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준이 시력을 잃은 후, 강씨 가문의 거대한 재산을 남자에게 물려줄 수는 없었다.그렇게 서준의 부모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딸인 강서현에게 회사를 맡기게 되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서현은 남자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수백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강씨 그룹을 상장시키기까지 했다.그리고 내가 서준에게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귀한 자존심을 드러내며 말했다.“실력으로 승부 보는 거야! 만약 서준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강씨 가문를 서준에게 넘기는 것도 괜찮아.”게다가 서현은 언니인 연아와 절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오히려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연희야, 난 네가 다칠까 봐 걱정이 돼.”그러나 사랑에 빠진 나는 그런 걱정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주저 없이 기증을 결정해 버렸으니 말이다.우리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준의 부모님이 정말로 그저 아들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서준이 시력을 회복하자마자 서현의 모든 권한을 빼앗아 버렸다.서현은 저항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강씨 가문에서 쌓인 부모님의 영향력과 서준의 비열한 수단을 이겨낼 수 없었다.서현은 더 이상 추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아하게 손을 떼고 자신이 가진 지분과 배당금을 챙겨 세계 여행을 떠났다.연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도 서현의 최신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그날 밤, 나는 서현과 연락이 닿았다.그리고 서현에게 긴 메일을 보냈다.다음 날, 강서현은 첫 비행기로 귀국했다. 결단력 있고, 망설임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서준과 몇 년을 함께하면서, 나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준이 나를 무시하고 어떤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렇기에 서준의 추악한 민낯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또한, 나는 그동안 서준이 저지른 탈세와 경제 범죄의 증거를 모아두고 있었다.서현이 나서자, 곧바로 번개처럼 강씨 그룹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서준은 돈과 권력을 믿고 보석으로 풀려났지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강서준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전, 문득 깨달았다.서준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서준이 사랑하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이윽고 이다니가 문 밖에서 뛰어 들어와, 손에 쥔 뜨거운 물을 서준의 얼굴에 부으며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서준의 뺨을 세게 두 번 때렸다.“서준아, 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네가 했던 그 달콤한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하지만 서준은 다니를 위로할 틈도 없이 다니를 밀어내고, 다급하게 내 팔을 잡아끌었다.지금 서준의 모든 관심은 다시 나에게 돌아와 있었다.서준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연희야, 내 말 믿어줘. 예전에는 내가 다니에게 눈이 멀었을 뿐이야. 사실, 난 오래전부터 널 사랑하고 있었어. 너 없는 시간 동안 매 순간 너만 생각했어. 후회하고 있어. 너에게 그렇게 대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니까 돌아와줘, 응?”서준은 내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자신의 앞날과 강씨 그룹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그리고 서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문 밖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모여 이 광경을 구경하며 수군거리고 있다는 것을.그때 서준의 부모님이 뛰어 들어왔다.“대체 무슨 짓이야? 결혼을 장난으로 여기는 거야?”서준의 아버지는 서준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 충격에 서준은 순간 멍해졌지만, 얼굴을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사실 연희가 억울함을 당한 거에요. 그날 연희에게 해를 가한 남자는 다니가 고용한 사람이었어요. 전 이런 악독한 여자와 결혼할 수는 없어요.”다니는 온몸이 떨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서준아,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서준은 냉정하게 손을 흔들며 보안 요원들을 불렀고, 그들은 곧 다니를 붙잡아 끌고 나갔다.그때 다니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비웃으며 소리쳤다.“연희 씨, 이제야 만족스러워요? 끝내 서준을 본인 걸로
