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소이연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그 영감탱이, 너무 사악해.소이연이 어디 팔려 가도 아무도 모를 거야!생각할수록 무서웠다.급히 차를 타고 육씨 저택에 가서 소이연을 구해야 한다.“잠시만.” 계지원이 예수진의 팔을 잡았다.예수진이 화들짝 놀라며 계지원을 밀쳐냈다.계지원이 그녀에게 닿자마자 밀쳐냈다.두 사람은 조금 민망해졌다.잠시 후. 계지원은 침착하게 말했다. “너 소이연 만나면 할아버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던 아무것도 믿지 말라고 전해줘. 어떤 결정도대답도 하지 말고 현경이가 설명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무슨 뜻이야? 우리 오빠가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 예수진이 예민하게 물었다.그녀는 똑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똑똑한 머리를 써야 할 때 못 쓰는 것뿐이었다.예를 들면 공부라던가.“어쨌든, 며칠만 네가 소이연 옆에 있어 줘. 이런 일은 누구한테나 다 힘든 법이니까. 잘 위로해 줘. 촬영 좀 남은 건 내가 다 마지막 순서로 미뤄줄게. 일단 촬영은 나중에 생각하자. ”계지원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예수진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쨌든 계지원이 말하고 싶지 않는 것은 절대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그녀가 묻는다고 해도 헛수고일 것이다.그럴 시간에 빨리 가서 소이연을 구하는 게 더 낫다.예수진은 기사에게 달달 볶으며 육씨 가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쏜살같이 저택으로 달려가 할아버지의 서재로 쳐들어 갔다.무슨 일이 생기면 할아버지는 항상 그 서재로 불렀다.방문이 벌컥 열렸다.소이연이 힘없이 서재에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커서도 예의를 갖출 줄 모르는 것이냐!” 할아버지가 예수진을 보며 꾸짖었다.하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웃어른이 아랫사람의 예의 없는 행동을 꾸짖는 것이었다.“할아버지, 나이도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어린 아가씨를 괴롭힌다는 게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쪽팔리잖아요.” 예수진이 불쾌한 듯 말했다.이때 그녀는 이미 소이연의 곁으로 가 소이연을 감쌌다.소이연이
예수진은 할아버지와 말다툼하지 않았다.육씨 가문에 들어온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그녀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이연을 데리고 나와 육 씨 저택을 떠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소이연과 함께 돌아갔다.돌아가는 길,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적만이 흘렀다.예수진은 사실 그렇게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소이연의 무표정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뒤, 소이연은 평소처럼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어떤 고통이나 충격도 받은 것 같지 않았고, 심지어는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지도 않았다.예수진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소이연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언니,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요. 그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거예요. 저도 참고 참으면서 마음속에 묻어 두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더 힘들었어요.”소이연은 예수진을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걱정하는 눈빛이었다.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울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울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뿐이었다.울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시간이 많이 흘렀고, 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웬만한 일에도 울지 않았다.늘 그렇듯,오늘도 그러했다.“웃지 마세요, 그럼,제가 더 걱정돼요.” 예수진이 당황했다.분명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수진씨, 저 정말 괜찮아요.” 소이연이 차분하게 말했다.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녀의 눈빛은 차분했고 그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을까?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무시까지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소이연의 멘탈이 이렇게 단단해진 것일까.그녀가 계지원에게 몇 년간
