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단지 이익 때문에 함께 사는 것뿐이었다.이런 것을 어떤 감정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떠오를 뿐이다.예를 들어, 이번에는 모든 증거가 그녀와 그녀의 오빠에게 향했기 때문에, 그녀와 심진우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그녀의 할아버지와 부모는 그들과 엮이지 않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이것이 현실이다.가족의 현실.그래서 그녀는 육현경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말 육민을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육현경의 말처럼, 그는 소이연과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언젠가는 그들은 육민을 잊을 것이다.그녀는 이번 복수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만 보았다.육현경은 몸을 돌려 심아윤을 바라보았다.심아윤은 그를 매섭게 쳐다보았다."타협하겠다는 거야?"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그녀는 육현경이 냉혈한처럼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육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것인가? 육현경은 심아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걸어갔다.그는 말했다."민이를 풀어줘.”"좋아." 심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널 믿을 것 같아?”육현경이 물었다.심아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경호원들에게 곁눈질하며 말했다."육민을 풀어줘.”"네."경호원은 몸을 숙여 육민을 풀어주었다."아빠!"자유로워진 육민은 큰소리로 육현경을 불렀다.아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응." 육현경이 대답했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심아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육민이 이리로 오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심아윤이 음흉하게 웃었다.그녀는 말했다. "서두르지 마.”육현경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갑자기 소이연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어.”"심아윤!”"왜? 소이연 얘기하니까 불안해?"심아윤은 눈빛에는 잔인함이 가득했다. "소이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갑자기 생각났어. 적어도 네가 죽는 걸 보게 해 줄
그렇다. 소이연은 줄곧 밖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자신이 여기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육현경을 완전히 믿어야 했고, 그가 육민을 구할 것이라고 믿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침착하고 냉정하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가장 아끼는 두 사람에 관한 일을 마주할 때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다. 심아윤의 악의적인 협박을 받고 들어왔다. 그녀는 육현경의 걱정 어린 눈빛, 육민의 두려움 가득한 눈빛, 심아윤의 의기양양한 눈빛을 마주했다. 만약 그녀가 들어와 그들을 구할 수 있다면, 사실 그녀는 기꺼이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육현경의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미안해." 소이연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육현경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는 자신을 방해해서 화가 난 것이 아니다. 그는 소이연이 어떤 선택을 할지 매우 두려웠다. 똑똑한 그녀는 심아윤이 왜 그녀를 공장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는지 이유를 짐작했을 것이다. "좋아.” 심아윤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왔으니 우리의 원한은 깨끗이 정리될 수 있겠어.” "우리의 원한은 민이와 상관없는 일이야. 민이를 먼저 풀어줘." 소이연은 심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민이를 먼저 놔줄게. 대신 누군가와 바꿔줘야지." 심아윤은 말했다. "나와 바꿔." 육현경이 말했다. 심아윤은 웃으며 물었다."내가 소이연을 선택하면?” "넌 선택할 수 없어." 소이연이 뭐라 하기도 전에 육현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심아윤의 얼굴이 약간 어두워졌다. "심아윤, 널 봐주는 데는 한계가 있어!" 육현경은 심아윤에게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내가 셋을 셀 동안, 네가 동의하지 않으면, 난 소이연을 데리고 바로 떠날 거야. 내가 말한 대로 해! 하나, 둘......” "알았어!" 심아윤이 동의했다. 그녀는 지금까지 육현경에게 강요한 적이 없다. 육현경은 독해지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냥 나갈 것이다 “아이랑 육현경을 교환해
아쉽더라도 소이연의 이성은 지금은 미련을 둘 때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육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명진 실장님을 찾아.” 육민은 얼굴을 들어 소이연을 바라보았다. 소이연은 그에게 단호한 눈빛을 보냈다. 육민은 곧장 문밖으로 달려갔다. 심아윤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것 같았다. 소이연은 일어서며 말했다. "육현경이 남아 있으니 충분하지 않아?” 심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육민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하기는 그렇다. 육민을 인질로 잡아온 이유는 육현경과 소이연 때문이었다. 심아윤에게는 육민을 죽이든 말든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살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육민이 커서 자신의 부모를 위해 그녀에게 복수할지 말지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육민이 떠나도록 내버려 두었다. 