“그 사고는, 정말로 단순한 사고였어요.” 나는 담담히 말했다. “믿지 않겠다면, 경찰의 종결 보고서는 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천천히 숨을 내쉬며 나는 가볍게 비웃었다.“다니 씨, 당신도 나처럼 강서준에게 철저히 속았군요. 경찰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날 밤 당신이 고용한 남자가 자백했거든요. 이제 당신 앞에 놓인 것은 감옥뿐입니다.”이다니는 믿기 힘들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서준아, 네가 분명히 말했잖아. 너는 날 사랑한다고, 날 잊을 수 없다고 했잖아. 속인 건 송연희 씨 쪽이라고 했잖아!”서준은 지금도 변명하고 있었다.“연희야, 나는 한 번도 그 일이 네가 고의라고 말한 적이 없어. 나를 믿어줘. 이 소문은 전부 다니가 퍼뜨린 거야. 나는 정말 몰랐어.”서준은 내 팔을 잡으려 다가왔다.그러나 서준의 말 한 마디에 다니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다니는 비명을 지르며 서준에게 달려들어 서준의 몸을 꽉 물었다.다니는 온 힘을 다해 서준의 살을 물어뜯어 한 조각을 뜯어냈다.서준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니를 힘껏 밀쳐냈다.예상치 못한 공격에 다니는 뒤로 넘어져 돌에 세게 부딪혔고, 배를 감싸며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내 아이, 내 아이가.”다니가 임신 중이었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소리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 미친 여자를 당장 끌어내!”그때 사람들 사이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서준은 주저 없이 명령했다.“다니를 경찰에게 넘겨!”다니는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돌의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이윽고 붉은 피가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렸다.다니는 고개를 떨군 채 완전히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다니의 하반신에서는 뜨겁고 붉은 피가 번져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마침내 다니는 고개를 들고, 피눈물을 흘리듯 서준을 노려보았다.그리고 서준을 향해 돌진했다.다니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그날, 사람들의 비명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이다니가 먼저 눈치챘다.“서준아, 연희가 다친 것 같아. 나가서 확인 안 해?”강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고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성질까지 부리네. 집 나가겠다고 소란 피우고 말이야! 그래 나가봐야 알지, 내가 몇 년 동안 본인을 얼마나 잘 보호해 줬는지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벽에 머리를 부딪혀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다니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드네. 어차피 연희는 안 보러 갈 거니까, 너가 나랑 같이 가는 건 어때?”서준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고, 내 다리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나는 절뚝이며, 마음이 칼로 베인 듯 아파하며 그 집을 떠났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가에 멍하니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그제야 비로소 후회가 밀려왔다.처음부터, 나는 내 각막을 서준에게 기증하지 말았어야 했다.손으로 더듬어 휴대폰을 꺼내,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헤어지자.]얼마나 우스운가? 내가 시력을 잃어가며 얻은 약혼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으니.서준이 시력을 잃은 것은 한 번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양쪽 눈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고, 새로운 각막이 필요해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두 눈을 잃자, 강씨 집안에서는 서준을 쓸모없다며 버려두었고, 더는 집안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서준은 병원에 남겨진 채 운명에 맡겨졌다.그때 서준의 여자친구였던 다니는 조용히 서준의 곁을 떠나버렸다.나는 서준을 오래도록 짝사랑해 왔기에, 처음에는 단지 서준의 곁에서 서준을 돌봐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어느 깊은 밤, 서준이 갑작스럽게 내게 고백을 해왔다.너무나 큰 기쁨이 나를 덮쳐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힘겹게 몸을 끌며 겨우 별장 구역을 빠져나왔다.그러나 막상 나가 보니 갈 곳이 없었다.서준과 함께한 지난 3년 동안 나는 가족을 잃고, 친구들과 단절되었으며, 모든 사회적 관계를 끊었다.결국 남은 것은 이런 비참한 결말뿐이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 손으로 더듬으며 나아가던 중, 강한 술 냄새가 내 코끝을 찔렀다.그리고 잠시 후, 거친 손이 나를 완전히 감싸안았다.