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자. 지수야. 더 이상 너랑 말다툼하고 싶지 않아.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고 달콤한 말로 너를 달래지도 않을 거야. 나는 오직 내 행동으로 내 감정을 표현할 뿐이야. 네가 내 입장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송승우는 엄중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하지수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송승우가 낯설게 느껴졌다. 그를 맞춰주면 그는 다정하고 자상한 오빠가 된다. 그러나 맞춰주지 않으면 그는 고집스러워 보였다. 자신의 관점을 끝까지 고수하며 다른 사람의 반박은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쟁이처럼 느껴졌다. 혹시 여태까지 그녀가 송승우에 대해 너무 이상적인 시각을 가졌던 걸까? 이제야 그 차이를 깨닫고 나니 실망감만 남았다.송승우는 하지수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였다고 착각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다소 실망한 듯 보였지만 이내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마치 하지수에게 매우 관대하고 대범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다. 도덕적 압박 같기도 하고 일종의 가스라이팅 같기도 했다. 하지수는 갑자기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승우 오빠, 마지막으로 말할게요. 우리 사이에 더 이상 감정 같은 건 없어요. 우리는 이미 끝났어요. 저는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이런 말을 해서 오빠가 달래길 바라는 것도 아니에요. 이제는 정말로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지수야, 너 대체!” 송승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지며 급격히 화를 내며 말했다. 그는 하지수의 단호한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했다.“그리고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오늘 송문수를 그렇게 말하지 말아야 했어요.” 하지수는 평온한 목소리로 담담하게 말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명확해지는 듯했다. 더 이상 송승우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서는 안 된다. 그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자신을 바꿔서는 안 된다.그녀는 그녀 자신의 삶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더 이상 송승우의 감정을 신경 쓰
하지수는 사실 송 어머니가 이미 잠에서 깼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번 말할 때마다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 하지만 송승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도 송 어머니가 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래. 됐다. 하지수는 더 이상 송승우와 예전과 달라진 점을 따지고 싶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그의 숨겨진 모습을 이제야 깨달았을지도 몰랐다. 지금 그녀가 바라는 건 단 하나였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는 것. 송문수와 함께. “난 이만 가볼게. 송문수도 다친 데가 있어서 그 사람 보러 가야 해.” 하지수는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돌아섰다. “하지수. 네가 지금 나한테 화가 나서 일부러 날 자극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네가 오늘 정말로 이 문밖을 나간다면 우리 사이는 끝이야. 난 다시는 널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리고 기억해 둬. 난 두 번, 세 번씩 중고품을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야.” 송승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지수의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가만히 입술을 깨물었다. 그제야 알았다. 송승우의 마음속에서 자신은 이미 중고품 취급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듣고 있었다. 누구라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모욕적인 단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아마 그가 중요하지 않으니 그가 무슨 말을 하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다시 송승우 앞에 섰다. 송승우는 하지수가 그의 경고 앞에서 끝내 떠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역시나 하지수가 그저 허세를 부릴 줄 알았다. 하지수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는 확신했다. 자신과 송문수중에서 하지수가 어리석게 그 열등품을 선택할 리 없다는 것을. 누구나 눈이 있다면 알 것이다. 그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지수야,
송 어머니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그저 송승우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 눈에 송승우는 정말로 모범적인 아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큰 걱정을 끼친 적도 없었고 늘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온 아이였다. 반면 송문수는 어릴 때부터 꾸중을 듣는 일이 잦았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인데 왜 송문수는 송승우처럼 그렇게 뛰어나지 못한 걸까. 하지만 지금 송 어머니는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졌다. 혹시 그동안 자신들이 송승우를 너무 완벽하게 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를 너무 완벽하게 생각했기에 그의 작은 결점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 건 아닐까? 송 어머니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승우야, 지수와의 일은 더 이상 억지로 붙잡으려 하지 말거라.” 송승우의 눈빛은 그 순간 부드러움에서 날카로움으로 변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송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저랑 지수가 어떻게 억지로 엮인 거예요?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지수가 좋아했던 사람은 처음부터 나였어요. 결혼식 날 제가 어쩔 수 없이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지수랑 결혼한 사람은 저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너희는 이미 지나가 버린 사이잖니.” “그래서 그걸 바로잡으려는 거예요.” 송승우는 단호한 목소리로 정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송 어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승우야, 내가 말하는 건 끝났다는 거지 잘못됐다는 게 아니야. 문수랑 지수는 이미 부부야. 그리고 지금 그들도 점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걸 축복해 주는 거지 네가 와서 그 관계를 깨는 게 아니야.” “왜 엄마까지 송문수 편을 드는 거예요?” 송승우는 어머니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전까지 알던 온화했던 아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송승우가 오랜 시간 우리와 떨어져 살았기 때문일까? 송 어머니는