육민이 공장 안에서 사라지자 소이연은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적어도 육민의 안전은 보장되었다. 그년 심아윤을 쳐다보며 물었다. "네가 복수하고 싶은 사람은 나 아니야?” 심아윤이 차갑게 미소 지었다. 육현경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소이연!” "육현경, 나도 너처럼 후회하지 않아.” 소이연은 분명히 말했다. 사실 그녀는 이곳으로 올 때부터 육민과 자신을 맞교환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육현경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아마 심아윤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이 안으로 들어왔을 것이다. 그리고 육현경과 자신을 맞바꿀 생각이었다. "말하지 마! 지금 당장 여기서 나가!" 육현경의 눈빛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소이연이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았다. 하지만 그는 허락하지 않았다!"엄마가 돌아가신 후 난 오랜 시간 억눌린 삶을 살았어. 소나은은 나를 모함해서 나를 망하게 했고, 나중에 문서인 그 쓰레기 같은 남자를 만났어. 하지만 그는 정당한 대가를 치렀어,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소나은
"내가 네 부탁을 들어줄 것 같아?" 심아윤이 소이연에게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아?" 소이연이 확고하게 물었다. "하하." 심아윤이 비웃었다. “육현경이 널 이렇게 좋아하는 것도, 너에게 홀린 것도 당연해. 네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나와 육현경이 이 지경이 될 수 있었을까? 우리 집안이 이 지경이 될 수 있었을까? 소이연, 네 말이 맞아. 모두 다 너 때문이야. 내가 거절할 이유가 없어.” "육현경을 풀어주면 내가 너랑 같이 죽을게." 소이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소이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너희가 하고 싶어 하면 할수록 난 너희가 바라는 것들을 이루지 못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난 네가 육현경의 죽음을 네 눈으로 똑똑히 보고 평생 후회하게 할 거야. 가끔은 죽는 것보다 사는 게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 그렇지 않아?” 심아윤은 소이연에게 사악하게 물었다. "아니,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해 줘. 지금 나는 육현경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죽는다면 슬퍼하겠지. 그런데 1년 후에는? 10년 후에도 과연 그럴까? 난 1년도 채 안 돼서 문서인을 잊었어. 내 사랑의 충성도가 그렇게 길 거라고 생각해?!” "문서인을 육현경과 비교하지 마!" 심아윤이 매섭게 말했다. 이쯤 되면, 그녀의 마음속에서 육현경은 여전히 그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육현경 때문에 심아윤 자신을 이렇게까지 망치지 않을 것이다! "육현경이 죽으면 넌, 평생 기억할 거야."심아윤은 장담했다. "육현경 대신 죽으라고 널 오라고 한 것이 아니야. 내가 오라고 한 이유는 육현경이 어떻게 죽는지 네 눈으로 똑똑히 보라고 하는 거야. 너 때문에 육현경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라고! 널 평생 죄책감 속에 살게 할 거야!” "심아윤!" 소이연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내가 거절할 줄 몰랐어?! 맞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확실히 너야. 맞아, 모든 것이 너 때문에 일어난 거야. 나는 정말 네가 죽기를 바라. 하
결국, 두 사람이 서로 삶과 죽음을 의지하는 것을 봐야 하는가?“소이연, 더 이상 말할 필요 없어.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넌 단지 내가 육현경을 풀어주고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하는 거야! 내가 말해 줄게, 그건 불가능해! 네가 죽는 것이 육현경에게 큰 복수가 될 거라 해도, 네 죽음이 내게 최선의 결과가 아니라 해도, 난 육현경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나는 평생 육현경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게 죽음이더라도 난 그를 가질 거야!”심아윤은 자신의 속마음을 말했다.그녀의 모든 보복의 전제조건은 그를 갖는 것이었다.살아서 육현경을 얻지 못한다면 죽어서라도 그와 함께할 것이다.그래서 소이연은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심아윤이 선택할 사람은 육현경일뿐이고, 소이연은 함께 묻히는 것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야 죽어서는 자신과 육현경이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소이연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지금 자신이 무엇을 하든 모두 헛수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아무리 심아윤을 자극해도 소용없었다.그녀는 육현경을 보았다.육현경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는 심아윤이 소이연의 말에 자극받아 소이연을 선택할까 봐 겁이 났었다.심아윤이 아직도 그와 함께 있고 싶어하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안전하다.그는 이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이연아, 울지 마. 이제 최선의 결과야.”"아니......”그렇지 않다.이 결과는 조금도 좋지 않다.육현경이 곧 죽을 수도 있는 이 상황이, 뭐가 좋다는 것인가?온 가족, 세 사람이 온전히 함께 해야 좋은 것이다. "내가 너에게 했던 말을 기억해." 육현경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너와 민이를 잘 돌봐. 그리고 날 잊고, 네가 좋아하는 널 좋아하는 남자를 찾아서 잘 살아줘.” 소이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의 죽음을 직접 보고 다른 남자와 함께 있을 수 있을까? "얘기 다 했어?" 심아윤이 육현경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을 다 한 것인가?
