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아는 가볍게 입술을 움직였고 권재민을 깨워 똑똑히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솟아났다.그러나 결국 강윤아는 자신의 이 충동을 억제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할 수 없고 지금 권재민의 앞에 나타나서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그들에게 가장 좋은 결과일지도 모른다.강윤아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쥐었다.이번에 은찬이를 데리고 떠난 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를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강윤아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이 가득 찼다.‘내가 얼마나 큰 결심을 해야만 권재민을 철저히 내려놓을 수 있겠는가!’반나절이 지난 후 강윤아는 마침내 몸을 웅크리고 쪼그리고 앉아 은찬이를 권재민의 품에서 슬그머니 안고 가려고 했다. 그의 손이 금방 은찬이에 부딪쳤을 때 권재민은 갑자기 몸을 뒤척거려 강윤아를 매우 놀라게 했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강윤아는 다시 시도해 보려고 했는데, 결국 은찬이도 뜻밖에도 권재민의 품에 안겨 강윤아가 한동안 손을 쓸 수 없게 하였다.게다가 방금 권재민이 몸을 뒤척기릴 때 은찬이를 더욱 단단히 안았다.이제 막 성공할 뻔한 강윤아는 동작이 느려 아이를 안지 못했다고 후회가 되었다.강윤아는 이 모든 것이 사실 권재민의 계산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만약 권재민이 강윤아가 아이를 가져가지, 못하게 막으면 강윤아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강윤아는 자신이 힘들게 별장까지 왔는데 이대로 떠나기 아쉬웠다.강윤아는 옆에서 권재민이 다시 몸을 뒤척거리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잠을 자는 동안 권재민은 무조건 몸을 돌려 누울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은찬이를 데려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다만, 강윤아는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별장의 도우미 아줌마일 것이다.그 소리를 들은 강윤아는 온몸이 굳어지며 경각성을 높였다. 그녀는 권재민이 잠에서 깰까 봐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쳐다보았다. 강윤아는 자신이 여기에 남아 있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상대방은 권은우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을 일찌감치 예상한 듯 크게 흥분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권 선생, 우리도 꼭 당신들과 합작해야 하는 게 아니야. 나도 당신을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고.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걸로 하지."이 말은 참 간단했지만, 상대방은 권은우가 기필코 승낙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굳게 믿고 자신과 합작을 끝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권은우는 대화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후, 권은우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책상을 두드렸다.“괘씸하군! 이 중요한 고비에 갑자기 이런 요구를 제기하다니, 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이번 프로젝트는 그들 회사에 있어 매우 중요했고, 조수도 이를 위해 오랫동안 뛰어다녔기 때문에 그는 이렇게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말렸다."사장님, 사실…… 40% 라도 여전히 완성할 수 있어요. 다만 때가 되면 우리의 수익은 20% 정도 줄어들겠죠."말을 마치자 조수는 이어서 말했다."원래 계획한 대로 많이 벌 수는 없지만 어쨌든 손해 볼 정도는 아니에요. 게다가 이번에는 정말 절호의 기회이니,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조사가 한 이런 말을 권은우는 또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그들이 이번 합작을 위해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권은우는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았고, 동시에 자신도 적지 않은 힘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이윤뿐만 아니라 자금도 중요했다."네가 말한 그런 것들, 난 모를 줄 알아? 그런데 내가 어디에 가서 그렇게 큰 돈을 찾아주겠어?" 권은우는 약간 초조하게 말했다.그들의 현재 자금은 그저 상대방 책임자의 30% 이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 뿐, 만약 40% 로 인상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권은우는 이렇게 짧은 시간내에 자신이 어떤 방법을 찾아 이를 메워야 할지 전혀 몰랐다.조수는 이 말을 듣고 한동안 무슨