허영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을 진정시켰다.남편은 아직 중환자실에 있고 그녀는 그와 함께 들어갈 수 없었다.마음을 좀 진정되자 그녀는 입을 열었다.“승우야,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을 알기 전에 함부로 결론을 내리지 마. 네가 떠난 뒤에 지수가 결혼식에서 무엇을 겪었는지 아니? 전 장안시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조롱받고 비웃음당해야 했던 상황이었어. 물론 일시적인 조롱보다 지수의 인생을 망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 당시 지수는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고 외롭고 힘든 순간을 함께 견뎌주길 간절히 바랐을 거야.”허영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차분하게 이어갔다.“지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은 여자야. 평소에 울지도 않고 소란도 피우지 않는 건 우리 집에 폐를 끼칠까봐 걱정했기 때문이지. 네가 정말 지수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알겠지만 지수는 부모를 잃고 사랑과 보살핌이 필요했어. 외로움을 두려워하고 무엇보다 버림받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아이야.”그 말을 들은 송승우의 눈가가 붉어졌다.그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아쉬움이 담겨 있었다.처음에 그와 하지수는 정말 서로 사랑했었다.둘은 영원히 사랑해야 했을 관계였다.결혼 생활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지만 사랑만큼은 변하지 말아야 했다.“결혼식이 끝난 후, 나는 지수에게 물었어. 결혼식을 없던 일로 할 수도 있다고 말이야.”허영지는 또박또박 말했다.“하지만 지수의 대답은 이랬어. 결혼은 장난이 아니니 송문수 씨와 자기는 부부라고 했지.”허영지는 말을 이어갔다. “지수가 문수와 결혼한 이후로 감정이 생겨서 너를 포기했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네가 지수를 떠났을 때, 그리고 지수가 문수와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섰던 그 순간부터 이미 문수를 남편으로 받아들인 거야.”송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어머니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하지수는 그의 여자였고 영원히 그의 여자였어야 했다.“곰곰이 생각해 봐.”허영지는 말을 거기
“문수 씨.”하지수가 송문수의 뒤로 다가가면서 말했다.송문수는 누군가 방에 들어온 걸 분명 느꼈지만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그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하지수는 그가 화가 나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하지수가 송문수를 불러도 그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얼굴은 괜찮아?”“괜찮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근데 여기엔 왜 온 거야? 송승우랑 같이 있는 게 아니고?”누가 봐도 조롱이 가득한 말투였다.예전 같았으면 하지수는 화를 내며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이상하게도 송문수가 질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단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하지수는 그래서 두 사람 사이에 오해가 이렇게 많았던 거라고 생각했다.“나는 당신 아내야. 내가 왜 그 사람이랑 있어야 해?”그러자 송문수는 가만히 입술을 꾹 다물었다.담배를 한 모금 더 들이마셨지만 그는 여전히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약 발라줄게. 의사가 처방해 준 상처 치료 약을 가져왔어.”하지수가 먼저 제안했다. “괜찮다니까.”송문수는 다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문수 씨...”“방으로 돌아가. 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송문수의 말투는 여전히 차가웠다.“당신 지금 나한테 화난 거야?”“내가 왜 화를 내겠어?”송문수가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송승우 말이 맞잖아. 나는 한심한 놈이라고. 그런데 내가 뭐가 화날 게 있겠어?”“나 방금 송승우랑 싸웠어.”송문수가 멈칫했다.“당신 때문에 싸웠다고.”“당신은 전혀 송승우가 말한 것처럼 그렇지 않잖아.”송문수의 목젖이 가늘게 움직였다.“나도 송승우가 당신을 그렇게 말하는 게 싫었어.”“송승우가 화내면 어쩌려고?”송문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어딘가 미세하게 톤이 살짝 바뀐 것 같았다.그건 송문수 자신조차 눈치채지 못한 변화였다.“송승우는 내 남편도 아닌데 뭐가 무서워?” 하지수가 태연하게 말했다.그 말에 송문수의 몸이 더 긴장하는 듯했다.“자, 이리
송문수는 거절하면 하지수가 정말로 울며 그를 붙잡을 것 같아 두려웠다.“약만 바르고 나면 바로 갈게.”하지수가 다시 말했다.그녀는 몰래 그의 손을 잡고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가볍게 흔들었다.‘이럴 수가!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 거지? 이 나이에... 이거 정말 부끄럽지도 않아?’송문수는 돌아서서 소파에 앉았다.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고요한 침묵으로 응답했다.송문수는 사실상 그녀를 허락한 것이다.하지수는 살짝 웃었다.‘송문수는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부드럽게 다가가는 걸 좋아하네.’그녀는 소파로 가서 외상약을 꺼내며 말했다.그녀는 면봉에 요오드 알코올을 묻혀 송문수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그녀는 송문수의 판다처럼 퉁퉁 부어오른 눈을 보고 또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지수, 또 웃으면 널 진짜 밖에 내던져버린다!”송문수가 경고했다.그러자 하지수는 입술을 물었다.“알았어. 웃지 않을게.”“문수 씨, 눈 감아.”“왜?”“약이 눈에 들어가면 어떡해?”“그럼 웃지 말라니까.”“알았어. 웃지 않을게.” 하지수는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송문수는 여전히 믿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하지수는 다시 웃음이 터져 나오려고 했지만 겨우 참았다.송문수의 모습은 진짜 웃겼다.하지수는 어릴 때부터 송문수가 이렇게 민망해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하필 그가 이렇게 맞았다는 게 웃기기도 하고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나 때문이 아니었다면 문수 씨가 이렇게 얼굴을 맞을 일도 없었을 텐데.’하지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송문수의 상처를 소독해주고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심지어 서로의 숨결이 가까이 닿는 게 느껴질 정도로 두 사람은 아주 조용했다.하지수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약을 발라주었고 그가 눈을 뜰 준비를 할 때였다.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이 가까이 닿자 살짝 심장이 두근거렸다.하지수의 기억에는 자신이 종래로 송문수의 얼굴을 자세히 본 적이 없었다.송문수가 어릴 때부터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그의
