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11화

Author: 나설희
예수진은 할아버지와 말다툼하지 않았다.

육씨 가문에 들어온 지도 이미 몇 년이 지났다. 그녀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말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소이연을 데리고 나와 육 씨 저택을 떠났다. 자신의 차를 타고 소이연과 함께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적만이 흘렀다.

예수진은 사실 그렇게 눈치가 빠른 편이 아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그렇게 상처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소이연의 무표정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했다. 괴로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괜찮은 것인지… 무서울 정도로 평온해 보였다.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뒤, 소이연은 평소처럼 샤워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어떤 고통이나 충격도 받은 것 같지 않았고, 심지어는 할아버지를 만난 것 같지도 않았다.

예수진은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소이연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언니, 울고 싶으면 그냥 울어요. 그러면 기분이 훨씬 나아질 거예요. 저도 참고 참으면서 마음속에 묻어 두려고 했는데, 그럴수록 더 힘들었어요.”

소이연은 예수진을 쳐다보았다. 누가 봐도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울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울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뿐이었다.

울어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우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웬만한 일에도 울지 않았다.

늘 그렇듯,

오늘도 그러했다.

“웃지 마세요, 그럼,제가 더 걱정돼요.” 예수진이 당황했다.

분명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수진씨, 저 정말 괜찮아요.” 소이연이 차분하게 말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차분했고 그 무엇도 숨기지 않았다.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있을까?

사랑받지는 못하더라도, 이런 무시까지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길래 소이연의 멘탈이 이렇게 단단해진 것일까.

그녀가 계지원에게 몇 년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2화

    “네?” 소이연이 의아해했다.“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믿지 말라고 했어요. 할아버지의 요구에 응하지도 말고, 오빠가 해명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예수진이 말을 전했다.소이연은 곰곰이 생각했다.계지원은 모두 알고 있었다.괜히 몇 년간 그녀를 신경 쓴 게 아니었다.그녀는 그것이 그저 흔한 동정심이라고 생각했다. “언니, 오빠는 절대 심아윤 좋아하지 않아요.” 예수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육현경을 위한 변명을늘어놓았다. “오늘 발표한 약혼도 분명 꼰대들이 벌인 짓일 거예요. 저랑 오빠는 그전까지 알지도 못했어요. 오빠도 알았으면 절대 언니를 그곳에 데려가지 않았을 거예요.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왜 굳이 스스로 일을 크게 벌이겠어요?! 언니도 오빠를 믿어주세요.”“수진 씨, 할아버님께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육현경과 심아윤의 약혼 발표를 하셨어요. 육현경 이 정말 심아윤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과연 달라질까요?”예수진은 소이연의 말 한마디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이렇게까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오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바꿀 수 없는 결과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을 필요 없어요.” 소이연이 조언했다.예수진은 어안이 벙벙했다.지금 누가 누구에게 조언하고 있는 거지?“아뇨, 언니, 제 말은 그래도 언니가 오빠를 믿어줘야 한다는 거예요. 저도 할아버지가 이렇게 단독적으로 행동하시는 게 오빠를 궁지에 몰아넣은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오빠도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 아마 오빠도 심아윤과의 약혼을 피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예수진은 육현경을 보며 빌다시피 말했다. “오빠한테 실망한 거 아니죠?”소이연은 예수진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심씨 가문은 수도에서 제1 가문으로, 전국에서는 최소 5위안에 드는 명문 가문이다. 이렇게 유명하고 명망 있는 가문이 약혼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쉽게 파기할 수 있겠나? 발표한 이상 돌이킬 수 없다.“실망 안 했어요.” 소이연이 말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3화

    예수진은 식탁 앞에 앉아 아침을 먹었다.소이연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출근하셨어요?”“네. 아침에 방송국 협업 관련 회의가 있어서요.” 소이연이 답장했다. “제가 괜히 귀찮게 했네요. 아침 맛있었어요, 사랑해요.”“저도 사랑해요.”예수진은 대화창에서 나가 뉴스 기사를 클릭했다.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의 헤드라인은 그녀의 오빠와 심아윤의 약혼 소식이었다.언론은 벌써 현장 사진까지 공개했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었고,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고 있었다.댓글창은 폭발했다.[선남선녀 조합, 천생연분이다! 육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라니, 진짜 완벽한 조합이다!][육 씨 도련님이랑 심 씨 아가씨가 어릴 적부터 연인이었다고 들었어. 설마 육민의 친모가 심아윤인건 아니겠지?][자세히 봐, 육민이랑 심아윤 약간 닮았어] [역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구나][궁금해서 그러는데, 심씨 가문은 도대체 어떤 가문인 거야?]그 아래로 많은 댓글이 달렸다.[심태섭에 대해 조사해 봐, 심씨 가문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거야][간단히 설명하자면, 국가로부터 일급 무공훈장을 수여받은 사람은 극소수인데, 심태섭 할아버지가 그중 한 명이야][심씨 가문의 절반은 정계에, 절반은 재계에 종사하고 있어. 중요한 건 모두 정계와 재계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라는 거지. 배 아프지 않냐?]예수진은 점점 화가 났다.도저히 계속 읽을 수 없었다.그녀는 심씨 가문이 가문의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오빠를 뺏어갔다는 걸 알고 있었다!아침 식사 후, 예수진은 소속사에 전화 걸어 촬영 일정을 조율하여 스케줄을 앞당겼다. 소이연도 출근했는데, 그녀라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나!혹시 오늘 기사를 보고 소이연이 상처…받지는 않을까?소이연은 별로 타격을 받지 않았다. 그녀도 어느 정도 예상했다.그러나 육민이 심아윤의 아이 같다는 댓글을 보고는 약간 당황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원래 기사라는 게 다 그렇지 않겠나?관심을 끌고, 사람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4화

