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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9화

Author: 온유
“아린 씨는요?”

“발이 아프다고 하인에게 게스트룸으로 안내해달라고 한 것 같아요.”

말을 하던 손보미가 배지유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도 휠체어에 너무 오래 앉아 있었어. 가서 좀 쉴래?”

“그래요.”

세 사람은 이내 게스트룸으로 향했고 하인이 문을 열 때, 건너편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손보미는 이내 배지유의 귀를 틀어막았다. 혹여라도 배지유가 나쁜 물이 들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한편, 안색이 굳어진 강재민이 앞으로 다가가 방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뜨겁게 달아오른 방안의 두 사람은 노크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였다.

“아린 씨. 아린 씨, 어디 아픈 거야? 의사라도 불러줘?”

그 누구도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도아린이라고 한 적이 없지만 손보미는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기에 바빴다.

얼굴이 한껏 어두워진 강재민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고 도아린의 전화가 방안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손보미는 애써 득의양양한 표정을 감추고는 문을 더 세게 두드렸다. 강씨 가문의 모든 사람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다는 듯이 그녀는 목소리를 한껏 높였다.

“아린 씨, 문 좀 열어봐. 걱정돼 죽겠어. 건후 씨랑 이혼은 했지만 그렇다고 강씨 가문에서 이런 사고가 나면 안 되는 거잖아.”

강재민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힘껏 당겼지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린 상황이었다.

“열쇠 가지고 와요. 얼른 열쇠 가져오라고요.”

손보미가 하인을 향해 소리쳤다.

돌발상황에 놀란 듯 멍해 있던 하인은 손보미의 말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자리를 떴다.

이때, 강재민이 두 발짝 물러서더니 문을 거세게 걷어찼다.

쾅!

방문이 바닥에 쓰러지고 침대 위 뒤엉켜 있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졌다.

“아악.”

여자는 재빨리 이불을 집어 들고 자신을 감쌌다.

손보미는 앞으로 다가가 남자의 등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도유준 나쁜 자식.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린 씨는 네 누나인데. 누나한테 어떻게 이런 짓을 해.”

“우리 누나 아니야.”

그가 손보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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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70화

    “이 사람들이 다짜고짜 쳐들어온 거야.”몸을 감싸고 싶었지만 이불이 안민아의 몸을 감싸고 있어 어쩔 수가 없었다.잡아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아예 안민아의 치마를 잡아당겨 앞을 막았다. 손보미는 비명을 지르며 급히 몸을 돌리고 서둘러 배지유를 데리고 발길을 돌렸다.“이제 그만 나가자.”그러나 도아린이 어찌 그들을 그냥 이대로 돌려보낼 수 있겠는가? 모해를 하려다가 실패하니까 도망갈 생각인 것 같은데 어림도 없지...“민아 봤어요? 발꿈치가 닳아서 하인에게 연고 좀 가져다 달라고 했는데.”이불 밖으로 드러난 발이 빠르게 움츠러들었다. 손보미는 고개를 저었다.“글쎄. 다른 데 가서 찾아봐.”도아린이 길을 비켜주길 바랐지만 도아린은 문 앞에서 서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방에 있는 여자가 나라고 생각한 거야? 또 날 모함할 생각이었네?”손보미는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휠체어로 도아린을 날려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화가 치밀어오른 배지유는 다들 말이 없자 먼저 입을 열었다.“도아린 씨 핸드폰이 방안에서 울렸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그러니까 멋대로 사람 오해하지 말아요.”“내 핸드폰은 사촌 동생이 가지고 있어요. 핸드폰이 방에 있다는 건 민아도 이 방에 있다는 뜻인데.”얼굴이 싸늘해진 그녀가 경계에 찬 눈빛으로 손보미를 쳐다보았다. “지난번에 날 음해하려다가 실패하니까 이젠 내 여동생한테까지 분풀이를 하는 거야?”“나 아니야.”말을 하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휠체어 손잡이를 꽉 잡았다.“지난번에도 날 모욕했었잖아. 도대체 왜 또 이러는 거야? 내가 건후 씨랑 결혼하게 되니까 질투하는 거야?”차갑게 콧방귀를 뀌던 도아린은 들고 있던 꽃다발을 서랍장에 던져버렸다.“재민 씨, 내 핸드폰으로 다시 전화 걸어줘요. 핸드폰에 민아 연락처 있으니까 어디 한번 전화해 보죠. 민아를 찾지 못하면 오늘 누구도 이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해요.”배지유는 급한 마음에 손보미를 돌아보았고