역겨운 술 냄새가 내 몸에 퍼져갔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살려주세요!”그러나 돌아온 것은 상대방의 비열한 웃음뿐이었다.마침내, 나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눌려 손이 떨리며 애원했다.“제발, 제발 저를 건드리지 말아요. 돈이 있어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상대는 흥미를 보이며 혐오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진짜로? 얼마든지?”“네.” 나는 불안하게 침을 삼키며 서준의 전화번호를 말했다.“서준에게 전화하세요. 원하는 만큼 드릴 거예요.”전화를 걸고, 상대는 스피커폰을 켰다.그쪽에서는 영화 소리가 들려왔다.서준은 이미 다니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다.“살려줘!” 나는 핸드폰 쪽으로 기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누가 나를 해치려고 해. 돈 좀 줘서 나를 풀어주라고 할 수 있어?”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서준의 낮은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뭐야, 연희. 나랑 헤어지자고 해놓고 후회한 거야? 이런 연극을 해서 나한테 돌아올 빌미를 만들려고? 내가 받아줄거 같아?]그러자 남자는 전화기를 빼앗아 가면서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 전 남자친구였구만! 진짜로 돈을 줄 줄 알았는데. 이 비열한 것, 나를 속다니!”남자는 내 얼굴을 세게 때렸고,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피를 뱉어냈다.그러나 서준은 더욱 흥겹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계속 연기해 봐. 네가 대단한 줄 알았어? 돈 한 푼도 없이 나가서는 물 한 병도 못 사면서, 이제서야 내가 얼마나 너를 관대하게 대해줬는지 알겠지? 그리고 이게 네가 생각한 돈 버
그날, 송연아가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연아인 연아는 위장 출혈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그런데도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 채, 단지 내가 우는 소리만 듣고는 주사 바늘을 뽑고 나를 만나러 달려왔다.연아는 엉망이 된 나를 꼭 끌어안으며 안쓰럽게 말했다.“연희야, 왜 우리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힘들었다면서. 엄마 아빠가 정말 너를 원망할 리 없잖아. 그저 먼저 손 내미는 게 자존심 상했던 거야?! 그리고 그놈이 우리 송씨 사람을 괴롭혔다고?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씨 가문이 비록 강씨 가문처럼 대대손손 부유한 가문은 아니었지만, 재정적으로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내가 강서준과의 결혼을 고집하는 것에 그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돈도 사랑도 부족하지 않은데 어째서 이렇게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도 그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연아는 잠시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 마음을 달래도록 배려해 주었다.보름 동안 나는 강력한 금단 증상을 느꼈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고 서준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마침내 어느 날 저녁, 서준이 나를 떠올린 모양이었다.서준은 음성이 아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내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그래서 기차 안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그 메시지를 읽게 했다.[그만해. 몇 년 동안 함께 했는데 이럴 필요까지 있냐? 며칠 후면 우리 결혼식이야. 네가 화내고 싶은 건 알겠는데, 결혼식 끝나고 나서 얘기하자고!]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서준은 또 화가 난 듯 느낌표를 여러 개 붙여서 보냈다.[그날에 친척들 다 올 텐데, 정말로 날 망신 주고 싶은 거야?!!]나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결국 서준은 내가 말한 헤어지자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어
신고 후, 송연아는 경찰을 통해 그날 밤의 감시 영상을 확보했다.그 영상은 계속해서 연아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다.이 순간, 연아는 그 영상을 다시 찾아내어 곧바로 강서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서준은 휴대폰을 쥔 손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서준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이윽고 서준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별장 구역은 안전한 곳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서준은 고개를 들어 초조하게 연아의 옷깃을 붙잡으며 물었다.“연희는 지금 어때? 무사한 거야?”연아는 그런 서준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며 차갑게 대답했다.“이제 너와는 상관없어!”“연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내가 가서 데려올게.”