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진은 다시 눈을 떴다.벌써 다음날이 되었다.그녀는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촬영장에서 그렇게 큰 사람이 갑자기 그녀에게 떨어져 못 견딜 만큼 아파 쓰러졌던 것을 떠올렸다.자기가 얼마나 다친 건지도 알 수 없었다.대역 배우는 어떻게 됐는지도 몰랐다.그녀는 무기력할 뿐이었다.“깼어?”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수진은 시선을 옮겨 계지원을 보았다.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보기 싫은 사람이지만 자주 마주친다.게다가 그녀에게 이렇게 큰일이 생겼는데,엄마, 아빠는?그녀의 부모님이 그녀가 다친 것을 알면 분명 굉장히 힘들어하실 것이다.혹시 어제 밤새 간병하다가 몸이 안 좋아서 다시 돌아가셨나?!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허름한 병실이 보였다.그녀가 어떻게 이런 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계지원, 우리 부모님한테 말 안 했어?” 예수진은 불쾌하다는 말투로 물었다.육씨 가문 사람들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일부러 숨기는 건가?정말 계지원은 왜 이렇게 이기적인 걸까?만약 그녀가 정말 죽었다면?계지원은 대답하지 않고, 담담히 물었다. “어디 불편한 데 있어?”“그렇게 가식 안 부려도 돼. 계지원, 내가 분명히 말해두는데,만약 당신이 촬영장 점검을 제대로 못 해서 일어난 사고라면, 우리 부모님과 할아버지한테 절대 숨기지 않을 거야!” 예수진은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계지원을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배 안 고파? 뭐 좀 먹을래?” 계지원은 또 말을 돌렸다.예수진이 몸을 조금 움직였다.일어나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릴 생각이었다.계지원과 쓸데없는 얘기도 하기 싫었다.“움직이지 마. 너 지금 간 손상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일주일 동안 침대에 누워서 쉬어야 한다고 하셨어.” 계지원이 급히 그녀를 말렸다.“건들지 마.” 예수진이 온 힘을 다해 말했다.계지원의 손은 천천히 예수진의 몸에서 떨어졌다.예수진도 더 이상 따지지 않았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침대 세워 줄게.”예수진의 심
육은숙의 얼굴은 여전히 어두웠다.그녀는 예수진 앞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내 딸이 아니야. 앞으로 엄마라고 부르지 마.”예수진은 멍해졌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어떤 사고를 치고, 아무리 말을 안 듣고, 아무리 많은 잘못을 했더라도 그녀의 엄마는 이렇게 엄격히 그녀를 혼낸 적이 없었다.이번엔 정말 화가 많이 난 걸까?그래도 정말 죽을 뻔했는데.예수진은 손을 뻗어 육은숙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리려고 했다......하지만 육은숙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피했다.육은숙은 혐오스럽다는 듯한 눈빛을 숨기지 않았다.예수진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아무리 그래도 육은숙은 이렇게까지 차갑게 그녀를 대한 적 없었다.만약 정말 그녀에게 위험한 일이 생겨서 화가 많이 난 상태라 해도 그녀는 생사가 오갔었고,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끌어안고 울었을 것이다.이렇게 냉담한 태도는, 그녀가 정말 육은숙의 친딸이 아니라는 착각까지 들게 했다.“엄마, 왜 그래?” 예수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수진, 다시 한번 말하는데, 너 내 딸 아니야.” 육은숙의 태도는 차갑고 딱딱했다. “다시는 엄마라고 부르지 마!”“엄마,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엄마 딸이 아니야. 나 아빠랑 똑같이 생겼잖아. 나 주워 왔다는 말을 누가 믿어......” 예수진은 일부러 더 웃어 보였다.사실 속으로는 이미 두려움이 몰려왔다.그녀는 육은숙의 모습에 정말 놀랐다.“넌 예준모 딸이지 내 딸은 아니야. 내 친딸은 가희야. 네 대역 배우.” 육은숙이 천천히 말했다.“어떻게? 엄마 설마......”“여기 친자 확인 결과야.” 육은숙은 친자 확인 결과서 두 장을 예수진의 얼굴에 던졌다.예수진은 황급히 서류를 집어 들어 보았다.다른 한 손이 링거를 맞고 있다는 사실조차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이때 바늘이 조금씩 당겨졌고, 바늘이 팔에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 또렷이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예수진은 그녀가 아주 운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애정운이 좋지 않은 것을 제외하면 그녀는 자신이 늘 무탈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렇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그녀에게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어떻게 아가씨에서 사생아로 변할 수 있단 말인가?!