소리를 듣고 권재민은 윤기태가 돌아온 줄 알고 또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고개를 들었을 때 온 사람은 뜻밖에도 송해나인 것을 보았다.순간, 권재민의 안색은 차가워졌다.그는 원래 송해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하물며 지금 은찬과 강윤아의 일이 송해나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그의 마음속의 매듭은 더욱 깊어졌다."재민 씨." 송해나는 권재민이 자신에 대한 태도를 알아차리지 못한 척하면서 손에 든 보신탕을 들고 걸어갔다."이건 내가 직접 끓인 건데,오래 일 하니 힘들지? 먼저 보신탕 좀 마셔. 아직도 뜨끈해."말하면서 송해나는 자신의 손을 권재민의 앞에서 이리저리 흔들면서 자신이 다쳐서 반창고를 붙였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이것은 그녀가 오늘 채소를 썰다가 실수로 벤 상처였다. 그러나 권재민을 위해서라면 약간의 상처를 입어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송해나는 아주 기뻤지만, 권재민은 전혀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아니야, 가져가." 권재민은 다소 냉담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안 돼!" 송해나는 좀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굴렀다."이것은 내가 직접 만든 거야. 재민 씨, 한 번만 먹어봐!"권재민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고 더는 송해나와 계속 얽매이고 싶지 않았다."됐어, 알았어. 그럼 여기 놔둬."권재민의 이 말을 듣고 송해나의 얼굴에는 마침내 기쁨이 스쳤다.‘이것은 그가 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겠지? 어쨌든 이것도 좋은 시작이야!’만약 송해나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알았다면 권재민은 틀림없이 비웃을 것이다.그도 정말 송해나가 계속 이곳에 남아 자신을 귀찮게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송해나에 대한 그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이르렀고 더 이상 그녀를 상관할 마음도 없었다.탕을 탁자 위에 놓자 송해나는 한쪽에 서서 떠날 의사가 없어 보였다.권재민은 묵묵히 잠시 참았는데, 그후 정말 송해나와 같은 곳에서 지낼 수 없다고 느꼈다."왜 아직도 가지 않는 거야?”송해나의 입가는 갑자기 굳어졌고, 다소 어색
"언니, 재민이 오늘 올까요?" 송해나의 얼굴에 근심이 스쳐 지나갔고, 마음속으로도 계속 걱정이 되었다.그녀는 정말 권재민이 나타나지 않을까 봐 두려웠다. 그녀는 분명히 권재민과 약속했는데 만약 권재민이 오지 않는다면 자신은 또 어떻게 가족에게 설명해야 하는가?권재아는 이미 송해나가 한 짓을 알게 되었기에 지금 송해나에 대해서도 전의 열정이 전혀 없었고 그냥 얼버무렸다.그러나 송해나는 권재민이 도대체 올 것인가 하는 초조감에 완전히 빠져들었기에 권재아의 이상함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원래 송해나의 진면목을 알게 된 후, 권재아는 전혀 오고 싶지 않았지만 송해나의 거듭되는 간청과 권건하, 김소혜의 부추김에 하는 수 없이 약속장소로 왔다."모르겠어."권재아는 다소 냉담하게 대답했다.권재아가 자신을 위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자신에게 이렇게 사람을 실망시키는 대답을 하는 것을 보고 송해나는 자기도 모르게 약간 의기소침해졌다.그녀는 핸드폰을 들고 권재민에게 전화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였고, 또 권재민의 짜증을 불러일으킬까 봐 좀 두려웠다."언니, 내가 재민 씨에게 전화해서 물어볼까요?"송해나의 얼굴은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어 괴로워 보였다.그러나 그런 일을 알게 된 후부터 권재아는 송해나에 대해 더 이상 호감을 갖기 어려웠다. 이때 송해나의 어떤 행동을 보더라도 그녀가 연기하고 있다고 느꼈다.어쩌면 자신의 동정을 얻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이런 생각에 권재아는 아무리 봐도 송해나가 좀 눈에 거슬렸다.이때 웨딩숍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들어왔고 그 사람이 바로 권재민이었다.권재민이 뜻밖에도 정말 온 것을 보고 권재아는 다소 의아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재민의 성질대로라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결국.’권재민은 이 모든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최근에 어찌된 일인지 권재아는 권재민이 뜻밖에도 배합하려 하기 시작했다고 느꼈다.‘강윤아 일이 충격이 너무 컸나?’여기까지 생각하자 권재아는 참지 못하고 또 양심