서준은 갑자기 일어서며 얼굴에 가득한 초조함을 드러내며 문 밖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때, 군중 속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누가 쓰러졌어!”그러나 서준은 연희를 완전히 잊은 채 그대로 뛰쳐나갔다.서준이 달려간 이유는 쓰러진 사람이 바로 다니였기 때문이다.사후에 연아가 결혼식장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나에게 전해줄 때, 나는 잠시 침묵했다.연아는 내 표정을 보며 물었다.“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거야?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데.”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충분히 정리했어.”그 말을 마친 후, 나는 그날 밤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갈 곳이 없었기에, 나는 당분간 연아 집에 머물기로 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서준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준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나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그 향수는 다니가 귀국한 후부터 서준에게서 나기 시작한 냄새였다. 서준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나를 안으려 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서준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나는 온 힘을 다해 서준을 밀어 벽에 세
“그 사고는, 정말로 단순한 사고였어요.” 나는 담담히 말했다. “믿지 않겠다면, 경찰의 종결 보고서는 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천천히 숨을 내쉬며 나는 가볍게 비웃었다.“다니 씨, 당신도 나처럼 강서준에게 철저히 속았군요. 경찰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날 밤 당신이 고용한 남자가 자백했거든요. 이제 당신 앞에 놓인 것은 감옥뿐입니다.”이다니는 믿기 힘들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서준아, 네가 분명히 말했잖아. 너는 날 사랑한다고, 날 잊을 수 없다고 했잖아. 속인 건 송연희 씨 쪽이라고 했잖아!”서준은 지금도 변명하고 있었다.“연희야, 나는 한 번도 그 일이 네가 고의라고 말한 적이 없어. 나를 믿어줘. 이 소문은 전부 다니가 퍼뜨린 거야. 나는 정말 몰랐어.”서준은 내 팔을 잡으려 다가왔다.그러나 서준의 말 한 마디에 다니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다니는 비명을 지르며 서준에게 달려들어 서준의 몸을 꽉 물었다.다니는 온 힘을 다해 서준의 살을 물어뜯어 한 조각을 뜯어냈다.서준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니를 힘껏 밀쳐냈다.예상치 못한 공격에 다니는 뒤로 넘어져 돌에 세게 부딪혔고, 배를 감싸며 창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내 아이, 내 아이가.”다니가 임신 중이었다니, 나는 깜짝 놀랐다.하지만 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소리쳤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이 미친 여자를 당장 끌어내!”그때 사람들 사이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서준은 주저 없이 명령했다.“다니를 경찰에게 넘겨!”다니는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돌의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이윽고 붉은 피가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렸다.다니는 고개를 떨군 채 완전히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다니의 하반신에서는 뜨겁고 붉은 피가 번져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마침내 다니는 고개를 들고, 피눈물을 흘리듯 서준을 노려보았다.그리고 서준을 향해 돌진했다.다니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그날, 사람들의 비명
오랜 시간 동안 나는 강서준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전, 문득 깨달았다.서준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서준이 사랑하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다.이윽고 이다니가 문 밖에서 뛰어 들어와, 손에 쥔 뜨거운 물을 서준의 얼굴에 부으며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서준의 뺨을 세게 두 번 때렸다.“서준아, 너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네가 했던 그 달콤한 말들은 전부 거짓말이었던 거야?!”하지만 서준은 다니를 위로할 틈도 없이 다니를 밀어내고, 다급하게 내 팔을 잡아끌었다.지금 서준의 모든 관심은 다시 나에게 돌아와 있었다.서준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연희야, 내 말 믿어줘. 예전에는 내가 다니에게 눈이 멀었을 뿐이야. 사실, 난 오래전부터 널 사랑하고 있었어. 너 없는 시간 동안 매 순간 너만 생각했어. 후회하고 있어. 너에게 그렇게 대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니까 돌아와줘, 응?”