방 안의 온도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하지수는 머리가 어지럽고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그녀는 다시 한번 적극적으로 송문수의 입술에 가까이 다가갔다.그저 더 많이 더 많이 원했다.그녀의 입술은 그의 입가에 닿았다.하지만 송문수가 갑자기 피하는 바람에 그녀는 입술을 맞추지 못했다.하지수의 눈빛에는 흐릿한 아지랑이가 어리었고 송문수의 입술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송문수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지금 그는 하지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수는 지금 정말 너무 매혹적이었다.부드럽고 물처럼 유연한 느낌이었던 하지수는 잔뜩 긴장한 송문수가 마음을 내려놓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벗어나 옆에 앉았다. “문수 씨?”하지수가 그를 불렀다.고양이처럼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하지수는 분명히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느꼈다.그야말로 방금은 모든 것이 일촉즉발이었다.‘그런데 갑자기 문수 씨가 물러난 이유가 뭘까? 내가 뭘 잘못했을까?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하지만 방금 그녀가 적극적으로 다가갔을 때 그는 거부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속에 빠져들었던 것 같았다.‘그렇다면 왜 갑자기 관심을 잃었을까? 내가 매력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내가 키스를 잘 못하는 걸까?’방금 그녀가 송문수와 키스할 때 그녀는 송문수가 너무 격렬하게 나오는 바람에 키스를 받기만 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몰랐다.그런데 하지수는 정말로 송문수와의 키스를 아주 좋아했다.그녀는 그의 입술을 원하고 송문수에게서 또 다른 세상을 느끼고 싶었다.“너 그냥 네 방으로 가.”송문수가 그의 욕망을 억누르며 차갑게 말했다.“왜? 방금 느낌 괜찮지 않았어?”“갑자기 안 하고 싶어졌어.”송문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그런데 문수 씨 몸은...”“마음이 원하지 않아서 그래.”“왜?”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그녀는 정말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화가 나기보다는 그저 이유를 물어보려 했다.그녀는 단지
송문수는 그녀를 보고 다시 시선을 돌렸다. “그냥 말할게. 문수 씨가 이제 나를 원하지 않아도 괜찮아.”하지수는 마음속의 서러움을 삼키면서 말했다.아마도 송문수는 아직 뭔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어쩌면 정말로 그렇게 날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녀는 송문수가 다른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한 천천히 그와 감정을 쌓아가며 다시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그냥 날 밀어내지 마.”하지수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송문수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지 않으려 했다.“우리 천천히 서로 받아들이면서 나아가면 안 될까?”하지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녀는 송문수가 정말로 거절할까봐 두려웠다.그는 어릴 적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람이라 무엇을 원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그대로 행동하는 성격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많이 긴장했고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그녀도 왜 이렇게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은지 잘 몰랐다.아마 몇 년 전, 송문수가 그녀 때문에 감옥에 갔던 일이 영향을 미친 걸지도 모른다.그 뒤로, 그녀는 송문수에 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를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보면 볼수록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이게 바로 좋아하는 느낌일까?’그녀가 송문수를 좋아한다고 인정하는 게 사실 쉽지 않았다. 어떻게 갑자기 한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게 될 수 있을까? 송문수는 별로 바뀌지 않았고 그녀에게 특별히 잘해주지도 않았다.하지만 어쩌면 그런 감정이 서서히 깊어져서 그녀의 마음속에 파고든 게 아닐까.“문수 씨가 말하지 않으면 난 그런 줄로 알게.”하지수가 입을 열었지만 송문수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그럼 먼저 나갈게. 담배 좀 덜 피고. 푹 쉬어.”하지수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섰다.“지수야.” 송문수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그 순간 하지수의 가슴이 쿵 하고 뛰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그가 자신이 듣
