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은찬이와 강윤아가 갑자기 실종된 사건에 대해, 권재아는 그저 미안함이 가득했다.은찬이 많은 일을 기억하지 못하니 권재민과도 예전만큼 친밀하지 않았다.권재민의 서운함이 가득한 표정을 보니, 권재아는 마음이 아팠다. 항상 자존심이 강했던 남동생이 이렇게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그렇다는 건 권재민이 정말로 은찬과 강윤아를 마음에 둔다는 뜻이다.권재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당연히 해야지.”권재민은 말로 그렇게 대답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하긴 해야지. 하지만, 신부는 송해나가 아니라 강윤아일 거야.’그는 강윤아가 살아서 돌아올 거라는 걸 굳게 믿고 있었다.권재아는 권재민이 이렇게 단호하게 대답하는 걸 듣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숨만 작게 쉬고는 집을 나섰다.권승호는 곧바로 권재민이 결혼하겠다는 소식을 송 씨 가문에 알렸다.송해나는 이 소식을 듣고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했다.‘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 다행히 재민 씨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거 같고.’이튿날, 두 가문의 사람은 한자리에 모여 결혼식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두 가문 모두 큰 가문인 데다가 경성에서 이름이 자자한 가문이었기에 결혼식에 초대해야 할 사람은 당연히 많았다.누구를 초대하고 누구를 초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 이유가 있어야 했다.두 가문의 사람은 자잘한 사항부터 드레스까지 논의했다.“그러고 보니 우리 해나가 입을 드레스를 준비하지 못했네요. 바쁘다 보니 이 중요한 걸 깜빡했어요.”송 부인은 손을 '탁' 치며 갑자기 떠오른 듯 슬쩍 권재민에게 눈치를 주었다.물론, 이런 중요한 일을 잊어버렸을 리는 없다. 송 부인은 권재민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결혼식을 준비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녀는 자기의 딸이 권재민과 결혼하고 나서 고생할까 봐서 걱정이었다.송 부인이 이렇게 귀띔해 주자 오히려 권승호가 조금 미안해했다.사실 이런 것들은 송 부인이 귀띔해 주지 않아도 권 씨 가문에서 준비해야 했던 것들이
다음날 윤기태가 갑자기 권재민의 사무실에 들이닥쳤고, 그의 다급한 모습을 본 권재민의 마음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피어올랐다.‘드디어…… 윤아 씨의 소식이 있는 걸까?’“대표님, 좋은 소식이에요!”윤기태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찼다. 며칠 동안 열심히 노력한 끝에 마침내 수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최근 며칠 동안 많은 정보를 알아냈어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권재민에게 보고할 수 없었다.괜히 보고했다가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서 그가 다시 실망하게 될까 봐 걱정했었다.“좋은 소식? 윤아 씨를 찾은 거야?”권재민이 다소 간절하게 물었다.윤기태는 권재민이 이런 태도를 보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여전히 감개무량했다.강윤아를 만나기 전에는 권재민이 이런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강윤아 때문에 권재민이 많이 변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윤기태는 주저하지 않고 즉시 대답했다.“우리의 사람들이 교통사고를 발생한 위치를 따라 그 길로 계속 수색해 나갔습니다.그러다 마을을 발견했는데 교통사고를 당한 두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바로 사모님입니다.”“그게 정말이야?”권재민의 두 눈이 곧바로 빛이 났다. 며칠 동안 퇴폐해진 모습도 순간적으로 활력을 되찾았다.“그럼, 윤아 씨 지금 어디 있는 거야?”“사모님을 구해주었던 집을 찾았는데 그들의 아들이 사모님을 시내로 모시고 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 사람과 연락을 닿지 못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권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이 윤아 씨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건 아니겠지?”윤기태도 지금 권재민이 강윤아를 걱정하다 못해 평정심을 잃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생각이 드니 상황이 조금 재미있어졌다고 느꼈다."걱정하지 마세요, 길에 설치된 CCTV를 조사했습니다. 사모님은 그 길로 시내로 돌아왔고 어제 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아마도 은찬 도련님을 찾으러 간 거 같은데 찾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강윤아는 잠시 걷다가 벤치에 앉았다.그녀는 벤치에 앉아 오랫동안 앉아 멍하니 앞을 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알 수 없었다.권재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곳에 앉아 강윤아를 바라보았다.그는 다가가서 강윤아를 안아주고 싶었고 그녀에게 자신이 요 며칠동안 많이 걱정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권재민은 참았다.지금은 두 사람이 아직 만날 때가 아닐지도 모른다.날이 저물었는데도 강윤아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오가는 사람이 많았고 또 강윤아가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결국 강윤아는 웃으며 아무 일도 없다고 말했다.권재민은 이렇게 깊은 밤에 강윤아가 아직도 혼자 밖에 앉아 있다가 만약 무슨 위험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소 걱정했다.지금 여기 앉아서 강윤아를 보고 있는데 만약 자기가 없으면 강윤아가 위험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여기까지 생각하자 권재민은 자기도 모르게 강윤아가 생각이 짧았다고 원망하기 시작했다. 하필 그는 나서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기에 그러 멀리 쩍이 강윤아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한참 후에 정신을 차린 듯 강윤아는 늦어진 것을 알아차리고 일어나서 복도로 들어갔다.강윤아의 뒷모습을 보고 권재민의 마음은 왠지 씁쓸했다.강윤아가 아직 아래에 앉아 있을 때 그는 강윤아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강윤아가 떠나가니 그는 또 그녀를 생각하며 미련을 두었다.사실 강윤아의 마음도 어수선했다. 그는 도대체 권재민을 찾아가 은찬이의 행방을 물어봐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만약 권재민이 정말 송해나와 결혼한다면 자신은 도대체 어떤 신분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야 하는가?아마도 권재민은 전혀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아 할 수 있다…….이렇게 생각하니 강윤아의 마음은 더욱 아파 왔다.‘지금,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강윤아 자신조차도 끝없는 망연자실을 느끼기 시작했다.병원에서 은찬이는 한동안 휴식을 취한 후 이미 많이 회복되었다.남진혁의 허락을
