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지희 언니를 찾으러 온 걸까요?”도아린은 육하경과 일남, 일북을 불렀다. 일이 좀 꼬였다. 만약 그들도 지희를 찾으러 왔다면, 그들이 조사하는 방향이 맞다는 뜻이다.하지만 도아린과 육하경은 모두 원장을 만난 적이 있었기에 마주치게 되면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그들이 대책을 논의하는 동안 창가에 있던 일북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주인이 저들과 한패입니다.”민박 주인은 옆집 마당으로 가서 대머리 남자에게 휴대폰을 건네주고, 이것저것 가리키며 CCTV 화면을 설명하는 듯했다.대머리 남자는 갑자기 도아린의 방을 쳐다보았는데, 마치 커튼을 뚫고 그녀를 보는 것 같았다.도아린은 불쾌감을 느끼며 서둘러 커튼을 내렸다.잠시 후, 민박 주인이 그들을 데리고 문을 두드렸다.“손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옆방 손님께서 노래하려고 하는데 노래방 기계가 이쪽 창고에 있어서요.”일남이 내려가 문을 열자 대머리 남자가 갑자기 뛰어 들어와 일남과 몸싸움을 시작했다.“아가씨를 보호해!”빡빡이 남자와 민박 주인은 문 옆에 있던 몽둥이를 들고 위층으로 돌진했다.방 안에 있던 일북은 소리를 듣고 재빨리 문 앞을 막아섰다.“이 집은 불법 민박이에요. 아가씨 어서 도망치세요!”빡빡이가 일북을 막는 사이, 민박 주인이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쾅 하는 소리가 났다.민박 주인은 열린 창문과 펄럭이는 커튼을 보고 밖을 향해 소리쳤다.“그 여자가 창문으로 도망갔어!”“사람 불러! 아이고”대머리는 발에 차여 바닥에 나뒹굴었고 비명을 지르며 다시 일어나 일남과 몸싸움을 이어갔다.민박 주인이 전화를 걸자 근처 마을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왔다. 절반은 횃불을 들고 뒷산으로 달려갔고 나머지 절반은 무기를 들고 싸움에 가담했다.일남과 일북은 인원에서 밀려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졌고 동네 사람들도 그들을 죽일 생각은 없고 그저 쫓아내려는 것 같았다.싸움 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침대 밑에 숨은 도아린은 율이의 입을 꽉 막았다.율이는 겁에 질려 작은 몸을 부들부들 떨
그 사람은 몸을 피했다.몽둥이는 문에 부딪혔고 충격으로 도아린은 손목이 저렸다.곧 몽둥이는 그 사람에게 빼앗겼다.그는 몸을 숙여 도아린의 손을 잡고 힘껏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나야!”“...”도아린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그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건후 씨? 여기는 어떻게 오셨어요?”“여기는 이야기할 곳이 아니야. 나랑 가자...”“잠시만요!”도아린은 쪼그리고 앉아 율이를 끌어냈다.율이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려 있었다. 배건후는 한 손으로는 율이를 안아 들고 한 손으로는 도아린의 손을 잡고 민박집을 나섰다.남자의 손은 넓고 따뜻했고 단단히 잡아주는 손길에 도아린의 불안한 마음은 점차 진정되었다.모퉁이를 돌자, 그는 마을 사람의 집 문을 열었다.“안 돼요. 여기 사람들은 모두 한패예요.”도아린은 율이를 품에 안고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배건후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여기는 내 사람이야.”그는 말을 마치고 바로 두 사람을 안으로 끌어당겨 문을 닫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안방에서는 우정윤이 불안한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는 배건후가 돌아오는 것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 방금 무슨 일이... 사모님? 여기서 뭐 하세요?”우정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이... 사모님을 찾는 건 아니겠죠?”“빙고.”율이는 배건후와 도아린을 번갈아 보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우정윤은 서둘러 율이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달랬다.배건후는 도아린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의 얼굴은 몹시 어두웠고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도아린은 그제야 배건후가 양복이 아닌 이곳 마을 사람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얼굴에 먼지를 묻혀 변장했지만 잘생긴 외모는 감출 수 없었다.도아린은 물컵을 든 손을 덜덜 떨었다.배건후는 그녀 맞은편에 앉아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이제야 무서운 줄을 알겠어?”“...”도아린은 입술을 깨물고 아무