송승우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는 하지수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게 송문수를 고른 게 얼마나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반드시 알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녀로 하여금 후회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하지수는 송승우의 사무실을 떠나 바로 송문수의 사무실로 갔다.송문수는 업무에 몰두해 있었다.회사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자유시간이 없었고 퇴근 후에도 여전히 업무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있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그녀는 하느님도 부지런한 사람을 도울 거라 믿으며 송문수가 앞으로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했다.“형이 뭐라고 했어?”송문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갑게 물었다.“자기 개인 비서로 되어달라고 하더라고.”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숨기지 않고 말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그에게 숨기고 싶지 않았다.송문수랑 같이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마음을 다할 생각이었다.송문수는 멈칫하더니 코웃음을 치더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녀가 어떻게 대답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하지수가 그 제안을 무조건 받아들였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지수가 형 요구를 거절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알겠다고 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송문수는 일에 더 집중하려 애썼다. 회사 일을 제대로 해내기로 결심한 이상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거절했어.”하지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문수는 가슴이 약간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분명 그녀의 말에 설렌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했다.그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계속해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반면, 하지수는 송문수에게 그 어떤 반응도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송문수는 자기한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저 자신의 결정을 그에게 알리고 싶었을 뿐이었다.“왜 거절했는데?”송문수가 차분하게 물었다.“문수 씨한테 내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수는 웃으며
하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송승우를 바라보았다.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말이다.어린 시절 그녀는 항상 송승우를 믿었고 그가 자기를 보호해 줄 거라 생각했었다. 송승우는 같은 또래 친구들보다 성숙하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순간, 그녀는 자신이 송승우에 대해 뭔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게다가 그가 지금 하는 행동이 너무 유치해서 하지수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할 수 있지?’송승우는 하지수와 송문수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몇 번이나 말했으니 모를 리 없었다.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있고 송승우와의 관계는 이미 끝난 거라고 말이다.그리고 송문수가 지금 송씨 그룹의 대리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도 분명 알고 있었다. 송문수의 결정이 회사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말이다. 송문수한테 도움이 더 필요했고 송문수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많았다.‘생각이 없는 건가? 어쩌면 이렇게 이기적인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왜요? 제가 무슨 어려운 부탁이라도 했나요?”송승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승우 씨, 정말 제대로 일하려고 온 거 맞아요? 아니면 그냥 문수 씨를 못 믿어서 온 건가요? 문수 씨가 회사를 잘 관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서 감시하러 온 거냐고요!”“당연히 일하러 온 거죠. 아니면 왜 연구소 일까지 내려놓고 회사로 왔겠어요! 그리고 또...”“아까 지수 씨가 그러셨잖아요. 송문수를 못 믿냐고요. 맞아요. 전 송문수 그 자식 못 믿어요. 송문수가 회사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성과를 하나 냈다고 교만해져서 마음대로 하려 할 겁니다.”“갑자기 드는 생각인데요. 승우 씨는 왜 그렇게 문수 씨 잘되는 꼴을 못 보는 거예요?”하지수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게 아니라면 왜 문수 씨를 그렇게 모욕하고 내 곁에서 떼어놓으려 하겠어...’하지수의 능력이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
회의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은 혹시나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송승우는 믿을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장난만 치고 아무것도 해낸 적 없었던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제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요. 다음 주 수요일쯤, 크레지 씨가 직접 회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송문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정말인가요?”오 이사님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이렇게 묻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다른 이사님들도 모두 송문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송기명까지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거라 생각했었다. 기술 투자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즉시 프로젝트를 멈추고 더 이상의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이 헛된 것으로 된다고 해도,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면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술 투자를 따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쟁 관계도 존재했으니 말이다.그럼에도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성사한 것이었다.“금방 크레지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송문수도 감격스러운지 여러 번 반복했다.“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오 이사님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이사님들도 다들 같은 말만 반복했다.“문수 씨, 정말 대단하세요!”“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크레지 씨한테서 기술 투자를 따내다뇨... 