직원은 밖에서 두리번거리던 강윤아를 보고 다가가 미소 지으며 물었다."아가씨, 들어가서 웨딩드레스 좀 볼래요? 요즘 가게에 신상이 많이 들어왔거든요."강윤아는 멍해졌다.이때 웨딩숍의 송해나와 권재민도 바깥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권재민이 먼저 고개를 돌렸다.권재민은 강윤아를 보자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바로 옆으로 몸을 돌려 송해나의 시선을 막았다.권재민은 강윤아가 여기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권재민은 지금 달려가서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왜냐하면, 송해나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송해나도 강윤아의 모습을 힐끗 보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고, 그저 눈에 익다고 생각했다.송해나는 다시 한번 자세히 보려고 머리를 내밀었다.그러나 권재민은 입을 열어 송해나의 주의력을 분산시켰다."이거 별로야.너를 다 못 드러내잖아. 다른 걸로 바꿔."이 말을 듣고 송해나는 더 이상 강윤아를 보지 않았다.결국 권재민이 자신을 칭찬하는 횟수가 너무나도 적었기 때문이다."응, 그래, 그럼 잠깐만 기다려." 송해나는 웨딩드레스의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들어올렸고, 무척 기뻐했다.그녀는 깡충깡충 피팅룸에 들어가 자신이 전에 고른 다른 옷을 찾았다.송해나가 피팅룸에 들어간 것을 보고 권재민은 다시 뒤를 돌아보았지만, 웨딩숍 입구에는 이미 강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권재민은 한숨을 돌렸다. 그는 송해나가 절대로 강윤아를 발견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그녀는 지금 이미 여기에 있었으니, 그렇지 않으면 송해나는 반드시 방법을 강구하여 강윤아를 해칠 것이다.그러나 권재민은 송해나가 다시 강윤아 모자를 다치게 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권재민은 또 좀 실망했다. 이번에 보지 않으면 두 사람은 결혼식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강윤아는 그때 권재민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 그가 고의로 송해나를 막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그 사람이 누군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송해나의 얼굴에 피어나는 웃음꽃을
권재민은 아직 회사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점장의 전화를 받았다."왜?" 권재민은 나른하게 의자에 기대었다."대표님, 역시 대표님의 예상대로 방금 아가씨께서 CCTV를 조사했습니다."점장이 말했다.권재민은 조금도 놀라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들키지 않았지?"점장은 약간 알랑거리며 웃었다."안심하세요. 들키지 않았습니다. 미리 저에게 말씀을 하셨으니 저도 얼른 사람 찾아 그 영상에 손을 쓰라고 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티가 나지 않을 겁니다."권재민은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 가서 일 봐. 이 일은 내가 따로 돈을 주지."점장은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모두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권재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고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보아하니 송해나는 정말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어쩐지 매 번 강윤아가 모함을 당하더라니.강윤아처럼 순진한 사람은 또 어찌 송해나의 상대가 되겠는가.방금 권재민은 만일을 대비해서, 만약 송해나가 그 사람이 강윤아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한다면 정말 끝이었다.그래서 권재민은 떠나기 전에 이미 점장에게 당부했다.다행히 마음을 두었으니 강윤아를 위험한 지경으로 몰아넣지 않았다.바로 이때 앞에서 차를 몰던 윤기태가 입을 열었다."대표님, 지금 미행당한 것 같습니다."윤기태는 내공있는 사람이었기에 경각심이 매우 높았다.권재민은 콧방귀를 뀌었고, 누군지 너무나도 뻔했다."미행하라고 해. 우리는 직접 회사로 돌아가.”윤기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회사로 차를 몰았다.권재민의 차가 회사에 들어간 후, 송해나가 파견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어 더는 따라가지 못했다."아가씨, 대표님은 확실히 회사에 돌아갔습니다." 그 사람은 송해나에게 보고했다.권재민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고 알고 송해나는 또 한숨을 돌렸다."그럼 넌 지금 밖에서 지키고 있어. 이따가 그가 다시 나가면 꼭 따라가고. 알겠어?”"네, 알겠습니다.
