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건 문서인 씨가 저한테 수영을 배워준 거예요!”소나은은 또 큰 소리로 해석했다.그러나 그녀의 말에 돌아오는 건 침묵뿐이었다.세 번째 장은 어두운 노래방 안에서 찍힌 것이었는데 소나은은 취한 채로 문서인 품에 안겨 쉬고 있었고 그의 손은 소나은의 옷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제가 취해서 문서인 씨가 저를 챙겨주고 있는 거에요.”소나은은 점점 해석하기 어려워졌다.마지막 한 장은 소이연과 문서인이 약혼하던 날 찍은 것이었다.문서인은 약혼 당일 멀끔한 정장 차림이었다.어느 VIP 메이크업 룸.문서인은 소나은을 화장대 앞에 앉힌 채 진한 키스를 퍼붓고 있었다.소나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더 변명할 수도 없었다.소이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소나은을 차갑게 바라보았다.회의실의 불이 켜졌고 현장의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정말로 역대적인 반전이었다.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소이연이야말로 결백하고 묵묵히 헌신하던 사람이었고 좋은 남자, 신랑감 1위였던 문서인이야말로 배은망덕한 나쁜 사람이었다.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한 기자가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소나은 씨, 문서인과 있었던 일 모두 사실입니까?”“소나은 씨, 형부를 유혹한 것은 도덕윤리를 어긴 것이 아닙니까? 수치스럽다고 느끼십니까?”“세 번째 장까지는 해석하시던데 마지막 장은 왜 변명하시지 않은 거죠? 넘어져서 입술이 닿은 것일 뿐이라는 변명도 있을 텐데요!”기자의 질문에는 가시가 잔뜩 박혀있었다.“문서인 씨를 감싸고돌더니 불륜녀였네요!”소나은은 기자들이 던지는 폭탄 같은 질문을 감당하지 못하고 목놓아 울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하지만 여기서 그만 둘 기자들이 아니었다.“소나은 씨, 대답해 주세요. 눈물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소나은 씨, 언니 소이연 씨처럼 침착한 것부터 배우시는 게 어때요! 하는 거라고는 우는 것 밖에 없네요.”“첩의 딸이라 첩이 쓰던 수법으
기자들은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그들의 질문은 점점 날카로워졌고 소나은을 궁지로 끝없이 몰아갔다.그녀는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아직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단 사실을 믿지 못하는 그녀였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는 진정하려고 애썼다.오늘 이 자리에서 제대로 된 해석을 하지 못한다면 후과가 참담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오랫동안 갈고닦은 실력이 있는데. 나 소나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아. 소이연, 내가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 줄 알았어? 천만에.그녀의 눈빛에 악독한 기운이 서리더니 이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저와 서인 오빠는 서로 사랑했어요.”소이연은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결국 인정했네?“언니가 속상해할까 봐 속이고 있었어요. 서인 오빠는 언니가 힘들어할까 봐 마음이 떠났는데도 계속 언니를 만났고 약혼까지 하려 했어요. 그 화재가 아니었다면 서인 오빠는 언니와 약혼도 했을 거예요. 저도 두 사람 사이에서 이미 빠졌고요…”“빠졌다고요?”한 기자가 그녀의 정곡을 찔렀다.“언니 몰래 계속 형부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눈 건 아니고요?”소나은은 기자의 물음에 난처해했지만 곧 강력하게 부인했다.“아니에요! 언니가 문서인 씨와 결혼했다면 저는 제3자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요. 저처럼 교양 있는 사람은 그런 짓을 계속 할리 없어요.”“소나은 씨, 저의 기억에 의하면 어머니도 첩이었다가 결혼한 거로 아는데요? 소나은 씨가 교양 있는지는 확인할 도리가 없지만 유전의 힘은 아주 확실하네요.”기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그녀는 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저…”그녀는 기자가 이렇게 독한 말을 뱉을 줄 상상도 못했다.문서인 이 자식은 매체에 아는 사람 있다며? 왜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야? 왜 여론이 내 쪽으로 기울지 않냐고!소나은은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내가 어떻게 문서인을 좋아하게 된 거지? 쓸모없는 자식!소이연은 그런 소나은을 보더니 웃음을 참지 못했다.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토끼 놓친다더니.밑천도 못 찾는