  • 또 한 번의 거절   제471화

    안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누군가 그녀의 뺨을 세게 내리쳤고 그녀는 바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천한 계집애.”“아빠?”당황한 그녀는 자신의 목과 다리에 난 자국들을 가리려고 했지만 도저히 가릴 수가 없었다. 안준휘가 앞으로 한 발짝 더 다가와 뺨을 치려는 그때, 도유준이 그를 막아섰다.“민아와 저 서로 좋아하는 사이입니다. 민아랑 결혼하고 싶습니다.”“아니요. 난 싫어요... 난 원하지 않았어요.”고개를 가로젓던 안민아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차를 마시고 나서 몸이 안 좋았어요. 언니가 쉬러 가자고 했는데 일어나보니...”그 말에 안준휘는 독살스럽게 도아린을 노려보았다. 도아린의 손에는 손수건이 들려 있었는데 그건 강재민이 그녀를 위해 준비해 준 것이었다. 미리 양파즙을 발라놓은 손수건으로 눈을 닦자 이내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내가 마신 차는 민아가 나한테 준 거예요. 똑같은 차를 마셨지만 난 아무 일 없었고요.”그녀는 기억을 되짚어 보는 척하며 말을 이어갔다. “민아가 화장실에서 돌아온 뒤, 차에 감귤향이 난다고 하는 말에 민아도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어요.”안민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도아린이 자신의 계획을 미리 알아차리고 화장실을 간 사이 찻잔을 바꿔치기 했을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손보미 배지유와 얘기를 나눈 적이 없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한편, 강씨 가문에서 이런 일이 생긴만큼 좀처럼 나서지 않던 강태식도 그 자리에 나타났다.강재희가 강씨 가문을 대표하여 입을 열었다.“안민아 씨, 도유준이 당신을 강요한 건가요? 아니면 두 사람이 서로 원해서 생긴 일인가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솔직하게 대답해요.”“도유준이 강요한 거라면 경찰에 신고하죠. 우리 가문은 절대 감싸고 돌지 않을 거예요. 만약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도유준이 우리 가문의 먼 친척이긴 해도 우리 가문에서 예단을 준비하도록 할게요. 절대 안민아 씨를 섭섭지 않게 할 거예요.”안민아

  • 또 한 번의 거절   제472화

    “그건 안돼.”강홍련은 단호하게 반대했다. “안민아 씨, 전에도 하마터면 우리 아들의 명예를 망가뜨릴 뻔했었죠. 그런데 오늘 또 똑같은 수법을 쓰는 거예요? 손보미와 배지유는 소리를 듣고 문을 두드린 거예요. 원하지 않았다면 왜 처음부터 도움을 청하지 않은 건가요?”“숨어 있으면서 도아린이 찾는 데도 잠자코 있었죠. 그런데 뭐예요? 우리 아들한테 책임질 일까지 해놓고 모른 척하는 거예요? 사람들한테 들켰다고 지금 우리 아들한테 다 뒤집어씌우냐 말이에요?”강홍련의 말솜씨에 안민아는 할 말이 없어졌다. 한편, 안준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손에 든 찻잔을 꽉 움켜쥐었다. 양측이 심하게 다툴 때, 강재희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도정국의 빚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예요?”거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조금 전까지 날뛰던 강홍련은 갑자기 얼굴이 굳어진 채 눈빛이 흔들리면서 안절부절못하였다.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던 안준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당신들 지금 내 딸한테 그 빚을 갚으라고 할 생각인 거야? 이러고도 우리 안씨 가문을 모해하지 않았다니...”강홍련이 뭐라 변명하려 할 때 강재희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아섰다. “도유준이 성을 바꾼다면 도정국의 채무는 그와 무관해요. 그리고 언니가 이리 결혼도 안 한 신분으로 성이 다른 아들을 데리고 있는 건 보기에도 안 좋아요.”현재 강씨 가문은 강태식과 그의 자식들이 절대적 발언권을 가지고 있었다. 강재희가 딸이긴 해도 맏이로서 이미 회사 일을 많이 인계받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강재희의 뜻이 곧 강태식의 뜻이기도 했다. 강홍련은 내키지 않았지만 도유준은 내심 기뻤다.도정국의 빚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되었고 또한 강씨 가문의 도련님이 되었으니 남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강씨 가문에서 준비한 예단도 받을 수 있고 안민아를 괴롭히고 도아린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게 되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난 좋아요.”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자신에게로 향해

