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송해나와 권지윤은 이 일로 조마조마해 하고 있다.오늘 밤 이 일이 커졌지만 그들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강윤아는…… 여전히 수모를 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권재민에 의해 구조 되였다.만약 강윤아가 이미 더러워졌다면, 아마도 권재민은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의 강윤아는 상처만 입었을 뿐 다행히 그 남자에게서 결백을 지켜냈다.여기까지 생각하면 권지윤은 아직도 이가 근질근질했다. 그 남자도 정말 믿을 수 없다. 빨리 움직이라고 했는데 결국 그렇게 오래 고생했다.권재민이 찾아왔을 때까지도 강윤아를 차지하지 못했으니 정말 쓸모없는 놈이다!이제 일이 드러난 이상 송해나와 권지윤도 자신도 모르게 걱정하기 시작했다.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권재민은 강윤아에 대해 더욱 애석해할 것이며 그녀를 버리는 것은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지금 강윤아가 억울하게 권재민 앞에서 울기만 한다면 권재민도 절대 그들의 배후에서 사주한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그녀들은 이제 권재민이 자신을 찾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밖에 없다.“해나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권지윤은 마치 뜨거운 솥에 든 개미처럼 초조해하며 일분일초가 괴로웠다.그녀는 그때 득의양양하게 권재민 앞에 가서 어슬렁거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후회가 밀려왔다. 만약 권재민이 이로 인해 자신을 의심한다면, 그것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겠는가?송해나는 권지윤보다 훨씬 냉정하게 행동하였는데 잠시 생각한 후 권지윤의 무능함에 더욱 반감을 느꼈다.이런 긴박한 고비에 권지윤은 불평하는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정말 조금도 쓸모가 없었다.비록 마음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송해나는 아직 권지윤과 싸울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지금 같은 배를 타고 있었으니 말이다.“일단 당황하지 마세요. 이 일은 우리 죄를 뒤집어쓸 누군가를 찾아야 해요.”권지윤은 먼저 멍해졌다가 무의식중에 되물었다.“이전에 우리가 찾던 그 여종업원이야?”송해나는 살며시 눈을
여종업원이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당황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권재민은 그녀가 틀림없이 다른 사람에게 사주를 받았음을 알았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말할수 방법이 얼마든지 있어”윤기태가 위협했다.여종업원은 자신이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두 손으로 머리를 안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내가 말할게요.”권재민의 대단한 수단에 관해, 그들이 일할 때 잡담하면서 들어본 적이 있다.젊고 힘 있는 젊은이가 그에게 심문을 당해도 결국 순순히 용서를 빌 수밖에 없을 것이다.게다가 권지윤은 일찍 자신에게 퇴로를 생각해주었고 자신이 버티기만 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네, 미스 강이에요.”여종업원은 말할 때 강윤아를 슬쩍 쳐다보기도 했다.강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느 미스 강?”“바로 강수아 씨입니다.”여종업원은 권재민의 표정을 다시 한번 관찰했다. 그가 감정 기복이 별로 있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그녀가 뭐라고 시켰어? 왜 너를 찾은 거지?”권재민이 다그쳐 물었다.여종업원은 일찍이 권지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마음속에 새겼고, 자연스럽게 말했다.“나는 왜 강수아 씨가 나를 찾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도련님을 데려갈 것이니 저는 강윤아 씨가 찾을 때 나에게 약속한 방향을 가리켜 강윤아 씨가 판단을 잃게 하면 됐어요.”강윤아의 눈썹이 더 찌푸려졌다. 그 일은 정말 여종업원이 말한 대로였고 강윤아는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너에게만 이 일을 하라고 했어?”강윤아가 입을 열었다.여종업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일이 성사되면 나에게 돈을 보내겠다고 했어요.”강윤아는 침묵했다.권재민은 여종업원이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을 보고 일이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걸 느꼈다.일이 발생했을 때 권재민은 가장 먼저 권지윤을 생각했지만 여종업원은 강수아를 이야기했다.설마 이것이 진실이란 말인가?권재민은 이 일을 좀 더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윤기태에게 분부했다.“기태, 사람
