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하마터면 자신의 큰손자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 것 같았다. 피를 토해낸 그는 이도현의 뻔뻔한 말에 다시 혈압이 올라가면서 피가 역류하는 기분이 들었다.커헉!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또 토해내게 되었다.“세상에, 스님. 왜 자꾸 피를 토하고 계시는 거예요. 그러면 몸에 안 좋아요. 나이도 많으신데 몸 생각도 하셔야죠!”'이도현은 여전히 그들을 약 올리고 있었다.“시주님, 원하시는 물건을 드렸고 요구도 들어주었으니 이젠 서로 원한이 없는 거 맞지요.”스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당연하죠! 스님도 참, 저희한테 어떤 원한이 있었다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부 오해잖아요, 오해!”이도현은 조금 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계속 그들을 약 올리며 그들이 인내심을 잃고 자신을 향해 욕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결국 참지 못한 스님들은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거라면 시주님께선 이만 가주시지요!”피를 토한 스님이 속에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으로 말했다.“네, 네. 스님께 처리해야 할 집안일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저희도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충고하나 해드리죠. 자식을 교육하든 손자를 교육할 때든 절대 마음 약해져서는 안 됩니다. 혼낼 때는 혼내고 죽여야 할 때는 죽여야 하는 거죠. 이미 망한 자식 농사 다시 하면 그만이잖습니까. 스님들도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자식을 낳으면 되지요. 굳이 이미 망한 자식한테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들 힘내세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이른 때거든요!”“이도현 시주님, 제발 이만... 가주시지요...”스님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안색이 파리해지다 못해 보라색이 되었다. 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이도현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저런, 지금 화를 내시는 거예요? 갈게요, 가면 되잖아요. 스님께서 아직 화를 낼 기운이 있으신 거 보니 자식을 열 정도 더 낳을 수 있겠네요. 안 그래요, 누님들?”이도현은 선배들 옆으로 다가가
공작사 스님이 불효를 저지른 손자를 어떻게 훈계할지에 관해 이도현은 딱히 관심이 없었다. 설령 공작제국이 망해버린다고 해도 그는 동정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다만 공작제국에서 벌어진 일은 빠르게 소문으로 퍼지고 말았다.이도현은 공작제국의 도성에서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들을 열 명 처단했다. 귀수선비와 마도, 주육 스님이 이도현을 둘러싸며 공격을 펼쳤지만, 이도현이 전부 죽여버렸다.열 명의 고수들은 결국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지만, 이도현은 공작사 스님들이 보는 앞에서 그들의 머리를 따버렸고 스님들의 존엄마저 꺾어버렸다.그러고 난 뒤 이도현은 공작제국으로 쳐들어가 청용문 밖에서 공작사 스님들과 대치했고 공작사 스님이 항복하면서 공작사의 보물 중의 보물인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넘기고 말았다.심지어 공작상제는 이도현에게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고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이도현의 용서를 구했다. 이도현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공작제국을 떠났다고 소문이 돌았다.이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고무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귀령문이 이도현에게 멸문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무계를 대표하는 강자를 처단해 버렸고 공작사 스님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게 했다.이건 아주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고무계의 노련한 고수들에 대해 말하자면 아무리 그들이 고수라고 불린다고 해도 새로운 세대가 기존의 강자를 처단하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었다.고수들이 처단당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었으니 모두 놀라긴 해도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다.하지만 공작사 스님들을 굴복시켰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공작사는 고무계에서 천 년간 이어져 온 종파로 그 실력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했고 공작제국을 지킬 수 있는 정도였다. 실력이 없었다면 천 년간 이어져 내려올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종파가 이도현에게 굴복했을 뿐 아니라 공작사가 지켜오던 보물도 넘겨주었다고 하니 사람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소문이 퍼지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은 같았다. 다