심아윤은 육현경을 데리고 폐공장 뒷문으로 나갔다. 소이연은 본능에 따라 그들의 뒤를 따랐다. "따라오지 마!" 심아윤은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모든 사람이 매우 놀랐다. 소이연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다시는 나와 육현경을 귀찮게 하지 마! 소이연, 그럴 자격이 없어! 여기서 나가!" 소이연은 입술을 깨물며 육현경을 보았다. 육현경은 눈빛으로 그녀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소이연의 눈앞이 흐릿해졌다. 이 모습을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가? 육현경은 심아윤을 따라 떠났다.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소이연은 그들이 보이지 않자 참지 못하고 뒤쫓아갔다. 하지만 공장의 뒷문은 이미 잠겨서 어떻게 해도 열리지 않았다. 소이연은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이명진도 밖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이명진은 소이연이 나오는 것을 보고 급히 그녀에게 갔다. "사모님.” 이명진은 육민과 함께 있었다. “엄마.” 소이연은 육민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아이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울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녀는 육민 앞에 몸을 숙이며 말했다. "엄마는 지금 아빠를 찾으러 갈 거야. 그러니까 넌 명진 실장님을 따라가.” "엄마, 싫어요...... "육민은 소이연을 꼭 껴안았다. “민아.” "엄마, 가지 마요." 육민은 소이연의 목을 꼭 껴안고 놓지 않았다. "아빠를 찾아서, 돌아올게.” "싫어요." 육민은 손에 힘을 주었다. 육민이 그녀를 잃을까 봐 두려워 작은 손으로 그녀를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 소이연은 육민을 힘껏 밀어냈다. 두려움이 가득한 육민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또래에 비해 의젓한 육민이었지만 겨우 7살인 이 아닌 어찌할 바를 몰랐다. "엄마, 가지 마요. 가지 마......” "민아." 소이연은 그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말했다. "엄마는 꼭 돌아올 거야. 먼저 명진 실장님이랑 가, 알았지?” “엄마......" 육민은 눈
소이연은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하얀 요트가 이미 멀리 선착장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안 돼…… 소이연은 밤하늘 속에서 선착장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그 요트를 힘없이 바라보았다. 그녀는 육현경과 심아윤이 그 요트에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심아윤이 어떤 식으로 그녀와 육현경의 삶을 끝낼지 알 수 없었다...... “꽈르릉......” 갑자기 격렬한 폭파음이 들렸다. 요트가 갑자기 폭발했다. 하늘에 갑자기 작은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안돼! 소이연은 자신의 눈앞에서 갑자기 폭발하는 요트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보았다. 요트는 어둠 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바다에 뛰어들려 했다. 어쩌면, 육현경이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육현경이 요트가 폭발할 때 바다로 떨어졌지만, 그녀는 그를 찾아 그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움직이기 무섭게 경호원 그녀를 제지했다. "놔!”소이연이 소리쳤다. "소이연 씨, 지금 물살이 센 데다가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아요. 바다로 뛰어들어도 소용없어요! 그러니 진정하세요!” 경호원이 무겁게 말했다. "놔!" 소이연은 쓰러지며 소리쳤다. "육현경 씨가 소이연 씨의 생명과 안전이 관련된 어떤 위험 상황이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당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소이연 씨, 육현경 씨는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당신을 구하려 했고, 소이연 씨가 자신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를 바라요!” "현경이를 구하러 가야 해!” "육현경 씨는......" 경호원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큰 폭발 사고에서 육현경 씨가 살 수 없어요. 소이연 씨가 아무리 부정해도 바뀌지 않아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세요.” "그는 죽지 않아!” 소이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 고함을 질렀다. 경호원은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들은 삶과 죽음에 관해 비교적 냉정한 시간을 유지하도록 훈련받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
