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소이연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그 영감탱이, 너무 사악해.소이연이 어디 팔려 가도 아무도 모를 거야!생각할수록 무서웠다.급히 차를 타고 육씨 저택에 가서 소이연을 구해야 한다.“잠시만.” 계지원이 예수진의 팔을 잡았다.예수진이 화들짝 놀라며 계지원을 밀쳐냈다.계지원이 그녀에게 닿자마자 밀쳐냈다.두 사람은 조금 민망해졌다.잠시 후. 계지원은 침착하게 말했다. “너 소이연 만나면 할아버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던 아무것도 믿지 말라고 전해줘. 어떤 결정도대답도 하지 말고 현경이가 설명할 때까지 기다리라고.”“무슨 뜻이야? 우리 오빠가 뭐 숨기는 거라도 있어?” 예수진이 예민하게 물었다.그녀는 똑똑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똑똑한 머리를 써야 할 때 못 쓰는 것뿐이었다.예를 들면 공부라던가.“어쨌든, 며칠만 네가 소이연 옆에 있어 줘. 이런 일은 누구한테나 다 힘든 법이니까. 잘 위로해 줘. 촬영 좀 남은 건 내가 다 마지막 순서로 미뤄줄게. 일단 촬영은 나중에 생각하자. ”계지원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예수진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어쨌든 계지원이 말하고 싶지 않는 것은 절대로 말하는 법이 없었다.그녀가 묻는다고 해도 헛수고일 것이다.그럴 시간에 빨리 가서 소이연을 구하는 게 더 낫다.예수진은 기사에게 달달 볶으며 육씨 가문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쏜살같이 저택으로 달려가 할아버지의 서재로 쳐들어 갔다.무슨 일이 생기면 할아버지는 항상 그 서재로 불렀다.방문이 벌컥 열렸다.소이연이 힘없이 서재에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커서도 예의를 갖출 줄 모르는 것이냐!” 할아버지가 예수진을 보며 꾸짖었다.하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웃어른이 아랫사람의 예의 없는 행동을 꾸짖는 것이었다.“할아버지, 나이도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어린 아가씨를 괴롭힌다는 게 밖으로 새어 나가기라도 하면 쪽팔리잖아요.” 예수진이 불쾌한 듯 말했다.이때 그녀는 이미 소이연의 곁으로 가 소이연을 감쌌다.소이연이
예수진은 할아버지와 말다툼하지 않았다.육씨 가문에 들어온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그녀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이연을 데리고 나와 육 씨 저택을 떠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소이연과 함께 돌아갔다.돌아가는 길,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적만이 흘렀다.예수진은 사실 그렇게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던 것이다.그래서 소이연의 무표정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뒤, 소이연은 평소처럼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는 어떤 고통이나 충격도 받은 것 같지 않았고, 심지어는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지도 않았다.예수진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소이연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언니,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요. 그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거예요. 저도 참고 참으면서 마음속에 묻어 두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더 힘들었어요.”소이연은 예수진을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걱정하는 눈빛이었다.갑자기 웃음이 나왔다.울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울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뿐이었다.울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시간이 많이 흘렀고, 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웬만한 일에도 울지 않았다.늘 그렇듯,오늘도 그러했다.“웃지 마세요, 그럼,제가 더 걱정돼요.” 예수진이 당황했다.분명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수진씨, 저 정말 괜찮아요.” 소이연이 차분하게 말했다.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녀의 눈빛은 차분했고 그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을까?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무시까지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소이연의 멘탈이 이렇게 단단해진 것일까.그녀가 계지원에게 몇 년간
“네?” 소이연이 의아해했다.“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믿지 말라고 했어요. 할아버지의 요구에 응하지도 말고, 오빠가 해명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예수진이 말을 전했다.소이연은 곰곰이 생각했다.계지원은 모두 알고 있었다.괜히 몇 년간 그녀를 신경 쓴 게 아니었다.그녀는 그것이 그저 흔한 동정심이라고 생각했다. “언니, 오빠는 절대 심아윤 좋아하지 않아요.” 예수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육현경을 위한 변명을늘어놓았다. “오늘 발표한 약혼도 분명 꼰대들이 벌인 짓일 거예요. 저랑 오빠는 그전까지 알지도 못했어요. 오빠도 알았으면 절대 언니를 그곳에 데려가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왜 굳이 스스로 일을 크게 벌이겠어요?! 언니도 오빠를 믿어주세요.”“수진 씨, 할아버님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육현경과 심아윤의 약혼 발표를 하셨어요. 육현경 이 정말 심아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과연 달라질까요?”예수진은 소이연의 말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오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바꿀 수 없는 결과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을 필요 없어요.” 소이연이 조언했다.예수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누가 누구에게 조언하고 있는 거지?“아뇨, 언니, 제 말은 그래도 언니가 오빠를 믿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저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단독적으로 행동하시는 게 오빠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오빠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아마 오빠도 심아윤과의 약혼을 피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예수진은 육현경을 보며 빌다시피 말했다. “오빠한테 실망한 거 아니죠?”소이연은 예수진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심씨 가문은 수도에서 제1 가문으로, 전국에서는 최소 5위안에 드는 명문 가문이다. 이렇게 유명하고 명망 있는 가문이 약혼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쉽게 파기할 수 있겠나? 발표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실망 안 했어요.” 소이연이 말했