귀령문의 태상 장로는 이도현의 한방에 시체도 남지 않게 되었다.그때 그가 맞서 싸워야 했던 상대는 원력을 다루는 강자였고 그의 내공보다 더 높은 내공을 소유하고 있는 강자였다. 그런 강자를 제대로 상대해도 그는 손쉽게 죽을 것이 뻔했다.그가 나선다는 건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꼴이었다.그 상황에서 그는 절대 이도현을 이길 수 없었다.도망쳐 돌아온 후 아무리 사람들에게 해명하려 해도 그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이미 그들에게 찌질하게 도망친 사람으로 낙인찍혀버렸던지라 그에 대한 인식은 바뀌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소문이 돌면서 그가 했던 말도 신빙성이 있게 되었고 이도현이 막강한 실력을 소유한 강자라는 것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공작사 스님들마저도 굴복할 정도이지 않은가.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다.호법 장로가 속으로 억울함을 풀게 되어 기뻐하고 있을 때 자미각의 각주가 말을 꺼냈다.“정말로 놀랍군! 믿을 수가 없어! 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소문에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곤륜옥의 비밀을 손에 넣게 되었다고 하더군. 곤륜옥에 신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믿지 않았지만 이제 보니 그 전설이 진짜일지도 모르겠군.”“그 외에는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 같네. 도대체 어떤 천재가 세속계라는 자원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고 혼잡한 환경 속에서 겨우 삼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이렇듯 끔찍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세속계를 떠나 우리 고무계에서도 지금까지 들어본 적도 없는 것을 그 새파랗게 어린놈이 해냈군.”“정말 놀라워! 곤륜옥의 힘이 이렇게나 대단했다니! 그렇게나 신비로운 것이었던가. 전설에 따르면 곤륜옥은 어느 수련자가 남긴 것이라고 했지. 신선이 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물건이라고 했으니 아마 가짜는 아닌가 보군!”각주는 말하면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수련자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곤륜옥이라. 이것은 고무계의 무사들이 오랫동안 추구하던 것이었다.이때 다른 한 장로가 입을 열었다.“그
자미각 내의 사람들은 시시콜콜 다투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들은 이도현을 상대해 그의 손에서 곤륜옥을 뺏어와야 한다고 제기했지만 어떤 이들은 이도현의 실력에 겁을 먹어 자미각에게 안 좋은 피해를 가져올까 봐 걱정이 앞섰다.의견이 서로 갈린 사람들은 이도현을 상대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를 두고 다툼이 일어났다. 자미대전 안은 순간 동네 시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그만!”노각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싸우는 두 무리의 사람을 힐끗 쳐다보고는 호통을 쳤다.그의 말에 왁자지껄한 소리가 뚝 그쳤고 자미각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노각주는 고아한 눈빛으로 사람들은 쓱 흘겨보고는 차갑게 말했다.“봐봐! 당신들이 지금 어떤 모습인지 봐봐! 시끌벅적한 것이 너무나도 무례해 보이는구나! 꼴이 이게 뭔가?”“여긴 자미각이다! 자미대전이라고! 이곳은 우리 자미각이 의사를 나누는 곳이지 당신들더러 막 소란피우는 동네시장이 아니다! 왁자지껄 떠드는 게 말이 돼?”“당신들은 자미각의 장로, 호법이면서 제자들이 이 꼴을 보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여길지 생각은 한 해봤어? 당신들의 우스운 꼴을 보고 장로들도 아줌마처럼 떠들기나 하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할 거다.”노각주는 장로와 호법들을 보면서 한바탕 훈수를 두었다. 이에 아래에 있던 장로들은 하나같이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노각주의 얼굴은 차근차근 온화해졌다.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작디작은 이도현 한 명 때문에 당신들이 이렇게 나온다는 게 말이 돼? 아니면 우리 자미각이 이미 그 정도로 몰락되었다는 말인가? 고작 한 명을 상대로 이렇게 바들바들 떨다니?”“우리 자미각은 수천 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리고 난 여태까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이 없다.”“그걸 기억해 둬! 성역 안에는 우리 자미각을 밀어줄 믿을 만한 세력이 있다. 오래된 가문인 진씨 가문에서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왔지. 우리더러 세속계로 와서 먼 옛날 진씨 가문 사람이 들고 나간 옥새를 되찾아달라고 했지.”