    “소이연, 우쭐거리지 마!” 문서인이 이를 악물었다.육 씨 그룹의 초청장을 받지 못한 것은 이미 상류층 사이에서 농담거리가 되었다. 지난번 예능에서 문서아가 소이연을 모함한 사실이 들통나 문 씨 그룹의 명성이 곤두박질쳤다. 장안의 어떤 기업도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이전 소이연이 얘기한 스폰서는 심지어 투자 계획 철회까지 언급했다.이러다간 문 씨 그룹은 몇 년 전처럼 파산 직전 단계로 돌아갈 것이다. “집안, 인품, 외모 모든 면에서 심아윤이 너보다 백배 나아. 게다가 육현경과 서로 좋은 감정도 있고. 무엇보다, 육현경의 아들 친엄마가 심아윤이잖아. 너는 네가 심아윤과 견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문서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심아윤과 견줄 필요가 없어. 난 그냥 육현경이 나를 위해 너희 가족과 소씨 가문을 적으로 삼을 것인지만 알면 돼.” 소이연이 무심하게 말했다.문서인은 소이연의 말에 화가 나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그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육현경이 정말 소이연과 결혼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육현경 의 마음이 소이연을 향한다면 그는 손쉽게 가족들을 곤경에 빠트릴 것이다.“문서인, 참는 것도 한계가 있어. 화를 자초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후, 소이연은 곧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소이연!” 문서인이 흥분한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소이연이 잠시 멈칫했다.“그때, 너가 lovely라는 걸 왜 나한테 숨겼지?” 문서인이 물었다.질문을 하는 그의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다.한편으로 그는 이렇게까지 소이연에게 속고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또 한편으로는…그가 만약 소이연이 lovely였다는 걸 일찍 알았더라면, 그는 소이연과 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만약 그가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소이연에게 이렇게까지 밉보이지 않았을 것이다!인정할 수밖에 없다. 소나은은 그 당시 국제 대회에서 5위를 차지했다. 그는 그때 소나은을 다시보게 되었다. 문 씨 그룹은 의류 제작 회사였고, 유명한 디자이너가 필요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5화

    베드신 세팅이 끝나고, 계지원의 지시를 기다리며 촬영 대기 중이었다.계지원이 촬영을 미루고 있던 이유는 문서아가 촬영장에 방문했기 때문이다.고급 디저트를 많이 사 와 제작진에게 돌렸고,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갔고, 계지원도 그 사이에 있었다. 문서아는 계속 그에게 팔짱을 끼며 껌딱지처럼 붙어있었다. 평소 문서아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계지원의 앞에서는 어린 양처럼 온순했다.간식을 먹은 후, 스태프들은 서둘러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촬영을 준비했다.문서아는 예수진을 보고 약간 놀랐다. “수진 씨, 언제 왔어요? 분명 아까까진 안 보였는데? 간식 사 왔는데 좀 드실래요?”겉보기에는 꽤나 친절해 보였다. 예수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문서아는 다시 아쉬워하며 말했다. “아 맞다, 방금 다 먹었는데 깜빡했네요. 다음에 다시 사드릴게요.”예수진이 싸늘하게 웃으며 문서아의 옆으로 지나갔다.한편 계지원은 스크린 앞에 앉아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예수진은 곧장 계지원의 옆으로 걸어갔다.계지원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촬영 사인을 주었다.스크린으로 예수진은 그녀의 대역을 보았다. 화면 속으로 그녀의 매끈한 등만이 보였다. 매우 날씬하고 하얬지만 여신이라고 칭할 정도는 아니었다. 본인 스스로 평가하기는 어려웠지만 그녀는 소이연의 등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모습과 비교하니 확연히 차이가 났다.계지원의 눈빛이 확실히…달라졌다.예수진은 이를 보고 피식 웃었다.한참 뒤, 베드신 촬영이 끝났다.예수진이 얼굴 클로즈업 촬영에 들어갔다.지나가며 대역과 마주쳤다. 예수진은 대역을 보고 흠칫 놀랐다. 대역이 그녀를 보고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예수진 님, 안녕하세요.”이 사람.그녀와 싱크로율 60~70%는 되어 보였다.몸매만 봤을 때는 계지원도 비웃었지만, 얼굴을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얼굴 클로즈업 씬은 물론이거니와, 가짜를 진짜라고 하고 다녀도 믿을 것 같았다.“수고하셨어요.” 예수진은 여전히 침착했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6화

