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사각지대를 제외하고 심아윤이 있을 만한 찾아봐야 해. 우리는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했어. 내 말은, 심아윤은 일을 감히 크게 벌이지 못한다는 거야. 그녀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쓸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을 거야. 즉, 심아윤은 장안시 교통의 소위 사각지대 지도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 "그리고 사각지대 지도를 손에 넣지 못한 이상 사각지대를 피해 숨어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어.” 소이연은 자신의 도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CCTV를 통해서 민이 학교부터 심아윤의 차가 마지막으로 정차된 곳까지의 모든 길의 사각지대를 표시해 봤어. 언뜻 보면 사각지대가 많지 않아. 심아윤의 성격으로는 쉽게 모험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소이연은 자기 생각을 말했다. "나 같아도 모험하지 않을 거야." 송문수가 그녀의 생각에 동의했다. "즉, 우리가 심아윤에게 속았다는 얘기야. 심아윤은 사실 처음부터 차에서 내리지 않았을 거야." 소이연은 말을 한 뒤 잠시 멈추었다. 육현경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하도경과 송문수는 깜짝 놀랐듯 했다. "명진 씨가 보내온 영상만 봐도 운전기사만 내렸을 뿐 다른 사람은 내리지 않았어. 정말 차에 다른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을까? 일부러 운전기사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들이 내리지는 않았을까?" 소이연은 육현경을 바라보았다. 육현경은 급히 이명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진 씨, 당장 심아윤의 차가 멈추었던 주차장의 CCTV 영상과 운전기사가 떠난 후의 영상을 확보해.” "네." 분위기가 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심아윤은 공업단지에서 떠나지 않은 것이다. 시간이 초 단위로 흐르는 것 같았다. 육현경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재빨리 컴퓨터 앞으로 가 이명진이 보내온 동영상 파일을 열어 8배 속도로 보았다.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린 지 한 시간 후. 한 시간 내내 승용차가 눈에 띄게 움직였다.육현경이 재빨리 영상의
그들의 최후 결과는 어떻게 될까?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능한 몸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육현경은 소이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은 급히 그의 식당에 연락해 가능한 한 빨리 식사를 배달해 달라고 말했다. 배달된 식사는 식탁 위에 두 겹으로 놓아야 할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소이연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도경 씨, 이번이 현경이 마지막 식사일까 봐 두려워요?” 소이연은 말을 하며 하도경의 눈시울을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요, 당신 둘은 아마 만 살까지도 살 수 있을 거예요.” 소이연은 가볍게 웃었다. 웃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육현경은 그녀에게 휴지 한 장을 건넸다. 이번에 얼마나 어려움을 겪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틀 동안 죽만 먹었더니 배고파. 빨리 먹자.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했어." 송문수가 분위기를 띄웠다. 모두가 조용히 먹기 시작했지만 다들 입맛이 없어 억지로 먹었다. 하도경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이전에 계지원이 정말 싫었어.”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하도경의 눈은 계속 붉어 있었다. 사실 그는 매우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예수진이 싫다고 했으면서 빼앗아 갔어. 하지만 그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아직도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갑자기 모든 사랑과 증오가 삶 앞에서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것을 문득 느꼈어. 심지어 계지원이 살 수만 있다면, 나는 그와 예수진이 잘 되게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하도경은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마 계지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 같았다. 계지원에게 이렇게 큰 사고가 날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에게 예수진과 함께 행복하기만 하면 후회 없이 물러날 수 있다고 말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지 마." 송문수는 휴지를 가져다주며 위로했다. ”계지원이 죽은 것도 아니고...... 계지원은 죽지 않을 거야. 며칠 후면 깨어날지도 몰라. 너무
소이연은 육현경의 가슴에 기대어 그의 강한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있었다. 사실 잠이 오지 않았다. 지금 몸이 매우 지쳐 있고 피곤한테도 잠이 오지 않았다. 눈을 감는 순간 온통 피비린내 나는 장면으로 뒤덮였다. 모두 심아윤의 손에 들려있는 작고 무기력한 육민의 모습이었다. "육현경." 소이연이 입을 열었다. 더 이상 조용히 있고 싶지 않았다. 자꾸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안 좋은 일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았다. "응." "내가 미워?” 소이연이 갑자기 그에게 물었다. "한 번도 미워한 적이 없어.” "몇 번이고 널 밀어냈는데 원망한 적 없어?” "없어." 육현경이 단호하게 말했다. "네가 나를 밀어낼 때마다, 난 널 어떻게 다시 끌어당길까 생각했지, 너를 미워할 시간이 없었어.” 소이연은 코가 시큰거렸다. 어떻게 이렇게 헌신적일 수 있지? "소이연, 내가 왜 널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았어?" 육현경은 고개를 숙여 작고 하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네가 말했잖아..." 소이연은 웃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이런 감정은 처음인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첫눈에 반했다고." 육현경이 인정했다. "어렸을 때 우리가 아는 사이였어?” 그들은 모두 장안시 출신이었고, 상류층 사람들이었지만, 육씨 가문의 지위는 소이연의 가문에 비교할 수 없었기에 그들이 함께 어울릴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 더구나 육현경은 거의 외국에서 자랐다. "응. 네 어머니 장례식에서 만났었어." 육현경이 말했다. 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자신이 어머니를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는 조금도 어머니를 잊고 싶지 않았다......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함께 장례식에 갔었어.”육현경이 말했다. “그때 넌 작은 몸으로 로비에 꿇어앉아서 울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고,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히 있었어. 난 처음으로 연민이라는 감정을