그녀는 기자들 앞에서 소나은을 용서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제3자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소이연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소나은의 연기에 속을 뻔한 기자도 소이연의 한마디에 다시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아무리 장황한 변명이라도 첩은 그 자체로 잘못이다.소나은은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도 소이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언니가 아직도 화난 걸 알아. 하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잖아?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야.”하지만 때로는 피가 물보다 더럽다.기자는 그런 소나은을 보고만 있지 못했다.“소나은 씨, 지금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했습니까? 보기보다 뻔뻔하시네요. 언니와 더 멀어지고 싶지 않다고요? 그래요, 소나은 씨 말대로 사랑에 빠진 게 죄가 아니라 칩시다! 하지만 일부러 사진으로 언니가 결백하지 않다고 모함한 건 어떻게 해석하실 생각인가요? 수치심이라는 게 없어 보이네요.”“저는 언니를 모함하지 않았어요. 언니에 관한 사진들에 대해 저는 정말 아는 게 없고요. 저는 그저 언니한테 미안한 마음이고 언니가 잘 되길 바라는데 어떻게 언니를 모함하겠어요? 제가 은하그룹에 남아있는 것도 언니와 함께 은하그룹을 경영해나가면서 언니를 돕고 싶은 거예요.”소나은은 제꺽 부인했다.그녀는 소이연한테 이 사진들을 그녀가 제공했다는 증거가 없을 거라고 믿었다.문서인이 맡은 일이기에 증거가 있다면 문서인이 그녀를 배신한 것이다.‘문서인이 아직 날 사랑하는지는 모르겠고. 적어도 나와 같은 배에 탄 사이인데 문서인이 그 정도로 멍청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소나은 씨가 아니라면 누구죠?”기자는 소나은임을 확신했다.“소나은 씨는 문서인 씨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네요!”“은하그룹을 책임졌던 소승영 씨가 은하그룹을 소나은 씨에게 물려주려고 했다는데, 그것도 소나은 씨가 소이연 씨를 내쫓기 위한 전략이죠?”기자들의 질문에 소나은은 당황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부인하기에 급급했다.“제가 어떻게
이 녹음파일은 육현경이 그녀에게 보내준 것이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일만 넘겼다.모든 결정권을 그녀에게 준 것이다.그녀가 녹음파일을 공개한다면 문서인의 이미지는 그대로 추락될 것이고 변명한다 해도 제 이름에 먹칠하는 식이었다.육현경은 그녀를 존중하고 배려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을 믿기 어려워했다.소나은은 이 녹음파일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문서인이 잘 생기고 능력도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심하지 못하고 멍청할 줄은 몰랐다. 소이연에게 딱 걸릴 줄도 몰랐다.지금은 어떤 변명을 해도 쓸모없었다.문서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면 문서인은 왜 매체에 소이연을 난처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겠는가? 어떤 말을 하든지 뻔한 거짓말이 될 것이 뻔했다.“소나은 씨, 더 할 말 있습니까?”기자는 큰 소리로 물었다.“소이연 씨가 갑자기 다친 이유도 소나은 씨와 문서인 씨가 짜고 친 판인가요? 무고한 얼굴을 하고서는 이렇게 악독한 사람일 줄 몰랐습니다!”“소나은 씨, 언니의 남자를 유혹하는 걸로 모자라 언니의 재산까지 뺏으려 했던 겁니까! 재물을 탐내서 목숨까지 해치다니, 보복 당할 것이 두렵지 않습니까?”“문서인 씨가 이렇게 하는 것은 은하 복장의 매출이 문씨 복장과 직접적으로 관계되기 때문에 이런 일로 은하그룹을 무너뜨리려는 것 아닙니까!”기자들은 사건의 전말을 낱낱이 공개했다.소이연이 더 보태어 말할 것도 없이 이 일은 세상에 그대로 공개되었다.“저… 저 아니에요…”소나은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그녀라는 확실한 증거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그녀라고 손가락질해도 인정하지 않을 속셈이었다.“소이연 씨.”기자들은 소나은을 신경 쓰지 않고 소이연에게 물었다.“사랑했던 사람과 동생이 짜고 친 판에 걸려들었는데 이 두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소이연은 기자회견 내내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기자회견을 연 것도 궁지에 몰려서 저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한 것입니다. 문서인 씨와 소나은 씨에 대해서