“있다가 사람 시켜서 보내 줄게.”“안 갈래요.”도아린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조사하는 방향이 맞았어요. 이 마을 전체가 공모하여 인신매매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배건후는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더니 한참 후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너 혼자서?”도아린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건후 씨는 이미 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죠? 보육원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모른 척한 거잖아요.”“내가 모른 척했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도아린이 막 말하려는 순간, 문밖에서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고 안에서 고양이가 대답하듯 울었다. 곧이어 발소리가 들렸다.아까 그 사람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지금은 문발을 걷고 들어왔다. 그제야 도아린은 그의 모습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분장한 게 아니라 바로 이 마을 주민이었다.“산골짜기로 굴러떨어진 사람이 있다고 들었어요. 마을 사람들은 다 돌아갔으니 떠나시려면 지금 가셔야 해요.”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아린이 일어섰다.“산골짜기가 깊어요? 위험하지는 않아요? 지금 당장 구조대를 부를게요...”그녀가 번호를 누르기도 전에 배건후는 휴대폰을 가져갔다.담담한 눈빛으로 배건후는 차분하게 말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구조대는 올 수 없어. 설사 온다고 하더라도, 마을 사람들이 구조하게 놔둘 것 같아?”도아린은 화를 내며 말했다.“하경 씨는 나 대신 사람들을 따돌리러 간 거예요. 난 그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남자는 턱에 굳은 선을 그리며 한참 후에야 문자를 보냈다.그는 마을 주민에게 손전등이랑 밧줄을 준비하라고 시킨 후 도아린을 쳐다보았다.“내가 사람을 찾을 테니 넌 그들과 같이 돌아가.”그는 옆방을 가리키고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도아린은 재빨리 그의 팔을 잡았다.“나도 갈게요.”“가서 괜히 더 혼란스럽게 만들려고?”“...”배건후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화를 내려다 참았다.“가기
“사장님도 내려갔어요.”도아린은 머리가 멍해져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뭐라고?!”우정윤은 상대의 멱살을 잡고 목소리를 낮춰 소리쳤다.“대표님이 무슨 일 당할 리 없어요! 잘 생각하고 다시 말해요!”“사장님이 정말 내려갔다니까요.”마을 주민은 울상을 지었다.“골짜기 아래로 안 내려가면 사람을 어떻게 찾겠어요.”“...”도아린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우정윤에게 마을 주민을 놓아주라고 했다.우정윤은 험악한 표정으로 자신이 구겨놓은 옷을 털어주었다.“그래서, 다 올라왔어요?”“아니요.”우정윤은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지만, 도아린이 말렸다.마을 주민은 다급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그러는데 아까는 아무도 떨어진 사람이 없었대요. 가짜래요. 그래서 우리는 다시 임덕팔네 집으로 갔는데 임덕팔네 집 뒷담에서 사람을 찾았어요.”마을 주민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도아린은 서두르지 않고 그가 천천히 말할 때까지 기다렸다.“사장님은 그 사람이 지원을 요청할 수 있게 차로 보내줬어요.”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지만, 우정윤은 못 참았다.“그래서 대표님은 어디 계시냐고요!”마을 주민은 도아린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의 눈가가 미세하게 경련했다.도아린은 직감적으로 이다음 이야기는 자신이 듣지 말아야 할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조용히 방으로 돌아갔다.몇 분 후 우정윤이 돌아왔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안 좋았다.하지만 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도아린을 안심시켰다. “대표님은 괜찮으실 거예요. 먼저 쉬어요.”도아린은 율이를 안고 누웠다. 마당에서 우정윤의 초조하게 서성이는 발걸음 소리와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눈을 감았다.잤다고 하기에는 잠든 것 같지 않았고 안 잤다고 하기에는 또 꿈을 꾼 것 같았다.꿈속에서 도아린은 마을 사람들에게 막 쫓기고 있었는데 진짜 절벽 끝에 몰렸을 때 배건후가 오색구름을 타고 나타나 그녀를 구해 주었다.도아린은 감동하여 배건후를 향해 달려갔지만 가까이 달려가 보니 그의 옆에는 손보미가 서 있었