소이연은 그 바다를 떠났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바다로 떠나보냈다. 그녀는 줄곧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육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윤민은 작은 몸으로 어둠 속에 서서 울지도 않고 조용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녀는 만약 육민이 기다리지 않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만약 그녀가 정말 그 순간에 사랑을 택했다면 육민은 어떻게 했을까? 그녀의 마음속에 죄책감과 슬픔이 뒤섞여 그 순간 버틸 수 없었다. 그녀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그녀는 힘을 내기 위해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녀에게는 육민이 있었다. 가진 게 없지 않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자신처럼 울음을 참고 있는 육민을 바라보았다. 육현경을 닮은 굳센 작은 얼굴을 보며 그녀는 말했다. "민아,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육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새엄마가 자신의 아빠와 함께 죽기 위해 그를 납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린 그는 막을 수도, 반항할 수도 없었다. 육민은 아빠가 자신을 위해 새엄마에게 협박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아빠의 죽음으로 자신의 엄마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육민은 작은 손으로 소이연의 뺨을 어루만지며, 끝없이 흐르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엄마, 내가 아빠 대신 엄마를 잘 돌볼게요.” 육민의 말에 잘 참고 있던 소이연이 끝내 무너졌다. 그녀는 육민을 품에 안아 꼭 껴안았다. 육민이 그녀에게 살아갈 용기를 주었다...... ...... 새벽, 동이 텄다. 소이연은 육민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에 하도경과 송문수가 거실에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밤새도록 기다리다 지친 듯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두 사람이 깼다. 하도경은 소리쳤다."현경아!” 뒤돌아보니 소이연과 육민이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도경과 송문수는 소파에서 일어나 재빨리 달려왔다. 송문
그로부터 반년이 지나서야 송문수는 마침내 국내로 돌아올 수 있었다.캐나다에 있는 회사도 이제 정상적으로 흘러가자 귀국한 거였지만 그도 그냥 예수진 아들의 백일을 축하하러 온 것뿐이었다.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송문수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배가 부른 채로 있던 예수진이 벌써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백일까지 맞이하게 된 것이다.오랜만에 온 장안시였지만 송문수는 자신의 귀국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그저 본인의 집으로 향했다.오랫동안 비워둔 집이라 그런지 온통 먼지투성이여서 일단 도우미부터 부른 송문수는 아주머니가 정리를 마친 다음에야 침대에 몸을 뉘일 수 있었다.떠나기 전만 해도 이곳에서 사랑하던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는데.이제는 그 모든 게 다시는 들춰선 안 될 과거가 돼버린 것 같았다.해외에 있던 시간 동안 송문수는 부단히 하지수를 잊으려 애쓰고 있었다.물론 정말 잊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하지만 하지수와 송문수가 반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었다.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 때도 같은 집에 살던 하지수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그저 우연히 한 번, 그녀의 뒷모습이 화면에 스친 게 전부였다.몸을 뒤척이던 송문수는 내일의 백일잔치에 대해 생각했다.내일 가면 친구들이 무조건 술을 권할 텐데,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탓에 송문수는 지금 자신의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그래도 푹 쉬면 조금은 낫겠지 싶어 그대로 잠을 청한 송문수는 이튿날 아침이 돼서야 눈을 떴다.언제부턴지 부모님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버린 탓에 송문수는 이젠 밤을 새우는 게 오히려 힘겨웠다.그렇게 여유롭게 준비를 마친 그는 한 번 더 깔끔하게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집을 나섰다.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늦지도 않은 딱 적당한 시각에 집을 나선 그는 문득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을 지었다.예전에는 어쩜 그리 특이하게 살아왔는지, 참으로 유치했던 것 같다.해외에서 반년 동안 혼자 살아서