나중에도 그녀를 좋아했는데, 왜 말을 하지 않은 것일까? "나중에는 외국에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고, 귀국할 때마다, 심아윤이 계속 내 곁에 있어서 사실 한동안 내 감정을 분간할 수 없었어.” "그래서 심아윤에게 마음이 갔어?" 심아윤 얘기가 나오자 소이연은 가슴이 떨렸다. 정말 싫었다. "아니. 스무 살에 귀국해서 술집에서 널 다시 만났을 때, 너에 대한 내 감정과 심아윤에 대한 감정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잘 알았어. 심아윤은 그저 어렸을 때부터 정략결혼을 완벽한 상대이라고 은연중에 내게 강요된 상대일 뿐이었어. 하지만 모든 널 만난 후, 모두 헛된 것이 되었어. 너에 대한 내 감정과 심아윤에 대한 감정이 아주 달라서 통제할 수 없었어.” 소이연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육현경이 이렇게 오랫동안 묵묵히 그녀를 좋아하고 사랑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그는 한결같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는 그를 만나기 전에는 육현경이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 사람은 단지 풍문으로 들어본 사람일 뿐이었다. 자기 자신과는 영원히 만날 일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 "미안해." 소이연은 갑자기 사과했다. "응?" "너에 대해 그동안 많은 오해를 했어.” "괜찮아." 육현경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 "사실 난 만족해. 네가 문서인과 만날 때, 난 이미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했어. 너와 함께 할 기회, 너에게 고백할 기회, 나에 대한 너의 진심을 느낄 기회를 이미 놓쳤다고 생각했어. 난 이번 삶에 여한이 없어...... 흠!” 소이연이 손으로 육현경의 입을 막았다. 그녀는 계속 듣고 싶지 않았다.육현경의 유언 같은 말은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그녀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육현경이 그녀에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말해 주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육현경이 앞으로 다시는 자기에게 이런 말을 말할 기회가 없을까 봐,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자신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없을까 봐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
차가 목적지에 도착했다. 공업단지의 한 노후 공장에서 200m 떨어진 지점. 그들을 놀라게 할까 봐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아윤이 오라고 했기에 많이 조심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일부러 그들은 이곳으로 끌어들였다. 지금 정확히 밤 12시다. 심아윤이 정한 시간까지 1시간 남았다. 육현경이 차에서 내렸다. 소이연도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그는 그녀를 돌아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전 경호원 두 명만 데리고 폐공장으로 들어갔다. 몇 걸음 걸었을 때, 소이연이 갑자기 뒤에서 그를 껴안았다. 육현경은 잠시 멈칫했다. "소이연?" 그의 목소리는 낮고 약간 허스키했다. "육현경, 내가 말했었나? 사랑해. “ 소이연은 얼굴을 그의 등에 깊이 묻으며 말했다. "알아.” 그의 목젖이 움직였다.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해." 소이연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했다. 육현경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입으로 들으니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돌려 소이연의 눈을 보았다. 소이연은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이 이틀 동안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았다. 그녀는 그렇게 나약하지 않았다.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강인하고 용감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영혼을 지배하게 둬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의지하라고 가르쳤다. 그래서 그녀는 큰일이 생겨도 보통 울지 않았다. 하지만 이틀 동안 그녀는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무엇을 잃을까 봐 이렇게 겁먹은 건 처음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질까 봐 겁이 났다. 그녀는 무기력함에 우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육현경은 그녀의 눈물을 가볍게 닦으며 소이연의 입술에 강하게 키스했다. 소이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눈을 감는 순간 눈물이 거의 끝없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그의 목을 끌어안고 그의 입