“자, 맹세할게요, 내가 나가서 발설하면 여자 앞에서 서지 못할 거예요. 그럼 됐죠?”남진혁이 강윤아의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평소 같으면 진혁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전혀 웃을 수 없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진지하게 말했다“고마워요.”열심히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 강윤아의 모습을 보며 진혁은 오히려 쑥스러워했다.‘정말 바보 같은 아가씨야…… 재민이는 다 알고 있는데, 내가 숨겨줄 필요가 어디 있다고?’강윤아는 마침내 마음이 놓였지만, 방금 한 맹세를 생각하니 진혁이 더없이 슬프게 느껴졌다.‘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일에 걸려든 걸까? 그는 도대체 누구를 건드린 걸까?’검사를 마친 후, 진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윤아의 상황은 생각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재민이가 너무 급하게 전화를 걸어와 그는 정말 무슨 심각한 일이 생긴 줄 알았는데 윤아에게 작은 문제만 생겼을 뿐이었다.윤아는 지금 많이 좋아졌지만 몸이 아직 허약해서 계속 병상에 누워 있었다.진혁이 들어오는 것을 본 윤아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 배 속의 아이는 별일 없죠?”“걱정하지 마세요, 이번에는 아이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최근 기분이 좋지 않은 데다 적게 먹어서 위장에 문제가 생겼어요.”진혁은 손에 든 검사 결과를 보며 윤아에게 말했다.윤아는 어리둥절했다. 요즘 기분 때문에 밥을 못 먹는 게 사실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소동을 벌이다니.진작 알았으면 못 먹더라도 억지로라도 먹을 걸 그랬다. 아무래도 몸이 더 중요하니 말이다.게다가 지금 배 속에 아이를 품고 있는데, 건강이 무너지면 아이는 어떻게 할 것인가?“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윤아는 남혁을 보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우연히 병원에 왔는데 마침 진혁이 당직 의사였다. 진혁은 의술이 뛰어난 의사이니 그녀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진혁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재민 씨에게 말하지 않는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방금 그가 그런 맹세를 했으니, 아마 약속
그 말에 엄광희의 얼굴에 망설임이 스쳤다.그는 강윤아에 대해 확실히 마음이 놓이지 않지만, 최근에 회사 일이 많아져서, 매일 이렇게 찾아오는 것은 확실히 좀 곤란했다.“하지만 윤아 누나…….”광희는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윤아는 최근 광희가 바빠진 것을 알고 계속 설득했다.“요즘 바쁜데 오라고 하는 게 너무 미안해서 그래.”“알았어요. 그럼 요즘 덜 들를 테니,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꼭 전화 줘요.”광희는 윤아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자신이 걱정할까 봐 윤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두려웠다.윤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 간병인을 알아보라고 했으니 편하게 병원에 있으면 돼요.”남진혁이 윤아에게 밥을 가져다주었다.“병원 음식을 잘 먹지 못할까 봐 밖에서 사 왔어요.”“고마워요.”윤아는 진혁이 가져온 밥을 받아들고 말했다.자신이 병원에 입원한 후부터 진혁은 자신을 극진히 보살펴 주었다. 의사인 그는 너무 바빠 자신을 돌봐줄 사람도 찾아주었다.윤아는 마음속으로 진혁에게 감격했다. 비록 그 이유가 권재민의 체면을 봐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괜찮아요,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윤아 씨 자신과 배 속의 아이를 잘 돌보는 것이에요.”진혁은 웃으며 친구의 일이면 자기 일이라 생각했다.“그래요, 알았어요.”윤아는 손을 뻗어 아랫배를 만졌다.이 아이는 이렇게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자신과 함께할 수 있으니, 당연히 잘 보살펴야 한다.재민의 부탁으로 강윤아는 병원에서 남진혁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고, 남진혁을 좋아하는 병원의 많은 여성 간호사들은 모두 질투심이 불타올랐다.나중에는 진혁도 병원 안의 유언비어를 들었고, 호되게 꾸짖은 후야 그 유언비어가 점차 사라졌다.진혁이 하는 모든 일을 윤아는 눈여겨보며 마음속으로 감동했다.그녀는 불행한 일도 많이 겪었지만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진혁이 다시 와서 윤아에게 정기 검진을 한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