“네?” 소이연이 의아해했다.“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믿지 말라고 했어요. 할아버지의 요구에 응하지도 말고, 오빠가 해명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예수진이 말을 전했다.소이연은 곰곰이 생각했다.계지원은 모두 알고 있었다.괜히 몇 년간 그녀를 신경 쓴 게 아니었다.그녀는 그것이 그저 흔한 동정심이라고 생각했다. “언니, 오빠는 절대 심아윤 좋아하지 않아요.” 예수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육현경을 위한 변명을늘어놓았다. “오늘 발표한 약혼도 분명 꼰대들이 벌인 짓일 거예요. 저랑 오빠는 그전까지 알지도 못했어요. 오빠도 알았으면 절대 언니를 그곳에 데려가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왜 굳이 스스로 일을 크게 벌이겠어요?! 언니도 오빠를 믿어주세요.”“수진 씨, 할아버님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육현경과 심아윤의 약혼 발표를 하셨어요. 육현경 이 정말 심아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과연 달라질까요?”예수진은 소이연의 말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오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바꿀 수 없는 결과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을 필요 없어요.” 소이연이 조언했다.예수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누가 누구에게 조언하고 있는 거지?“아뇨, 언니, 제 말은 그래도 언니가 오빠를 믿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저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단독적으로 행동하시는 게 오빠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오빠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아마 오빠도 심아윤과의 약혼을 피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예수진은 육현경을 보며 빌다시피 말했다. “오빠한테 실망한 거 아니죠?”소이연은 예수진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심씨 가문은 수도에서 제1 가문으로, 전국에서는 최소 5위안에 드는 명문 가문이다. 이렇게 유명하고 명망 있는 가문이 약혼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쉽게 파기할 수 있겠나? 발표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실망 안 했어요.” 소이연이 말했
예수진은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소이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출근하셨어요?”“네. 아침에 방송국 협업 관련 회의가 있어서요.” 소이연이 답장했다. “제가 괜히 귀찮게 했네요. 아침 맛있었어요, 사랑해요.”“저도 사랑해요.”예수진은 대화창에서 나가 뉴스 기사를 클릭했다.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그녀의 오빠와 심아윤의 약혼 소식이었다.언론은 벌써 현장 사진까지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었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댓글창은 폭발했다.[선남선녀 조합, 천생연분이다! 육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라니, 진짜 완벽한 조합이다!][육 씨 도련님이랑 심 씨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연인이었다고 들었어. 설마 육민의 친모가 심아윤인건 아니겠지?][자세히 봐, 육민이랑 심아윤 약간 닮았어]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구나][궁금해서 그러는데, 심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가문인 거야?]그 아래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심태섭에 대해 조사해 봐, 심씨 가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야][간단히 설명하자면, 국가로부터 일급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은 극소수인데, 심태섭 할아버지가 그중 한 명이야][심씨 가문의 절반은 정계에, 절반은 재계에 종사하고 있어. 중요한 건 모두 정계와 재계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배 아프지 않냐?]예수진은 점점 화가 났다.도저히 계속 읽을 수 없었다.그녀는 심씨 가문이 가문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오빠를 뺏어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 예수진은 소속사에 전화 걸어 촬영 일정을 조율하여 스케줄을 앞당겼다. 소이연도 출근했는데, 그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혹시 오늘 기사를 보고 소이연이 상처…받지는 않을까?소이연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녀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그러나 육민이 심아윤의 아이 같다는 댓글을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원래 기사라는 게 다 그렇지 않겠나?관심을 끌고, 사람들
“소이연, 우쭐거리지 마!” 문서인이 이를 악물었다.육 씨 그룹의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은 이미 상류층 사이에서 농담거리가 되었다. 지난번 예능에서 문서아가 소이연을 모함한 사실이 들통나 문 씨 그룹의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장안의 어떤 기업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이전 소이연이 얘기한 스폰서는 심지어 투자 계획 철회까지 언급했다.이러다간 문 씨 그룹은 몇 년 전처럼 파산 직전 단계로 돌아갈 것이다. “집안, 인품, 외모 모든 면에서 심아윤이 너보다 백배 나아. 게다가 육현경과 서로 좋은 감정도 있고. 무엇보다, 육현경의 아들 친엄마가 심아윤이잖아. 너는 네가 심아윤과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문서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심아윤과 견줄 필요가 없어. 난 그냥 육현경이 나를 위해 너희 가족과 소씨 가문을 적으로 삼을 것인지만 알면 돼.” 