“보름 넘게 준비한 건데 서두르는 건 아니지.”자신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고향을 떠나는 일인데도 송문수는 참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갔다가 언제 와?”“그건 몰라. 상황 봐서 잘 되면 빨리 오는 거고 잘 안되면 못 오는 거지.”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송문수에 그의 결심이 바뀔 리 없다는 걸 알아챈 송승우는 그만 입을 다물고 하지수의 손을 맞잡았다.무의식중에 눈물을 흘리던 하지수는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빠르게 표정을 감췄다.“가자.”그리고는 송승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그녀는 송문수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마지막 작별인사도 전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헤어졌다.하지수의 몸에 감히 시선을 두지 못하던 송문수도 그녀가 송승우와 함께 차에 타서야 차창 너머로 비치는 그 뒷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그는 한참 동안 자신에게서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었다.사실 캐나다도 송문수가 직접 갈 필요는 없었다.회사에 유능한 사람은 널리고 널렸으니 아무에게나 CEO라는 직급을 쥐어 보내면 될 일이었지만 송문수는 본인이 가겠다고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여기서 다정하게 지내는 둘을 보고 있는 게 더 가슴 아플 것 같아서,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싶어서.손 하나 잡았다고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데 이런 모습을 계속 보는 건 정말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서 그는 이곳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송문수는 캐나다에 도착해서야 육현경과 소이연을 비롯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출국 소식을 알렸다.그리고 언제 돌아갈지는 모른다는 말까지 남기자 다들 깜짝 놀랐지만 별말은 하지 않고 몸 잘 챙기라는 소리들뿐이었다.그리고 시간 되면 놀러 오라는 얘기들로 대화가 마무리되었는데 역시나 예수진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그녀는 굳이 송문수에게 따로 문자까지 보내며 물었다.[너 진짜 어쩌려고 그래? 이렇게 가겠다고? 다 버리고? 송문수, 너 언제부터 이렇게 나약해졌니? 내가 너였으면 당장이라도 송승우랑 싸웠어!][어차피 못 이
둘의 이혼은 아주 빠르게 진행되었고 두 사람은 각각 손에 이혼 증명서를 들고 법원에서 나왔다.“이제 끝난 거지?”“네.”하지수에게 건네받은 이혼 증명서를 들춰보던 송승우는 안에 적힌 내용을 다 확인한 후에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혹시라도 돌발상황이 생길까 봐 따라온 건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두 사람의 이혼은 순조롭게 진행됐다.송문수는 하지수를 보고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절차대로 서류만 제출했다.아무 감정도 없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송승우는 감정이란 게 저렇게 쉽게 사라질 수도 있나 싶었다.둘 사이에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혼만 하면 그만이었기에 송승우는 다른 건 묻지 않았다.이제 두 사람이 이혼했으니 송승우는 저와 하지수도 떳떳해진 것 같았다.그리고 그는 송문수만 연락을 끊는다면 하지수를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그래서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송승우가 먼저 송문수를 불러세웠다.“시간 되면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어. 엄마 아빠가 전화해도 안 오던데, 많이 바쁜 거야?”“응.”“바쁘다고 가족들도 다 내팽개치는 건 아니지. 워라벨도 신경 써야지.”어른스러운 말투로 나무라듯 말하는 송승우를 송문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서울에서 일할 때 1년이 넘도록 안 오던 게 누군데.부모님이 굳이 송승우를 부르지 않은 건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서였다.무튼 송승우는 그런 사람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다른 사람들의 일은 언제든지 시간을 뺄 수 있는 여유 적적한 일이라 여기는 사람.“언제 시간 되는지 알려주면 도우미들 시켜서 너 좋아하는 거...”“나 해외에 잠깐 나가봐야 해.”“뭐라고?”송문수가 송승우의 지루한 말을 끊으며 대답하자 송승우는 당황하며 물었다.“엄마 아빠가 말 안 했어?”“무슨 말이야 그게?”금시초문이었던 송승우는 하지수를 쳐다보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니 그녀 역시 처음 듣는 말인 것 같았다.“우리 회사 전기차 해외 매출이 자꾸 오르니까 전