육현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소이연이란 여자는 그의 상상보다도 인내심 있고 강했다.무슨 일을 겪었기에 이렇게 강한 걸까?육현경은 긴 손가락을 뻗어 타자를 해놓고는 메시지를 보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이제는 알겠어. 이연이가 왜 나를 자꾸 멀리하려고 하는지 말이야.가혹한 현실에 치여서 아무도 믿지 않으려 하는 거겠지.’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육현경은 발신자를 확인하더니 귀찮다는 듯 전화를 받았다.“하도경.”“너 소이연 씨 기자회견 현장 라이브 봤어?”하도경은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봤어.”“와, 보는 사람이 더 속이 시원하던데? 나 소이연 씨가 좋아지려고 그래.”육현경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너 소이연 씨와 무슨 사이야? 할아버지 생신 때 소이연 씨를 에워싸고 돌던데. 그 후로 아무 일도 없는 것 같고? 무슨 사이인데? 아무 사이 아니면 내가 소이연 씨한테 들이댈 거야.”“저번에 너의 아버지하고 식사했는데 아버지께서 너 유학 보내실 생각인 것 같더라. 나한테 외국에 어느 학교가 너한테 잘 어울…”“아니, 아니! 나는 그저 해본 말이지.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인데 내가 감히 넘보기라도 하겠어?”하도경은 다급히 그를 말렸다.그는 공부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기 때문이다.국내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도 벅차했기에 유학을 갈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아, 내가 왜 전화했냐면 너 이틀 후면 만으로 28살이잖아. 생일 파티는 해야지, 안 그래?”하도경은 화제를 돌렸다.육현경은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을 쳐다보았다.모레네.“아니면 내가 다 알아서 준비해놓을게.”하도경은 설명하기에 급급했다.“넌 바쁘잖아. 이런 일은 나처럼 한가한 사람이 하는 게 낫지.”“응.”육현경은 그의 말에 동의했다.‘육현경이 이렇게 쉽게 동의하는 사람이 아닌데… 놀랍네.오늘 소이연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그럼 그렇게 정하는 거로 하고 이만 끊을게. 일 봐.”하도경은 전화를 끊었다.통화를 마친 후, 그는
누군가는 기뻐할 때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육현경과 소이연은 속이 시원했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하지만 문서인은 노발대발했다.그는 전화를 바닥에 던진 바람에 박살 났고 곁에 있던 문서아는 놀란 나머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아무도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문서인과 소나은의 체면이 구겨지고 명예가 실추했다.문서아는 조심스럽게 방금 뜬 뉴스를 휴대폰으로 보았다.소이연의 기자회견 현장에 관한 뉴스의 제목은 아주 흥미로웠다.“소이연 진실 밝혀, 사진 그리고 녹음파일로 문서인과 소나은 바람 증명”뉴스 아래에는 댓글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문서인, 소나은 진짜 더러운 사랑이다! 방귀 뀐 놈이 성내고 있네. 부끄러운 줄 알아, 제발!】【내 세계관을 뒤엎는 커플이네. 퉤!】【소이연이 했던 말 중에 “제3자는 절대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진짜 멋있다.】【아니지. “문서인 씨와 소나은 씨가 오래도록 사랑하기를 바랄게요.”이게 핵심이지. 끼리끼리 오래 사랑하겠네.】마지막 댓글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네티즌의 직설적인 댓글을 보고서 다른 네티즌들도 소이연의 말의 진정한 뜻을 깨닫게 된 것이다.소이연은 배려심이 깊고 예의 밝은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냐고?문서인과 소나은이 소름 돋을 정도였다.뉴스를 보던 문서아의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문서인이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그녀는 티를 내지도 못했다.방문이 벌컥 열렸고 문서인과 문서아는 고개를 돌렸다.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그들의 아버지, 문덕수였다.그는 화가 잔뜩 난 채 들어왔다.“문서인, 방금 뜬 뉴스 어떻게 된 거야! 너 우리 문 씨 가문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문서인은 올라오는 울화를 간신히 참으면서 주먹을 꽉 쥐었고 그 위로 선명한 핏줄이 드러났다.그는 소이연한테 이 정도로 당할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문서인, 너 잘 들어. 이 일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문 씨 가문에서 내쫓을 테니 그리 알아! 나에게 너 같은