    예수진은 한시름을 놓았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또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외 할아버지는 왜 자꾸 오빠한테 그러시는 거래요? 오빠는 이 결혼을 동의한 적 없어요!”“오늘 너한테 경고하려고 전화한 거야. 너,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끼어들지 마! 네가 소이연인지 뭐인지 하는 애랑 친한 건 알겠어. 엄마는 그 여자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건 아니야. 하지만 네가 끼어들 자격이 없는 일에 억지로 끼어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엄마…”“오늘 너의 외할아버지께서 너더러 집에 와서 밥 먹으라고 하셨어.”육은숙은 예수진에게 거절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왜요?”외할아버지는 요 근래 시끌벅적한 걸 딱 질색해하셨는데.꼭 나가야 하는 자리가 아니라면, 업무상의 술자리도 안 가시고 가족모임은 일 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였는데? 너무 적어서 기억도 안날 정도야.심지어는 추석이나 설날 같은 큰 명절이 아니면 모임에도 참가하시지 않았어.오늘은 아무 명절도 아닌데 갑자기 날 부르신다고?“심아윤의 할아버지가 집에 와서 식사하면서 네 오빠와 심아윤의 혼약에 대해 말씀 나누기로 했어.”“그런데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인데요?”“오라면 그냥 와! 뭔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육은숙은 날카롭게 받아쳤다.예수진은 그녀의 기세에 눌렸다.“네…”예수진은 감히 거절할 수 없었다.엄마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내 연예계 생활도 끝이야!“아, 참. 오빠도 오는 거죠?”예수진은 갑자기 생각났는지 물었다.“그럼 주인공이 안 오겠니?”그녀는 전화를 하면서도 자기를 마치 바보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아니, 그러니까 제 뜻은… 어젯밤부터 오빠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외할아버지가 오빠를 감금시킨 거 아니에요? 외할아버지께서 오빠가 사고 칠까 봐…”“걱정 마. 네 외할아버지는 다 생각이 있으신 거야.”육은숙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예수진은 더 뭐라고 말하고 싶었다.“제때에 집으로 들어와. 지각하면, 몽둥이로 네 다리를 다 끊어버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7화

    예수진은 멈칫했다.‘나는 계지원과 문서아 사이를 의심하지는 않아. 문서아 말은 다 맞거든.’그날 문서아가 소이연을 해치려는 것이 까발려지면서 부정적인 기사가 빗발쳤지만, 계지원은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개의치 않고 그녀를 데려갔지. 그러니 두 사람이 보통 사이는 아니라는 건 이미 알아차렸지만… 이렇게 빨리 부모님한테 문서아를 소개시켜 준다고? 계지원은 외할아버지의 친 아들은 아니지만, 늘 외할아버지 곁에 있었고 외할아버지는 그한테 엄청 엄격했어. 그리고 문서아는 이미 부정적인 타이틀을 달았고 단기간 내에 연예계에서 큰 발전도 없을 텐데... 문 씨 그룹은 안 좋은 기사가 나서 육씨 그룹 창립 60주년 자리에 초대받지도 못했어. 계지원은 문서아를 외할아버지한테 소개해 주었다가 쫓겨날까 봐 겁나지도 않나?’예수진은 생각이 많아졌다.문서아는 예수진이 질투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줄 알았다.문서아는 계지원이 함께 육씨 저택에 저녁 먹으러 가자는 말에 무척 놀랐다.계지원이 그녀한테 하는 행동을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상상 밖으로 계지원은 그녀한테 육씨 저택으로 같이 가자고 했다.계지원은 그녀가 곤경에 처해있을 때 자진해서 그녀를 도와주었다.그는 그에 관한 스캔들이 터졌을 때 그녀를 이용해 위기를 넘긴 것에 대한 보답으로 도아준 것이라고 그날 밤에 명확히 말했었다.문서아가 아무리 연약한척 하면서 그더러 저녁에 함께 있어달라고 했어도 그는 그녀를 문씨 별장으로 데려다준 뒤 곧바로 떠났다.그가 그녀와 연인 관계임을 공개할 때 사진을 찍기 위한 몇 초간의 스킨십 뒤로 오랫 동안 그녀는 그를 만져보지도 못했다.아니, 손도 한 번 잡아보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갑자기 전화 와서는 그녀더러 함께 육씨 저택으로 가자고 했다.솔직히 말하면 부모님 앞에서 말을 맞추자는 뜻이었지만, 그녀는 날듯이 기뻤다.그래서 그녀는 여자친구 신분으로서 직접 간식을 가지고 촬영장에 왔던 것이다.그리고 일부러 예수진한테는 알려주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예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8화