서준은 내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자신의 앞날과 강씨 그룹을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그리고 서준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문 밖에는 수많은 하객들이 모여 이 광경을 구경하며 수군거리고 있다는 것을.그때 서준의 부모님이 뛰어 들어왔다.“대체 무슨 짓이야? 결혼을 장난으로 여기는 거야?”서준의 아버지는 서준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 충격에 서준은 순간 멍해졌지만, 얼굴을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사실 연희가 억울함을 당한 거에요. 그날 연희에게 해를 가한 남자는 다니가 고용한 사람이었어요. 전 이런 악독한 여자와 결혼할 수는 없어요.”다니는 온몸이 떨리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서준아,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서준은 냉정하게 손을 흔들며 보안 요원들을 불렀고, 그들은 곧 다니를 붙잡아 끌고 나갔다.그때 다니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비웃으며 소리쳤다.“연희 씨, 이제야 만족스러워요? 끝내 서준을 본인 걸로
강서준이 시력을 잃은 후, 강씨 가문의 거대한 재산을 남자에게 물려줄 수는 없었다.그렇게 서준의 부모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딸인 강서현에게 회사를 맡기게 되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서현은 남자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수백억 규모의 프로젝트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강씨 그룹을 상장시키기까지 했다.그리고 내가 서준에게 각막을 기증하겠다고 했을 때, 그녀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귀한 자존심을 드러내며 말했다.“실력으로 승부 보는 거야! 만약 서준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면, 강씨 가문를 서준에게 넘기는 것도 괜찮아.”게다가 서현은 언니인 연아와 절친한 사이였다. 그래서 오히려 나를 걱정하며 말했다.“연희야, 난 네가 다칠까 봐 걱정이 돼.”그러나 사랑에 빠진 나는 그런 걱정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주저 없이 기증을 결정해 버렸으니 말이다.우리 중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서준의 부모님이 정말로 그저 아들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서준이 시력을 회복하자마자 서현의 모든 권한을 빼앗아 버렸다.서현은 저항했지만, 오랜 세월 동안 강씨 가문에서 쌓인 부모님의 영향력과 서준의 비열한 수단을 이겨낼 수 없었다.서현은 더 이상 추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아하게 손을 떼고 자신이 가진 지분과 배당금을 챙겨 세계 여행을 떠났다.연아에게 물어보니, 다행히도 서현의 최신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그날 밤, 나는 서현과 연락이 닿았다.그리고 서현에게 긴 메일을 보냈다.다음 날, 강서현은 첫 비행기로 귀국했다. 결단력 있고, 망설임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서준과 몇 년을 함께하면서, 나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서준이 나를 무시하고 어떤 행동도 거리낌 없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그렇기에 서준의 추악한 민낯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또한, 나는 그동안 서준이 저지른 탈세와 경제 범죄의 증거를 모아두고 있었다.서현이 나서자, 곧바로 번개처럼 강씨 그룹의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시켰다.서준은 돈과 권력을 믿고 보석으로 풀려났지
내 대답은 강서준의 뺨을 때리는 것뿐이었다.서준은 잠시 충격에 빠졌다가 곧 격노했다.그리고 나를 때리려 손을 들었다.“연희, 네가 감히 나를 무시해?”보라, 서준의 자존심은 그저 이 정도로 꾸며진 연기를 허락할 뿐이었다.나는 생각했다. 만약 강씨 기문에서 압력을 넣지 않았고, 서준의 이미지가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 서존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그 결혼식은 이다니를 신부로 대신하여 진행되었을 것이다.그래서 나는 손을 들어 서준의 손길을 막았다.그 순간 송연아가 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끌어당겼다.물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준은 가쁜 숨을 내쉬며 갑자기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연희야, 생각 잘 해봐. 그날 밤, 내가 널 혼자 바깥에 두지 말았어야 했어. 네가 고생한 건 사실이지만, 크게 다치거나 그런 건 아니잖아.” 서준은 천천히, 또렷이 말했다.“내가 이렇게까지 찾아와서 너희 송씨 가문에 체면을 세워준 건, 너에게 충분히 배려한 거야. 네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나는 분노에 몸이 떨렸다.서준에게 조금이라도 후회나 죄책감이 있었다면, 내가 겪은 이 시간을 모두 X 밟았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이 사람에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그러나 서준은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처음부터 끝까지 서준은 그저 윗사람의 위치에서 나를 비난하고 자비를 베푸는 척할 뿐이었다.