두 사람이 또 몇 마디 건넨 후, 송해나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았다. 이미 더는 참을 수 없다는 표정이 보였다.“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오늘 여기까지 얘기할까?”송해나는 고개를 들어 권은우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권은우도 송해나가 더는 자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비록 그도 송해나의 이 자만한 모습이 눈에 거슬렸지만 결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마음대로 하세요.”송해나가 떠나가자 권은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원래 총명한 그가 어떻게 송해나가 자신을 깔보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겠는가. 비록 송해나는 이미 적극적으로 숨겼지만, 자신에 대한 경멸은 마치 뼛속에 새겨진 것처럼 한눈에 간파할 수 있게 했다.“허, 송해나, 네가 또 뭔데? 네가 아직 이용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지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진작 너와 싸웠을 것이야!”권은우는 낯빛이 어두워졌으며 가볍게 중얼거렸다.잠시 앉아 있다가 권은우도 그곳을 떠났다.두 사람은 권재아가 두 사람의 옆에 앉아 있었고 그들 사이의 대화를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권재아의 낯빛도 어두워졌다.원래 오늘 자신의 기분이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여기에 와서 커피를 좀 마시려 했는데 이런 소식을 들었다.그러나 권재아처럼 똑똑한 사람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자초지종을 알게 되었다.애초에 강윤아와 권은우의 일을 조사해보니 권은우가 모욕했던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권재아는 어찌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송해나가 배후에서 손을 쓴 것을 발견했다!그는 배후에 뜻밖에도 송해나가 추진자로 숨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권재아는 송해나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나이가 비슷하여 함께 자랐고 그도 송해나의 가슴 깊숙이 숨겨놓은 마음을 잘 알고있었다.다만, 권재아는 송해나가 권재민을 차지하기 위해 뜻밖에도 이런 방식을 선택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리고 당시 권은우가 그 교통사고를 언급할 때 송해나의 안색은 분명히 좀 불
권재민은 송해나가 이 일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송해나를 제외하면 강윤아와 은찬이의 신분은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송해나가 한 짓임을 알 수 있다. 다만 물증이 부족할 뿐이다.“허.”권재민은 가볍게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권재아는 권재민의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또 좀 조급해했다. 어째서 이런 내용을 듣고도 동생은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았을까?“나는 여기까지만 말할 수 있어. 이 결혼식을 도대체 진행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너 스스로 잘 생각해 봐.”권재아는 한숨을 쉬었다.권재민은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자연히 진행해야죠. 모두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했는데 진행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되지 않겠어요?”권재아는 다소 경악한 눈빛으로 권재민을 바라보았다. 그는 정말 자신의 이 동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랐다.“됐어,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어차피 내 일이 아니야.”권재아의 마음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어차피 권재민이 결혼하는 것이기에 자신은 그저 누나로서 송해나와 접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권재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화가 나서 사무실을 떠났다.사무실 문이 닫히자 권재민의 웃음 어린 얼굴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송해나의 계책보다 권재민을 더욱 분개하게 한 사람은 권은우이다.송해나가 이직 권 씨 집안에 시집오기도 전에 이 녀석이 이미 좋은 점을 다 상의했어?그 야심을 받아줄 그릇이 된다고 생각해?권재민은 생각을 하고는 윤기태를 불렀다.“대표님, 무슨 일에요?”윤기태가 사무실로 들어갔다.권재민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요즘 권은우는 무슨 프로젝트를 하고 있니? 나한테 말해 봐?”권재민은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윤기태는 다소 의아해했다. 평소에 권재민은 권은우의 일을 묻지 않는다. 권은우 같은 사람은 아무리 성과를 내도 단번에 권재민에 의해 억압되기 때문이다.“권은우는 요즘 대하 그룹과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이미 많이 추진되어 성사되기만 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어요.”권재민은 권은우를