“각주님. 그 말이 참말입니까? 정말 그런 말을 했습니까?”어떤 이는 조금 전의 말이 믿어지지 않아 각주에게 물었다.말하는 목소리마저 떨려있는 것을 봐서 그가 지금 얼마나 격동스러운지 알 수 있었다.“가짜일 리가. 정말이라네!”노각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만약 이 일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그는 자미각 역대 각주 중에서 제일 으뜸가는, 또한 공로가 제일 큰 각주가 될 것이다.자미각은 예로부터 수몇 년이래, 매 세대의 각주는 모두 자미각을 조금 더 발전시켜 성역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한 사람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그는 소원을 이룰지도 모른다. 그는 자미각과 성역 안의 사람을 연결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자미각을 성역에 안착하고 안정시키기까지 하려 했다.이것을 이뤄낸다면 그는 기필코 당당하게 자미각의 제일가는 각주가 될 것이다. 자미각의 모든 사람은 그를 신성하게 받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는 자미각의 신화가 될 것이다.노각주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고 얼굴의 미소는 점점 더 찬란해졌다.그리고 또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난 이미 사람을 시켜서 정보를 좀 알아봤다. 진씨 가문의 그 옥새는 이도현 그놈과 일말의 관계가 있는데 너무 크지는 않다.”“그래서 우리는 이도현을 상대하러 무조건 가야 해. 그냥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독촉 자의 신분으로 가야 해.”“자고로 세상 어디를 가나 다 도리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 비록 이 말은 약육강식의 고무계에서 쓰기는 좀 억지지만 어찌 됐든 헛된 말은 아니잖아.”“그래서 각주인 나는 여러분을 데리고 같이 산을 내려서 이도현을 찾고 진씨 가문의 옥새를 되찾을 거다. 이도현을 해치울 수만 있다면 곤륜옥의 비밀도 자연스럽게 우리 손으로 들어오는 거지.”“지각주의 말이 맞아요. 명분은 아주 좋네요. 근데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어요?”자미각 각주가 명령을 내리고 있을 때, 갑자기 자미대전 밖에서 시원시원한 소리가 들렸다.갑작스럽게 울린 소리는 자미대전에 있는 장로
사람들이 아직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을 때 노각주는 빠른 걸음으로 청년 앞에 걸어와서는 몹시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진왕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노각주는 아주 많이 황송해하며 말했다.“진왕?”이건 아주 기묘한 호칭이었다. 이것은 강후에서 흔히 부르는 존칭인 데다가 한 제국의 왕후를 부를 때 쓰는 말이었다.진씨 성을 가진 것에서 뭇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진왕이라고 불린 도련님은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에 지각주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나?”“아닙니다! 송황합니다.”노각주는 깜짝 놀라더니 얼른 허리를 굽신거리며 대답했다.자미각 각주의 성함은 지유권이고 자미각의 제96대 계승자이며 내공 경지가 이미 영급 중기에 도달한 강자였다.고무계를 통틀어 보아도 꽤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하지만 지금 도련님 앞에서 노각주가 이토록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은 참 신기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아첨을 떠는 것도 조금 보였다.“진왕님이 이렇게 오시다니 제 영광입니다. 진왕님, 이쪽으로 앉으세요.”“여봐라. 차를 내오거라. 귀한 차를 진왕에게 내오거라.”지유권은 마치 여관의 심부름꾼처럼 소리치며 주문을 했다.진왕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고 노각주가 전에 앉아있던 자리에 덜컥 앉았다. 그러고는 아래에 있는 자미각의 장로와 호법들을 훑어보았다.진왕의 눈길 때문에 자미각의 장로 호법들은 숨을 꾹 참게 되고 말을 한마디로 하지 못했다. 심지어 눈을 마주칠 용기도 없었다.그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이 아마도 성역 안에 있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대충 짐작했다.진씨 가문은 아주 큰 가문이었다. 그들은 성역 안에서 마찬가지로 강대한 나라를 일구었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넓은 천만 강역을 통어하고 있다.자미각의 사람들은 이 진왕이라는 사람은 자신들이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진왕에게는 강대한 진씨 가문뿐만 아니라 대제국이라는 백도 있었다. 아무리 성역 안이라도 감히 그들을 건드릴 수 있는
“하지만 그 사람의 후세가 태허산의 사람이랑 인연을 맺었다니. 재밌네. 참 재밌어.”지유권은 진왕의 말을 들으면서 의견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그는 옆에서 고분고분 말을 들으면서 진왕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에야 입을 열었다.“진왕님. 이도현이라는 놈 실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상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상대하기 쉽지 않다고? 하하하...:진왕은 갑자기 대소하였으며 말투 속에는 대수롭지 않음이 가득 찼다.“상대하기 쉽지 않다니. 이 천하에 우리 진씨 가문 사람이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없다.”“그건 자네들이 너무 약해서 그래. 그러니까 그자가 무서운 거야. 세속계에서 온 자식이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겠어? 