“예수진, 지금부터 우리는 아무 관계 없는 거야.” 육은숙은 놀라울 정도로 냉정했다.그녀의 친딸이 예수진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다고 생각하니, 예수진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지만,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혐오로 변했다.그녀가 정말 미웠다.예수진은 그녀 친딸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엄마.” 예수진이 그녀를 불렀다.“부르지 마!” 육은숙이 소리쳤다.그녀의 혐오감은 피부로 느껴졌다.“미안해.” 예수진이 사과했다.다른 사람의 행복을 빼앗은 것에 대한 사과였다.“필요 없어.” 육은숙은 차갑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 눈앞에서 사라져. 영원히 사라져. 그게 바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너한테 낭비한 내 감정에 대한 보답이야!”이 말을 남기고,육은숙은 예수진의 병실에 단 1초도 더 있기 싫었다.그녀를 1초라도 더 보지 않기 위해, 빠르게 병실을 나갔다.한 톨의 미련도 남기지 않고, 너무 단호해서 무서울 정도였다.예수진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그녀는 눈앞의 흐릿한 실루엣을 보며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오빠.”육현경은 육은숙이 간 뒤, 잠시 망설이다가 돌아섰다.예수진이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발걸음을 멈췄다.“나 이제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지?” 예수진이 물었다.그녀 자신을 비웃는 듯한 물음이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미친 듯이 쏟아졌다.그녀가 계속 가장 아끼던 가족, 가장 사랑하던 가족이 그녀의 가족이 아니었다.“할 얘기 있어?”육현경이 고개를 돌렸다.그녀에게 아주 냉담했다.육현경은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냉담해서 그녀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다.이번엔.갑자기 너무 슬펐다.버려지는 게 이런 기분이었구나.이런, 마치 세상이 무너진
천국에서 지옥에 떨어진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그녀는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 인줄 알았다.하지만 정말 신기하게도 그런 일이 자기에게 일어났다.“수진아......”“가 줘.” 예수진은 시선을 돌려 계지원을 보았다.걱정하는 듯한 얼굴이었다.“육씨 가문이 힘들게 할 거야. 우리 엄마......” 예수진이 잠시 멈칫했다.“육 여사님은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야. 일단 누군가 걸려들면,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당신이 지금 내 곁에 남는다면, 눈엣가시가 될 뿐이야.비록 육씨 가업은 결국 육현경 소유가 되겠지만, 육씨 가문은 그렇게 편파적이지 않으니까.잘 알고 있겠지만, 육 여사님은 사랑받고 자라서 할아버지가 억울하게 하지는 않을 거야.”예수진은 벌써 호칭을 고쳐 부르고 있었다.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지금 이 모든 일을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었다.계지원은 조용히 그녀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겨우 25살이었다.어렸을 때부터 애지중지 공주처럼 자랐는데, 어느새 이렇게 커버렸다.하지만 갑자기 크는 건 정말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갑자기 병실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예수진이 바라보았다.낯선 여자가 서 있었다.그 순간 여자는 갑자기 예수진의 앞에 무릎 꿇고 말했다. “수진아,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해!”예수진의 눈빛이 흔들렸다.이 사람의 신분을 알 것 같았다.그녀도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녀는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싫다.왜 악의를 품고 그녀의 인생을 바꾸려고 하는 것일까.그녀는 아무것도 가져본 적이 없더라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그때는 내가 귀신이라도 씌었는지, 다 같은 예준모 자식인데 왜 네가 육씨 가문에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없는지 생각했었어.그래서 순간 충동적으로 너랑 가희를 바꿔치기했어. 너희는 너무 닮았고, 아기때였으니까......” 가연은 점점 더 무너져 갔다.지금도 너무 후회된다.사실 나중에는 그녀도 후회하며 예수진을 다시 데려올 생각도