배건후는 재빨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넌 내 차를 하경에게 줬으니 당연히 나한테 보상해야지.”“차는 사은품이라서 싫다고 했잖아요.”“싫어도 내 거야.”배건후는 당당하게 말했다.“남한테 준 건 돌려달라고 하기 뭐하면서 왜 내 건 돌려달라는 거야?”“...”도아린은 그의 억지에 머리가 아팠다.좋은 건 분명 배건후에게 제일 먼저 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런데 이제 남들이 다 가지니 그도 갖고 싶은 모양이었다.그가 원하는 건 향낭이 아니라 존중이었다.하지만 그가 자신을 존중한 적이 있었던가.“안 돼요! 향낭 내놔요.”도아린은 그의 손을 피해 주머니에 손을 넣으려 했다.옥신각신하는 사이 도아린은 넘어져 배건후 위에 올라타게 되었다.배건후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고 도아린도 그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아린 언니, 무슨 놀이 해요?”율이가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방 안에 서 있었다. 그녀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신이 나서 말했다.“씨름 놀이하는 거예요? 나도 같이할래요!”도아린은 허둥지둥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무릎으로 조금 이상해진 그의 중요 부위를 쳤다.그녀는 배건후를 노려보고는 이불을 집어 그에게 던졌다.애 앞에서 뭐 하는 짓이야!“우리 밥 먹으러 가자. 밥 먹어야 힘이 나서 놀지.”도아린은 율이를 데리고 부엌으로 갔다.일풍은 솥에서 찐 만두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이 마을 주민은 혼자 살았다. 그러니 굴뚝에 연기가 오래 나면 의심받기 쉬우므로 어쩔 수 없이 뜨거운 물에 만두를 쪄서 대충 먹는 수밖에 없었다.도아린과 율이는 함께 긴 걸상에 앉아 만두를 먹으며 일풍의 보고를 들었다.일풍은 어젯밤 마을 주민과 같이 자면서 이것저것 캐냈다.민박 주인은 임덕팔이라고 하는데 그가 말하는 특산물은 우리가 아는 토종닭이나 산초 같은 게 아니라 아이를 말하는 것이었다.처음에는 마을 사람들이 돈을 주고 여자를 샀지만, 나중에는 여자를 구하기 어려워졌고 도망가는 일도 생겼다
그 친구는 인신매매 사건에 잠입 수사를 하는 중이었다.그는 범죄 조직의 신뢰를 얻었지만, 완전히 내부로 잠입하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이 필요했다. 배건후는 그에게 도움을 주었고, 1년 후 아지트를 소탕할 수 있었다.하지만 검거 당시 중요한 범인 한 명이 도망쳤다.도아린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아리산에서 그때부터 인신매매를 했단 말이에요?”배건후는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아리산이 아니라 더 외딴 산골이었다.그는 천사 보육원을 조사하다가 그 배후의 운영 방식이 예전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추적 끝에 그들이 아리산 마을의 산속에 숨어 불법적인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도아린은 더 묻고 싶었지만, 배건후는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다 먹었으면 들어가서 쉬어. 저녁에 떠날 준비 해야지.”도아린은 마음이 복잡했다. 밤 9시가 넘어 마을이 조용해지자 일행은 조심스럽게 마을 주민의 집을 나섰다.도아린은 그들이 지희를 찾으러 갈 줄 알았는데 일북은 온 길로 되돌아갔다.그녀의 불만을 눈치챘는지 일남이 뒤돌아서 그녀에게 설명했다.“육 대표님이 요청한 지원팀이 곧 도착할 거예요. 어떤 일은 그들이 처리하는 게 더 나을 겁니다.”“제멋대로 하셨군요.”도아린도 그의 말이 맞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과 상의 없이 돌아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일북은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보며 말했다.“우린 이미 진 대표님께 보고드렸어요. 진 대표님께서는 아가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도아린은 볼을 부풀렸다. 그녀는 진씨 가문의 진짜 딸도 아닌데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율이는 얌전히 그녀 품에 안겨 있었다.커브를 돌아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순간, 횃불을 든 사람들이 갑자기 뛰쳐나왔다.일북은 먼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았다가 곧바로 액셀을 밟았다.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자 길을 막고 있던 마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양옆으로 흩어졌고 율이도 얼굴을 가리고 비명을 질렀다.