권재민은 경멸하며 웃다가 안색이 곧 어두워졌다. 부글거리는 분노가 가슴에서 솟아올라 손에 든 증명서를 구겼다.“잘했네 강수아, 소 씨네 집이 나를 지지한다고 생각했는데 나 권재민이 감히 어쩔 수 없다 그거지? 그녀와 윤아가 아직 약간의 혈연관계가 있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이렇게 잠자코 있지 않았을 거야.”윤기태는 권재민의 이 말이 바로 강수아에게 행동을 취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권 대표님, 이렇게 하면 사모님께서…….”“괜찮아, 이 일은 내가 그때 윤아 씨한테 설명할게.”권재민은 마음속으로 강윤아가 자기가 강수아에게 무슨 일을 했는지 알면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강윤아에게 강수아는 전혀 상관없는 낯선 사람이기 때문이다.권재민이 계획이 있는 이상 윤기태도 딴 말하지 않았다.“강수아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나는 그녀의 후원자를 무너뜨릴 것이다. 내가 그녀를 한 걸음 한 걸음 궁지에 몰아넣은 후에도 그녀가 감히 윤아 씨에게 이렇게 악랄한 일을 할 수 있는지 두고 볼 거야.”권재민은 손에 든 종이뭉치를 땅에 던졌다.“이리 와, 몇 가지 일을 해줘야겠어.”권재민은 윤기태에게 손을 흔들었다.윤기태는 가까이 가서 권재민의 계획을 듣고 마음속으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누구도 자신의 대표님에게 미움을 사서는 안 된다.이튿날, SY 그룹은 권재민의 압박을 받았다.소주헌은 점심을 먹고 나서 비서를 불러 함께 계약을 체결하러 가려고 했다.그러나 비서가 황급히 달려와 그쪽 사람들이 갑자기 그들 회사와 손을 잡지 않겠다고 돌아갔다고 보고했다.소주헌은 일이 이렇게 될지 생각지도 못했다.이 계약 측은 이미 모든 얘기를 끝내고, 오늘 계약서에 도장 찍는 일만 남았다. 게다가 그들 회사는 이미 며칠 전에 이 계약에 관한 원자재 구매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갑자기 말을 바꾸어 도장 찍을 수 없다고 하면 회사의 손실은 그야말로 막대했다.그러나 소주헌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이
강수아 쪽도 마침내 SY 그룹 쪽의 소식을 들었다.결국, SY 그룹의 현재 상황은 뉴스에 나왔고, 많은 사람은 이전에 잘나가던 SY 그룹도 누군가의 미움을 사서 갑자기 이런 모습으로 변했다고 개탄했다.그러나 강수아는 사실 다른 사람을 관심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들의 회사도 SY 그룹과 직접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SY 그룹이 지금 이런 모습으로 된 것은 강수아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이전에 강수아 그들 회사는 자신의 제품을 위해 적지 않은 홍보를 하였는데 그 자금 중 많은 부분은 소주헌이 투자한 것이며 그들 회사와 SY 그룹도 줄곧 협력관계였다.현재 SY 그룹은 이미 완전히 망했고, 강수아 쪽도 어느 정도 연루되었다.원래 일부 큰 고객들은 그들과 장기적인 계약을 계획했지만 SY 그룹이 지금 처한 불경기 때문에 강수아 그들 회사의 전망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저마다 계속 계약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이와 동시에 강수아도 적지 않은 반품요구를 받았다. 이렇게 되니 강수아도 그동안 강윤아가 회사 위기를 겪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알게 됐다.일부 큰 백화점에서는 성세의 압박으로 강수아 회사의 대부분 제품도 모두 하차하게 되었다.“뭐? 또 내리려고? 우리 회사의 최신 제품인데!”강수아는 화가 나서 백화점 책임자를 향해 소리 질렀다.“미스 강, 정말 죄송합니다…….”강수아가 또 무슨 말을 더하려고 할 때 이미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뚝뚝’ 소리를 들었다.“여보세요? 여보세요!”순간 강수아는 자신이 이전에 투자한 돈이 또 물거품이 되었음을 알았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손실은 정말 밑도 끝도 없었다.이런 일이 발생한 후 강수아도 송해나와 권지윤을 찾아가 울며 하소연했다.“해나 씨, 고모, 지금 이러면 어떻게 해요? 나는 많은 돈을 투자했고, 소주현쪽에서도 많은 돈을 냈어요. SY 그룹도 원래 지금은 잘 안 되니 그가 계속 투자하도록 할 수도 없어요.”강수아는 괴로워하며 말했다.이대로 포기하라고? 그녀가 어떻게 이대로