  • 또 한 번의 거절   제473화

    고개를 들어 올리는데 그녀의 눈은 여전히 부어 있었지만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의 얼굴에 조롱이 깃들여 있었다. “여동생의 일은 양가 어르신들께서 결정할 문제예요. ‘봉황의 시대’는 덕과 재능을 겸비한 사람을 찾아 관리할 생각입니다.”그 말에 강태식의 안색이 굳어졌다. 나한테는 덕이 없다는 뜻인가?늦게 결혼하고 늦게 아이를 가진 그는 얼마 전에 일흔여덟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아직까지 혈기 왕성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검버섯과 주름살이 가득했다. 늘어진 눈꺼풀이 날카로운 시선을 감추었고 그가 도아린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어린 계집애가 복수를 위해 강씨 가문까지 이용하려 들다니...침착하고 생각이 깊은 계집애군. 그러나 이런 사람은 양날의 검이었다.“배건후와 이혼했다는 소문은 들었네. 괜찮은 젊은 친구들을 내가 좀 알고 있는데 소개해 줄까? 우리 재민이는 외국에서 자라서 성격이 방탕하고 좋은 남자가 아닐세.”“아버지. 어떻게 아들을 그리 비하할 수 있어요?”“널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도아린 양한테는 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그의 태도는 명확했다. 도아린을 강씨 가문의 며느리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었다. 그 말에 도아린도 피식 웃었다. “어르신, 제 결혼은 저희 부모님께서 신경 써주실 거예요. 그리고 여자가 꼭 시집을 잘 가야 잘 살 수 있다고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안 그래요? 강재희 씨.”차를 마시던 강재희는 흠칫했다. 짙은 속눈썹을 드리운 채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태식은 단목구슬을 꽉 움켜쥐었다. 아주 빈틈이 없구나. 네가 강씨 가문의 주가를 통제할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해남병원. 병실 문을 들어오던 배지유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 “오빠? 오후에 도착한다고 하지 않았어요?”그녀는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 손보미를 쳐다보았다. 서둘러 돌아온다고 했는데 결국 한발 늦은 것이다. 그는 창가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창문이 반쯤 열려있었고 창턱의 재떨이

  • 또 한 번의 거절   제474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불안해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그가 빤히 지켜보고 있었다. 가뜩이나 차가운 남자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또 도아린 괴롭히러 간 거야?”“아니. 그런 거 아니야.”손보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우리도 강씨 가문에 가서야 아린 씨가 있는 걸 알게 되었어. 그리고 지유가 아린 씨한테 사과도 했고.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일은 다 잊기로 했어. 안 그래? 지유야.”“맞아요. 도아린 씨가 나한테 꽃까지 줬어요. 휠체어에 있는 꽃잎이 바로 그 꽃이에요. 우리 화해했어요.”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꾹 누르며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 원한을 다 풀었다면 도아린이 준 꽃을 이리 으스러뜨렸을까?그의 어두운 눈빛이 쇠 방망이처럼 배지유의 가슴을 두드렸고 그녀를 더욱 두렵게 만들었다. “오빠, 보미 언니. 나 다리가 너무 아파요...”그 말에 손보미는 급히 의사를 찾아갔다. 그녀가 병실을 나간 뒤, 배지유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배건후를 쳐다보았다. “오빠, 이제 곧 보미 언니랑 결혼할 거잖아요. 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언니가 많이 상처받을 거예요. 내 기분 풀어주려고 언니가 날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간 거예요. 재민 씨가 도아린 씨를 초대할 줄은 우리도 정말 몰랐어요.”“도아린 씨가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버린 남자를 언니가 주워가는 거라고. 그래도 보미 언니는 화 한번 내지 않았어요. 정말 도아린 씨 괴롭히려고 간 거 아니에요. 그리고 내가 지금 이런 꼴인데 누구를 괴롭혀요?”잠시 후, 손보미는 의사를 데리고 들어왔고 의사가 배지유 다리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연성에서 오느라고 수고했어. 얼른 가서 쉬어. 지유도 푹 쉬라고 해야지.”손보미가 그의 팔짱을 끼려고 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얌전히 병원에 있어. 합병증이라도 생기면 그땐 정말 다시 일어설 수 없을 테니까.”그가 차갑게 배지유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불을 움켜쥐고 고개를 떨구고 있던 배지유의 눈빛에 원망이 가득했다.

  • 또 한 번의 거절   제475화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으로 인해 깜짝 놀란 강홍련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하려 하였다.오늘의 일은 네 몫도 있는데 여기서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고.그러나 문 뒤에서 걸어 나오는 남자를 보니 온몸의 피가 차가워지는 듯했다. “배 대표님이 여긴 어떻게...”그녀는 재빨리 도정국의 뒤에 몸을 숨기며 극구 변명했다.“오해하지 말아요. 난 그런 적 없으니까. 손보미 씨가 한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안민아가 그런 거예요. 내 아들과 결혼하고 싶어서 꾸민 짓이고 그걸 도아린한테 뒤집어씌운 거라고요.”옆에 있던 손보미가 그녀를 노려보며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걸 배건후는 눈치채지 못하였지만 도정국은 두 사람이 주고받는 눈빛을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들이 합심하여 도아린을 모해하려고 일을 꾸몄다가 오히려 도아린에게 당한 것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금속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배건후가 차가운 눈빛으로 도정국을 쳐다보았다. “도아린이 도유준의 성을 내일 당장 바꾸겠다고 했어요.”거절하려는 도정국을 보며 손보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도유준까지 시궁창에 끌어들이지 말아요. 강씨 가문의 사람이 되면 그래도 명문 가문의 도련님으로 인정받는 거니까. 다른 사람은 꿈도 못 꾸는 일이죠.”그녀는 필사적으로 강홍련에게 눈짓을 했고 강홍련도 따라서 도정국을 설득하기 시작했다.화가 치밀어 입술이 파랗게 질렸지만 도정국은 타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잠시 후, 손보미와 배건후가 자리를 뜬 뒤, 그가 강홍련을 발로 차서 바닥에 넘어뜨렸다.“이게 다 당신 탓이야. 이 여편네가 생각이 있는 건지.”문득 도아린의 말이 생각났다. 그동안 도정국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걸 생각하면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당신, 내가 강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죠? 정은채 그 여자의 모든 것을 다 빼앗고도 한편으로 달콤한 말로 날 속이고 훗날 날 이용해 강씨 가문의 덕을 보려고 한 거 아니에요?”“그게 무슨