배석준은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돌아가서 아내와 상의하기로 했다.하지만 배지유의 상황을 말하자 주현정은 냉담하게 말했다. “자업자득이지.”“여보, 지유가 당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면, 난 정말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의심했을 거야!”배석준은 화가 나 얼굴이 붉어졌다.“지유는 우리가 애지중지 키운 딸인데 어떻게 그렇게 냉정해!”“아린도 다른 집 딸이에요.”“하지만 아린은 괜찮잖아? 지유는 아린의 시누이인데 가족끼리 원수처럼 지낼 순 없지!”배석준은 주현정의 손을 잡고 말했다.“지유도 거기서 일주일이나 있었잖아. 밥도 상한 거고 이불도 더럽고 냄새난다는데, 벌 충분히 받았어! 지유가 잘못했다고 했고 앞으로는 아린을 존중하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약속했어.”주현정은 남편을 흘겨보며 물었다.“진짜? 그렇게 말했어요?”“정말이야! 내가 거짓말하겠어?”배석준은 주현정의 손을 꽉 잡았다.“여보, 지유가 사람을 괴롭힌 건 확실히 잘못한 거야. 우리 보상 차원에서 지유의 주식을 아린에게 나눠주는 건 어때? 또 사고 치면 모든 주식 압수하고 딸로 안 볼 거야!”주현정은 생각하다가 동의했다.“알겠어요. 오후에 아린이랑 같이 면회 갈게요.”“그래그래!”배석준은 기뻐했지만, 오후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어다.배지유는 접견실에서 혼자 면회 온 도아린을 보자 애써 꾸며냈던 후회의 표정을 지우고 도발적인 미소를 지었다.“아린아, 아빠가 너 시켜서 합의서 쓰러 왔지? 내가 누군지 잊지 마. 난 배씨 가문의 공주야. 우리 배씨 가문은 연성에서 으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덤비겠다? 주제 파악 좀 해! 싹싹 빌면 네가 우리 오빠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걸 봐주겠지만 안 그러면 나가는 순간 바로 오빠한테 이혼하라고 할 거야! 배씨 가문의 돈은 꿈도 꾸지 마!”배지유는 소리를 지르느라 목이 말랐지만, 물을 가져다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저 침을 삼키는 수밖에 없었다.“빨리 절차 밟아! 나 집에 가서 씻고 옷 갈
“도아린, 감히 나 엿 먹여!”배지유는 도아린의 휴대폰을 쳐냈다.그녀의 뒤에 서 있던 경찰관이 즉시 앞으로 나와 그녀를 제지했다.강제로 의자에 앉혀진 배지유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합의하기 싫으면 싫다고 하지! 이런 수작으로 엄마 아빠가 나를 미워하게 만들다니! 너 진짜 역겹고 뻔뻔해! 보미 언니가 너보다 백배는 나아! 우리 엄마가 눈이 멀어서 널 인정한 거지! 너 이 재수 없는 년이 와서 우리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놨어! 도아린, 너 벌 받을 거야!”“...”모든 영상을 본 배석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당신이 아린을 시켜서 지유를 시험하게 한 거야?”“당신이 지유가 반성한다고 했잖아요.”주현정은 태연하게 찻잔을 들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당신도 지유가 자존심이 센 거 알잖아요. 내가 같이 들어가면 체면이 깎일 테니까 아린이랑 단둘이 만나게 한 건데 사과를 저렇게 할 줄은 몰랐어요.”“...”배석준은 할 말을 잃었다.그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배지유는 항상 그의 앞에서는 얌전하고 말을 잘 들었다. 가끔 투정을 부릴 때도 입을 삐죽거리는 정도였다.하지만 영상 속 배지유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악랄했으며 말은 험악했다.주현정은 찻잔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서류를 꺼냈다. “약속 지켜요.”배석준은 서류를 집어 들고 보더니 탁자에 내던졌다.“지유의 주식 절반을 압수하겠다고?”“당신이 지유가 또 잘못하면 주식 다 압수하고 딸로 생각 안 한다고 했잖아요. 난 그저 절반만 압수한 건데요.”주현정은 비꼬듯 말했다.“그냥 해본 말이었어요?”“...”배석준은 서류를 노려보았다.주현정은 이미 서명했으니 그만 서명하면 배지유 주식의 절반은 도아린에게 넘어가게 된다.배건후는 모건 그룹의 경영권과 해외 회사를 갖고 있었고 주현정은 JS 픽처스를 가지고 있지만, 배지유는 모건 그룹의 주식 5%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것마저 나눠야 한다고?“현정아, 아린이가 도대체 당신한테 무슨 짓을 했기에 지유
“그 사람 특징이 뭐야?”도아린은 면회실에서 서대은을 만났다.서대은은 경찰에게 육청아가 자신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였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불법 거래장이었다고 말이다.비록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었지만 경찰은 육청아가 깨어난 후의 조사 결과를 확인해야만 서대은을 풀어줄 수 있었다.“키는 나보다 한참 커. 거의 190cm인 것 같아. 눈빛은 날카로운 편이고 몸놀림도 빨라. 만약...”서대은이 침을 삼켰다.그는 배건후가 살아 있었다면 그 남자는 꼭 배건후를 닮은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도아린을 흘끗 보고는 말을 바꿨다.“그 사람이 아니었으면 나도 당했을 거야.”도아린은 손을 탁자 위에 올리더니 서서히 주먹을 쥐었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워졌다.“너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 알아? 만약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다면 아버님이 버틸 수 있었겠어? 