고요한 병실 안.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예수진의 시선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그에 대한 미움과 증오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그녀는 정말 그가 너무 미웠다.이 모든 비극이 마치 그에게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그가 대역 배우를 찾아주지 않았다면, 촬영장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렇게 갑자기 들통나지 않았을 것이다.계지원, 이 사람이 바로 재앙이 아닐까?그를 만난 뒤로, 그녀는 정말 좋았던 적이 없었다.“몸 잘 챙겨.” 계지원이 평온하게 말했다.이마의 상처에도 마치 아픔을 못 느낀다는 듯,그녀를 위로할 뿐이었다.그녀는 정말 그의 갑작스러운 호의가 싫었다.그녀는 그가 아닌 모든 사람의 동정심은 받아들일 수 있었다.계지원은 병실을 떠났다.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갑자기 뒤로 쓰러졌다.육현경은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괜찮겠어?”계지원은 어지러운 듯 한참 뒤에야 진정한 뒤 말했다. “괜찮아.”“어제 수혈 얼마나 했어?” 육현경이 물었다.“얼마 안 돼.”육현경도 더 이상 묻지 않고 말했다. “일단 다친데부터 해결하자.”“그래.”두 사람은 진찰실로 들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계지원의 이마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셨고, 육현경은 옆에서 말했다. “수진이한테 이런 일이 생겼으니, 나는 도리상 고모 편에 설 수밖에 없어.”계지원은 말이 없었다.침묵은 묵인하는 것이 아니라, 반박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이번 일은 수진이의 잘못이 아닌, 윗사람의 원한이야.어쨌든 수진이는 이번 사건의 가장 핵심 인물이니까 죄가 없더라도 관계를 이어갈 순 없어. 우리 고모가 잔인하다고 할 수도 없고.다른 사람이었어도 자기 친딸은 밖에서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남의 자식이 당연하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으면 받아들일 수 없었을 거야.중요한 건, 그 애가 자기 남편이랑 바람난 여자의 딸이라는 거지. 그러니까, 배신의 산물이야.”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나 먼저 간다.” 육현경은 치료가 거의 끝나가는 계지원의 상처를 보며 말했다. “소이연 쪽 사건도 해결하러 가야 해. 나 지금 시간 없어. 어쨌든 난 네 모든 선택을 존중해.”“현경아.” 계지원이 정중하게 말했다. “고맙다.”육현경은 계지원의 어깨를 살짝 치며 말했다. “한 집식구는 두말하면 잔소리야.”계지원은 조금 감동스러웠다.육현경이 그런 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다 안다는 듯 위로까지 해주었다.오래 보지 않은 사람은 육현경이 강할 뿐만 아니라 따뜻하다는 것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육현경은 병원에서 나왔다.그는 차에서 창밖의 경치를 보며 무거운 한숨만 내쉬었다.사실 머릿속에는 갑자기 예수진이 어렸을 때 그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며 오빠라고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작았던 아이가 벌써 이렇게나 컸다......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육현경은 전화를 받았다.“대표님, 은하 그룹 재무 담당자의 개인 계좌에서 해외 송금 기록이 여러 개 발견되었습니다.”“나한테 보내줘.”“네.”육현경은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소이연 사건이었다.육현경은 송금 기록을 보고 소이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운 단서 찾았어.”“응?” 소이연도 집에서 그녀의 사건에 대해 자세히 연구하고 있었다.누락된 내용이 있는지 보고 있었다.왠지 모르게, 집에 예수진이 없으니 굉장히 허전했다.“내가 가서 얘기해 줄게.”“알겠어.” 그녀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랐는지 그에게 물었다. “수진 씨 전화기 꺼져있던데, 오늘 스케줄 있어?”“...... 이따가 다시 얘기해.”소이연은 육현경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어젯밤 그녀는 예수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러다가 육현경이 그녀에게 예수진은 스케줄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을 전했다.그녀도 더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연예인인데 바쁜 건 늘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오늘도 예수진의 휴대폰은 꺼져있었고 그녀는 갑자기 불안