SY 그룹에 도착한 강수아는 마친 총부리에 부딪혔다.요 며칠 이렇게 많은 일이 일어나서 소주헌은 원래 기분이 매우 나빴다. 강수아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을 보고 그는 절대 좋은 일이 아니리라는 것을 눈치챘다.“너 왜 왔어?”소주헌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는데, 예전에 강수아와 함께 어울렸던 부드러운 느낌이 전혀 없어졌다.이런 상황에 대해 강수아도 사실 예측했다. 그녀는 소주헌에게 또 무슨 감정이 있겠는가? 정말 말하자면 각자 필요한 것을 취하는 것에 불과하다.그러나 소주헌이 지금 초라해도 강수아는 여전히 그에게서 한몫 더 건지려 하기에 될수록 자신의 목소리를 좀 평화롭게 보이게 했다.“주헌 씨, 내 메이크업 회사에 문제가 좀 생겼어요. 그러니까…… 내가 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도록 돈을 좀 지원해 줄 수 없을까요?”강수아는 소주헌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속으로 불안했다.그러나 회사가 잠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강수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소주헌에게 이런 요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우리 회사가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안 보여? 너 같은 쓸모없는 놈을 관리할 시간이 어디 있어!”소주헌의 심정은 원래 매우 나빴다. SY 그룹도 거대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는데 이 강수아는 뜻밖에도 돈 때문에 찾아왔다.강수아는 그의 말에 목이 메어 자기도 모르게 말했다.“하지만…… 이 회사에 이미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설마 이렇게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거예요?”“나는 지금 이미 스스로 돌볼 겨를도 없어.”소주헌은 좀 귀찮아서 강수아의 말을 끊었다.“아직도 너의 그 낡은 회사를 관리할 시간이 있어 보여? 눈치가 있으면 이제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마, 응?”강수아는 입술을 깨물고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SY 그룹을 떠난 후 강수아는 하는 수없이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어머니인 박미란에게 이 일을 얘기했다.“엄마, 전에 제가 그 메이크업 회사를 차렸는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잖아요. 지금 은행에서 갑자기 빚을 독촉하기 시작했어요.”강수아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
이날 병실에는 강윤아에게 예상치 못한 사람이 찾아왔다.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강윤아는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뜻밖에도 권재아였다.“언니.”강윤아는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두 손으로 지탱하며 조금 더 위로 앉으려 했다.권재아는 앞으로 몇 걸음 나아가면서 얼른 말했다.“움직일 필요가 없어. 그냥 지나가는 길에 너를 보러 왔어. 곧 갈 거야.”말하면서 그녀는 가져온 물건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언니 와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많이 안 가져와도 돼요.”강윤아는 정중하게 말했다.권재아는 담담하게 한마디 대답했다.“당연히 해야 하는 거야.”권재아의 이 말을 마지막으로 차가운 적막이 흘렀다.원래 강윤아와 권재아의 관계는 매우 미묘했다. 그녀도 권재아가 자신에게 도대체 어떤 태도일지 몰랐다.권재민의 누나로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으니 권재아가 마땅히 와야 한다.그러나 그녀가 지금 권 씨 가족과의 관계에 따르면 사실 오지 않아도 별로 상관 없을 것이다.권재아는 사실 특별히 오고 싶지 않았다. 다만 이 일은 자신의 연회에서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강윤아는 자신이 초대한 손님이었으니 이렇게 한 번 보지 않으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었다.다만 자신이 귀국한 후 첫 연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여 권재아의 마음은 조금 불쾌했다. 그러나 그녀도 강윤아에게 뭐라 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사람도 피해자였으니 말이다.그러나 어쨌든 권재아는 늘 마음속에 응어리가 있어 아무리 해도 제거할 수 없을 것 같았다.방 안에 둘이 있어 한동안 어색했던 강윤아는 그래도 몇 마디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언니 미안해요. 언니 연회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귀찮게 해서 미안해요.”강윤아의 마음에도 약간의 미안함이 있었다. 이 일은 모두 그녀 때문에 일어났다.권재아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너를 탓하지 않아. 그러니 딴 생각하지 말고 건강이나 챙겨. 그렇지 않으면 재민이 또 걱정할 거야.”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또 침묵에 빠졌다.권재아는 자신이