    예수진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승합차에 앉아 있었다.그녀와 달리 매니저는 아주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고 끊임없이 욕해댔다.“이 개 같은 새끼들! 문서아가 그깟 디저트 좀 사줬다고 바로 편드는 것 좀 봐요! 우리 수진 언니가 사준 커피값만 해도 문서아가 사준 디저트의 몇 배인데… 수진 언니, 왜 말렸어요? 감히 우리 뒷담을 까다니. 제가 가서 혼쭐을 내줄 걸 그랬어요! 너무 하잖아요!”“떠들라고 그래. 괜찮아. 달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하는 걸 어쩌겠어.”“하지만 걔네들이 뭣도 모르면서 언니가 계 감독님에 대한 감정을 마음대로 얘기하잖아요…”“사실인데 뭐.”예수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내가 확실히 계지원을 사람 취급하지 않은 건 맞아.’실장은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예수진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나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봐야 하니까 이 길에서 내려서 택시 타고 가. 다인 언니한테 말해 둘 테니까 택시 값 알려주고.”“알겠어요.”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수진 언니는 너무 착해. 어느 스타가 실장을 집까지 데려다줘? 급한 일이 없으면, 수진 언니는 늘 나를 집까지 데려다줬어. 오늘처럼 특별히 다른 일이 있을 때는 택시 값까지 다 지불해 줬지.이렇게 좋은 사람을 뭐? 재수 없고 오만하다고?……육씨 저택.예수진은 약속시간 전에 미리 왔기에 집에 왔을 때는 객실에 외할아버지와 그녀의 부모님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예수진은 오늘 저녁의 상황에 대해서 여러 번 물으려 했으나 그녀의 어머니가 눈빛으로 경고하는 바람에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이렇게 계속 앉아있기만 하는 건 지루하고도 어색했다.예수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입을 열었다.“제가 대문 앞에서 오빠를 마중할까요? 그러면 더 성대해 보이잖아요, 이 모임이.”육은숙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육청수가 동의했다.“가보거라.”예수진은 기쁜 마음으로 객실을 나섰다.사실 그녀는 외할아버지의 눈을 피해 휴대폰을 보기 위해서였다.육씨 가문의 가훈 중 하나는 웃어른 앞에서 혼자 휴대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219화

    예수진은 뺨이 얼얼한 것을 느꼈다.문서아가 오늘 나를 보면 놀라거나 받아들일 수 없을 것까지는 예상했다.‘그 년은 우월감에 취해서 사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잘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깐.’ 그런데 문서아가 자기 뺨을 때릴 줄은 상상도 못했다.예수진은 뺨을 맞고 몇 초 동안 그 자리에 얼어 있었다.그녀뿐만 아니라 대문 앞에서 보초를 서던 보안 요원들도 깜짝 놀라 미처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예수진 씨, 더 파렴치하게 굴지 그래요? 여기까지 오다니, 정말 무서운 사람이네요! 내가 계지원 씨 부모님을 만나는 걸 막으려고 이 정도까지 할 줄이야… 오후에 내가 경고했던 말들,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문서아는 이를 부득부득 갈며 화를 냈다. 예수진은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들었는지 빨갛게 부어오른 볼을 매만졌다.‘나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솔직히 손해 본 일은 거의 없었어. 계지원은 예외이고 그한테는 나도 방법이 없지만 다른 사람이 감히..’예수진은 인상을 찌푸렸다.그러고는 손을 들어 문서아의 뺨을 때리려고 막 손을 든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목을 거칠게 잡았다.예수진은 갑자기 나타난 계지원을 쳐다보았다.문서아도 자연스럽게 그를 바라보더니 곧바로 계지원의 뒤로 숨었고 두려움에 떠는 표정을 지었다.“지원 씨, 예수진 씨가 절 때리려고 해요…”“이거 놔요!”예수진은 차가운 눈길로 계지원을 쳐다보았는데 무서울 만큼 정색했다.예수진이 얼마나 화났는지 눈에 훤히 보일 정도였다.“여기 육씨 저택이야. 일을 크게 만들지 마.”계지원은 그녀한테 말했다.“그래서 내가 내 집에서 당신들한테 괴롭힘당하고 있는 거네요?”예수진은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계지원은 입술을 깨물었다.“그쪽 집이라고요? 이봐요, 예수진 씨. 그쪽이 지원 씨를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우리는 사귀는 사이라고요. 혼담까지 오가는 사이인데 자꾸 지원 씨한테 들러붙지 말아요. 일을 크게 만들면, 우리한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예수진 씨가 연예계에서 겨우 따낸 성과도

