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각의 태상 장로가 신공을 연마하고 경지를 뚫고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자미각이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그 후에는 고무계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떨치며 고무계에서 손꼽히는 대종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회도경지의 강자가 지키는 종파라면 강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태상 장로가 죽었다.모두의 기대를 받던 자미각의 수호자, 태상 장로가 한순간에 비참하게 죽었다.이도현의 한 검에 의해 반으로 잘린 태상 장로는 시신조차 온전한 형태를 남기지 못했다.수련을 끝내고 나온 태상 장로는 곳곳을 누비며 자신의 제일 휘황찬란한 시기를 만끽해야 했지만 오히려 출관이 불행이 되어버렸다.하필 자미각의 불효 자손들이 이도현을 건드렸고 또 마침 태상 장로가 출관한 날 이도현이 자미각을 찾아와 사전 예고도 없이 싸움을 시작했다.태상 장로는 자신의 절기를 펼치지도 못하고 백여 년간 폐관 수련하며 얻은 깨달음을 시전할 틈도 없이 이도현에게 패배하여 죽음을 맞이했다.그의 출관부터 죽음까지는 불과 두 시간도 되지 않았다. 그는 밥 한 끼 먹을 시간 만에 죽어버린 것이다.그렇게 생각해 보면 태상 장로는 정말 억울한 죽음을 맞이한 셈이었다.자미각의 자손들이 벌인 일을 그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과 마찬가지였다.태상 장로는 폐관 수련을 하느라 다른 사람을 만날 시간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신경을 건드릴 틈도 없었다. 그저 자미각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솔직히 말하면 죽은 태상 장로는 저승에 가서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는 오늘 폐관을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동부에서의 수련이 지루하긴 했지만 적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조상님...”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에서 벗어난 자미각의 다른 장로들과 제자들이 두 조각 난 태상 장로의 시신을 보며 비통하게 외쳤다.“조상님...”자미각의 각주는 그만 겁에 질려 그대로 땅에 주저앉고 말았다.사시나무 떨리는 몸을 떨고 있는 각주는 이미
“대진제국? 그렇게 대단한가?”이도현이 싸늘하게 웃었다.“정말 대단하다고 해도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지? 나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나랑은 아무 상관도 없다. 하지만 나를 건드린다면 그게 사황자든 다른 무엇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죽여버릴 것이다.”“이도현! 너... 너 정말 간덩이가 부어버렸구나! 감히... 감히 어떻게 사황자께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너... 너는 죽은 목숨이다. 이건 대역죄야!”자미각의 각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하하하. 정말 충성스러운 개구나. 본인이 죽을 상황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위해 변호하려 하다니! 정말 충직한 개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도 실력이 있어야지. 너 같은 수준으로는 제대로 된 개조차 될 수 없다. 죽어라!”말을 마친 이도현이 들고 있던 보검을 빠르게 휘둘렀다.자미각 각주는 비명 속에서 음양검에 의해 목이 잘렸다.머리는 땅바닥을 구르며 자미각 제자들의 발 앞에 멈춰 섰다.이도현은 쳐다보지도 않고 겁에 질린 자미각 사람들을 쓱 훑어볼 뿐 먼저 공격하지는 않았다.“오늘은 너희들을 죽이지 않겠다. 하지만 기억해라! 다시는 나를 건드리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다음번에는 너희 모두를 저승으로 보내 염라대왕을 만나게 해줄 것이다! 그리고 아까 말한 사황자에게 전해라! 주제를 알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만약 또다시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 역시 죽일 것이다. 똑똑히 기억하고 전해라. 그 사람을 죽이는 건 개를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대진제국이든 뭐든 내 눈ㄴ에는 아무것도 아니니 알아서 잘 판단해.”말을 마친 이도현은 더 이상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자미각이 있는 산 밖으로 향했다.산 어구에 거의 다다랐을 때 이도현은 갑자기 멈춰서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흥! 구경 다 했으면 꺼져라! 너희도 마찬가지야. 나를 먼저 건드리지 마. 아니면 오늘 자미각의 최후가 너희의 최후가 될 것이니. 꺼져라!”이도현이 칼을 휘두르자 거대한 검기가 발사되었다.쾅!멀리 떨어진 산 하나가 폭발하