  • 또 한 번의 거절   제476화

    억울했던 안민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떨며 차마 말을 하지 못하였다.도아린이 통화 내용을 들을까 봐 일부러 물을 틀어놓았는데 어떻게 이리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일까?“아직도 도유준 편을 들고 싶어?”도아린은 그녀의 주머니에 손을 뻗어 핸드폰을 찾았다. “도유준한테 전화한 거 맞잖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또 도유준한테 속아 넘어간 거야?”안민아는 괴성을 지르며 급히 주머니 속의 핸드폰을 움켜쥐었다. 통화기록을 절대 도아린에게 보여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니에요. 핸드폰 뺏지 말아요.”“도유준 그 자식이 또 널 속인 거지? 걱정하지 마. 내가 단단히 혼내줄게.”겉으로는 안민아를 걱정하고 있는 척했지만 사실 도아린의 손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그러나 핸드폰을 꺼내려고 할 때마다 안민아가 한사코 그녀를 막았다.당황스러운 얼굴의 안민아는 안준휘에게 몇 번이나 도움의 시선을 보냈다. 이때, 안준휘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끊고는 언짢은 얼굴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강요하지 말거라. 말하기 싫다는 애를 왜 그리...”“왜요?”손을 놓던 도아린은 시선을 안민아에게 돌리더니 뭔가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설마 강재민 씨야?”“아니에요. 누구와도 약속한 적 없었어요.”“통화 기록은 양측한테 다 있는 거잖아.”이때, 윤명희가 갑자기 현관에 나타났다. 마트를 다녀온 윤명희는 식재료를 하인에게 건네주고는 손수건을 받아 손을 닦으며 안민아를 향해 걸어왔다. “민아야, 통화 기록은 양측한테 다 있는 기록이야. 나중에 도유준이 기록이라도 내세워 네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면 그땐 어떡할 거니? 차라리 지금 사실대로 털어놓거라. 그래야 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안 그래?”안민아는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만약 손보미와 손을 잡고 도아린을 음해한 사실을 진씨 가문에서 알게 된다면 결혼을 물론 사업도 물 건너가고 원수가 되고 말 것이다. 고민 끝에 안민아는 결국 자신이 도유준에게 전화를 걸

  • 또 한 번의 거절   제477화

    도아린은 일의 자초지종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안민아와 손보미가 손을 잡고 벌인 짓이라는 걸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사실 안민아가 계속해서 강씨 가문으로 가자고 할 때부터 그녀는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가 강씨 가문에서 손보미를 보니 안민아와 손보미가 손을 잡았다는 걸 바로 눈치챘다. 지난번 백화점에서 안민아는 손보미를 싫어했고 경멸했다. 그러나 이번에 강씨 가문에서 두 사람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의식적으로 서로를 피하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엄마, 내일 연성에 좀 다녀올게요.”“뭐 하러?”“내일이 이혼 숙려기간의 마지막 날이에요. 건후 씨와 깨끗이 정리하려고요.”또한 도지현을 데려올 생각이었다. 눈에 뵈는 것이 없는 도정국이 무슨 일이라도 벌일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윤명희는 그녀를 껴안으며 입을 열었다.“시집가기 싫으면 평생 엄마랑 같이 살아. 엄마가 너 평생 보살펴줄 테니까.”“고마워요.”“또 한 번 고맙다고 하면 엄마 진짜 화낼 거야.”도아린의 어깨를 살짝 내리치면서 피식 웃었다.“둘째 오빠랑 같이 갔다 와. 배건후가 후회라도 하면 일이 복잡해지니까.”“그럴 리 없어요.”그녀의 말투는 아주 단호했다. 그날 저녁, 욕조에 누워 마사지를 즐기고 있는데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확인해 보니 배건후였다.그녀는 다시 핸드폰을 옆에 두고 눈을 감았다.전화가 한번 끊기더니 다시 또 울리기 시작했다. 한동안 울리던 벨 소리가 잠잠해지고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잠시 후, 머리를 말리고 침대에 누운 그녀는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답장을 보냈다. [강재민: 강홍련이 도유준이 성을 바꾸는 걸 동의했어요. 내일 예단을 준비해서 찾아갈 생각인데 어디로 가면 되나요?][서대은: 안준휘와 계약을 취소한 두 회사는 모두 손보미가 강재희라는 이름으로 접근한 회사들이야. 나중에 계약을 이행하라고 했을 때, 상대 쪽에서 받아들이지 않았어.][소유정: 며칠 쉬러 갔다 올게. 전화기는 꺼둘 거야.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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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933화