Latest chapter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4화

    그리고는 간호사 하나가 걸어 나오며 말했다.“소이연 씨 보호자 계세요?”“네!”“아기 나왔습니다. 3.15킬로...”“산모는요?”간호사의 말에 우렁차게 대답한 육현경은 아이는 신경도 안 쓰고 소이연의 상태부터 물었다.“산모분은 아주 건강하십니다. 지금 선생님께서 상처 처리하고 계시니까 곧 나오실 겁니다.”“아빠 맞으시죠? 아이 한 번 안아보실래요?”그제야 안도한 육현경이 아이를 안아 들자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오며 한마디씩 하기 시작했다.“어머, 어쩜 이렇게 하얗지? 내가 본 아기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아.”“지금 네 아들은 못생겼다는 소리야?”“솔직히 말하면 좀 못생기긴 했어.”하도경의 시비에 예수진이 너무 솔직히 답하자 계지원이 그게 사실인 걸 알면서도 자기 아들 외모를 저렇게 평가하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는지 헛기침을 해댔다.“나도 안아볼래.”예수진의 말에 육현경은 바로 아이를 넘겨주었다.“우리 공주님, 너무 귀엽다. 왜 하필 혈연관계인 거야!”피가 섞인 남매라서 자기 아들과 맺어줄 수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예수진에 하지수도 궁금해서 다가가 보았다.“나도 봐봐.”가까이에서 보니 정말 떡잎부터 남다른 예쁜 아이였다.장차 아주 예쁘게 클 것 같아서 하지수는 아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딸이야?”“딱 보면 딸이지, 이 얼굴이 남자일 리는 없잖아.”간호사가 대답하려던 그때 분만실 분이 또 한 번 열리고 소이연이 휠체어를 타고 나오자 육현경은 다급히 달려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고생했어.”“이제 돌아가서 쉬자. 우리 이제 아이는 그만 가지자.”소이연이 고생하는 게 마음 아팠던 육현경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간호사에게서 휠체어를 받아 병실로 향했다.친구들도 그런 육현경을 따라 병실로 향하고 있었는데 성큼성큼 걷던 하지수가 휑한 옆자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송문수가 아직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왜 움직이지 않는지 의아해진 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자 송문수가 그녀와 시선을 맞추며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3화

    “뭐라고요?!”놀란 예수진이 언성을 높이자 육현경도 표정을 굳히고 소이연을 바라보았다.늘 소리소문없이 일을 처리하던 육현경은 이번에도 다들 벙쪄있는 틈을 타 소이연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예수진도 그 뒤를 따라 나가려 하자 계지원이 그녀를 잡아 세웠다.“수진아, 오늘 이 자리 우리가 만든 거야.”“그래도 갈 거야. 당신은 엄마랑 현경 오빠 어머님한테 손님들 좀 부탁한다고 전해줘. 난 언니한테 가봐야겠어.”예수진을 말릴 수 없다고 생각한 계지원도 잠시 고민하다가 그녀의 뒤를 따라 나가자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감을 눈치챈 송문수와 하지수도 아쉬운 듯 서로에게서 떨어졌다.“키스 다 했으면 빨리 병원 가. 이연 씨 출산한대.”출산이라는 말에 하지수도 다급히 뒤 따르려 하자 송문수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천천히 가. 그래도 안 늦어.”그렇게 몇 분도 안 된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파티장을 빠져나갔다.예수진이 둘째를 위해 연 백일잔치는 사라진 엄마 아빠 때문에 아이 혼자 남겨진 채로 끝이 나버렸다.그들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양수가 터진 소이연이 분만실로 옮겨진 뒤였다.상황이 많이 급박한지 늘 침착함을 유지하던 육현경조차도 많이 초조해 보였다.아까부터 입구에서 서성이는 육현경을 보다 못한 예수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오빠, 가만히 좀 있어 봐. 지금 다들 긴장하고 있는데 오빠 때문에 더 진정할 수가 없잖아.”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육현경이 예수진을 보자 계지원이 다급히 나서며 분위기를 풀었다.“아무 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수진이도 그때 오래 걸렸잖아. 낳으면 된 거지 뭐.”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계지원도 육현경 못지않게 초조해했었다.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뛰어 들어가 예수진 대신 아이를 낳아주고 싶어 했었다.그런데 그때, 분만실에서 소이연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흘러나왔다.주먹을 쥐고 있던 육현경의 손이 점점 하얗게 질려감에 따라 지켜보던 친구들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었다.다들 긴장하고 있는 와중에 송문수가 갑자기 하지수의 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2화