크레지 씨는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문수 씨,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우셨어요. 만약 이번 기술 투자가 실패했다면 회사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송기명과 허영지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송문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유독 송승우만은 계속해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했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하지수는 송승우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러자 그때, 송문수의 전화가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승우는 송문수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치 트집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송문수, 회의 중에 개인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송문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회의실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승우는 더 화가 났다.그때, 오 이사님이 그를 꾸짖었다.“승우 씨, 지금 문수 씨는 이 회사의 회장입니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문수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수 씨가 전화를 언제 받든 그건 문수 씨가 결정할 일입니다. 저희도 문수 씨랑 여러 번 회의를 해봤어요. 진짜 급하고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회의 중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송승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송문수 이놈, 비밀리에 오 이사님이랑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왜 오 이사님께서 계속 송문수를 감싸주겠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이사님들을 둘러보았다.다른 이사님들도 송문수가 회의 중에 전화를 받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송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도대체 송문수가 이 사람들에게 뭘 해 줬길래 다들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걸까?’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조용히 송문수가 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송승우는 점점 더 짜증이 났지만 다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송문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승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송문수가 말을 마치자 모든 이사들이 손을 들어 찬성했다.송승우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그렇게 애쓰던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된다니까요?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요?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무조건 손해를 볼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송문수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오 이사님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승우 씨,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오신 거 맞으세요?”“당연히 알고 왔죠.”송승우는 당당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지금 승우 씨가 하는 말들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오 이사님은 원래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상대가 송승우였기에 지금까지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사실 저는 예전부터 문수 씨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어요. 문수 씨가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일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문수 씨는 정말로 회사를 위해 애쓰고 있어요. 저도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문수 씨의 진심을 느꼈거든요.”“하지만 승우 씨는... 정말 실망입니다. 승우 씨는 지금 회사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요.”“오 이사님!”송승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사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절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건 제 인생 그 자체를 모독하는 겁니다.”“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 문수 씨가 대리 회장님을 맡게 되었을 때, 전 더 심하게 말했었거든요. 하지만 문수 씨가 회사를 관리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저는 그냥 아버지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저를 비난하시는 거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만약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왜 회사가 자금 파산의 문턱에 있는지 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송승우는 송문수의 말투에서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형,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차량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 불법이야. 노동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만약 형 말대로 강요하면 말이야.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신고해 버리면 우리는 법적 처벌을 받게 돼. 그러면 송씨 그룹도 끝장나는 거고. 원래부터 상태가 별로 안 좋은 데다가 평판까지 나빠지면 그때는 정말 파산이야.”“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하면 되잖아. 할인까지 해주는데 직원들이 왜 반대하겠어?”송승우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그럼 얼마나 할인할 건데? 몇 퍼센트가 적당할까?”송문수가 따져 물었다.“형, 제대로 생각해 보긴 한 거야? 