소이연이 무심하게 말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말에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육현경이 정말 소이연과 결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육현경 의 마음이 소이연을 향한다면 그는 손쉽게 가족들을 곤경에 빠트릴 것이다.“문서인,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후, 소이연은 곧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소이연!” 문서인이 흥분한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이연이 잠시 멈칫했다.“그때, 너가 lovely라는 걸 왜 나한테 숨겼지?” 문서인이 물었다.질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다.한편으로 그는 이렇게까지 소이연에게 속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또 한편으로는…그가 만약 소이연이 lovely였다는 걸 일찍 알았더라면, 그는 소이연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그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소이연에게 이렇게까지 밉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나은은 그 당시 국제 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는 그때 소나은을 다시보게 되었다. 문 씨 그룹은 의류 제작 회사였고, 유명한 디자이너가 필요
베드신 세팅이 끝나고, 계지원의 지시를 기다리며 촬영 대기 중이었다.계지원이 촬영을 미루고 있던 이유는 문서아가 촬영장에 방문했기 때문이다.고급 디저트를 많이 사 와 제작진에게 돌렸고,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고, 계지원도 그 사이에 있었다. 문서아는 계속 그에게 팔짱을 끼며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 평소 문서아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계지원의 앞에서는 어린 양처럼 온순했다.간식을 먹은 후, 스태프들은 서둘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촬영을 준비했다.문서아는 예수진을 보고 약간 놀랐다. “수진 씨, 언제 왔어요? 분명 아까까진 안 보였는데? 간식 사 왔는데 좀 드실래요?”겉보기에는 꽤나 친절해 보였다. 예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서아는 다시 아쉬워하며 말했다. “아 맞다, 방금 다 먹었는데 깜빡했네요. 다음에 다시 사드릴게요.”예수진이 싸늘하게 웃으며 문서아의 옆으로 지나갔다.한편 계지원은 스크린 앞에 앉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예수진은 곧장 계지원의 옆으로 걸어갔다.계지원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촬영 사인을 주었다.스크린으로 예수진은 그녀의 대역을 보았다. 화면 속으로 그녀의 매끈한 등만이 보였다. 매우 날씬하고 하얬지만 여신이라고 칭할 정도는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소이연의 등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모습과 비교하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계지원의 눈빛이 확실히…달라졌다.예수진은 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한참 뒤, 베드신 촬영이 끝났다.예수진이 얼굴 클로즈업 촬영에 들어갔다.지나가며 대역과 마주쳤다. 예수진은 대역을 보고 흠칫 놀랐다. 대역이 그녀를 보고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예수진 님, 안녕하세요.”이 사람.그녀와 싱크로율 60~70%는 되어 보였다.몸매만 봤을 때는 계지원도 비웃었지만, 얼굴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얼굴 클로즈업 씬은 물론이거니와, 가짜를 진짜라고 하고 다녀도 믿을 것 같았다.“수고하셨어요.” 예수진은 여전히 침착했다
예수진은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외 할아버지는 왜 자꾸 오빠한테 그러시는 거래요? 오빠는 이 결혼을 동의한 적 없어요!”“오늘 너한테 경고하려고 전화한 거야. 너,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끼어들지 마! 네가 소이연인지 뭐인지 하는 애랑 친한 건 알겠어. 엄마는 그 여자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끼어들 자격이 없는 일에 억지로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엄마…”“오늘 너의 외할아버지께서 너더러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하셨어.”육은숙은 예수진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왜요?”외할아버지는 요 근래 시끌벅적한 걸 딱 질색해하셨는데.꼭 나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업무상의 술자리도 안 가시고 가족모임은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였는데? 너무 적어서 기억도 안날 정도야.심지어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이 아니면 모임에도 참가하시지 않았어.오늘은 아무 명절도 아닌데 갑자기 날 부르신다고?“심아윤의 할아버지가 집에 와서 식사하면서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대해 말씀 나누기로 했어.”“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오라면 그냥 와! 뭔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육은숙은 날카롭게 받아쳤다.예수진은 그녀의 기세에 눌렸다.“네…”예수진은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엄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내 연예계 생활도 끝이야!“아, 참. 오빠도 오는 거죠?”예수진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물었다.“그럼 주인공이 안 오겠니?”그녀는 전화를 하면서도 자기를 마치 바보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아니, 그러니까 제 뜻은… 어젯밤부터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외할아버지가 오빠를 감금시킨 거 아니에요? 외할아버지께서 오빠가 사고 칠까 봐…”“걱정 마. 네 외할아버지는 다 생각이 있으신 거야.”육은숙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예수진은 더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제때에 집으로 들어와. 지각하면, 몽둥이로 네 다리를 다 끊어버릴