예수진은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소이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출근하셨어요?”“네. 아침에 방송국 협업 관련 회의가 있어서요.” 소이연이 답장했다. “제가 괜히 귀찮게 했네요. 아침 맛있었어요, 사랑해요.”“저도 사랑해요.”예수진은 대화창에서 나가 뉴스 기사를 클릭했다.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그녀의 오빠와 심아윤의 약혼 소식이었다.언론은 벌써 현장 사진까지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었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댓글창은 폭발했다.[선남선녀 조합, 천생연분이다! 육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라니, 진짜 완벽한 조합이다!][육 씨 도련님이랑 심 씨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연인이었다고 들었어. 설마 육민의 친모가 심아윤인건 아니겠지?][자세히 봐, 육민이랑 심아윤 약간 닮았어]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구나][궁금해서 그러는데, 심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가문인 거야?]그 아래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심태섭에 대해 조사해 봐, 심씨 가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야][간단히 설명하자면, 국가로부터 일급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은 극소수인데, 심태섭 할아버지가 그중 한 명이야][심씨 가문의 절반은 정계에, 절반은 재계에 종사하고 있어. 중요한 건 모두 정계와 재계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배 아프지 않냐?]예수진은 점점 화가 났다.도저히 계속 읽을 수 없었다.그녀는 심씨 가문이 가문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오빠를 뺏어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 예수진은 소속사에 전화 걸어 촬영 일정을 조율하여 스케줄을 앞당겼다. 소이연도 출근했는데, 그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혹시 오늘 기사를 보고 소이연이 상처…받지는 않을까?소이연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녀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그러나 육민이 심아윤의 아이 같다는 댓글을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원래 기사라는 게 다 그렇지 않겠나?관심을 끌고, 사람들
“소이연, 우쭐거리지 마!” 문서인이 이를 악물었다.육 씨 그룹의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은 이미 상류층 사이에서 농담거리가 되었다. 지난번 예능에서 문서아가 소이연을 모함한 사실이 들통나 문 씨 그룹의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장안의 어떤 기업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이전 소이연이 얘기한 스폰서는 심지어 투자 계획 철회까지 언급했다.이러다간 문 씨 그룹은 몇 년 전처럼 파산 직전 단계로 돌아갈 것이다. “집안, 인품, 외모 모든 면에서 심아윤이 너보다 백배 나아. 게다가 육현경과 서로 좋은 감정도 있고. 무엇보다, 육현경의 아들 친엄마가 심아윤이잖아. 너는 네가 심아윤과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문서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심아윤과 견줄 필요가 없어. 난 그냥 육현경이 나를 위해 너희 가족과 소씨 가문을 적으로 삼을 것인지만 알면 돼.” 소이연이 무심하게 말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말에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육현경이 정말 소이연과 결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육현경 의 마음이 소이연을 향한다면 그는 손쉽게 가족들을 곤경에 빠트릴 것이다.“문서인,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후, 소이연은 곧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소이연!” 문서인이 흥분한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이연이 잠시 멈칫했다.“그때, 너가 lovely라는 걸 왜 나한테 숨겼지?” 문서인이 물었다.질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다.한편으로 그는 이렇게까지 소이연에게 속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또 한편으로는…그가 만약 소이연이 lovely였다는 걸 일찍 알았더라면, 그는 소이연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그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소이연에게 이렇게까지 밉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나은은 그 당시 국제 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는 그때 소나은을 다시보게 되었다. 문 씨 그룹은 의류 제작 회사였고, 유명한 디자이너가 필요