그런데 그때, 협탁에 놓인 물과 알약 한 알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그 옆에 나란히 놓여있는 쪽지에는 “단기 피임약”이라는 말도 적혀있었다.그 약과 물을 번갈아 보던 하지수는 피가 차게 식는다는 게 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너무나도 명확한 송문수의 의사에 하지수는 가슴이 아려왔다.성인 남녀 둘이 충동적으로 서로를 원해서 가졌던 하룻밤이니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걸 이렇게 약으로 알려주다니.알약을 집어 든 하지수는 참으로 처량하게 웃어 보였다....그렇게 점심이 다돼서야 하지수는 별장으로 돌아갔다.핸드폰 배터리가 다 된 탓에 그녀는 송승우가 몇 통의 전화를 했는지도 모른 채 별장 안으로 들어섰는데 송승우는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얼굴로 이제야 들어오는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와 달리 허영지와 송기명은 살갑게 하지수를 걱정해주었다.“지수야, 어제 어디 갔었어? 전화는 왜 꺼놓고. 수진이한테 전화했는데 네가 문수랑 같이 갔다고 해서 문수한테 연락해보니까 문수는 또 너랑 같이 있는 거 아니라고 그러던데.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어디 다친 데는 없지?”“없어요. 어제 술을 좀 많이 마셔서 문수 씨 집에서 잔 것뿐이에요.”송문수 집에서 잤다는 하지수의 말에 송승우는 더는 못 참겠는지 언성을 높였다.“하지수, 너 나랑 한 약속 잊었어? 네가 어떻게 거기서 잠을 자!”“내가 무슨 약속을 했는데요?”송승우는 아무리 화가 났어도 저 질문에만큼은 답을 할 수 없었다.가스라이팅으로 어렵게 얻어낸 기회라는 걸 다른 사람한테는 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 문수 씨랑 아직 이혼 안 했어요. 그러니까 아직은 뭘 하든 합법적이란 소리죠.”“하지만...”“이혼하고 나서 얘기해요. 나 피곤해서 먼저 올라 가볼 게요.”몸도 마음도 다 힘들었던 하지수는 송승우를 화를 살필 겨를이 없었기에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그렇게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으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목 끝까지 끌
“너 내일 후회할 거야.”이런 하지수를 앞에 두고 참는 건 송문수에게도 곤욕이었다.온몸이 떨릴 정도로 힘을 주고 있는 것보다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는 게 더 힘들었다.“후회 안 해.”“딱 하나 후회되는 게 있다면 내가 이 나이 먹도록 한번 밖에 못 해봤다는 거야. 그리고 그 한 번도 진짜 별로였어.”“뭐?”아까부터 한번을 강조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그 한 번도 다 너한테 맞춘 거였잖아.”고작 한 번이라니, 그럴 리가.그런데 또 곱씹어 보니 둘이 함께 잔 건 한 번뿐인 것 같긴 했다.하지만 송승우와 그렇게 오래도록 사귀면서 송승우 방까지 들락날락하던 게 하지수인데 그런 그녀의 인생에서 저와 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이번엔 내가 움직일 거야.”하지수는 잔뜩 풀린 눈으로 당차게 말했지만 그녀의 말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나 또 밀어내면 그땐 진짜 물어버릴 거야.”말을 마친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닥에 눕힌 뒤 그 위에 올라탔다.“반항하지 마.”곧바로 하지수의 입술이 자신에게 다가왔지만 송문수는 정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이 상황에 그녀를 밀어내면 하지수가 정말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그녀의 우는 모습을 보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었기에 송문수는 그냥 가만히 있는 걸 택했다.그렇게 내일 그녀의 원망도 다 받아낼 심산으로 송문수는 하지수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뜨거운 하룻밤을 보낸 뒤, 아침이 밝아오자 하지수는 몸을 뒤척였다.온몸에 차에 깔리기라도 한 듯 무거웠고 발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던 그녀는 힘겹게 눈부터 떠보았다.익숙하고도 낯선 이곳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송문수의 집이었다.그리고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어제의 기억 조각들이 하나하나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았다.그것들이 마침내 온전한 하나가 되었을 때, 하지수는 얼굴을 붉혔다.본인도 몰랐던 자신의 대담한 모습을 그녀는 차마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술이 깬 지금에 와서는 절대 못 할 일이