수술까지 했는데 부작용이라도 생기면 기증자는...”도아린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눈가가 붉어졌다.서대은은 도아린의 고통스러운 눈빛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미안해... 나도 몰랐어.”“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잖아.”도아린은 고개를 젖혀 넘치는 눈물을 억눌렀다.입장을 바꿔 생각해도 마찬가지였다.‘만약 내가 대은이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기증자가 친구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수술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한쪽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고 다른 한쪽은 곧 죽을 사람인데... 그 누구든 가족을 선택할 거야.’하지만 묻지도 않고 가져가면 그건 도둑질이었다. 육청아는 유족에게 알리지 않고 배건후의 장기를 몰래 빼돌려 거래했다. 우연이 아니라 처음부터 철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그럼에도 도아린은 서대은을 탓할 처지가 아녔다.만약 배건후의 장기가 서대은 아버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녀는 담담하게 기증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은 눈물을 삼켰다. 그녀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확실해? 그 사람이 경찰에 안 잡혔다고?”서대은은 미
육하경은 예상도 못 햇다는듯 기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린 씨가 준 거라면 다 좋아요.”“한번 입어봐요. 안 맞으면 내일 가서 사이즈를 바꾸려고요.”육하경은 쇼핑백을 받아 들었고, 입가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씻고 나서 입어볼게요. 오후에 신선한 식재료를 고른답시고 온실에 가는 바람에 몸이 좀 더러울 거예요.”“온실에 갔다 와서 그런 거였군요.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거든요. 신발 바닥에 풀잎이 묻어 있길래...”육하경은 다리를 들어 풀잎을 떼어내더니 쓰레기통에 버렸다.그는 비서를 불러 서류 두 장에 서명을 했다.비서가 나가자 육하경이 도아린에게 말했다.“옷을 선물 받았으니 저녁 살게요. 저도 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도아린은 그와 함께 사무실을 나서며 웃었다.“저 때문에 하경 씨가 팔을 다쳤잖아요. 그래서 옷을 선물한 건데 또 밥을 사주시면 이 은혜는 어떻게 다 갚으라는 거예요?”육하경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람 사이의 정은 주고받는 거잖아요. 설마 저랑 선을 긋겠다는 건 아니죠?”비서는 자리에 앉아 떠나는 육하경을 바라보았다. 도아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너무 다정해서 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비서는 도아린이 미래에 사모님으로 될 수도 있다는 잘 보이려고 말했다.“육 대표님, 친구분께서 선물하신 향수 있잖아요. 평소에 안 쓰시니까 도아린 씨께 선물하시는 건 어때요?”육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도아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며 말했다.“하경 씨에게 다른 계획이 있을 수도 있죠.”“없어요!”육하경이 즉시 부인하며 비서더러 향수를 가져오라고 했다.“원래 주려고 했어요. 다만 재민 씨가 오해할까 봐 말하지 않았을 뿐이에요.”비서는 곧바로 선물 상자를 가져와 그녀에게 건넸다.“고마워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일 끝났으면 바로 퇴근해.”육하경은 비서에게 한마디 남기고 도아린과 함께 떠났다.비서는 분명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지만 정작 육하경의 눈빛은 마치 경
여러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마스크 맨은 손에 든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또 누군가는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학생을 놓아주고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주먹과 발차기만으로는 그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극을 줬다. 시간을 오래 끌면 서대은 쪽이 불리할 것이었다.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서대은은 마스크 맨과 등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면 제가 이놈들을 죽여버려도 정당방위로 인정되겠죠?”“모르겠어요.”그가 차갑게 답했다.“경찰 아니었어요?”서대은은 당황해하며 돌아봤다.그는 서대은보다 키가 컸기에 서대은이 볼 수 있는 건 그의 날카로운 턱선과 하얀 얼굴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래부터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 지금 유독 아파 보이게 창백한 것이었다.“모르면 됐고요. 대신에 제 증인이 되어 주세요. 저놈들이 절 몰아붙였다고 말이에요.”서대은은 눈빛이 사나워지더니 갑자기 공격을 시작했다.“젠장! 쟤 손에 칼이 있어!”누군가 소리쳤다. 서대은을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마스크 맨에게로 방향을 틀었다.그의 실력은 뛰어났지만 점점 더 창백해지는 그의 얼굴은 전투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고 있었다.