“빨리 그 몇 회사의 자료를 나에게 보여줘.”권은우는 생각할수록 이런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자료를 가져왔다.권은우는 샅샅이 여러 번 뒤져보았지만, 권재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왜냐하면, 이 몇 개의 회사는 이전에는 그들과 경쟁했지만, 후에 자신에게 눌렸기 때문이다.그러나 곧 일이 성사될 때 그들은 갑자기 번복했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권은우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가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이번 기회에 달렸다.“도대체 왜 그래?”둘째 삼촌도 조급해했다. 아들의 행복이야말로 자신의 행복이기 때문이다.“아빠, 분명히 이 몇 개 회사는 내가 이미 다 이야기했고 성의를 표하기 위해 내가 특별히 방문하여 추진했는데 지금 그들이 변덕을 부릴 줄 누가 알겠어요.”권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둘째 삼촌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이 일이 수상쩍다고 생각한다. 권재민이 뒤에서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성사되지 않더라고 한꺼번에 다 번복되는 것은 수상했다.권은우도 안색이 어두웠다.“그러나 만약 이 일이 정말 권재민이 한 일이라면 그는 나의 뒷길을 끊어야 하지 않겠어요?”설마 권재민이 자신의 계획을 알아차렸을까?“빨리, 네가 가서 권재민이 그랬는지 알아봐.”권은우는 자료를 비서에게 건네주었다.권재민이 한 게 아니길 바랐다. 그렇지 않으면…….권은우의 눈빛에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비서는 명령을 받고 떠났다.윤기태도 가장 빨리 권재민에게 보고하였다.“대표님, 대하 그룹 쪽, 그리고 나머지 회사 몇 개는 이미 권은우와의 협력을 취소했어요.”윤기태는 일찍 이 일의 결과를 예측했다.권재민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연히 그 집단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좋아, 잘했어.”권재민은 승리자의 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이 그의 장악 속에 있었다.“그럼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윤기태는 권재민을 따라 여러 가지 방법을 배웠으며 한 사람이 죽기보다 못한 인생을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강윤아는 가볍게 입술을 움직였고 권재민을 깨워 똑똑히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솟아났다.그러나 결국 강윤아는 자신의 이 충동을 억제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할 수 없고 지금 권재민의 앞에 나타나서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일지도 모른다.강윤아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쥐었다.이번에 은찬이를 데리고 떠난 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강윤아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가득 찼다.‘내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해야만 권재민을 철저히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반나절이 지난 후 강윤아는 마침내 몸을 웅크리고 쪼그리고 앉아 은찬이를 권재민의 품에서 슬그머니 안고 가려고 했다. 그의 손이 금방 은찬이에 부딪쳤을 때 권재민은 갑자기 몸을 뒤척거려 강윤아를 매우 놀라게 했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강윤아는 다시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은찬이도 뜻밖에도 권재민의 품에 안겨 강윤아가 한동안 손을 쓸 수 없게 하였다.게다가 방금 권재민이 몸을 뒤척기릴 때 은찬이를 더욱 단단히 안았다.이제 막 성공할 뻔한 강윤아는 동작이 느려 아이를 안지 못했다고 후회가 되었다.강윤아는 이 모든 것이 사실 권재민의 계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권재민이 강윤아가 아이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으면 강윤아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강윤아는 자신이 힘들게 별장까지 왔는데 이대로 떠나기 아쉬웠다.강윤아는 옆에서 권재민이 다시 몸을 뒤척거리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잠을 자는 동안 권재민은 무조건 몸을 돌려 누울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은찬이를 데려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다만, 강윤아는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별장의 도우미 아줌마일 것이다.그 소리를 들은 강윤아는 온몸이 굳어지며 경각성을 높였다. 그녀는 권재민이 잠에서 깰까 봐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쳐다보았다. 강윤아는 자신이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상대방은 권은우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을 일찌감치 예상한 듯 크게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권 선생, 우리도 꼭 당신들과 합작해야 하는 게 아니야. 나도 당신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고.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걸로 하지."이 말은 참 간단했지만, 상대방은 권은우가 기필코 승낙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굳게 믿고 자신과 합작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권은우는 대화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후, 권은우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책상을 두드렸다.“괘씸하군! 이 중요한 고비에 갑자기 이런 요구를 제기하다니,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이번 프로젝트는 그들 회사에 있어 매우 중요했고, 조수도 이를 위해 오랫동안 뛰어다녔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말렸다."사장님, 사실…… 40% 라도 여전히 완성할 수 있어요. 다만 때가 되면 우리의 수익은 20% 정도 줄어들겠죠."말을 마치자 조수는 이어서 말했다."원래 계획한 대로 많이 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손해 볼 정도는 아니에요. 게다가 이번에는 정말 절호의 기회이니,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조사가 한 이런 말을 권은우는 또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들이 이번 합작을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권은우는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았고, 동시에 자신도 적지 않은 힘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이윤뿐만 아니라 자금도 중요했다."네가 말한 그런 것들, 난 모를 줄 알아? 그런데 내가 어디에 가서 그렇게 큰 돈을 찾아주겠어?" 권은우는 약간 초조하게 말했다.그들의 현재 자금은 그저 상대방 책임자의 30% 이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 만약 40% 로 인상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권은우는 이렇게 짧은 시간내에 자신이 어떤 방법을 찾아 이를 메워야 할지 전혀 몰랐다.조수는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무슨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