    누군가는 사진 한 장을 들고 나타나 말했다.“도아린 곁에 있는 꽃미남이 사실 강재민이래.”과거, 두 사람이 함께 음악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적도 있다는 이야기였다.그 말에 또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져갔다.그러던 어느 날.도아린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있던 한 신인 배우가 몰래 찍은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올라왔다.사진 속엔, 두 사람의 머리가 맞닿은 채 귓속말을 나누고 있었다.그 한 장의 사진은 결국 배건후의 정체를 증명하는 결정적 단서가 되었고 그는 다시 한번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이번에도 역시 온갖 의심과 루머 그리고 비난이 따라붙었다.하지만 며칠 후, 연성 경찰청에서 공식 공지문이 게시되었다.바로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기 밀매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 공지였다.공지문에는 고성만, 손보미, 자상훈 등이 인신매매로 부당한 이익을 챙기다 결국 장기 밀매까지 손을 뻗친 사실이 요약되어 있었고 그 수사에 협조한 익명의 자원자들에게 감사의 뜻도 함께 담겨 있었다.그 단 하나의 공지로, 여론은 완전히 반전됐다.정월 대보름, 해남엔 보기 드문 큰 눈이 내리고 있었다.도로는 차들로 가득 막혀 10분이 지나도 백 미터를 채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천천히 가. 우린 여기서 내려서 좀 걸을게.”도아린은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일북에게 말했다.그리고 배건후와 함께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까지 걷기로 했다.배건후는 우산을 펼쳐 도아린의 머리 위에 씌웠다.도아린은 그의 팔에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은 외투 주머니 속에 꼭 쥐어져 있었다.“춥지 않아?”그가 우산을 더 그녀 쪽으로 기울였다.“안 추워요.”도아린은 입김을 내뿜으며 활짝 웃었다.발밑에서는 바삭거리는 눈이 소리를 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기억이 스쳐 갔다.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시절.어느 회사 대표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눈밭에서 몇 시간을 버텼던 그날, 발이 얼어 서 있지도 못하고 결국 쪼그려 앉았던 그 순간

  • 또 한 번의 거절   제932화

    그 여자는 바로 그날 수상 레스토랑에서 진경수에게 벨트를 빌렸던 그 여자였다.하지만 오늘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짧은 티셔츠와 청 반바지 대신 격식을 갖춘 정장 느낌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얘, 내 여동생. 그리고 이 사람은... 우리 제부.”진경수는 ‘제부’라는 단어에서 말끝을 흐렸다.여동생이 혼인신고까지 해놓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못마땅한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그건 진수혁도 마찬가지였다.“큰형님, 작은 형님.”배건후가 정중히 일어나 인사를 건넸고 도아린은 해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오빠들, 호칭 바꿨으니까 용돈 좀 주셔야죠?”“혼인신고도 우리 몰래 해놓고, 무슨 용돈이야?”진경수는 여전히 불만 가득한 얼굴로 배건후를 노려보다가 결국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도아린에게 내밀었다.“다시 내 동생 울리기만 해봐. 그땐 진짜 널 갈기갈기 찢어서 물고기 밥으로 줄 거야. 명심해.”“고마워요, 둘째 오빠!”도아린은 싱긋 웃으며 봉투를 받아들었고 이번엔 진수혁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진수혁 역시 말없이 봉투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도아린은 봉투를 슬쩍 비춰보며 속으로 웃었다.‘안 봐도 이건 수표네.’그녀는 배건후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내더니 말했다.“이건 제가 따로 보관할게요.”“감사합니다, 우리 아내님.”“...”진씨 형제들은 동시에 말문이 막혔다.‘쯧쯧, 벌써 아내한테 잡혀 사네...’하지만 상대가 도아린이라면, 뭐… 그럴 만했다.“근데, 여기 두 분은?”도아린은 일부러 모르는 척 눈을 반짝이며 물었고 진수혁은 변슬기를 소파에 앉히며 담담히 말했다.“예전 동료야.”변슬기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진경수가 옆에 있던 여자를 품 안으로 확 끌어당기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부모님 말씀대로 아린이 일도 정리됐겠다... 이젠 내 차례지. 그래서 나도 결혼했어.”도아린과 배건후는 동시에 진수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둘째 오빠를 좀 본받으세요. 뭐 하세요, 진짜.’“작은 올