박미란은 냉소하며 말했다.“흥, 그럼 내 부동산은? 내 명의 앞으로 된 그 부동산은?”“당신이랑 나랑 내외할 필요 있어? 당신 거면 내 거 아니야?”강범석은 한숨을 내쉬었다.박미란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네, 다를 바 없어요. 당신이 부동산들을 모두 저당 잡히고 우리 수아는 어떻게 해요?”강수아라는 말을 듣고, 그녀가 한 짓을 생각한 강범석도 화가 났다.“이 모든 것이 걔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지금 우리 집도 힘든데 수아의 빚을 갚아줄 돈이 어디 있겠어.”“아빠!”강수아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강범석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박미란도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수아는 당신 딸이에요!”“내 딸인데 뭐 어쩌라고? 지금 집이 무슨 상황인지 마음속에 생각이 없어? 감히 밖에서 말썽을 일으키다니, 억지 부리지 마.”강범석은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섰다.“어차피 이 일은 수아가 스스로 해결해야 해. 나는 수아에게 줄 돈이 그렇게 많지 않아. 충고하는데 당신도 상관하지 마. 한번 당해봐야 종일 할 일이 없어 사고나 치지 않지.”말을 마친 강범석은 자리를 떴다.박미란은 또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강범석의 단호한 뒷모습을 보면서 더는 말을 하기 어려웠다.강수아는 놀라서 박미란의 품에 달려들어 울었다.“엄마, 그럼 이제 어떡하라고요? 집도 없어요.”박미란은 강수아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엄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일단 먼저 끌어 봐. 엄마가 가능한 한 방법을 생각해 볼게.”강수아는 대답하지 않고 박미란의 품에 기대어 훌쩍거렸다.이 모든 것이 강윤아 때문이라는 생각에 강수아는 강윤아를 미워하며 눈물을 글썽였고, 눈은 갑자기 원망으로 가득하였다.강윤아가 자신이 잘사는 꼴을 못 봐서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려 한다면 그녀도 잘살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병원.“지금 늦었으니 먼저 은찬이를 가지고 돌아가요. 내일 학교에 가야 해요.”강윤아는 손목시계를 보았다.요즘 은찬이와 권재민은 매일 병원에
고용인은 황급히 남진혁의 사무실에 달려갔다.“남…… 남진혁 선생님, 사모님께서 얼른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고용인의 초조한 기색을 본 남진혁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남진혁은 솔직히 이렇게 늦은 밤 사고가 터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지라 허겁지겁 옷을 주워 입고 강윤아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고용인이 남진혁을 찾으러 갔을 때 강윤아는 억지로 방금 삼킨 약을 뱉어냈다. 하지만 조금 토해냈다 할지라도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어떡하지…….’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더 나쁜 일이 벌어졌다. 강윤아의 배에서 갑자기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한 거다.이에 강윤아는 완전히 무너졌다. 강윤아는 이 일로 아이를 잃을 거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하지만 경거망동할 수 없는지라 그저 바를 끌어안은 채로 남진혁이 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남진혁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강윤아는 이미 땀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진혁은 눈살을 찌푸린 채 황급히 앞으로 다가가 강윤아를 부축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한 건데요?”강윤아도 알 수 없었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방금 간호사 한 명이 들어와 저한테 억지로 뭔가를 먹였는데 반응을 보아하니 낙태약인 것 같아요.”“뭐라고요?”남진혁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뭐라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고용인이 놀란 듯 소리쳤다.밤새도록 강윤아를 보살핀 건 자기인지라 강윤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권재민이 책임을 물을 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그 생각만 하면 고용인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혹시 넘겼어요?”그때 남진혁이 물었다. 하지만 솔직히 강윤아의 반응을 보고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얻었다.남진혁의 표정을 보자 강윤아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당황해하더니 눈을 딱 감은 채로 대답했다.“저…… 그래도 되도록 토해내려 했어요. 하지만 조금은 넘겼어요. 제발……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줘요. 저…… 이 아이 잃고 싶지 않아요!”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