    “임신 때문에 살쪄서 그런 거야. 문수 씨 탓 아니야.”하지수가 당황한 송문수를 달래주자 그는 벙찐 표정으로 물었다.“그럼 어떡하지?”“살 빼고 나서 다시 끼지 뭐.”“그래.”하지수에게 반지를 직접 끼워주는 건 송문수가 꿈에서도 그리던 장면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유로 못하게 되는 그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자신과 결혼만 해준다면 앞으로의 날은 길 것이기에 송문수는 그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그가 일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소리높이 외치기 시작했다.“키스해! 키스해!”갑작스러운 호응에 하지수의 얼굴이 빨개지자 송문수는 그녀가 난처해지지 않게 당분간은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기로 했다.사실 그날 밤, 하지수와의 잠자리는 송문수에게 많은 미련을 남겨주었다.잠을 자다가도 쉴 새 없이 흥분해서 밤에 속옷을 몇 번이나 씻기도 했었다.그렇게 그녀를 원했어도 자리가 자리인 만큼 송문수는 하지수의 손을 잡고 내려가려 했는데 그 순간, 하지수의 입술이 송문수에게 닿아왔다.그녀가 먼저 한 입맞춤은 송문수의 심장을 뒤흔들기 충분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입맞춤을 당한 송문수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는데 그때 하도경의 장난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뽀뽀 한 번에 바보 된 거야?”“...”그 말에 욱한 송문수였지만 여자친구도 없는 친구를 위해 한번은 참아주기로 했다.“신경 쓰지 마. 우리 내려갈...”그런데 그때, 하지수가 또다시 입을 맞춰왔다.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닿았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이 아니라 오래도록 이어지는 키스였다.작은 그녀의 혀가 불규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송문수의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고 그의 심장박동 또한 정직하게 빨라졌다.정말 자신을 죽이려 드는 하지수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송문수는 하지수의 뒤통수를 손으로 잡고 키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임신을 해도 작기만 한 체구의 하지수는 금방 송문수에게 주동권을 뺏겨버렸다.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기라도 하듯 무대 위로 장미꽃잎이 흩날리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1화

    다들 숨을 죽이고 송문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수의 눈엔 눈물이 가득해서 눈을 조금만 깜빡여도 쏟아질 정도였지만 그녀 역시 온 힘을 다해 참아내고 있었다.송문수는 그 정적 속에서 입술을 말아 물며 많은 고민을 거쳐 마침내 입을 열었다.“결혼하자.”그 대답이 들리기까지의 몇 분이 하객들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하지수도 기쁨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고 송문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 번 더 소리높이 외쳤다.“하지수, 결혼하자. 너랑 결혼하는 게 내 평생의 소원이었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네가 지금 충동적으로 결정한 거라 해도 넌 이제 평생 내 여자야. 다시는 너 다른 남자한테 안 보내. 아주 박력 넘치는 남자가 될 거라고.”“난 후회 안 해.”송문수와의 결혼을 하지수가 후회할 리는 없었다.그때 예수진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송문수는 그제야 이 자리의 주인공이 예수진이었다는 걸 깨닫고는 다급히 하지수를 데리고 내려가려 했다.그런데 그때 예수진이 빨간 보석함 하나를 송문수에게 보여주었다.“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알지?”그 안에 들어있는 건 송문수가 하지수를 위해 준비한 프러포즈 반지였다.익숙한 상자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그 사실을 기억해낸 송문수였다.송문수는 하지수에게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들어주기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까지 초빙하며 큰 공을 들였었다.“이제 네가 가져.”예수진이 그것을 송문수에게 건네주자 그는 떨리는 손으로 받아들고는 천천히 보석함을 열어보았다.반짝이는 5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마침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반짝이는 반지를 집어 든 송문수는 하지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자신이 상상해왔던 화면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하지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는데 송문수 역시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목멘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지수야.”송문수의 부름에 하지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전에는 내가 진짜 나쁜 놈이었어. 맹세할게, 앞으로는 진짜 좋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10화