아무리 태허산의 제자라고 한들 어쩌겠어?”“태허산이 아무리 세다고 해도 그건 세속계에서나 그렇지. 고전 시대 태허산에 남겨진 그 대전이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고 풀 수 없는 게 아니었다면 태허산이라는 곳은 진작에 사라졌을 거다.”“무도가 몰락한 곳은 아무리 강자가 나타나봤자 얼마나 강하겠어?”“자네들은 고무계의 사람이면서 세속계의 사람 때문에 이토록 겁을 먹다니. 그러고 보면 자네들도 몰락했네.”“당신들은 우물 안의 개구리야. 볼 수 있는 곳이라고는 그저 손바닥만 한 하늘이지. 당신들이 지금 생각하는, 인식 속에 있는 강대함이 그저 작디작은 시발점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진왕의 말에 자미각의 장로들은 눈빛이 저도 모르게 초롱초롱해 졌다. 그들은 마치 전에 접하지 못했던 얘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진왕의 말에 의하면 그들이 생각하는 수련 경지는 장로들의 인식한 것과 차이가 있었다. 마치 장로들이 알고 있는 수련 경지 뒤에 더욱 높은 경지들이 있는 것만 같은 말투였다. 수련의 공법 또한 지금의 레벨을 훨씬 능가하는 수련공법이 존재했다.“됐고 난 이 일에 별 관심이 없다. 세속계에서 온 자식한테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옥새의 일은 자네들이 최대한 빨리 해결해. 만약 이도현을 잡았으면 나한테도 알려 줘. 난 곤윤옥에
진왕의 말을 듣자 자미각의 장로들은 순식간에 입이 떡 벌어졌다.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너무 일치하게 딱 맞아떨어졌다.이도현이 공작사에서 칠색동백꽃을 가져가자마자 진정이 동백꽃을 얻으러 공작사로 가겠다고 했다. 게다가 장로들에게 말을 대신 전해달라고 했다.조금 전 진왕이 이도현을 상대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으면 안 되었다.장로들은 세상에 이렇게 우연인 일이 있을 거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진왕은 지유권이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보더니 물었다.지유권이 깜짝 놀라는 것을 본 진왕은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하려고 하는 줄 알았다.“진왕님. 아직 소식을 못 들었나 본데 공작사의 칠색 동백꽃은 이미... 이미 공작사 안에 없습니다.”지유권이 말했다.“뭐? 공작사 안에 없다고? 왜?”진왕은 안색이 확 바뀌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진왕님. 얼마 전에 이도현이 공작제국에서 한바탕 난리를 피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공작상제의 목숨을 부지하고 조용히 넘어가려는 차원에서 공작사의 스님께서 칠색동백꽃을 이도현에게 선물로 줬습니다. 그래서 칠색동백꽃은 이미 이도현의 손안에 들어갔지 더는 공작사 안에 없습니다.”“뭐라고? 젠장... 어떻게 이럴 수가.”진왕의 안색은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자리에서 툭 일어서더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젠장... 무능하기는. 공작사의 빤대머리들이 어떻게 이렇게 무능할 수가 있어. 자기네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뺏기다니. 무능하다. 무능해...”진왕은 노발대발하며 자기 앞에 놓여있는 걸상을 세게 찼다. 그는 마치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맹수처럼 분노를 터뜨리고 있었다.칠색동백꽃은 그에게 무척 중요한 것이다. 이건 그가 앞으로 대진제국의 주인이 될 수 있는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그의 아바마마, 지금의 대진황제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는 황위에서 물러나 전심 성의껏 무도를 수련하고 싶었다. 그래서 근 2년 동안 그는
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을 데리고 돌문을 통과한 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산 끝자락까지 갔다.멀리서부터 산 중턱에 칠색 소용돌이가 보였다. 소용돌이는 시공간의 문처럼 끊임없이 칠색 빛을 반짝이며 신비로운 기운을 풍겼다.“형님, 앞에 보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지키고 있는 성역의 결계입니다. 이 결계를 통과하면 성역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호위무사는 관광 가이드처럼 친절하고 책임감 있게 설명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그가 자연스럽게 형님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 은근 귀에 거슬렸다.‘지금 호칭을 몇 번이나 바꾼 거야. 참.’처음에는 ‘이 녀석’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어르신이라고 하더니 이제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자꾸 변하는 호칭에 이도현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심지어 이도현은 고무계와 성역 사람들이 어릴 때부터 사랑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예의범절을 잘 배워서 이렇게 행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이도현도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그는 늘 이래왔다.“가자.”“예. 형님, 저랑 같이 결계에 들어갈 건데 저를 잘 따라오셔야 합니다. 처음 결계를 통과할 때는 조금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뜨면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겁니다. 아주 신기하죠.”“형님, 그런데 저 결계는 대체 누가 만들었을까요? 정말 신기하지 않아요? 우리 성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도 이 성역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너무 신기합니다.”“그래서 사람들은 이 세상에 원래 신선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무계, 성역 그리고 서방의 천사국도 모두 신선이 만든 게 아닐까요? 형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저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찌 됐든 이런 신비한 현상은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무사들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럼 신선이 만들어 낸 것일 수밖에 없죠.”“형님, 이 세상에 만약 신선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을까요? 설마 전설에 나오는