  • 또 한 번의 거절   제931화

    “...”집사는 조용히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건후는 당연하다는 듯 도아린의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도아린은 그런 그를 집사에게 소개했다.“이 사람은 제 남편이에요. 서재랑 아버지, 어머니, 큰오빠, 둘째 오빠 방만 빼고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게 해주세요.”두 사람은 짐을 정리하자마자 곧장 외출에 나섰다.“앞에 있는 만둣가게, 진짜 맛있어요!”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도아린의 시선은 창가에 앉아 노트북으로 일하던 진수혁에게 향했다.그 맞은편에는 변슬기가 앉아 있었고 다소 곤란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설득 중이었다.“여긴 패스트푸드점이에요, 카페가 아니라고요. 여기서 일하시는 건 좀...”“카페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난 괜찮은데?”“그렇긴 해도 이렇게 계속 앉아 계시면 저희 가게 영업에 방해된다니까요!”그때 도아린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변슬기는 반가움에 벌떡 일어났다.“도 선생님! 대표님 좀 말려주세요!”그 말에 진수혁은 고개를 돌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밥은 먹었어? 여기 만두 꽤 괜찮더라.”도아린은 황당함에 헛웃음이 났다.‘사람을 회사에서 내쫓아 놓고선 정작 본인은 여기에 눌러앉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진짜.’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내가 말할게.”도아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변슬기와 함께 옆 테이블에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그사이 배건후는 주머니에서 혼인관계증명서를 꺼내 진수혁 앞에 내려놓았다.“제가 이겼어요.”“...”진수혁은 조용히 종이를 펼쳐보고는 이를 악물었다.“너 이거 반칙 아냐?”“우린 내기했잖아요. 졌으면 인정해야죠.”“유럽 연수 그 자리, 잊지 말고 제 이름으로 신청해 주세요.”진수혁은 고개를 돌려 도아린을 바라보았고 마침 도아린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둘의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이 분위기 뭐야... 완전 닭살 돋게 하네.’그 순간, 배건후는 시선을 거두고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형님도 제가 예전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930화

    ‘정말로 배고픈 거야? 아니면 날 원하는 거지?’도아린은 배건후를 흘끗 쳐다보며 가위를 테이블 위에 놓고는 끌려가 밥을 먹었다.배건후의 요리 실력은 한층 더 늘어 있었고 맛뿐만 아니라 음식의 모양새도 훨씬 좋아졌다.“이제 영양식은 안 드세요?” 도아린은 일부러 그를 자극했다. “전에 어떤 사람이 고기도 안 먹고 기름진 것도 안 먹고 오래된 것도 안 먹고 부드러운 것도 안 드셨잖아요!”배건후는 매운 닭 요리를 그녀 앞으로 밀어놓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때는 네 관심을 끌려고 그런 거야. 그리고 몸매가 망가져서 네가 싫어할까 봐 걱정도 됐고.”“그럼 이제는 몸매 망가지는 거 걱정 안 해요?”도아린은 고기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배건후는 가볍게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원래 한 사람이 요리하면 다른 한 사람이 설거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배건후는 도아린에게 설거지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그녀를 안아 위층으로 올라갔다.도아린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큰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배건후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눈빛을 보였지만 쉽게 다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도아린은 그가 마음속 어둠의 그림자와 싸우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그의 목을 감싸안고 몸을 들어 올려 그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며 달랬다.“천천히 해도 돼요. 긴장하지 말고 편하게 하세요.”도아린의 위로는 곧 배건후에게 그대로 되돌아왔다.그의 이마에서 흐른 땀방울이 그녀의 흰 목 위로 떨어졌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그녀의 귀를 깨물었다. “도아린, 힘 빼... 너무 긴장했어...”도아린은 그의 입을 막고 싶었지만 손가락은 그의 입에 물려 있었다. 그 후, 그녀는 머릿속이 멍해졌고 마치 거친 파도 위에서 흔들리는 작은 배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재미를 본 배건후는 그녀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도아린이 깨어났을 때는 이미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마치 어젯밤 온몸이 부서졌다가 다시 조립된 것처럼 사지가 말을 듣지 않았고 특히 허리