“네가 자초한 일이잖아.”소이연은 차갑게 비웃었다.“난 네가 내 뒷조사를 할 줄은 몰랐어! 예전에는 무조건 나만 믿는다더니, 그런 헛소리는 이제 다 집어치워! 너라고 다를 것 같아? 우리 도긴개긴이야!”“문서인, 네 더러운 이름과 나를 함께 거론하지 마. 네까짓 게.”소이연은 차갑게 반박했다.“그리고 그 사진들, 내가 찍은 게 아니야.”“네가 아니라고? 내가 믿을 것 같…”소이연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네가 지질하다고 해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아? 문서인,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정의로운 사람도 많아! 그 사람들 눈에 너는 그저 추악한 악마일 뿐이야! 그래서 그 사람들이 네가 나 몰래 바람 피우는 사진을 찍어준 거야. 내가 문씨 그룹을 위해 미친 듯이 일할 때, 너는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내 동생과 사랑을 속삭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겠지!”휴대폰을 쥐고 있던 문서인의 손이 심하게 떨렸다.‘누구야! 누구냐고! 누가 감히 날 배신한 거야!’“나한테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할 수 없어. 이 사진들은 약혼식 날, 화재가 일어난 후에 익명으로 받은 거니까.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한테 알려주려고 그런 거겠지.”그녀는 바보처럼 문서인을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사람도 그녀가 너무 바보 같아서, 저런 남자 때문에 상처받지 말았으면 해서 남몰래 증거를 남겼을 것이다.그녀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아마 문씨 그룹의 사람인데 문서인한테 밉보이긴 싫어서 긴 마음의 투쟁 끝에 약혼식이 화재때문에 취소된 후 그녀에게 사진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녀가 사랑에 지나치게 빠져서 문서인과 헤어지지 않고 사진을 보낸 사람을 몰아갈까 봐 걱정되었던 것 같았다.익명은 서로에 대한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그녀는 이 사진들을 받았을 때, 세상에 공개해서 문서인과 소나은의 체면이 구겨지게 하고 손가락질 받게 하고 싶었으나 그녀는 결국 두 사람을 놓아주기로 했다.혹시라도 정말 사랑해서 그
“문서인, 네가 한 일은 다 고스란히 네게로 돌아갈 거야!”소이연은 문서인과 더 얽히기 싫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휴대폰을 쥐고 있던 문서인의 손이 계속 떨렸다.소이연한테 이 정도로 당했으니 그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그에 관한 부정적인 뉴스를 내리는 일이었다. 그는 뉴스를 보기 전에 매체에서 그를 비판할 줄은 알았다. 지금 그는 매체에 변명할 수도 없고 변명한다 해도 더 욕먹고 더 많은 기사가 날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이 열기가 식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만약 계속 이슈로 떠오른다면… 문서인은 두 눈을 감았다.그럼 다른 뉴스로 덮는 방법밖에 없겠지.……소나은의 사무실.기자회견이 끝난 후, 그녀는 너무 화가 나 여기서 나가지 않고 계속 울고 있었다.어릴 적부터 이렇게 창피한 적은 없었고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체면이 구겨진 적도 없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멘탈이 강했지만 뉴스에서 그녀를 어떻게 평가했는지 도저히 볼 용기가 없었다. 봤다가 정신적 충격을 받을까 봐 겁났다.사무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소나은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날 건드리지 말…”비서인 줄 알았던 것이다.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양화랑과 유백희였다.소나은은 순진하고 연약하게 생겼는데 아이처럼 엉엉 울고 있으니 더 지켜주고 싶고 불쌍해 보였다.두 사람이 들어온 것을 본 소나은은 펑펑 울면서 의자에서 일어났고 곧바로 유백희의 품에 안겼다.“할머니, 나은이가 잘못했어요. 나은이가 못나서 저희 소씨 가문의 이름에 먹칠했어요. 언니가 자매간의 정도 뿌리치고 저를 난처하게 만들 줄은, 저희 소씨 가문을 난처하게 할 줄은 몰랐다고요…”예전부터 소나은은 유백희의 이쁨을 받았기에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잘 알고 있었다.유백희는 공평이고 뭐고 없었고 원칙은 더더욱 없었다. 누가 그녀를 기분 좋게 해주면 누구의 편을 들고 누가 소씨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면 맞든 틀리든 절대 용납 못하는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송문수는 차갑게 물었다.하지수는 송문수가 술을 마셨는지 전혀 몰랐고, 그냥 주소를 알려주었다.말을 마친 후 차 안에서 오랫동안 송문수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사실 전화를 끊고 나서 하지수는 후회와 놀라움을 느꼈다. 왜 송문수에게 전화했을까? 가장 도와주지 않을 사람은 송문수였다. 하지수는 경찰에 전화했야 했다. 아니면 보험사나 4S 매장에 전화해야 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하지수는 이미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송문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결국 송문수는 오지 않고 전화로 물었다.