서준은 내가 평생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할 거라 믿었다.그저 내가 눈이 멀었기 때문에 말이다.그때, 그 말에 화가 난 연아는 나서 서준의 머리를 향해 슬리퍼를 던지며 소리쳤다.“꺼져!”그러나 내가 서준의 이름을 불렀다.서준은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말했다.“뭐야, 마음이 풀린 거야?”나는 아무 표정 없이 허공을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서준, 넌 정말 낯설어. 마치 내가 너를 전혀 몰랐던 것 같아.”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가며 지난 몇 년간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감정이 북받쳐 오르며 나는 본능
신고 후, 송연아는 경찰을 통해 그날 밤의 감시 영상을 확보했다.그 영상은 계속해서 연아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었다.이 순간, 연아는 그 영상을 다시 찾아내어 곧바로 강서준의 눈앞에 들이밀었다.서준은 휴대폰을 쥔 손이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떨리기 시작했다.결국 서준은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져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이윽고 서준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했다.“어떻게 이런 일이. 별장 구역은 안전한 곳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서준은 고개를 들어 초조하게 연아의 옷깃을 붙잡으며 물었다.“연희는 지금 어때? 무사한 거야?”연아는 그런 서준의 손을 냉정하게 뿌리치며 차갑게 대답했다.“이제 너와는 상관없어!”“연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말해줘. 내가 가서 데려올게.”서준은 갑자기 일어서며 얼굴에 가득한 초조함을 드러내며 문 밖으로 향했다.그러나 그때, 군중 속에서 갑작스러운 소란이 일어났다.비명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누가 쓰러졌어!”그러나 서준은 연희를 완전히 잊은 채 그대로 뛰쳐나갔다.서준이 달려간 이유는 쓰러진 사람이 바로 다니였기 때문이다.사후에 연아가 결혼식장에서 일어났던 상황을 나에게 전해줄 때, 나는 잠시 침묵했다.연아는 내 표정을 보며 물었다.“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거야? 마음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 같은데.”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충분히 정리했어.”그 말을 마친 후, 나는 그날 밤 비행기 표를 구매하여 집으로 돌아갔다.갈 곳이 없었기에, 나는 당분간 연아 집에 머물기로 했다.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서준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준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향수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나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그 향수는 다니가 귀국한 후부터 서준에게서 나기 시작한 냄새였다. 서준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 나를 안으려 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서준의 팔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쳤다.나는 온 힘을 다해 서준을 밀어 벽에 세
그날, 송연아가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연아인 연아는 위장 출혈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그런데도 내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모른 채, 단지 내가 우는 소리만 듣고는 주사 바늘을 뽑고 나를 만나러 달려왔다.연아는 엉망이 된 나를 꼭 끌어안으며 안쓰럽게 말했다.“연희야, 왜 우리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힘들었다면서. 엄마 아빠가 정말 너를 원망할 리 없잖아. 그저 먼저 손 내미는 게 자존심 상했던 거야?! 그리고 그놈이 우리 송씨 사람을 괴롭혔다고?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씨 가문이 비록 강씨 가문처럼 대대손손 부유한 가문은 아니었지만, 재정적으로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내가 강서준과의 결혼을 고집하는 것에 그렇게 화를 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돈도 사랑도 부족하지 않은데 어째서 이렇게 사랑에 빠져 이성을 잃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도 그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도 나는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연아는 잠시 나를 다른 곳으로 보내 마음을 달래도록 배려해 주었다.보름 동안 나는 강력한 금단 증상을 느꼈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다잡고 서준에게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마침내 어느 날 저녁, 서준이 나를 떠올린 모양이었다.서준은 음성이 아닌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내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그래서 기차 안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 그 메시지를 읽게 했다.[그만해. 몇 년 동안 함께 했는데 이럴 필요까지 있냐? 며칠 후면 우리 결혼식이야. 네가 화내고 싶은 건 알겠는데, 결혼식 끝나고 나서 얘기하자고!]내가 답장을 하지 않자, 서준은 또 화가 난 듯 느낌표를 여러 개 붙여서 보냈다.[그날에 친척들 다 올 텐데, 정말로 날 망신 주고 싶은 거야?!!]나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결국 서준은 내가 말한 헤어지자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어