육현경은 폐공장 안으로 들어갔다.조심스럽게 들어가지는 않았다.공장 안에서 미세한 불빛을 보았다.심아윤이 바로 저기 있다.공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심아윤은 허름한 의자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그가 나타나는 것을 보았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그녀는 육현경이 분명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찾지 못했어도 상관없었다.이미 그녀는 손가락 하나를 잘라 육현경과 소이연에게 줄 생각이었다그리고 지금.심아윤은 눈이 가늘어졌다.소이연이 나타나지 않아 기분이 나빴다.어떻게 이런 일을 육현경 혼자 감당하게 할 수 있지?소이연이야말로 이 일의 시작이다.이 일은 소이연이 받아야 할 업보이다.심아윤은 침착함을 유지하며, 육현경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육현경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침착하게 공장 안을 훑어보았다.심아윤 외에 세 명의 경호원이 더 있었다.그중 두 명은 무기를 들고 심아윤 옆에 서 있었다.다른 한 명은 심아윤의 뒤에 서 있었고, 바로 뒤에는 몸이 묶인 육민은 천으로 입을 막힌 채 땅바닥에 앉아있었다. 육민은 아빠의 모습에 눈에 띄게 흥분했지만, 입이 막혀 있어서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뒤에 서 있는 경호원이 몸을 움직이려는 육민을 세게 눌러 꼼짝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육현경은 주먹을 쥐며 분노를 억누르고 육민을 보았다. 어릴 때부터 육현경 손에 자란 육민은 아빠의 시선을 느끼며 얌전히 있었다. 육현경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한 심아윤은 얌전해진 육민을 돌아보고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육현경에게 말했다. "솔직히 육민을 차마 죽일 수 없었어.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죽으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심아윤, 우리 둘 사이의 일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고, 무고한 아이를 다치게 할 필요도 없어." 육현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 말이 맞아, 사실 우리 둘 사이의 일이지. 하지만 육현경, 나란 사람은 마음이 좁아서, 당한 대로 갚아주는 건 별로 안 좋아해. 두 배로
"맞아." 육현경은 인정했다. "소이연은 내게 가장 중요해.” "왜! 난 왜 그렇게 사랑받을 수 없는 거야? 왜 나는 안돼? 난 오랜 세월을 네 곁에서 함께 했어. 너한테 날 귀중하게 대해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왜 대체 소이연과 달라야 해? 내가 왜 소이연보다 못하냐고!” 심아윤은 자신이 왜 소이연과 달라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매우 화냈다. 그녀가 도대체 어느 부면에서 소이연보다 못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어. 좋아하는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야." 심아윤이 격한 감정에 비해 육현경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나는 단지 이번 내 삶에 소이연이 없으면 안 되는 것뿐이야.” "소이연이 아니면 안 된다......" 심아윤이 웃었다. 미친 듯이 웃다. "그럼 내가 너에게 넌 이번 생애는 소이연이 함께할 수 없다고 말하면?”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그 사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야. 심아윤, 네 사랑은 이기적이야." 육현경은 그녀를 비웃었다. "이기적이라고? 그래, 난 이기적이야,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난,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내가 가져야 했어! 너도 예외가 아니야!” "그럼 민이를 놔줘, 내가 너랑 같이 죽을 게!” 육현경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 심아윤이 웃었다. "내가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 것 같아? 네 말 몇 마디를 믿고 민이를 놔줄 거로 생각하는 거야?” 육현경이 시선을 내렸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심아윤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그러나 심아윤은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육현경, 난 네 곁에 오래 있었어. 네가 무엇을 신경 쓰는지, 신경 쓰지 않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 난 속지 않아!” "이왕 이렇게 된 거, " 육현경이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럼 네 멋대로 결정해!” 육현경은 말을 한 뒤 몸을 돌려 나왔다. 그는 몇 걸음 가다 발걸음을 멈추었다. "내가 이곳을
그들은 단지 이익 때문에 함께 사는 것뿐이었다.이런 것을 어떤 감정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일단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생각만 떠오를 뿐이다.예를 들어, 이번에는 모든 증거가 그녀와 그녀의 오빠에게 향했기 때문에, 그녀와 심진우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그녀의 할아버지와 부모는 그들과 엮이지 않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이것이 현실이다.가족의 현실.그래서 그녀는 육현경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말 육민을 버릴 것으로 생각했다.육현경의 말처럼, 그는 소이연과 많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언젠가는 그들은 육민을 잊을 것이다.그녀는 이번 복수에서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하고 오히려 손해만 보았다.육현경은 몸을 돌려 심아윤을 바라보았다.심아윤은 그를 매섭게 쳐다보았다."타협하겠다는 거야?"그녀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다.그녀는 육현경이 냉혈한처럼 행동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육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한 것인가? 육현경은 심아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걸어갔다.그는 말했다."민이를 풀어줘.”"좋아." 심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널 믿을 것 같아?”육현경이 물었다.심아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경호원들에게 곁눈질하며 말했다."육민을 풀어줘.”"네."경호원은 몸을 숙여 육민을 풀어주었다."아빠!"자유로워진 육민은 큰소리로 육현경을 불렀다.아이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두려움이 가득했다."응." 육현경이 대답했다.그는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심아윤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육민이 이리로 오면 내가 그쪽으로 갈게.”심아윤이 음흉하게 웃었다.그녀는 말했다. "서두르지 마.”육현경은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갑자기 소이연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어.”"심아윤!”"왜? 소이연 얘기하니까 불안해?"심아윤은 눈빛에는 잔인함이 가득했다. "소이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갑자기 생각났어. 적어도 네가 죽는 걸 보게 해 줄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