송문수는 자신마저도 취해버린 것 같았다.그래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입술을 뗀 하지수가 오랜만에 얌전해진 송문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자신의 키스에 몸을 맡기며 가만히 있기만 하는 그에 하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문수 씨, 내가 하는 키스가 그렇게 별로야?”별로라니, 흥분해서 자칫하면 이성이 끊길뻔했는데.여기서 입을 열면 더 이상은 참지 못할 것 같아 송문수는 이번에도 그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어디가 별론지 얘기해주면 내가 고칠게, 응?”송문수는 아까부터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부단히도 움직이는 그의 울대가 그의 초조함을 대변하고 있었다.하지수 앞에서만큼은 속절없이 무너지는 송문수라 하지수가 한마디만 더 하면 그는 정말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다.“지수...”그래서 그만하라고 말하려 하는데 하지수가 본인의 손가락을 송문수의 입에 가져다 댔다.자신의 한계가 어디까진 지 아는 송문수는 지금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로 힘을 주며 간신히 참고 있었다.이대로 가면 정말 무슨 일을 저지를 것만 같은데, 그걸 다 알면서도 그는 하지수를 밀어낼 수가 없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점점 과감해지는 건지 이젠 하다 하다 손까지 집어넣어 송문수의 몸 곳곳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의 손길이 지나간 곳이면 그게 어디든 불에 덴 듯 뜨거워 났다.송문수 역시 술을 마신 몸이라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느슨해져서 이 상황을 즐기는 일이 없게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하지 마 하지수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점점 더 깊은 곳까지 손을 움직여왔다.“아!”그러다 결국 송문수에게 손이 잡혀버린 그녀는 울망울망한 눈으로 송문수를 올려다봤다.자칫하면 그곳까지 갈 수도 있었는데 뭐가 아쉬워서 저런 표정을 짓는지.송문수는 심호흡으로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그만해 하지수.”“왜?”“별장에 데려다줄게.”저 순진무구한 눈을 보고 있으면 송문수도 빨려 들어갈
술에 취한 하지수의 고집을 당해낼 수 없었던 송문수는 결국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밤늦은 시간에 별장에 들어가면 다른 가족들을 깨울 수도 있으니 집에서 잠만 재운다는 핑계를 대가며 말이다.송문수가 하지수를 침대에 눕히고 자리를 뜨려 하자 하지수가 그의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가지 마.”손끝에서 느껴지는 하지수의 온기에 송문수의 심장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하지수, 잘 봐. 나 송문수야.”“알아, 네가 송문수인 거. 나 버린 무책임한 놈이잖아 너!”풀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며 말하는 하지수에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물었다.술을 마신 하지수는 송문수가 감히 컨트롤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왜 날 송승우한테 넘긴 거야? 내가 물건이야? 네가 뭔데 날 송승우한테 준다 만다냐고!”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하지수는 침대에 올라 선 채 송문수를 내려다보며 소리쳤다.“서 있지 말고 일단 앉아, 그러다가 넘어져.”“안 넘어져.”하지수는 송문수의 말을 듣지도 않고 계속 질문만 퍼부었다.“왜 날 밀어내는 건데! 내가 어디가 별로야? 몸매가 별로야 아니면 내가 못생겼어? 뭘 그렇게 일일이 다 따지고 들어? 넌 보는 눈이 그렇게 높아?”“일단 누워.”“싫어.”송문수가 그녀를 잡아주려고 손을 뻗으면 하지수는 곧장 몸을 돌려 피하곤 했다.그렇게 휘청대는 하지수를 보는 게 송문수는 조마조마하기만 했다.“내 말에 대답부터 해. 왜 날 싫어하는 거야?”“난 너 싫어한다고 안 했어.”그의 대답에 송문수를 향해 손가락질하던 하지수가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넌 그냥 내가 싫은 거잖아! 나 말고 밖에 있는 그 못된 여자들을 더 좋아하는 거잖아. 나도 그 여자들처럼 변하면 나 좋아해 줄 거야?”“그런 거 아니야.”“변명하지마! 넌 그냥 몸매 좋고 능숙한 그런 여자들만 좋아하는 거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아?”뭐가 그렇게 서러운지 혼자 화를 내는 하지수가 송문수는 어이없기만 했다.술을 마신 하지수는 아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으니