할인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보는 건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직원마다 상황이 다르잖아. 가정 형편도 다 다르고... 게다가 만약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해 봐.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나라면 안 살 것 같거든?”“그래도 필요한 직원들도 있을 거 아니야?”송승우의 얼굴이 확실히 어두워졌다.“송문수,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 생각을 부정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형인데... 날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거야?”“기술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형도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서 낸 성과를 바로 부정해 버렸잖아.”송문수가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그 말을 들은 송승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송문수의 말이 맞았기에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사회니까 우리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이사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 제 생각에 동의하는 이사님들은 손을 들어줄 수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우리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지금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어요. 만약 기술 투자에 실패하면 계속해서 적자가 날 겁니다.”송문수가 그의 말을 반박했다.“물론 이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건 기술 투자에 실패한 상황을 전제로 생각한 플랜일 뿐입니다. 만약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저희는 당연히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지금 단지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전략을 세우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 나갈지 명확히 하자는 거죠.”“난 네가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송승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네가 해외에서 협상을 할 때부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기술 투자가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서 계획을 세워야 돼.”송승우는 모든 이사들 앞에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해 버렸다.송문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어릴 적부터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송문수는 송승우 앞에 서면 항상 자기가 그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송승우가 안 될 거라 말하면 정말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송문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승우는 태연하게 말을 덧붙였다.“그러니까 제 말은 기술 투자가 성공할 경우에 대해서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기술 투자 없이 바로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길 원합니다.”“형, 지금 이미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도 팔리지 않고 있어.”송문수가 말했다.“그건 네가 마케팅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지.”송승우가 대답했다.“지금까지의 홍보 결과만 따르면 다들 저희의 에너지 자동차를 불합격품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송승우는 한 마디씩 똑똑하게 말했다.“그래서 저는 저희부터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송문수가 그를 바라봤다.“간단하지 않나요? 저희조차 회사에서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어떻게 우리의 제품을 믿겠어요?”송승우가 이렇게 제
회의실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이 송승우에게 쏠렸다. 그중 대부분 사람들은 송승우를 칭찬하고 있었다.그는 송문수와 달리 갑자기 회사로 찾아왔음에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송승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이제야 겨우 인정받기 시작한 송문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낏 바라보며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걸 살폈다.송문수는 물론, 하지수도 마찬가지로 송승우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불쾌해하고 있었다.회사는 이미 송문수가 관리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회사는 전보다 안정한 상태로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승우가 합류하는 게 흐름을 방해할까 봐 하지수는 걱정이 되었다. 이사들도 분명 송승우를 더 믿는 듯했다.하지만 송승우는 회사를 관리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구에만 집중해 온 데다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과학 연구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물론 하지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송승우도 좋은 마음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것이었기에 그녀가 불만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송문수도 아마 같은 생각일 듯했다.“문수야, 내가 왔는데 기쁘지 않아?”송승우가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연히 기쁘지.”송문수가 대답했다.“형이 와서 도와준다면 나야 당연히 좋지. 형은 머리가 좋잖아. 형이 있으니까 회사도 더 잘될 거야.”“그 말이 네 진심이길 바랄게.”송승우는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송문수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송문수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저희는 지금 기술 투자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에게 연락을 주지는 않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저희의 프로젝트에 지장을 줄 겁니다.”“일단 첫째는 많은 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