서대은은 미친 듯이 반격하며 누군가의 복부를 찔렀다. 그는 피를 철철 흘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상처를 감싸 쥔 채 도망쳤다.다들 서대은을 경계하면서도 여전히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혼자 남은 남학생을 노리고 있었다. 그가 방심한 순간, 뒤에서 그의 목을 조였다.“당장 항복해. 안 그러면 이놈을 죽일 거야.”순간, 서대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하지만 마스크 맨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상대의 팔을 비틀더니 그의 목을 조이며 말했다.“죽여 봐. 한 명 더 죽일 때마다 형량도 더 늘어난다는 거 모르는 건 아니겠지?”마스크 맨이 상대의 팔을 꺾어버리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그 차가운 태도와 강렬한 존재감이 서대은으로 하여금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었다.도아
육청아는 대답이 없었고 총알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쿵.옷장 뒤에서 다시 소리가 나자 육청아의 신경이 다시 캐비닛에 쏠렸다.육청아가 카트에서 메스칼을 집어 들고 캐비닛 쪽으로 다가가자 순간 서대은은 갈등하기 시작했다.남학생이 발견하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되고 그와 남학생은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 것이었다.그는 천천히 육청아의 뒤를 따르며 그녀를 공격할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경계심이 강했고 캐비닛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확인하지 않고 앞에 다가가 갑자기 어깨로 캐비닛을 밀었다.그녀의 충격에 캐비닛이 밀려 넘어갔고 그 틈새에 숨어 있던 남학생이 깔리면서 낮은 신음을 뱉어냈다.뭔가 낌새를 알아챈 육청아가 갑자기 몸을 돌려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 서대은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팔꿈치가 메스칼에 찔려 살이 떨어져 나갔다.“감히 날 속이다니!”“난 모르는 일이에요! 나도 기절한 거 봤잖아요. 누군가 날 함정에 빠뜨린 거라고요!”육청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그에게 메스칼을 겨눴다.“그럼 순순히 따라와요. 내가 보스한테 당신이 결백하다는 걸 증명할게요!”“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걸 모를까 봐!”서대은은 육청아의 모함에 마지못해 저항하는 것처럼 육청아에게 달려들었다.두 사람의 몸싸움이 격렬해졌고 카트도 넘어지면서 수술 도구들이 와르르 떨어졌다.그 소리에 돌아온 왕눈이 급히 현장에 도착했다.“내가 말했지, 저놈이 배신자라고!”왕눈은 단검을 빼 들고 질세라 서대은에게 달려들었다.서대은은 신속하게 결판을 내고 놈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빠져나오려 했지만 왕눈은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본 듯 일부러 시간을 끌며 대치하고 있었다.그 틈을 타 육청아는 캐비닛을 밀어내고 그 뒤에 누워 있는 남학생을 발견했다.남학생은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육청아는 그런 소년의 발목을 잡고 끌어냈다.“가만히 있지만 말고 좀 싸워 봐!”서대은이 소리쳤다.남학생은 처음엔 너무 놀라 멍하니 있었지만 그의 외침에 정
서대은은 문에 기대어 서서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손을 들었다.사람의 그림자가 언뜻거리는 순간, 그는 재빨리 상대방의 얼굴을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에게 제압당했다.남자는 잔근육을 가진 몸에 얼굴에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눈빛은 매서운 독수리처럼 날카로웠다.‘이 사람은 육청아 일당이 아니야!’서대은이 물어보려던 찰나, 상대는 마취약이 묻힌 거즈로 그의 입을 막았다.거의 순식간에 서대은은 의식을 잃고 무너졌다.“함정이야! 빨리 돌아가!”사람들과 빠르게 다시 돌아온 육청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대은을 발로 툭툭 찼고 그제야 서대은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물건은요?”서대은이 관자놀이를 문지르다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그 두 의사가 수상하다더니, 그들이 물건을 가져갔어요!”육청아가 이를 갈며 싸늘한 목소리로 명령했다.“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반드시 찾아내야 해!”사람들은 곧바로 나뉘어 각자 찾아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하의 전화가 걸려 왔다.“주변에 없습니다!”논리상으로 그들은 차도 없고 몸을 가누지 못한 사람을 데리고 멀리 갈 수는 없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주위에서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누군가가 도와주고 있는 게 틀림없어!”서대은이 단언했다.“방금 일어난 소동은 그들에게 신호를 보낸 거예요!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어!”육청아의 눈빛이 변하더니 천천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스캔했다.“아가씨, 우리는 아가씨의 사람입니다! 그러니 배신자는 이놈밖에 없어요!”바깥쪽을 맡고 있던 왕눈이 서대은을 지목하자 서대은은 코웃음 치며 받아쳤다.“난 오늘 처음이라고. 주소도 너희가 급하게 알려준 거고 내가 어떻게 정보를 넘겼다는 거야?!”왕눈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었다.“우리는 아가씨를 따른 지 오래되었다고! 너만 외부인이야!”“외부인이라고 해서 나를 의심한다고?”서대은도 질세라 육청아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내가 들어오는 게 싫으면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요. 나한테 뒤집어씌우려