예수진:[저 둘이 나랑 지원 씨보다 더한 것 같아요.]소이연:[수진 씨도 본인들이 너무했다는 건 아네요.]예수진:[... 송문수랑 지수 얘기나 해요.]소이연:[일단 오늘은 지수 씨도 스트레스 풀게 그냥 놔두고 내일 다시 이야기해봐요.]예수진:[그래요.]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하지수는 5병의 맥주를 모두 비워냈다.이미 한계에 다다른 그녀는 해롱해롱해지고 몸에 힘도 빠지자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렸다.속도 쓰리고 마음은 더할 나위 없이 아팠다.누가 자신을 억누르는 것만 같은 느낌에 하지수는 당장이라도 속 시원히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그녀는 습관적으로 또 참아내고 있었다.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은 탓에 늘 불안에 떨며 살아와서 그런지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본 적이 없었다.감정을 숨기고 애써 괜찮은 척 웃어 보이는 게 하지수라는 사람이었다.“다들 많이 마신 것 같은데 이제 일어나.”예수진이 말을 꺼내자 소이연도 남편을 보며 말했다.“현경아,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도 이만 갈까?”아내 바라기였던 육현경은 이미 입가에 가져다 댄 술잔도 바로 내려놓고는 그녀를 따라나섰다.그들이 떠나고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던 하도경 역시 예수진의 눈짓에 자리를 비워야만 했다.“그럼 나도 갈게.”아직 술을 덜 마신 게 아쉽긴 했지만 예수진의 눈빛을 당해낼 수 없었던 하도경은 결국 소이연 부부의 뒤를 따라갔다.모두가 자리를 뜨자 예수진은 그제야 술을 퍼마시고 있는 송문수를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지수 집에 좀 데려다줘.”“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고 가라고 해.”“안돼, 난 손님 집에서 안 재워.”“하도경은 너희 집에서 잤잖아.”“지수랑 하도경이랑 같아? 걔는 내 남편이 될뻔한 사이였잖아.”아무 말이 막 하는 예수진 때문에 계지원은 마음이 아파왔다.하룻밤 사이에 두 남자의 마음을 후벼 파 놓은 예수진은 아무렇지 않게 웃음을 터뜨리는 송문수를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어쨌든 아직은 이혼 전이니까 네가 지수 남편이야. 지수 안전은 너한
그 말에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지자 예수진이 다급히 말을 받았다.“너랑 나랑은 다르지.”“뭐가 다른데?”“난 너 안 좋아하니까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거야.”그런 아픈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예수진에 하도경은 충격받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헤어질 때 준 상처로는 부족했는지 만날 때마다 이렇게 하도경의 가슴을 후벼 파는 예수진이었다.“진짜 사랑했던 사람들은 친구가 될 수 없어, 내 말이 맞지 지수야?”일부러 하지수를 언급했지만 그녀는 입술만 말아 물고 있었고 오히려 송문수가 대답을 가로챘다.“그냥 친구로 지낼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그럴 수도 있지.”하지수는 입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냈고 예수진은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막 뱉는 송문수를 노려보며 저 싹수면 이혼당할 만하다고 생각했다.“우리 진짜 오랜만에 모인다, 다음에 만날 때쯤이면 우리 애도 다 태어났겠어.”“도경아, 오늘은 진짜 취하기 전엔 아무도 집에 보내지 말자.”계지원이 분위기를 풀기 위해 말하자 하도경도 눈치 있게 대꾸했다.“좋아.”어차피 예수진 때문에 마음고생을 너무 해서 더 다칠 마음도 없었기에 하도경은 공허한 제 가슴에 술이나 퍼부으려고 맥주를 따기 시작했다.그렇게 남자들 앞에 한 병씩 놓아준 하도경은 여자들을 보며 물었다.“우리 여자분들은 물, 우유, 음료수 중에 고르세요.”“전 물 마실게요, 알아서 마실 테니까 신경 안 쓰셔도 돼요.”“전 맥주 주세요.”평소엔 술을 즐기지도 않고 예수진과 소이연이 마실 때만 한 잔씩 같이 마시던 하지수가 갑자기 맥주를 요구하자 다들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쳐다봤다.“오랜만에 보는 거니까 저도 한잔하고 싶어서요. 요즘 송승우 옆에만 있느라 또 언제 나올지도 모르잖아요.”“송승우는 좀 어때?”궁금한 건 못 참는 예수진이었기에 말 나온 김에 하지수를 향해 물었다.“아직도 죽겠다고 난리야?”“아니,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다 큰 남자가 왜 자기 목숨으로 가족들 협박하는 거야?”처음에는 송승우를 안타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