“흥, 덤비겠다는 건가? 좋다! 언제든지 상대해 주겠다.”“너... 너 이 자식! 정말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 깨닫지 못했나 보구나. 우리는 단지 산 위에서 지켜봤을 뿐이지 네 심기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리에게 먼저 공격을 가하는 것이냐! 이게 말이 되냐?”노인은 분노로 인해 붉게 물든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단순한 경고일 뿐이라도 말했다. 이번에는 선의를 베풀어 먼저 일깨워주는 것이다. 자미각과 같은 최후를 맞이하지 말라는 내 배려다.”이도현이 싸늘한 어조로 답했다.“너희들이 뭘 따지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단지 고무계에서 배운 대로 행하는 것뿐이다. 너희들이 나를 상대할 때는 도리라는 걸 지켰는지 생각해 보거라. 곤륜옥의 비밀을 노리고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때 너희들은 도리라는 걸 운운한 적 있나? 너희들 말대로 실력이 곧 도리이고 강한 실력을 지닌 자가 곧 규칙이라 했다. 이제 내가 너희보다 강하고 앞서니 너희들이 내 도리를 지키고 내 규칙을 지켜야지. 너희와 잡담할 시간 없다. 비켜라. 만약 내키지 않는다면, 체면을 다시 찾고 싶다면 싸워도 된다. 세 수는 먼저 양보해 주지. 하지만 그 후에는 염라대왕을 만날 준비해라.”이도현은 무자비한 태도를 보이며 귀곡육신의 체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너... 너 이 새끼! 정말 오만하구나! 놔! 날 막지 마! 내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저놈은 가만두지 않겠다!”노인은 빨개진 얼굴을 한 채 눈을 크게 뜨고 이도현을 향해 목청껏 외치며 몸부림쳤다.옆에 있던 다른 노인들이 그를 붙잡으며 달랬다.“죽이긴 뭘 죽여! 얼른 가! 정말 죽으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죽고 싶으면 우리까지 엮지 말고 혼자 죽어! 죽이긴 뭘 죽여! 네가 세 수 먼저 공격한다고 해서 이도현에게 닿을 수나 있을 것 같아? 간지럼 태우는 거에 불과할 거다! 쓸데없이 힘 빼지 말고 얼른 가기나 해!”“놔! 놓으라고! 저 새끼 죽여버릴
노인의 황당한 행동은 이도현을 완전히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그는 강호를 떠돌며 수많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문지해처럼 싸움에서 져서 무릎 꿇으며 스승으로 삼고 싶다고 한 사람도 있었고 신영성존처럼 싸움에서 져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며 주인으로 삼겠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또 어떤 사람은 싸움에서 지자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몸을 바치겠다고 하기도 했고 생존을 위해 옷을 벗으며 침대를 데워주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심지어 밤 기술이 뛰어나니 침대에서 편하고 황홀하게 해줄 수 있다고 자랑하는 경우도 있었다.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아지자 바로 도망치는 사람, 아버지를 데리고 오겠다고 큰소리치는 사람, 뒤에 백이 있다고 콧대를 높이 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하지만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말리는 상황에서는 이도현을 죽이겠다고 하면서 분노와 살기에 가득 찬 사람을 처음이었다. 노인의 행동만 보면 그를 말리는 사람이 없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이도현을 죽일 것 같은 기세였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조차 살 떨리게 하는 기세였다.그런데 막상 일행이 그를 놓아주자 그는 완전히 기가 죽었다. 더 이상 소리도 지르지 않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오히려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동료들을 탓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은 그 상황을 지켜보며 말문을 잃었고 노인의 일행도 마찬가지인 듯한 순간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그 중 한 사람이 본능적으로 답했다.“아니... 우리도 잡고 있었는데 네가 너무 심하게 발버둥 쳐서 놓친 거잖아...”“뭐라고? 너희들이 제대로 힘주고 잡지 않아서 그런 거잖아! 너... 나쁜 놈들! 날 사지로 내몰려고 작정했지!”“이제 어떡해?”노인의 일행들이 여전히 정신 차리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어떡하긴 뭘 어떡해! 얼른 다시 잡아! 아이씨, 정말 놀라서 죽을 뻔했네.”노인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 일행들의 품에 뛰어들며 잡으라고 외쳤다.일행은 어리둥절한 상태로 그의 팔과 옷을