나는 힘겹게 몸을 끌며 겨우 별장 구역을 빠져나왔다.그러나 막상 나가 보니 갈 곳이 없었다.서준과 함께한 지난 3년 동안 나는 가족을 잃고, 친구들과 단절되었으며, 모든 사회적 관계를 끊었다.결국 남은 것은 이런 비참한 결말뿐이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 손으로 더듬으며 나아가던 중, 강한 술 냄새가 내 코끝을 찔렀다.그리고 잠시 후, 거친 손이 나를 완전히 감싸안았다.역겨운 술 냄새가 내 몸에 퍼져갔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살려주세요!”그러나 돌아온 것은 상대방의 비열한 웃음뿐이었다.마침내, 나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눌려 손이 떨리며 애원했다.“제발, 제발 저를 건드리지 말아요. 돈이 있어요. 얼마든지 드릴게요.”상대는 흥미를 보이며 혐오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진짜로? 얼마든지?”“네.” 나는 불안하게 침을 삼키며 서준의 전화번호를 말했다.“서준에게 전화하세요. 원하는 만큼 드릴 거예요.”전화를 걸고, 상대는 스피커폰을 켰다.그쪽에서는 영화 소리가 들려왔다.서준은 이미 다니와 함께 영화를 보고 있었다.“살려줘!” 나는 핸드폰 쪽으로 기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서준아, 누가 나를 해치려고 해. 돈 좀 줘서 나를 풀어주라고 할 수 있어?”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미묘한 침묵이 흘렀다.이윽고 서준의 낮은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뭐야, 연희. 나랑 헤어지자고 해놓고 후회한 거야? 이런 연극을 해서 나한테 돌아올 빌미를 만들려고? 내가 받아줄거 같아?]그러자 남자는 전화기를 빼앗아 가면서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네 전 남자친구였구만! 진짜로 돈을 줄 줄 알았는데. 이 비열한 것, 나를 속다니!”남자는 내 얼굴을 세게 때렸고,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며 피를 뱉어냈다.그러나 서준은 더욱 흥겹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계속 연기해 봐. 네가 대단한 줄 알았어? 돈 한 푼도 없이 나가서는 물 한 병도 못 사면서, 이제서야 내가 얼마나 너를 관대하게 대해줬는지 알겠지? 그리고 이게 네가 생각한 돈 버
문을 박차고 나가는 순간, 나는 손에서 구겨진 영화표를 찢어 쓰레기통에 던졌다.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내 지팡이조차 챙기지 못했다.출입구에 있는 화분을 잘못 건드려 깨진 도자기 조각이 내 종아리에 깊게 박혔다.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고, 이다니가 먼저 눈치챘다.“서준아, 연희가 다친 것 같아. 나가서 확인 안 해?”강서준은 다니의 말을 듣고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젠 성질까지 부리네. 집 나가겠다고 소란 피우고 말이야! 그래 나가봐야 알지, 내가 몇 년 동안 본인을 얼마나 잘 보호해 줬는지 몰랐을 거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벽에 머리를 부딪혀야 정신을 차릴 테니까!”다니는 혀를 차며 말했다.“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드네. 어차피 연희는 안 보러 갈 거니까, 너가 나랑 같이 가는 건 어때?”서준은 망설임 없이 동의했고, 내 다리에 피가 흘러나오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나는 절뚝이며, 마음이 칼로 베인 듯 아파하며 그 집을 떠났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길가에 멍하니 서 있었고, 차가운 바람이 몸에 스며들었다.그제야 비로소 후회가 밀려왔다.처음부터, 나는 내 각막을 서준에게 기증하지 말았어야 했다.손으로 더듬어 휴대폰을 꺼내, 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헤어지자.]얼마나 우스운가? 내가 시력을 잃어가며 얻은 약혼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으니.서준이 시력을 잃은 것은 한 번의 사고 때문이었다. 교통사고로 양쪽 눈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었고, 새로운 각막이 필요해 다시 빛을 볼 수 있게 되었다.두 눈을 잃자, 강씨 집안에서는 서준을 쓸모없다며 버려두었고, 더는 집안을 물려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다. 그렇게 서준은 병원에 남겨진 채 운명에 맡겨졌다.그때 서준의 여자친구였던 다니는 조용히 서준의 곁을 떠나버렸다.나는 서준을 오래도록 짝사랑해 왔기에, 처음에는 단지 서준의 곁에서 서준을 돌봐 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다 어느 깊은 밤, 서준이 갑작스럽게 내게 고백을 해왔다.너무나 큰 기쁨이 나를 덮쳐 머릿속이 하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