을 누르고 있는 것을 빼내지 않고는 그를 구할 수 없었다.송문수는 잠시 머뭇거렸다.고민 끝에 그는 자동차 안에 반쯤 들어갔다.안돼.하지수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만약 송문수의 두 손이 차에 거치기만 한다면 자동차가 균형을 잃어 굴러떨어질 때 재빠르게 피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 송문수의 몸 절반이 차 안에 있으니, 자동차가 굴러떨어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송문수는 죽음으로 가는 길밖에 없었다.하지수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그녀는 보기가 두려웠지만 그가 말 그대로 눈앞에서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하였다.계속하여 기도하였다.송문수는 앞에 있던 운전석에 레이서의 다리가 깔리는 것을 발견했다.차의 앞부분이 거의 파손되어 차 내부가 변형된 지 오래되었고 레이서의 다리는 가운데에 낀 상태였다.송문수가 온 힘을 다해도 조금밖에 틈을 열 수 없었다.레이서는 현재 혼수상태에 빠졌고 송문수는 감히 그를 깨우지 못했다.만약 갑자기 일어날 경우 만회할 수 없는 최악의 상태가 발생할 것이 분명했다.그는 일어나서 차에서 내려 하도경에게 말했다.“하
하도경은 분명 송문수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원치 않았을 것이다.물론 그가 지금까지 쭉 위험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현재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 있었다.하지만 송문수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집을 부린다면 두 사람의 목숨이 희생될 수도 있었다.“하도경, 오늘 이 판은 내가 만든 거고 만약 어떤 사고가 발생한다면 모두 나와 엮이게 될 거야.”송문수가 단호하게 말했다.하도경은 그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는 군중 속에 서 있었다.그녀는 몸집이 너무 작아 군중들 속에 묻혔다.송문수는 어디에 있든 항상 먼저 그녀를 발견했다.이 순간, 하지수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그가 가지 않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생명은 위태로웠다.그녀는 송문수가 죽는 것을 원치 않았다.그녀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송문수의 시선은 하지수에게 몇 초만 머물렀고 그는 재빨리 눈을 피했다.하지수가 용기를 내어 말할 준비를 하는 순간 송문수의 뒷모습만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다.그는 구조 준비를 시작했다.그는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지휘하며 질서 있게 구조를 시작하였다.먼저 돌을 옮겨 자동차의 뒷바퀴 밑에 깔아주어 자동차가 쓰러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다.다음 단계는 레이서 중 일부가 경주용 자동차의 후미를 누르고 나머지가 자동차의 후미를 잡아당기는 것이다.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다.송문수가 자동차 가까이 다가갔다.자동차에 타고 있던 남자는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송문수는 망치로 유리를 깨뜨렸다.송문수는 남자를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고 그가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그는 차 문을 당기기 시작했다.한 번씩 당길 때마다 자동차는 흔들리고 있었다.주변의 바위들도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모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무력으로 그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남성을 구하
마지막 바퀴.기다림은 하지수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녀의 심장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뛰고 있었다.잠깐 그녀의 심장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그녀는 세 번째 바퀴를 마치고 돌아오는 송문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시합의 승패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그녀는 그저 그가 안전하기를 바랐을 뿐이다.“큰일 났어!”옆에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하지수는 깜짝 놀라 움직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을 듣는 것이 두려웠다.그런 소식을 듣는다면 하지수는 정말 견딜 수 없었다.“누군가의 차량이 추락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남자는 잔뜩 긴장한 채 입을 열었다.“문제의 차량이 언덕 중간쯤에 있다고 합니다!”다른 사람들도 모두 당황했다.그들은 다급하게 남아있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타고 산의 언덕 중간쯤으로 향했다.하도경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그는 하지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지수?”하지수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서둘러 따라갔다.레이싱 엔터테인먼트 혹 대회가 열리면 전용 레이싱 트랙은 다른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차에 앉아 있는 하지수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하도경도 긴장했다.사고에 누가 연루되었는지, 사고의 심각성 여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차는 언덕을 반쯤 올라갔다.방금 경주에 참여했던 모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많은 차량이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하지수가 차에서 내렸을 때 어느 쪽이 송문수의 것인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멀리서 그녀는 경주용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것도 목격했다.가드레일은 모두 변형되어 있었고 경주용 자동차는 이미 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으며 앞쪽 끝이 언덕의 중간쯤에 매달려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차에 탄 사람과 함께 언덕을 굴러 내려갈 수 있었다.아니.이 높은 산에서 떨어지면 목숨은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하지수는 미친 듯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하도경도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사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