예수진은 멈칫했다.‘나는 계지원과 문서아 사이를 의심하지는 않아. 문서아 말은 다 맞거든.’그날 문서아가 소이연을 해치려는 것이 까발려지면서 부정적인 기사가 빗발쳤지만, 계지원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개의치 않고 그녀를 데려갔지. 그러니 두 사람이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건 이미 알아차렸지만… 이렇게 빨리 부모님한테 문서아를 소개시켜 준다고? 계지원은 외할아버지의 친 아들은 아니지만, 늘 외할아버지 곁에 있었고 외할아버지는 그한테 엄청 엄격했어. 그리고 문서아는 이미 부정적인 타이틀을 달았고 단기간 내에 연예계에서 큰 발전도 없을 텐데... 문 씨 그룹은 안 좋은 기사가 나서 육씨 그룹 창립 60주년 자리에 초대받지도 못했어. 계지원은 문서아를 외할아버지한테 소개해 주었다가 쫓겨날까 봐 겁나지도 않나?’예수진은 생각이 많아졌다.문서아는 예수진이 질투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줄 알았다.문서아는 계지원이 함께 육씨 저택에 저녁 먹으러 가자는 말에 무척 놀랐다.계지원이 그녀한테 하는 행동을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상상 밖으로 계지원은 그녀한테 육씨 저택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계지원은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자진해서 그녀를 도와주었다.그는 그에 관한 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녀를 이용해 위기를 넘긴 것에 대한 보답으로 도아준 것이라고 그날 밤에 명확히 말했었다.문서아가 아무리 연약한척 하면서 그더러 저녁에 함께 있어달라고 했어도 그는 그녀를 문씨 별장으로 데려다준 뒤 곧바로 떠났다.그가 그녀와 연인 관계임을 공개할 때 사진을 찍기 위한 몇 초간의 스킨십 뒤로 오랫 동안 그녀는 그를 만져보지도 못했다.아니,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갑자기 전화 와서는 그녀더러 함께 육씨 저택으로 가자고 했다.솔직히 말하면 부모님 앞에서 말을 맞추자는 뜻이었지만, 그녀는 날듯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여자친구 신분으로서 직접 간식을 가지고 촬영장에 왔던 것이다.그리고 일부러 예수진한테는 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예수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
송문수는 하지수가 일어나서 송승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송승우는 입가에 미소를 띠며 생각했다.‘그래, 지수 씨도 아직 날 신경 쓰고 있다니까. 숨기려 해도 어떻게 숨기겠어? 이런 상태에서야 비로소 진심이 드러나는 거지.’송문수는 멀어져 가는 하지수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옷자락에 손이 닿았을 때 살짝 멈칫했다. 하지수를 강제로 붙잡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사실 그는 항상 하지수의 선택을 존중해 왔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이다.하지수는 송승우 앞으로 걸어갔고 송승우가 먼저 손을 뻗더니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그러나 그가 손을 뻗자 하지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승우 씨?”그녀는 그제야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다.조금 전까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이제와사 분명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언제 잠에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저 너무 피곤해서 머리가 흐릿할 뿐이었다.“너무 늦었어요. 제가 데려다줄게요.”송승우가 그녀를 끌고 나가려고 하자 하지수는 급히 그의 손을 쳐내며 말했다.그러자 송승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아까는 잠에서 덜 깨서 그랬어요. 전 문수 씨랑 같이 갈 거예요.”“뭐라고요?”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언제까지 연기할 거예요?”“네?”하지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저를 놀리는 게 재밌으세요?”송승우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저... 저는 그런 게 아니라...”하지수는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그러자 송승우가 입을 열었다.“알겠어요. 제가 잘못한 걸로 하죠.”그가 갑작스레 사과를 하자 하지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그녀는 송승우가 왜 갑자기 사과를 한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왜 사과를 하는 거야?’“미안했어요. 어쩔 수 없이 떠난 거라고는 하지만 우리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잖아요. 결혼식장에 지수 씨 혼자 남겨두고 간 건 제 잘못이에요. 미안해요.”하지수는 그제야 무슨 말인지 이해했