“진짜 똑똑하다.” 육현경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소이연은 알게 모르게 얼굴이 조금 빨개졌다.지금 육현경은 어린아이를 대하듯 애지중지하고 있었다.이런 모습이 왠지 낯설었다.그녀는 말을 돌렸다. “이따가 얘기해 주겠다던 수진 씨 일도 알려줘. 무슨 일 있어?”육현경은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며 말했다.“너도 아주 힘들 시기라 굳이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난 감히 너한테 거짓말 못 하잖아.”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그 “감히”라는 단어가 그녀의 말문을 막았다.육현경은 정말 소심했다.“수진이 어젯밤 촬영장에서 사고 났었어. 아직도 병원이야......”“뭐?”“걱정하지 마. 비록 큰 사고였지만 상태 괜찮아. 간 손상으로 출혈이 많았을 뿐이야.지금은 이미 깨어났고, 별일 없으면 일주일이면 퇴원할 수 있어.” 육현경이 설명했다.“왜 나한테 말 안 했어?” 소이연은 조금 화난 듯 말했다. “적어도 내가 가서 같이 있어 줄 수는 있잖아.”그녀는 예수진이 자신에게 콩팥도 떼어줄 것처럼 잘해준 것을 떠올렸다.그런 예수진이 사고를 당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일단 진정해. 아직 얘기 안 끝났어.” 육현경은 소이연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어서 말했다. “수진이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수혈해야 했는데, 수진이 혈액형이 AB형이었어.”“그래서?” 소이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고모랑 고모부 두 분 다 A형이야.”“......” 소이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당연히 알아들었다.그녀는 못 믿겠다는 듯 육현경을 쳐다보았다.육현경은 그녀가 속으로 추측한 말과 어젯밤에 있었던 모든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소이연은 아주 오랫동안 조용히 있었다.그녀는 예수진이 자기의 진짜 신분을 알게 된 뒤에 얼마나 힘들어할지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었다.“나 병원에 다녀올게.” 소이연은 망설임 없이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했다.“소이연.” 육현경이 그녀를 잡았다.소이연은 화가 가득한 눈빛으로 육현경을 보았다.“
“그건 내 일이고.”“게다가, 수진이가 널 만나줄지도 모르겠어. 걔도 자존심이 있잖아.한순간에 백조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됐는데 걔가 태연히 다른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해?혼자 조용히 있고 싶어 할 수도 있잖아. 우리가 시간을 좀 줘야 해......”“육현경......”“중요한 건, 계지원이 계속 같이 있어 줄 거야.” 육현경은 소이연의 말을 끊었다.소이연은 멍해져 곧바로 말했다. “계지원한테 뭘 기대해?계지원은 수진 씨가 육씨 가문 아가씨일 때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지금 수진 씨가 이렇게 됐다고 한들 이 흙탕물에 발이나 담그겠어?!게다가 고모님이 아무도 수진 씨 못 도와주게 한다며. 양자인 계지원이 무슨 능력이 있어서?수진 씨와 같이 육씨 가문에서 쫓겨나고 싶대?! 계지원이 수진 씨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겠어?!”“내가 예전에 말했었잖아. 계지원이 예수진을 거절하는 건 옳은 일이야.” 육현경이 말했다.소이연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가 무슨 말을 하던, 그의 설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육현경은 천천히 또 자세히 모든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소이연은 깜짝 놀랐다.순식간에 육씨 가문의 큰 사건을 두 가지나 알게 되었다.“그래서, 넌 지금 계지원을 믿어야 해.” 육현경이 결론지었다.소이연은 망설여졌다.“나도 너와 수진이 관계에 대해서 잘 알고, 나도 너희가 잘 지내는 거에 반대하지 않아.수진이는 착한 아이야. 육씨 가문 사람이든 아니든, 잘 지낼 가치가 있어.다만 너도 수진이한테 전화해 봐서 알겠지만, 휴대폰이 계속 꺼져있어. 이건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이겠지.” 육현경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소이연이 입술을 깨물었다.육현경의 의견에 동의하는 셈이었다.혹시 예수진은 지금 정말 진심으로 혼자 있고 싶은 게 아닐까......일주일 뒤.소이연 소송 사건은 여전히 실검에 올라있었고, 어딜 가나 구설에 오르내렸다.하지만 예수진이 육씨 가문 사람이 아니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이것도 이해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