    그런데 하지수가 이런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송문수가 그 먼 타지로 떠나버린 것이다.그래도, 송문수가 정말 자신을 싫어한다 해도, 정말 자신과 헤어지고 싶어 한다 해도 송승우와 함께하지 않겠다는 하지수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물론 자신을 쉽게 포기하는 송문수에 잠깐 실망도 했었다.그러면서 송문수에게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예수진과 소이연이 저 영상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이 송문수가 준비해온 모든 것들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하지수는 영원히 송문수가 오래도록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눈에 눈물을 가득 매단 하지수를 보던 송문수는 가슴이 아파와 손을 뻗으려 했지만 다시 움츠러들었다.지금 송문수는 무슨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몰랐다.혹여나 자신의 선택이 하지수에게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그녀의 모습을 보며 송문수는 괴로워하고 있었다.너무 괴로워서 생긴 착각인지, 송문수는 하지수도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그건 바로 하지수 배 속의 아이였다.물론 송승우의 아이라 해도 송문수는 상관없었지만 하지수도 개의치 않을 수 있을까가 그의 의문이었다.“나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네가 나한테 잘해줘서가 아니고, 네가 오래전부터 날 좋아해서도 아니고, 날 위해 많은 걸 준비해줘서도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그래서 결혼하고 싶어. 다른 거랑은 아무 상관없어.”하지수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송문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네가 좋아하는 건 송승우잖아.”“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난 송승우 안 좋아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끝난 사이였어. 말했잖아, 그때 좋아한다고 느꼈던 감정은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고.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냥 네가 좋아!”매번 좋아한다고 할 때마다 믿질 못하는 송문수 때문에 하지수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물론 송문수가 자신을 믿지 못해서 화가 난 게 아니라 송문수가 본인한테 자신감이 너무 없는 것 같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9화

    파티장 안의 모든 불빛은 송문수와 하지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무대 중앙에 선 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고 있었고 송문수도 사람들 틈에서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지금 하지수는 송문수가 그냥 가버릴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웠다.하지수는 자신이 이런 용기를 내는 것도 마지막일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조용한 그 공간에서 송문수가 갑자기 무대로 향해 걸어갔다.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이었지만 그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확실했다.그래서 하지수의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더 이상 컨트롤이 되지 않을 정도로.모두들 숨죽인 채 송문수와 하지수를 보고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을 졸이는 건 예수진과 소이연이었다.겁이 많은 송문수가 도망이라도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송문수가 책임감은 있어서 하지수를 혼자 남겨두진 않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송문수가 하지수에게로 다가섰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응시했다.송문수의 눈은 빛나고 있었고 울대는 잔잔히 떨리고 있었다.심경에 크나큰 변화가 일었지만 애써 본인을 진정시키려 하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지수야, 이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그러다 갑자기 내뱉은 말에 하지수는 송문수를 빤히 쳐다보았다.“그때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걸 찍었는지도 모르겠어.”송문수는 이번에도 장난인 척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너도 알잖아 나 이상한 거. 충동적으로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진 마.”말을 마친 송문수가 직원을 찾아가 영상을 지우려 하자 하지수가 입을 열었다.“난 이미 진지하게 받아들였어.”그 말에 발이 잡힌 송문수는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애써 늦추며 말했다.“미안해.”송문수의 갈등과 무력함을 보아낸 하지수의 눈에도 어느새 눈물이 차올랐다.“너 헷갈리게 해서 미안해. 만약 네가 신경 쓰인다면... 앞으로 네 앞에 안 나타날게. 너도 나 같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 그럴 가치 없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8화

    오늘 온 손님들은 하나같이 외향형인지 호응도 아주 잘해줬다.“네! 궁금해요!”“한 여자를 위해선데요.”“누구예요?”“바로 하지수입니다.”영상 속의 자신이 한 자 한 자 내뱉는 말들을 듣던 송문수는 그제야 이게 자신의 프러포즈 영상이었음을 깨달았다.처음에는 이게 어떻게 여기 있는지 당황스러웠지만 항상 일 처리에 미흡한 예수진이 이번에도 실수한 거라 생각해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 영상을 멈추려 했다.그런데 그가 발을 내디디자마자 육현경과 하도경이 그 앞을 막아섰다.그리고 영상은 계속해서 재생되었다.“하지수는 제 아내입니다. 결혼한 지 몇 년이나 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랑해준 적이 없었죠. 사실 저는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할 용기가 없었던 겁니다. 제가 너무 비겁해서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저 자신이 쓸모없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늘 유치한 방법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만 줬어요.”영상 속 송문수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미안해 지수야. 나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괜한 질투로 널 몇 년 간 힘들게 한 걸. 매일 밤 널 안고 자고 싶었는데도 난 자존심 때문에 그런 말 한마디 못했어. 그래서 내 인생이 좀 덜 재밌었던 것 같아. 너라는 복지가 부족했잖아.”감동하며 영상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마지막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참 울지도 웃지도 못하게 하는 고백 영상이었다.“사랑해, 지수야.”뒤이어 마침내 사랑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그때 송문수의 눈은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널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했었어. 그런데 네가 좋아하는 게 내가 아니니까 점점 비참해지더라. 그래서 네가 싫어하는 방법으로 네 시선을 끌려고 했어. 그때만 생각하면 아무리 나라도 너무 멍청한 것 같더라.”“하지만 이젠 아니야.”“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못 돼도 세상에서 너한테 가장 잘해주는 남자는 될 수 있어.”“더 이상 너한테 성질도 안 내고 부려먹지도 않을게. 괜한 질투 때문에 너 상처받게 하지도 않아. 우리 집은 이제 너한테 맡길 거야. 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7화