서대은이 서둘러 다가갔다.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그의 눈에는 거센 파도가 일렁였다.수술칼을 사용해 한 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데 자신이 있었지만,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다.게다가 만약 그들이 소리라도 낸다면 그 소년과 함께 도망가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했다‘유일한 방법은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군,’그는 겁먹은 척하며 수술대로 천천히 다가갔다.두 남자는 그저 눈앞의 소년이 가져올 이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전에 유 선생이 몰래 각막을 떼서 팔았잖아. 그러고는 손 씻고 고향에 내려가 별장 짓고 산대.”“손을 씻은 건 알고 있어. 근데 그것도 누릴 복이 있어야 누리지...”“무슨 뜻이야? 혹시 유 선생이...”키 작은 남자가 목을 따는 제스처를 했다.키 큰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대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런 게 아니라면 왜 저거 보고 감시하라고 했겠어? 문지기가 말하길, 유 선생을 청아 누나가 직접 손본 거래!”쭈뼛쭈뼛 다가온 서대은의 눈빛이 잠시 날카로워졌지만 곧 두려움으로 바뀌었다.“시간을 낭비하게 해서 미안해. 손이 계속 떨려서...”키 큰 남자가 다시 메스칼을 서대은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내가 도와줄게!”메스칼이 소년의 배로 향했다. 서대은의 손이 심하게 떨렸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칼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갑자기 밖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났다.누군가가 창문을 뚫고 빠르게 지나가며 약병을 터뜨렸고 코를 찌르는 냄새가 순식간에 퍼졌다.“안 돼!”키 큰 남자가 급히 물러섰다.서대은도 물러서며 빠르게 메스칼을 몸에 숨겼다.“마취약은 아니겠지?”다른 사람들이 입과 코를 막고 있는 모습을 보며 서대은도 급히 옷으로 입을 가렸다.밖에서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 후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여기도 경찰한테 들킨 거야?”서대은이 놀란 척하며 눈을 크게 떴다.“연성 경찰들이 계속 잠입 수사를 하고 있다던데, 여기도 들킨 거 보면 정말인
경호원이 미간을 찡그리며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자 도아린은 손을 흔들며 그를 안심시켰다.“선생님의 임무는 제 안전을 보호하는 거잖아요?”그리고 자신의 차 키를 그에게 던지며 말했다.“대신 차를 운전해 주세요. 가까이서 보호하는 게 더 안전할 거예요!”경호원은 운전기사와 눈짓을 주고받은 뒤, 도아린의 차로 향했고 운전기사는 돌아가서 보고하도록 했다.“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이 조수석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며 물었다.“주호민입니다. 주 실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네. 주 실장님, 엠파이어 빌딩에 가 주세요. 육 대표님한테 감사의 뜻으로 뭔가 선물하고 싶어서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그에게 차를 몰라고 했다.주호민은 차를 몰고 엠파이어 빌딩으로 향했고 도아린은 그동안 일북과 연락을 주고받기에 편했다.이전 경험 덕분에 그녀는 그들이 매우 위험하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일북에게는 반드시 의심되는 장소를 찾으면 먼저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했다.[사람을 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전도 꼭 지켜야 해!]황금연휴가 다가오자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북적였고 주호민은 도아린의 옆에서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따라갔다.한 명품 매장에 들어간 도아린은 사이즈를 참고하려 주호민에게 대신 입어보라고 했지만 그는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자 도아린은 육하경과 체형이 비슷한 아무 남자에게 다가가 부탁했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며 흔쾌히 승낙했다.결국, 이 광경을 지켜본 주호민은 어쩔 수 없이 마네킹 역할을 했다.“이 색은 좀 어두워요. 다른 걸로 한 번 더 입어보세요.”“이 디자인은 너무 화려해요. 육 대표님한테는 잘 안 어울릴 것 같은데, 주 실장님 생각은요?”“이건 너무 올드한 것 같고...”과연 도아린이 진지하게 선물할 옷을 고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이걸로 할게요!”도아린이 손가락을 튕기며 직원에게 말했다.“이거 작은 사이즈로 주세요. 선물 받을 사람이 저 친구와 키는 비슷하지만 어깨