“심각하게 다쳤니?”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차 앞부분이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내 머리도 좀 긁힌 것 같아.” “우선 경찰에 신고하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 그리고 보험 회사와 4S 매장에 연락해 손해를 평가받아.”송문수는 말을 마친 후 전화를 끊었다. “안 오니?”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그 순간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다. 사실 하지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변호사이기 때문에 정해진 절차를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사고가 나서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오늘 밤의 사고는 하지수에게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떠올리게 했다.“안 갈 거야.”송문수가 차갑게 말했다.“하지수, 너는 변호사잖아. 사고 후의 절차를 더 잘 알지 않을까?” 말을 마친 송문수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때 그녀는 송문수에게 정말 실망했다. 어떤 정도로 실망했냐고?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다시는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지어 이혼도 생각했다. 그 후 그녀는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한 후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온몸이 피투성이인 송문수를 만났다. 옆에는 두 명의 경찰이 있었다. 하지수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해 달려가서 물었다. “송문수, 무슨 일이야? 왜 이렇게 피투성이야?” “내 피가 아니야.”송문수는 무관심하게 대답했다. “그럼, 누구 거야?”
송승우는 잠시 얼어붙었다. 그는 놀라서 물었다.“이제 막 한 관광지를 갔는데 다른 두 곳도 준비했어. 먼 곳도 아니야. 왜 벌써 피곤해? 아니면 오후에 일이 있어?” “아니에요.”하지수가 고개를 저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놀다 가자.”송승우가 농담처럼 말했다.“걱정하지 마, 미아로 만들지는 않을게.” “승우 오빠, 우리 서로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송승우의 얼굴에 있는 미소가 서서히 굳어졌다. “지수야, 내가 그렇게 싫어?”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 오빠에게도 나에게도 송문수에게도 오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왜?”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나는 네 마음을 알아. 너는 송문수를 좋아하지 않고 나를 좋아했잖아. 그런데 왜 지금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데 다시 거부하는 거야? 부모님이 강요한 거야? 걱정하지 마, 내가 부모님에게 잘 설명할게. 어떤 일이든 내가 감당할 거야.” “부모님 때문이 아니에요.”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제는 오빠를 좋아하지 않아요.” 송승우는 멍해졌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그는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잘못 들었는지 의심했다. “지수야, 너 뭐라고 했어?” “예전에 오빠를 정말 좋아했어요. 결혼 준비 중에 오빠가 떠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왜 갑자기 결혼식에 도망갔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송문수와 결혼하기로 한 것뿐이에요. 오빠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신 은혜도 있지만 오빠한테 화가 난 게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하지만 그건 예전 일이고 지금은 송문수와 잘 지내고 싶어요.”하지수가 한 단어씩 강조하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감정은 식기 마련이고 오빠를 향한 그리움은 이제 없어요. 지금은 송문수와 함께 있고 싶어요.” “송문수한테 미안해서 그래?”송승우가 하지수에게 물었다. 그는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없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계속 사