  • 또 한 번의 거절   제929화

    “배 대표님! 모든 자산을 도 대표님께 넘기신 것은 이전에 하신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셔서인가요? 손보미 씨가 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는데 손보미 씨를 꺼내줄 계획이 있으신가요?”배건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기자들을 한 바퀴 둘러보더니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인터뷰의 주제는 챔피언십 선수들의 숙식 안전입니다.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겠습니다.”기자들이 더 질문하려 하자 도아린이 배건후의 손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숙식 문제에 대한 더 나은 제안이 있다면 제안서를 작성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수한 의견을 채택하고 그에 따라 보상을 제공할 예정입니다.”도아린은 카메라를 향해 당당하고 품위 있게 말했고 입가의 미소를 살짝 거두며 한층 위엄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제 개인적인 문제로 여러분의 시간을 뺏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배건후 씨에 대해서는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배건후는 눈빛이 살짝 흔들리며 걱정스러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으로 돌아왔다.도아린이 배건후에 대해 말하려 하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마이크를 내밀었다.도아린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배건후 씨는 여태까지 운영부의 팀장이었지만 오늘부터는 한경 그룹의 특별 자문입니다. 이후의 직책은 배건후씨의 능력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도아린의 시선은 배건후가 도아린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를 거냐고 묻던 기자를 향했다.“과학 연구자, 의학 전문가, 스포츠 선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습니다. 여성을 존경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모욕해서는 안 됩니다.”그러자 그 기자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갔다.다른 기자들도 더 이상 질문을 할 기세를 잃었고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고유리를 보며 말했다.“기자분들 고생 많으셨으니 저녁 식사 후 차량을 준비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고유리는 기자들을 데리고 나가며 각자에게 돈 봉투를 나눠 주었다.그들은 어떤 내용을 발표할 수 있고

  • 또 한 번의 거절   제928화

    “뭐라도 먹고 가자.”배건후는 구운 닭 날개는 도아린에게 건네주고 주현정에게는 구운 식빵을 건네주었다.주현정은 빵을 받아 들고는 돌아서며 말했다. “천천히 이야기 나누렴. 나는 물 좀 마시러 들어갈게.”도아린은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배건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서 멈췄다.두 사람은 강가의 평평한 돌 위에 앉았다.“엄마는 진짜 다 내려놓으신 걸까요?”“적어도 시작은 하신 거지. 앞으로 진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여행 다니면 점차 나아질 거야.”배건후는 핸드폰을 꺼내고는 방금 구 경관이 보내온 사진을 열었다.“남궁유민, 즉 고성만이야. 경찰이 고성만의 집을 수색할 때 이걸 발견했어.”도아린은 마지막 닭 날개를 입에 넣고 꼬챙이를 배건후에게 건네며 핸드폰을 받아서들었다.화면 속 사진에는 루비 목걸이가 찍혀 있었다.배건후가 큰돈을 들여 샀던 화려한 디자인의 목걸이지만 전에 잃어버렸던 목걸이였다.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하려 했지만 입안은 닭 날개로 가득 차있어 눈만 깜빡였다.“내가 전에 너한테 줬던 그 목걸이야. 배지유가 몰래 차다가 잃어버렸던 거.”도아린의 입은 마치 발골 기계 같았다. 닭 날개가 입에 들어갔다 나올 때면 뼈만 남았다.도아린은 손바닥에 뼈를 뱉고는 차분하게 말했다.“배지유가 어떤 남자와 잤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그녀를 영상으로 협박했어요. 그 장본인이 바로 고성만이라구요!”“...”이번에는 배건후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성만이 배지유를 협박한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목걸이를 철저히 숨겨놓고 분해해서 이미 팔아버렸을 거로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걸 집에 보관해 놓았을 줄은 몰랐어.”그것은 고성만이 자신을 위해 남겨둔 마지막 보험이었다.궁지에 몰리게 되면 목걸이를 분해해 팔고 다른 도시로 가서 새 삶을 살 계획이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체포당하고 말았다.다음 날, 도아린은 연성으로 돌아갔다. 배건후가 신청한 챔피언십 대회 접대 임무가 승인되었기 때문이다.진수혁 역시 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7화

    그는 입가에 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자고충이 하나가 될 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야. 앞으로 잘못된 일을 하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을 거야.”만약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한다면 그 고통으로 인해 결국 죽게 될 것이다.도아린은 배건후의 머리를 끌어안고 고개를 들고 흘러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으려고 애썼다.배건후는 그녀의 품속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어서 너에게 혼수로 바칠게. 네가 나를 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래도 나는 너를 평생 지켜줄 거야.”그녀가 결국 참지 못하고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은 그녀의 볼을 타고 떨어져 남자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그렇게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 빛이 어두워질 때까지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돌아가자.”배건후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고 다리를 움직이며 불편했던 자세를 바꿨다.“이 근처에 야생 동물은 없지만 해가 지면 안전하지 않아.”도아린은 처음에는 감정에 휩싸여 배건후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가 몸을 움직이자 그녀는 즉시 이상함을 느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며 말했다.“돌아갈 때 건후 씨 몸이 불편하니까 제가 태워드릴게요. 그리고 내리막길이라 힘도 덜 들 거예요.”“알았어. 네 말 들을게.”자전거 핸들이 비뚤어져 있었지만 배건후는 두 다리로 바퀴를 단단히 고정한 후 힘껏 돌려 단숨에 바로 고쳤다.도아린이 자전거 앞좌석에 타고 배건후는 그녀 뒤에 앉았다.그는 얼굴을 그녀의 등에 기댄 채 내리막에서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긴 다리를 쭉 뻗어 마찰력을 늘리며 조절했다.그들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수혁과 변슬기도 막 돌아오고 있었다.변슬기는 도아린을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들이 뭔가 진전이 있을 줄 알고 가서 물어보려 했지만 배건후가 붙잡았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 머리 위에서 붉은 잎 하나를 떼어냈다.“...”변슬기와 진수혁이 설마 자신과 배건후가 야외에서 뭔가를 했다고 생각하진 않겠지.배건후는 오직 도아린에게만 부