‘이런 우스꽝스러운 사람을 죽여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죽여봐야 세상에 재밌는 사람이 조금 줄어들 뿐 별 의미가 없어.’이도현은 항상 우스꽝스러운 사람은 설령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선을 넘는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로 생각해 왔다. 이런 성격을 지닌 사람은 화병이 나게 하거나 너무 웃겨서 배 아프게 하거나 할 수는 있어도 대체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결론적으로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은 대부분 선량한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놔! 놓으란 말이야! 저 녀석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오늘 내가 저 녀석을 제대로 혼내주지 않으면 우릴 우습게 보게 될 거라고! 놔! 이 나쁜 놈들! 놓으란 말이야. 겁쟁이 같은 놈들. 놔!”노인은 계속해서 외치며 몸부림쳤다.하지만 그의 말에 일행들도 열 받기 시작했다.‘이놈이? 본인이 지금 허세 부리면서 누가 누굴 더러 겁쟁이라고 하는 거야!’“마훈, 네 이놈! 지금 누가 누굴 더러 겁쟁이라고 하는 거냐! 계속 그러면 진짜로 손 놔버린다?”“맞아! 너야말로 좀 적당히 해. 우리가 잡다가 놓치기라도 하면 또 그때 가서 우리 탓하지 말고.”“젠장. 진짜 적당히 해. 너 혼자 신났을지 몰라도 우리는 힘들다고.”“맞아! 너 때문에 먼지투성이가 됐잖아! 옷은 누가 빨아주지도 않고. 젠장.”일행의 대화에 이도현도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마훈과 그의 일행들은 정말 개그맨 팀이 따로 없었다.“조금만 더 버텨! 협조 좀 하라고. 이제 거의 다 왔어. 우리의 위엄, 우리의 명성을 위해 좀 더 버려봐. 생각해 봐. 이도현이 자미각 태상 장로까지 쓰러뜨려서 자미각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했어. 내가 그런 사람을 혼내려고 했으나 너희들이 잡고 있어서 아무것도 못 했어. 이 소문이 퍼지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되겠어?”마훈은 작게 말하며 계속해서 일행에게 협조를 구했다.그러면서도 발버둥 치며 이도현에게 외치는 일은 멈추지 않았다.“이도현, 너 이 자식. 오늘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더 이상 네가 나대는 꼴을 두고 볼 수는 없
“응? 아... 싸우자고? 너... 너 안가?”이도현의 한마디에 마훈은 순간 멍해졌다.그는 이도현이 진짜로 이렇게 대답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저 허세 부리려고 한 건데 이도현이 덜컥 받아주니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그래. 네가 아까부터 떠들어댔잖아. 내가 안 받아주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내려와! 나랑 싸울 기회를 줄게.”이도현이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음... 저... 그... 그게...”마훈은 말을 더듬으며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계속 허세 부려봐. 내가 적당히 하라고 했잖아. 안 듣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났잖아. 이제 어쩔 거야! 가 봐.”“그러게 허세도 적당히 부렸어야지.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떠들었어야지! 젊은 녀석이라고! 젊은 녀석들이 어떤지 몰라서 그래?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라서 심기가 불편하면 일단 덤비고 보는 놈들이야. 그렇게 한참이나 도발을 했으니 우리도 참기 힘들었는데 저 녀석은 어땠겠어. 이제 어쩔래? 쟤도 응했으니 한번 덤벼 봐.”“허세는 위험한 거야. 적당히 했어야지. 쯧, 자 덤벼 봐.”일행은 한숨을 내쉬며 마훈을 풀어주었다.“덤비긴 뭘 덤벼. 이게 죽으러 가는 거랑 뭐가 달라! 이도현은 자미각 태상 장로까지 쓰러뜨린 놈인데 내가 덤빈다고? 자살하는 거잖아!”마훈이 창백해진 얼굴로 외쳤다.그러나 일행은 아예 마훈을 외면하고 등을 돌린 채 모르는 척했다.“와... 너무 하네. 정말 무정하다.”일행의 냉담한 태도에 마훈은 어쩔 수 없이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 그게... 큼. 원래 손 봐주려 했지만 아까 저 녀석들이 날 너무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기운이 다 빠져버렸네. 지금은 호흡도 원활하지 않아서 결투는 좀 힘들겠어. 그러니까, 그... 그냥 가라!”마훈은 마치 자신이 너그러이 한 번 봐주는 것처럼 행동하며 손을 휘저었다.“기운이 다 빠졌다고? 괜찮아. 나 의술도 잘 아니까 기운 좀 돌려줄게. 그리고 싸워보자.”이도현이 웃으며 말했