“형님... 안됩니다. 제발 저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저 죽기 싫습니다... 형님...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가 당황한 얼굴로 애원했다.“갈 거야, 안 갈 거야?”이도현은 이 상황에 어이가 없었다.“형님...”“가? 안 가?”이도현이 버럭 소리치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의 주먹에서 빛이 번쩍였다.“가겠습니다. 갑시다. 형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주먹에 단단히 겁을 먹었고 하마터면 바지에 오줌을 지릴 뻔했다.“진작에 이렇게 나오면 얼마나 좋아? 반나절 동안 징징대서 뭐해. 어서 앞장서.”이도현은 말이 안 통하는 놈들만 만나니 성격이 또 거칠어진 것 같았다.그는 이미 심경의 문제를 해결해서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 더 이상 예전처럼 작은 일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밖에 나갈 때마다 이런 답답한 놈들을 만나니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렇다고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참으면서 지금처럼 화만 쌓여갔다.“네. 네. 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황궁까지 안 가고 형님을 대진제국까지 모시겠습니다. 남아일언 중천금. 이 약속을 꼭 지키셔야 합니다. 제가 데려다주기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 가족의 목숨이 달린 문제라서 안 됩니다. 형님... 이점만 꼭 지켜주십시오. 저에게 진짜 가족이 있습니다.”어전 호위무사는 눈치 없이 이도현의 약속을 받아내려고 했다.“왜 이렇게 말이 많아. 가기나 해...”이도현은 분노를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형님, 이것만은 분명히 해주십시오. 제발 약속해 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제발 좀... 부탁드립니다.”어전 호위무사는 아주 우스운 요구를 제기했다.그는 이도현에게 잡혀 있는 상태인데 상대방에게 요구를 제기하고 있었다.“가자...”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주먹을 다시 꽉 쥐었다.“알겠습니다. 형님, 화내지 마십시오... 가겠습니다...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형님, 제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라 절대 약속을 어기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었다.“안 일어나? 죽는 척하겠다는 거냐? 그럼 정말 죽여주지. 다시 한번 묻겠다. 만약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영원히 잠들게 하지.”이도현의 차가운 말이 끝나자마자, 땅에 쓰러져 있던 어전 호위무사는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땅에서 벌떡 일어났다.“제... 제발 저를 죽이지 마십시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를 죽이지 마세요...”어전 호위무사가 공포에 질려 말했다.그는 조금 전 이도현이 여섯 명의 동료를 죽이는 과정을 똑똑히 지켜보았다.정말 몸서리칠 정도로 끔찍하고 무서웠다.그는 어전 호위무사로서 큰 장면도 많이 겪어봤고, 죽은 사람도 많이 봤다. 하지만 영급 경지의 고수 여러 명이 힘을 합쳐 한 사람을 공격했는데 상대방의 단 한 방에 전부 목숨을 잃는 장면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주먹 한 방으로 영급 경지의 강자를 피안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은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검을 한 번 휘두르는데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그는 그런 두려움을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바로 직전 그는 차라리 이도현이 한주먹으로 그를 죽이길 바랐다.“널 죽이지 않을 테니까 나를 성역으로 데려다줘.”이도현은 여전히 차갑게 말했다.“그... 안 가면 안 될까요? 저... 저는 대진제국 황제의 호위무사이고 이 결계의 수호자입니다. 만약 제가 길을 안내한다면 황제께서 저를 반드시 죽이실 겁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까지 죽이실 겁니다. 저에게 여든 되는 어머니가 계시고 갓 태어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죽어도 상관이 없지만, 우리 가족은...”“어르신, 제발 저를 살려주십시오. 좋은 일 한답시고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제 가족을 살려주십시오. 제발...”어전 호위무사는 애걸복걸하며 이도현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구나. 영급 경지의 고수가 겨우 이런 핑계로 용서받으려고 하다니. 위로는 여든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