  • 또 한 번의 거절   제926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도아린은 그의 눈동자 속에 가득한 붉게 물든 단풍잎과 맑고 푸른 하늘 그리고 마음속 깊이 즐거워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의 깊고 그윽한 눈이 가늘게 감기며 그 속에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듯했다.‘그래, 이거지!’그녀는 올해 겨우 25살이었다.어린 시절 양부모 곁에서 사랑받지 못했고 장애를 겪은 후 식물인간이 된 동생을 돌보며 결혼 생활에서는 남편의 감정적 학대 속에서 버텨야 했다.그녀는 너무도 많은 행복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이게 맞는 일이다.그녀는 웃어야 한다. 크게 소리 내어 마음껏 웃어야 한다.고작 25살에 불과한 그녀가 이토록 많고 무거운 책임과 압박을 짊어질 필요는 없었다.눈앞 여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점점 사라지고 배건후의 심장도 저릿해 왔다.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거친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를 스쳤고 천천히 그녀의 눈꼬리를 눌렀다.“웃어. 앞으로 나쁜 감정들은 전부 나한테 넘겨. 내 앞에서는 일부러 강한 척 버틸 필요도 없어. 속상하면 때리고 욕해도 돼. 대신에 절대 자신을 괴롭히지 마.”도아린은 코끝이 찡해지고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그녀는 급히 일어나 뒤돌아 눈물을 닦으려 했다.그 순간 힘센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 특유의 나무 향기가 그녀를 감쌌고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여태까지 내가 나쁜 놈이었어. 미안해. 앞으로는 모든 일을 너와 상의할게. 네가 싫어하는 건 하지 않을 거고 네가 속상해할 일도 만들지 않을 거야.”도아린은 팔꿈치로 그를 툭 쳤다.“입만 살아서!”배건후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운 뒤 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도아린은 미간을 찌푸렸다.“아직 육원의 중첩된 지분을 손에 넣지도 못했잖아요. 그리고 저도 아직...”이후의 말은 더 이상할 수 없었다.배건후가 상자를 열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청혼의 반지가 아니었다.작고 빨간 벌레가 들어 있었는데 다리가 없고 온몸이 부드러웠으며

  • 또 한 번의 거절   제925화

    변슬기는 바쁜 듯 뒤돌아보며 기대와 불안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좋아요." 진수혁은 흔쾌히 대답했다. 이미 옷을 갈아입었기 때문이다. 배건후는 세 사람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빌라에는 자전거가 두 대 있었는데, 도아린과 함께 드라이브를 나가기 위해 일부러 다른 자전거의 페달을 떼어 놓았던 것이다. 도아린은 자전거를 보고 그에게 너 정말 얄밉다'는 눈빛을 보내며 빨리 고치라고 신호를 보냈다. 자전거를 고치고 네 사람은 문밖으로 나갔다. "꽉 잡아."배건후는 도아린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자 힘껏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는 비탈길을 미끄러져 작은 길로 향했다.변슬기는 진수혁에게 감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자전거 뒤쪽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진수혁은 자전거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저, 제가 밀어드릴까요...거의 정상에 도착하면, 그때 저를 밀어주세요."라고 제안했다. 진 대표님의 속도로는 누가 먼저 정상에 도착할지 내기는커녕, 저녁 식사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진수혁은 아무 말 없이 계속 비틀거렸다. 변슬기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황급히 남자의 허리를 붙잡았다. 자전거는 갑자기 비틀거리지 않았고, 속도도 빨라졌다. 변슬기: "..."배건후는 도아린을 태우고 산길을 누볐고, 도아린은 뒤쪽 페달을 밟으며 일어섰다.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누르고, 짧은 머리카락은 바람에 휘날렸다. "산속 공기가 도시보다 훨씬 좋네요. 매연 냄새도 없고, 에어컨 냄새도 안 나고." 배건후는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살짝 몸을 일으켰다. "어제 비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당신도 비 온 뒤 흙냄새 좋아해요?" 도아린은 배건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귓가에 웃으며 말했다. "나도 좋아해요! 비 온 뒤 흙과 풀이 섞인 냄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배건후는 입꼬리를 올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깨달았다. 배건후가 말한 것은 바로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더욱 환한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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