베드신 세팅이 끝나고, 계지원의 지시를 기다리며 촬영 대기 중이었다.계지원이 촬영을 미루고 있던 이유는 문서아가 촬영장에 방문했기 때문이다.고급 디저트를 많이 사 와 제작진에게 돌렸고,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고, 계지원도 그 사이에 있었다. 문서아는 계속 그에게 팔짱을 끼며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 평소 문서아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계지원의 앞에서는 어린 양처럼 온순했다.간식을 먹은 후, 스태프들은 서둘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촬영을 준비했다.문서아는 예수진을 보고 약간 놀랐다. “수진 씨, 언제 왔어요? 분명 아까까진 안 보였는데? 간식 사 왔는데 좀 드실래요?”겉보기에는 꽤나 친절해 보였다. 예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서아는 다시 아쉬워하며 말했다. “아 맞다, 방금 다 먹었는데 깜빡했네요. 다음에 다시 사드릴게요.”예수진이 싸늘하게 웃으며 문서아의 옆으로 지나갔다.한편 계지원은 스크린 앞에 앉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예수진은 곧장 계지원의 옆으로 걸어갔다.계지원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촬영 사인을 주었다.스크린으로 예수진은 그녀의 대역을 보았다. 화면 속으로 그녀의 매끈한 등만이 보였다. 매우 날씬하고 하얬지만 여신이라고 칭할 정도는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소이연의 등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모습과 비교하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계지원의 눈빛이 확실히…달라졌다.예수진은 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한참 뒤, 베드신 촬영이 끝났다.예수진이 얼굴 클로즈업 촬영에 들어갔다.지나가며 대역과 마주쳤다. 예수진은 대역을 보고 흠칫 놀랐다. 대역이 그녀를 보고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예수진 님, 안녕하세요.”이 사람.그녀와 싱크로율 60~70%는 되어 보였다.몸매만 봤을 때는 계지원도 비웃었지만, 얼굴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얼굴 클로즈업 씬은 물론이거니와, 가짜를 진짜라고 하고 다녀도 믿을 것 같았다.“수고하셨어요.” 예수진은 여전히 침착했다
예수진은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외 할아버지는 왜 자꾸 오빠한테 그러시는 거래요? 오빠는 이 결혼을 동의한 적 없어요!”“오늘 너한테 경고하려고 전화한 거야. 너,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끼어들지 마! 네가 소이연인지 뭐인지 하는 애랑 친한 건 알겠어. 엄마는 그 여자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끼어들 자격이 없는 일에 억지로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엄마…”“오늘 너의 외할아버지께서 너더러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하셨어.”육은숙은 예수진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왜요?”외할아버지는 요 근래 시끌벅적한 걸 딱 질색해하셨는데.꼭 나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업무상의 술자리도 안 가시고 가족모임은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였는데? 너무 적어서 기억도 안날 정도야.심지어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이 아니면 모임에도 참가하시지 않았어.오늘은 아무 명절도 아닌데 갑자기 날 부르신다고?“심아윤의 할아버지가 집에 와서 식사하면서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대해 말씀 나누기로 했어.”“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오라면 그냥 와! 뭔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육은숙은 날카롭게 받아쳤다.예수진은 그녀의 기세에 눌렸다.“네…”예수진은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엄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내 연예계 생활도 끝이야!“아, 참. 오빠도 오는 거죠?”예수진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물었다.“그럼 주인공이 안 오겠니?”그녀는 전화를 하면서도 자기를 마치 바보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아니, 그러니까 제 뜻은… 어젯밤부터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외할아버지가 오빠를 감금시킨 거 아니에요? 외할아버지께서 오빠가 사고 칠까 봐…”“걱정 마. 네 외할아버지는 다 생각이 있으신 거야.”육은숙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예수진은 더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제때에 집으로 들어와. 지각하면, 몽둥이로 네 다리를 다 끊어버릴
예수진은 멈칫했다.‘나는 계지원과 문서아 사이를 의심하지는 않아. 문서아 말은 다 맞거든.’그날 문서아가 소이연을 해치려는 것이 까발려지면서 부정적인 기사가 빗발쳤지만, 계지원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개의치 않고 그녀를 데려갔지. 그러니 두 사람이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건 이미 알아차렸지만… 이렇게 빨리 부모님한테 문서아를 소개시켜 준다고? 계지원은 외할아버지의 친 아들은 아니지만, 늘 외할아버지 곁에 있었고 외할아버지는 그한테 엄청 엄격했어. 그리고 문서아는 이미 부정적인 타이틀을 달았고 단기간 내에 연예계에서 큰 발전도 없을 텐데... 문 씨 그룹은 안 좋은 기사가 나서 육씨 그룹 창립 60주년 자리에 초대받지도 못했어. 계지원은 문서아를 외할아버지한테 소개해 주었다가 쫓겨날까 봐 겁나지도 않나?’예수진은 생각이 많아졌다.문서아는 예수진이 질투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줄 알았다.문서아는 계지원이 함께 육씨 저택에 저녁 먹으러 가자는 말에 무척 놀랐다.계지원이 그녀한테 하는 행동을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상상 밖으로 계지원은 그녀한테 육씨 저택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계지원은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자진해서 그녀를 도와주었다.그는 그에 관한 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녀를 이용해 위기를 넘긴 것에 대한 보답으로 도아준 것이라고 그날 밤에 명확히 말했었다.문서아가 아무리 연약한척 하면서 그더러 저녁에 함께 있어달라고 했어도 그는 그녀를 문씨 별장으로 데려다준 뒤 곧바로 떠났다.그가 그녀와 연인 관계임을 공개할 때 사진을 찍기 위한 몇 초간의 스킨십 뒤로 오랫 동안 그녀는 그를 만져보지도 못했다.아니,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갑자기 전화 와서는 그녀더러 함께 육씨 저택으로 가자고 했다.솔직히 말하면 부모님 앞에서 말을 맞추자는 뜻이었지만, 그녀는 날듯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여자친구 신분으로서 직접 간식을 가지고 촬영장에 왔던 것이다.그리고 일부러 예수진한테는 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예수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