서대은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없이 서 있었다.그러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구역질을 참으며 간신히 말을 꺼냈다.“방금 그 사람도 LY의 사람인가요?”“서은 씨 생각에는요?”“그런 것 같은데, 누구인가요? 청룡, 아니면 백호?”육청아가 말을 하려다 멈췄다.“오늘 거래가 무사히 끝나면 그때 알려줄게요.”서대은이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자, 육청아가 그를 살짝 밀며 재촉했다.그제야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창고로 향했다.창고 문 앞에 누군가가 지키고 있었다.“휴대폰 내놔.”서대은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원을 끄기 전에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전송된 걸 확인한 후 문지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한편, 도아린은 육하경의 차가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거의 연성 주변을 한 바퀴 다 돌았지만 그 차는 계속해서 일정 거리만큼 따라오고 있었다.육하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 순간, 도아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앱 화면에는 메시지 알림은 없었지만 그녀는 직감으로 알았다.도아린은 급히 카페의 게시판을 열었다.[갓 태어난 지 16일 되는 송아지, 관심 있는 분은 연락해 주세요.]도아린의 심장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올랐다.‘역시 그런 거야. 잘못을 했다고 그냥 도망갈 서대은이 아니지.’그는 분명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내부로 침투했을 것이다!‘송아지'는 남자를 뜻하고‘16일’은 아마도 피해자의 나이 16세를 뜻했다.전화번호는 일반적인 번호가 아니었고 규칙 없이 나열된 숫자들이었지만 도아린은 단번에 그 숫자가 위도와 경도를 나타내는 위치 정보라는 걸 알아챘다.차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아직 떼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일북에게 전화를 걸 수 없었다.대신 급히 메시지를 복사해서 보냈다. 빠르게 연락할 수 있는 단축어를 설정해 두었지만 서대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방법은 없었다.그녀가 고민하던 중, 일북이 이해하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곧 사람을 데리고 갈게요. 기다려 주세요.]하지만 도아린은 긴장을 놓을 수 없었고 차를 급히
“보스!”육청아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묻어 있었고 온몸이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오랫동안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왜... 서대은이 들어오자 직접 온 것일 거야. 만약 오는 거래를 완수하지 못하면 나도 끝장날 텐데.’보스라는 남자는 키가 크고 흰색 롱코트를 걸치고 안에는 검은색 터틀넥을 받쳐 입고 있었다.적갈색의 살짝 웨이브 진 짧은 머리에 얼굴에는 가면을 쓰고 있었다.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서대은에게로 향했고 마치 감마선처럼 그의 내면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서대은은 저도 모르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눈앞의 남자는 외형만 보면 강재민과 닮아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살기와 냉혹함은 강재민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보스.”서대은도 따라서 불렀다.남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청아를 향해 물었다.“물건은?”“창고에 있습니다!”육청아가 공손하게 대답했다.“부하가 지키고 있어서 절대로...”짝!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손이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육청아는 얼굴을 감싸 쥐고 두려움과 억울함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네 말은 아무런 가치가 없어.”남자는 차가운 냉소를 흘렸다.“앞장서.”“예.”육청아가 남자를 데리고 수술실로 향했다.그들은 ‘물건’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출고 전에 살균 소독 과정이 필요했다.이미 마른 체형의 그 소년이 깨끗이 씻긴 채 수술대 위에 인사불성으로 누워 있었다.남자는 천천히 다가가 곧 판매될 신선한 장기를 내려다보며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성의를 보이기 위해 오늘의 물건은 네가 직접 진행해.”보스라는 남자의 시선이 갑자기 서대은에게로 향했다.그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제가 경험이 없어서요. 물건을 망칠까 봐 걱정됩니다.”“직접 꺼내라는 게 아니야. 옆에서 전 과정을 지켜보라는 거지.”남자는 짧게 말한 뒤돌아서 나갔다.서대은은 눈을 내리깔고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따라 나갔다.그러다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돌아