맛이 아주 좋았다. 송승우는 하지수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하고 있었다. 감동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송승우와 송문수의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하지수는 두 사람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있어?” “아주 맛있어요.” “다 먹을 수 있어?”송승우가 물었다. “다 못 먹어요.”하지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가득 찬 작은 만두 한 바구니에서 그녀는 많아야 절반 정도만 먹을 수 있었다.“괜찮으면 하나만 줘. 나도 아침을 안 먹었거든.”송승우가 말했다. “오빠 아침 안 먹었어요? 기다리는 동안 먹을 수도 있었잖아요.”하지수는 놀라서 물었다. “열고 나면 김이 빠져서 식으면 맛이 없잖아. 그리고 나도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어.” 하지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만두를 집어 송승우의 입술에 내밀었다. 만두가 작아서 송승우는 한 입에 물었다. 송승우의 입술이 하지수의 손가락에 닿았다. 하지수의 손가락이 잠시 굳었다. 그리고 그녀는 만두를 옆의 팔걸이에 놓았다.“편할 때 다시 먹어요.” 송승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분명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금의 접촉이 지수도 부끄러워하겠지.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울에는 특별히 재미있는 곳이 없지만 유적지가 많았다. 송승우는 첫 번째로 하지수를 성벽으로 데려갔다. 하지수는 체력이 괜찮았다. 송승우과 함께 오랫동안 걸었다. 송승우는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은 고대 인들이 남긴 지혜를 감상하며 하지수는 송승우의 설명을 들었다. 가이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우리도 인증샷 찍자.”송승우가 말했다. “네?” 송승우는 스마트폰을 꺼내 셀카 모드로 전환했다. “지수야, 조금 더 들어와야 찍혀.” 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송승우의 카메라에 나왔다. 하지만 거리를 두기로 했다. “웃어봐.”송승우가 말했다. “웃으면 안 예뻐요.”하지수가 거부했다. “말도 안 돼 너 웃으면 제일 예뻐.”송승우는
“가식 떨지 마!”송문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분노가 느껴졌다. 그녀는 송문수를 바라보며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정말로 호의로 말했다.“빨리 나가. 내 잠 방해하지 마!”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며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려 나갔다. 그녀는 원래 호텔 고객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아침을 준비해 주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송문수는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아마도 하지수가 그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전화한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수가 나가자 송문수는 화난 기색으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하지수에게 깨어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가 전화를 받는 소리를 듣고 송승우가 전화한 것임을 눈치챘다. 어젯밤 송승우가 전화를 걸어 오늘 하지수와 함께 서울을 구경하자고 했을 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거절했다. 그는 하도경과 약속이 있다고 했다. 사실 본능적으로 거부한 것이었다. 송승우는 송문수가 안 가면 자기가 하지수와 놀러 가겠다고 말했다.송문수는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송승우는 그에게 알리기 위해서만 말한 것 같고 하지수와의 관계 때문에 그에게 체면을 세워주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체면을 참 중시하는구나!송문수는 소파에서 내려와 침대로 갔다. 하지수는 어떻게 사귀던 연인과 비밀 데이트를 할 수 있는데 자기는 소파에서 자야만 하는 것인가. 송문수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큰 침대 위에 하지수의 냄새가 아직도 남아 있는 듯했다. 송문수는 더욱 짜증이 났다. 원래 그는 하지수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하지수가 최근 보여준 호의에 변화를 기대하고 착각한 것이었다.어쩌면 진짜 감정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결국 송문수는 스스로를 모욕한 것이었다.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송승우를 좋아했으니 그녀가 자신을 사랑할 리가 없다!하지수는 급히 호텔 출입구로 나갔다.그녀는 지각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