하지수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심장은 여전히 빨리 뛰고 있었다.그녀는 전혀 말을 듣지 않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만약 누군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이 어색한 상황이 얼마나 계속될지 알 수 없었다.‘문수 씨도 부끄러워하는 건가?’하지수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려 애썼다.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올까 봐 걱정이었다.하지수는 소파에 앉아 몰래 송문수를 쳐다보았다.그는 그저 고위직 직원의 얘기를 듣고만 있을 뿐, 전혀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쉬었다.‘단지 어색해서 그런 건가?’송문수는 언제나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해명하려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체면을 세우려고 그러는 건가?’하지수는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크레지를 맞이하기 위해 모든 관련 부서가 계속해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송문수와 하지수 역시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논의하며 최대한의 성의를 보이기 위해 애썼다.새벽 2시가 되었지만 송문수는 아직 퇴근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방금까지도 각 부서와 회의를 하면서 협력 계획과 판매 계획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했다.회의가 끝난 후에도 송문수는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는 계속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송문수는 그제야 그의 확인이 필요한 문서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서류든 제대로 보지 않고 사인을 해버렸었다. 하지만 이젠 점점 더 신중해졌고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나서야 사인을 했다.그 덕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고 오늘 하루 동안의 모든 서류를 처리하고 나서야 송문수는 퇴근을 하려고 하지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그녀는 이미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었다.하지수는 잠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송문수의 기억 속에 하지수는 늘 자신보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었고 절대 늦잠을 자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소파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많이 피곤한 걸까?’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들은 지난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야
송문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크게 티가 나지는 않았지만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아졌다는 건 알 수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더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 송문수가 점점 더 발전하는 걸 보면서 하지수도 그를 더 지지해 주고 싶었고 송문수로 하여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하지수는 옆에 있는 소파로 가서 노트북을 들고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습관처럼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들어갔다.그녀는 비록 알림을 꺼 놓았지만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메시지가 있으면 항상 첫 번째로 확인하곤 했다.그런데 그때, 그룹 채팅에 있는 메시지를 본 하지수는 깜짝 놀랐다.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 상황을 믿기 어려워할 것이었다.송문수가 회사의 공식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보낸 것이었다.하지수는 고개를 들어 송문수를 바라보았다.그는 진지하게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채팅방에는 여전히 ‘하지수’라는 이름이 올라오고 있었다.“문수 씨, 컴퓨터 바이러스에 걸린 거 아니야?”하지수가 물었다.“어?”송문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하지수는 송문수 앞에 서서 그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화면에는 타자를 해놓고 아직 보내지 않은 ‘하지수’도 있었다.송문수도 그제야 자신이 채팅방에 ‘하지수’라는 이름을 여러 번 입력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 자신도 놀란 듯했다. 그는 자신이 타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다.하지만 방금 그의 머릿속이 온통 하지수로 가득 찬 건 사실이었다.그때, 채팅방에서 누군가 메시지를 보냈다.[회장님 지금 하 매니저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그걸 실수로 단체 채팅방에 보낸 거고?]메시지는 보내지자마자 삭제되었고 밖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나도 잘못 보냈네!”그룹 채팅에 두 개의 삭제 기록이 나타났다.송문수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그제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는 ‘하지수’라는 메시지들을 삭제하려 했지만 이미 메시지를 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