    파티장에 들어와 보니 계지원과 예수진이 아들딸과 함께 와준 손님들에게 인사를 해주고 있었다.인사를 마친 예수진은 흥분된 목소리로 하지수를 불렀다.“이번에는 제 가장 친한 친구이자 우리 아들의 영원한 이모일 하지수 씨를 모셔보겠습니다.”파티장 한구석에 선 송문수는 무대 위로 올라가는 하지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까는 제대로 볼 엄두가 안 나서 애써 무시하려 했던 그녀의 배가 꽤나 불러온 것 같았다.옷을 입어도 다 가려지지 않는 게 이미 임신 몇 개월은 된 것 같았다.정말 자신은 안중에도 없었는지 이렇게 빨리 임신한 하지수가 송문수는 조금은 원망스러웠다.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하지수는 누군가를 찾는 듯 무대 아래를 훑어보았다.한참이 지나 자신에게로 향하는 그녀의 시선에 다급히 눈을 피하던 송문수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하지수의 시선은 이미 사라져있었다.그에 송문수는 그녀가 찾던 건 아마 송승우일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그런데 끝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송승우 때문에 그저 시선을 거둔 것 같았다.“우선은 수진이 아들 이모가 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스럽고요.”“수진이가 제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딸이면 꼭 사돈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저도 우리 조카 귀여워서 너무 사랑하거든요.”“하지만 사돈은 저 혼자 맺는 게 아니잖아요. 애 아빠 입장도 있고 하니까요.”그러자 예수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또 한 번 들려왔다.“그럼 얼른 애 아빠부터 불러서 오늘 사돈 한번 맺자!”“아이 아빠는...”그녀의 말에 담담히 웃던 하지수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마른 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보던 송문수는 정말 송승우를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가장 사랑하는 여자를 내어줬는데도 책임을 다하지 않고 이런 날에 하지수를 혼자 이곳에 보내고 또 혼자 무대 위에 올리는 게 어떻게 남편이라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수진아, 내가 무대 좀 써도 돼?”“당연하지,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한 거야.”“아, 아니다. 내 미래의 며느리를 위한 거지.”예수진의 한마디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506화

    하지수의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자 송문수가 황급히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당연하지.”“진짜야?”“내가 왜 널 속이겠어?”“그런데 왜 안 데려왔어?”“이번엔 시간이 별로 없어서 괜히 고생만 할까 봐 안 데려왔어.”“나중에 기회 되면 데리고 올 거야.”“예뻐?”“내가 안 예쁜 여자 사귀는 거 봤어? 외국 여자들은 몸매도 좋아. 원래 S라인이 내 취향이잖아.”“사진 있어?”하지만 저 질문에는 송문수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하다가 다시 능청스레 대답했다.“있지.”“내가 봐도 돼?”“왜? 뭐 심사라도 해주게?”“아니, 그냥 궁금해서. 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어떻게 생겼는지.”“보면 너 상처받을까 봐 안 보여줄 거야.”“괜찮아.”송문수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거절하려 했지만 하지수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다음에 직접 데려와서 보여줄게.”“지금 보고 싶어.”“카메라는 잘 안 받아서 실물보다 별로야.”“왜 안 보여주는 거야? 설마 없는 거야?”“설마 내가 너 못 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걱정 마. 난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거든. 절대 너한테 매달리지 않을 거야.”송문수가 확신에 찬 말을 하자 하지수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매달린 적이 있긴 해?”그런 하지수의 모습을 보니 또 가슴이 아파왔지만 송문수는 꾹 참기로 했다.송승우의 아이를 가진 하지수는 이미 자신에게서 너무 멀어져 있으니까.“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하지수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멀어져가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한편 화장실로 들어온 송문수는 물을 틀어놓고 손을 몇 번이니 씻어댔다.더 이상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로 아까부터 한 동작만 반복하고 있었다.“더 씻으면 손 터져.”그 모습을 본 하도경이 직접 물을 꺼주자 송문수는 넋 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하도경이 건넨 휴지를 받아 손을 닦아냈다.“고마워.”“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이냐. 그렇게 좋으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