“너 이 새끼... 대체 뭐야... 일부러 그런 거지. 콜록... 나 죽이기라도 하려고? 젠장... 무슨 젊은 친구가 예의도 없이 비겁하게 기습이야!”마훈은 창백한 얼굴로 땅에서 일어나 몸을 구부린 채 섰다.“아직 기운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나 보네. 한 번 더 도와줘야겠다.”이도현은 주먹을 치켜들고는 손에 입김을 불며 말했다.“X발! 제발... 제발 그만해! 기운은 제대로 돌아왔어! 돌아왔다고! 네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으니까 제발 오지 말고 가!”마훈은 완전히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기운 다 돌아왔다고?”이도현은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진짜 상황에 맞춰 태도를 잘 바꾸는 사람이네? 못 이길 것 같으니까 바로 항복하고 아프면 바로 아프다고 하는 솔직한 사람이야.’“돌아왔어. 돌아왔다니까! 더 돌아오게 하려다가는 너한테 맞아 죽겠어. 가, 제발 가! 이제 더는 너처럼 예의 없는 녀석을 보고 싶지 않아.”마훈이 억울한 표정을 했다.마치 동네 과부에게 희롱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서러워 보였다.“그럼 싸울까?”이도현이 흥미롭게 물었다.“대결은 무슨! 너한테 상대나 되겠어? 그냥 허세 좀 부려보려고 한 건데 그것조차 봐주지 않고 주먹을 날렸잖아! 어르신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요즘 젊은이들은 참... 어르신 공경도 모르고 상도덕도 없어. 나 같은 노인에게 손찌검하다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해! 이건 진짜 심했어. 아이고...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 정말 변했어.”마훈은 비통한 표정으로 한탄하며 작은 눈을 굴리며 이도현을 몰래 살폈다혹시라도 이도현이 갑자기 또 다가와서 주먹을 날려 배를 아프게 할까 봐 두려워했다.“쳇, 어르신은 공경해야 마땅하지만... 너는 좀 제외하자.”이도현이 경멸하듯 말했다.“뭐라고? 이 녀석! 너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제외라니! 무슨 뜻인데! 지금 내 인품을 무시하는 거야? 야! 가지 마! 내 말에 대답해. 방금 한 말이 무슨 뜻인지 해명하란 말이야. 제대로 설명 안 하면 정말 너 끝까지 물고 늘어
“됐어. 알았으니까 그만 해. 벌써 멀리 가버렸는데 뭘 그렇게 소리를 질러? 안 피곤하냐?”“정말 안 피곤해? 이렇게 오래 소리 질렀으면 이제 속이 시원할 만도 하지 않아?”“그래! 귀곡육신으로서 같이 나아가고 같이 물러나기로 했잖아. 행복과 슬픔도 서로 나누기로 해놓고 이렇게 좋은 폼 잡을 기회를 혼자 다 나서서 우리 다섯은 배경처럼 됐잖아. 젠장!”“닥쳐! 다 입 다물라고! 나한테 그런 말 할 자격 있어? 방금 그 주먹에 배가 터질 뻔했어. 젠장...”마훈이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허세 부리다가 맞아 죽지 않은 게 다행이지. 꼴 좋다.”“꼴 좋다니! 내가 보기엔 주먹 한 방은 맞을 만했어. 너희들은 몰랐겠지만 얼마나 짜릿했는지 알아? 정말 끝내줬다니까? 이 세상에서, 이 고무계에서 이도현에게 그렇게 욕하고도 무사했던 사람 있어? 누가 감히 걔랑 결투하겠다고 나서? 이도현 코앞에서 손가락질하며 욕을 퍼부으면서도 손 못 대게 만든 사람 나 말고 또 있냐고! 없지? 나 하나뿐이지. 하하하! 이 세상에서 나야말로 이도현에게 도발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이지. 정말 자랑스러워! 하하하!”마훈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쳇...”“정말 뻔뻔한 새끼.”“그러게 말이야. 겁에 질려서 뒤꽁무니 뺀 건 어쩌고? 어떻게 말했더라? 아아, 기운이 없어서 못 싸우겠어. 제발 가줘... 제발 가!”한 노인이 마훈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했다.“하하하! 정말 역겨운 새끼.”“가자, 여기서 더 이상 창피당하지 말고.”...귀곡육신은 서로 빈정대며 웃고 떠들며 자미각을 떠났다.정말이지, 여섯 노인은 그야말로 활기 넘치는 존재들이었다....자미각이 난장판이 되고 자미각의 각주가 살해당했으며 막 출관한 태상 장로가 참살되고 호법 장로들도 대거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금세 고무계 전역에 가을바람처럼 퍼져나갔다.이 소식이 사실임이 확인되자 고무계의 각 세력은 처음에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자미각! 다른 곳도 아니고 자미각이야.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